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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1.17 [가면] 혐오스러운, 지독히 혐오스러운



양윤호 감독의 신작 [가면]을 보고 난 후의 느낌은 충격에 가까웠다. 영화가 잘 만들어져서 혹은 그렇지 못해서 충격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아니면 이 영화가 갖고 있는 반전이라든지 혹은 동성애에 대한 묘사의 수위 때문도 아니다. 사실 정확히 말하자면 충격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분노 혹은 혐오라는 감정에 가깝다.

사실 양윤호 감독의 전작들을 비추어 볼 때 그는 전형적인 상업 영화 감독이며 간혹 영화 속에서 다소 사회적으로 민감한 소재들(예를 들어 [홀리데이]때 지강원 탈옥사건이나 [가면]에서 동성애 혹은 군대내 폭행 문제)을 다룬다고 해서 그가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서 진지한 시선을 견지하고 있다고 보기도 어려운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므로 그의 전작 [홀리데이]는 사회적인 이슈가 되었던 사건을 끌어내어 선악 구도의 단순한 이분법으로 처리한 그의 연출력은 딱 중급의 상업 영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어떤 면에서 보면 깊은 사회적 함의를 끌어낼 수도 있는 사건을 그렇게 단순하게 처리한 것을 봐도 그의 연출력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근래 가장 드라마틱한 삶을 살았던 극진 가라데 최영의 총재를 다룬 [바람의 파이터] 역시 그 정도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가면]이 스릴러 장르의 영화이며 동시에 동성애와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지만 실제로 영화 속에서 볼 수 있는 건 엉성한 구조와 뜬금 없는 반전, 그리고 남발되는 스텝프린팅등 결국 겉모습만 요란한 그렇고 그런 많고 많은 스릴러 영화 중에 하나로 볼 수도 있다.(이 글에서 영화의 구조에 대해 논할 생각은 없다.) 그럼에도 이 영화에 혐오(혹은 분노)의 감정을 갖게 되는 이유는 이 영화가 지독한 호모포비아 homophobia 의 영화 혹은 일부러 그런 제스처를 취한 영화라는데서 기인한다. 감독 스스로 보수적으로 접근한데에 아쉬움을 인터뷰에서 드러내기도 했지만 정작 보수적인 것을 넘어 어떤 장면에서는 심지어 파쇼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런 감독의 시선을 잘 투영한 캐릭터가 바로 동성애자만 보면 변태 새끼들이라고 몰아 붙이는 주인공의 동료 형사로 분한 박원상이 연기한 캐릭터라 보여진다.


 


박원상이 연기한 김형사가 용의자들을 심문 할 때 혹은 그가 그토록 혐오해 마지않는 동성애자들을 만날 때 보여주는 폭력의 모습은 실상 영화안에서 필요하지 않은 장면이라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이런 장면들은 결국 감독의 의도대로 극의 흐름하고는 아무 상관없이 삽입되었다는 의미인 것이다. 즉 김형사는 양윤호 감독 자신이 호모포비아라고 스스로 선언하고 있는 장면들인 셈. 이런 면에서 동성애자를 보면 폭발하여 무턱대고 폭력을 휘두르는 김형사 캐릭터는 곧 감독의 영화 속 모습이며 이 캐릭터를 정성스럽게 연기한 박원상은 실감나는 연기로 인해 오히려 그의 영화 인생에 가장 큰 오점으로 분명히 남을 것이다. (감독이 실력 있는 연기자를 망칠 수도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는 케이스라고 볼 수 있겠다.) 여기에 더해져 [가면]에서 묘사되는 동성애자들은 하나같이 누가 봐도 구역질날만한 인물들뿐이다. 그들은 동성애자이며 관객들에게 분노를 또는 혐오를 불러 일으켜야만 하는 악인들이며 동시에 이 사건의 비밀을 쥐고 있는 이윤서를 억압하고 있는 또 하나의 호모포비아들이다. 심지어 주인공인 경운 조차 자신의 동성애적 기질을 숨기고 또는 그것을 부정하는 또 하나의 호모포비아인셈이다. 그러므로 [가면]의 등장하는 주요 캐릭터들은 하나같이 이런 성격을 갖고 있고 이는 감독의 성향을 다분히 반영한 결과물이라고 느껴진다. 여기에 결말 부분에서 자신의 감정이 결국 사랑이란 것을 깨닫게 되는 주인공의 모습은 감독이 이러한 저열한 시선을 급하게 포장하는데 불과 하다.

감독이 어떠한 성적 취향을 갖고 있는지는 사실 그리 큰 관심사가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거다. 양윤호 감독은 [가면]을 만들면서 자신의 취향을 반영하는데 있어 극단적인 묘사로 일관했다는 점이다. [가면]에 등장하는 동성애자들이 죄다 여성스러운 목소리에 변태적인 행위를 일삼는 모습으로 그려지는 건 바로 감독의 의도적인 왜곡에 가깝고 그가 바라보는 동성애라는 것이 지극히 변태적이고 혹은 존재해서는 안될 정말 악한 것이라고 관객에 느끼기를 강요한다. 적어도 다른 동성애 영화를 한편이라도 봤다면 이런 일차원적인 묘사는 결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감독이 영화속에서 자신의 성적 취향을 어떻게 드러내든 그것은 감독의 고유 권한이다. 하지만 적어도 자신의 성적 취향을 보여주기 위해 캐릭터들을 의도적으로 왜곡하거나 조작해서는 안된다. 그러므로 양윤호 감독이 [가면]에서 보여준 성적 소수자에 대한 시선은 매우 저열하고 파쇼적이다. 이는 지난 디 워 사태때 이송희일 감독의 블로그에 몰려가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설들을 퍼부우며 이송희일 감독의 성적 취향을 공격했던 몇몇 비열한 악플러들을 연상시킨다. 도대체 개인 블로그에 찾아가 그의 성적 취향에 대해 욕설을 퍼분 악플러들과 영화 [가면]이 무엇이 다를 바가 있단 말인가. 종래 이런 편견과 악의로 가득 찬 한국 영화는 없었다. 그러므로 소수자에 대해 지독한 편견과 저열한 시선을 보여준 [가면]은 한국 사회가 보여주고 있는 소수자에 대한 저열한 시선의 반증이며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결코 나오지 말아야 할 영화다.




여기에 드는 의문 한가지. 양윤호 감독은 명색이 영화 감독인데 살아오면서 동성애를 다룬 영화를 한편도 안 봤을 리가 없다. 그리고 영화를 찍기 전에 동성애자들에 대한 인터뷰나 사전 조사를 분명히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이런 악의적인 왜곡에는 단순히 그의 성적 취향의 결과물이라고만 보기에는 미심쩍은 구석이 있다. 즉 그는 자신의 이런 저열한 성적 의식을 굳이 숨기지도 않으면서 동시에 이것이 일종의 눈요기 혹은 논란거리를 만들어 상업적 홍보에 도움이 되기를 바랬던 것은 아닐까. 즉 그가 만들어 왔던 영화들, 극진 가라데 최영의 총재([바람의 파이터])나 지강헌 탈옥 사건([홀리데이])을 다루고 이것이 이슈가 되어 사회적으로 파장이 일게 하거나 이런 소재로 인해 사회적 담론의 생성 하고는 아무 상관없이 그냥 단순히 이야기 거리를 던져주고 입소문을 돌게 만들어 이로 인해 영화의 흥행을 바랬던 전례로 본다면 그가 [가면]에서 자신의 성적인 시선을 -자신이 스스로 동성애자를 왜곡하고 비틀린 시선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안다는 가정 하에- 이용해 상업적 이익을 취하려고 한 것이 아니냐는 말이다. 전례들은 단순히 상업 영화라는 굴레 안에서 충분히 그럴 수도 있다고 수긍할 수 있지만 성적 소수자의 대한 비틀린 시선으로 바라본 [가면]이 만약 전례에 따라 그런 방식으로 만들어졌다면 -정말 아니기를 바라지만, 진심으로 바라지만- [가면]은 더 이상 논쟁할 가치도 없는 영화임엔 분명하다. 앞으로 이런 영화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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