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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남겨진 자의 고백성사

필진 리뷰 2007.10.20 16:54 Posted by woodyh98

허진호 영화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들은 아픈 사람들이다.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의 정원은 시한부 선고를 받은 인물이고, 세번째 작품인 <외출>역시 주인공들의 배우자가 교통사고로 병상에 누워 있다. 이번 <행복>에서는 애초부터 주인공들이 병에 걸렸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하지만 겉으로 들어난 외적인 '병'보다 허진호의 영화 속 인물들은 항상 '사랑'에 아파하고 시름한다. 짧지만 강렬한 사랑을 하고 난 이후의 이별, 그 상처속에서 성장하는 인물들. 그가 그리는 주인공들의 모습이다. <행복>에서도 예외없이 '사랑'에 아파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얼마 남지 않은 생에서 선물처럼 찾아온 남자로 인해 행복해하는 은희. 하지만 다시 그를 떠나 보내야함으로 아파한다. 그 남자, 영수. 그는 과거에 사랑했던 사람 수연과 새로 자신에게 찾아온 사람 은희와의 미묘한 갈등 속에서 자신이 놓여있는 현실의 간격이 얼마나 큰 것인가에 대해 고민한다. 그래서 그는 매번 자신이 하고 있는 '사랑'을 난도질하는 인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당연히 '사랑'에 아파할 수밖에 없다. 지고지순히 영수를 사랑했던 은희는 그녀가 필연적으로 '죽음'을 맞이할 것임을 알면서도 너무나 홀연히 생을 떠나보낸다. 그러므로 남겨진 자, 영수는 자신의 과오에 대해서 반성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곤 지나온 길을 돌아 은희를 처음 만났던 '희망의 집'으로 귀환하는 것이다. 영화가 끝나고 난 이후 얘기는 남겨진 자의 고백성사이다. 우리는 왜 그가 고백성사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궁금하기 때문에 돌아간 필름을 되돌리고 되돌려야 한다. <행복>은 되돌려진 필름이 다시 돌아가는 것에 대한 기록이다. 거기에는 우리 인생에서 필연코 찾아오는 죽음과 성장이라는 고개가 있음을 알게 된다.

죽음을 맞이하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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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삶'과 정확히 그 지점을 대립할 수 없을만큼 갑작스럽게 다가온다. '희망의 집'은 '죽음'을 순응적으로 기다리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허진호의 전작 <외출>에서 등장했던 '병원'이라는 공간과는 많은 차이를 보인다. 오히려 자연의 내음새가 살아있는 '희망의 집'은 영수가 사랑과 명예에 실패했던 인공적인 '도시'보다 사람 사는 숨결이 느껴지는 공간이다. 이 아이러니는 또 다른 느낌을 창조해 내는데, 도시에 살아가는 사람들은 '죽음'을 기다리지 않는다. 그래서 누가 죽거나 그런 일이 생기면 갑작스러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희망의 집’에 사는 사람들은 ‘죽음’에 대해서 담담하다. 일례로 <봄날은 간다>에서 상우의 아버지로 출연했던 박인환이 연기한 석구의 죽음에 대해서 요양원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모습은 지극히 일상적이다. 오히려 그것을 직접 목격한 도시에서 온 남자 ‘영수’만이 충격에 휩싸인다. 사람이 ‘죽음’을 두려움 없이 받아들이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난과 아픔을 겪어야 하는지 허진호는 말하고 있는 것이다. 고난과 아픔을 초월해서 ‘죽음’을 자연스레 순응하기까지를 말이다. 그러므로 그의 영화 속 주인공들은 성장하고 또 성장해야 한다. ‘삶’을 살아가면서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진실한 사랑 앞에 눈먼 자

영수는 자신의 간호를 위해서 스스로의 몸을 희생하는 은희를 이해하지 못하고 떠난다. 매일같이 죽음을 조용히 받아들이는 그녀가 지겨워졌거나, 요양원에서 함께 생활했던 석구처럼 자기 앞에서 죽을까봐 겁이 났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은희를 떠나서도 그는 자유롭지 못하다. 오히려 이것도 인생일까 할 정도의 지긋지긋한 삶이 그 주변에 거미줄처럼 달라붙어 있을 뿐이다. 가장 행복했던 순간. 은희와의 사랑, 그 진실한 사랑 앞에서 그것을 버리고 떠나온 자, 영수는 그러므로 눈먼 자이다. 사랑 앞에 눈먼 자, 그는 끊임없이 자신의 과오에 대해서 반성해야만 한다. 사랑을 버린 자 곁에 이제 아무도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홀로 남겨진 자의 고백성사는 그래서 더욱 애뜻하고 소음으로 가득 찬 도시에서 무한히 속삭이는 자연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떠나야 함을 ‘사랑’을 버린 자들에게 종용하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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