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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휴가] 감정에 파묻힌 기억

필진 리뷰 2007. 7. 27. 15:26 Posted by woodyh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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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27


이 영화, 보는데 꽤 힘이 들었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1980년 5월의 광주’ 라는 역사적 의미, 죽을 이유가 없는 사람들이 무참히 죽어간 사실을 지켜봐야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건 광주를 다루는 그 어떤 영화를 보든 간에 피할 수 없는 고통이다. 두 번째 이유는 [화려한 휴가]가 고유명사 광주를 다루는 방식에 있다. 카메라의 시선이 굉장히 불온하다. 앤딩 크레딧이 올라가며 내 가슴에 남은 건 안타깝게도 광주의 기억이 아니라, 피로 물든 몇몇 극단적인 스틸 사진에 불과했다. 그건 인터넷을 통해서도 볼 수 있다. 왜 내가 영화를 보고 사진을 느껴야 하는가.

여기서 사진을 언급하는 건 의미심장하다. 그런 사진들이 있다. 전장의 참혹한 순간을 다룬 사진들. 일명 (섬뜩한) 결정적 순간들. 로버트 카파의 ‘어느 병사의 죽음’, 혹은 에디 에덤스의 ‘사이공의 즉결처형’ 과도 같은 바로 죽음을 목도한 사진들 말이다. 이러한 보도 사진은 굉장한 파장을 일으켰고, 이후 전쟁 사진을 찍는 사진가들은 좀 더 가까이에서, 좀 더 참혹한 광경을 좇는데 혈안이 되었다. 우리는 이 사진들의 시각적 강렬함에 안타까움 혹은 공포를 느낀다. 그리고 반전운동 행렬에 맨 앞에 설지도 모른다. 그것이 이 보도사진들이 갖는 최대의 선의다. 하지만 이미지 과잉 시대에 더부룩한 배를 늘 부여잡고 사는 지금, 이런 시각적 강렬함의 자극은 말 그대로 말초적인 감각만을 좇을 수 있다는 선정성 역시 내포하고 있다. 수잔 손택이 말했듯이 타인의 고통을 지켜보는 자기자신을 끊임없이 경계해야 한다. 타인의 고통을 우리가 소유한다는 착각에서 생겨나는 값싼 감상 혹은 동정. 이 관음증에 가까운 시선은 고통의 소유라기 보다 이미지의 소유에 가깝다. 우리는 이미 그 어떤 블록버스터 보다 스릴 넘쳤던 9.11 테러를 실시간으로 반복 재생하며 지켜보았으며, 탈레반 납치 뉴스는 실시간으로 전달되고 있는 중이다. 이미지의 시대에, 본다는 것의 의미는 오히려 한층 예민한 윤리 의식을 수반해야만 한다.

나는 이 영화가 본다는 것의 윤리적인 태도에 별 관심이 없다는 점에 불쾌했다. 과연 상업적으로 잘 팔리려면 이런 윤리적인 태도는 간과해도 될 부분인가? 단 한 가지, 이 영화는 별다른 고민 없이 시각적인 스펙타클과 연민의 쾌감을 전달하는 데는 매우 애썼다. 필자 역시 이준기가 죽고, 김상경이 실성해 가는 감동의 슬로우 모션에 동화되어 눈물 흘렸다. 하지만 이도훈 필진이 지적했듯이 이 눈물, 의심해야 한다. 영화를 보기 전, 우연히 뒷자리에서 나누는 대화를 들었다.“아, 나 울지도 몰라” “질질 짜도 뭐라 하지마.” “ 그래? 뭐 같이 질질 짜지” 상식적인 대화는 아니다. 우스갯소리일 수도 있지만, 굉장히 이상한 대화다. 이들의 대화는, 이 영화의 전략에 딱 부합되는 반응이다. 눈물 하나가지고 까탈스럽게 생각한다고 할 수도 있다. 이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는 현대인이 눈물 흘리고 싶어 하는 심정, 역시 이해한다. 하지만 80년 5월의 광주가 이런 값싼 카타르시스에 단돈 7000원에 팔려 넘어가는 광경은 가히 보기 불쾌하다.

영화에서 ‘시체’와 ‘피’는 가히 포르노에 가깝게 전시된다. 내가 볼 땐 여기엔 숏과 숏을 구성하는 선택의 순간이 거의 없다. 죽고 죽이는 살육의 현장. 이 영화를 보면 재현을 통한 '기억'이 남는다기 보다, 충격요법을 통한 분노와 울음의 '감정'이 남는다. 80년대 광주를 지켜보는 동시대인에게 전달하는 메멘토 모리? 당시 광주가 이렇게 끔찍했다. 대한민국에서 아직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바로 이 영화가 그것을 보여줄게? 그것을 보여주는 방법이 시체와 피 뿐이라면, 그리고 능글맞게 모정과 우애, 사랑으로 영화를 포장을 한 거라면, 그건....좀 쉬운 방법이다. 일례로 배우 나문희의 등장은 이 영화가 보여주는 간단명료하고 편의적인 여러 선택 중 하나이다. 대한민국 대표 어머니 나문희의 등장과 울음만으로도 이 영화에서 모성 분야는 신속히 처리된다. 물론 배우는 자신의 이미지를 파는 사람들이다. 다만 여기서 지적하고자 하는 건 이 영화가 취하는 여러 안일한 선택 중 하나를 예로 든 것이다. 필자는 오히려 이 영화에서 광주 사태 이전의 장면들이 좋았다. 오프닝부터 김상경이 이주일 흉내를 능청스럽게 내는 그 순간 까지 말이다. 안타깝게도 광주사태를 다룬 [화려한 휴가]는 광주사태가 시작되는 순간, 광주의 공기를 증발시킨다.

영화의 마지막 시퀀스에서 이요원은 울부짖으며 말한다. “광주 시민 여러분, 죽어가는 저희를 기억해주세요” 물론 1980년, 봄날의 광주는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하지만 이 영화 [화려한 휴가]가 그것도 모든 영화에서 감독들이 고심해 마지않는 앤딩 장면에서 외칠만한 구호로는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그건 좀 뻔뻔한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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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nzgq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놔 증말 뭐하는 인간인지모르지만....

    잘난체를 할려면 끝까지 하던가..

    광주사태가 뭐니 광주사태..

    2007.07.30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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