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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4.17 독립장편영화의 촬영감독을 만나다 ③ 윤종호 촬영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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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하


"독립장편영화의 촬영감독들을 만나다"의 두 번째 주인공은 이미 너무도 유명해진 영화, <똥파리>의 윤종호 촬영감독이다. 윤종호 촬영감독은 한겨레 영화연출학교, 한국영화아카데미를 거쳐 김우형 촬영감독(<바람난 가족><그 때 그 사람들><오래된 정원>등 촬영)의 촬영부로 오랜 경력을 쌓았다. <똥파리>는 그의 첫 독립장편영화이다. 첫 영화가 각종 해외 영화제에서 수상을 휩쓸고 독립영화로서는 이례적인 관심과 호응을 받으며 개봉을 앞두고 있는데도, 그의 목소리는 의외로 담담했고 조용했고, 또 신중했다. 인터뷰를 읽어보면 알겠지만, <똥파리>는 단순히 그의 필모그래피 첫 줄을 채워줄 영화가 아니다. 영화를 시작한 이래 내내 가슴에 품어왔던 생각들을 담은 결과물이라서 일까, 그는 나지막한 음색으로 <똥파리>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리고 하나 더. 『씨네21』은 양익준 감독의 로테르담 참관기를 실었고 맥스무비는 배우 김꽃비의 로테르담 참관기를 실었다. 이제는 네오이마주가 <똥파리>의 삼인방 중 한 명인 윤종호 촬영감독의 이야기를 할 때다. <똥파리>는 4월 16일 개봉이다.


강연하 (이하 연): 사실 제가 학교 후배다. 알고 있었나.

윤종호 (이하 윤): 아. 들어서 알고 있다. 반갑다.(웃음)


연: 곧 <똥파리> 개봉을 앞두고 있다. 기분이 어떤가.
윤: 이렇게 일이 커질 줄 모르고 시작했는데,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이렇게 국내개봉도 하게 되서 기분이 좋다. 내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작업한 영화이기 때문에 더 애정이 간다.


연: 간단한 자기소개와 영화를 시작한 계기를 듣고 싶다.
윤: 원래 집이 전라도 광주다. 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군대 갔다 와서 뭘 해야 될 거 같은데 뭘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그러다 나의 집안 이야기, 특히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표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는 과정에서 영화를 선택하고, 무작정 대책 없이 서울로 올라왔다. 내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표현하려면 연출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한겨레영화학교에 들어가서 수강했다. 근데 연출은 아무나 하는게 아니더라.(웃음) 촬영을 해봤는데 굉장히 재밌고 연출보다 더 잘 할 수 있을 거 같았다. 그래서 촬영 쪽 일을 더 열심히 한번 해봐야겠다, 고 생각했다. 한겨레 나오고 나서 바로 충무로 현장으로 들어갔다.


연: 경력이 없는 초보자가 바로 충무로 현장에 들어가기 쉽지 않았을 텐데.
윤: 그 때 최두영(현재 두 엔터테인먼트 대표. 장률 감독의 <망종>등을 제작했다.).... 음 직함이 너무 많아서,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웃음) 여튼 그 분한테 촬영 쪽 일을 하고 싶다고 말씀 드렸고, 그분이 소개시켜준 촬영팀에 들어갈 수 있었다.


연: 특별히 좋아하는 영화감독,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윤: 허우 샤오시엔을 좋아한다. 그의 영화들도 다 좋아하고. 아, <빌리 엘리어트>도 좋아한다.


연: <빌리 엘리어트>는 이 전에 인터뷰한 유일승 촬영감독도 좋아하는 영화로 꼽은 영화다.(웃음)
윤: 신기하다.(웃음) 사람은 다 욕망이 있나보다. 어려운 환경에서 열심히 노력해서 최고의 정점에 올라가는 과정에 대한 꿈이랄까, 그런 것들에 대한...


연: 허우 샤오시엔은 나도 현존하는 감독 중 가장 좋아하고 존경하는 감독 중 한 명이다. 촬영한 영화 한 편만을 보고 단정 지을 순 없지만, 어쨌든 <똥파리>는 대부분 거친 핸드헬드 촬영에 컷도 많다. 촬영감독 인터뷰를 하면서 느끼는 건데, 촬영감독은 아무래도 연출자와 영화에 맞추어 촬영을 하다 보니, 실제 좋아한다고 말하는 영화와 직접 촬영한 영화 몇 편들 사이에서 거리감이 생기게 된다.
윤: 맞다. 둘 사이에 연결 고리를 찾기가 쉽지는 않다. 허우 샤오시엔은 역사적인 것과 가족적인 것을 결합시켜 영화를 만든다. 그래서 좋아한다. 그리고 카메라가 흔들리거나 혹은 정적이거나 하는 것과 영화의 시선은 꼭 함께 가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내가 찍은 영화와 허우 샤오시엔의 영화는 겉모양은 많이 다르지만, 인간에 대한 시선에 대해선 통하는 게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한다.


연: 그렇다면 촬영감독으로서 허우 샤오시엔의 영화들 촬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윤: 허우 샤오시엔의 초창기 영화는 미장센이 강하다. 그러다 <밀레니엄 맘보> 때부터 카메라가 타이트하게 들어가면서 좀 분위기가 달라진다. 나는 그의 영화들을 보면 촬영이 참 유연하다는 느낌이 든다. 늘 인물의 행동이나 한 프레임 안에서 움직이는 많은 것들이 그 안에 가두어져 있지 않고 자유로워 보인다.


연: 어떤 이야기인지 알 것 같다. 좋아하는 촬영감독은 누구인가.
윤: 이와이 슈운지의 작품 대부분을 촬영한 시노다 노보루 촬영감독을 정말 좋아한다. (연: 아. <릴리슈슈의 모든 것> 촬영은 정말 슬프고 좋다.) <하나와 앨리스>가 이와이 슈운지와 함께한 마지막 작품일 텐데, 지금은 돌아가셨다. 그리고, <28일 후> 찍었던 안소니 도드 맨틀도 너무 좋다. 그 분은 너무 뛰어난 테크니션 같다. 영상 자체가 활력 넘친다. <28일 후> 보면서 그런 점에 정말 놀랐다.


연: 아까 말했듯 물론 영화에 따라 달라지는 거겠지만, 특별히 좀 더 선호하는 촬영스타일이나 기법이 있나.
윤: 음.. 기법 같은 것 보다... 나는 연출자랑 영화에 대한 얘기 하는 것도 좋지만 그 사람에 대해 알아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람과 사람 알아가는 과정이 작업과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을 좋아한다. 촬영컨셉을 잡고 라이팅을 어떻게 하고 그런 건 특별히 큰 원칙 없다.



연: 영화아카데미 시절이나 졸업한 직후 몇 편의 단편영화를 촬영한 걸로 알고 있다. 특별히 아끼는 영화에 대한 짧은 소개를 부탁한다.
윤: 음.. 아카데미 졸업작품 중 한 편인데, 제목은 <간의 무게>다. 가족 내에서 큰아들이 갖는 부담감을 그린 영화다. 큰아들이 간을 아버지에게 이식해주는 이야기인데, 그 시선이 아주 담담하다.


연: 이제 <똥파리>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양익준 감독과는 원래 아는 사이인가.
윤: 아카데미 때 동기 작품에 양익준 감독이 배우를 했었다. 그 때 우리가 19기였는데, 양익준을 19기 객원이라고 부를 만큼 친했다.(웃음)


연: 처음에 <똥파리> 시나리오를 읽고 어떻게 생각했나.
윤: 사실 시나리오를 읽지도 않고 받자마자 하겠다고 말했었다. 그러고 나서 집에 와서 시나리오를 읽었는데... 참 길구나....(웃음) 한 씬 자체도 길고, 전체적으로 일반 장편 시나리오보다 훨씬 길었다, 근데, 머리로 쓰여진 개념의 시나리오가 아니었다. 정말 마음으로 쓴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시나리오를 많이 읽어보진 않았지만, 정말 내가 읽어본 것 중 손에 꼽을 만한 시나리오였다. 그렇게 영화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시작했다.


연: 사전 콘티 작업이 백 프로 이뤄진 상태에서 촬영을 시작한건가.
윤: 아니다. 콘티는 3주전부터 시작했는데, 집에서도 하고 공원 벤치에서도 하고 사무실에서도 하고... 20씬 정도까지는 핸드헬드가 아니라 꽤 자세히 포지션을 정하고 상황에 맞춰 쇼트들을 짰다. 하지만 그건 정말.. 그냥 '짠 거' 뿐이다. (웃음)


연: 그럼 현장에 가서 다 정한건가. 완성본은 대부분 핸드헬드다. 즉흥적인 느낌이 많이 들고.
윤: 콘티 짜는 작업은 정말 말 그대로 친분 다지기의 일환이었다. (웃음) 그러면서 영화에 대한 것을 한번 더 고민했고. 하지만 그게 직접 영상에 옮겨질 거라고는 생각 안했다. 여러 가지 다급한 상황이 많이 만들어졌고, 그러면서 연기나 영화가 진행되는 걸 보다보니 핸드헬드는 저절로 선택되어졌다. 누가 먼저 말하지 않았지만, 이게 우리 영화에 어울릴 거라고 같이 생각했던 것 같다. 자연스럽게. 그리고 감독이 배우다보니, 감독이 따로 배우한테 "이건 이런 감정이다" 설명하며 리허설 하는게 아니라 리허설이 곧 촬영이나 다름없었다.




 연: 음... 근데 상영본 포맷이 35mm던데, 그런 (즉흥적인) 작업이 쉽게 가능했나.
윤: 아, 촬영은 디지털로 했다. 파나소닉의 hvx200으로 찍었고, 후반작업에서 부산영화제 후반 제작지원을 받으면서 35mm로 blow up 했다.


연: 아- 몰랐다. 그럼 애초에 필름으로 완성본을 낼 계획은 없었던 건가.
윤: 서로 간에 암묵적으로 이걸 35mm로 하면 좋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계획은 없었다. 사실 blow up을 하려면 촬영 때 좀 더 신경 써서 조정했어야 할 부분들이 많은데, 그런 것들을 못하고 넘어가서 아쉽다.


연: 감독이 주연배우 연기를 같이 겸하는 것이 평범한 경우는 아니다. 특별히 현장에서 느낀 다른 점이 있었을 것 같다.
윤: 일반적인 촬영현장의 순서와 일들 있잖나, 감독이 배우한테 지시하고, 나하고 얘기하고, 한 컷 찍고 배우랑 같이 모니터 보고... 이런 과정들이 좀 달랐다. 카메라 앞에 서서 감정 잡힐 때 자기가 "액션~!" 하고, 막 연기하다가, 편집점 생각해서 연기 끝나고 몇 초 있다 자기가 직접 "컷~!" 소리 치고. (웃음) 그리고 배우에 대한 연기연출 같은 방법들이, 본인이 배우다보니까 상당히 다른 배우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묘한 힘이 있더라.


연: 일반적으로 배우와 감독이 둘이 커뮤니케이션할 시간은 많지만, 촬영감독과 배우가 둘이 이야기할 시간은 많지 않다. 근데 이번엔 배우와 일대일로 영화와 씬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배우와 촬영감독으로서 구체적으로 어떤 얘기를 했는지 궁금하다. 연기에 대한 이야기도 많았을 것 같고.
윤: 감정에 대한 이야기들 같은 건 프리 프로덕션 작업 때나 촬영 전날 많이 이야기했다. 하지만 둘 다 이런 씬에선 연기를 이렇게 할 거고, 어떻게 해야 하고, 이런 것들을 구체적으로 일일이 정해놓고 가는 스타일이 아니라, 정해 진 건 없었다. 감독 본인이 워낙 자신과 밀착된 이야기를 스스로의 몸으로 표현하는 거라 굳이 나한테 의논하지 않고 가는 부분에 대해서도 신뢰감이 있었다.



연: 특별히 자의적이지 않고 드라마와 인물에 충실히 따라가는 촬영이다. 대화 씬 같은 경우도 full shot- o.s- o.s 의 콘티뉴이티로 주로 이루어져 있고.
윤: 촬영을 하면서 그렇게 가는 것이 이 영화에 맞다고 직감적으로 생각했다. 다만, 내가 생각하는 클로즈업은 이거다, 하고 앵글을 잡아놓으면, 양익준 감독이 생각하는 클로즈업은 더 타이트하게 들어가는 거였다. 그만큼 감독은 카메라가 인물에 집중하길 원했다.


연: 인상 깊게 보았던 몇 장면들에 대해 질문하고 싶다. 학생시위현장에 상훈과 그의 패거리가 들이닥치는 장면은 이들의 구체적인 직업이 드러나는 장면이다. 굉장히 현장성 강한 느낌으로 액션장면들을 찍었다.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말 그대로 날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 때 촬영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하다.
윤: 촬영 전 날 정두홍 무술감독님 밑에 있는 무술감독님이 오셨다. 사실 그 분도 영화가 정확히 어떤 내용인지 모르고, 아무 정보 없이 오신 거였다. 기본적인 큰 동선을 감독과 내가 짠 후, 그것들을 설명해 드리는 과정에서 구체적인 액션의 동선에 대해 그분이 제안을 많이 해주셨다. 천막을 어떻게 엎을 건지, 책상을 어떻게 엎으면서 이 쇼트를 시작해야 더 박진감 들고... 하는 것들 말이다. 촬영은 카메라 두 대로 진행했다. 주로 한 대는 미디엄 숏을 잡고, 한 대는 타이트한 클로즈 숏을 잡고 찍었다. 백 퍼센트 합을 완벽히 짜고 찍은 건 거의 없는 것 같다. 액션을 하고 있으면 카메라가 알아서 찍는 식이었다.


연: 많은 컷들을 빠르게 편집했더라. 촬영분을 거의 다 쓴건가.
윤: 거의 다 썼다.


연: 구로, 가리봉 등의 동네 이름이 직접적으로 등장해서 공간의 특성을 살리고 있다. 그리고 연희네 집, 오래된 골목길 여러 군데 등이 영화의 주요 공간으로 나오는데, 그 로케이션 장소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윤: 연희네 집은 양익준 감독이 사는 집이다.(웃음) 애초부터 그 방을 생각했다. 대부분의 촬영지는 난곡에서 찍었다. 스탭들 방도 영화에 많이 나온다.(웃음) 상계동, 중계동, 세종대 근처 등등을 돌며 장소를 골라서 감독과 같이 가서 보고 생각했다. 연희와 상훈이 주로 만나서 대화하는 골목 아현동 달동네다. 거기는 양익준 감독이 어릴 때 살았던 곳이라더라.


연: 처음으로 상훈의 아버지가 등장하는 장면에 대해 질문하고 싶다. 상훈이 아버지를 구타하는 내용인데, 때릴 때 문이 닫혀진 채 욕과 때리고 맞는 소리로만 영화가 진행되다가, 컷이 바뀌고 문의 반투명 창으로 클로즈업된다. 문은 끝까지 열리지 않는다.
윤: 그렇게 드러내지 않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문틈으로라도 보이는 게 좋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문으로 타이트하게 들어갔을 때 그 폭력의 움직임이 아른아른거리게 나타났으면 했다. 그 장면은... 아직도 뭐라 말하기가 어렵다.


연: 문을 닫는 건 차단시키는 건데, 이건 관객에게 이 장면은 보여주지 않겠다, 고 결정한 거다. 쉽지 않은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만약 뒷부분에서도 상훈이 아버지에게 폭력을 가하는 장면을 가렸다면 이 영화에 대해 의심을 품었을 것 같다. 보여주기 힘든, 금기시 된 것을 끝까지 가리는 거니까. 하지만 뒷부분에 소름끼칠 정도로 적나라하게 나오더라. 나는 첫 번째 폭력에서는 관객으로서의 내가 그렇듯, 차마 다가가지 못하는, 다가갈 수 없는 느낌을 받았다.
윤: 음.. 비슷하다. 그 장면은 둘 관계를 처음으로 보여주는 거다. 어쩔 수 없는 필연적인 '막'이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막'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결국엔 영화 자체가 두 번씩 세 번씩 상훈이 아버지를 만나면서 그 막을 거두어들이는 의미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연: 상훈의 연기는 늘 재밌는 리액션들을 동반하더라. 습관적인 욕뿐만 아니라, 대사가 끝나면 빤히 상대 얼굴을 쳐다보다 뺨을 때리거나 머리를 쥐어박거나 하는 행동을 반복적으로 한다. 촬영도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늘 잘 잡던데, 애초에 감독과 이야기했던 부분인가.
윤: 정해놓은 건 아니고, 촬영을 하면서 그런 리액션들이 상훈을 보여주는 하나의 좋은 디테일로 자리 잡아 갔다. 나는 정해져 있는 것이 많이 없는 상황에서 상훈이 감정에 의해 어떻게 움직이든 그것을 잘 잡아내야 했다. 리액션들이 잘 보였다면 다행이다.(웃음)


연: 재치 있는 three shot들이 눈에 띈다. 만화책 가득한 방에서 상훈과 그 똘마니 고등학생(웃음)이 방주인 남자를 마구 팬 후 함께 짜장면 시켜놓고 먹는 장면과, 후에 다른 집에서 똘마니 고등학생이 마당 가운데 앉아있고 꼬마애들이 양옆에 붙어 앉아있는 장면들. 이 때 보이스오버로 상훈이 꼬마애들의 아버지를 때리는 소리들이 들려온다. 폭력적이고 어두운 내용의 씬이지만 그렇게 three shot이 등장할 때만큼은 아이러니하게 웃긴 느낌을 준다.
윤: 아이들이 똘마니 옆에 붙어 있는 장면에서는, 방 안에서는 완전히 난리가 나고 있는 상황이잖는가. 그 와중에서도 아이들에게 좀 편안한 장면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짜장면 먹을 때도, 그 폭력이 다 끝나고 난 다음 서로 때리고 맞고 했던 사람들끼리 같이 짜장면 시켜 먹는 게 참 아이러니하면서도 편안해 보인다고 생각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영화하고는 좀 동떨어진 정서인데, 그런 사소해 보이는 장면에서 편안함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연: 인사동 쌈지길 시퀀스와 시장 시퀀스가 인상적이었다. 촬영 중이라는 걸 크게 알리지 않고 다 펼쳐놓고 찍은 느낌이다. 리얼리스틱한 거리 풍경과 정서들이 잘 살아서 보기 좋았다. 또 두 장면 다 동시녹음이나 현장 앰비언스 없이 음악만 잔잔히 깔리더라.
윤: 배우들이랑 나랑 소수로 움직이며 찍었다. 배우들은 감정대로 놀고, 촬영자인 나는 그걸 알아서 찍고, 하는 식으로 진행했었다. 촬영 시작, 액션 구호 이런 거 없이 알아서 연기하고 알아서 다 캐치해서 찍고.(웃음) 아, 그리고 실제로도 동시녹음 없었다. 양익준 감독이 거기서는 음악을 조용히 깔고 싶다고 하더라. 인물들에게 가장 행복한 순간들이기 때문에 좀 도드라지게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연: 촬영했지만 편집본에서 빠진 장면 중 기억에 남거나 아쉬운 장면이 있나.
윤: 상훈이 처음으로 아버지를 구타하고 난 후 아침에 눈을 뜨기 전 꿈 장면이 있었다. 누군가에게 쫓기듯 정신없이 막다른 복도를 상훈과 카메라가 함께 뛴다. 문을 열려고 해도 여러 개의 문이 열리지 않는다. 그러다 한 곳의 문이 열리고 상훈이 그 곳으로 들어가는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손에 칼이 쥐어져 있고, 그걸로 누구를 찌른다. 알고 보니 어렸을 때 죽은 여동생이었다. 그리고 기억나는 또 하나가 있다. 상훈과 연희가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신후의 상황인데, 둘이 걷다가 연희가 힘없이 쓰러진다. 그 기회를 이용해서 연희가 상훈에게 살짝꿍 감정을 표현한다.(웃음) 앞에 보이는 모텔에 가자고 조르고, 상훈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연희를 업고 택시에 타는 장면이었다.


연: 듣고 보니 굉장히 중요한 장면들 같다. 두번째 말한 장면이 개인적으로 아쉽다.(웃음)  음.. <똥파리>가 다가가기 쉬운 영화는 아니다. 센 설정이나 거칠게 표현하는 방식 등이 그렇다. 그리고 뭔가 희망과 구원의 조짐이 보이다 결국엔 끊을 수 없이 순환되는 폭력의 면모를 보여주며 끝난다. 촬영감독으로서 영화를 어떻게, 얼마나 이해하고 작업을 했는지 듣고 싶다.
윤: 사실 콘티작업을 하면서 가장 많이 얘기했던 건 사람 얘기다. 우리는 그 때 서로 양익준 감독이 살아온 얘기, 내가 살아온 얘기들을 나눴다. 그 중 가족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내 가족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양익준 감독이 알고, 양익준 감독과 그의 가족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내가 알고. 그렇게 서로의 사적인 역사들을 공유하며 영화에 쉽게 다가갈 수 있었다.


연: 기억나는 촬영 당시의 에피소드가 있다면.
윤: 음... 한강장면이 떠오른다. 야간 촬영에 크레인도 오고 탑차도 오고.. 전체예산 따졌을 때 정말 어마어마하게 큰 부분을 차지하는 장면이었다. 근데 찍다 다 못 찍고 비가 와서 어쩔 수 없이 접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감독과 둘이 엄청 속상했지만 할 수 없다, 다음 날 찍자, 하고 담담하게 접고 돌아갔다.


연: 영화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 궁금하다.
윤: 연희 동생 영재가 상훈 따라다니면서 돈 받으러 다닐 때, 멍한 영재의 얼굴을 보여주는 장면들이 좋다. 개인적으로, 영재에 대한 부분이 영화에서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영재가 상훈에게 행하는 엔딩하고도 맞물려서.


연: 아까 말했던 것처럼 사적인 기억을 투영 시켜 촬영한 것이니만큼, 돌이켜 봤을 때 이 작품이 가지는 의미가 남다를 것 같다.
윤: 내가 하고 싶었던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어떤 식으로든 간에 경험을 하면서 풀게 되었다. 그러면서 내 개인적인 부분들도 더 치열하게 고민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의 진심이 관객들에게도 잘 전달된다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연: 이제 연출자와 촬영자 간의 이야기를 해보자. 여러 명의 연출자를 많이 만났을 텐데, 이상적인 연출자와 촬영자간의 관계란 어떤 걸까.
윤: 영화적인 얘기는 사실 간간이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저 사람에 대한 성향, 뭘 좋아하는구나, 어떤 사람이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된다면 연출자가 쓴 영화에 대한 이해의 폭이 훨씬 넓어진다고 생각한다.


연: 현장에선 카메라 앵글의 각도 같은, 사소할 수도 있는 일로 감독과 촬영감독이 다툴 수 있는데, 양익준 감독과 현장에서 다툰 적은 없는지, 있다면 어떤 문제였는지 궁금하다.
윤: 음.. 연희랑 상훈이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 작은 다툼이 있었다. 조명팀과 나와의 문제와, 나와 감독과의 문제 사이에서 일이 좀 엉켰다. 카메라가 180도 선을 넘어갔을 때 조명이 이렇게 바뀌어야 된다고 내가 이야기하면 감독은 아 그런 건 별 상관없다, 고 말하는 입장이었다.


연: 확실히 감독과 촬영감독은 그런 부분에서 좀 충돌이 있을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친한 사이더라도 현장에서 그런 신경전은 당연히 생기게 되는데, 그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윤: 적당한 긴장감은 오히려 영화에 더 도움을 주는 것 같다. 친해진다는 건 정말 친구로서 친해지는 거다. 하지만 현장은 일하는 곳이고, 연출자와 나와는 친구인 동시에 함께 일하는 파트너니까, 적절한 긴장감 유지해 가면서 일하는 게 좋다. 사실 나는 말이 별로 없어서 잘 싸우는 편이 아니다. (웃음)


연: 둘이 생각이 정말 다른데, 감독이 나는 이건 꼭 이렇게 찍어야겠다 한다면, 이해가 될 때까지 토론하는 스타일인가, 일단 믿고 따라가는 스타일인가.
윤: 나는 두 번째 스타일이다. 촬영자는 어느 정도 내 생각과 다르더라도 연출자의 생각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말 끝까지 이해가 안된다면, 그냥 믿고 간다. 믿음이 중요하다.


연: 양익준 감독과 생각이 달랐는데 그 주장을 끝까지 밀고 간 경우도 있나.
윤: 오락실 장면에서 그랬다. 그 날도 아주 작은 의견 차이였다. 풀 샷을 찍었을 때 사람이 이쪽에 있었는데, 뒤집어 찍었을 땐 좀 달라져 있었다. 감독은 이렇게 찍어도 상관없다 했지만 그 때는 내가 우겨서 원래대로 만들어놓고 찍었다.(웃음)


연: 좋은 화면을 촬영자로서 구현하려면 예산을 들여 촬영장비와 조명을 좀 더 동원해야 하는 경우가 많이 생길텐데.
윤: 그렇긴 한데, 나는 좀 더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적절한 공간에 대한 확보를 좀 더 신경 써서 잘한다면 그런 거 없이도 욕심을 부릴 수 있다.


연: 그런 문제와 연결해서, 독립영화현장에서 특별히 요구되는 촬영감독의 역할은 어떤 걸까.
윤: 상황에 맞는 빠른 판단력이 필요하다. 감독은 자기 이야기, 자기 영화의 어떤 장면이라도 다 찍고 싶어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판단하기 힘들다. 또 그게 연출자로서 당연한 거고. 이럴 때 촬영자가 판단력을 가지고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불가능한지 빨리 생각해서 감독과 상의해야 한다.


연: 그 동안 쌓아온 상업영화 경력이 많다. 첫 독립장편영화 촬영과 비교해보면 어떤가.
윤: 모든 일이 다 그렇듯 장단점이 있다. 책임감이야 둘 다 가지고 있는 거고. 상업영화는 맘 편하게 일할 순 있지만 여러 외부적인 요건이 많이 침범해 온다. 독립영화는 자유롭고 재미있지만, 욕심과 능력보다 늘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고 모자라서 아쉽다.


연: 앞으로도 또 독립장편영화를 촬영할 생각인가.
윤: 이제 개인 작업을 중점적으로 하려고 한다. 그래서 일하던 촬영부에서도 나왔고. 좋은 영화를 만난다면 장편이든 단편이든 가리지 않고 하고 싶다.


연: 로테르담영화제 참관기를 양익준 감독도 쓰고 김꽃비 씨도 썼더라.(웃음) 촬영감독의 첫 해외영화제 소감과 짧은 참관기를 들어보자.
윤: 나는 일단 네덜란드라는 나라에 대한 동경이 컸다. (웃음) 로테르담영화제에 대한 기대도 컸고. 너무 흥분을 했었다. GV시간에도 같이 나갔었는데, 그 사람들은 정말 반응이 솔직한 것 같다. 다른 영화를 보러가서도 느꼈는데, 영화 보던 중간 중간에도 바로바로 들썩이며 표현하더라. 거리에서 만나면 막 우리 영화에 나오는 욕을 서로 하면서 우리한테 먼저 인사하고.(웃음)


연: 재미있었겠다. GV시간에 촬영감독한테는 어떤 질문이 오던가.
윤: 핸드헬드, 망원렌즈를 사용한 것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감독에게는, 한국에선 정말 저렇게 많이 때리고 욕을 많이 하냐는 질문도 나왔었다.


연: 만약 자신한테 그런 질문이 왔다면 뭐라고 대답했을 것 같나.(웃음)
윤: 음... "그건 영화적으로 하나의 표현수단일 뿐이다. 그런 사람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말꼬리를 흐리며) 지금은 그렇진 않다...?" (웃음)



연: 앞으로 특별히 촬영하고 싶은 영화에 대해 듣고 싶다.
윤: 정말 기술적인 영화를 해보고 싶다. 기술적이라는 건, 장르적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다. 그런 걸 아직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에 꼭 해보고 싶다.

연: 듣다보니 갑자기 궁금해졌는데, 한국영화 중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윤: 음, <8월의 크리스마스> (웃음)


연: 앞으로 아무리 힘들어도 오직 영화만을 할 거라고 생각하나.
윤: 사실 요새 많이 고민 중이다. (웃음) 나는 영화보다도, 내가 앞으로 어떻게 '잘'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 영화야, 내가 잘 살아가면 자연스럽게 좋은 작품 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최근 몇 년 동안 가장 필요한 이런 고민을 잘 안 한거 같다. 지금은 나라는 인간이 어떻게 잘 살아가야 할 것인가를 집요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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