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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8.27 눈물의 카타르시스

눈물의 카타르시스

필진 칼럼 2007. 8. 27. 18:20 Posted by woodyh98

전 카타르스시의 효용성을 믿습니다. 그걸 조정으로 보든 효용이든 배설이든 어쨌든 감정적인 정화를 거치고 난 후 어떤 정서를 전달해 주거든요.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 아저씨 하면 '시학'과 더불어 요 카타르시스가 자연적으로 떠오르곤 하죠.

네, 현대에 있어 단순화 시킬 수 없겠지만 희극이 줄 수 없는 비극에서겠지요(그러고 보면 아리스토텔레스는 역시 위대합니다. 그의 개념은 ‘데우스 엑스 마키나’ 뿐만이 아니죠).

네, 전 스무 살까지 울어 볼 일이 없었습니다. 코흘리개 시절 다녔던 교회 부흥회는 물론이요, 가까운 지인의 죽음을 본 일도 없었고, 성격인지 분석의 최선이라고 생각했는지 영화를 보고서도 그랬어요. 뭐 단순화 시키면 대개 남자 고딩 들의 눈물은 흔치 않죠.

어쨌건 극장에서 어떤 텍스트를 접하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느냐를 떠올려 보면 몇몇 순간이 떠올라요. 극장 보다는 소설이 조금 먼저였죠. 대학 1학년이던 98년 '봄철'의 작가 임철우 씨가 학교에서 강연회를 했더랍니다. 선배들의 등쌀에 떠밀려 출판사도 다녀오고 포스터도 붙이고 한 기억이 있는데요.

선배들과의 세미나 때문에 읽게 됐지만 <꽃잎>의 다소 은유적인 언급이나 '모래시계'외에 처음으로 광주의 진실을 알려준 것이 '봄날' 이었죠. 좌석에 앉은 이들만 있던 봄날의 지하철 1호선 안에서 소설책을 읽으며 눈물을 주룩주룩 읽던 절 의아하게 처다 보던 아주머니의 눈빛이 아직도 눈에 선 합니다. 네, '봄날'은 그렇게 저에게 첫 번째 눈물의 카타르시스를, 그리고 광주의 진실과 학살자들에 대한 분노, 그리고 한국현대사에 대한 궁금증을 안겨준 첫 텍스트라고 할 만하네요.


ⓒ명 필름극장에서 처음으로 눈문을 흘린 건 마지막 휴가 때 보았던 <와이키키 브라더스> 였습니다. 휴가 나와서 만날 사람들 만나고 다니고 술에 취해 들어오던 아들에게 역시 술 한 잔 하신 다음 훈계를 하시는 아버지께 대든 다음날이었던 것 같아요.

역시 약속을 핑계로 집을 일찍 나와서 막 3개관으로 바뀌었던 허리우드 극장에 2회 차 상영이었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사람은 별로 없었고 뒷 자석에 홀로 조용히 앉아서 눈물을 훌쩍였습니다.

아마도 지금은 스타가 된 황정민이 바람둥이 박원상과 마을버스를 몰며 꺼이꺼이 울었던 그 장면, 그리고 오지혜 씨가 '사랑밖엔 난 몰라'를 참 구성지게, 그리고 맛깔스럽고도 희망차게 불렀던 마지막 장면. 소주가 마시고 싶은 영화답게 전 또 학교로 직행해서 소주잔을 기울였죠.

화룡정점이자 제 인생의 반전은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 였습니다. 세상에 TV 드라마를 보면서 펑펑 울게 된 거죠. 원래 어머니가 드라마를 보며 눈물 흘릴 때면 언제나 꿋꿋했던 저 였는데 놓친 날이면 일요일 아침에 제 방에 처 박혀 다시보기를 틀어 놓고 혼자 수도꼭지 튼 마냥 울어 제 꼈었어요.

복수와 복수 엄마, 아빠와의 에피소드, 미래의 그 눈물들. 제 인생의 드라마였던 것은 분명하고 그 이후에도 드라마를 꼼꼼하게 챙겨보고 가끔 리뷰도 쓰게 됐지만 여하튼 ‘네멋’은 그 이상이었죠. 아마 15,16부 정도는 10번 정도는 보지 않았을까 싶네요.

그때가 제대한 첫 해였는데 그 때부터 가족과 관련된 혹은 의도된 눈물 신에도 이상하게 눈물이 핑 돌게 되더군요. 예전 같았으면 퉤퉤 했을 [태극기 휘날리며]에서도 정말 잠시 글썽 했으니 말 다했죠. 나이를 먹으면서 약해졌던 탓일까요.

아, <아이 엠 샘>도 빠뜨릴 수 없겠네요. 한창 방황하던 시기였는데요, 학교에서 맡은 일이 꽤 됐었거든요. 근데 무지 좋아하는 후배가 있었는데 그 친구와의 밀고 당기기도 힘들었던 때였죠. 아마도 영화 소모임에서 시험이 끝난 바로 그날, 너 댓 명쯤 단체 관람을 갔었어요.

같은 모임이라 그 친구도 저편에 앉아 있었어요. 숀 팬이야 원래 한 연기 하지만 그리고 어찌 보면 그런 유형의 연기가 틀에 박혔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 날은 정말 맹목적인 눈물이었던 것 같아요. 다코타 패닝의 씩씩함과 앙상블을 이루는 그 부성애라니. 비틀즈의 리메이크 곡 들도 귀에 착착 달라붙었죠. 왜 그거 있잖아요. 몇 백 원 짜리 작은 휴지. 가지고 갔던 그걸 혼자 다 쓰고 나왔으니, 그리고 그 때 저만 복학생이었는데 말이죠.

그 여자 친구와 나중에 사귀게 됐지만 그 때의 저를 같이 회상하며 무슨 아줌마냐며 놀림을 받기 까지 했답니다. 하긴 그때 그렇고 훌쩍이며 울었던 관객은 저와 우리 앞줄의 40대 초반 여성분 밖에 없었거든요.

요 위에에 그 친구와 <죽어도 좋아>를 보러 갔었을 때 코아아트홀을 찾은 몇 십 명의 관객 중 최연소 관객을 먹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이후 박진표 감독의 팬이 됐는데요. <너는 내 운명>도 네 번을 볼 때까지 계속 눈물을 짜냈던 영화였네요.

첫 번째 남자 선배와 보러 갔을 때 은하가 말없이 떠나던 날 대문 앞에 흐르던 참외를 보며 글썽하기 시작해서 내내 눈물을 짜냈던 기억이 나네요. 박진표 감독의 연출력이랄지 사회적이 시선이 담보되었다고 느껴서 더 그랬는지, 여하튼 지독한 신파 잖습니까.

뭐, 2005년 이던 그때는 눈물 흘리는 것에 대한 창피함 같은 건 ‘바이바이’ 한지 오래였으니까요. 아마도 글을 쓰기 위해 혼자 봐야 했던 <송환>과 함께 가장 많이 극장에서 울었던 영화가 아닐 런지.

하지만 분명 값싼 눈물은 물론 경계해야겠죠. 한 달 전 <화려한 휴가>를 보며 광주에 대한 조건반사적인 눈물을 흘리는 절 보면서 신기하기도 하면서를 눈물의 의미를 한 번 더 곱씹게 됐습니다. 극장에서 흘린 눈물들.

개인적으로 힘들 때 그런 종류의 영화를 보는 것이 게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개인차가 있겠네요. 여러 분의 눈물샘을 자극했던 영화들은 어떤 작품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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