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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8.21 [디 데이]와 [기담], [리턴]을 통해 본 새로운 돌파구
2007.08.21



작년 한국 호러영화중에 가장 뛰어난 영화를 꼽으라면 단연코 신인 김은경 감독의 [어느날 갑자기]의 두 번째 시리즈 [디 데이]다. 아이러니칼하게도 [디 데이]는 작년에 나왔던 한국 호러영화들중에서 심지어 [어느날 갑자기] 시리즈 안에서도 물리적인 공포 지수가 낮은 편에 속한다. 관객에게 무서움을 그리고 역겨움을 주어야 하는 것이 목표인 호러영화에서 물리적인 공포 지수가 낮다는 건 사실 치명적인 약점이다. 그럼에도 [디 데이]가 작년에 나온 한국 호러영화중에 가장 뛰어난 것 또한 사실이다. 이는 두 가지 관점에서 볼 수 있는데 첫 번째는 [디 데이]의 가장 일반적인 평가로, 영화가 1년이라는 제법 긴 시간을 다루면서도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 연출력이 장점이라는 것이다. 사실 이 평가는 제일 무난한 평가이자 가장 정확한 평가이기도 하다. 영화의 여러 요인들, 그러니까 냉랭하기 짝이 없는 콘크리트 벽으로 되어 있는 학원의 내부, 무표정한 얼굴의 사감, 친구가 경쟁자가 되는 입시 현실 등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얻어지는 긴장감은 제법 깊고 강하다. 이 말은 [디 데이]가 일회성 쇼크류의 효과에 집착하지 않았다는 반증이며 감독이 스스로 자신의 연출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는 이야기도 된다.

다른 관점에서 보자면, [디 데이]의 독특한 점은 이 영화가 비단 물리적인 공포 지수에 연연하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이 말은 감독이 호러 장르를 포기하거나 혹은 장르의 컨벤션을 몰랐다는 말이 아니고 오히려 다른 방식으로 장르의 컨벤션을 만족시켰다는 말이다. 김은경 감독은 흔히 쓸 수 있는 쇼크류의 효과 대신 선택한 건 집중력 있는 이야기다.(이건 위에 밝혔듯 연출력이 바탕이 되야 가능 한 것이다.) [디 데이]의 상당 부분은 그래서 인물들간의 대화와 나레이션 그리고 직접적인 공포하고는 크게 상관이 없는 에피소드들로 채워져 있다. 공교롭게도 이는 가장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드라마 만들기이다. 김은경 감독의 선택은 관객을 무섭게 하는 것이 아니라 차근차근 이야기를 쌓아 올리고 공감하게 만들어 영화 속 인물들이 느끼는 공포를 비롯한 감정들을 관객들이 느끼게 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비단 호러 장르 뿐 아니라 모든 영화 장르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드라마 작법이다. [디 데이]가 수작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이 것, 기본에 충실한 영화 만들기에서 나온다.

우연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올해 개봉한 두 편의 한국 호러-스릴러 영화 [기담]과 [리턴]은 [디 데이]가 도달했던 지점을 일정 부분 성취하고 있다. 그것은 두 편의 영화가 쇼크류의 효과보다는 이야기에 더 충실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고 봐야 한다. 엄밀히 말하자면 [기담]은 사실 호러영화라고 보기 힘든데 왜냐하면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멜로 드라마에 그 뿌리를 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기담]은 올해 한국 영화 중에 물리적으로 가장 높은 공포 지수를 갖고 있는데 이는 이 영화가 적절한 쇼크류의 효과를 쓰고 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긴 하다. 하지만 감독인 정가형제가 목표로 했던 것은 관객을 무섭게 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인물들을 둘러싸고 있는 외로움과 슬픔을 보여주는 것이며 이는 감독이 궁극적으로 공포를 목표로 하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그럼에도 [기담]은 공포를 주는 것도, 멜로 드라마 특유의 애틋함을 주는 것도 모두 성공하고 있다. 이는 감독이 이야기를 치밀하게 축조하고 있다는 것에서 기인하는데 감독은 자신들이 구축한 이야기를 구구절절 설명하는 대신 생략과 압축을 통해 드러냄으로써 영화의 리듬감을 살려내고 여기에 더해서 관객으로 하여금 능동적인 관람을 요구함으로써 관객이 영화의 캐릭터들에게 동질감을 느끼고 몰입하게 만든다. 이런 능동적인 관람은 영화의 긴장감과 공포 또한 배가시킴은 물론이다. 즉 [디 데이]에서 보여주었던 정교한 이야기를 통해 긴장감을 증폭하는 방법이 쓰이는 것이다.

반면 [리턴]은 [기담]에 비해 더 정석적인 드라마 작법을 보여주고 있다. 즉 보통의 스릴러 영화에서보다 더욱 인물들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는 영화의 중반이 지나고 나서야 본격적인 사건이 나오게 되는 가장 큰 이유다. 인물들에게 상당 부분 런닝타임을 할애하면서 이런 인물들을 관객들에게 납득시켜주며 이는 영화의 구조상 인물들이 서로 얽히면서 반전까지 유도되는 효과도 거두고 있는 것이다. 그로 인해 한국 스릴러 역사상 가장 매력적인 살인마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다만 [리턴]의 약점은 인물들의 디테일에 충실하면서까지 일정부분 놓아 버렸던 스릴러 특유의 장르적 쾌감에 있다. 하지만 이 정도로 인물에 대한 디테일에 성공한 영화가 드물었다는 점에서 [리턴]은 제법 수준급의 스릴러다.

또한 [기담]과 [리턴]은 3, 4년간 한국 호러-스릴러 영화의 가장 큰 문제점이었던 단발성 효과의 유혹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디 데이]와 괘를 같이 하면서도 동시에 잘 만든 영화란 기본적인 드라마 작법부터 충실해야 된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이야기에 충실하면서 동시에 기존의 한국 호러영화에 줄창 등장하던 원혼과 원한의 해소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는 한국 호러영화가 한국 일반 관객의 정서상 극악의 표현수위를 보여주기 힘들다는 점을 감안해본다면 이야기(혹은 캐릭터 구축)를 통한 긴장감의 극대화는 표현 수위를 대신할 수 있는 좋은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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