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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락도 살인사건'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7.08.07 [극락도 살인사건] 모든 사건은 다른 모든 사건과 구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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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06

찌는 공기 피할 수 없는 태양. 마루에 대자로 누워서 에어콘이라도 틀고 계속 물을 마셔댈 수밖에 없다. 전기세를 걱정하며 선풍기로 종목을 바꿔보지만 불쾌지수가 좀처럼 낮아지지 않는다. 잠 못 이루는 여름밤에는 1.저절로 잠이 오는 아주 두꺼운 양장본 책, 2.가슴 서늘해지는 호러물 or 뇌가 즐거운 각종 추리물, 3.생맥주 or 각종 먹거리, 4. 마지막으로 죽부인이 있으면 좋다. 오늘 독자의 머리를 시원하게 해줄 토종 추리극 한 편이 있다. 자 그럼 <극락도 살인사건>과 함께 이름도 낯선 섬으로 때늦은 피서를 가보자.



1. 모든 사건은 다른 모든 사건과 구별 된다.

한 명 죽는 정도로는 만족 못한다면 한 17명 쯤 어떤가. 영화는 핏자국만 남기고 통째로 실종된 섬 주민에게 어떤 일들이 생겼는지 시간을 돌려 재구성한다. 첫 번째 사건 발생 후 학교교실에서 모여서 자신들에게 어떤 일이 닥쳤는지 열심히 추리해 나가는 사람들. 누가, 무엇을, 언제, 어디서, 왜, 어떻게 했는지 아무리 말을 맞추어 보아도 짚이는 데가 없다.


23.학교교실 안 (밤)
...(중략)...
상구: 그라믄 내일 일찍 다시 찾아봅시다요. (판수를 쓰윽) 누 말대로 파묻은 자국이 사라지믄 안된께로.

사람들, 어수선 일어나는데...
<태기엄마, 그란디? 타살이믄 시방 우리 중에 살인범이 있단 말 아니여??>
<판수, 뭐시여!? 그라믄 얼른 신고혀야 쓰겄네이!> 사람들 술렁술렁...

우성: 죄송하지만...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요.
귀남: !!

우성, 무전기를 고치다 쓰윽 돌아보면,
(태기도 우성과 같은 표정으로 따라 돈다)
에? 사람들, 다시 일제히 집중.

상구: (피식) 혹시 살아있다고 생각하시는 게라?
우성: 아니요. 저 역시 살아있다면 차라리 밖으로 도망가지 숨어있을 거 같진 않습니다.
태기: (끄덕끄덕)
상구: 그럼 뭐당가요?
우성: ...그냥 자살이 맞습니다.
귀남: !

INSERT#23 -8 괴로운 듯 흐느끼며 땅을 파헤치고 나오는 덕수...
<뭐란당가? 다시 자살이랴.. 뭐시라?> 사람들 다시 술렁...

귀남: (상기) ...왜죠?
...(중략)...


약간 바보스러운 말투와 행동을 보인다고 해서 이들 주민을 무시했다가는 그 다음날 시체로 발견될 지도 모른다. 특히 띨띨해 보이는 사람들을 주시해서 봐야한다. 눈치 빠른 관객은 첫 시퀀스가 지나기 전에 사건의 원인은 짐작이 가능하지만 이후의 전개를 가늠하기는 힘들다. 동기가 있는 연쇄살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36. 학교관사 (밤)
...(중략)...
춘배가 뭔가에 집중, 스크랩에 진지하게 풀칠 중... 잠시후 베시시... (펭귄에 크게 X자 치고) 59회차 숨은그림찾기를 (일련 회차 순으로 다 쓴) 어린이 스케치북에 탁! 붙여 넣는다. 그리고 60회차 숨은그림찾기도 (이미 다 찾아) 다음장에 붙이려는데...
문득 다음 자리에 이미 붙어있는 낯선 쪽지를 발견, <이장이 들여놓지 말아야 할 것을 들여놨다>

춘배: ...!?

CUT TO 36-2
백열전구아래... 춘배가 눈이 빠지게 뜯어낸 쪽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이장이 들여놓지 말아야 할 것을 들여놨다>
춘배, 몹시 혼란스런 표정...

춘배: ...대체 요거시 뭐까이??

춘배, 불안한 표정... 이때 부뚜막에서 달그락 소리!
...(중략)...


외부의 혹은 내부의 특정인에 의해서 관찰되어지고 통제되어진다고 여겨지는 섬 주민들. 관찰자의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일은 흘러가고 사건 또한 수습할 수 없게 커져버린다. 모든 우주의 일들에는 법칙이 있고 질서가 있다고 믿는 과학자들에 의해서 형성된 근대이후의 과학관이 여기서도 적용이 된다. 하지만 근래에 수많은 실험 혹은 가설을 통해서 -특히 소립자 분야의 과학자들에 의해서- 입증된 바는 이렇다. 모든 사건은 다른 모든 사건과 구별이 된다. -변수를 통제할 수 있다면 수차례 실험을 통해서 적절한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종래의 가설과 충돌한다-


2. 무질서의 증가에 대해서


 

59. 이장 집 (오전)
...(중략)...
순간, 느닷없이 판수가 상구를 덮친다.
상구, 엽총을 뺏기지 않을려고 몸부림... 탕!

판수: (고꾸라지며) 으메! 이게 아닌디!

상구가 잔뜩 당황! 조기사와 이기사가 다시 덮친다.
실랑이... 결국 상구, 총을 놓치고, 핑그르르... 춘배 앞으로 떨어지는 엽총..
우성이 긴장하며 총 쪽으로 다가서는데..
춘배, 잔뜩 상기된 표정으로 있다 총을 줍는다.
총 내려놓으세요! 우성의 조심스런 말.
하지만 춘배, 덜덜 떨며 계속 총을 들고 우성을 겨누고,
우성 뒤로 물러서면, 춘배, 이번엔 이장을 향해 총을 겨누고,

태기 엄마: (놀라며) 오메오메! 자가 왜 저런다냐? 피하소이 다들!!!
이장과 함께 아수라장으로 뭉쳐있던 마을 사람들 총구 방향 따라 우르르...저르르...
상구 뒤로 모두들 숨는데... 졸지에 상구 앞에 서고...

상구: (확! 짜증이 난다) 저 병신새끼가! (버럭) 니 얼른 총 안 내려 놓냐!
우성: (나서며) 어서 총내려 놓으세요! 어서요!

춘배, 뒤로 주춤, 발밑에 판수가 밟힌다. 아이고! 판수가 꿈틀!
으악! 놀란 춘배가 넘어지며 방아쇠에 힘이 가고 만다. 탕!

사람들: ...!
...(중략)...


섬에서의 사건은 왜 예측 가능한 범주를 넘어서며 점점 커진 것일까? 이것을 설명하기 위해서 다른 이론을 빌려오겠다. 일명 엔트로피라고 불리는 열역학 제2법칙이다. ‘물질과 에너지는 한 방향으로만 변한다. 유용한 상태에서 무용한 상태로, 획득 가능한 상태에서 획득 불가능한 상태로, 질서 있는 상태에서 무질서한 상태로만 변한다.’ SF도 아닌데 웬 과학? 상관도 없는 ‘엔트로피’ 이론을 영화와 관련지으려는 무리한 혹은 무뢰한 시도는 무엇이란 말인가. 하도 날이 더워서 재미삼아 지루한 이론하나를 적용시켜 보려고 했다면 용서가 될까. 하여튼 엔트로피를 다시 해석해보면 이렇다. ‘우주안의 모든 것은 일정한 구조와 가치로 시작해서 무질서한 혼돈과 낭비의 상태로 나아가며 이것을 거꾸로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쥬라기 공원>의 뒤에 90년대에 유행한 ‘카오스’ 이론이 있었던 것처럼 <극락도 살인사건>의 뒤에는 ‘엔트로피 법칙’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잠시 해봤다. 서로가 서로를 죽이기에는 너무 순박하기만 했던 섬마을 사람들. 판수의 마지막 말처럼 으메 이게 아닌데.... 어째쓸까나.

참고서적: 엔트로피/ 제레미 리프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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