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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은 해가 꾸는 꿈'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9.04.21 박찬욱 혹은 영화감독은 어떻게 단련되어 가는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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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균

박찬욱, 그렇다. 『영화보기의 은밀한 매력 : 비디오드롬』 (이하 『비디오 드롬』)의 저자 박찬욱이 바로 그 박찬욱이다. [올드보이]로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특별대상을 수상한 직후 촬영한TV 광고에서 "나는 나를 뛰어넘었다"라고 말하며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어보이던 영화 감독 박찬욱. 지금은 흥행과 작품, 두 마리의 토끼를 잡고 빠른 속도로 거장이 되어가고 있는 영화 감독이지만 그에게도 이런 시절이 있었다. 데뷔작 [달은 해가 꾸는 꿈]의 참패 이후 생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그는 <스크린>, <티비 저널>등의 잡지에 영화평을 게재하였었고 그렇게 써냈던 글들을 한 권의 책으로 엮어 편찬해내게 되니 그것이 바로 『비디오 드롬』인 것이다. 그러니까, 『박찬욱의 오마주』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개정증보판 대신, 굳이 시중에서 찾아 볼 수도 없는 『비디오 드롬』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아직은 미래를 점칠 수 없었고 흥행에 실패한 데뷔작 한 편이 전부인, 초라한 필모그래피를 가지고 있던 어느 영화광 출신 연출자의 초짜 시절을 보다 생생하게 증언해주고 있다는 것. 훗날 깐느 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하게 될 영화감독으로서의 위용은 아직 싹을 틔우기 전이지만 미래의 명감독을 꿈꾸던 어느 열혈 영화광의 무한한 애정과 자양분, 그리고 그 출발점을 확인하기엔 더 없이 좋은 자료가 될 만한 책이다.


때는 1994년. 두 번째 작품의 연출 기회를 잡기 위해 애쓰던 어느 영화 감독의 분주한 모습이 눈에 선하지 않은가? 지금에서야 하는 말이지만 만약 박찬욱이 계속 필봉을 휘두르며 평론 작업만 했었더라도 그는 제법 유명한 평론가가 되었을 것이다. 물론 그랬다면야 한국영화가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하게 될 시기는 한참 늦춰졌을 터. 박찬욱이 펜 대신 카메라를 잡게 된 것은 분명 대한민국 영화계의 대단한 축복이다. 그러나 그의 영화들만큼은 아니더라도 평론집 또한 나름의 가치를 지닌다.


우선 자신이 만든 영화만큼은 아닐지 몰라도 박찬욱의 글들은 대단히 재미있다. 그는 현학적인 문구들을 마구 남발해가며 자신의 지적 우월함을 뽐내는 짓 따윈 하지 않는다. 대신, 영화광다운 애정과 열정으로 풍부한 감수성이 느껴지는 글들을 뽑아내며 그 속에서 거의 문화탐식증이라 할만한 다양한 식성의 취향들을 풀어놓는다. 한마디로 오만하지 않되 충분한 깊이를 지녔고 그 속은 풍부한 감수성으로 넘쳐나는 글이었다. 그는 영화평이 지식인의 난해한 말장난이 아니라 애호가의 감성으로 충만한 지적 유희임을 자신의 글로 입증해냈었다. 리뷰의 대상으로 선정된 영화들이 영화사의 고전걸작뿐 아니라 당시에 모두 비디오로 출시된 작품들이고 아직 온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던 홍콩제 액션영화에도 당당히 비평의 한 자리를 마련해주려는 시도를 했던 것만 봐도 알 수가 있을 것이다. [첩혈쌍웅] 뿐만 아니라 개봉 당시 처절한 실패를 겪어야 했던 [영웅본색3]에까지 예의 그 풍부한 문장력을 할애한 것으로 보면 그의 필력은 이미 너비와 깊이를 두루 겸비한 수준이었다. 킬링타임용으로 치부되곤 하는 할리우드 오락영화도 예외는 아니었다. 샘 레이미 감독의 [다크맨]에서 그는 허구의 아이덴티티가 견뎌낼 수 있는 한계시간을 이야기 했었고 [빽 투 더 퓨쳐2]를 통해서는 역사의 아이러니를 논했다. [첩혈쌍웅]의 그 과장된 총격전을 심한 건망증에 비유해서 이야기 할 때는 다소 건조한 다른 평론가의 글들과는 확실히 차별화 되는 문학적 감수성까지 맛볼 수 있다. 별 넷 걸작, 별 둘 졸작, 하는 식의 단편적인 평가를 벗어나 박찬욱의 평론은 영화를 보는 다양한 시선과 영화관람 행위 자체의 즐거움을 일깨워주는데 더 주력했다고 할 수 있겠다.


쓰여진 10여년이 지난 지금 다시 보아도 박찬욱의 문체는 여전히 신선하다. 이 책과 [달은 해가 꾸는 꿈], 그리고 [삼인조]. 박찬욱이라는 영화 감독이 어떻게 단련되어 왔는지 알 수 있는 자료들이다. 그가 겪은 실패들, 그가 선배들의 영화로부터 배운 것들. [공동경비구역 JSA]와 복수 3부작, 그리고 개봉을 앞둔 [박쥐]에 이르기까지 그의 영화세계를 구성하는 근간에 대한 것들이 이 책에 실린 그의 평론과 앞선 두 편의 영화에 세세히 기록되어 있다. 단순히 국제영화제에서의 환호성만을 기억하기 보다 이렇게 지금까지의 행보를 찬찬히 되 집어 보는 일 또한 영화계를 풍성하게 만드는 일 아닐까. 지금도 DVD를 돌려보고 인터넷에 영화평을 쓰고 있을 수많은 대한민국의 영화광들을 위하여, 비디오 가게 점원으로 일하다 90년대 영화광의 발명자로 떠오른 타란티노의 이야기만 읊어대지 말고 우리에게도 그 못지않은 영화광이 있었음을 알려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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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abcd68.tistory.com BlogIcon hee68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의 책에 나왔던 여러 영화를 애써 찾아봤었습니다. 제 입맛에 맞는 영화들이였죠. ㅋㅋ

    2009.04.22 09:4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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