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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중이와 쇠고기

필진 리뷰 2008.07.01 13:34 Posted by woodyh98

강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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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중: 공공의 적 1-1>에 대한 단상


“형이 돈이 없다고 해서 패고, 말 안 듣는다고 해서 패고, 어떤 새끼는 얼굴이 기분이 나뻐 그래서 패고, 그렇게 형한테 맞은 애들이 4열 종대 앉아번호로 연병장 두 바퀴다. 오늘 형이 피곤하거든? 좋은 기회잖냐, 그러니 얼른 죄송하다고 해라.”

참 오래도 간다. 참 질기기도 하다. 강우석의 <공공의 적> 시리즈는 허물을 훌훌 벗어가며 많은 세월을 내달렸다. 처음 나타난 강철중은 4열 종대 운운하며 의자에 묶인 발바리 산수를 쥐어 패기 바빴다. 그런 철중은 시간이 흘러 강력계 검사가 되고, ‘천벌 받아 마땅한 놈’을 빌미로 우렁찬 선전포고를 하던 등장과는 달리 양복 좀 빼입고 동창을 처단하기 위해 폭력과 대화를 반복 사용한다. 걸출한 입담이 온데 간데 없이 사라졌으면 조금 평범한 경찰 이야기로 돌변했을 <공공의 적> 시리즈는 그렇게 ‘인간 강철중’을 키워나가는, 일종의 성장 드라마였다.

설렁탕 국물 마시듯 호쾌하게 욕설을 일삼던 강철중의 얼굴에는 이제 주름이 깊게 잡혔다. 나온 배의 둘레만큼 지난 시간을 돌아보게 하는 딸아이 ‘미미’도 그의 곁을 지킨다. 철중이 오래 전에 소탕해 지금은 전혀 다른 삶을 사는 반가운 캐릭터 산수와 용만(의 꽃무늬 흰 수트)이도 더 이상 철중이 쫓아야 할 상대가 아니다. <공공의 적 1-1>로 다시 스크린에 복귀한 형사 강철중은 세월의 흐름을 탄다. 물론 그동안 수차례 사표에 4표를 거듭해 제출하고, 불같은 성질과 말보다 앞서는 주먹은 여전하다.

<공공의 적 1-1:강철중>은 지금까지 이어져 온 ‘꼴통 불도저 강형사’ 연작의 결정체이다. 다시 말해, <강철중>은 전작들에서 유별나게 독특한 위치를 고수했던 캐릭터들의 집대성이라는 것이다. 강철중은 얼굴 한가득 자글자글한 주름을 안고, 왕년에 머리를 수 백 대씩 때려가며 감방에 집어넣던 범죄자들과 머리를 맞대고 술잔을 기울인다. 자신보다 몇 십 배의 월급으로 고급차를 몰고 다니는 전과자에게 전세금을 어떻게 좀 빌려볼까 하는 생각으로 머리를 가득 채운다. 물론, 뜻대로 말이 나오진 않는다. 우리가 지금까지 보아왔던 강철중은 ‘조금’ 변했다. 그는 세월의 흐름을 타고 있었다.

<강철중>의 캐릭터, 그리고 그와 반대되는 악역을 맡은 ‘코뿔소’ 이원술의 캐릭터는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외면상으로는 절대선과 절대악을 방불케 한다. 하지만 두 사람의 대립은 지난 <공공의 적>에서 보지 못했던 권력과 중점의 이동을 만든다. 그리고 이것은, 자연스레 강철중이라는 캐릭터를 약하게 만든다. 지금까지 강철중이 맡았던 ‘작품들’의 인간성은 대개 부정사실을 은폐하거나 그것을 밝혀내려는 사람들을 죽였고, 또한 원론적인 범죄를 택했다. 하지만 좀 더 서글서글해진 강철중의 세 번째 맞수는 자신의 뿌리를 인정하고 태생을 숨기려 하지 않는, 악하지만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재밌는 것은 이원술을 벌하기 위해 강철중이 복선을 깔아 넣는 과정에서 일어난다. 남의 집에서 무전취식하는 철중의 모습은 지금까지 보아왔던 것이기에 별반 흥미를 유발할 것이 없다. 하지만 그의 가족이 알고 동료가 알았던 강철중의 뒤가 구린 형사생활은, 수사에 착수하는 동시에 간헐적으로 밝혀진다. 상황에 관계없이 밥을 쑤셔 넣으며 입가에 ‘썩소’를 띄는 비굴한 한 형사의 모습이, 자신의 모든 행실을 인정하는 이원술의 얼굴 위에 오버랩 된다.


<공공의 적> 시리즈에는 늘 어김없이 등장하는 음식이 있다. 그것은 전과자, 혹은 범죄자들의 최고 ‘로망’, 설렁탕. 설렁탕에 듬뿍 얹어진 고기와 깍두기는, 강철중도 먹었고 강철중이 노리는 범죄자의 심복들도 먹었으며, 사건과 상관없는 감초들도 몇 그릇씩 해치우셨던 아이템이다. 강철중의 캐릭터와 유난히도 맞아 떨어지는 설렁탕은 이번에도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조금 더 진득하게, 조금 더 푸짐하게 말이다. 하지만 철중은 설렁탕을 후룩거리는 철창 안의 죄수들을 한심한 눈빛으로 쳐다본다. 그는 경찰서에서 설렁탕을 먹는 대신 대궐 같은 고깃집에서 5만원을 넘는 ‘최고급 한우’를 통째로 숯불 위에 구워삶는다.

<공공의 적1-1>에서 강철중이 먹어 치우는 소고기의 양은, <공공의 적> 1편과 2편을 통틀어 최고인 셈이다. 그는 직접 저울까지 준비해 무게를 재가며 고기를 우적우적 씹는다. 그다지 질겨 보이지 않는, 그렇다고 다른 고기들과 다를 것도 없어 보이는 철중의 ‘한우’그릇. 까맣게 탄내가 올라오는 철판 사이로, 철중은 고기를 굽고 또 굽는다. 꽉꽉 눌러가며, 그 많은 양을 입 속에 털어 넣는다. 그것도 모자라 철중은 지속적으로 고깃집에 들린다. 그가 시키는 고기는 언제나 처럼 한우다. 물론, 이원술의 꼬리를 잡아내기 위한 과정이기도 하다. 그러나 어쨌든 간에 강철중은 고기에 고기를 더해 배를 채운다. 겉과 속이 바짝 익어가는 소고기의 연기 속에 그는 조용하게 중얼거린다. 철중이 내뱉는 단어를 확실하게 포착할 수는 없지만, 아마 그 시끄러운 소음 속에 적어도 이 단어 하나만은 온전하게 귀를 덮으리라. ‘광우병’.

<공공의 적> 시리즈와 설경구라는 배우의 이름은 이제 그만 열거되었으면 좋겠다. 사실, 이것은 <공공의 적> 두 번째 이야기가 시작될 때부터 생각했던 것이다. 장진과 강우석은 이원술이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통해 기존의 강철중을 어느 정도 깎아내리며 오락적으로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어냈다. 장진의 페르소나가 이원술로 대변되는 것은, 정말 반가운 일이다. <공공의 적 1-1>은 지금까지 줄곧 보아왔던 강철중 시리즈 중에 가장 유쾌하고 아이러니한 경찰청 이야기인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나는 이원술과 강철중, 그리고 기타 감초 역할을 맡은 캐릭터들의 이야기보다 철중이 먹는 쇠고기의 행적에 치중해 영화를 바라보고 싶다. 정확하게 무게를 재고도 못미더운 표정으로 소고기를 털어 넣는 철중의 모습에서 ‘대리만족’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것은 과연 반가운 일일까. 앞으로 10년, 20년 뒤에, ‘어느 날 갑자기’ 소고기가 미치도록 당긴다면 2008년 6월 개봉작 <공공의 적1-1: 강철중>을 찾아 돌려보면 답이 나올 지도 모르겠다. 물론, 각자의 사연, 각개전투식 결말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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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trephonwook.tistory.com BlogIcon 평범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제가 '페르소나'라는 단어를 잘 모르겠어요. 인터넷을 둘러봐도 잘 이해가 안가고.. 혹시 쉽게 설명되어 있는 책이나 글 아시면 추천 좀...;;;

    2008.07.01 16:00 신고

백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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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의 구원투수를 자임한 충무로의 승부사 강우석 감독이 <강철중: 공공의 적 1-1>을 들고 다시 강호로 나왔다. 지난 2006년 <한반도>로 비평적 실패를 맛본 후 와신상담해온, "한국영화 침체와 거품의 책임이 시네마서비스에 있다"며 자신이 세운 회사에 칼끝을 겨냥했을 정도로 비장한 출사표를 던진 그였다. 그로부터 1주일, 실로 오랜 만에 한국영화가 박스오피스를 점유했다는 뉴스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영화는 재미있어야 한다"는 평소의 신념이 있었음에도 흥행과 작품성을 동일시해온 일부영화인들의 아전인수식 논리에 반감을 가졌던 터라, 또 관객 수로 영화를 평가하려는 언론의 태도를 못마땅하게 여겨온 터라 나까지 나서서 호들갑 떨 이유는 없겠으나 소위 '봐 줘야 할' 영화목록에 <강철중>이 있었음은 인정해야겠다. 요컨대 <강철중>은 단 한 가지 이유로 필자를 만족시켰으니, 다름 아닌 정재영과 그가 연기하는 이원술이라는 인물이 그것이다.

집단적 기억을 소환하는 과정을 통해 개인의 경험과 절묘하게 조우시키는 것에서 강우석의 장기는 십분 발휘되곤 했다. <투캅스>에서 <공공의 적>으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그것을 확실히 보여주었던 반면 <공공의 적>의 속편 격인 <강철중>에서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영화의 제목만 놓고 본다면 주인공은 꼴통형사 강철중이어야 하고, 실제로도 강철중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강철중과 대극에 놓인 이원술이라는 캐릭터이다. 그러니까 정재영이 연기하는 새로운 공공의 적 이원술은 주인공을 능가하는 카리스마를 품어내며 스스로 외전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말인데, 이를테면 대극의 이미지를 가진 캐릭터가 충동하는 영화에서 악당의 역할이 영화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공식에 지나치게 충실함으로써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장르영화들의 경우와는 달리, 이원술은 강철중과 경찰이라는 견제세력 없이도 자립할 수 있는 캐릭터임을 증명해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유사한 예로 <범죄의 재구성>에서 천호진이 연기한 '차 반장'과 <씬 시티>에서 미키 루크가 분한 거리의 파이터 '마브' 등이 외전을 만들어낼 수 있는 캐릭터로 꼽히지만 이 분야의 최고는 단연 <배트맨>의 '조커'가 아닐까 한다. 따라서 필자는 (강우석이 의도했건 안 했건) 주인공 강철중과는 별개로 이원술이라는 캐릭터를 주목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연기한 정재영 또한 재삼 언급해야 마땅하다고 믿는다.

영화에서 이원술에 대해 단적으로 설명해주는 것은 자신의 입으로 부르짖는 내면화된 그의 본질이다. "나는 칼질하는 깡패인데 세상은 나를 회장님이라고 부른다."며 보란 듯이 사자후를 토해내는 그의 모습은 모골이 송연해질 정도다. 이때 본질을 숨긴 채 가공된 현실 위를 활보하는 이원술을 악마의 현신으로 탈바꿈시키는 영화적 장치는 의도적인 클로즈업과 독특한 화법이다. 즉 강철중과는 달리 (영화 포스터에도 나와 있듯이) 이원술의 지나치게 매끄러운 턱은 가까이서 보기 불편할 정도로 관객을 압도하고 있는데, 이는 거친 내면과 본래의 모습을 감추기 위한 장치이자 성공한 사업가로 보이기 위한 강박적 위장술이라 하겠다. 이처럼 이원술의 내면이 정재영의 얼굴을 빌려 완벽하게 재현될 때, 대극에 있는 강철중의 추레한 현실은 극대화되고 이것이 극적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기제로 작용하고 있음이다. 이원술은 강철중의 존재 이유이자 기원(起源)인 셈이다. 무성영화의 스타들이 그랬듯이 배우가 얼굴만으로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음을 기억한다면 <강철중>의 정재영 또한 이에 뒤지지 않은 얼굴 하나로 이원술을 연기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으니, 쉽게 느껴보지 못한 경험이자 정재영이라는 배우의 진가를 재삼 확인하는 순간이다.

또한 이원술은 신경질적인 얼굴만으로는 모자라다는 듯 독특한 화법으로 상대를 압도하고 예측불허의 긴장감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즉 어눌한 듯 무식한 듯 그러나 핵심만 잘라서 던지듯 내뱉는 정재영의 말투는 법보다 주먹, 말보다 칼이 앞서는 이원술을 완벽하게 재현해낸다는 것인데, 이를테면 문성근과의 독대와 경찰서로 찾아가 강신일 앞에서 뿜어내던 살기는 필자로 하여금 쉽사리 경험하지 못한 긴장감을 촉발시킬 정도였다.

장진 감독의 페르소나로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배우로 일찌감치 인정받아온 정재영이지만 <거룩한 계보>와 <마이캡틴 김대출> <나의 결혼원정기> 등 그가 근작에서 맡은 캐릭터들은 다분히 인간적이고 세상사에 서툰, 악마적 이중성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었다. 때문인지 <킬러들의 수다>나 <피도 눈물도 없이>의 정재영을 기억해볼 때 이제는 한 번쯤 냉혹한 인물을 연기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던 차에 만난 이원술은 신선한 충격 그 자체였다. <강철중>에 대한 평가와 무관하게 정재영의 연기만 놓고 본다면 이렇듯 생생하고 소름끼치는 그럼에도 악인으로 단정 짓기 힘든 캐릭터를 연출해낸 강우석의 능력은 칭찬받아 마땅할 것이다. 영화의 제목과는 달리 <공공의 적>이 '강철중'이란 안티히어로를 탄생시켰다면 <강철중>은 오히려 '이원술'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어쨌거나 틀에 박힌 설경구의 연기에 식상해질 즈음 찾아온 정재영이 세공해낸 이원술은 내가 <강철중>에서 얻은 유일한 소득이다.


(추신) 적지 않은 매체들이 강철중을 일컬어 '서민형 캐릭터'라고 명명하고 있는데, 물론 마케팅사의 보도 자료에 의거했거나 기자의 판단에 따라 기술되었을 테고, 후줄근한 옷과 덥수룩한 외모에 중산층과는 먼 경찰이란 직업을 감안하자면 충분히 설득력 있는 표현이기는 하다. 그러나 강철중이 전세방에 살고 전세보증금이 궁하다는 것만으로 서민형 캐릭터라고 단정 짓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본다. 어쩌면 이것은 신흥기업 회장 이원술과의 대구를 이루기 위한 의도적인 설정이라고 보여 지는데, 강철중 스스로가 실토했듯이 "뇌물도 받고 삥땅도 좀 친" 게다가 1편에서는 마약까지 빼돌린 부패한 경찰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서민'이라는 표현은 억지스럽다는 생각이다. 유사한 예로 '시골총각은 순박하고 어눌하며 건실하다'라던가 '장애인은 순수하고 착하다'는 식의 고정관념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인물에 대한 도식화된 평가와 편견이 빚어낸 섣부른 단정은 비평적 사고에 장애가 될 수 도 있다는 점에서 유의해야할 것이다. 이러한 잣대는 시선의 확장을 가로막을 뿐 아니라 감독의 의도마저 오인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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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중과 2008 한국영화

필진 칼럼 2008.05.06 08:41 Posted by woodyh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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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석 감독 인터뷰
를 보았다. 상황이 여의치 않아 간담회 자리에는 참석하지 못했지만 기사화 된 내용은 대동소이 했다. 가장 마음에 와 닿는 대목은 이거다. "재미가 없잖아! 우리가 못 만들었다. 식상하다. 조연할 배우가 주인공되고 조감독할 사람들이 다 감독됐다. 제작실장급 역량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프로듀서가 됐다. 당연히 퀄러티가 떨어졌다. 제작편수가 많아진 후유증이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가족의 탄생' 같은 좋은 영화도 흥행이 안됐다. 총체적으로 난관이다. 언젠가 한번 겪을 일이었다. 극복해야지, 언제는 환경이 좋았나! 한 영화가 왕창 먹는 것보다 500만, 300만 영화가 많이 나와야 한다."

21세기 들어 한국영화를 상영하는 멀티플렉스는 10대들과 20대들의 놀이터였다. <쉬리> 이후 '한국영화도 볼만하다'는 인식이 생기자 마자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한 멀티플렉스에 10대와 20대 관객들이 줄을 섰다. <엽기적인 그녀> 같은 작품이 여름 성수기에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이겨냈고, <조폭마누라> <달마야 놀자> <두사부일체>같은 '조폭' 관련 상업 영화들이 추석과 크리스마스 시즌의 승자가 됐다. <반지의 제왕>시리즈에 열광한 관객들은 잠시 '재미'가 없어진 할리우드 영화보다 그래도 우리 이야기인 한국영화에 힘을 실어줬다. 10대들이 주머니를 쉽게 열 수 있도록 통신사들이 티켓값을 할인해 줬다. 그러자 충무로에 돈이 몰려왔다.

활황은 2006년까지였다. 여름시즌 <괴물>이 최다 관객을 동원했지만, 징후는 하반기 부터 나타났다. 비수기에도 한국영화는 박스오피스 1위를 놓치지 않았다. <데이지>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 <청춘만화> <달콤, 살벌한 연인> 들이 연이어 정상에 올랐고 그 중간에 <연리지> 같은 영화들이 바닥을 쳤다. 바야흐로 한국영화끼리 경쟁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네이버가 인터넷을 장악한 시대, 매체 환경의 대세가 관객 별점과 인터넷 매체의 기사로 완전히 교체된 것도 2006년 즈음이다. 그 해 500만을 넘긴 <미션임파서블3>와 <캐리비안의 해적2>가 외화 1, 2위를 차지했고 200-300만을 동원한 블록버스터들도 존재했지만 분명 2006년까지 한국영화가 대세였다. 어쨌건 <괴물> <왕의 남자> <타짜> <투사부일체> <미녀는 괴로워>등이 버텨냈던 2006년에 쏟아 들어져왔던 눈 먼 돈들은 2007년에 정점을 이뤘다.

그리고 2007년이 왔다. 2006년 천만 동원 영화 2편에 의해 58%를 기록했던 한국영화 점유율은 44%까지 떨어졌지만 개봉 편수는 112편까지 치솟았다. 추석이나 설날, 크리스마스를 제외한다고 해도 매 주 2편에서 1.5 편 이상의 한국영화가 경쟁했다는 뜻이다. 함량 미달의 영화들이 쏫아져나왔다. 강우석의 인터뷰를 곱씹어 보자. 일찍이 2006년 <가족의 탄생> 같은 영화들은 철저하게 외면 당했을때 부터 징후는 나타났다. 게다가 카드사들은 극장과의 뒷거래를 통해 발을 빼버렸고, 먹힐 만한 할리우드 속편들은 쏫아져 나왔다. 스크린쿼터제는 반토막이 나버렸다. 그리고 '볼거리'를 최우선하는 관객들은 <디워> 같은 영화를 그 해 최고 흥행 영화로 만들어줬다. 또 2000년부터 2008년까지 약 1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관객들의 기호는 또 달라졌는데 한국영화 투자사들의 눈은 그리 바뀌지 않아 보였다. 터지는 영화 몇 몇 영화와 폭삭 망하는 영화가 확실히 갈리는 사이 마케팅 비와 평균 제작비는 턱없이 올라버린 상태였다. 

위기론이 현실로 다가 온 2008년. 3월까지 개봉작은 28편, 점유율 58.3%을 유지했지만 그나마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과 <추격자>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5월 1일까지 9편을 합치더라도 고작 37편. 여기서 작은 영화와 다큐멘터리 <내 사랑 유리에> <나비 두더지> <내부순환선> <과거는 낯선 나라다> <동거, 동락> <나의 스캔들> <어느날 그 길에서> <작별> <나의 노래는>와 인권위 애니메이션 <별별 이야기2>와 OCN의 TV 영화 <전투의 매너> <색다른 동거>의 숫자는 무려 12편이나 된다. 역시나 죽을 썼던 지난해와 비교해 상황은 더 열악해 진 거다. 영화 노조가 출범한 것 2005년 말이지만 현장 인력들의 인건비가 현실화 된건 불과 얼마전이다. 보릿고개로 접어들며 마케팅비는 졸라매고 있으며 30억 이상 영화들은 하나 둘 자취를 감추고 있다. 통신자본이 들어왔다고는 하지만 크게 달라진 건 없어 보인다. 아니, 앞으로의 상황만 놓고 보면 회의적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서울이 보이냐> <쇼킹 패밀리> <날라리 종부전> <방울토마토> <걸스카우트> <크로싱> <흑심모녀> <공공의 적1-1>. 6월 19일까지 개봉이 잡힌 한국 영화 목록이다. <아이언맨> <스피드 레이서> <인디아니존스 4>로 이어지는 5월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대항하는 영화들이 아니라 사실 1~2년씩 묵힌 영화들(<서울이 보이냐> <날라리 종부전> <방울토마토>)일 뿐이다. 6월에 개봉하는 김선아, 나문희의 <걸 스카우트>나 차인표의 <크로싱>이 선전해 주고 <강철중:공공의 적1-1>이 대박을 터트려준다면 아마도 상반기 점유율은 40%를 넘기지 않을까 싶다.

강우석 감독의 "총체적 난관이다" 발언이 엄살이 아닌 것이다. 지금 제작되고 있는 한국 상업영화가 5편~10편 사이라는 엄한 소문도 들려온다. 촬연현장 공개도, 크랭크인 소식도 쉽사리 찾아 볼 수 없는 지금이다. 7월 이후 기대작이자 활황이던 시기 착수된 <놈놈놈> <신기전> <모던보이> <님은 먼곳에>도 숙성된 프로젝트들이긴 마찬가지다. 문제는 그 이후다. 이 영화들마저 무너진다면 2008년에도 보릿고개는 한층 더 해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이 영화들이 일단 살아줘야 숨통이 트인다.

그리하여 지금은 일단 상업영화 진영만 놓고 보자면, 잘 만든 영화는 밀어주고 안일한 영화는 철저하게 외면해 달라고 하는 수밖에 없다(작은 영화들의 게토화는 차치해 두자). 그렇다고 관객에게 읍소하는 안일한 영화를 양산해서는 또 안 된다. 진정 관객을 선도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영화로 승부해야만 하는 시점인 것이다. 더불어 제작 시스템의 체계화, 마케팅비의 현실화, 러닝 개런티의 일반화, 부가판권 시장의 제고 등등 산적한 영화 산업의 문제 또한 부수적인 것이 아니라 병행해 개선해 나가야 할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지금 특이할 것 없는 뤽 베송표 스릴러 <테이큰>에 관객들이 몰려가는 걸 반면교사 삼아야 할 것이다. 트렌드를 읽고, 기본기에 충실한 상업영화판을 다져나가야 한다. 보릿고개가 올 한 해로 끝나지 않을 것이란 건 자명하다. 한국 영화의 때이른 폭발세를 경계하고 산업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는 이미 2006~7년부터 이미 시작됐다. 지금이야말로 멀리 날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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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www.cyworld.com/happyacupuncturist BlogIcon dook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한국영화 한편이 그리울때입니다. 얼마전 아이언 맨과 포비든 킹덤을 봤는데, 흥미삼아 보기에는 좋지만 뭔가 메세지가 상실된듯한 느낌이 들더군요. 한동안 한국영화를 보면 길게 잔잔한 여운이 남았는데...

    디워같은 할리웃 따라잡기식 영화보다는 한국영화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더욱 살릴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2008.05.06 12:57
  2. gg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즘 소고기협상이 도마위에 올랐는데, 영화계 입장에서는 그 만큼 충격적이었던 것이 스크린쿼터였죠. 왜 영화인들이 그토록 그것에 반대했는지 이제 보니 조금 이해가 갑니다. 지금 광우병소 먹게 생긴 국민들 심정이었겠지...

    2008.05.06 13:07
  3. 근데  수정/삭제  댓글쓰기

    재미없는 거 만들어 놓고 안처본자다고 지랄하는 거는 좀 이제 지겹고요^^*

    일단 재미있는 걸 만들어야 겠죠 ㅋㅋ

    2008.05.06 13:26
  4. giru  수정/삭제  댓글쓰기

    좀 식상한 내용이네요...군사정부는 항상 북한을 들먹이며 안보를 강조했고, 기득세력은 저성장을 들먹이며 성장을 강조했지요? 영화라고 특히 한국영화라고해서 특별한 논리는 없는듯하네요...

    2008.05.06 16:36
  5.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고수의 은밀한 매력이란 영화도 있나요??오타요~

    2008.05.07 04:09

강우석 감독의 귀환을 환영하며

필진 칼럼 2007.07.26 15:04 Posted by woodyh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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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26
하성태


[다이하드]의 존 맥클레인(브루스 윌리스)는 빌딩에서, 공항에서, 미국 전역에서 투덜투덜 거리며 죽도록 고생하는 안티 히어로다. [춤추는 대수사선]의 아오시마(오다 유지)는 관료주의 일본 사회에 맞서 완간서를 묵묵히 지키는 현장 ‘지키미’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강철중(설경구)이 있다. ‘단무지’인데다 부패하기까지 했지만 그래도 패륜아를 처단해야 한다는 일념 하에 엘리트 연쇄살인범 조규환(이성재)를 결국 매다 꽂았던 열혈남아 강철중. 액션이 주를 이루는 할리우드와 관료주의와의 갈등과 코미디를 적절히 섞은 일본과 비교 [공공의 적]은 한국식 형사물의 새 장을 개척한 바 있다. 그 강철중이 검사가 아닌 형사로 돌아온다. 바로 [강철중](부제: 공공의 적 1-1). 그리고 그 중심에는 물론 강우석 감독이 있다.

충무로 토종 자본의 선봉장인 시네마서비스의 실질적인 수장이자 [실미도]로 가장 먼저 천만 관객의 깃발을 꽂은 바 있는 강우석 감독이 장기인 코미디 영화로 복귀한다. 지난 16일 강우석 감독은 일제히 보도 자료를 내고 [강철중]이 장진 감독에 의해 시나리오 작업 중이며 설경구, 정재영, 강신일 등이 이미 캐스팅 됐다고 전했다. 검사로 변신해 설교조의 직설화법을 날렸던 [공공의 적2]와 달리 1편의 분위기에 코미디가 강화될 것으로 알려졌다. 제작비는 40억 가량이며 내년 3월경 공개를 목표로 하고 있단다.

강우석이 코미디, 그것도 [강철중]으로 복귀하는 데에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이유는 적지 않다. 우선 강철중 캐릭터. 몰래 마약을 거래할 정도로 썩어있고 입에 욕지거리를 달고 살며 조폭인지 형사인지 구분이 가질 않을 정도로 손버릇이 나쁜 강철중은 한국영화 사상 가장 생생한 형사 캐릭터였다. 그와 필적한 상대라면 두드러진 형식미 안에서 간간이 인간미를 풍겼던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우형사(박중훈)를 꼽을 수 있겠다. 몸무게를 불린 것으로 모자라 실제 성격이 아닐까라는 의혹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맞춤옷을 입은 듯한 연기를 선보인 설경구의 힘도 물론 간과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나쁜 놈이 더 나쁜 놈을 때려잡는 [공공의 적]의 형사 강철중은 기존 선악구도를 과감히 깨트리며 묘한 쾌감을 주었던 한국 영화사상 명 캐릭터 중의 하나였다.

[공공의 적3]라는 프랜차이즈의 프리미엄을 살짝 내려놓은 것도 칭찬할 만 하다. 여기에는 [실미도] 이후 [공공의 적2]와 [한반도]를 통해 현실 사회에 직설화법으로 일관했던 강우석 감독의 자기 성찰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사학 재단 비리와 일본의 군국주의를 절대 악으로 상정, 그에 맞서는 내러티브 구조와 절대 선인 캐릭터를 구축해 현실에 대한 발언을 서슴지 않았던 전작들은 강우석 감독 본인의 이데올로기와 대중의 욕구를 반영했다고는 하지만 절반의 성공으로 끝나버린 바 있다. 시사프로그램의 에피소드에서 착안, 고등학생을 조폭으로 길러내는 조직과 어리바리 조폭 두목(정재영)과의 한판 승부를 다룰 예정이라는 [강철중]은 코미디와 풍자가 두드러질 전망이다. 장르 클리쉐와 시민과 국민으로서의 열망을 전면에 배치했던 [공공의 적2]와 [한반도]와 달리 날카로운 풍자와 유니크한 코미디의 결합이 되지 않을까 싶다. KnJ엔터테인먼트를 쌍두마차인 장진 감독이 코미디에서 장기를 보여온 것도 기대를 모으는 대목.

또 한국 영화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는 지금, 또 다시 강우석 감독이 구원투수로 등장한 것도 이채롭다. 무모한 시도가 아니냐는 [실미도]로 어쨌든 천만 관객을 동원한 것도 그가 아니던가. 특히 쇼박스 측이 극장 지분을 매각하고 CJ엔터테인먼트 측도 신작들에 메인 투자를 꺼리는 등 한국 영화 투자가 급격히 얼어붙은 상황에서 강우석 감독이 간판타자로 활약하고 있는 마지막 충무로 토종 자본 시네마 서비스의 행보는 사뭇 공격적이다. 올 상반기 [밀양] [바람피기 좋은 날] [황진이]를 거쳐 김유진 감독, 정재영의 [신기전], 정지우 감독, 박해일, 김혜수의 [모던보이], 엄정화, 박용우, 한채영, 이동건의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 외에도 [궁녀], [기다리다 미쳐],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 [싸움] 등 다양한 장르 영화들이 포진되어 있다. 지난해 활황 속에 착수했던 기획 영화들의 실패로 올 상반기 적자를 기록한 쇼박스나 기대를 모았던 대작 영화들의 참패로 타격을 입은 CJ엔터테인먼트가 주춤하고 있는 것과 비교했을 때 흥미로운 지점이 아닐 수 없다.

화제를 모았던 ‘강우석 펀드’도 한국 영화 위기를 맞아 물 건너 간 상태에서 마지막 게임에 승부를 건 ‘타짜’ 강우석. 반갑기 그지없는 ‘강철중’ 카드를 꺼낸 그의 귀환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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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maggot.prhouse.net BlogIcon 한방블르스  수정/삭제  댓글쓰기

    상당히 흥미로운 평입니다. '한국 영화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는 지금, 또 다시 강우석 감독이 구원투수로 등장한'것이란 말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승부사인 강우석만이 흐름을 읽고 공공의 적으로 귀환것이 아닐까 합니다. 장진감독이 시나리오를 쓰게 한것도 승부사 기질을 발휘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강감독은 감독보다는 제작자나 기확자로 남는 것이 위기의 한국영화를 위하여 더 나은 길이 아닌가 합니다.

    2007.07.27 23:4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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