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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과 청색의 영화, [고모라]

필진 리뷰 2008.10.08 10:05 Posted by woodyh98


강민영



영화는 시작부터 살인행위를 보여준다. 단순 쾌락, 혹은 사색을 즐기는 듯한 한 무리에게 다른 무리가 다가와 사정없이 총구를 겨눈다. 소리없이 흩어지는 사람들, 그들의 죽음은 마치 인형이 쓰러지는 모습과 같다. 하지만 피를 흘리고 버려진 사람들의 시체는 결코 환상이나 망상이 아닌 현실, 즉 '실제 상황'이다. <고모라>에서 가장 눈여겨 보아야 할 흥미로운 사건, 그것은 사람들이 총을 맞고 살해되는 방법이다.

<고모라>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장치는 '칼'과 '방패'다. 이 두 장치는 영화 속에서 '총'과 '방탄복'으로 대변된다. 총이라는 검은색 무기를 찾아내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 조직과 똘마니들, 그리고 총알을 막기위해 방석만한 두께의 방탄복을 착용하는 또다른 사람들. <고모라>의 칼과 방패는 전혀 다른 곳에서 출발하지만, 우연히 누군가 습득한 총의 총구에서 총알이 발사되는 순간, 사건의 제공자들 겉잡을 수 없이 가까워지게 된다. 인류를 위협하는 최대의 살인무기를 통해 힘이 없던 사람들은 일시적으로 권력을 얻고, 권력을 거머쥐었던 사람들은 위협을 받는다. 그리고 이로 인해 이태리의 한적한 마을은 범법이 무자비하게 행해지는 위험지대로 돌변한다.

<고모라>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세 가지 욕구를 철저히 거세한다. 섹스를 시도하지만 성공하지 못하는 두 청년, 식품을 단지 배달해가기 바쁜 소년, 그리고 잠 못이루는 건조한 도시의 사람들. 각 집단은 단지 단편적 목적을 위해 움직이고 있을 뿐이다. 마치 슈팅게임을 연상시키는 듯한 마르코와 치로가 내지르는 바다에서의 포효는, 그들이 엄청난 자본을 끌어모은다해도 결코 행복하지 못할 것이라는 결말을 미리 암시하게 된다. 속옷만 입고 한적한 부두에서 불필요한 총성을 만들어내는 두 청년의 모습은 <고모라>가 말하려고 하는 극적인 문제를 가장 치명적인 방법으로 보여준다. 총에 의해 조종당하는 작은 마을의 사람들은 순차적으로 우발적인 죽음을 맞고, 이를 통해 씻을 수 없는 죄악의 미래를 받아들인다. 총을 다루는 방법조차 참을 수 없이 엉성한 그들을 움직이는 것은 더이상 '삶의 의지'가 아니다. <고모라>는 조종하는 인간과 조종되는 인간을 다루지만, 영화의 중심이 꿰뚫고 있는 것은 단지 인간들만의 싸움에서 그치지 않는다. <고모라>의 마지막 씬은 망연자실한 절망의 구렁텅이를 밀도 높게 잡아낸다. 단 몇 발의 총성으로 인해 하염없이 쓰러지는 사람들의 '어설픈 죽음'은, 이 영화에 옹호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창조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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