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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28


이번 추석 연휴 텔레비전에서 방송된 영화 <미녀는 괴로워>의 반응이 뜨겁다. 여주인공역을 맡았던 김아중은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와 2위를 동시에 차지하는 기염을 통했다. 흡사 영화가 개봉됐을 당시 온 대한민국의 거리를 ‘접수’했던 주제곡 <마리아>의 환청이 다시 한 번 밀려오기라도 할 듯한 기세다.

오늘날 영화는 확실히 ‘대중적’(popular)인 매체임에 틀림없다. 당대 시대정신을 가장 신속히 반영해낼 수 있는 힘을 무엇보다도 영화는 가지고 있다. <미녀는 괴로워>의 흥행이 대한민국의 성형열풍이라는 사회/문화적 징후가 반영된 결과라면, 얼마 전 개봉했던 두 편의 한국영화 <디 워>와 <화려한 휴가>의 흥행 역시 마찬가지였다 생각한다. <디 워>가 한국형 블록버스터 영화에 대한 대중의 은근한 민족주의적 자긍심이 좀 기이한 형태로 표출된 경우라면, <화려한 휴가>는 광주항쟁을 바라보는 대중의 호기심 섞인 관심이 반영된 결과다. 눈에 띄는 점은, 적어도 이들 영화의 흥행에 있어 영화 자체의 내재적 가치는 그다지 중요한 요소가 아니었거나 부수적이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영화 자체가 아니라 영화를 둘러싼 ‘외부적’ 요소가 해당 영화의 가치를 평가하는 데 - 특히 흥행면에서 -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대중예술 작품의 가치평가를 두고 벌어진 가장 최근의 뜨거운 논쟁으로 <디 워> 논란이 있었다. 주지하다시피 논란의 결정적 발단은 ‘100분 토론’에 출연한 진중권씨의 소위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 발언에서 비롯됐다. 그날 방송에서 진중권씨는 <디 워>의 완성도를 두고 조금의 완곡어법 없이 특유의 직격탄을 날렸다. <디 워>의 완성도가 한마디로 ‘끔찍한’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시학』에서 언급한 작품의 ‘개연성’ 측면에서 <디 워>는 평가할 일언반구의 가치도 없다는 것. 게다가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 감독 심형래의 영화판 ‘인간극장’의 보너스까지 더해져 영화는 거의 아연실색할 정도의 ‘코미디’ 수준으로 전락, 제 몸을 갉아먹는 형국에까지 이르렀다는 것이었다.

진중권씨의 날카로운 지적은 물론 합당한 것이다. 사실 영화를 본 이라면 거의 대다수가 그의 지적에 동의하지 않기란 힘들다. 국내에서는 물론, 얼마 전 개봉한 미국에서의 평가도 별반 다르지 않다. CG는 볼만 하나, 스토리와 배우의 연기가 엉성 그 자체라는 것.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 어쨌든, <디 워>는 주목할 만한 흥행 스코어를 기록했다. 작품의 내재적 가치가 지닌 결코 적지 않은 흠결은 <디 워> 흥행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이같은 현상을 두고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영화와 같은 대중적 예술은 한 사회의 징후를 반영하거나, 나아가 표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잠재된 징후를 드러내게 할 수 있는 힘 또한 가지고 있다. 이 때 작품의 내재적 분석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디 워>는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가 일정부분 가지고 있는 어떤 징후를 가시화시켰다고 볼 수 있다. 그 징후 안에는 여러 코드가 들어 있다. ‘우리도 할 수 있다’ 식의 민족/애국주의 코드, 감독 심형래의 7전 8기적 도전을 바라보는 대중의 온정주의 코드 등이 그것이다. 때문에 아쉽게도 <디 워>가 드러낸 징후는, CG 기술력의 괄목할만한 성장이라는 긍정적인 요소도 있음에도 불구 부정적인 면이 더 크다 하겠다.

<화려한 휴가>의 경우는 좀 다르다. 이 영화에 가해질 수 있는 ‘소재 착취주의’ - 즉, 5/18이라는 사건이라는 소재 - 의 비판 가능성에도 불구, 영화를 본 이들과 여러 평자들은 일단 <화려한 휴가>의 진정성에 박수를 보내는 경향이 짙다. 어느새 잊혀지거나 망각된 역사의 비극을, 그것도 아직까지 제대로 해명되거나 그 진상이 밝혀지지 조차 않은 끔찍한 역사의 기억과 대중이 대면할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화려한 휴가>는 우리 사회의 어떤, 잠재적으로 긍정적인 징후를 보여주었다 할 수 있겠다. <미녀는 괴로워>가 성형왕국이라는 썩 내키지 않는 수식어를 달고 있는 우리네 현실에 나름의 메시지를 던졌던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어찌 됐든 이번 사례들이 대중예술의 가치평가 기준과 그것에 접근하는 내재적인 분석틀의 접근방식을 두고 한번쯤 곱씹어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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