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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1.11 「감독, 감독을 만나다」 : [낙타는 말했다]의 조규장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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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 강연하

정리.사진: 박정애

 

"언젠가는 멋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여기 한 남자가 있다. 감옥에서 출소해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버젓이 담배를 피워대는 남자. 남의 시선 따위는 의식하지도 애초에 그럴 마음 조차 없는, 세상에 길들여지지 않은 남자. 행색으로 봐서는 영락없는 동네 양아치 수준이지만, 어머니가 남겨준 재산으로 땅을 매입한 후 '재개발'에 목을 맬 정도로 자기 것에 대한 집착이 강한 남자. 자신의 방식으로 세상과 맞짱 뜨다가, 홀로 애태우다 흙 속으로 묻혀갈, 단순 무식하고 거칠고 비루하지만 한편으로 가련한 중년의 사내. 바로! 이 사내가 스크린을 활보하는 영화 <낙타는 말했다>가 다음 주(11월 12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그에 앞서 영화를 연출한 조규장 감독을 역시 독립영화감독인 강연하 스태프가 만났다.  

강연하(이하 '강') : 영화는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

조규장(이하 '조') : 워크숍으로 준비를 했다. 영상원에서 장편영화를 찍는데, 학교에서 하는 워크숍이기 때문에 허가를 해줄지 걱정했는데, 다행이 허가를 해줘서 찍게 됐다.

강 : 처음 시나리오가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궁금하다. 누군가의 경험으로부터 시작된 것인지 아니면 동시대 정황의 반영인지 궁금하다.

조 : 나도 시나리오가 그렇게 나올 줄 몰랐다. 원래 구상하고 있던 시나리오가 있었는데, 거기 나오는 인물이 어촌에 사는 캐릭터였다. 원양어선에서 몇 년 만에 돌아왔는데, 형제들과 부모님이 보내줬던 돈을 이미 다 써버린 상황에서 시작되는 영화다. 그런 인물을 갖고 시작했다. 그 인물과 시골 풍경에 익숙한 상황, 이런 것들이 합쳐져서 나온 것 같다.

강 : 원래 본인 유년시절이 지방 소도시였나.

조 : 그렇다. 충남 보령인데, 영화에는 읍내가 있지만 내가 살던 곳은 없었다. 생각해보니 은연중에 그렇게 나온 것 같다.

강 : 영화의 로케이션 장소가 인상적이다. 재개발의 풍경이나 길거리, 상가 등이 인위적인 느낌이 아니라 자연스럽다. 헌팅 할 때 로케이션 장소는 어떻게 찾았나.

조 : 시나리오 쓸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거리였다. 건물들이 높지 않고 차가 다니면서 옛날 간판들을 가지고 있는 잿빛 느낌의 공간인데, 그런 장소를 찾기가 굉장히 어려웠다. 그림은 명확하게 머리에 가지고 있는데, 그렇다고 서울, 경기 권을 벗어나서 찍을 수 있는 여건은 아니었기 때문에 서울, 경기를 훑었다. 촬영지는 수원이다. 수원 역 근처인데 주민들한테 영화촬영에 대한 동의를 얻었다. 영화상의 공간은 다 그 공간이거나 차타고 십분 정도 가는 거리였다.

강 : 그럼 미술팀이 따로 지은 로케이션 장소는 없는 건가.

조 : 시골집의 벽을 이미지에 맞게 칠하는 선까지는 했지만, 실제로 지은 곳은 없다.

강 : 동네의 리얼리티가 잘 묻어나는 거린데, 감독으로서 그런 공간을 발견했을 때 어땠나.

조 : 참 좋았다. 그렇지만 외부 공간 말고 실내공간으로 들어가고 나면 내가 생각했던 이미지하고는 다른 부분이 많아서 현실적인 선택 안에서 바꿀 부분은 바꾸고 그랬다.

강 : 35mm로 촬영한 영화다. 작년에 나도 35mm 작업을 처음 해보았는데, 시간과 경제적인 비용 면에서 여러모로 디지털보다는 까다로운 부분이 많더라. 이런 이유들 때문에 많은 독립영화 감독들이 필름의 질감과 느낌을 원하면서도 디지털로 독립장편 작업을 주로 하곤 하는데, 35mm 촬영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조 : 사실 학교를 들어간 이유 자체가 필름작업을 하고 싶어서였다. 입학할 때부터 3편 정도 필름작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필름이 점점 없어지겠지만 그 느낌들을 정확하게 알고 싶었다. 필름이 이 영화에 어울린다고 하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사실 디지털로 찍어도 상관없었을 것 같다. 어쨌든 이 영화가 아니고 다른 시나리오를 썼더라도 나는 35mm를 썼을 것 같다. 필름을 고집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사실 졸업 이후를 생각해보면 필름으로 작업할 여건이 쉽지가 않기 때문이다. 거리의 낮 신이나 걷는 장면 등 야외신이 많아서 아무래도 필름의 질감이 더 맞는 것 같다. 디지털로 찍으면 선명하고 밋밋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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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 음악이 인상 깊더라. 남자가 돌아와서 버스에서 내리면서부터 뽕짝 같은 음악이 흐르는데, 엇박자의 리듬이 묘하고 특이하면서도 영화의 리듬감을 살려준 것 같다. 음악작업은 어떻게 한 것인가.

조 : 사실 이전에는 음악작업을 거의 안했었다. 전에 단편영화 찍을 때는 음악이 한번정도 들어가거나 그랬는데, 이번엔 음악을 적극적으로 써보려고 했다. 음악이 감정을 증폭시켜 장르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이 들어갔을 때 다른 느낌이 들 도록하고 싶었다. 그런 가능성들을 보고 작업을 했다. 영화전반은 탱고 풍으로 생각하고 있었고 그래서 가이드가 될 만한 영화들을 편집과정에서 붙여보고, 다음에 영화음악 작곡 하실 분과 같이 얘기했다. 처음에 음악을 붙여야 할 부분, 거기에 맞는 음악 등을 만들고 같은 음악들을 여기저기 붙여보고 다시 작곡을 했다. 그래서 열 곡정도 만들었다. 그런 과정들을 시간을 좀 가졌다. 그리고 음악을 작곡하신 분도 가수하면서 학교에 다니는 분인데 느낌을 잘 살려내신 것 같다. 사실 그분과 많은 대화를 나누진 않았는데, 나와 호흡이 잘 맞는 것 같았다.

강 : 어머니 사진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수염을 깎는데, 그 남자의 심정과 관련이 있는 건가.

조 : 처음에는 장례식장에서 찍으려고 했다. 가족들은 다 나와서 밥 먹고 있고 그 빈 공간에 서서 혼자서 영정사진을 보고 수염을 깎는 걸로 하려고 했는데, 장례식은 죽은 지 얼마 안되지 않았다는 얘기 같아서 집으로 옮겼다. 사실 일반적인 사람들은 그렇게 수염을 못 깎는다. 근데 앞부분에 캐릭터에 맞는 강한 인상을 심어주고 싶었다. 많은 설명보다는 하나의 이미지 처리로 인물의 캐릭터를 심어주는 장치였다. 내가 생각하는 캐릭터의 측면인데, 관객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다. 그래서 나도 궁금하다. 인터뷰어께선 그 남자에 대해 어떻게 보았는지 궁금하다.

강 :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면서 남자 주인공이 쉽게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는 캐릭터는 아니지만, 끝까지 미워할 수 없는 지점들이 몇 가지 있었다. 그 중 가장 컸던 부분이 부인하고 많이 싸우고, 섹스도 폭력적으로 하는 인물인데, 폭력을 직접적으로 행사하진 않는다. 집을 엉망으로 만든다거나 주변의 것에 화풀이를 하는 장면들이 그런데, 그래서 이 사람이 죽일 놈으로 보이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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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캐릭터 구축과 관련해서는, 갈치 파는 장애인 집에 찾아가서 부인이 쫓아내는데도 자꾸 들락날락하다가 담뱃갑 던지는 신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그 남자가 풀 뜯어 먹는 장면이 몇 개 있는데 그것은 배우의 애드리브인지, 아니면 시나리오에서 기획하고 들어간 건지.

조 : 시나리오에는 풀 뜯어먹는 장면이 한 번 밖에 없었다. 근데 배우가 원래는 연출자라 연출자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었다. 소가 나온다거나, 풀을 뜯어먹는 장면이 계속 나오면 이것이 이야기는 아니지만, 마치 이야기처럼 만들어지는 부분이 생긴다. 그런 부분을 얘기하면서 설정을 했다. 그렇지만 이 인물이 신파적으로 표현되기 보다는 코믹하게 살려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면 담배를 사고 가는 길에 난초를 꺾고 가는 부분이 있는데, 그 부분은 배우의 애드리브였다. 그런 부분은 나도 좋았다.

강 : 그러면 배우가 적극적으로 자기 연기에 대한 의견을 많이 내고 감독은 그걸 많이 수용하면서 전체적인 연기 디테일들을 만들어간 건가.

조 : 그렇다. 그 분도 연출을 하시는 분이다보니까 스태프들이 세팅하고 있을 때, 혼자서 공간들을 돌아다닌다. 그러고는 갑자기 뭘 가져와서는 '어떤가' 하고 묻는데, 그런 걸 잘 한다. 공간을 보면서 자기가 들어갈 곳이 있는지, 나올 곳이 있는지를 계속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그 공간에 자기를 맞추는 걸 찾는 건데, 그런 부분을 보면 배우를 해도 성공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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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 개인적으로 수민이라는 여자아이가 영화 속에서 기억이 가장 많이 남는다. 무표정해 보이는데, 부부가 섹스하고 있을 때 소리가 들리니까 처음에는 연필깎이를 돌리고, 다음에는 라디오를 트는데, 그런 장면들의 의미를 아역배우에게는 어떻게 전달했는가.

조 : 나도 아역배우하고는 작업을 처음 해봤다. 주변에서 아역배우하고 연출하는 현장에 가보면 많이들 힘들어한다. 성인들에게 설명해주는 방식으로 설명을 할 수는 없다. 성인배우들한테도 어떤 것을 설명할 때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어서 이렇게 해야 한다고 설명하기도 하지만, 연기가 안 나올 땐 오히려 반대되는 얘기들을 설명해주기도 한다. 아역배우는 그런 부분이 더 많다. 개연성에 대한 설명을 하기 보단 내가 생각하고 있는 느낌을 이 아이가 끌어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하고, 때론 어떤 거짓말을 해야 하는지를 생각한다. 성인배우들도 마찬가진데, 아역배우들은 연기를 너무 하려고 한다. 그런 것들을 막아내는 것이 힘든 일이다. 그래서 나는 엉뚱한 얘기들을 했다. 근데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아이가 똑똑해서 신뢰가 생겼다.

강 : 어렸을 때부터 그런 환경에 노출되어 있어서 그런지 수민이란 아이는 좀 아이 같지 않다. 처음 시나리오 쓸 때 수민이란 아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했는지 알고 싶다.

조 : 수민이란 캐릭터는 가장 적합하게 나온 인물 중 하나다. 시나리오 쓸 때 걱정된 부분은 상황이 평범하지 않아서 우울한 캐릭터가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캐스팅을 할 때 약간 시골스럽게 생긴 수민이를 캐스팅했고, 생각보다 잘 맞았다. 어쨌든 이 영화는 전반적으로 우울한 캐릭터가 되면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사실은 그 외에 수민이란 인물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보지 않은 것 같다. 어쨌든 이 아이는 반응을 하는 인물이다. 그래서 어떤 장면들 사이에 아이의 반응이 들어갔을 때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을 할까 이런 고민들을 했다. 인간답게 고민하지 않은 거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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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 노래방에서 웃기게 노래 부르고 바로 연결되는 신이 엉덩이를 노출한 채로 섹스 신, 다음에 밥상에 앉아 밥을 먹는 신이다. 리듬감 있게 한 컷씩 탁탁 넘어가는 재미가 상당했고 힘이 있는 편집이었다. 원래 콘티에서부터 계획한 것인가, 아니면 편집 때 새로 결정한 것인가.

조 : 둘 다 인 것 같다. 이 시퀀스가 생각보다 많다. 전반적인 이야기의 흐름상 보면 이 여자를 만나서 많은 관계들을 갖고, 가족처럼 진전되고 그 다음에 밥 먹으면서 시간이 흐르고, 다시 시작되는 건데, 이 사람의 앞의 1부를 마무리 짓고 2부로 넘어가는 시퀀스다. 사실 의미는 있지만 중요한 시퀀스는 아니기 때문에 이런 시퀀스들을 과감하게 줄였다. 단편영화를 찍다보니 그런 시간들을 효율적으로 넘겼다.

강 : 부부생활에 대한 디테일이 영화적으로 봤을 때 강도도 세고, 도시에서 볼 수 있는 패턴은 아닌 것 같다. 여자캐릭터와 부부생활에 대한 이야기는 어디서부터 시작을 했는지 궁금하다.

조 : 그렇지는 않다. 여자가 남자보다 강한 인물이다. 남자한테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해줄 수 있는 사람이다. 극적으로 약간 과장되어 있을 순 있지만, 그런 사람들이 만나서 산다고 했을 때 부부생활이 그러지 않을까싶다. 그런 가정의 모습을 보여줄 때 어떤 부분을 보여주는 것이 좋을까를 고민했다.

강 : 상다리를 고치는 장면도 그런 과정을 생각한 건가.

조 : 그렇다. 처음엔 문을 부수는 것이었는데, 세트장이 아니니까 다시 만들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밥상을 사다가 밥상을 부순 거다. 문짝을 부수었으면 느낌이 더 좋았을 것 같다.

강 : 남자가 일부러 직접적인 폭력행사를 하지 않은 건가. 특히 수민에게 행하는 폭력은 찾아볼 수 없고 여자한테도 마찬가지다. 때리지 않는 것이 캐릭터를 설명하는데 중요한 부분이 되지 않았나.

조 : 어떤 영화관계자분이 이 영화를 보고 폭력에 관한 영화인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 하느냐는 질문에 대답을 못했다. 이건 폭력에 관한 영화가 아니고, '화'에 대한 영화다. 자기가 참을 수 없는 화를 누가 있든지 없든지 드러내는 것이지 직접적으로 타격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직접 때렸다면 내가 생각하는 '화'라는 것은 죽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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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 캐릭터를 죽이고 살리고는 결단이 필요 했을 텐데, 어떤 의미에서 남자의 죽음이 꼭 필요했던 건가.

조 : 시나리오를 쓰고 계속 고민했던 부분이 이 영화가 무엇에 관한 영화 인지였다. 궁극적으로 집착에 관한 영화라고 생각하는데, 그러면 그 집착이란 무엇이며 그것이 개인이나 사회에 무슨 영향을 끼치는지, 집착의 결과가 어떤 결과를 나타낼 수 있을까를 생각했을 때, 가장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는 게 죽음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죽음은 어떤 것인지, 이런 것들을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 죽음이 영화적으로는 순간적으로 화를 못 참은 것이다. 그것이 어떤 예기치 못한 결과를 낳게 된 것인데, 결과적으로 후회는 하겠지만 후회를 하면서도 욕을 할 수 밖에 없는 그런 허탈감 같다.

강 : 영화가 좀 우울하고 과하게 신파 쪽으로 흘러가는 걸 원치 않는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음악도 위트 있고 재밌게 했나.

조 : 그렇다. 그런 의도가 있었다.

강 : 엔딩 신에서 여자랑 수민을 보여준다. 비극적인 여성이긴 하지만 앞으로 잘 해쳐나가리라는 느낌을 준다. 남자의 마지막이라고 보다 여자들이 잘 살아주기를 바라는 감독의 애정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처음부터 그렇게 끝내야겠다고 생각한 건가.

조 : 그렇다. 그렇게 생각을 했고, 그들의 뒷모습, 등 뒤에 남자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강 : 그때 수민도 뒤돌아보는 클로즈업이 있었는데, 수민의 얼굴이 좋았다. 엔딩 신에서 색깔이 변하는 것은 처음부터 계획한 것인가.

조 : 그렇다. 처음부터 CG를 계획하고 찍었다.

강 : 그런 것을 '어떤 의미다'라고 하면 멋이 없지만, 그런데도 표현을 한다면 어떤 게 있을지.

조 : 남자가 살아있는 것 같지 않나. 굳이 CG를 넣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CG를 넣으면 어떤 효과가 생기고 그것에 대해서 사람들이 이러한 방식으로 생각을 하겠다는 예측이 가능했다. 그런 부분에서 예측을 하게 만들 것이냐, 뺄 것이냐를 고민했는데 위험을 무릅쓰고 넣은 이유는 영화의 전반적인 질감이나 느낌을 봤을 때, 사막 같은 느낌이 들어가는 게 이 영화를 선명하게 만들어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제목도 '낙타는 말했다'이지 않나. 그런데 주인공은 이런 말을 했다. 영화에 소만 나오고, 주인공이 계속 풀을 뜯어먹고 그러니까 제목을 '소는 말했다'라고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고(웃음).

강 : 영화의 촬영적인 기법이 핸드 헬드가 많다. 그런 부분은 촬영감독과 어떤 상의를 했나.

조 : 핸드 헬드를 한 이유는 카메라가 자유로워지기 때문이다. 카메라가 자유로워지면 나도 자유로워지는 것 같다. 중심점을 카메라로 잡고 갈 수 밖에 없는데, 그러면 움직임의 제한이 있다. 그런 제한적인 느낌이 나한테는 좋진 않은 것 같다. 카메라를 쓸 때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고 틸트를 한다든지 팬을 해도 인위적인 느낌이 든다. 단편을 찍으면서 느낀 것이 핸드 헬드를 하면 동선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서, 그런 인위적인 느낌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일단 촬영감독이 카메라랑 붙어 있는 분이다. 몸하고 카메라가 붙어있다. 그래서 여러 가지 고려했을 때 핸드 헬드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강 : 다른 촬영적인 콘셉트는 어땠는지.

조 : 색깔이나 질감 이런 문제에 대해 얘기했었다. 질감은 투박하거나 거친 느낌이 자연스러우면서도 잘 들어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전반적인 앵글이나 콘티에 대해서는 크게 콘셉트를 갖고 가진 않았다.

강 : 콘티는 거의 영화촬영 들어가기 전에 계획하고 들어가는 건지 상황에 맞게 변경하는지.

조 : 일단 콘티를 다 못 그렸다. 그리다 중단됐고, 가지고 들어가긴 했는데 현장에서 공간에 맞게다 바꿨다고 보면 된다. 중국집도 원래 네 컷 정도 됐는데 카메라가 빠지면서 한 컷으로 갔다. 콘티가 없으면 자칫 시간이 미뤄가 될 수 있는데, 감독으로서 스태프들이 힘들어 할 까봐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강 : 원래 감독님 취향은 사전에 콘티를 완벽하게 짜놓고 가는 스타일인지, 현장에서 많이 바꾸는 스타일인지.

조 : 전에 단편영화 찍을 때는 콘티대로 다 찍었다. 나도 콘티가 있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현장에서 바꾸는 것도 좋아하는 편이다. 왜냐하면 공간을 자유롭게 이용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야외 같은 경우는 안 바꿔도 되는데 실내 같은 경우는 많이 바꾸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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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 영화를 보면 비판적인 사회상이 있는데, 영화가 비판적인 사회상을 연출한 것이 아니라, 이 남자와 공간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중심인 것 같다. 궁극적으로 관객이 어떻게 봐줬으면 하는가.

조 : 나는 처음부터 개인에 대한 얘기라고 생각했다. 어떤 사회에 대한 부분들은 안 들어 갈 수 없겠지만, 그런 부분들을 전면에 내세우는 방식들을 좋아하진 않는다. 개인에 대한 얘기라고 했을 때 그 집착이 개인에서 무엇을 남기고, 사회적으로 보면 그것이 무엇이고, 집착이 낳는 결과가 어떤 것인지, 그런 부분이 핵심인 것 같다. 그 집착의 결과는 공허함일 수도 있고, 타협일 수도 있고, 그 무엇일 수도 있겠지만, 그런 것들 중에 어떤 것일 것이다.

강 : <낙타는 말했다>가 가지고 있는 감정이 투박하고 남성적인 감수성인데, 영화적으로 잘 표현된 것 같다. 수위가 높은 신들은 어떻게 준비하고 어떤 생각을 하고 연출을 한 건가.

조 : 여배우들이 노출을 해야 하는 신들이 있다. 이미 사전에 하기로 한 것들이지만, 그런 장면을 찍을 때 배우들이 먼저 긴장을 하기 때문에 감독도 긴장을 하게 된다. 여기서 내가 해야 될 일은 어떤 부분을 포기하고 가야 될지 아는 것이다. 내가 욕심을 부리면 서로 피곤해진다. 일단 배우들이 연출자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안심을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배우들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계속 옆에 붙어 있었다. 나도 기본적으로 윤리적인 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힘든 부분이 있는데, 그런 장면을 찍을 땐 버릴 것은 버리고 빨리 찍는 것이 좋다. 이번 영화에서 정사 신이나 폭력 신이 힘들다고도 할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부부가 섹스를 하고 있는데, 뒤에 수민이 지나가는 신에서 사람들의 만류가 있었다. 도의적인 측면에서 생각한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영화는 영화' 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측면에서 어려워하진 않았다.

강 : <낙타는 말했다>에 나오는 지방 소도시의 디테일이나 주인공 남자의 소박하고 패배자인 캐릭터가 감독님이 추구해가는 방향인건가.

조 : 나도 명확하게 말할 순 없다. 처음 단편영화 찍을 때는 패배자를 담을 생각도 안했었다. 주로 엘리트 비꼬는 방식에서 재미를 느꼈었는데, 어쩌다보니 이번 영화도 그렇고 다음에 쓰고 있는 것도 그렇고 패배자는 아니지만 비슷한 느낌이다. 근데 계속 그럴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강 : 만들면서 참고로 본 영화가 있는지, 아니면 무의식적으로 영향 받은 영화가 있다면.

조 : 사실 리얼리티가 강한 영화는 처음 작업했다. 기본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감독들이 유럽감독들이기 때문에 영화에서 장치나 재미를 사용했다. 그런데 이번엔 그런 영화와 달리 처음부터 끝까지 리얼리티를 가지고 가는 영화를 해보자는 확신이 있었다. 어차피 학교를 다니고 있는 중이니까 내가 해보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기회는 지금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

강 : 원래 좋아하는 감독은 누군가.

조 : 딱히 어떤 감독을 좋아한 다기 보다 어떤 감독의 태도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루이스 브뉴엘이 영화를 만들면서 가지고 있는 태도, 안토니오니가 가지고 있는 태도, 나도 그런 태도를 가지고 했던 것 같은데, 그게 자꾸 바뀌는 것 같다. 3일전의 태도와 오늘의 태도가 다르고, 앞으로도 많이 바뀔 것 같다. 어떤 감독이 가지고 있는 태도가 좋다면, 그 영화는 좋을 수밖에 없다.


강 : 영화는 맨 처음 어떻게 시작하게 되건 가.

조 : 방황이라고 하기엔 그렇고, 많이 헤매고 다녔다. 직장도 다니다 그만두고, 대학원도 다니다 그만뒀다.

강 : 원래 전공은 영화가 아닌가.

조 : 그렇다. 원래 전공은 인류학과고, 글도 계속 썼었다. 한 십년 가까이 썼는데, 글은 답답해서 못하겠더라. 그렇다고 주변에 영화나 예술을 하는 사람도 없었다. 마침 미디 액트에서 독립영화과정을 한다고 하기에 신청했다. 그때가 스물아홉이었는데, 그렇게 시작됐다. 그런데도 영화를 계속 할 생각은 없었다. 그냥 글 쓰는 것만 하지 말고 좀 답답하지 않은 매체를 해보자 할건데, 단편영화를 한번 찍어봤는데 재밌더라. 그래서 한 번 더 찍어봤더니 전문적으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영상원에 들어갔다. 결국 지금은 영화를 찍고 있고, 이렇게 됐다.

강 : 영화의 어떤 점이 가장 매력이라고 생각하는지.

조 : 나도 4~5년 밖에 안돼서 잘 모르겠다. 그런데 답답하지 않는 것 같다.

강 : 답답하지 않다는 것이 무슨 말인가.

조 : 시나리오만 쓰는 게 아니잖나.

조 : 그런 것도 있다. 첫째로 방에만 있지 않아도 되고 , 관계가 형성이 된다. 글을 쓰는 것이 나와 출판사와의 관계라면, 영화는 더 많은 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 아까 영화의 장점이라고 물었는데, 의외성이 많은 것이 좋은 것 같다. 시나리오를 쓰는 중에도 의외성이 들어가지만 영화는 그보다 훨씬 더 많은 것 같다. 현장에서 내가 의도했던 것들, 의도하지 않았던 것들, 편집하면서도 그런 것들이 개입이 된다. 이런 것들이 가장 좋은 것 같다. 연극이나 다른 것들은 이런 기회를 갖기 어렵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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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 개봉을 앞둔 심정은 어떤가.

조 : 좀 창피하기도 하다. 완성된 게 작년 봄인데, 일 년 반전에 만든 영화를 개봉한다고 인터뷰한다는 게 좀 쑥스럽다. 어쨌든 좋다. 만든지 한참 된 영화긴 하지만 개봉해서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다면 좋겠다. 많진 않겠지만(웃음).

강 : 지금 준비하고 있는 시나리오는 어떤 내용인가.

조 : 내용적으로 말을 하면, 이것과 비슷한 한 남자의 비극적인 얘기, 또 하나는 사랑 얘기도 있다. 근데 나는 사랑이라고 생각하는데, 시나리오 보는 사람들은 이건 사랑이 아니라 불륜이란다(웃음). 그냥 생각나는 대로 쓰고 있다.

강 : 다음 촬영 계획은 어떻게 되나.

조 : 우선 한 달 정도 시간을 갖고 구체적으로 얘기를 해 볼 생각이다. 일단 알코올중독에 관한 얘기를 생각하고 있다. 알코올중독이라고 하니까 벌써 느낌이 비슷하다. 그렇지만 이번 영화보다 훨씬 세련되고 덜 투박하고 시골이 아닌 서울에서 찍을 것이다.

강 : 마지막 질문으로 앞으로 가장 만들고 싶은, 추구하는 영화 상(像)이 있다면?

조 : 그것도 늘 바뀌더라. 만약 계속 영화를 할 수 있다면, 언젠가는 멋있는 영화를 하고 싶다. <대부>를 보면 상업영화고 독립영화이고를 떠나서 그냥 '멋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나. 그 정도의 멋있음. 그런 걸 하고 싶다.

강 : <낙타는 말했다>는 어떤가.

조 : 귀엽다. 멋있진 않으니까(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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