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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팬이여 오라. 연인 관객도 오라. 광주의 그 날을 아프게 기억하는 누구라도 무방하다. 무엇보다 재미있다. 코끝 찡하다. <화려한 휴가>의 코믹 멜로를 보고 싶다면 더더욱 환영이다. 5일 기자시사회를 연 <YMCA 야구단>. <광식이 동생 광태>의 김현석 감독의 세 번째 작품 <스카우트> 얘기다.


야구에다 왠 광주 이야기냐고. 그러니까 모든 것은 김현석 감독 왈, “1980년 광주일고 3학년 선동렬이  있었다”란 한 문장에서 시작됐단다. 각본을 쓴 <사랑하기 좋은 날>과 <해가 서쪽에서 뜬 다면>에서 모두 야구장을 등장시키는 뚝심을 발휘했던 야구광 감독답게 이미 7년 전 이 단 한 줄의 문장에서 국보급 투수 선동렬을 스카우트하기 위한 이야기의 얼개를 잡아 놓은 것.


하지만 <스카우트>는 단순히 야구 선수를 데려오기 위한 엎치락뒤치락 소동극에 그치지 않는다. 여기에는 스카우터 이호창(임창정)과 7년 전 캠퍼스커플이었다 호창과 헤어진 뒤 고향 광주로 낙향했던 세영(엄지원)과의 로맨스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 공간적 배경이 80년 5월 18일로부터 딱 열흘 전이다. 그렇다고 초반부 웃기고, 후반부 울리기란 공식을 예상하면 금물이다. ‘이 이야기는 99% 픽션입니다’란 자막을 깔고 간 이유가 다 있기 마련이다.


먼저 야구를 모르는 여성 관객들이라고 해도 겁먹을 필요 없다. 그저 박찬호 이전 한국야구사에 금자탑을 쌓은 투수가 있었단 사실 하나만 알면 되니까. 아 팁으로 일본 야구에 진출했던 이종범이란 선수가 선동열의 후배란 것 하나만 더 알면 더 웃게 되리라. 그 만큼 이 야구광 감독은 <광식이 동생 광태>에서 보여줬던 아기자기한 개그를 홈그라운드 안에 펼쳐 놓는다.


보너스로 차 한대 얻으려 내려간 호창이지만 왠 걸, 선수시절 앙숙이었던 라이벌 학교의 스카우터와 경쟁하랴, 괴물투수 부모님 모두에게 환심을 사랴, 또 세영에게 연정을 품은 손 씻은 동네주먹 서곤태(김철민)에게 시달리랴 호창은 여전히 바쁘다. 그 와중에 ‘뽀뽀 잘 하는 운동권’ 세영이 왜 자신에게 이별을 고했는지도 궁금하다. 이 모든 것이 열흘이란 영화적 시간 안에 잘 포개져 있다. 호창이 이별의 이유를 깨닫게 되는 5월 17일까지 관객은 순박한 호창에게 듬뿍 빠져 때로는 박장대소를, 때로는 살포시 미소를 날릴 수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스카우트>는 뒤늦게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이를 만회하려는 한 남자의 순정에 관한 이야기다. 호창과 세영의 관계는 호창이 TV에 나온 전두환 장군에게 “그래도 남자 중에 남자”라고 한 마디 했다가 눈을 흘기는 세영을 보여주는 한 장면으로 집약된다. 시대에 무관심했던 남자와 그 시대를 끌어안았던 한 여자가 5월 광주에서 다시 만난 것이다.


그러니까 김상경과 이요원, 그리고 이준기가 공원에서 자전거를 타고 놀던 그 평온함. 거기다 임창정과 박철민이 가지고 있는 개그 본능을 더했다고 보면 딱 일진데 글 초반 <스카우트>에 호의적인 평가를 내린 이유는 광주를 다루는 방식과 호창이란 캐릭터의 일관성, 그리고 대중 영화가 빠질 수 있 과도한 신파나 판타지에 함몰되지 않기 때문이다.


시국이 어수선 했지만 서민들의 삶은 일상적이었던 듯 호창의 시점이 딱 그 만큼이다. 대중 영화로서 영리한 선택인데 관건은 호창의 변모 과정을 얼마만큼 설득력 있게 담아내느냐 일 것이다. 스카우트를 성공적으로 마쳐갈 즈음 계엄령이 선포되면서 광주 시내에 공권력이 투입되던 그 순간, 호창의 깨달음은 그 시절 서울에서, 부산에서, 대전에서 광주의 비극을 눈치 채지 못했던 ‘우리들’의 부채의식과 맞닿아 있다. 그래서 세영을 구하기 위해 달려가는 그 영화적인 행동은 클라이맥스의 상승효과와 맞물려 그 부채의식을 달래기 위한 살풀이로 기능한다.


물론 현실적인 맥락을 과도하게 부여하자면 그게 다 광주를 상업적으로 이용한 것이 아니냐는 따가운 눈초리들이 날아들지 모른다. 그러나 <스카우트>는 호창의 트라우마를 ‘우리들’에게 고스란히 돌려주고 또 그걸 오버하지 않은 화법으로 해소해준다. 여기서 중요한 건 오버하지 않는 다는 점. 지난해 같은 시기 개봉한 <그 해 여름>의 취조실 장면을 떠올려 보라. 수애와 이병헌의 빅 클로즈업을 잡고 한껏 가학과 신파의 감정을 끌어올린 것과 비교해 <스카우트>는 서로 모른 척 할 수밖에 없었던 호창과 세영의 아픔을 담백하게 묘사한다. 김현석 감독에게 박수를.


영약하다고? <YMCA 야구단>의 또 다른 호창을 기억해 보라. 역사 앞에 모두가 투사일 필요는 없지 않은가. 호창은 세영을 광주의 참혹했던 봄날 앞에 구해낸 것으로 자신의 소명을 다 한다. 그래서 이현석 감독이 기자간담회에서 이 영화를 멜로 영화라고 설명했던 건 다 이유가 있다.


그렇다고 다른 재미를 놓쳤다는 건 아니다. 임창정은 <비트> <색즉시공> 등 자신의 필모그래피 중 최선의 연기를 보여줬던 무기인 편안함을 되찾았다. 얼굴만 봐도 웃긴, 혹은 애드립을 남발하는 것이 아닌 사람 좋은 호창을 연기함으로서 다시 한번 좋은 배우임을 상기시킨다. ‘예쁜 배우’ 엄지원은 김현석 감독의 전작들만큼 어느 정도 박제된 여성 캐릭터임에도 제몫을 다해 낸다. 무엇보다 세영은 다시 만나고 싶은 옛 여친임에 틀림없다. 그랬다면 그건 엄지원의 매력인 셈이다.


그리고 박철민. 김현석 감독은 <화려한 휴가>나 <목포는 항구다> 보다 코미디의 수위를 조절함으로서 그를 더욱 부각시켜줬다. 물론 ‘진짜’ 남자인지는 모르겠지만 ‘멋진’ 남자임에는 틀림없는 배역의 매력에 기인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서곤태가 남긴 비장의 시(?)와 엔딩 크레딧에 흐르는 ‘비광송’에 웃지 않을 냉혈한은 많지 않을 것임은 틀림없다.


<스카우트>는 또 같은 세트를 제공하고 먼저 광주의 비극을 대중화 해준 <화려한 휴가>에 분명 빛 진 것이 많은 영화다. 그러나 그 비극을 호창의 일상과 캐릭터 안에 온전히 녹여 낸 것에 대한 성취는 분명 칭찬해 주고 싶다. 특히 대중성을 잘 버무린 김현석 감독의 연출력은 오롯이 빛을 발한다.  온전한 야구 영화도, 코미디 영화도, 멜로 영화도 아닌, 그렇다고 막무가내 잡탕도 아닌 독특한 영화로 김현석 감독은 분명 관객의 심정을 들었다 놨다 할 것 같다. 오랜만에 만난 뒷맛 개운하고 깔끔한 한국 상업영화다. 이런 상업 영화라면 언제든지 환영이다. <광식이 동생 광태>를 좋아했던 관객들, 절대 실망하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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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differenttastes.tistory.com BlogIcon 신어지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영화가 광주를 배경으로만 하고 있는게 아니라 다루고 있다는 얘길 듣고
    꼭 보기로 마음 먹었어요. 임창정도 항상 좋은 배우라고 생각해왔었는데.

    2007.11.07 08:37 신고
  2. Favicon of http://blog2.blogcocktail.com BlogIcon 비트손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역시 신어지님도 비슷해요. 임창정이 출연하는 영화는 항상 저의 기대치를 웃돌곤 하더라구요. 스카우트도 참 기대되는영화중 하나네요. ^^

    2007.11.07 11:08
  3. Favicon of https://neoimages.tistory.com BlogIcon woodyh98  수정/삭제  댓글쓰기

    신어지님, 비트손님/ 네 임창정은 오버하지 않을 때가 가장 빛나죠. 파송송이니 만남의 광장이니 그의 모든 영화를 지지하지는 않지만요. 하지만 기대에 저버리진 않을 겁니다.

    2007.11.07 18:2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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