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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르바비차'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7.09.28 [그르바비차] 그럼에도, 사라예보 내 사랑
2007.09.24


시내버스 말고는 다니는 차가 거의 없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소리가 절로 나왔던 추석 연휴, 모처럼 극장을 찾았다. 2006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놓친 56회 베를린 영화제 황금곰상 수상작 야스밀라 이바니치 감독의 [그르바비차_ Grbavica]를 보기 위해서였다.

 


성폭행 당해 원치 않는 아이를 얻음으로써 평생 아픈 기억과 마주하고 살아야 하는 것만큼, 전쟁이 여성에게 드리운 야만의 그림자가 또 있을까? 영화를 보는 내내 가해자인 미군의 아이를 키워야하는 숙명적 삶의 고리를 끊어버리고자 자살을 시도하던 [거북이도 난다]의 소녀 ‘아그린’의 모습이 머리에 맴돌았다.

영화를 관류하는 무겁고 거친 삶의 파편들. 이를테면 (어디서 누군가를 강간했을 수도 있는 누군가의 남편, 혹은 누군가의 아버지인)남성은 전장에서 산화함으로써 전사증명서를 남기고, 가족은 그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갖은 혜택을 얻어 살아가는 아이러니. 한편 전쟁증후군 연구에 참석해 자신의 아픈 과거를 고백하고는 몇 푼의 돈이라도 얻어야 하는, 강간당한 여인의 잔인한 현실로 채워진 영상들. 그러므로 “차라리 전쟁 중일 때가 더 인간미 있었다”는 푸념과 아버지의 전사자 증명서를 요구하는 아이의 집요함은 죽은 자들의 망령으로 지탱하는 전후 사회의 혼란스런 정체성을 알려주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르바비차]는 보스니아 내전 동안 당한 성폭행의 상흔을 극복해가는 한 여인의 일상을 담담하게 그려낸, 불과 31살 여류감독의 놀라운 데뷔작이다. 이 작품이 가진 미덕과 힘은, 발칸 여인의 아픔을 고발하고 위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장미꽃이 피처럼 떨어지고, 찢어진 가슴에 눈물만 고이는’ 남루하고 고단한 삶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야할 그 희망의 진원지까지 파고들어 구체적 해결점을 제시한다는 것에 있다.

전쟁의 상흔이 값싼 물질적 보상과 맞바꿔질 때 피해자의 아픔을 메워줄 희망은 아이들 밖에 없을 터이다. “마지막으로 딱 한 번 모유를 주려고 본 아이가 너무 작고 너무 아름다웠어요. 다시는 이 세상에서 아름다운 것을 볼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던 ‘에스마’의 고백이 가슴 절절하게 다가오는 것도 이 때문이리라. 부디, 활짝 웃는 모녀의 모습이 현전하는 발칸의 실제이기를...... 반드시 그렇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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