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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윌헌팅'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9.10.06 영화가 주는 위로, "It's not your fault"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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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애

'It's not your fault.'


이것이 <굿 윌 헌팅>(1998)이란 영화가 궁극적으로 하고자 했던 말이 아닐까. 이 말을 하기 위해 영화는 두 시간을 달려온 듯 싶다. 열아홉 살에 처음 이 영화를 브라운관을 통해 본 날 울음을 끝내 참지 못했던 내가 생각난다.

크든 작든 사람들은 저마다의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그 상처를 제 때 치유하지 못하면 그것이 트라우마가 되는데, 그 상처라는 것이 마음 속에 상주해있어 늘 아픈 것이 아니라, 예기치 못한 순간에 튀어나오기 때문에 사람들은 미쳐 대처하지 못하고 아파한다. 사람이란 좋지 않은것 보다는 좋은 것을 보려고 하기에 기쁨보다는 아픔을 묻어둔다. 자신이 보이고 싶어하지 않는 부분, 보고 싶어하지 않는 부분을 가장 밑바닥에 감추는데, 종국에 가서는 그 상처들은 드러나고야 만다.

여기 숀(로빈 윌리엄스)과 윌(매트 데이먼)이 있다. '반응하는 것은 관계하는 것이다'라고 사진작가 김아타가 그랬던가. 숀과 윌을 보면 이 말이 생각난다.램보(스텔란 스타스가드)가 처음 숀에게 윌의 상담을 부탁할 때 숀과 윌이 보스턴 남부 출신의 동향이라 말하며 비슷한 환경에서 자랐음을 피력하고 거기에 숀은 동질감은 아닐지라도 유대감을 느낀 것 같다.

숀은 아내를 잃은 아픔을, 윌은 세번의 파양과 양부의 폭력을, 그래서 상처받을까봐 먼저 상대에게 상처를 줘버리는 공격성을 지니고 있다. 숀과 윌의 첫만남 때, 윌은 숀이 그려놓은 그림을 보고 숀의 감정을 아무렇지 않게 난도질해가며 상처를 낸다. 그런 윌의 방어기제를 숀이 알아본 것일까. 두번째 상담을 받는 날 숀은 윌을 데리고 백조가 보이는 공원 벤치에 앉아 얘기한다. ‘네가 아무리 잘난 척 떠들어대봐야 내 눈에 너는 상처받을까봐 두려워하는 철부지겁쟁이로 밖에 보이지 않아', ‘너는 누구니’, '네가 진짜로 원하는게 뭐니' 라고 묻는 숀에게 그동안 거침없이 말하던 윌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한다. 상처가 있는 사람은 상처가 있는 사람을 알아보기 마련이다. 이미 자신이 겪은 일을 다른 이가 겪고 있다면 그것을 그냥 쉽게 보아 넘겨지기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윌의 상처에 숀이 반응하는 순간이었다.

매주 목요일 오후4시. 숀과 윌은 그렇게 상담을 시작한다.의사와 환자간에 신뢰를 구축하는데는 얼마의 시간이 걸릴까. 다소 방어적인 윌은 침묵으로 진료를 거부하기도 하는데 숀은 충분히 이해한다는 듯 가벼이 넘긴다. 사실 서로에게 마음을 여는데는 시간이 문제가 아니라 서로가 얼마나 많은 신뢰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느냐일 것이다. 윌의 말에 진심으로 귀기울여주고, 숀의 권위없는 진솔한 마음이 결국 서로를 믿게 하고 발전적 관계로 나아가는 중요한 포인트가 되지 않았나 싶다.

숀과 윌의 상담이 끝나갈 무렵 윌은 진심으로 자신의 마음을 드러낸다. 윌 스스로도 자신의 문제를 알고 있지만 상처라는 것은 스스로 나는 것이 아니기에, 치유 또한 누군가를 필요로 한다. 'it's not your fault' 숀이 윌의 상처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연 순간, 윌은 안다고, 알았다고 말하지만 진심으로 알지는 못했을 것이다. 적어도 숀이 그 말을 계속해주기 전까지는 말이다. ‘It's not your fault', 'It's not your fault', ‘Not your fault’. 상처와 상처가 반응하는 순간 윌은 끝내 어린아이처럼 울음을 터뜨며 숀을 안고 운다. 아마도 윌은 숀이 말해주기 전까지 누구에게도 그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때때로 울지 못해 상처를 치유하지 못하기도 한다. 같은 상처를 겪었던 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친밀하고, 둘 사이는 이전의 관계와는 다른 관계가 된다. 영혼을 울리는 상대와의 만남. 아마 숀과 윌은 그런 상대를 만난 듯 하다. 진정한 소울메이트를 찾아 서로가 서로를 위로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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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좋은 신들도 있었으나 개인적으로 <굿 윌 헌팅>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은 엔딩 신이었다. 영화의 메인 OST가 흘로 나오면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데 윌이 생일 선물로 친구들이 선물해준 차를 타고 (아마도 스카일라가 있는 캘리포니아로 가는 길이겠지만) 길을 떠나는 모습을 윌의 차가 점점 멀어져 사라질 때까지 롱 테이크로 보여준다. 구스 반 산트 Gus Van Sant 감독이 윌에 대해 끝까지 배려했다고 생각이 드는 장면이었는데, 누군가의 여정을 그렇게 지켜본다는 것은 아마도 그 사람이 잘 돼가고 있다거나, 잘 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십 여년전 '니가 진짜로 원하는게 뭐야' 라며 외쳐대던 어느 CF광고가 생각난다. 내가 처음 이 영화를 만난 열 아홉 살 때나 글을 쓰려 다시 본 스물 세살에나 숀이 윌에게 던졌던 '니가 정말 원하는게 뭐니' 라는 질문에 나는 아직 대답을 하지 못한다. 내가 원하는게 무엇인지 알려면 나를 아는 일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숀이 윌에게 질문을 했듯이 나는 나에게 질문을 던져본다. 'Who you are?', 'What do you wanna do?' 아직까지도 내가 이 영화를 즐겨보는 까닭이기도 한데, 한 편의 잘 짜여진 드라마가 때로는 사람이 주는 위로보다 더 가치 있을 때까 있다. 이 영화에서 그 시절, 그리고 지금도 참 많이 위로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가 주는 위로란 이런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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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mybasecom.net/tt BlogIcon basecom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그 대사가 무척이나 가슴을 감싸더군요. 몇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던 대사가 제목이길래 반가운 마음에 들어왔다갑니다^^

    2009.10.06 16:59
  2. Favicon of http://fungames.im/games/driving/ BlogIcon Driving Games  수정/삭제  댓글쓰기

    예 예 그 일을 사랑

    2012.08.29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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