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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 그래도, 카메라는 돈다

필진 리뷰 2008. 7. 16. 10:53 Posted by woodyh98
김시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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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는 저예산의 비교적 단순한 영화다. 그래서 [REC]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글들은 대체로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 보인다. 1인칭 카메라의 압박이 어떠니, 페이크 다큐멘터리가 어떠니, UCC 시대의 영화가 어떠니 등등. 물론 이러한 설명들은 모두 옳다. 그러나 나까지 나서서 구태의연하게 그런 말들을 한 번 더 반복할 마음은 없다. 하지만 그냥 넘어가는 것은 섭섭할테니 한 가지만 말해두기로 하자. 올여름 개봉작 중에 절대 놓치지 말아야할 호러영화가 있다면, [REC]는 그 중의 한 편이 되어야 마땅할 것이라는. [REC]는 정말 괜찮은 영화다. 전작들에서 보여주었던 어둠을 다루는 솜씨는 이 영화에서도 충분히 발휘되고 있으며, 긴장감을 뽑아내는 솜씨 역시 능숙하게 드러내보인다.

그러나 많은 글들이 놓치고 있는 한 가지가 있다면, 그것은 하우메 발라구에로가 영화 속에 역사를 끌어들이는 방식이다. 그는 역사를 숨기는 행위, 즉 진실을 감추는 행위에 신경질적인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돌이켜보면 그의 영화에서는 항상 과거가 문제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어떤 사건이 발생한다. 그리고 그 사건을 따라가다보면 꼭 숨겨진 - 모르고 있던 것이 아니라, 숨겨진 것이다 - 과거가 나온다. 딸의 실종에 대한 이야기에서 시작하여 나치대학살까지 들먹이게 되었던 [네임리스], 끔찍한 역사가 싫어서 자식을 죽여가며 종말을 꾀하는 사교도집단의 노력을 그린 [다크니스], 학대받았던 기계소녀(?)의 분노를 다룬 [프레절]까지.

[REC]는 경찰에 의해 봉쇄된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 작품이다. 아파트에 갇힌 자들의 인권은 충분히 고려되지 않는다. 결국 그들은 대의명분을 위해 버려진 것이다. 그럼 왜 하필 이 아파트에서 그러한 소동이 일어났을까? 그것은 이 곳에 실험에 사용된, 그러나 실패한 실험의 대상자가 감금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영화 속의 참극은 자신들의 실수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숨겨버린 과거로부터 온 것이다. 이는 전작들과 맞닿아 있다. 또다시 이 곳을 봉쇄하게 된다는 설정은 의미심장하다. 무엇인가를 감추었던 그 곳에서 문제가 새어나오고 있는데도, 그 곳을 또다시 감추려고 한다는 설정은 같은 실수가 현재에도 여전히 행해지고 있다는 의미 아니겠는가. 이런 관점에서 40년전 실패한 의식을 완수하고자 했던 [다크니스] 역시 같은 맥락의 이야기라 할 수 있다.

하우메 발라구에로는 영화를 통해 과거의 쓰라린 경험을 잊지 않기를, 그리고 동일한 실수를 다시 반복하지 않기를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진실은 묻힐 수 없기 때문이다. 카메라는 돌아간다. 사람은 죽어없어질지라도 카메라는 남는다. 사실 그렇지 않은가. 있었던 일이 없었던 일이 될리도 없고, 어떤 사건이 후세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리도 없다. 따라서 매듭을 지어야 한다. 하우메 발라구에로가 말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사실이다.

그럼 도대체 무엇이 발라구에로가 비슷한 이야기들을 반복하게끔 만들었는가. 그것에 대한 답은 진부할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그가 스페인 사람이며, 스페인 내전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스페인내전의 사후처리 방식이 어떠했는가. 타협(대의명분)에 의한 과거와의 단절 - 다시 말하면, 미해결된 역사 - 이 아니었던가. 그의 영화들에서 주로 고통받는 것은 아이들이다. 이 역시 당연하다. 끔찍한 시대에 가장 고통 받는 것은 가장 유약한 존재일테니까.

솔직히 나는 발라구에로가 1인칭 카메라시점의, 유사다큐멘터리 형식의, 좀비물을 찍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다소 의아했다. 과연 그가 좀비물의 장르 안에서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인지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 - 특히 후반부 - 를 보고 웃을 수 밖에 없었다. 노골적으로 무언가를 이야기했던 초보감독의 치기는 사라졌을지라도, 그는 뚝심있게 같은 이야기들을 반복하고 있는 듯 보였기 때문이다. 이 쯤 되면 그를 한 명의 작가로 인정해줘도 괜찮을 듯 하다. 나는 언젠가 발라구에로가 스페인 내전을 다룬 대표적 감독 중 한 명으로 거론되어야 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그의 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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