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화합의 가치, [구구는 고양이다]

필진 리뷰 2008.10.06 15:00 Posted by woodyh98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강민영


40대의 만화가 아사코는 키우던 고양이 '싸바'를 보내고 '구구'를 새로 입양한다. <구구는 고양이다>는 아사코가 애지중지하던 싸바와의 이별을 겪고 난 뒤, 구구를 가족으로 맞으면서 겪게 되는 소소한 이야기를 다룬다. 때문에 <구구는 고양이다>를 이루는 주축은 아사코의 두 고양이다. 익숙했던 고양이가 떠난 자리에 새로운 동물이 자리잡고, 아사코는 전의 고양이를 잊지 못해 또다시 '새로운 동물'을 '고양이'로 대체하기로 결심한다. 새 고양이 구구를 맞기 전까지, 아사코에게 있어 고양이는 삶의 유일한 동반자인 동시에 자신을 지탱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아사코와 고양이 싸바는 우연으로 시작되었지만 필연으로 이루어지는 매우 중요한 관계를 유지한다.

<구구는 고양이다>는 아사코의 고양이 싸바가 아사코를 떠나기로 마음 먹으면서부터 시작한다. 크리스마스 특집연재로 바쁜 밤을 보내고 있던 아사코와 아사코의 어시스턴트들이 잠시 정신을 놓은 사이, 싸바는 아사코를 바라보며 그녀에게 마지막 인사를 한다. 모든 마감이 끝나고 난 뒤 새벽녘에 싸바의 밥을 주기위해 고양이를 부르는 아사코는, 자신을 바라보며 죽어가는 싸바와 마주하게 된다. 아사코는 아주 조용히, 하지만 허전한 마음을 가다듬고 그녀(싸바)를 보내준다.

싸바의 빈자리를 차지한 것은 구구라는 이름의 고양이다. 애완동물 분양샵에서 우연히 마주하게 된 구구를 집에 데리고 돌아오면서부터, 아사코의 삶에 다시 활력이 불어넣어진다. 구구는 싸바와 똑같은 어린 고양이의 습성을 가지고 있고, 싸바와 마찬가지로 애교가 많은 고양이다. 두 고양이가 다른 점이 있다면 성별의 차이다. 싸바(여성)의 자리에 구구(남성)이 자리잡는다. 고양이의 성별에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아사코와 아사코의 후배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구구가 수컷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이를 통해 골머리를 썩게 된다.

구구에게 발정기가 찾아오면서, 구구는 시시때때로 밖으로 탈출하기를 감행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아사코에게 생애 처음으로 미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기이한 청년이 등장한다. 결혼과 연애는 뒷전에 두고 오로지 일과 고양이만을 생각해왔던 아사코는, 구구로 인해 연애 아닌 연애를 시작하게 된다. 그녀의 삶에 전부였던 살아 움직이는 생물은, 이제 더이상 고양이 하나만이 아니게 되고 이것은 곧 '나눔'과 '애착'으로 이어진다. 지금까지 이어져왔던 금남의 구역인 아사코의 집은, 동물이지만 그 벽을 깬 구구라는 고양이가 들어오면서 다른 성별을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아사코가 느낀 연애, 혹은 사랑의 감정은 결국 구구에 의해 탄생한 것이며 이를 통해 아사코는 자신의 주변을 더욱 많이 돌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구구는 고양이다>는 고양이와 여성에게 찬사를 바친 영화다. 아사코가 그리워하는 죽은 고양이 싸바는 단정한 웃음을 짓고 차분한 여성의 모습으로 아사코의 환상에서 아사코와 조우한다. 아사코는 싸바를 보내며 인간보다 세 배를 빠르게 산다는 고양이의 성장에 대한 독백을 나지막히 속삭인다. 이후, 아사코가 병이 들었을때 아사코에게 힘을 주기위해 찾아온 것은 인간 여자의 모습을 한 싸바다. 인간인 싸바를 아사코에게 안내하는 것도 남성이고 고양이 외에 다른 대상에 마음을 열게하는 것도 남성이지만, <구구는 고양이다>에서 남성이라는 존재는 여성의 테두리에서 훨씬 밖에 속해있다. 하지만 영화는 타협하지 못하는 두 성별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두 존재가 어떤 방식으로 결합하고 의지하는 지에 대한 성찰을 보여준다. <구구는 고양이다>는 다양한 에피소드가 녹아있는 만큼 쉽게 주의를 확보하지 못하지만, 결국 그를 통해 일반적으로 '세심함' 또는 '치밀함'으로 대변되는 여성의 세계를 농밀히 보여준다. 현실과 환상의 중간에 다리를 걸쳐놓은 듯한 고양이의 신비함을 통해, 영화는 남성과 여성, 더불어 세상이 화합하는 모습을 제법 재치있게 보여준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민용준



일단 젤리클 고양이에 대해서 궁금해한다면 당신은 뮤지컬 <캣츠>에 대해서 알고 있다고 해도 상관없을 것 같군요. 물론 그건 T.S.엘리엇의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Old possum’s book of practical cats)’를 읽었기 때문이야! 라고 반박할 수 있는 사안일 수 있겠지만 이미 원작보다 유명해져 버린 뮤지컬을 먼저 염두에 둔다는 게 그리 나쁜 일은 아니겠죠?

 

사실 (인터미션 20분을 제한) 2시간 20분의 공연을 관람하고 나온다고 해도 저 물음표는 사라지지 않아요. 젤리클 고양이를 아냐고 객석을 향해 묻던 고양이들은 긴 시간 동안 젤리클 고양이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말해주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젤리클 고양이가 어떤 고양이인지는 몰라도 고양이란 동물에 대한 호감 정도는 생길 거에요. 그리고 사실 젤리클 고양이가 뭘까, 라는 고민 따 따위 중요하지도 않죠. 공연을 보고 나서 굳이 저 물음표에 연연하지 않게 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어쩌면 젤리클 고양이에 대해서 되묻는 것이 결국 내 이름의 연유를 묻는 자문처럼 부질없는 까닭이기도 하죠. 젤리클 고양이는 말 그대로 젤리클 고양이일 뿐이거든요. 2시간 20분 동안 당신이 주목하는 무대 위의 고양이들이 바로 그들이고요.

 

젤리클 고양이들은 하나같이 고양이의 모든 것을 몸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알다시피 그들은 사람이에요. <캣츠>의 묘미는 그 지점에 있는 것이고요. 고양이 분장을 하고, 꼬리를 달고, 고양이의 네발처럼 무릎과 팔로 바닥을 기어 다니고 심지어 고양이처럼 눈을 비비거나 고개를 갸웃하기도 하죠. 그 모습은 정말 고양이처럼 앙증맞거나 때론 도도하고 우아해서 놀라운 것이라 말할 수 있을 거에요. 그들은 철저하게 고양이처럼 행동합니다. <캣츠>의 가장 큰 묘미는 그 지점이라 할 수 있죠. 게다가 그들은 무대에서만 활동하지 않는단 말이죠! 공연이 시작할 때쯤, 무대 위로 슬금슬금 모여들던 고양이들에 집중하다 어느 순간 옆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고양이를 보고 깜짝 놀라게 될 거에요. 그들은 무대 뒤에서 등장하거나 심지어 무대 위에서 객석으로 내려와 관객들을 쳐다보며 노래를 하기도 하죠. 심지어 당신이 운이 좋은 관객이라면 자신을 선택한 고양이와 객석을 거닐게 되는 영광(!)도 누릴 수 있을 거에요. 물론 본인에게 모든 관객의 시선이 모이는 것쯤은 감안해야죠. 하지만 그 눈길의 대부분이 분명 부러움의 시선으로 채워질 것을 염두에 둔다면 결코 나쁜 경험이라 할 수 없겠죠? 게다가 <캣츠>의 백미라 할 수 있는 넘버, ‘Memory’의 한 소절을 한국어로 부르는 팬서비스는 가히 감동적이기까지 하죠.

 

현대무용에 기초한 군무와 독무는 절제된 세련미와 함께 화려한 동선을 자랑하는 것이라 눈이 즐겁기도 하죠. <캣츠>는 연극적인 이야기 흐름보다는 화려한 안무와 흥겹고 때론 구슬픈 음악, 즉 가무로써 증명되는 뮤지컬의 묘미를 철저하게 증명하는 작품이니까요. 사실 중심인물의 교체와 함께 단막적인 형식으로 치고 빠지는 <캣츠>의 내러티브 구조는 관객에게 친절한 것이 아니에요.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고 그에 따라 집중하는 관객이라면 이 뮤지컬에 집중하기 힘들 가능성도 배제하긴 힘들죠. 하지만 <캣츠>는 결코 허술한 뮤지컬이 아니에요. 앞에서 말했지만 사실 <캣츠>의 이야기 구조가 에피소드 형식으로 나열되는 건 T.S.엘리엇의 시집에서 모티브를 얻었기 때문이란 사실과 무관하진 않거든요. 시집을 하나의 뮤지컬 형태로 완성함에 있어서 <캣츠>는 그 개별성의 방식을 이야기 구조로 승화시켰다고 할 수 있으니까요. 동시에 그것이 무대 위를 가득 채운 스물아홉 마리 고양이들의 사연을 다채롭게 전달할 수 있는 온전한 방식이기도 하니까요.

 

무대 위를 누비는 고양이들은 하나같이 매력적이고 개성이 넘쳐요. 당신이 평소에 고양이를 혐오하는 사람이라면 그 취향을 다시 한번 재고해보고 싶을 정도로 말이죠. 게다가 그들의 사연은 하나같이 인간과 다를 바가 없어요. 그들은 각각 무대 앞에 서서 관객들을 향해 자신들의 사연을 노래하곤 하죠. 그들은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고 있고, 저마다 제 성격을 지니고 살아가고 있어요. 그 와중에 갈등과 충돌도 발생하지만 사랑과 우정을 나누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펼치는 대장정의 궁극적인 주제는 고양이를 존중해달라는 정중한 부탁이에요. 이렇게 매력적인 고양이가 존중 받을만하지 않나요? 라고 묻는 그들은 용감한 낭만고양이임에 틀림없어요. 냉정해 보이지만 사실은 온화하며, 사나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앙증맞은 그런 고양이라고요. 뮤지컬 <캣츠>는 당신에게 지혜로운 고양이를 만나기 위한 안내서임에 틀림없어요. 평소 고양이 울음소리가 재수없다, 라는 편견을 지닌 당신이라면 한번쯤 그들을 만나볼 필요가 있어요. 적어도 이 젤리클 고양이들은 당신에게 고양이가 얼마나 매력적인 동물인지 새삼스럽게 각인시켜주는 지혜로운 고양이임에 틀림없어요.

 

젤리클 고양이란 바로 그들이에요. 존중 받을만한 지혜로운 고양이들 말이죠.

댓글을 달아 주세요

BLOG main image
네오이마주(neoimages)와 영화 깊게 읽기
영화 비평 매거진 '네오이마주'의 공식블로그입니다. 더 많은 글은 http://neoimages.co.kr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by woodyh98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521)
필진 리뷰 (260)
필진 칼럼 (149)
사람과 사람들 (55)
문화와 세상 엿보기 (10)
그리고... (41)

달력

«   2019/1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 3,158,628
  • 29

네오이마주(neoimages)와 영화 깊게 읽기

woodyh98's Blog is powered by Tattertools.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