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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4.05 [댄 인 러브] 4박 5일간의 말랑말랑한 화학반응 (1)

                                                                                                                                            하성태



“계획은 우리가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그 계획들은 우리가 마음먹은 대로 되질 않죠. 그래서 우리는 자녀들한테 “네 계획은 뭐니? 앞으로 뭘 하고 살거니?”라고 묻는 대신에 이렇게 얘기해야 될 겁니다. 계획은 부지불식간에 찾아온다고.”

이 계획이 사랑에 관한 것이라면, 뻔한 칼럼이지만 왠지 그럴듯하지 않은가? 이 칼럼을 쓴 이가 우리의 주인공 댄(스티브 카렐), 4년 전 아내를 잃고 말 많은 딸 셋을 키우는 지역신문 가정상담 전문 칼럼니스트다. <댄 인 러브>는 그의 4박 5일을 그린다. 그것도 아주 특별한 5일을. 1년에 한 번 갖는 가족 모임(팀 대항 럭비를 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대가족이다)에 딸 들을 데리고 참석한 댄은 ‘이제 연애 좀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가족들의 온갖 핍박을 받는다. 그리고 이튿날, 내쫓기듯 신문을 사러 들른 서점에서 매력적인 여인 마리(줄리엣 비노쉬)에게 한눈에 꽂힌다. 문제는 이 여자가 막내 동생(데인 쿡)이 가족에게 소개하기 위해 모셔온 여자라는 것.

그러니까 <댄 인 러브>는 사랑이라는 화학작용에 대한 말랑말랑한 고찰기다. 여기에는 대가족 모임의 정겨운 휴가가 배경으로 깔리고, 또 ‘말하지 못한 내 사랑은’이란 노래 가사와 같은 미성숙한 남자의 좌충우돌 사랑 고백기가 근간을 이루며, 재기발랄한 대사와 상황, 그리고 약간의 몸개그가 양념처럼 첨가되어 있다. 배경과 근간이 낡아 보이는 건 사실이지만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고, 양념 또한 화학조미료이기보다 자연산으로 느껴진다. 그건 각본과 스티븐 카렐이라는 배우의 힘이다.

메가폰을 잡은 피터 헤지슨 감독은 고작 2편을 연출했을 뿐이지만 모나지 않은 무난한 감수성을 자랑한다. 이 감성을 거슬러 올라가면 그가 각본에 참여했던 <어바웃 어 보이>와 <길버트 그레이프>가 자리하고 있다. 미성숙한 남자들이 가족에 대해 개안하는 이야기. 어딘지 결핍되어 있는 주인공과 또한 결코 ‘정상’적인 구성이라 볼 수 없는 가족들의 앙상블 말이다. <댄 인 러브>는 이를 살짝 변주한다. 대가족 모임에서 혼자 동떨어진 댄은 지극히 정상적인 ‘가족’을 찬양하는 칼럼니스트지만 4년째 외로움을 달래고 있는 처량한 남자이며, 만난지 3주 만에 사랑에 빠진 둘째 딸에게 진정한 사랑은 따로 있다는 설교를 마다않는 완고한 아버지다. 이러한 댄이 아이러니하게도 첫 눈에 사랑에 빠져 허우적대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내지만, 가족과 사랑이라는 명제를 어찌됐건 돌아보고 그에 대한 찬가를 보내는 이 영화의 포즈가 꽤나 유쾌하다.

물론 웃음의 대부분은 스티븐 카렐의 몫이다. 4년이 아니라 <40살까지 못해 본 남자>를 거쳐 <미스 리틀 선샤인>과 <에반 올마이티>로 연기력과 흥행성을 검증받은 이 어눌해 보이는 코미디언이 골든글러브 뮤지컬, 코미디 부문 남우주연상 감으로 손색이 없다. 얼핏 <40살까지 못해 본 남자>의 변주로도 보이지만 스티븐 카렐은 이론에 강하나 실전에 무지한 미(未)중년 댄을 그럴 듯 하게 연기해냈다. 그가 샤워실에 갇혀 바둥거리다 이층에서 굴러 떨어지거나 마리의 질투를 유발하기 위해 맞선 상대와 막춤을 추는 슬랩스틱 개그는 그 자체로 웃음을 유발하면서도 절대 튀지 않는다. 그건 자연스러운 극을 이끈 감독과 스티븐 카렐의 멋진 앙상블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다르게 보면 <댄 인 러브>는 한국 영화가 아직 개척하지 못한 성인들의 로맨틱 코미디란 점에서 부러움을 자아낸다. 잭 니콜슨과 다이앤 키튼의 로맨스를 그린 <사랑할 때 버려야할 아까운 것들>도 만들어내는 할리우드지만 코미디에 능할 것 같은 스티븐 카렐을 휴 그랜트과로 변모시키는 <댄 인 러브>의 재주는 쉽게 볼 성질의 것이 아니다. 더불어 세 딸들과 대가족을 배치해 댄의 아이러니와 훈훈함을 동시에 이끌어내는 잘 만든 각본도 칭찬할 만 하다. 아마도 엔딩 크레디과 함께 펼쳐지는 댄과 마리의 결혼식 시퀀스을 보며 살포시 미소 짓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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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akdong2k.tistory.com BlogIcon G_Gatsby  수정/삭제  댓글쓰기

    줄리엣 비노쉬 때문에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프라하의 봄 에서 보여준 청순한 이미지가 너무 좋았거든요. 사랑은 이렇게 계획도 없이 찾아오는 불청객이지만 그 묘한 감정은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것이겠죠.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추천 한방 때립니다.^^

    2008.04.05 10:5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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