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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_박성배

공중파에서 방송되는 내레이션의 친절함에 익숙하기 때문일까. 영화는 인디펜던트 다큐 특유의 불편함으로 첫 시작부터 한 남자가 언성을 높인다. 어딘가 이해관계가 심하게 어긋나 보이는 이들의 모습에서 대화의 내용은 뒷전이고, 소리치는 목소리가 먼저 뇌리에 박힌다. 이 시작이 앞으로 진행 될 이야기의 전체적인 톤을 설정한다.

사건의 발단이 된 5.18 광주 민주화 운동 관련 미신고자 385명의 처우에 대한 뉴스가 보도된다. “사망하였거나 행불되었으나 당국에 보상받지 못한 이들에 대해 5.18 기념재단과 유족회는 본인이나 가족이 연락해 올 경우 명예회복과 5차 보상을 돕겠다”고 한다. 하지만 뉴스에서 보도된 것과는 달리 실제 5.18 관련 단체들은 행방불명자들을 인정하는데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명단에서 자신 아들의 이름을 찾은 위사요씨는 안도에 가슴을 쓸어내린다. 하지만 명단에 이름이 올라갔다고 해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형 집행 정지.” 자료에 있는 그의 마지막 기록은 여기까지다. 그 후 그가 행방불명 된 상태다. 그러나 그의 실종은 5.18 운동 관련으로 인정되지 않고, 행불자 가족회는 기각된 사유와 관계 공무원 및 경찰 조사에 대해 열람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심사위원들의 신원이나 심의에 대해서는 공개를 하지 않고 있다. 원인도 모른 채 “안 된다.”라고만 하니 이 억울함을 어디서부터 풀어나가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한 걸음도 물러설 수 없는 팽팽한 접전 속에서 현장의 말투를 알아듣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감독이 인물의 간단한 정보를 밝히는 것 이외에 자막을 쓰지 않았던 이유는 불가피하게 생기는 가치 개입을 막기 위함이다. 관객으로서 나는, 유족회들이 정의하는 ‘광주 민주화 항쟁의 시기와 관련이 없는’ 철저한 방관자이다. 최대한 이성적으로 행불자들의 상황을 대변하려는 김정길 회장과는 달리 5.18 관련 단체들은 격분해 있다. “5.18이 자선단체도 아니고, 그 당시 행불자면 다 5.18운동 관련 행불자인가?!”

광주는 특별한 곳이다. 그것은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모든 국민이 가슴속으로 조의를 표하고 있을 것이다. 국가 유공자들의 보상금으로 세워진 5.18 기념재단. 어쩌면 그 곳에 들어오려는 민주화 운동 시기에 행방불명된 피해자들에 대한 배타적인 태도는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5.18 기념재단을 비롯한 단체들의 지나친 피해의식은 오월정신을 변질시키고 있다.

왜 그렇게 명예회복을 원하는 행방불명자 가족회를 적대시하는가? 감독은 이 물음에서 민주화 운동 이후 방향을 잃은 광주의 고착된 시민의식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다. 건드리면 맞아 죽을 것 같아 모두가 쉬쉬하는 분위기 속에서 관용의 자세는 찾아볼 수 없다. 그들은 지켜나가야 한다. 5.18로 희생된 그들의 가족과 자신의 인생에 떳떳하기 위해 민주화의 기상을 더욱 드높여야만 한다. 하지만 오늘날 그들의 고착된 태도와 숭고한 오월정신은 부조화를 이룬다. “광주인이라면 다 알죠~? 518 대리운전!” 명쾌한 결말이다! (관객심사단_ 황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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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키워봐서 알아요]_이우정

필름의 입자 속으로 부서지는 햇살이 포근하다. 그 속에서 한 여선생이 어린 소녀를 바라보고 있다.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것 같은 표정. 머리카락을 스치며 돌아보는 아이는 그녀를 보며 미소 짓는다.

영화는 두 자매를 주축으로 다른 이야기가 진행된다. 초등학교 교사인 다은은 맡은 반 학생인 아영에게서 유독 눈을 뗄 수가 없다. 아영에게 알 수 없는 감정을 느끼고 난 이후로, 그녀는 남자친구와의 관계에도 싫증이 나고 혼란스럽기만 하다. 한편, 다은의 동생 유은은 남자친구와의 이른 이별 후 공중에 붕 떠 버린 상태가 되어 어찌할 바를 모른다. 답답한 마음에 채팅으로 만난 남자와 모텔에 가 보기도 하지만, 무의미한 행동을 반복하는 자신의 모습에 화가 난다.

이 영화는 금단의 영역이 없다. 아영은 성적인 본능을 숨기지 않는다. 그 어린아이 특유의 천진함에 어른들은 할 말을 잃는다. 유은의 전 남자친구는 소파에 누워있는 다은에게 시선이 간다. 쓰러져 있던 유은은 자신을 깨운 언니의 남자친구에게 달려들어 키스를 한다. 아영은 화장실 창문에서 낯선 아저씨를 쳐다본다. 그리고 가장 강력해 보이는 영화의 메인 에피소드인 여선생과 여제자의 관계는 보는 것만으로도 야한 기분에 휩싸인다.
사람들은 자신의 발밑에 본능을 숨겨놓고 있다. 어느 날 내가 밟고 있던 것의 존재를 의식하게 될 때, 누구나 다은의 심정이 될 수 있다. 애들같이… 개를 키워 보지 않아도 그쯤은 알 수 있다. (관객심사단_ 황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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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율]_조태희


눈물 없는 이별. <조율>은 한 여자가 이별을 말하면서 시작한다. 그런데 이별선언을 하는 여자치고는 그 표정이 너무 평온하다. 사뭇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는 통속소설의 공식을 깨달은 표정이다. 여자는 독백으로 과거 애인과 얽힌 추억을 풀어놓는다. 그녀가 기억하는 건 기승전결이 있는 서사가 아니라 이미지의 편린들이다. 끈적끈적한 여름, 건반이 망가진 피아노, <시네마 천국>의 메인테마, 그리고 첫 사랑은 나눴던 날 달뜬 애인의 얼굴과 그날의 창밖으로 떨어지던 빗방울과 낙엽들까지. 여자는 낙엽을 그러모으듯 지난날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그녀에게 사랑은 동적인 것이 아니라 정적인 것에 가깝다.

흥미로운 것은 이 영화의 연출이다. 9분 동안 이어지는 여자의 독백을 원 씬 원 컷으로 찍었다. 한 번의 호흡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카메라는 자연스레 빛의 변화를 잡아내게 된다. 밝음과 어둠이 교차하는 실내는, 감귤 빛에서 짙은 녹색 계열로 바뀐다. 클라이맥스에 이르러서는 해사한 빛에 감싸인 여자의 화사한 얼굴이 드러난다. 그때의 여자 얼굴은, 베르메르의 회화에 소녀들에 버금갈 만큼 청초하다. 가만히 보면 원목가구로 구성된 실내장식과, 창에서 쏟아지는 햇살, 그 햇살을 받아 밝게 빛나는 여자의 옷과 얼굴은 베르메르의 회화를 쏙 빼닮았다. 분명 영화 제목 ‘조율’은 이별을 말하는 여인의 감정변화뿐만 아니라 빛을 '조율‘하는 카메라의 기교를 뜻할 것이다. (관객심사단_ 이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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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사이?]_김조광수

서로의 애인을 만나러 가기 위해 버스에서 동행하는 석이와 어느 여자. 각자의 애인에게 줄 선물을 준비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같은 목적지로 향한다. 같은 공간에서 상반되는 장면이 연출되는 두 남녀의 모습이 보인다. 사랑이란 동일한 감정임에도 동성애와 이성애가 나타내는 심리적인 표현 방식은 서로 다르다. 여자는 애인을 만나 음식을 먹여주기도 하고, 다정한 모습으로 있었지만 석이의 모습은 다소 심각한 표정으로 무언가를 적고 있다. 석이는 관계를 적는 난에 애인이라고 써놓고도 무척 후회하는 듯, 면회 신청서 한 장을 더 요구한다. 하지만, 신청서가 얼마 남지 않은 이유로 거절당하고, 석이는 애인이란 단어를 가로로 두 줄을 그어 놓고 뒷면에 남아있는 글씨체까지 까맣게 지운다. 애인이지만, ‘애인’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없는 동성애 커플이다.

그들은 호칭의 문제뿐 아니라, 동성애 커플로 커밍아웃하는 과정에서도 큰 충격과 변화의 과정을 맞이한다. 거리에서 다른 연인들처럼 손을 잡고 길을 걷거나, 사람들 앞에서 연인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없는 민수와 석이. ‘친구사이’라고 생각했던 석이와 아들의 관계를 알게 되는 민수 어머니. 또한, 남자친구가 게이라고 고백하며, 자신이 남자가 아닌 것이 슬퍼하는 여자. 그 앞에서 자신은 여자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석이. 상반되는 그들의 이해관계는 극으로 치닫는다.

“당신은 두 눈을 가졌지만, 만약 외눈박이들이 사는 세상에서 살아간다면, 사람들은 당신을 어떻게 생각할까?” 다수의 이성애자로 구성된 세상에서 살아가는 성적 소수자들의 모습을 되짚어 생각하는 물음이다. 이성애자와 동성애자 모두 사랑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졌다. “엄마, 난 남자가 좋아요. 그래도 난 웃을게요. 남들보다 조금은 힘들겠죠.”라고 말하는 민수의 고백처럼, 이 영화는 성적 소수자의 이야기를 다루었지만, 결국 인간 대 인간의 사랑으로 갈등을 이겨냈다. (관객심사단_ 박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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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End]_백현진

각자의 에피소드에서 하나같이 곤란함에 처한 인물들. 누군가를 린치하는 꿈에 시달린다. 본인 또한 현실에서 린치 당한다(박해일). 뭐든 쉽게 되는 대로 생각하는 경솔한 세상에 "왜들 이러시는 거예요?"라고 묻는다(엄지원). '나는 나고 너는 너다.'라는 식으로 철저히 분리된 세상. 다름과 같음이 공존한다는 확신으로 그 세상을 버틴다(류승범). 정말로 용서했다는 데도 믿지 않는 세상에 성난 목소리로 자신을 변호한다(문소리).

그 곤란함 앞에서 보는 이 또한 난처하다. 인물이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하는 장면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자신은 망각의 명수라며 소스라치게 외치는 문소리는 대체 지금 통화 중인 엄마와 어떤 사건을 겪은 것인지 알기 어렵다. 이 영화에서 서사는 안중에도 없다. 그러곤 대뜸 인물들의 얼굴로 바투 다가가는 카메라. 시선을 최대한 카메라에 고정한 인물들의 눈가가 점점 촉촉해진다. 번역되기 어려운 표정. 그 위로 타이틀 'The End'가 뜬다.

영화는 부러 슬픔의 맥락을 결여한 것처럼 보인다. 왜 하필 그 자리에 우리를 앉혀놓고는 난해함을 굳이 체험하게 하느냐고 따져보자. 그때 영화는 반문한다. "이해하면 안 되는 거 아닙니까?"(박해일) 더 자세히는, "이해하기가 그렇게 쉬워요?" 엄지원의 말이다. 그녀는 책을 읽다가 도저히 "모르겠다"라고 말한다. 그 말은 자백하는 투에 가깝다.

이해하기란 단번에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이해하는 덴 다들 능통하다. 그러나 그게 단지 이해한 척이라면? 무지라는 구멍을 메우기 위해 자신을 속인 것은 아닐까? 모르는 상태는 견딜 수 없이 불쾌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빠르게 봉합하고는 마치 모든 걸 완료한 양 돌아보지 않는다. 영화는 두 번째 관람을 전제로 한 듯 시작한다.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고 느긋해지자. 거푸 상상하고 생각하자. 그때 비로소 열릴 영화다. (관객심사단_ 정아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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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물건 좋은

    2011.08.10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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