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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본 [궁녀]와 ‘미스 호러’

필진 칼럼 2007.11.07 12:35 Posted by woodyh98
2007.11.07

요즘 들어 영화가 눈에 들어오는 것 같아 안도감이 생긴다. 무슨 얘기냐면, 기자시사회를 포기하고 편한 시간에 극장을 찾아가 관람하는 일이 부쩍 늘었다는 것인데, 솔직히 말하면 시사회의 경우 몰입도가 떨어지고 영화가 눈에 잘 보이지 않은 적이 부지기수였기 때문이다.

하반기 한국영화 개봉예정작 중에서 개인적으로 기대한 작품은, 이준익 감독의 연출부 출신인 김미정의 감독 데뷔작 [궁녀]와 이명세의 [M]과 원신연의 [세븐 데이즈] 윤성호의 [은하해방전선] 정도였다. 이중 두 편을 제외하고는 이미 개봉한 영화들인데, 시사회를 놓쳤고 개봉 후에도 차일피일 미루던 [궁녀]를 뒤늦게 보았다. 이왕 늦은 거 호젓하게 볼 심산으로 극장을 찾았는데, 새로운 개봉작의 파괴력이 적은 탓인지 개봉한지 3주차임에도 많은 관객이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3주차에 접어든 영화가 100만을 갓 넘겼고 그런데도 아직 관객이 많이 들다니. 사극바람 탓일까. 입소문이 작용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코미디는 이력이 났는데 생각이 복잡해지는 영화는 싫은 때문일까. 그만큼 볼 만한 영화도 적고 한국영화 라인업이 부실하다는 증거일 테다. 시장이 정상적으로 기능하고 있는 것일 리 만무하지만, 영화판을 지배하는 신이라도 따로 있는 것인지, 아무리 뒤집어 봐도 헤아릴 길이 없음이다. [궁녀]이야기로 들어가기 전에 다시 한번 거론할 수밖에 없는 ‘비밀은 욕망을 먹고 자라난다. 개별적 욕망은 비밀의 메커니즘을 통해 분화하고 조직화 된다.’는 명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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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겹이 감춰진 속살을 여는 것만큼 흥미로운 일이 또 있을까? 그 장소가 여인의 욕망이 이글거리는 궁궐이고 대상이 궁녀라면 이보다 흥분되는 일도 드물 것이다. 다만, 미스터리 스릴러에서 시작하여 공포로 변질되었다는 이유로 실망스럽다는 세간의 평판이 머리 한구석에서 맴도는 가운데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영화보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소재의 참신함과 억눌린 욕망을 공간화한 여성캐릭터의 창조 가능성을 통해 감독의 재능을 발견했다는 점은 의미를 두어야 할 것이다. 드물게 여성캐릭터로 완성된 영화에서 김성령, 김미경, 추귀정의 밀도 있는 연기는 보기 드문 품질을 보여주고 있는데, 일부 언론에서 페미니즘과 결부지어 얘기하는 것을 보면 스스로 턱 없이 무지하고 영화문법조차 이해 못했음을 공표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궁녀]는 궁중여인잔혹사를 잉태한 모방욕망이 남성가부장 즉, 원자책봉과 왕위계승에서 발원하고 있음을 정확하게 포착해내고 있다. 그러므로 욕망이 욕망하는 것은, 남성이 아니라 남성이 가진 권력 자체이다. 결국 궁녀들의 소망인 승은의 결과물에서 발로된 모성애와 그것의 최종귀착점을 향한 암투와 음모의 피비린내가 거침없는 욕망과 합쳐질 때, 그것이야말로 거대한 공포라는 것을 영화는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욕망을 이루기 위한 간계와 사투의 소용돌이 속에서 실마리를 풀어가는 과정에 개입된 스릴러와 공포가 변질되기를 반복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당대 여성의 권력이라는 것이 뫼비우스 띠처럼 영겁 순환하는 숙명을 타고난 사생아이기 때문인지 모른다. 그렇다면 감독이 후반부를 공포로 덧칠한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폐쇄된 공간에서 피어나는 비밀과 욕망의 서사 위에 긴장감을 쌓아가던 영화가 후반으로 갈 수 록 힘이 떨어지고, 미스터리 스릴러로 출발해 공포로 변질된 것은 분명 감독 스스로 복기해볼 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미정 감독의 재능을 감퇴시킬 정도는 아니다. 몇 마디 덧붙여, 김지운이 [달콤한 인생]을 만들면서 ‘우아한 느와르’라는 의미로 ‘우아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면, 나는 미스테리 스릴러에서 출발하여 호러가 되어버린 [궁녀]와 월령 역의 서영희를 ‘미스 호러’라 명명하고 싶다. 무슨 해괴한 요설이냐고? 영화 후반 ‘쥐부리글려’ 시퀀스에서 신참 궁녀들 속에 나타난 서영희의 미소는 근래 드물게 소름끼쳤으니, 여기에 [스승의 은혜]에서 동창을 몰살하는 엽기적 살인행각을 감안한다면 가히 ‘미스 호러’라 불릴 만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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