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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5.16 바람난 봉순씨는 행복할까? (3)
  2. 2008.01.08 무방비도시, 신파와 범죄물의 부적절한 만남 (15)

바람난 봉순씨는 행복할까?

필진 리뷰 2008. 5. 16. 13:11 Posted by woodyh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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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평 매거진 '네오이마주' http://neoimages.co.kr 의 공식블로그입니다.)


<경축! 우리 사랑>과 여성의 불륜을 다룬 21세기 한국영화들

엄마는 뿔났지만, 이 아줌마는 바람났다. 줄잡아 30여 년을 함께 산 남편을 옆에 두고 "나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어"라며 옆방으로 뛰어가는 아줌마 봉순씨(김해숙). 설상가상 그 상대는 딸의 남자친구인 하숙생 총각이다. 그렇다. 이 아줌마, 단단히 바람났다.

 <사랑과 전쟁>의 한 시리즈 아니냐고? 그런데 이게 그리 단순치 않다. 이 아줌마의 바람은 인간의 능동적 삶에 대한 욕구를 온 몸으로 긍정하고 있다. 오점균 감독의 <경축! 우리 사랑> 이야기다.

사실 불륜과 바람은 이제 이 시대 대중문화의 없어서는 안 될 주요 소재다. 지금도 TV를 틀어보면 아침 드라마를 제외하고도 불륜을 소재로 한 드라마는 차고 넘친다. <조강지처클럽>은 남편들의 바람에 맞바람으로 맞서는 '조강지처'의 모습을 그리며 인기리에 100회 연장이 결정됐고, 지난 3일 첫 방송을 시작한 <달콤한 인생> 역시 결혼과 불륜이란 소재를 가져온 정통 멜로드라마다. 그만큼 전통적인 TV 소비층에게 먹힌다는 반증이다.

대중문화가 그런 사회적 분위기를 조장한다는 비판에도 1953년에 제정된 간통제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나라 대한민국. '심부름센터가 바라본 대한민국은 불륜공화국' 따위의 기사가 음지의 현실을 자극적으로 다룬다면 한국 영화가 그리는 여성들의 바람에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다.

 그리고 50대 아줌마의 바람이란 범상치 않은 소재를 취한 <경축! 우리 사랑>. 이 영화의 파격과 가치는 어디서 연원하나. 또 한국 영화 속 여성의 바람과 불륜은 또 어떻게 변모해왔는가.

 우리 시대 아줌마 봉순씨는 어찌하여 불륜을 저질렀나

 "20년, 30년 동안 그 아줌마 이름이 봉순이라는 건 모른 거예요. 누구 엄마, 누구 여편네, 노래방, 하숙집 아줌마로만 불렀던 거죠."

MBC <뉴스데스크>에 출연한 배우 김해숙의 말이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는 건 김춘수의 <꽃>이 전부가 아니다. 결혼과 동시에 이름을 잃고, '제 3의 성'이라고 비하되는 아줌마 봉순씨도 마찬가지다. 그러니까 쉰 살 봉순씨가 온전히 그 이름으로 불렸을 때 그녀는 잊혀졌던 자기 정체성에 눈을 뜨게 되는 것이다. 

물론 그 길이 순탄하지 만은 않다. 집에서 빈둥거리던 딸 정윤(김혜나)이 눈이 맞아 결혼을 선언한 하숙집 총각 구상(김영민)은 처음에는 그저 순둥이 아들 같은 한 존재였다. 하지만 취직이 결정되고는 쪽지 한 장 달랑 남겨놓고 딸이 가출을 감행하자 상황이 반전된다. 홀로 눈물을 훔치고,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이 순수 청년이 애처롭게 보이기 시작한 것. 출발은 술에 취한 구상과의 하룻밤 해프닝이었지만 덜컥 임신을 하게 된 봉순씨의 일상은 변화가 찾아온다.

사실 남편(기주봉)은 진작에 동네 미용실 처자랑 바람이 난 상태였다. 그 와중에 봉순씨는 하숙집을 건사하고, 노래방을 지키며, 동네 아낙들을 데리고 봉투 붙이는 부업을 꾸릴 정도로 생활력이 강한 아줌마다. 돌아온 딸이 엄마를 조롱하고, 가정을 지켜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남편이 회유도 해 보지만 봉순씨의 뒤늦게 눈 뜬 사랑에 대한 감정은 견고하다. 더욱이 구상마저 "아줌마가 좋아요"라며 수줍은 미소를 건네는 중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봉순씨의 자세다. 일생일대의 사건을 맞았지만 봉순씨는 무척이나 담담하다. 그저 처음으로 느끼는 이 소중한 감정을 놓치고 싶지 않을 뿐이다. 게다가 내 안에서 숨쉬고 있는, 신이 내려 준 새 생명을 버리고 싶지 않단 생각이 간절하다. 단순한 바람이나 불륜으로 치부될 수 없는 일종의 신의 섭리 혹은 순리. 그건 봉순씨와 가족, 그리고 마을 주민들을 그리는 감독의 태도와 결부되어 있다.

2000년대 한국 영화가 주목한 여성의 일탈

사실 바람 난 여성을 그린 영화의 시작은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비석의 소설을 영화화한 정형모 감독의 <자유부인>이 큰 사회적 파장을 불러온 때가 무려 1956년. 평범한 대학 교수의 사모님이 양품점에서 일을 하다 바람이 나고, 종국에는 가족에게 용서를 빈다는 이 영화는 50년대 우리 사회의 근대성을 드러내는 작품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간통죄가 이미 발효된 그 시기, 주인공을 타락한 여성으로 묘사하고 종국에 용서를 구하는 서사구조는 가부장제 이데올로기를 더욱 공고히 하는 계몽적 성격이 두드러졌다.

그 후로 50년이 흐른 2000년대의 한국 영화들은 좀 더 다변화된 시선을 보여준다. 여성 감독 변영주의 <밀애>에서 미흔(김윤진)은 남편의 불륜에 맞바람으로 대응하지만 상처받은 여성의 이미지가 강했다. 더욱이 결말에 다다르면 사고로 인해 애인도 잃고 가정도 잃고 홀로 남겨진다. 변영주 감독이 2002년에 바라 본 30대 기혼 여성의 욕망은 여전히 용인될 수 없는 사회적 금기였다.

2003년 나온 임상수 감독의 문제작 <바람난 가족>은 좀 더 솔직하면서 남성 중심적 역사에 대한 반발이 두드러진다. "개인을 다루고 한 가족을 다루는 영화지만 가족사라는 건 그 가족이 속해 있는 사회의 역사일 수밖에 없다"는 임상수 감독의 표현대로 영화는 평생을 한량으로 살아온 실향민 출신 아버지의 죽음과 위선적인 인권변호사 영작(황정민)의 반대급부로 바람난 여자들을 내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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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즘에야 내가 진짜 어른이 된 거 같다. 얘, 인생 솔직하게 살아야 되는 거 드라, 내 내 느낌대로"라고 충고하는 어머니(윤여정)는 봉순씨와 계급적인 대비될 수 있는 캐릭터다. 한국 사회의 모순을 상징하는 아버지의 장례를 치른 뒤, 초등학교 동창생 애인과 외국으로 떠나버리는 어머니는 다소 급진적이긴 하지만 분명 한국 영화에 처음 등장한 당혹스런 어머니 상이다.

여주인공 호정(문소리) 또한 당당하긴 마찬가지다. 옆집 고등학생과의 불장난으로 아이를 임신하고 이혼을 감행하는 그녀는 끝까지 위선적인 영작에 비해 훨씬 더 성숙한 인간형이다. <바람난 가족>은 이 도발적인 캐릭터들과 함께 임상수 감독이 견지한 '쿨한' 태도로 인해 그 해의 문제작으로 꼽히기에 손색이 없는 작품으로 남아 있다.

2007년에 개봉한 <바람피기 좋은 날>의 경우는 좀 더 가볍고 자유로운 시선으로 바람을 다룬다. 시작은 역시나 남편들의 무관심이나 외도지만 주인공 20~30대 주부 이슬(김혜수)과 작은새(윤진서)의 일탈은 따뜻하고 밝게 묘사된다. "여자만이 지닌 시선과 아름다움이 세계의 부정적인 것들을 해결하고 극복해 나가는 힘"을 강조하고 싶었다는 장문일 감독의 태도는 꽃이나 나무를 강조하는 화면에서도 보여지 듯 좀 더 생태주의적 관점과 맞닿아 있다.

어찌됐건 남성의 시선에서 처벌이나 간통죄와 같은 획일적인 시선에서의 탈피, 2000년대 한국영화가 여성의 일탈을 견지하는 시선은 분명 다분화됐다. 그리고 어떤 작품보다 소탈하지만 급진적인 <경축! 우리 사랑>이 2008년 등장했다.

우주와 인간은 하나다, 자연주의적 관점과 판타지

전작 <생산적 활동>에서 섹스라는 매개로 인간의 솔직한 욕망을 긍정했던 오점균 감독은 가부장적 한국 사회를 공격하지도, 섹스를 소재주의로 활용하지도, 불륜을 저지르는 인물들을 단죄하지도 않는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시대의 보통 아줌마 봉순씨를 바라보는 관점이다.

우리 대중문화나 예술 전반에서 주변부에 자리했던 아줌마라는 존재를 조명하는 것 못지않게 <경축! 우리 사랑>은 그녀가 세상의 일부이자 자연의 일부라는 점을 명시한다. 간간이 등장하는 곤충이나 식물들의 클로즈업은 장면들은 전체 맥락과는 동떨어져 있을지 모르지만 인간 또한 우주 만물이 일부임을 드러내는 의도다. 이러한 사상은 마치 인간과 우주와 자연의 일체성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일군의 몸철학을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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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어떤 인위나 통념에 대한 배제보다는 세상의 일부로서 인간을 껴안으려는 제스처, 그래서 감독은 무심한 봉순씨의 남편이나 동네 남자들을 부정적인 가부장으로 몰아세울 생각도 없다. 부정은 반목을 낳고 갈등을 낳는 법. 순수하게 마음과 몸이 가는대로 자연의 섭리와 순리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태도가 봉순씨의 일탈을 긍정할 수 있게 하는 힘이 되어준다. 어쩌면 이건 이분법적으로 남성과 여성을 나누려는 시선에 대한 부정이기도 하다.

 어찌 보면 그 자체로 '파격'일 수 있는 이러한 세계관을 지탱하기 위해 영화는 판타지를 끌어들인다. 봉순씨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된 마을 아낙들과 남자들이 모두 모여 한 바탕 잔치를 벌이고, 일치 단결해 부부애를 확인하는 장면을 다소 익살스럽고 비현실적인 분위기로 묘사한다.  

 성욕과 식욕, 그 일차적인 인간의 욕망을 부인하지 않으며 자신의 울타리를 지켜나가는 것, 봉순씨와 구상이 데이트를 하는 청계천을 제외하고 단 한번도 봉순씨네 마을을 벗어나지 않는 이 소박한 영화는 현대인의 유목민적 삶 보과는 동떨어진 인간형들에 더 친숙하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온 딸이 봉순씨의 아이를 돌보는 모습에서 젊은 세대에까지 자연주의적이고 목가적인 삶의 형태에 동참하자고 권유한다. 그게 더 인간 본연의 모습에 가깝지 않느냐고 넌지시 말을 건네는 것 처럼. 

 현실의 봉순씨는 행복할 수 있을까?

다시 봉순씨로 돌아와 보자. 20년의 나이 차이를 극복한 이 연상연하 커플은 행복할 수 있을까. 바람이고 불륜임이 분명한 봉순씨의 파격을 <경축! 우리 사랑>은 판타지와 자연주의적 관점으로 극복해 냈다. 그것이 또한 아직까지 간통제가 굳건한 한국 사회에서 리얼리티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영화적인 주제를 드러내려는 오점균 감독만의 방법론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간통죄가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한다며 간통죄 위헌 심판을 제청한 옥소리의 미니홈피가 악플러들의 무차별적인 공격을 받고 있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개인의 이불 속 사연을 국가가 관리하고 더욱이 피의자가 여성일 경우 그 비난의 수위는 더 높다. 마치 '자유부인'이 처벌을 당하고 용서를 빌어야 했던 1950년대처럼.

한국 영화는 좀 더 이러한 이슈에 주목하고 다양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물론 아침 드라마처럼 불륜 남편과 핍박 받는 아내라는 공식은 간통제가 피해자를 위해 존속해야 한다는 토픽만큼이나 식상하기 그지없다. 그런 점에서 전통적인 어머니 봉순씨의 욕망을 좀 더 근원적이고 따뜻한 시선으로 성찰한 <경축! 우리 사랑>은 용감한 기획임에 틀림없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를 관람한 관객은 봉순씨의 사랑과 일탈을 긍정할까 아니면 영화이니 가능한 설정이라고 웃어넘기고 말까. 극장의 절반을 넘게 차지하고 있던 중년 관객들의 목소리가 궁금해진다. 더불어 그 각기 다를 목소리들은 더 높고 넓게 울려 퍼져야 한다. 이 땅의 봉순씨들이 사회적 통념 때문에 좌절하고 손가락질을 받는 일이 없어질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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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는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영화가 망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냥 불륜..혹은 성적자유의표현이라하는 것에 대한 파장이 스스로의 자유표현일뿐이라지만 결혼한상대자에게, 그리고 아이들에게, 공동체에게 얼마나 큰 상처와 불안으로 남게 될지 알수있으니까요... 사람들은 올바로 살려하는데 매체들이 그렇지 못하도록 조장하고, 포장하여 별것아닌것처럼 만들어 구렁텅이로 밀어버리려하네요... 그래요..저 드라마 안봅니다... 자신의 성적자유의 표현하고 싶으면.. 그냥 독신으로 살면서 같은 마인드의 독신들과 하세요..(돌싱으로 돌아오셔서 돌싱,독신을 만나시던가) 불륜조장하는 것이 용감한기획입니까?

    2008.05.16 16:44
  2. Favicon of http://cha66wk@hanmail BlogIcon  수정/삭제  댓글쓰기

    살아보니 사는게 별거아니더라. 이런 이야기를하는데 무슨말이 더 필요할까요. 사는데 정답이 없다면 봉순씨도 행복하겠지요.사람이 사랑하는게 온전히 몇시간 몇년을 가지는거라면 평생을 살아도 며칠을 저 사람 마음에 들어 있었나를 고민하지않고 살면 며칠이 중요할가요.전 행복햇을거라고 믿어요.한시간이라도 온통자신이 그사람의 시간을갖는다는 확신을가지고 살수있다는건 아무나할수잇는게 아니지요, 비록환상이라해도,내세계안에 존재하면 세상이야 어떻게되든 상관없는게 아닐까요.세상이 어떻게되어도 난이 사랑만 중요해요하던 에디트삐아프처럼.사랑지상주의가 아니라 그것밖에 할수있는게 없다고하면 용서가 될까요

    2008.05.16 18:19
  3. 참나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이가 없네요.. 간통?? 그거 하기 싫으면 동거 하면 됩니다.

    왜 법적으로 혼인신고해서 간통이 잘못 된거라고이야기 하는지...


    동거 한다고 해서 경찰에서 잡아가나요? 동거해서 아이 낳으면

    경찰에서 잡아가나요? 아니잖아요..동거해도 자식 낳아도..

    도 호적에 올릴수 있습니다. ㅡ.ㅡ 좀 개념을...


    요즘 개나 소나 불륜 조장하지를 한나... 사회가 참 더럽게 돌아가네요..

    이런글 올리면 글쓴이가 뭔가 선각자라도 되는것 같아요?

    2008.05.17 04:36

 
하성태



‘무방비 도시’, “소매치기는 숨소리까지도 믿지 마라”, “엄마 노릇은 개나 소나 하는 줄 알아.” 영화 <무방비 도시>를 관통하는 세 가지 열쇠다. 그런데 하나는 비어있고, 또 하나는 전시하다 그치며, 마지막은 과잉이다. ‘리얼 소매치기 범죄액션’을 표방한 <무방비 도시>는 그렇게 장르성에 살짝 기대는 척 하다 교훈극으로 마무리하는 한국 상업 영화의 전형을 답습한다.


세 줄로 요약해 보자. 소매치기 전과 17범 강만옥(김해숙)을 어머니로 둔 광역수사대 형사 조대영(김명민)은 일본에서 활약하다 국내로 복귀, ‘삼성파’를 조직한 섹시한 소매치기 백장미(손예진)을 소매치기 조직 소탕 과정에서 우연히 만나 매혹을 느끼면서 느슨하지만 단단한 운명의 끈으로 엮이게 된다. 그러니까 소매치기 손예진과 형사 김명민의 대결구도는 일종의 맥거핀과 같다. 형사가 등장하니 형사물이요, 간간이 등장하는 ‘이연걸식’ 액션이 등장하니 액션물이요, 팜므파탈이 엮어가는 파탄의 드라마니 범죄느와르라고 우길 수 있겠지만 영화가 어디 인수분해처럼 딱 잘라 나눠지던가. 김병옥, 손병호, 윤유선, ‘주무치’ 박성웅 등 개성파 조연들이 다수 등장해 감칠맛 나는 연기를 펼쳐내고는 있지만 역부족이다. 이게 다 이 죽일 놈의 ‘신파’ 때문이다.


엇비슷하게 김해숙이 어머니로 등장해 거침없이 눈물샘을 자극했던 <해바라기>는 차라리 정직하다. 출소한 양아치 양아들이 개과천선해 어머니를 찾아오지만 ‘건설’ 조폭들이 가만 놔두지 않는 다는 전형적인 스토리 라인. 대놓고 ‘이건 신파라니까’를 외치다 간간히 개그와 인간미가 배어나올 때. 우리는 차라리 상업영화의 클리쉐를 대놓고 수용하면서도 울고 웃을 수 있었다. 하지만 <무방비 도시>는 끝끝내 백장미의 소매치기 조직 흥망성쇠기와 모범생인척 하는 형사 조대영이 인연의 끈에 묶여있다고, 그래서 모든 것이 비극일 수밖에 없다고 강변한다. 거창한 그리스 비극이라도 되냐고? 문제는 세 사람이 엮여있는 바로 그런 우연이 운명이라 교훈을 끝끝내 친절히 설명해준다는데 있다.


그러니까 모성애 신파가 점점 장르에 침입 할수록, 다시 말해 어머니 때문에 갈등하는 조대영이 표정이 어두워지면 어두워질수록 흥미롭던 ‘삼성파’의 플롯은 급해지고 헐거워진다. 소매치기 일당의 실상을 조망하겠다는 의도로 짧은 호흡의 컷을 이어 붙여 ‘소매치기 이렇게 하면 2시간 만에 마스터한다’를 보여주고는 있지만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시퀀스 내의 긴장감? 범죄 현장을 고발하는 리얼 드라마? 백장미를 제외한 ‘삼성파’ 조직원 세 명은 제스추어만 있고 디테일이 실종된, 플롯에 복무하는 ‘기계’들일 뿐이다. 그건 조대영을 제외한 형사들도 마찬가지다. <범죄의 재구성>, <타짜> 최동훈의 감독의 ‘구라’ 빨이 아쉬워지는 대목이다.


더욱 더 아쉬운 건은 매력적일 수 있었던 백장미 캐릭터. 손예진의 의욕적으로 도전한 소매치기 조직 보스 백장미는 타고난 미모와 지략, 배짱으로 명동과 동대문을 손에 넣는 것도 모자라 모성애가 많이 부족했던 조대영을 멋지게 농락하는데 성공한다. 바로 여기서 진중권 씨가 <디 워>를 예로 들었던, 고대 그리스극에서 초자연적인 힘을 빌려 극을 해결했던 기계에 의한 신 일명  ‘데우스 엑스 마키나’와 같은 존재가 등장한다. 이즈음 ‘위풍당당’ 백장미가 급격한 심리 변화를 겪으며 극은 신파의 절정으로 달려간다. 특히 결정적인 순간 강만옥과 조대여이 마주하는 명동 시퀀스는 눈물을 짜내려는 자극적인 슬로우 모션과 클로즈업으로 덧칠되어 있다. 더불어 중간 중간 관객을 위해 친절한 흑백 플래쉬백을 삽입하다 못해 후반부 두 사람의 인연을 설명하는 주인 없는 회상신은 진정 사족과도 같아 보인다.


그리하여 아쉬워지는 것은 제 몫을 다한 배우들이다. 나문희 여사에 버금가는 모성 눈물 연기의 대가 김해숙은 당뇨병 환자의 고통을 섬세하게 표현해 낸다. 화제의 중심인 손예진 또한 <작업의 정석>의 코믹 내숭녀 연기의 대척점인 백장미를 무리 없이 소화해냈다. 장르적인 과장된 수식에 살짝 손예진 특유의 연약함을 얹어 넣으면서 최소한 장르 안에 살아 숨쉬는 소매치기 보스를 만들어 낸 것. 다만 전작 <리턴>과 대동소이한 캐릭터를 연기한 김명민은 드라마에서 장점으로 승화됐던 다소 고양돼 있는 마초 캐릭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듯 보인다.


자,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조대영의 멜로드라마와 백장미의 범죄느와르를 엮어놓은 <무방비 도시>의 첫 번째 열쇠. 도대체 ‘무방비 도시’는 어디로 갔나. 이탈리아의 거장 로베르토 로셀리니 감독의 고전을 영문 제목까지 그대로 따온 이유가 단지 동대문과 명동이라는 지명을 활용하고 그 곳에서 로케이션을 했기 때문이라면 이건 넌센스다. 서울의 야경을 훑는 오프닝을 제외하고 서울이란 도시의 매력을 살리려는 노력조차 기울이지 못한 점이야 말로 <무방비 도시>에서 지금까지 풀리지 않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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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런..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름 너무너무 기대하고 있었는데.. 허술한 스토리라인 너무 싫어요..ㅠㅠ.. 리턴때도 그러더니.. 기대치는 이빠이 높여놓고 정작 영화가 안좋으면 그 배신감 감당안되던데.. 명민님 믿고 보려는데 이러면 진짜 곤란..ㅡㅡ;;

    2008.01.08 17:22
  2. 산책  수정/삭제  댓글쓰기

    시사회 봤는데..영화 재밌던데....초반에 긴장감 작살...후반에 눈물...남자인 나도 흘렸어요..영화 좋던데..역시 기자들이란...넘 많이 배우셨어....나도 서울에 있는 대학 나왔는데...내 수준엔 딱이던데..^^;;

    2008.01.08 19:01
  3. 사실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지막 급격한 신파는 너무했다는... 김영민이 범인이었어.. -.-

    2008.01.08 22:38
  4. 뭐니  수정/삭제  댓글쓰기

    영화보다 이 글 이해하기가 더 힘들군요. 무슨 멋을 이렇게 부려서 글을 쓰는지 왕짜증나네요. 솔직담백하게 글쓰면 안멋있게 보여서 그러나요??

    2008.01.09 08:00
  5. Favicon of https://badnom.tistory.com BlogIcon w0rm9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 내용과 상관없는 질문인데요...포스트 제목 폰트 무엇인지 알 수 있을까요?

    2008.01.09 10:20 신고
    • Favicon of https://neoimages.tistory.com BlogIcon woodyh98  수정/삭제

      오른쪽 링크 메뉴바에 '글자가 잘 안보이세요' 를 클릭해보면 아실 수 있을겁니다.

      2008.01.09 23:48 신고
  6. ..  수정/삭제  댓글쓰기

    동감. 영화보다 이글 이해하기가 더 힘들다는 ㅋㅋㅋ 어제 시사회로 보고 재밌게 잘만 보고왔구만 뭐가 이렇게 불만이 많으신지 -_- 그리고 맨마지막 흑백장면이 무슨 사족이에요 영화 다시 보고 오세요 ㅉㅉ

    2008.01.10 01:39
  7. gma  수정/삭제  댓글쓰기

    위에 분, 글 제목에 모든 해답이 들어있건만 이해가 안간다니..글쓴이에게 영화 다시 보고 오라고 어줍잖은 충고 하기 전에 본인이나 저 글을 다시 한번 읽어보는게 어떠실지? 자신과 다른 관점, 생각에는 무작정 적개심부터 드러내고 보는 개티즌의 저 천박함이라니. 쯧쯧...

    2008.01.11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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