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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영

아소카 한다가마 감독의 [이것은 나의 달]


<이것은 나의 달>은 인물이 사회, 사회가 국가를 대신하는 매우 상징적인 영화다. 영화는 한 마을의 해체를 통해 전쟁의 폐해를 고발하고, 그 속에서 아무런 의심 없이 부조리에 동화되어가는 마을 주민들에 초점을 맞춘다. 마을 사람들의 갈등을 일으키는 것은 전쟁이었고, 전쟁통에 우연히 흘러 들어온 적군(타밀)진영의 여성은 불화의 씨앗이 된다. 타밀 여성은 목숨을 살리기 위해 우연히 숨게 된 벙커에서 스리랑카 국군의 군인을 만나고, 군인은 그녀를 겁탈한다. 여자와 하룻밤을 보낸 뒤 군인은 탈영을 결심하고, 겁탈당한 타밀 여성은 무작정 군인의 뒤를 좇는다. 군인이 낯선 여자와 고향에 돌아오자 마을은 혼란으로 뒤덮이고, 마을 사람들은 적개심과 호기심에 찬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본다.

영화는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힘에 기대어 이야기를 전개한다. 영화가 초점을 맞추는 것은 전쟁 국민들의 가난한 삶이나 전쟁을 직시하는 시선이 아닌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일어나는 욕정의 움직임이다. 전쟁의 절대적인 지배로 인해 군인이 되는 것을 가장 명예롭게 여기는 마을 사람들은 자신의 친구, 자신의 형제가 죽어서 돌아오는 것을 겪으면서도 국가와 군대에 대한 환상을 버리지 못한다. 힘과 권력의 철저한 노예가 되어버린 마을 사람들에게, ‘다른 나라’에서 온 ‘여성’의 존재는 복선의 시작이 되는 역할을 한다. 남성과 관계를 맺은 여성은 반강제로 남성에게 예속되는 풍습이 자리 잡고 있는 토속적 사상 때문에, 마을 사람들은 겁탈된 타밀 여성이 군인과 결혼할 것이라 예상하며 그녀를 지켜본다. 이렇게 군인에게 속해짐을 당한 타밀 여성은, 군인의 마을 사람들에게 숨겨두고 있던 정욕을 불러일으키는 계기를 제공하고 만다. 황폐해진 숲과 말라버린 농토는 이웃의 눈을 피해 정사를 벌이는 욕망의 장소로 변모하고, 마을 남녀들은 서로에게 정욕의 눈길을 보내기 바쁘다. 끊임없이 쾌락과 욕정을 갈구하는 마을 사람들에게는 마을을 지키는 승려의 존재도 그리 큰 위안을 얻지 못한다. 승려는 마을에서 가장 신성한 곳인 절을 지키는 지주 역할을 하며 마을 사람들에게 지혜와 조언을 아끼지 않지만, 승려 자신도 전쟁 국가의 국민이라는 사실을 지울 수 없었던 것이다. 신을 모시는 동시에 전쟁을 옹호하는 승려는 군인의 군복과 승려의 승려복은 아무런 차이가 없다는 말을 서슴지 않게 마을 사람들에게 말한다. 그런 승려 또한 갑자기 마을에 찾아든 타밀 여성으로 인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 던진다.

영화는 극단적인 전개와 정적인 카메라 워킹을 통해 전쟁이 인간의 삶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놓치지 않고 있다. 반복되는 클로즈샷과, 독백으로 진행되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 인물들의 투 샷은 원초적인 욕구 외에 아무 것도 남지 않은 마을의 모습을 놀랍도록 효과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타인에게 손을 내밀기를 주저하지 않으면서도 정이 떨어질 정도로 냉정하게 자신을 방해하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은, 영화의 후반부로 달려 갈수록 광적으로 서로에 대한 사랑을 갈구한다. 필사적으로 정사를 벌이고, 결혼을 하고자 하는 주민들의 기이한 태도는, 종말을 앞두고 종족 번식을 위해 다급하게 관계를 가지는 세기말적 경향을 아이러니하게 보여준다. 이렇게 끊임없이 분열과 갈등을 자초하고 앞을 향해 달려가는 인물들의 모습 때문에 영화의 희망적인 결말은 제대로 빛을 발하지 못한다. 마을 여자들의 잇따른 임신과 결혼, 그리고 출산의 과정을 통해 태어난 아이들은 장성해 군대에 입대를 신청한 남성들의 빈자리를 채운다. 전쟁으로부터 국가를 보호하기 위해 국민을 방패로 쓰는 군대와, 군대 지원을 통해 가난한 삶을 끝낼 수 있다고 믿는 주민들의 악순환은 결국 끊기지 못하는 셈이다. 영화는 마지막 시퀀스에서 천진난만한 아이의 눈을 비추며 또 다른 생명의 숭고한 가치를 보여주지만, 그것 또한 마을 사람들에게는 평생 끊을 수 없는 운명의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

(전주국제영화제의 온감 데일리에 송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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