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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태

한국 사회를 반영하는 상반기 한국 장르영화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와 <데어 윌비 블러드>의 공통점은?
 
올 아카데미를 휩쓴 영화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정답은 두 영화를 연출한 코엔 형제와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이 모두 한때 미국 독립 영화의 기수들이었다는 점이다. 작가적 고집과 안목을 갖춘 그들이 아카데미에 입성함으로써 예술적 상업 영화 감독의 이름을 공고히 한 것이다.

할리우드에서 이러한 예는 차고도 넘친다. 이건 상업적이거나 흥행에 성공한 영화들을 옹호하기 위한 수사가 아니다. 영국에서 미국으로 건너간 스릴러의 장인 알프레드 히치콕은 프랑스 누벨바그 감독들과 잡지 <카이에 뒤 시네마>에 의해 재발견됐고, <죠스>와 같은 재기발랄한 장르 영화로 시작한 스필버그는 지금 상업적으로나 비평적으로 무시하지 못할 거장의 자리에 올랐다.

우리 사회 최고의 순간을 추격해보자

영화 장인들이 만든 상업영화들이든 아니든, 영화는 결코 단순한 오락에서 머무르지 않는다. 영화학자 수잔 헤이워드는 "장르적 관습들도 '진화'하고 경제적·기술적·소비적 이유들로 변형을 겪는다, 그것들은 역설적이지만 보수적인 동시에 진보적인 위치에 놓이게 된다"고 기술한 바 있다.

장르는 제작·마케팅·소비 과정을 통과하면 세상, 그리고 관객과 조응한다. 다시 말해, 동시대의 분위기에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는 뜻이다. 

이건 우리 영화들도 마찬가지다.

1·2월 개봉해 한국 영화 흥행을 주도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과 <추격자>는 스포츠 드라마와 스릴러라는 장르적 외피를 쓰고 있지만 우리 사회를 비추는 거울로 충분히 기능한다. <바보><숙명>과 <GP 506> 또한 멜로와 느와르·공포라는 장르 안에서 의도였든 아니든 한국 사회의 무의식들을 품고 있다.

한국영화들이 점점 장르의 틀에 매달리고 있다. 관객들의 입맛에 맞추려는 산업적인 요구임을 감안하더라도 좀 더 총체적인 시각으로 읽을 필요성을 느낀다. 각기 다른 장르지만 어떤 영화는 장르성에 포획되고, 또 어떤 영화는 작가적 인장을 찍기도 한다. 무엇보다 한국 사회와 대중 사이에 흐르는 어떤 공기가 포착된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를 감안하고 올 해 개봉되어 관객들의 관심을 받은 우리 영화 5편을 거들떠보도록 하자.

<우생순> 감동의 외인구단, 지금 이 곳에 서있다

사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은 크랭크인 전부터 말들이 많았던 프로젝트다. 작가주의 를 표방했던 임순례 감독이 '아줌마'들을 주인공으로 핸드볼 영화를 만든다고 했을 때,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던 것이 사실이다.

대중성이 검증되지 않은 감독에, '제3의 성'이라 희화화되는 인물군으로, 비주류 종목을 영화화한다고 했으니, 촬영 종반까지 투자가 마무리되지 않아 그리스 로케이션을 짧게 끝내야 했다는 말은 이해가 되고도 남는다.

하지만 '실화' 프리미엄을 등에 업고 영화가 승승장구하자 이러한 약점들은 오히려 관객들의 심금을 울리는 요인으로 분석됐다. 사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거칠게 요약하자면 스포츠 드라마의 장르성을 바탕으로 '아줌마'라는 마이너리티를 보듬은 휴먼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임순례 감독은 '오합지졸들이 결국 자신만의 감동적인 승리를 일궈낸다'는 스포츠영화의 공식을 지켜내면서도 그녀들을 '건강하게' 긍정한다. 경기 신에서조차 카메라를 너무 들이대지 않고 폭넓게 조망하는 동시에, 올림픽이 끝나면 또다시 빚더미와 비정규직의 비루한 삶으로 돌아가는 미숙을 응원하는 것이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흥행이 한국 대중들의 실화 신드롬에 기댄 측면이 다분하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임순례 감독은 분명 장르 공식을 배반하지 않으면서도 현실에 발을 디디고 서서 기어이 작가적 인장을 찍어냈다.

물론 엔딩의 실제 인터뷰 화면이 '오버'라는 지적도 있지만 한국 사회 내에서 핸드볼의 위치를 감안한다면 눈물의 극대화나 현실의 환기, 두 측면 모두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으리라.

무엇보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가치는 소재와 캐릭터들의 생생한 묘사로 장르성을 넘어서며, 전복과 연대 그리고 생생한 현실감을 성취해냈다는 데 있다. 그것도 과거나 무국적의 공간이 아닌 지금, 이 곳을 딛고 서서 말이다.

<추격자> 전력을 다해 뛰는 당신, 그냥 버티시라

500만 관객 동원을 목전에 둔 <추격자>는 "<살인의 추억> 이후 최고의 스릴러"라는 상찬을 듣는 중이다. 비슷하게 <공공의 적>이 연쇄 살인범과 '좀 덜 나쁜 놈'의 대결이란 소재를 코미디로 풀었다면, <추격자>는 초반부터 범인 영민(하정우)의 정체를 드러낸 뒤, 이를 뒤쫓는 보도방 주인 중호(김윤석)의 피로감을 뒤쫓는다.

자기가 사지로 내몰았던 보도방 여자들 중 미진(서영희)만은 살려야 한다는 간절함. 전직 경찰이지만 지금은 이른 바 '포주'인 중호가 24시간 넘게 영민을 뒤쫓는 무의식에는 이러한 자괴감과 무력감·절망이 뒤섞여 있다.

그렇다고 영화는 그가 개과천선할 여지를 마지막까지 조금도 내비치지 않는다. 한국이란 시스템이 낳은 기형적인 산물은 '사이코패스' 영민이 아니라 폭력적이고 천민자본주의 시스템에 길들여진 중호일테니.

'범인이 누구일까'보다 '범인을 중호의 손으로 잡을 수 있을 것이냐'를 쫓아가는 <추격자>의 서스펜스는 바로 미진의 생사 여부에서 발생한다. 틈틈이 그녀의 탈출기를 관전시키던 나홍진 감독은 미진이 영민의 손으로 무참히 살해당하는 순간을 생생히 중계한다.

이전 희생자들이 죽음은 건너뛰었건만 미진만은 슬로우모션과 클로즈업 기법을 사용, 흩날리는 피를 친절하게 묘사하는 것이다. "관객 모두가 살기를 바랐던" 미진의 죽음은 관객들의 공분을 일으키려는 나홍진 감독의 철저한 계산인 셈이다.

현실에서 뒤이어 터진 안양 초등학생 살해범과의 비교는 너무나도 게으르고 우연적인 발상이다. 하지만 미진의 무참한 죽음을 재현하면서까지 리얼리티와 분노를 요구하는 <추격자>의 방식에서 강력범죄와 '사회적' 죽음에 부지불식간에 길들여진 우리 사회를 본다.

많은 관객들과 글쟁이들이 그 장면의 윤리성을 제기했지만 그럼에도 500만 가까운 관객들이 <추격자>를 찾는 이유는, 그러한 강력범죄를 대리 경험하고 살아남았다는 안도감을 느끼기 때문이리라. 마치 미국 관객들이 이러저러한 영화와 드라마로 9·11 테러를 소비하는 것과 비슷하게.

<추격자>가 품은 한국 사회의 공기는 오물 세례를 받는 서울시장이나 경찰의 무능함에 있지 않다. 우리가 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아무리 '중호'처럼 전력을 다해 뛰는 자가 있더라도 죽고 말 거라는 절망감이 그 요체다. 그리고 나홍진 감독은 관객들에게 사이코패스들은 어떤 심리적 원인도 없고 지켜줄 시스템도 낡았으니 그저 "버티시라"고 충고하려는 듯 하다. 그게 바로 미진이 죽어야했던 이유일 것이다. 

<바보> 구질구질한 뒷골목은 어디로 가고...

시작부터 <바보>는 젊은 독자들이 열광한 강풀의 동명 원작 만화와 경쟁해야 할 운명이었다. 원작 만화 <바보>는 20대 중후반 독자들이라면 동네에 한 명씩은 있었던 '바보' 형이나 친구를 아련한 추억의 시공간과 우리 동네로 불러낸 뒤, 지금은 사라져가는 가치인 그의 순수함을 본받자고 권유하는 내용이다.

그리하여 바보 승룡(차태현)이의 순수함에 감화된 첫사랑 지호(하지원)는 손을 놓았던 피아노를 치러 다시 외국으로 향하고, 뒷골목 인생이었던 친구 상수(박희순)과 애인 희영(박그리나)은 자영업자와 일자리(비정규직인지 정규직인지는 확실치 않지만)를 얻어 새출발을 도모하고, 고등학생인 동생 지인은 장애인 오빠의 진심을 알게 된다.

그러니까 <바보>는 희생의 멜로드라마다. 그러나 영화에서 바보 승룡이가 첫사랑을, 동생을, 친구를 위해 희생하고 떠나가는 궤적을 그리는 동안, 원작에 등장하는, 술파는 카페 여급 희영과 상수의 이야기는 대폭 줄였다.

구질구질한 인생사가 녹아든 상수와 희영의 어두운 이야기는 얼개만을 남겨둔 채, 차태현과 하지원, 두 선남선녀가 연기한 승룡이와 지호의 애틋한 감정에 치우쳤다. 원작 <바보>가 지닌 감동의 폭이 영화 <바보> 속에서는 오히려 반 토막이 나버렸다.

영화는 한국 사회에서 '가족'이 지닌 의미를 중시해 동생 지인의 감정선을 세부적으로 묘사한다. 그러나 어찌보면 '바보'의 희생과 죽음은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었던 '바보'들의 격리와도 같은 과정으로 보인다. 원작의 애잔함과 멜로드라마의 공식을 과감히 버리고, 또 급작스런 영화적인 결말을 대신해, 오빠를 이해하는 동생과 그를 아끼는 친구와 함께 살아가는 결말을 그렸다면 영화 <바보>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변모했을까?

<숙명> 너무 게으른 인생투정... 꽃미남이라도 안 괜찮아



<숙명>은 송승헌과 권상우가 없었다면 완성되지 못했을지 모른다. 두 한류 스타의 출연으로 투자를 보장받았을 이 영화는 <파이란>의 시나리오를 쓰고, <연애, 그 참을수 없을 가벼움>을 연출했던 김해곤 감독의 작품이라고 보기엔 너무나도 시대착오이다.

사실 느와르, 갱스터 장르는 사회에 기생하는 악과 그 안에서 바둥거리는 주인공들을 비장미로 버무려낸 장르다. 구조적으로 거의 신화화된 장르이면서 우리에게는 <스카페이스>보다 <영웅본색>류로 친숙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숙명>은 진짜 그러한 신화화되고 장르화된 길을 어설프게 밟으려고 한다.

심히 삐걱거리는 건 현실적인 대사들과 지극히 전형적인 타입의 캐릭터들이 부딪칠 때다. 김해곤 감독표 생생한 '대사빨'은 철중 역의 권상우가 욕을 입에 달고 나와도 체화되지 않은 상태이며, 오히려 돋보이는 건 무시무시한 '자학의 달인' 도완역의 조연 김인권이다.

한껏 멋을 낸 송승헌의 내레이션이 공허해 보이는 건 이 영화가 꼭 2008년이 아니어도 괜찮을 만큼 우정·배신·파멸이라는 장르의 공식을 '수박 겉핥기' 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폭' 회사의 네 친구가 끝내 막다른 제 갈 길을 간다는 수컷들의 인정투쟁기 <숙명>은 그 만큼 시대착오적이다. 아무리 ‘나쁜놈’ 철중이 막다른 골목에 처하는 상황이 아파트 건설 건이라고 치더라도, 이건 다 <우아한 세계> <짝패> <비열한 거리> 등이 써먹은 소재다. 미안하지만 '꽃미남이지만 괜찮아'라고 하기엔 <숙명>을 보는 우리의 감수성은 훨씬 더 성숙해 있다는 걸 염두에 두시길.

<GP 506> 장르의 미로에서 길을 잃은 분단 미스테리



공수창 감독의 <알 포인트>는 가장 뛰어난 한국산 호러 영화 중 한 편이다. '손에 피를 묻힌 자, 살아 돌아가지 못한다'는 경고는 베트남이란 한정된 공간과 우리 아버지들이 피를 묻혔던 공통의 원죄의식을 불러일으키며 공감대를 형성하기에 충분했다.

<알 포인트>와 함께 공수창 감독이 시나리오를 쓴 <하얀전쟁>까지 포함해 '밀리터리 3부작'이라 부를 수 있는 <GP 506>은 비무장지대의 최전방 경계초소 GP(Guard Post)를 배경으로, 공포의 동인을 귀신이 아닌 원인 모를 바이러스로 치환했다. 21명의 소대원이 죽어나간 그 자리에 당도한 또 다른 21명의 소대원들. 그들이 목도한 믿지 못할 상황이라는 점은 전작과 닮았지만 말이다.

폐쇄성과 원죄의식을 장르와 역사에 버무려냈던 전작과 달리 <GP 506>은 일단 중반까지 "도대체 여기서 무슨 일이 있었나"에 대한 미스터리 구조에 매달린다. 무리수를 둔 반전과 이중의 회상 장면은 수사 담당 노 원사(천호진)을 주인공으로 삼았다는 이유를 대더라도 두고두고 아쉬운 대목이다. 이러한 섬세한 장치들이 '분단이 낳은 정체모를 바이러스'가 빚은 참극이라는 주제의식과 조화를 이루었나 하는 대목은 쉽게 동의할 수 없다.

그건 우리를 불안하게 했던 '타자'와 그로 인한 심리적 동요가 선명했던 <알 포인트>와 달리 <GP 506>의 지향점이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비무장지대에서 발생한 '바이러스'가 은유하는 바가 분단이 빚어내는 피로감과 상처들이라는 건 짐작 가능하지만 <GP 506>은 그걸 친절히 설명해 주지 않을 뿐 더러 의도적인지 편집상 실수인지 모호하게 처리했다. 그리고 중립적인 노 원사를 통해 그걸 덮어두기 위해 모두 다 희생해야 한다고 강변한다.

그러니까 '남북군사'문제는 어디까지나 은폐되어야 하고, 그것으로 평화를 유지해야 된다는 기이한 서사 구조. <알 포인트>의 명백한 역사와 달리 공수창 감독이 고민했을 지점은 충분히 이해되지만 영화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지점들이 <GP 506>을 갸우뚱하게 만든다. 만약 예산이 적은 B급 영화였다면 분단의 상처로 발생한 좀비들이 비무장지대를 넘어오는 전복적인 결말을 기대할 수 있었을까? 같은 비극일지라도 오경필 중사만은 살려두었던 <공동경비구역 JSA>가 그리워지는 건 왜일까.

영화는 그렇게 현실은 반영한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 진정 행복한 순간은 궁지에 몰려 자살을 기도한 미숙의 남편이 살아남아 병상에서 눈물을 흘릴 때다. 그리고 최선을 다한 미숙은 승부던지기에 실패한다. '그럼에도 삶은 계속되리라'는 긍정과 부정의 변증법.

다소간의 판타지라고 추궁할 관객이 있을지 모르지만 그럼에도 한국영화들은 너무나도 '죽음'을 비장하게, 그리고 손쉬운 선택으로 그려낸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그걸 너무나도 익숙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건 장르 법칙과 상관없는 문제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제외하고 장르가 다른 네 편의 영화 모두 주요 인물들이 죽어나갔다.

어쩌면 한국 사회가 그만큼 절박하다는 반증일지 모른다. 비약하자면 생계형 혹은 사회적 죽음과 맞먹는 상황이 비일비재하다는 뜻일 수 있단 얘기다. 그걸 장르 영화들은 장르 법칙이란 허울에 숨어서 반영하고 있는지 모른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관객들은 현실을 비정하게 직시한 영화들도, 말랑말랑하기 만한 로맨틱 코미디도 외면하고 있는 중이다. 조폭코미디를 봐도 웃다가 꼭  번쯤은 울어줘야 하고, 비극적인 결말에도 적잖이 길들여져 있다.

상위 몇 퍼센트를 제외하곤 우리가 꼭 그렇게 불안정하게 혹은 감정의 진폭이 큰 삶을 살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영화는 그렇게 현실은 반영하는 중이다. '다이내믹 코리아'에서도 예외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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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hfql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생순..보면 특히 한국 여성의 삶이..잘..특히..문소리분.. 남편이 빚져서..그것 독촉 받고..빚갚으려..일하고..애 들쳐 업고 다니고..그런 분 은근히 많던데...
    추격자..는 요즘 범죄들..의 결정판..영화..

    2008.04.10 14:16
  2. 꼭 흥행이 돼야만 영화가 잘만들어 진건가?  수정/삭제  댓글쓰기

    바보 연기자들 연기도 좋았고 원작과 많이 비슷하게
    배경도 지었고 영상미도 보였다 우생순은 그냥 그 선수들 사생활 이야기가 아닌가 보고 재미있을지는 모르지만 관객들에게 얻게해주는것은 별로 없다

    2008.04.10 18:10
  3. 아 저기..  수정/삭제  댓글쓰기

    간간히 스포일러가 보이는데; 더 많은 분들이 보시기 전에 스포일러가 있다는 말씀을 앞에 명시해주셨으면 합니다

    2008.04.10 23:23


네티즌들의 기대를 모았던 <바보>가 개봉 첫 주 43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순항중이다. 기자들이나 평론가들의 평가와 달리 관객들에게 후한 점수를 받으며 롱런의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강풀의 원작 만화와의 숱한 비교에 시달렸지만 결국 이야기와 바보 승룡이(차태현)이란 캐릭터의 힘에 관객들은 점수를 준 것이다.

그래서 김정권 감독을 만나봤다. 인터뷰는 일찌감치 잡혔지만 뚜껑을 열어보고 관객들의 반응을 살펴 본 뒤, 속내를 들어보고 싶었다. 기대보다는 “약간은 아쉽다”는 김정권 감독은 2년 만의 개봉 뒤 빡빡한 무대인사 일정이 그리 힘들지 만은 않아 보였다. 그건 상업 영화  감독으로서 관객들의 사랑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리라.

바보 승룡이가 첫사랑 지호(하지원)과 동생 지인(박하선)이, 그리고 친구 상수(박희순)과 그의 애인 희영(박그리나)를 변화시키는 이야기 <바보>는 그의 전작 <동감>과 <화성으로 간 사나이>(이하 <화성>)의 아련한 정서를 공유하고 있었다. 멜로 전문 감독을 꿈꾸는 김정권 감독이 털어놓은 <바보>에 대한 애정과 아쉬움, 그리고 한국 영화판의 현주소에 대한 솔직한 심경은 이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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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인터뷰가 늦었는데 강풀 작가랑 배우들도 만났거든요. 또 개봉 결과도 궁금했고요.
김: 그럼 성적 나쁘면 인터뷰 안 하려고 그랬구나?(웃음).

하: 오늘 성적이 좋던데요. 40만 조금 넘었더라고요. 근데 <추격자>가 워낙 세서.
김: 집계 안 된 거까지 43만이에요. <추격자>는 워낙 1년에 한, 두 편 나오는 영화니까요.

하: 스코어 보니까 기분이 어떠세요?
김: 워낙 원작 자체가 사랑을 받았지만 우리 기대보다는 솔직히 못해요. 하지만 작년 한국영화 110편중에 그나마 본전 찾은 게 10편밖에 안되니까 우리는 (개봉 첫 주에) 무난하게 넘긴 거 같긴 하고 감사한 거죠.

하: 손익분기점은 150만 정도 인가요? 
김: 네. 그 정도 될 거 같아요. 사실 3월 달에 큰 작품이 없지만 <추격자>는 계속 잘 될 거 같고요. 사실 평론가들에게는 좋은 평을 못 들어서 아쉬워요. 리뷰를 보면 장애인에 대한 이야기 같이 작품의 본질적인 면을 건드리기보다 (원작과의) 퍼즐 맞추기, 숨은그림찾기처럼 왜곡이 되다 보니 조금 속상해요. 걱정도 많이 했어요. 관객들 또한 그렇게 본다면 자칫 잘못하면 10만도 안 드는 거 아니냐며. 그나마 다행입니다(웃음).

하: 하지원씨가 무대 인사를 열심히 돌았다는 기사도 봤어요. 또 차태현씨가 워낙 홍보는 열심히 하는 배우잖아요.
김: 자기가 열심히 할 수밖에 없어요. 왜냐하면 태현이 영화고 그리고 <엽기적인 그녀> 말고 <바보> 10번째 작품인데 그동안 많이 소진된 면이 있었죠. 저부터도 이미지상으로 나쁘지 않은데 비슷한 영화만 해온다는 식상함이 있었어요. 또 자기 스스로 위기라고 생각하고 이빨 꽉 깨물고 연기를 했어요. 기존과 다른 변신, 변화가 있어서 스스로도 만족하는 거 같아요. 또 관객들 만났을 때 영화 재미없으면 관객들은 그냥 나가버리거든요. 많이들 호응해 주니까 고무돼 있는 거 같긴 해요. 100명이 다 좋아할 수 없지만 10명 중에 8명 정도는 만족하는 거 같아요. 사실 <바보>라는 영화에 기대를 많이 안 한 거 같긴 해요. 개봉이 너무 늦어지고 <아파트>에 데인 관객들도 있고.

하: 10명 중에 8이면 포털 사이트에 관객 평점이랑 비슷하네요. 8.5 정도 나왔던데.
김: 그러게 좀 넘는데요(일동 웃음). (영화사 직원을 보며)우리 알바 쓴 거 아냐?

하: 요즘은 알바를 쓴다 하더라도 대세에 지장을 주지는 못하는 거 같아요. 재미있는 영화는 관객들이 먼저 알아보니까요. 그나저나 개봉이 늦어져서 속 많이 끓였죠? <바보>의 개봉 지연은 영화계의 미스터리였거든요.
김: 그렇죠, 뭐. 솔직하게 말하자면 돈이 없었던 거죠. 준비하던 영화가 있었는데 와이어투와이어란 제작사에서 ‘이런 만화가 있으니 한 번 봐 주십시오’라며 섭외가 왔어요. 처음엔 거절했는데 <바보>를 보면서 창피할 정도로 많이 울었어요. 또 전작인 <화성>이 전국 12만 정도에서 끝날 정도로 안 돼서 당시의 그 패닉 상태, 공허한 마음에서 보니까 배로 다가오더라고요. 그래서 감독이 내정되어 있느냐고 전화를 걸었어요. 유명한 감독을 포함해 몇몇 거론되고 있었는데 그 분들보다 제가 충분히 잘 하겠더라고요. 원작의 묘미나 맛도 잘 살릴 수 있겠다 싶어서 좀 매달렸죠. ‘나한테 달라, 잘 해 보겠다’

하: 그때 시나리오 초고는 완성된 상태였나요?
김: 다른 작가가 초고를 마무리한 상태였는데 결과가 그리 만족스럽진 않았어요.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였거든요. 그래서 솔직히 화가 많이 났죠. 원작은 남녀간의 멜로보다 가족이야기였는데…… 가장 큰 중심은 승룡이가 가장 소중한 동생한테 미움을 받으면서도 결국에는 끝까지 동생을 위하고 살았던 것인데 그런 느낌이 없는 거예요. 또 지호 경우도 승룡이와의 일을 겪고 힘을 얻어서 마지막에 피아노를 치는 거잖아요. 근데 초고에는 고모의 권유로 피아노 학원에 나가서 피아노를 치게 돼요. 그럼 이야기가 되겠냐 말이죠. 그래서 화가 나서 첫날 첫 미팅 자리에서 많이 싸웠어요. 술자리에서 작가와도 다투고 강풀은 옆에 취해있고. 강풀은 “형님이 알아서 하세요, 제 손은 떠났고 어차피 영화 만들 사람은 감독이니까”라고 했죠. 시간이 조금 흐른 뒤에 작가에게 제가 만화에서 느꼈던 걸 다 얘기 드린 뒤에 의기투합이 됐어요. 원작에 충실하자는 것이 기본 원칙이었어요.

하: 그래도 만화에서 지금까지의 시나리오가 나오기까지 우여곡절이 있었을 텐데요.
김: 반면 심지어 만화와 대사까지 똑같다는 말들이 있어요. 아니 강풀 그 분이 <괴물2> 시나리오까지 쓰는 분이잖아요(웃음). 다들 기대하는 상황인데다 단순히 만화가라고 할 수 없고. 또 만화 속 지인이나 반복되는 승룡이의 대사보다 더 좋은 게 있다면 누가 좀 제시해 줬으면 좋겠어요. 그것만 가지고 1년을 고민을 했어요. 저도 <동감>부터 남이 안 하는 것, 판타지 같은 거 좋아했거든요. 상투적인 거 누구보다 싫어하는 사람이고. <아파트> 안병기 감독 경우는 자기가 가지고 있는 욕심이 있었을 거예요. 사실 우리 회사도 원작을 산 게 있어요. <세 자매 탐정단>이라고 일본의 국민 작가가 쓴 작품인데 ‘고단샤’라는 출판사가 판권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일본 출판업계 1등 출판사인데 작가들 매니지먼트를 해요. 판권만 비싸게 파는 게 목적이 아니라 그 작가를 지키기 위해서 매니지먼트를 하는 거죠. 우리도 이제 소설이나 만화 원작을 토대로 한 영화나 드라마는 분명히 알고 그런 시스템부터 갖춰야 해요.

하: 간담회때 차태현씨가 DVD의 디렉터스 컷 얘기도 하던데 아쉬운 부분이 있을 법해요.
김: 분명 아쉬운 부분이 있죠. 상수와 희영이와의 관계들, 상수가 승룡이를 위해서 한 행돌을 찍어 놨는데 분명 감독 버전에는 넣어야죠. 원작에서 봤던 느낌들, 그러나 영화에서 보지 못했던 장면들을 넣으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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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얼마 전에 박희순 씨 인터뷰했었는데 큰 선물이 되겠는데요(웃음). 박희순씨 성격상 대 놓고 얘기도 못했을 거 같은데.
김: 불만이 많죠? 전화도 안 받던데요?(웃음) 그래도 이야기는 또 다 해요. 은근히 재미있는 사람이라.

하: 상수 부분이 분명 시나리오 상에 있었지만 편집에서 삭제했다면 나름 어떤 원칙이 있었을 텐데요.
김: 네, 그럼요. 일단 이 영화의 본질을 말씀드리면 어떻게 보면 장애인 이야기잖아요. <바보>도 강풀 작가도 얘기했다시피 리얼리티하고는 거리감이 있어요. 승룡이가 연탄가스를 마신 장애인이지만 그렇게 보지 않았고 강 작가도 그 얘기를 하더라고요. 다큐멘터리 같은 영화를 했으면 차태현이란 배우도 안 맞고 제가 연출 하지 않아도 됐을 거예요. 그런 시선은 일치했죠. 일단 팀 버튼의 <가위손>을 예로 들을 게요. 조니 뎁이 연기한 가위손 에드워드도 비정상적이고 외롭고 착한 사람인데 우연히 마을에 내려왔다 사람들의 오해 때문에 자기가 살던 외로운 성으로 다시 돌아가잖아요. 그래도 마을에서의 좋은 추억만 간직하고 미워하고 그러지 않고요. 또 눈을 내려주면서 세상에 빛과 따뜻함을 주잖아요. 우리 승룡이가 <가위손>의 에드워드처럼 보이면 어떨까. 격리시켜야 될 사람도 아니고 따뜻하고 순박해서 손해보고 살지만 승룡이의 진정성과 진실만큼은 영화를 보고 관객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하: 그래서 승룡이에게 더 집중을 했나요?
김: 참 좋은 이야기가 많아요. 희영이의 빨간 구두 이야기, 토성 할아버지도 없어서는 안 될 역할이고 상수도 크고요. 다 필요해서 찍어놨지만 재미가 없어서 편집한 건 아니에요. 부분 부분은 참 좋은데 이야기가 너무 분산되고 방대하다보니까 구심점이 없는 거예요. 편집 본을 다 보니 서너 편의 영화가 중구난방으로 엮인 것 같은 희한한 느낌이라 심각하게 회의를 했어요. “만화로는 재미있고 영화적인 모티브들이 좋아서 판권을 사 가는데 집으로 전화가 온다, 이걸 어떡하느냐면서”라는 말이 와 닿았죠. 원작에 충실해야 하는 건 맞지만 그렇다고 원작 그대로 갈 수는 없는 거니까요. 그래서 승룡이와 동생, 가족에 대한 사랑 쪽으로 결정을 한 거죠. 동생이 몰랐었던 오해들이 시간이 차츰 지나면서 와 닿는 걸로. 전 오빠, 동생 있는 사람들은 다 봤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절대 싸우지 않을 거예요(웃음). 

하: “아플 땐 바세린, 배고플 땐 토스트”란 대사는 <말아톤>의 초원이가 떠올랐어요. ‘바보’ 승룡이를 어떻게 그리느냐에 대한 수위 조절도 관건이었을 것 같은데요.
강: 캐릭터를 잡는데 있어서 차태현이란 배우가 갖는 이미지가 독이 될 수 있다고 느꼈고 고민을 많이 했어요. 영화의 성패는 이야기도 이야기지만 차태현에 달렸다 생각했죠. 다른 후보 분들도 물론 있었지만 역시 공격적인 배우들이 잘 해요. ‘내가 한 번 해봐야지’ 하는 배우들은 자세부터가 다르거든요. 크랭크인 전에 비슷한 모델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수도권에 있는 웬만한 요양원이나 복지시설을 다 찾아 다녔어요. 연탄가스 중독자도 많지 않고 더 격리를 시키길래 비슷한 사람들의 특징만 인터뷰를 찍어 왔죠. 차태현씨가 연기하는데 도움이 될까 싶어서. <말아톤>이나 <맨발의 기봉이>는 실제 모델이 있지만 우린 모델이 없으니까 연출자로서 가이드 해주기도 애매하잖아요. 그래서 차태현도 전적으로 원작에 의지했던 거 같아요. 전형적인 장애인을 연기하는 건 절대 아니라고 했으니까요. “감독님 저 영화 열 편하면서 제 대사만 외우고 상황에 대한 감을 잡고 했는데 이번 영화처럼 지문 하나하나를 읽어 보긴 처음이에요. 그 지문 안에 다 답이 있던데요?”라고 하더라고요. 외적인 부분은 더 리얼하게 갈 수 있었지만 너무 과해선 안 될 것 같았고요. 또 태현이가 가진 기본적인 베이스가 만화 속 승룡이처럼 귀여운 느낌이라 좋았죠.

하: 스크린으로 확인하니 만족스러운가요? 평자들도 차태현씨 연기에 대해서는 이견이 별로 없는 거 같던데.
김: 네, 변신한 모습에 대해 도와줘야 되고 응원도 해 주고요. 연출은 묻혀도 되요(웃음). 차태현이란 배우를 보면 굉장히 속상해요. 어찌 보면 여배우 서브만 해주는 것도 같고. 처음 만났을 때 진짜 영화배우 같지 않고 ‘무슨 사람이 이렇게 착하고 바보 같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기본적으로 배우는 ‘가오’도 좀 잡고 속 이야기도 잘 안 하고 그러는데 차태현은 안 그래요. 무슨 감독이 아니라 동네 형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 놀랬죠. 기본적으로 이런 배우들이 잘 됐으면 좋겠어요. 고만고만한 영화하다 잊혀져가고 일일드라마 하는 게 아니라. <바보>가 다들 차태현의 앞으로 10년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작품이 되어줬으면 좋겠어요.

하: 하지원씨 캐스팅은 아무래도 <동감>때의 인연이 작용하지 않았을까 궁금했어요.
김: 무시할 수 없죠. 지호 역을 맡겠다는 톱 배우들이 줄을 서 있었는데 사실 지원이는 (제가) 반신반의 했었어요. 분량도 적고 승룡이의 영화니까. 선뜻 하겠다고 해서 천군만마를 얻은 듯한 느낌이었죠. 지원이도 고맙지만 가장 고마운 건 박희순이란 배우에요. 승룡이가 살아야지 드라마가 사는데 비슷한 색깔의 배우가 상수 역할을 했다면 톤이 확 달라지고 봄나물 같이 화사한 영화가 나왔을 거예요. 우리는 힘을 주려 하지만 관객들이 보기에는 닭살 돋는. 박희순이 그 중심을 잘 잡아줘서 진짜 감사해요. 편집된 부분 때문에 서운한 부분도 있겠지만 소주 한잔 하면 풀릴 거라고 생각하고. 꼭 디렉티스 컷에서……(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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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고백을 하자면 안타까웠던 점이 상수 부분이었어요. 영화가 너무 착해진 것이 상수와 희영 부분이 조금 더 있었으면 공감대가 커졌을 거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김: 그냥 영화만 놓고 본다면 또 다를 거예요. 전 엔딩은 <빌리 엘리어트>가 최고라고 생각해요. 후반부 다 필요 없이 점핑하는 장면으로 끝나잖아요. 사실 저도 그러고 싶었어요. 사족 같은 부분 다 빼버리고 승룡이 신발 하나 딱 놓고 지인이가 한 번 미소 짓고 끝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하: 강풀 원작의 영화들이 앞으로도 줄을 섰는데 앞으로 메가폰을 잡을 감독들에게 이게 제일 어려웠다거나 하는 조언을 해 준다 면요.
김: 애매한 분량이요. 예를 들어 <식객>이나 <타짜> 같은 경우는 두 시간 안에 정리하면 되는 건데 <바보> 같은 경우는 네 시간짜리로 개봉을 해야 되요. 그런데 묘하게도 <아파트>나 <순정만화> 심지어 <26년>도 분량은 다 마찬가지더라고요. 다 잘 하겠죠. <26년>의 이해영 감독이나 <순정만화>의 류장하 감독 모두 기대하고 있어요. 강풀 얘기 들어봐도 시나리오가 잘 나왔다고 하더라고요. 결국 네티즌들이 강풀 작가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이야기’ 때문인 거 같아요. 그리고 강풀 작가가 묵직한 면이 있어요. 어디서 본 듯한 이야기 인거 같은데도 본질로 들어가면 심금을 울린다든가 나름 독특한 정서가. 제가 운 좋게도 장진 감독과 두 작품을 했는데 옆에서 지켜보며 대단한 이야기꾼이라고 생각 했었거든요. 장진 감독이 연출을 하거나 시나리오를 쓴 작품들이 사랑받는 이유가 독특한 이야기에 있다고 보고요. 강풀 원작 영화들이 인터넷에서 사랑받았던 것만큼 잘 됐으면 좋겠어요. 원작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요. 그 안에 분명히 정답이 있거든요.

하: 역시 본질적인 부분을 강조하시는 것 같네요. 좀 더 큰 얘기를 해 볼게요. <동감>으로 데뷔해 햇수로 9년차고 이제 세 편째인데 상당히 과작의 감독이에요.
김: 어떻게 보면 정말 게으른 거죠. 무슨 얘기인 줄 알겠고 게으른 걸로 보일 수 있어요. 그렇지만 상위 영화감독들 중에서도 몇 프로만 여유로워요. 입봉 당시만 해도저보다 월등히 뛰어난 분들도 많았는데 (지금은) 보이지 않는 분들이 태반이에요. 순제작비 평균이 30억에서 35억이고 100억대 영화가 만들어질 만큼 파이가 커졌어요. 감독이 그 상업적인 부분을 책임져야 돼요. 잘못되면 기회마저 박탈당하고 바로 그 다음날 실업자가 되는 거죠. 결국 시나리오의 문제인 거 같아요. 좋은 시나리오가 바탕이 되고 콘텐츠가 다양해 져야죠. 그리고 감독 지망생들도 내 시나리오로 입봉한다는 생각도 줄여야 돼요. 그러면 좋지만 기본적인 아이템은 감독이 만들되 상업영화들은 나름대로 체계화 시킬 필요가 있다고 봐요. 한해 만들어지는 110여 편이 다 시나리오 좋다고 시작하지만 결과를 보면 그 중에 본전은 열 편, 나머지는 다 손해. 그럼 투자자들은 다 멀어지죠. 결과적으로 그걸 감당하다 보면 헝그리해 지고 우리 주장을 당당하게 내세울 수도 없고요. 그런 상황에서 관람료 올려 달라고 하면 말이 안 되는 거죠. 관객들 만족도도 높아져 있으니 최소한 반타작은 해서 한국영화 재미있다는 얘기가 나오게 해야죠. 본의 아니게 저도 <동감> 끝나고 <화성>까지 3년, 또 <바보>까지 5년이 걸렸어요. 시장 상황 때문에 그런 거니 답답하긴 해요. 욕심 같아서는 임권택 감독님 1년에 네 편 찍었듯이 하고 싶긴 하지만 그렇다고 좋지 않은 시나리오가지고 찍을 순 없는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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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역시 시나리오의 힘이 중요한 거 같아요. 우리나라도 빨리 시나리오 작가들을 더 전문적으로 키우고 보수도 안정화시키고 해야 될 텐데요.
김: 그리고 좋은 시나리오를 볼 수 있는 눈을 키우는 것도 굉장히 중요해요. 팀 버튼이 요즘에 시나리오 안 쓰잖아요. 제임스 카메론, 스티븐 스필버그 보세요. 강제규 감독도 <태극기 휘날리며> 할 때 작가들 20명 불러다가 작업했는데 그 만큼 상업적 마인드를 갖춘 거죠. 장진 감독처럼 잘 하는 감독들은 또 잘 하면 되고요(웃음).

하: 세 편 연이어 멜로 장르를 연출했어요.
김: 감성의 문제인 거 같긴 한데 <바보>까지 해서 이제 조금 제 색깔이 보이는 거 같아요.  <동감>때 말도 안 되게 앞서간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탁월한 감각! 너무 부끄럽더라고요. 그래서 뛰어난가라는 반문도 많이 했고. 기자들은 너무 겸손하다고 하는데 어떻게 한 편 하고 감독의 색깔을 논할 수 있어요. 좀 창피하더라고요. 정서에 대해 얘기를 많이 해주는데 이제 좀 알겠어요. 그게 김정권만의 고유한 색깔이 될 수도 있을 거 같고 이제는 부끄럽지는 않은 거 같아요. 대한민국의 연출자로서 색깔 없는 감독이 제일 부끄러운 거잖아요. 사실 다른 장르 시나리오도 받아 봐요. 기본적으로 공포도 보고 액션 영화도 너무 좋아하고.  멜로가 눈에 들어오는 이유를 생각해 보면 올리비아 핫세가 나왔던 <로미오와 줄리엣>이 떠올라요.

하: 그래서 <동감> 때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는 장면을 넣으셨군요(웃음). 다음 작품도 멜로라고 들었어요.
김: 촬영은 다 마쳤고요. 제목이 <그 남자의 책, 198쪽>이에요. 소설가 윤성희씨의 단편이 원작이고 ‘이상문학상’ 추천작이죠. <화려한 휴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나현 작가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박은영 작가가 시나리오를 썼고요.

하: 나현 작가님은 요즘 너무 잘나가는데요.
김: 잘 나갈 줄 알고 같이 작업하자고 그랬어요(일동 웃음). 최고죠 뭐, 시나리오 작가 중에서. 작년에 600만, 올해 400만.

하: 주연을 맡은 이동욱 씨는 <아랑> <최강로맨스>도 잘 됐잖아요. 유진씨도 <못말리는 결혼>으로 안정적으로 데뷔했고.
김: 네. 영화 만드는 사람들이 말로는 배우 기근이다 하면서 결국에는 톱스타를 찾고 투자사들도 신인 발굴해야 된다고 한다면서도 신인들이면 투자를 안 해요. 환장하는 거죠. 제 PR 같지만 떳떳하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톱스타지만 <동감> 때 모두 신인급이었으니까. 톱스타라고 다 잘되는 것도 아니고. 특히 유진이란 배우는 가능성을 높게 봐요. 뮤지컬 <댄서의 순정>을 보러 간 적이 있는데 깜짝 놀랐어요. 가수 출신 배우들에 대한 안 좋은 선입견이 분명히 있잖아요. 유진이란 배우는 노력을 많이 하더라고요. 꾸준하게 자기 트레이닝 하고 연기자로서 노력을 하는 친구고. 그걸 제가 직접 봤고 그래서 캐스팅을 했죠.

하: 돌이켜 보면 <동감>은 시간, <화성>은 공간, <바보>는 캐릭터에 집중했어요. 이번엔 미스터리 멜로라고 했는데 어떤 변주가 있을지 궁금하네요.
김: 사랑 이야기로 시간에 대한 이야기도 했고요, <화성>은 공간에 대한 신비함이 있었죠. 그러다 보니 멜로가 뭐가 있을까 생각을 하다 미스터리 멜로에 끌렸어요. 전형적인 멜로는 많잖아요, 사랑하다 배신하고, 누가 죽고 불치병에 걸리고. 또 불치병 얘기는 저랑 안 맞는 거 같고(웃음). 이야기는 미스터리 멜로지만 굉장히 밝고 유쾌하게 시작해요. 두 주인공이 상처가 있어요. 유진이 맡은 도서관 사서 은수는 8년 동안 도서관 사서를 해서 무료함에 찌든 인물이에요. 이동욱씨가 맡은 준오는 자기가 잃고 싶은 기억만 잃어버리는 해리성 기억 상실증에 걸렸고요. 그런데 사고가 나기 전 손에 쥐고 있던, 사랑하던 여자가 쓴 ‘OOO책 198쪽을 봐, 그 속에 내가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라는 쪽지 하나를 들고 도서관에 찾아와요. 도서관에 한 번도 안 올 것 같은 남자를 은수가 지켜보면서 자기도 아프지만 자기보다 더 아픈 남자를 도와주고 치료하고 자기도 치유 받는 이야기죠.

하: 장진 감독과 처음 두 편을 함께 작업하다 이번엔 다른 작가와 작업했어요. 솔직히 어떤 차이가 있던가요. <동감> 때는 장진 감독의 시나리오에 대한 칭찬도 적지 않았는데요.
김: 저는 지금이 편해요. 주목 안받는 게 편해요. 솔직히 감독 김정권이 주목받지 않는 게 부담이 덜해요. <동감>도 아이템이나 구상도 제가 했는데 결국엔 장진 감독님이 주목을 많이 받아서 솔직히 기분이 좋진 않았죠. 근데 돌이켜 생각해 보면 별게 아니고 도리어 장진 감독님한테 고맙다고 했어요. 이제는 동지고 사석에서 만나면 친구고. 근데 이번에 또 강풀 작가한테 갈 수밖에 없어요. 상업적으로도 맞고요. <동감>의 김정권 해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요(웃음). 그러면서 우리는 2등하면서 언제한번 제대로 1등 한번 하는 거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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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참, 이 얘기는 제목으로 써야겠는데요?
김: 난 2등이 좋다?(웃음)

하: 개인적으로 <가위손> 얘기도 하셨지만 더 판타스틱한 작품을 만드셔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원래 ‘뽀샤시’한 화면도 잘 찍으시고.
김: 예쁘게 안 찍으면 가만 안 두니까(웃음). 참, 지원이 정말 예쁘게 나왔죠? 지원이가 무대인사 다니면서 굉장히 좋아해요. 자기가 봐도 예쁘니까요. 물론 자기가 보여줄 수 있는 게 많지 않은 역할이니까 지원이한테 해줄 수 있는 전부였죠. 예쁘게 만들어주자. 하지원 용 조명이 따로 있었죠(웃음). 그런 변화를 주고 싶어요. 단순히 장르의 크로스오버 차원이 아니라 ‘와, 우리나라도 이런 판타지도 가능 하구나’. 그런 시도들이 이곳저곳에서 보여서 솔직히 기분 좋아요. 나이를 한두 살 더 먹고 작품이 늘면서 어깨를 짓누르는 생각이 솔직히 나까지 사회적인 것들을 이야기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 심지어 광주, 사회의 슬픔, 아픔들은 이미 다 하고 있는데. 나 같이 2등하고 잘 안 보이는 놈이. 그렇다고 <미지왕> 같은 거 말고(일동 폭소). 그런 걸 구상하고 있고 기대를 한 번 해 주세요.

하: 네. 허진호 감독님이 멜로의 제왕이면서 슬픔과 아픔을 그린다면, 감독님은 밝은 면을 강조하는 멜로물에서 일가를 이루셨으면 좋겠네요.
김: 게임이 안 돼요, 너무 잘해. (허진호 감독은) 고향 전주 선배시고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감독님이에요. 개인적으로 만나도 친동생처럼 해주시고. <8월의 크리스마스>는 1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명작중의 명작이죠. 그런데 다른 거 없어요. 남이 하는 거 따라하는 거 보다 차라리 죽으려면 멋지게 죽는 게 나은 거 같아요(웃음). 제가 시나리오 잘 쓰는 감독도 아니니까 제 생각을 잘 옮겨줄 수 있는 작가님들하고 좋은 아이템 구상을 해 보고 싶어요. 또 의뢰가 들어오는 것들이 종전에 해왔던 것들이에요. 재미도 없고. 저도 이번에 <바보>를 통해 많이 느껴요. 요즘 관객들이 많이 바뀌고 있구나. <8월의 크리스마스> 컷이 조금 길고 나름의 여백, 정서, 여운을 주는데 그럼 요즘은 하품하고 중간에 나가버리니까. 이런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해야죠. 안일하게 ‘왜 내가 예술 하는데 관객들이 이해를 못 해줘’, ‘이 나라가 나랑 정서가 안 맞나?’ 이건 정말 바보 같은 생각인 거 같아요.

하: 다음 작품은 언제쯤 볼 수 있을까요?
김: 배급이 아직 안 정해졌어요(웃음). 아직 편집 중인데 이 정도면 되겠다 싶을 때  배급사 관계자 분들한테 보여드리고 배급 결정지어야죠. P&A 비용 때문에 걱정도 좀 되지만, 뭐 작품이 좋으면 개봉 못 하겠어요. 가을이나 겨울 정도에 개봉하면 좋을 거 같아요.

하: 그때까지 원작이랑 시나리오 다 읽어보고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김: 네. 언제 한번 소주 한잔 하죠?
하: 저야 언제라도 콜입니다. 다음엔 아예 취중토크로 인터뷰를 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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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하성태
사진 권영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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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태


<바보> 기자시사와 VIP시사가 있던 지난 15일, 용산 CGV 앞에서 잠시 만난 박희순은 특유의 너털웃음을 지어보였다. 개봉을 기다려마지 않던 작품이었건만 막상 편집이 된 영화를 보니 생각과는 달랐던 것. 하지만 영화배우의 운명이 ‘선택’과 ‘편집’에서 결정되지 않던가. 인터뷰를 다시 마주한 박희순은 “영화는 감독의 예술”임을 분명히 하며 미소를 잃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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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풀 원작의 <바보>는 사실 박희순의 얄궂은 운명의 한페이지를 장식하는 작품이다. <귀여궈><가족>의 깡패 이미지를 벗고, 아트영화 풍의 <러브토크> 다음으로 의욕적으로 참여한 작품이니 만큼 기대도 컸다. 하지만 2006년 <바보> 이후 출연한 <나의 친구, 그의 아내>마저 개봉이 연기되고 <세븐 데이즈>의 전신인 <목요일의 아이>마저 촬영이 지연되면서 한때 ‘대인피증’과 비슷한 증상을 겪어야만 했다.


하지만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하지 않던가. <세븐 데이즈>의 성열로 ‘완소배우’로 거듭나는 동시에 드라마 <얼렁뚱땅 흥신소>로는 마니아 팬까지 끌어모았다. 그리고 <바보> <나의 친구, 그의 아내>의 개봉 소식이 들려오는 동안, 차곡차곡 멋진 캐릭터가 살아 숨쉬는 시나리오를 받고 있는 상태다. 그럼에도 “이제 발견보다 활용을 해 달라”며 좋은 작품에 대한 열망을 숨기지 않는 박희순. 주연이든, 조연이든 가리지 않을 테지만 그럼에도 영화 인생에 있어 2008년은 분명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 만 같다. 이제 박희순은 아무도 가지 않았던 “미지의 세계”를 모험하고자 한다. 분명한 “나만의 색깔”을 가지고서.


하성태(이하 ‘하’) <헨젤과 그레텔>이후 2달 만이다. 인터뷰 너무 열심히 하는 거 아닌가. 영화는 잘 봤나?

박희순(이하 ‘박’) 하하하. 할 건 해야지. 뭐, 영화 얘기는 그날 VIP 시사회 날 만나서 하지 않았나(웃음).


하: 그럼 같이 토로를 해 볼까? 편집에 관한(웃음)? 원작이 워낙 인기였고 많이들 읽어서 그 질문이 안 나올 수가 없을 거다. 

박: 인터뷰 하면서 편집과 관련된 이야기는 안 하려고 했는데 기자들이 다들 물어봐서(웃음). <헨젤과 그레텔> 같이 했던 심은경 어머니랑 친한데 그날 보고 나서 조금 아쉽다더라. 그래서 뭐가요 물었더니 ‘그냥 그러고 말 사람이 아닌데’라고 하던데(웃음). 그래서 많이 잘렸어, 라고 얘기해줬다(웃음).


하: 시사회날 기자 간담회에서도 편집에 대해 당당히 밝혔는데.

박: 그날도 이야기 안 하려고 했는데 어떤 기자가 아쉬운 거 있냐고 물어 봐서 많이 잘렸다고 얘기한거다. 마지막 부분에 카페 사장(이기영)에게 칼 들고 뛰어가는 장면이 잘려서 아쉬웠다고 얘기한거지. 사실 말 해놓고 후회도 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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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원작은 상수의 분량이 상당하다. 촬영 횟수에 비해 신은 많이 살아 남은 건가? 자꾸 물어보면 안 될 거 같은 분위기다(웃음).

박: 많이 잘렸다는 것만 알아 달라(웃음). 카페 분량은 다 찍긴 찍었다. 찍을 때 보니 상수 분량은 느와르 분위기가 날 정도로 굉장히 어두웠다. 승룡이 부분은 너무 밝고. 그러니까 대비 효과가 있고 굉장히 독특한 영화가 나오겠다는 기대를 많이 했다. 하지만 만화가 원작이고 다양한 관객이 다 볼 수 있게끔 만들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그 당시 마음먹고 착한 영화를 찍은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픔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라 아픔 속에서 그 밝음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가 개인적인 화두였다.


하: 관객들 반응은 좋은 거 같더라. 기자 시사회에서 눈물도 많이 나왔고.

박: 평가도 좋고 흥행도 잘 되면 좋겠지만 보통 안 그렇더라고. 기자나 전문가들의 관점과 일반 대중의 관점이 다르니까. 세파에 찌들어서 위안받고 싶은 사람들도 많으니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거 같다.


하: 최근 쓴 리뷰도 사실 너무 착해서 조금 심심하다고 썼더니 ‘일반 시사 반응은 너무 좋던데요’라는 리플이 달렸더라.

박: 혹시 우리 홍보팀 아닐까(일동 웃음).


하: 아, 그럴 수도 있을까?(웃음) 원작은 언제 봤나.

박: 캐스팅 제의를 받고 시나리오를 읽기 전에 먼저 봤다. 다른 영화 시사회에서 어떤 분이 <바보>란 만화를 영화화하는데 그때 꼭 봤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우리 영화 프로듀서였다. ‘아, 이제 바보 역할도 나한테 들어오는구나(웃음). 드디어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구나.’ 극단 목화의 <백마강 달밤에>란 작품에서 바보 역할을 했었는데 그 소문을 들었구나 싶었지. ‘OK 왔구나.’ 그리고 만화를 봤는데 내가 할 역할이 아니더라. 상수 역할이었지. 센 연기를 많이 해서 따뜻한 영화를 하고 싶던 차에 이미지에서도 많이 벗어나지 않는 상업 영화를 접해본다는 생각이었다. 내용도 좋았고.


하: 원작을 읽어 본 관객들은 다 알 텐데, 상수 캐릭터 역할 자체는 너무 좋지 않나?

박: 너무 좋지. 상수 버전으로 다시 편집을……(웃음) 아쉬운 건 아쉬운 거지만 어차피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니까.


하: 원작자 강풀은 희순이 형이라고 부르던데.

박: 촬영장에서 몇 번 보고 그 다음에 못 봤는데 미니홈피로 쪽지가 왔다. 어떻게 지내냐고. 답장을 해주다 조금조금 친해졌는데(웃음), <세븐데이즈>를 보고 거품을 무는 쪽지가 왔다(웃음). ‘형, 그 동안 연기하고 싶어서 어떻게 참았어요?’ 그러면서. 그 전까지는 서로 존댓말을 했는데, 쪽지 보내다 보니까 말을 놓고 친해졌다. 또 차기작이 있는데 이름 끝 자가 ‘순’이고 내가 모델이래. 희순형 보고 쓴 거니까 만약 영화되면 같이 할 수도 있다고.


하: 혹시 <괴물2>인가?

박: <괴물2>는 캐릭터들이 다 20대 후반이라던데(웃음). 미리 못을 박더라(웃음).


하: 강풀씨랑 둘이서 쪽지 보내는 광경은 상상만 해도 웃긴다. 덩치도 크고 나이도 있는 두 분이(일동 웃음).

박: 그 사람 감수성은 작품에서 보듯 남다르지 않나. 현실에서도 굉장히 순수하고 착한 면이 있더라. 또 꼭 예쁜 와이프랑 같이 다니잖나. 자랑하려고 그러나?(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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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바보> 영화 속에서는 2년 전 모습이라 ‘샤방샤방’ 하던데? 카페 앞에서 지호(하지원)과 만나는 낮 장면도 그렇고.

박: 조명 기사님이 참 잘 찍어 준 거다(웃음). 개인적으로 하지원이 가장 예쁘게 나온 영화 중 한 편이 아닌가 싶다. 조명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썼다(웃음). 바보 태현이 마저도 살을 찌웠는데 예쁘게 보이잖나. 하물며 나까지 어려보이니까(웃음). 화면은 진짜 동화처럼 예쁘게 잘 나온 거 같다.


하: 김정권 감독의 전작 <동감><화성으로 간 사나이>도 예쁜 동화 같은 영화잖나. 하지원씨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출연작중 가장 예쁘게 나왔더라. 현장에서는 느낌은 어땠나?

박: 지원이는 방송에서 봤을 때 수수하면서도 밝고 당차지 않나. 평상시나 방송이나 비슷한 친구 같더라. 별로 붙는 신이 없음에도 친하게 대해주고 반갑게 맞아주니까 나도 편하고 웃게 되고. 카페 신에서는 금방 친해져 서로 웃겨 연기도 못하고 그랬다(웃음). 친해지면 웃음이 많아지는 스타일이다(웃음). 김윤진씨와도, 수애하고도 다들 끝날 때쯤 친해졌다.


하: <헨젤과 그래텔>의 아역배우들은 심지어 아무 말도 안 해서 겁을 먹였다는 말이 기억난다(일동 웃음). 승룡이 차태현과도 신이 꽤 됐는데.

박: 태현이는 오히려 반대다. 방송에서는 밝고 재미있잖나. 그래서 들이대겠구나 생각했다. 내가 못하니까 남이 들이대면 좋다. 후배도 깍듯한 친구보다 형 하면서 엉기는 친구가 더 좋고. 그래서 태현이하고 빨리 친해질 줄 알았는데 전혀 달랐다. 뚱하게 어슬렁어슬렁 거리고. 캐릭터에 젖어 있어서 씻지도 않고 땅바닥에 막 앉아 있고. ‘형 왔어요?’ 이러면서 멍하게 있어서 날 싫어하나 싶었다. 원래 성격이 그러더라고. 느리고 별로 말수도 없고. 근데 그게 좋더라. 배역에 빠져서 멍하게 있는 것이 진짜 바보 같더라(웃음).


하: 상수는 조폭은 아니지만 어둠의 세계에 속한 인물이다. 당시 <귀여워><가족> 등으로 각인된 터라 망설여기지도 했을 거 같은데.

박: 직접적으로 깡패는 아니고 불법 지배인 정도인데 몰려다니며 주먹질을 하지는 않는다. 자신의 어두운 모습에 힘들어하고 벗어나려 하지만 용기는 없고. 그런 내면을 가진 인물이라 깡패와 비슷하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


하: 원작에서는 심리적인 변화가 매력적으로 그려지지 않나. 영화에서는 그 심리과정이 많이 생략됐다.

박: 많이 아쉬웠지. 개봉 직전 편집본은 칼 들고 사장을 찾아가는 장면이 살아있었다. 마지막만 있으면 됐다 싶었다. 첫 상업영화고 그 분위기만 냈으면 아쉽지만 넘어간다고 생각했다. 캐릭터를 볼 때 잽이 빠지면 스트레이트가 너무 공허하잖나. 어두운 면에서 밝은 면으로 넘어가는 내면의 심리가 삭제가 되고, 바보의 절친한 친구라는 겉모습만 부각되니 속이 상할 수밖에. 그리고 희영(박그리나)와의 로맨스도 있고, 지호에게 첫 눈에 반하는 설정도 내가 한거다. 지호(하지원) 쪽으로 갈려다가 마지막에 이제 그리나를 챙겨주는, 나름대로 만화를 토대로 설정을 많이 했다. 촬영 때는 감독님이 ‘이런 걸 가져오다니’라면서 좋아했다. ‘뛰어나십니다’ 그러면서(웃음). 소소한 만화지만 인물의 풀어나가는 작업은 굉장히 재미있게 했다. 이게 12세도 있고 남녀노소가 다 즐겨야 되고 여러 가지 문제로 단순화 된 거지(웃음). 나 하나쯤 희생한다면야(웃음).


하: 강풀씨가 예전에는 동네에 바보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사회에서 수용을 하고 있는 게 올바른 건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그런 바보에 대한 경험이 있나?

하: 중학교 때 우리 반에 조금 그런 친구가 있었는데 별로 신경은 안 썼다. 그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집안이 어려울 때였는데 빚쟁이 들이 우리 반으로 쳐들어왔어요. 난리 치는 정도는 아니고 집이 어디냐고 묻는 수준이었는데 창피해서 다 이야기해버렸지. 근데 그 장면을 그 바보가 다 지켜본 거다. 바보가 바보가 아니더라고. 그걸 가르쳐 주면 어떡하느냐고, 큰일 났다고(일동 웃음). 그래서 연극 할 때 그 친구를 모티브로 해서 바보 역할을 한 적이 있다.


하: 그 <백마강 달밤에>?

박: 그 때도 오태석 선생님이 동네 바보 역할을 맡기며 대사도 안 주는 거다. 동선도 안 짜주고. 그걸 어떻게 하나, 처음엔 연기하기도 창피했다. 선생님이 바보들은 ‘어버버’ 하지만 한마디 하기위해 온 몸에 힘을 주고 정성스럽게 말한다더라. 그걸 연기하기 위해서 한 두 시간 연습하면 온 몸이 마비가 올 정도였다. 거의 (<오아시스>의) 문소리씨처럼. 나중 되니 하나씩 애드립이 생겼다. 동선을 파악하면서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우리 반의 그 친구처럼 명확한 얘기를 해 주는 거다. 그럼 관객들이 막 웃고(웃음). 그때 무당이 굿을 하면 사람들이 아무 말도 못하는 설정이었는데 바보인 내가 똑바로 한마디씩 한 거다. 반응이 굉장히 좋고 역할이 갈수록 커져서 마지막엔 무당을 따라 저승세계까지 갔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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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연극 얘기는 정말 무궁무진하겠다. 개인적으로 <바보> 같은 착한 영화 좋아하나?

박: <인생은 아름다워> 같은 작품은 좋아하지. 이번 영화 같은 경우 착함과 속에서 디테일을 찾으려고 노력했고 구체적이고 복합적인 인물을 만들고 싶었다. 다양한 작품이고 캐릭터라면, 그리고 당시 마음이 꽂히면 분명히 할 수 있다. 3류 코미디만 아니면(웃음).


하: <바보>도 우여곡절 끝에 빛을 보지 않나. 그러니까 잘되야지. 개봉을 준비 중인 <나의 친구, 그의 아내>도 그런 작품이니까. 그 영화 개봉 즈음에 또 기사가 쏟아지겠다.

박: 맞다. 베드신도 있고(웃음). 착하기도 하지만 세기도 세고, 독특한 작품이다. 상반기에는 개봉하지 않을까 싶다.


하: 베를린을 비롯해서 해외영화제에는 굉장히 많이 갔는데 상을 못 받아서 아쉽다. 그 작품에서 장현성과 함께 연기한 두 주인공은 성격도 다르고 출신 성분도 다르다. 그런데 박희순은 착하고 순수한 재문을 연기했다. 왜 하필 착하고 순수한 역할을 택했나. 신동일 감독은 반대편의 ‘386’ 외환 딜러 예준을 맡겨도 잘 할 거라 생각했다는데.

박: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지금 어떤 작품에서 어떤 걸 하고 있느냐가 토대가 되어주니까. 만약 바로 직전 굉장히 센 악역을 했으면 순화된 걸 하고 싶다는 차이? 일단 내가 질리지 않아야 되고 그때 심정에 맞아 떨어져야겠지.


하: <추격자>가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추격자>의 김윤석, <세븐 데이즈> 박희순을 비교하는 기사도 있더라. 앞으로 비교도 많이 될 텐데 김윤석이란 배우를 어떻게 생각하나?

박: 글쎄. 윤석이 형의 우직함 속의 날카로움이 굉장히 매력 있다. 다른 배우가 강호형과 최민식이 형님을 믹스한거 같다고 했는데 공감한다. 그 분의 카리스마와 달리 밝은 때는 또 굉장히 다르니까. 우리 영화계 연기파 배우들의 계보에 입성을 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아직 멀었다. 이제 발견이 됐는데, 뭐(웃음).


하: 나한테 하는 얘기 같다(웃음). 저번 인터뷰 헤드란인이 “쑥스럽지만 단연코 올해의 발견”이라 미안하다. 

박: <바보> 인터뷰하면서도 ‘발견’ 얘기가 또 나오더라고. 그래서 그랬다. 그만 발견하고 활용 좀 해 달라고. 그러니까 다른 노선을 겪고 싶은 게 있다. 독특한 노선을. 지금 작품을 선택하는 지점도 그렇고 기존에 안 해왔던 거, 나나 다른 배우나 모두 안 해왔던 미지의 세계를 모험하고 싶다. 그 분들의 탄탄한 연기는 본 받아야하지만 나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을 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한다.


하: 김윤석은 묵직함 속에 섬세함을 보일 때 좋은 연기라는 느낌이 든다. 반면 박희순은 섬세함이 떠오른다. 물론 <세븐 데이즈>는 남자다운 역할이었고. 그런 조절을 잘 한다는 생각이 드는데.

박: 그러니까 마음속으론 이번에 악역을 했으니까 안 해야지 하면서도 매력적인 악역을 보면 또 끌린다(웃음). 이번에 들어온 시나리오 중 한국 영화에서 보지 못한 악역 캐릭터도 있는데, 지금 생각은 서민적인 캐릭터가 하고 싶을 때거든. 아직 결정은 안 했는데 ‘아, 이거 아까운데?’, ‘나중에 하면 안 되나?’ 그런 생각이 있는 거지(웃음).


하: 한겨레의 소설가 정이현 칼럼을 보니 제목이 ‘박희순 같은 남자친구’ 더라.

박: ‘박희순 같은’이 아니라 ‘성열’ 같은 남자친구 일거다.


하: 왜 이야기를 꺼냈냐면 요즘 여성 팬들 많지 않나? 여성들에게 ‘호감’으로 급부상했다.

박: 실제로 그런 거 같다. 근데 가끔 등치가 산만한 남자들이 팬입니다, 이럴 때도 반갑다.


하: 같은 소속사 후배이자 박희순을 ‘사랑한다’고 자처하는 박그리나는 <연애의 목적>때 8kg을 찌웠다고 하소연하더라. 아직 몸을 크게 불려야 하는 연기를 해 본적은 없다.

박: 아니, <남극일기> 때 모든 배우가 다 살을 찌웠다. 왜냐하면 실제로도 탐험하기 전 살을 찌운다더라. 그래서 초반에는 살을 찌웠는데, 또 뉴질랜드 가서 산에 오르는 뒷부분에서는 살을 빼자고 하더라고. 다들 밥 안 먹고 뛰고 그랬는데 옷 두껍게 입고 고글 쓰니까 티가 하나도 안 나더라(웃음). 남들은 모르는데 나만 아는 거다. 


하: 가장 힘들었던 영화는 역시나 <남극일기>다?

박: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 하면 <남극 일기>다. 9개월 동안 주구장창……(웃음)


하: 어떻게 임필성 감독은 잘 지내나? <헨젤과 그레텔>이 (흥행이) 잘 안 됐다.

박: 내일 DVD 코멘터리 따러 간다. <세븐 데이즈>는 저번 주에 했고. 꼭 두 영화가 같이 간다. 촬영도 그랬는데. 아쉽다. 그것도 등급 낮추려고 내 장면을 많이 자른 거 아닌가(웃음). 칼 들고 아무것도 안 했는데(웃음).


하: (웃음) 요즘 너무 홍보만 해서 몸이 근질근질 하지 않나?

박: 근질근질하고 죽겠다. 11월 말에 <얼렁뚱땅 흥신소> 끝나고 쉬다가 올 초에는 연극을 한 편 하려 했는데 영화가 안 정해지니까. 어떤 좋은 감독이 갑자기 나올지 모르는데 항시 기다려야지(웃음). 영화판이 어려운 게 상반기에 크랭크인도 별로 없고 다 하반기고 5월이다. 촬영 들어가도 5월이 될 거 같다. 솔직히 기다리기 힘들다(웃음).


하: 들어오는 시나리오도 분명 스펙트럼이 넓어졌을 거 같다.

박: 과도기인 거다. 윤석 형님이 <타짜> 이후 <추격자>로 완전히 자리를 잡았듯 나도 비슷한 수순을 밟아야 할 거 같긴 한데 운이 따라줘야지. 그런 쪽으로 흘러가고 있긴 한거 같고 선택하는 작품들도 그렇고. 악역도 내가 하면 진짜 잘 할 수 있는 작품도 있다. 그런 수순을 밝기 위해 조금은 계획적으로 눈을 돌리게 되더라.


하: 작품을 책임지는 주연과 매력적인 악역사이에서 고민한다고?

박: 단순하게 얘기하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여자와 아이가 주인공인데 남자는 안 보여도 굉장히 존재감 있는 작품도 있다. 좋은 작품이면 다 눈이 가기는 한다. 그런데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앞으로의 진로에 큰 영향을 미칠 거 같으니 신중한 거다.


하: 이전에는 일방적으로 선택받아야 했다면 선택지의 폭은 넓어진 거 같다.

박: 그렇다고 할 수 있다. 근데 그게 즐거워서 ‘와, 왔어’ 그런 게 아니라 ‘휴, 걱정이야 걱정’ 이런 거다. 잘되든 못되든 항상 스트레스는 있고 걱정은 있는 거다. 개봉만 하더라도 언제개봉하나 했는데 막상 개봉하니까 짐을 하나 덜은 거 같고(웃음).


하: 요즘 영화는 좀 봤나, 뭐가 재미있었나. 배우는 누구 좋아하나.

박: 요즘에 <스위니 토드> 봤다. 팀 버튼, 조니 뎁을 참 좋아한다. 에드워드 노튼이랑 <아메리칸 사이코>에 나왔던 크리스찬 베일도 좋아하고.


하: 역시나 성격 좀 있는 배우들을 좋아한다(웃음). <아메리칸 사이코>도 그렇고.

박: 그럼. 악역이라면, 또 그 정도는 되어야지. 또 주연이 악역인 영화는 없지 않았나. 예를 들면 <케이프 피어> 같은 영화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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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돌발질문이다. 아까 얘기한 정이현은 <세븐 데이즈>에서 다정다감까지는 아니지만 남자다우면서 챙겨주는 면을 좋게 본 거 같다. <세븐 데이즈>에서 원래 로맨스는 없었지 않나?

박: 있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좋아했다 한마디. 그것만 뺐고 빼길 잘 한거 같다. 우정을 빙자한 사랑고백은 성공률이 낮다(웃음). 그때는 사랑 고백 보다 ‘나를 믿어 달라’, ‘네 딸 찾는데 도와줄게’였으니까. 성열은 또 유머가 있다. 무뚝뚝하면 재미없었겠지.


하: 그럼 평소 성격은 어떤가. 여자들이나 후배들은 잘 챙겨주는 성격인가?

박: 소속사 후배들이야 5년이나 있었으니 사적으로도 연락하고 친하게 지낸다. 평소에는 대놓고는 못하고 조용히 챙겨주는 스타일이지.


하: 아깐 말한 염두에 둔 시나리오는 코미디인 건가?

박: 코믹한 요소도 있고 삶의 애환도 있고. 내 이름 걸고 처음으로 하는 영화가 될지도 모르고(웃음). 아직 결정된 건 아무것도 없다.


하: 기왕이면 주연을 해라. 개인적인 바람이다(웃음). <나의 친구, 그의 아내> 개봉하면 꼭 다시 인터뷰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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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3.05 00:47

하성태

“승룡이는 내가 그렸던 많은 만화에 나오는 수많은 캐릭터 중에 개인적으로 가장 애착을 가진 캐릭터이다. 캐릭터를 넘어서서 애틋한 동생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승룡이를 사랑했으니까. 그 누구보다 내가 가장 기다리고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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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강풀은 ‘바보’ 승룡이(차태현)를 사랑해 마지않는다. 직접 홈페이지를 통해 고백한 바 있듯이 자신의 캐릭터 중 승룡이를 가장 아낀다. 그래서 28일 개봉을 앞둔 <바보>를 누구보다 학수고대하는 관객이 바로 강풀 자신이다. 영화의 완성본이 어떤 꼴일지, 관객들은 또 얼마나 사랑해 줄지 누구보다 설레고 또 영화 개봉을 기다리는 중이다.  


차태현과 하지원, 박희순이 각각 ‘바보’ 승룡이와 첫사랑 지호, 친구 상수로 분한 <바보>는 우여곡절을 거쳐 2년 만에 선보인다. “묵은 영화로 오해를 받을까 걱정을 했다”는 강풀은 “만화를 본 독자들이 만화와 영화를 비교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한다. 아무리 강풀의 작품들이 영화적인 만화라고 하더라도 영화와 만화는 문법 자체가 다르다는 이야기다.


더불어 2000년대 들어 가장 성공한 ‘만화인’ 강풀은 이제 막 발을 들여놓은 ‘영화인’ 강풀이기도 하다. <아파트>부터 <바보> <순정만화> <타이밍> <26년>까지. 본인이 그린 대부분의 장편 만화들이 모두 영화화 됐거나 크랭크인을 앞두고 있는 강풀은 한국 흥행사의 역사를 다시 쓴 <괴물> 속편의 시나리오를 직접 썼다. 영화계 주변인에서 ‘영화인’으로 성큼 발을 들여 놓은 셈이다. 강풀이 직접 말하는 영화 <바보>와 만화세계, 그리고 ‘영화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하성태(이하 '하'): 드디어 <바보>가 개봉을 앞두고 있어요. 영화는 먼저 봤나요?


강풀(이하 '강'): 아뇨. 아직 못 봤어요. 전문가들 말고 진짜 영화 좋아하는 관객들과 개봉하는 첫날 보고 싶어서요. 너무 긴장되는데 궁금한 거 참느라 힘들었죠. 그래서 오늘이라도 보려고요(이 인터뷰는 VIP시사회 직전 이뤄졌다). 편집이 안 된 DVD 본은 봤거든요, 음악도 안 들어있는. 지금 긴장하고 있어서 약간 정신 나간 거 같아요. 하하하. 영화 봤어요? 어땠어요?


하: 영화가 참 착해요. 원작도 그렇지만.


강: (호기심에 가득 찬 눈빛으로) 그런 거 말고, 재미있었어요? 전체적으로 어때요? 권할 만 해요?


하: 재미있는 부분도 있고요. 영화가 너무 착해서요. 강풀 팬이라면 확실히 좋아할 테고요.


강: 강풀 팬이 아니라면 안 권하고요?(웃음)


하: 아니, 그런 건 아니죠(웃음). 착하다는 말은 남자 관객들 같은 경우는 닭살 돋아 할 부분도 있다는 거죠.


강: <아파트> 영화 개봉 할 때는 이렇게 긴장 안 됐는데. 그때는 별 감흥도 없었어요. 이번에는 영화 제작팀하고 친해서 그런지, 이 사람들이 잘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태현이도 그렇고, 희순 형도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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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꽤나 마음 졸였겠어요, 개봉이 늦어져서요.


강: 개봉이 늦어진 사정을 제가 잘 알고 있잖아요. 계절 배급에 대한 문제도 있었지만 결국은 돈 문제더라고요. 가장 우려됐던 건 마치 영화가 재미없어서 늦어지나 사람들이 묵은 영화로 볼 까봐 그게 좀 싫더라고요. 이제는 말 할 수 있죠. 또 영화는 촬영이 끝이 아니라 후반작업, 믹싱, 음향 다 중요하더라고요. 그것 때문에 시간을 잡아먹은 거 같아요.


하: <바보>는 같이 영화를 작업한다는 기분도 들었겠어요. 현장에는 자주 들렀나요?


강: 자세하게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있으니 그런 기분이었죠. 현장도 자주 갔어요, <아파트>는 한 번도 안 갔는데(웃음). 그때는 또 마침 연재하고 있어서요. 근데 또 그런 말을 못 하는게 <바보>도 연재 중이었거든요. 내일이 마감이어도 또 한 번 구경 가야지 했고, 심지어는 구경하러 전주 현장까지 갔었다니까요. <바보> 팀이랑 확실히 각별한 사이에요.


하: <바보> 개봉 기념 특집만화를 보니까 애정이 각별한 거 같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어떤 작품이 최고냐는 질문은 대답을 못해도 최고의 캐릭터로는 바보 승룡이를 꼽았고요.


강: 네. 몇 년 전부터 인터뷰할 때마다 그렇게 얘기했거든요. 승룡이를 대답한 건 굉장히 슬프잖아요. 내가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생각도 들고. 연재 후반에 경계했던 것이 내가 이야기에 빠지지 말아야 했는데 결국은 안 되더라고요. 승룡이를 굉장히 아끼거든요. 처음에 태현이가 처음 캐스팅 됐을 때도 만나봤는데 너무 밝고 재미있더라고요. 내 승룡이랑 어울릴까 생각도 솔직히 했었어요. 근데 촬영 현장에 가 보니 진짜 바보 같더라고요(웃음). 전 웃음이 선한 사람이 되길 바랐어요. 태현이가 웃는 모습이 선하고 예쁘잖아요. 굉장히 잘 어울리고 열심히 했어요. 살도 찌우고 연기에 대한 고민도 많이 하더라고요. 기준에 대한 고민도요. 잘못하면 장애로 보일지 모르니까요. 마음에 들어요. 근데 일단 영화를 봐야 할 거 같아요(웃음). 지금까진 정말 마음에 들어요.


하: 승룡이가 장애로 보이지 않길 원한다고 했는데 그럼 관객들이 어떻게 보길 원하나요?


강: 흔히 말하는 장애인, 바보가 아니길 바랐어요. 사람들이 너무 착하면 바보라고 하는 거 있잖아요. 친구들끼리 ‘너, 바보냐’ 이런 거. 그런 사람이 좀 더 착해 보이는 거, 착해서 바보처럼 보이는 아이가 좀 더 바보인거, 그 정도 수준이요. 아마 고민이 많았을 거예요. 만화는 콧물을 흘린다거나 하는 걸로 표현 할 수 있지만 영화는 그게 불가능하니까요. 그런 기준을 정하는 일이 힘들었나 보더라고요.


하: 지호 역의 하지원씨는 굉장히 예쁘게 나왔어요. 캐스팅이 확정됐을 때 느낌이 어땠나요?


강: 좋았죠. 예쁘니까(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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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그래서 촬영장도 자주 놀러간 건가요?
 


강: 지원씨 촬영장은 자주 안 갔어요(웃음). 태현이나 희순형 현장에 자주 간 거죠.


하: 농담입니다(웃음). 완성된 시나리오를 봤을 때의 기분이 궁금해요.


강: 시나리오 딱 받아 봤는데 ‘아, 이 장면은 꼭 넣지’ 그랬는데 ‘그럼 영화가 4시간이야’ 그러더라고요(웃음). 욕심을 어느 정도 버려야 될 때가 있고 받아들여야 될 때가 있더라고요. 솔직히 영화판에 있진 않지만 요즘 시나리오를 많이 보게 되요. 어떤 건 읽다 보면 시나리오는 끝내주는데 그래도 이상한 영화가 있어요. 요즘 영화사 대표님 부탁으로 시나리오를 굉장히 많이 읽는 편이거든요. 시나리오는 전부가 아니더라고요. 크랭크업을 하고 편집이 끝나야지 뭔가 된다는 느낌이 들고. <바보>도 이제 봐야죠.


하: <바보>도 그렇고 강풀 만화는 등장인물도 여럿이고 나레이션도 각자 있어서 영화화할 때 애를 먹는 거 같아요. 


강: 박희순씨 말로는 그래서 좋았다고 하던데요? 캐릭터 속마음을 다 글로 썼기 때문에 연기 할 때 도움이 됐다고. 시나리오로 옮길 때 어려움이 있었겠죠. 아예 저는 까발려서 얘 생각이 이렇고 저렇고 얘기하는데 관객들은 연기나 장면을 보고 느껴야 하니까요.


하: <바보>는 풍납동 동네 바보를 모델로 했다고 예전부터 밝혀 왔잖아요. 


강: 아, 실존 인물은 아니고요. 거기서 봤던 동네 바보 형을 생각했던 거예요. 지금도 동네 마다 대표 바보가 있을 거예요. 예전과 많이 달라진 것이 바보들이 많이 사라지는 거 같아요. 좋게 말하면 사회에서 잘 수용을 하는 거지만. 그런데 이제는 가둬놓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바보들이 갇혀 있고 어울리지 못하는 건 아닌가.


“그림은 그릇이고 스토리는 그 안에 담긴 음식이죠”


다채로운 장르를 선보여 온 강풀은 그 창작의 원천을 “잡생각”이라 표현한다. 심히 겸손한 표현이지만 그 잡생각 안에는 세상과 영화, 문학과 삶에 대한 철학이 다 녹아 있으리라. 그러니까 스스로 “그림 못 그리는 만화가”라 겸손을 표하는 강풀은 스토리를 중시하는 작가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 안에 강풀은 인간에 대한 믿음을 새겨 놓는다. 


하: <바보> <순정만화>는 멜로,  <타이밍> <아파트>는 호러, <26년>은 광주 소재고,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노인의 사랑이에요. 다른 작가들보다 확실히 스펙트럼이 넓은 거 같아요.


강: 이것저것 많이 해서 그래요. 멜로도 했다가 호러도 했다가 시대물도 하니까 스펙트럼이 넓다고 얘기하는 거죠.


하: 그런 원천은 역시 개인사에서 찾아야 할까요? 어린시절이라든지 대학시절이라든지


강: 아뇨, 그런 부분도 좀 있는데 결국은 원래 좀 잡생각이 많아요. 공상을 많이 하는 타입이고. 그리고 책 읽는 걸 좋아해요. 그래서 후배들이, 만화가 지망생들이 어떻게 하면 만화를 잘 그리느냐고 물어보는데요. 앉아서 막 그림만 열심히 그리는 거 보다 영화보고 책 읽고 얘기 많이 하는 게 도움 된다고 생각해요. 생각이 깊진 않은데 얕게 방만해요(웃음).


하: 댓글들을 보면 ‘만화 말고 시나리오나 소설 써도 성공 할 거 같아요’란 팬들도 많아요.


강: 그건 좋게 봐주셔서 그래요. 반대로 말하면 그림을 못 그리니까(웃음). 그런데 그럴 생각은 전혀 없어요. 제가 영화 시나리오는 하나 썼지만 제 스토리를 가지고 다른 사람이 그림 그리게 할 일은 없어요. 확실히, 100% 제 이야기는 제가 그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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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그럼 만화에서 그림과 스토리의 관계는 어떻게 정의하나요?


강: 제 기준이지만 전 스토리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림도 중요지만 결국 그림은 그릇 같고 스토리는 그 안에 담긴 음식인 거죠. 만약 마감이 내일로 닥쳤다면 그림보다는 차라리 스토리나 대사를 한 번 더 바꾸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제 장점이라고 생각하는 건 제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걸 잘 구별하거든요. 할 수 있는 건 열심히 하는 편인데 그림은 참, 약간……(웃음). 너무 바쁘고 마감에 쫒길 때는 그냥 넘어갈 때도 있어요(웃음).


하: <26년> 때는 후배에게 배경 그림을 맡겼다가 다시 그리느라 연재가 늦어졌다고 고백 한 적도 있었는데요.


강: 내 그림, 내 만화 같지가 않은 거예요, 너무 잘 그려서. 잘 그린 건 문제가 안 되는데 주인공 얼굴의 느낌이 바뀌었더라고요. 그 때 3일 그린 걸 엎고 다시 하느라 눈물이 다 낫죠. 그때 그런 생각이 들었나 봐요. 절대 내 이야기를 다른 만화가가 그릴 일은 없겠다는.


하: 동료 만화가나 가족들의 사진을 찍어서 만화로 그리는 것도 특이해요.


강: 그걸 신기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모든 만화가들이 실제로 그래요. 오히려 만화가들에게 필요한 덕목인지도 몰라요. 사전 취재를 많이 해야죠. 물론 동작까지 따라 그리는 건 건 반성해야 할 부분일지 모르지만(웃음). 선생님들이나 잘 그리는 형님들 보면 사진을 많이 찍어요. 근데 비교가 안 되는 것이 저는 손도 못 그려서 보고 그리니까요(웃음). 앞으로 많이 나아지겠죠.


하: 풍경이랄지 세세한 부분은 당연한 취재가 필요하죠. 그런데 레슬링 장면이랄지 코믹한 장면들도 올려놓았던데 독자들을 위한 서비스인가요? 


강: 아뇨, 실제로 그린 거예요. 그림을 잘 그리면 그럴 필요가 없겠죠. 하하하하. 모델들 대부분이 만화가 친구들이나 선후배들이거든요. 근데 그 분들은 같은 업자라서 그런지 다른 친구들은 부끄러워하고 어색해 하는 부분까지 열심히 해 주고 표정까지 다 연기해줘요. 서로 아니까. 그래서 만화가 친구들이 포즈 취할 때 제일 잘 나와요. 의견도 내주고요. 남들이 보면 낯 뜨거운데 우리끼리는 자연스럽거든요. 다른 만화 모델은 주변인물들이에요. 부모님이나 제 아내까지 다 나왔으니까요.


하: 실생활에 가까운 인물들과 주제들을 잘 매치시키는 거 같아요. 현실성이 있어서 독자들이 많이 좋아하는 거 같고요. 리얼리티와 장르적인 부분의 수위조절은 어떻게 하나요.


강: (한참을 생각하다) 모르겠어요, 어떻게 하다보니까 되는 거 같아요. 그러니까 모든 걸 제가 납득을 해야지 넘어가는 거 같고요. 스스로 ‘이게 말이 돼?’ 이러면 안 되죠. 아무리 상상력이라고 하지만 납득이 안 되면 아예 전달이 안 되잖아요. 제가 보기에 타당할 때까지 이야기를 다시 써요.


하: <순정만화>나 <바보>를 보고 펑펑 울었다는 독자들이 한 둘이 아니에요. 그런 감성은 어디서 연유한 건가요?


강: 그런 감성이 좀 있는데 아마 집안 환경인 탓 인 거 같아요. 우리 집안이 정말 서로 사랑하거든요. 부모님이 절 참 사랑해주고, 저도 그렇고요. 집안 형편은 어려웠지만 정말 사랑받고 큰 아들이었요. 그리고 또 흔히 말하는 ‘사회적 약자’를 돕는다, 그런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그랬기 때문에 이해를 하거든요. 돈 있는 사람들은 500원 모자라서 버스 못 타는 심정을 모르지만 저는 알거든요. 모든 만화의 출발이 가족이나 부모님인 거 같아요. 그리고 기본적으로 인간이 나쁘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한 적이 없어요. 성선설, 성악설 얘기를 하는데요. 예를 들어 아무리 못 된 인간이라도 아이가 차도에 나가있으면 구해 주잖아요.


하: 네. 모든 작품을 관통하는 정서가 ‘착함’, ‘올바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강: 예, 전 기본적으로 사람을 믿어요. 이제 서른다섯 해를 살았을 뿐이지만 인간의 그런 부분을 믿어요. 생각이 다들 다를 뿐이거든요. 세상에 틀린 생각은 없어요, 다를 뿐이지. 제가 믿기 때문에 그런 만화가 나오는 거 같아요.


시나리오 작가와 ‘영화인’ 강풀 사이


강풀은 올해 들어 영화 때문에 인터뷰를 해야 했다. 2006년 최고의 화제작 <괴물>의 속편을 직접 썼으니 언론과 관객들의 호기심이 높아질 수밖에. 하지만 이제는 말을 아끼는 중이다. 누구보다 영화가 시나리오나 이야기를 뛰어넘는 총체적인 장르임을 잘 알고 있고, 메가폰을 잡을 감독에게 누가 될까 싶어서다. 어찌됐건 강풀이 생각하는 영화는 “무슨 얘기를 하든지 간에 재미있게 풀어 나가는 것”을 지상 목표로 삼아야하는 작업임엔 틀림없어 보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하: 확실히 이제 ‘영화인’으로 불러도 무방할 거 같아요.


강: 아이, 아직 싫어요(웃음). 저는 만화인 이고요. <괴물2> 시나리오 쓴 거는 뭐라고 해야 되나, 그것도 직업이긴 한데. 모르겠어요. 예전에는 반영화인 이러면 ‘아니야’ 그랬는데 시나리오까지 쓴 마당에 발뺌하는 것도 웃기고. 이제 받아들여야 되는데 어색한 것뿐이에요. 맞는 말인 거 같아요, 영화인이기도 하고요. 예전에는 한 발 걸치고 빠져있었는데 이제는 뭐 부정 할 수 없게 됐죠.


하: <괴물2>로 영화 잡지와 인터뷰도 많이 했어요. 확실히 자기 작품에 힘을 실어주는 거 같기도 하고. 예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강: 크게 달라진 건 없고요. 아마 <괴물2> 시나리오를 쓴 일 때문이겠죠. 저는 만화인 이니까  내 이야기를 만화로 풀어나간 거잖아요. <괴물2> 같은 경우 만화보다 영화로 표현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일단 분량이 길고. (영화인) 이 아저씨들은 자기 생각을 촬영해서 영상으로 만드는 거고, 저는 그림으로 만드는 건데 생각해보니까 크게 다를 것이 없더라고요. <괴물2>는 서로 아이템이 잘 맞아서 이야기가 된 거고요. 아직 전업 시나리오 작가가 될 생각은 없고, 빨리 다음 만화 시작해야지 하는 생각 밖에 없어요.


하: 강풀의 그림이나 형식을 보면 굉장히 영화적인 거 같아요. 회상이랄지 장면도 반복해서 쓰고 흑백처리도 많이 하고. 젊은 친구들이 보기에 영화적이라는 느낌이 크지 않나 싶고. 


강: 맞아요. 제 만화를 보면 장면 연상 작용이 빨리 되는 거 같아요. 예전에 컷 만화로 볼 때는 잘리던 느낌들이 장면이 연결되는 느낌이 들고요. 또 웹 만화가 횡 스크롤이니까요. 저도 편집할 때 그런 점을 많이 신경 써요. 감정이 이어져 나갈 수 있게. 웹 만화의 장점인거 같아요.


하: 다중 시점에 나레이션도 많아서인지 강풀 만화는 시나리오로 만들기 어렵다고 소문이 자자해요. 본인이 직접 시나리오를 써 보니까 어떤가요?


강: 더 납득이 가죠. 어떻게, 왜 그렇게 했나, 원작은 이런데 시나리오는 왜 그런가가. 최근에 <나는 전설이다>라는 영화를 봤는데 솔직히 원작이 훨씬 멋있고 좋거든요. 근데 영화를 보고 나서 ‘아, 이렇게 할 수 밖에 없구나’ 납득이 되고 다 이해가 가더라고요. 제 만화가 짧아 보여도 제대로 보면 4시간이 넘어 간데요. 결국은 축약과 어떤 부분을 부각 시키느냐의 문제인데. 짜임새가 좀 있다보니 어느 하나를 빼면 무너지는 경향이 있나 봐요. 감독님이나 시나리오 작가 분들이 열심히 썼으니까 믿고 맡기는 거죠.


하: 어떤 인터뷰를 보니 <괴물2>는 흥행에 자신 있다고 했어요. 그 말씀은 본인이 직접 한 거죠?


강: 에이, 제가 무슨 흥행을 장담 하겠어요, 다 감독님이 하는 건데(웃음). 대신 이야기에 자신 있고 재미있게 썼어요. 무슨 얘기를 하든지 간에 재미있게 풀어 나가는 것이 첫 번째 목표니까요. 


하: 본인만의 특징들이 있다보니 시나리오 쓰기가 수월하지 않았을 텐데요.


강: 사실 대사 보다 지문이 길어요. 영화사에서는 또 제 스타일을 고수하라고 했고요. 어쨌건 제 생각들이 잘 전달됐으면 좋겠어요. <괴물2> 이야기는 영화가 완성되면 더 길게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죠. 


하: 광주를 소재로 한 <26년>은 민감해서 만화 또한 3년이나 작업이 늦어진 걸로 알려졌어요. 그런 작품이 또 영화화되니 부담스럽진 않나요?


강: 아니요, 오히려 부담을 덜었어요. 세상이 변한 건지 내가 변한 건지 모르겠는데 이런 만화가 나왔으니 이런 영화도 나왔으면 좋겠어요. 솔직히 만화는 저 혼자 작업이잖아요. 그래서 겁도 났는데 영화는 워낙 큰 매체고 여러 명이 작업하는 거니까 오히려 마음 편하죠.


하: 메가폰을 잡은 이해영 감독과는 자주 소통하는 편인가요?


강: 이해영 감독과는 자주 통화하고 시나리오도 중간 중간 보면서 얘기도 나누고 있어요.


하: 스릴러라는 장르의 활력에 집중한다고 하던데요.

강: 이해영 감독과 제 공통분모가 뭐냐면 ‘광주 이야기지만 대중적으로 재미있게 풀자’에요. 저도 만화 그릴 때 그랬고요. 일반적으로 광주는 관심 있는 사람만 보는 경우가 많아요. 저는 좀 그게 아니다, 좀 더 많이 봐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이해영 감독님도 그렇게 생각하더라고요. 재미가 없는데 의미를 전달한다는 건 무리가 있는 거 같아요. 또 감독님 전작인 <천하장사 마돈나> 보면서도 이 감독 정말 잘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잘 나올 거 같아요.


하: 만약 광주 '5.18' 자체를 의식하는 관객들에게 비판이 들어 올 수 있을 텐데요.


강: 있겠죠. 근데 그것도 괜찮고 이슈화가 되면 좋을 거 같아요. 비판이 전혀 없으면 더 문제가 되겠죠. <화려한 휴가>는 반대급부의 비판이 있었잖아요. 제 생각에 광주는 절대 대립과 대립의 관계가 아니었어요.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였거든요. (<화려한 휴가>는) 그 부분이 약해서 비판을 받았던 것 같아요. 그렇다면 <26년>은 그의 반대의 표현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너무 피해자의 시점이 아니냐고 할 수 있는데 오히려 더 광주에 대한 이야기가 활성화가 됐으면 좋겠어요. 액션이어도 좋고요. 저 보다 어린 친구들이 광주를, ‘5.18’과 ‘8.15’를 헛갈리는 건 그 친구들의 잘못이 아니에요. 우리가 전달을 잘 못 해 준거죠. 어떻게 나오든 간에 광주를 알리는 기능을 했으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진짜 재미있는 영화가 나와야죠. 지금도 약간 늦었다는 생각이 있거든요. <화려한 휴가> 나왔지 <스카우트> 나왔지, <수퍼맨이 된 사나이>도 있지만 더,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다른 역사를 다룬 영화는 나왔는데 왜들 피해가는 지 모르겠네요.


하: 앞으로도 <26년> 같이 역사를 다룬 작품을 쓸 계획도 있나요?


모르겠어요, 워낙 변덕이 심해서요. 어느 날 해야겠다 싶으면 또 하겠죠. 그런데 지금 계획으로는 꼭 팩션을 하겠다는 생각은 없어요. 또 하게 될 수도 있고요.


하: 다음 만화는 미스테리 물이라고 들었어요. 스토커를 소재로 한다고 들었는데.


강: 호러물을 하려고요, 귀신이 나오는 걸 하고 싶어서요. 스토커 이야기라고 말은 했는데 잘 모르겠어요(웃음). 스토커가 될지 조명가게가 될 지요. 이야기는 써 놓은 게 몇 개 있는데 워낙 변덕이 심해서요. 확실한 건 호러물을 하게 될 거 같아요. <그대를 사랑합니다> 하면서 제가 너무 착해진 느낌이 들어서요. 항상 번갈아 가면서 했거든요, 순정 한 번 호러 한 번.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하: 요즘 들어 스스로 대중적인 만화가라는 표현을 더 많이 쓰는 거 같던데요.


강: 옛날부터 우라지게 했어요(웃음). 왜냐하면 사람들한테 안 읽히는 만화는 정말 불쌍해하거든요, 저 스스로가요. 마니아, 오타쿠 이런 거 다 필요 없고요 많은 사람들이 재미있게 읽어 주는 만화를 그리고 싶어요, 진짜. 그게 대중적인 거잖아요. 그런 거 하고 싶어요.


하: 그럼 지금까지는 만족스럽겠네요?


강: 지금까지는 만족해요. 앞으로도 더 만족하려고 노력해야죠.


하: 앞으로 영화 <바보> 볼 관객들에게 한 마디 해 주세요.


강: 만화를 본 독자들이 만화와 영화를 비교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만화 <바보>는 ‘강풀’거지만 영화 <바보>는 김정권 감독과 차태현, 하지원, 박희순의 영화니까. 만화는 이런데 영화는 이렇다, 라고 보지 말고요. 만화 속 승룡이 말고 영화 속 승룡이를 봐줬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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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네이버에 별이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네이버에 별이브

    2008.02.20 17:57
  3. 아놔  수정/삭제  댓글쓰기

    겸손의 극치네 ㅋㅋ

    2008.02.20 18:28
  4. 예전모습이 그립습니다..  수정/삭제  댓글쓰기

    예전에.. 처음 강풀 만화를 봤을 때가 그립습니다
    한쪽 귀가 안들려서 들리는 귀에 귀걸이를 하고 여자친구의 여러가지 에피소드..똥 이야기..등 여러가지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땐 진짜 만화가처럼 느껴졌는데 지금은 너무 상업적이 되어버려서 마음이 아프네요
    여자친구 일은 충격이었고 이렇게 돈맛을 보고 변해버린 강풀님을 보고 역시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책까지 냈던.. 어떤 만화가하곤 달랐으면 좋겠습니다
    초심.. 잊지 마세요

    2008.02.20 18:36
  5. 카피레프트의 굴욕  수정/삭제  댓글쓰기

    강풀씨가 자기 만화를 패러디한 사람에게 "이런 개덜떨어진 짓(강풀씨의 표현 그대로 옮겨옴)"이라고 막말을 했습니다.
    http://gall.dcinside.com/list.php?id=news&no=644562
    강풀씨의 정신세계를 보여 주는 대목입니다.

    2008.02.20 19:19
    • 자기가 뜻을 가지고 그린 만화를  수정/삭제

      어떤 똘아이 새끼가 완전히 뒤집어서 지들 편한대로 바꿔놓으면 어떤 새끼가 좋다고 헬렐레하겠냐? 이건 뭐 ㅄ도 아니고...

      2008.02.21 00:20
  6. 위에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 떠나서 나도 강풀 싫어하는 사람인데,
    카피레프트가 문제가 아니고 예전에 노무현 탄핵가지고 그린만화가지고
    몇 파쇼들이 이명박 박해일기 비슷하게 만들어서 완전 왜곡해서 돌려서 그런거임.

    2008.02.20 19:21
  7. 지랄들 하세요 ^^  수정/삭제  댓글쓰기

    만화가가 만화를 그리는데 사생활이 무슨 상관이며 상업적으로 변하는게 뭐가 나쁜짓이냐?
    만화가는 땅파먹고 사냐? 물만 처마시면 살수있는 슈퍼맨이냐? 참나 어이없는 인간들 많네.
    상업적으로 변한게 안타까워? 그렇게 되는게 당연한거야 . 당연한걸 왜 안타까워하냐?
    진짜 이해가 안돼네. 하여간 우리나라 꼴통10%는 남이 잘돼는건 절대로 못봐 -_-
    남 사생활 참견하면서 까댈 시간이 있으면 그 시간에 알바라도 하러다녀라.
    인생들이 찌질해서 못봐주겠다.

    2008.02.20 19:47
    • 1promise  수정/삭제

      동감이네요. 풀이도 먹구 살아야죠~ 풀이 만화 간단 명료하고 복잡하지않구 머리식히고 싶을때 참 보기 좋은 만화였어요 나에겐... 풀이 고고~

      2008.02.20 20:31
  8. 강풀짱!  수정/삭제  댓글쓰기

    동생권유로 강풀만화 다 봤다...
    정말 뭐하나빠짐없이 다 재미있고
    타이밍같은경우 제일 놀랐다....
    정말 대단한 작가..

    2008.02.20 19:58
  9. 박유식  수정/삭제  댓글쓰기

    왜 난 이 사람을 볼 때마다 정치적이라는 느낌이 들까?

    2008.02.20 20:58
  10. 강풀살빼  수정/삭제  댓글쓰기

    웹툰만화가 수명 별로 안 길다. 잘 나갈 때 많이 벌어라 뚱댕아..ㅎㅎ

    2008.02.20 21:11
  11. 참 웃기다 ..ㅋ  수정/삭제  댓글쓰기

    26년 만화 하나 보고 정치적이냐? 순정만화 바보도 정치적이야? ㅋㅋ
    무료만화니까 떳지? 이건 시대 흐름에 적응을 잘한거다. ㅋ
    요즘 만화방이나 서점에서 만화책 사는사람 몇명이나 되나.. ㅋ
    아파트 망한거 보니 이것도 망할꺼다? 아파트는 큰부분만 본떳고 내용은 완전 다르다. 솔직히 정신병자 안나오고 만화대로 저승사자 나왔어도 잼있었겠더라..
    상업적이다? 재미있으니까 상업적인거지 강풀 스스로도 대중 작가라고 하는데 대중작가가 상업적이 아니면 어쩔건데..
    내 개인적인 생각엔 바보도 200만 넘기긴 힘들듯.. 솔직히 돈주고 영화관에서 볼 영화치곤 스케일이 작기 때문에 돈 4000원 혹은 7~8000원 내고 잔잔한거 보기엔 남자들은 좀 그런듯..
    강풀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특히 싫어하는 사람 그냥 싫어한다그러쇼 왜 욕하고 까는데? ㅋ 당신들 인생에 강풀이 뭐 해를 끼쳤나? 싫으면 안보면 되지 왜 욕을 하는지...

    2008.02.20 21:12
    • 딱풀  수정/삭제

      니논리대로 김화백이 지존임

      2008.02.20 21:13
  12. 딱풀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놈은 영화용 콘티에다가 색만 입혀서 올릴 뿐 만화가도 아니고 영화인도 아니다. 웹툰은 브이만 믿고 갔으면 한다.

    2008.02.20 21:12
  13. 만화쟁이도 좀 떵떵거리고 살아보자  수정/삭제  댓글쓰기

    만화가는 좀 인기도 있고, 돈도 좀 만지고, 젊은 아내와 살고, 좋은차도 타고, 그러면 안돼는 법이라도 있냐? 강풀이 딱 실토하네... 그림 못그린다고...... 기초도 좀 쌓아라.. 처음 기초가 안돼었으니 그따구밖에 못그리는것 아니냐.... 상상력을 동원하고 많은 책을 읽어 지식의 폭이 넘나드는것은 다른 만화쟁이들이 좀 배우고 따라해라... 벤치마킹을 해라는 말이다....아...그리고 재미만 있으면되지.. 그림이 후지면 어떠냐고 쪼잘대는 인간을 보아라.. 재미도 있고 그림실력도 뛰어나면 더 좋은 법이다...

    2008.02.20 21:34
  14. 네임  수정/삭제  댓글쓰기

    작품에 드러난 주제와 작가의 품성이나 인품은 별개더군요.
    아무리 착하고 찌질한 신파극을 그려내어도 성공하고 나더니 현실에선 10년? 사귀던 여자(지만화에 맨날 이용하던 여친) 헤어지고 젊고 이쁜여자랑 결혼하더이다. 뭐 그럴수도 있겠지만..그 뒤엔 작품의 순수성이 가식으로 보입니다..
    욕먹을까봐 결혼 기사도 다 삭제했던데..
    조강지처버린 만화가 박광수도 그렇고.
    강풀-작품도 별로지만 인격은 캐별로입니다.

    2008.02.20 22:09
    • 동감  수정/삭제

      강도영이나 박광수
      그들이 그려내는 만화와 삶이 너무 동떨어져 있죠. 특히 강도영의 경우 너무 가식적 입니다.

      2008.02.20 22:17
  15. 음음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영화는 과연 나의 기대를 배신할것이냐 말것이냐 ㅋ

    2008.02.20 22:59
  16. 희안하네  수정/삭제  댓글쓰기

    강풀이 뭘 그리 잘못했다고 그리 욕하는지.. 왠지 만화가라서 깔보는 듯한 시선이 느껴지네..

    2008.02.20 23:46
  17. 일쌍다반사  수정/삭제  댓글쓰기

    맨날 더럽게 술먹고 똥싸는 스토리나 그리던 놈이 정권유착해서 많이 컸다.

    찌질거리면서 똥싸는 스토리나 그릴때 지 옆에서 10년을 지켜준 조강지처 버리고 어린 여자랑 결혼하고...

    그런 인간들 결말이 안좋다.
    그래서 난 이런 스탈의 인간과 가까이 지내지 않는다.

    왜냐면 나중에 뒤통수를 치기 때문이다.

    2008.02.21 00:08
    • 너처럼  수정/삭제

      조잡하고 단순한 사고방식으로 사는 인간도 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하기는 마찬가지.

      2008.02.21 00:22
  18. 쇼룡  수정/삭제  댓글쓰기

    작가의 인간성은 필요없고
    얘가 뜬건 단순히 무료웹툰이었기 때문,,
    아파트까지는 신선했다..
    솔직히 요즘웹툰들이나 다른 만화책하고 비교하면..별로.
    소재의 신선함은 신선한 편이라고 생각하지만
    만화로서 잘꾸몄나라는점에서는 별로...
    마치 궁(솔직히 내가보기엔 별로 심심풀이용으로는 어쩔지몰라도.뭐 막판은 그것도 안됬지만)이 최고라고 추앙되는 현장을 본 것같은 기분이다.

    2008.02.21 01:19
  19. 클로버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봤습니다만... 마음 조렸겠어요, 가 아니라 마음 졸였겠어요. 입니다.

    2008.02.21 03:34
  20. ㅇㅇㅇㅇㅇ  수정/삭제  댓글쓰기

    왜이리 악플이 많죠?;;
    저는 순정만화 26년 다 재밌게 보고
    얼마전에 타이밍 보고 완전 식겁을 해서(너무 흥미진진해서 밤새고.)
    곧 개봉된다는 바보도 찬찬히 읽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강풀의만화 라기보다는 순정만화, 26년 이라는 작품으로서 접했는데 이쯤되니깐
    정말 팬이 되지 않을 수 없더군요~ 그래서 앞으로의 깅풀작가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는데
    아파트는 성공하지 못했지만(저도 영화로 봤습니다 참.. 좀 그렇더군요)
    그게 강풀원작과 많이 달랐기 때문이라고 하니
    앞으로 영화화 되는건 기대할 만 할것같아요~
    개인적으로 26년이 제일 기다려지네요. 화려한 휴가를 보고난 직후 그영화가 생각보다 억지스러운 전개에 석연찮은 구석이 많아 이것저것 찾아다니다가 보게 됐는데 진짜 화려한휴가보다 몇배는 더 긴장감있고 묵직하게 와닿는것도 있고 첨부터 끝까지 손에 땀을 쥐게하더라구요, 그런 탄탄한 구성을 영화에서도 잘 살리면 분명 좋은 영화가 될겁니다.

    괴물투도 글고 무엇보다 다음만화 정말 기대되네요~

    2008.02.21 04:36
  21. sk telecom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래도 알긴아네 지가 그림못그린다는거 보는사람 많아졌음 그림실력좀 길러라 맨날 눈알똥그랗게 뜨는것만 하지말고 아직도 수습생 습작에서 못벗어나냐 몇년째인데

    2008.02.21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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