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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8.21 [베스트 키드] 소년, 가라데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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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21



대형 개봉관이 기다림과 반가움이 교차하는 만남의 광장이라면 비디오 테이프와 DVD 도매상, 그리고 케이블 TV는 우연한 방문이 횡행하는 저잣거리와도 같다. 극장에서 맛보는 오랜 기다림 끝의 가슴 찡한 해후도 좋지만 의도치 않은 만남이 주는 의외의 즐거움도 나쁘지 않다. [베스트 키드]라는 영화도 내겐 우연한 방문이 준 의외의 즐거움으로 기억되고 있다. 영화의 내용은 단순하다. 경제적으로 그리 넉넉지는 않은, 거기에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는 소심한 소년이 주먹 좀 쓰는 학교 쌈짱, 얼짱들한테 괴롭힘 당하고 살다가 우연히 가라데를 배우게 되어서 명예도 회복하고 사랑도 쟁취하고 인생의 중요한 깨달음도 얻게 된다는 전형적인 헐리우드 소년 성장담. 국내 개봉 당시 [가라데 키드]라는 원제가 왜색을 연상시킨다고 판단한 건지 [베스트 키드]라는 제목으로 살짝 뒤바뀌었더랬다. 생각해보면 참 웃긴 일이지. 영화 보면 일본 노인에 일본어에 일본 무술에 일본을 연상시키는 요소들이 수시로 등장을 하는데 그깟 제목하나 바꾼다고 뭐가 달라진다고 그랬었는지. 아무튼 대한민국의 심의과정은 뭔가 이상한 구석이 있다.


소심한 소년이 무도인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이긴 하다만 영화 속 무술 장면은 심히 민망스럽기 그지 없다. 주인공 다니엘 라루소 역의 랄프 마치오나, 그를 조련시키는 미야기 노인 역의 노리유끼 팻 모리따나, 기본적인 액션훈련 조차 제대로 안되어있긴 매한가지. 그런데 서양인이 보는 동양인은 무슨 마술사라도 되는지 그 맥아리 없는 킥과 펀치를 맞고도 상대방이 픽픽 넘어가기 일쑤니 참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미야기 노인은 작은 체구에 신비로운 힘을 숨기고 있는, 서양인이 바라보는 동양인의 스테레오 타입을 고스란히 대변한다. 거기다 미국인의 존경을 받을 만한 과거까지 지니고 있다. 감독은 미야기 노인이 홀로 죽은 아내와의 결혼 기념일을 축하하는 에피소드를 삽입하여 다니엘과의 유대를 더욱 돈독히 다져놓는다. 미야기 노인은 재미 일본인으로써 2차 대전 당시에 일본군이 아닌 연합군 소속으로 출전하여 혁혁한 전과를 세웠는데 그만 자신이 전쟁에 나가 있는 사이에 일본인 수용소의 아내를 산고로 잃고 만다. 미야기가 술에 취해 입고 있던 군복과 오래된 신문 스크랩 기사로 그 사실을 알게 된 다니엘은 처음으로 그에게 인간적인 존경심을 갖고 일본식으로 예를 표한다. (사실 일본식인지 아닌지도 모른다. 영화 속에서 서양인이 생각하는 동양식 인사법이 언제나 마주본 상대에게 고개를 수그리는 것으로만 표현되어 왔으니까)


여기서 한명의 캐릭터에 해당되는 이야기를 전체로 부풀리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할 필요까진 없겠으나,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과거를 간직한 뿌리 깊은 반일의식을 지닌 우리로서 영화 속에서 이런 식으로라도 일본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을 지켜보는 일은 불편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굳이 반일감정 끄집어 내지 않아도 인물들의 유대관계를 다지기 위해 거창한 과거지사를 꺼내 드는 것 자체가 낡고 고루한 방식이기도 하다. 허나, 이 영화 애초에 리얼리티를 따질 영화가 아니다. 다니엘은 순진한 눈동자를 굴리며 상대방에게 그 어설픈 발차기를 날려대면 되는 것이었고, 외향적이고 호전적인 서양인 VS 정적이고 선적인 동양인의 대결구도는 마지막에 이르러서 좋은 게 좋은 식으로 해결되면 그만인 일이었으니. 동양과 일본을 바라보는 그 불편한 시선과 엉성한 액션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 제법 볼만하다. 갈등과 대립, 그 속에서 정반합의 과정을 거쳐 해피엔딩에 이르게 되는 뻔한 이야기 구조를 취하면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재미와 감동을 주는 것이 바로 헐리우드 영화의 힘이다.


가라데라 이름 붙여진, 실상은 서양인들이 멋대로 만들어냈을 뿐인 미지의 환타지가 지닌 힘을 빌어 인종과 계급의 벽을 일거에 뛰어넘어 버리는, 지극히 멜로드라마적인 해결방안과 그것이 갖는 파급력을 제대로 활용한 상업영화의 한 전형으로써 [베스트 키드]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라스트에 이르면 시종일관 다니엘을 못 잡아 먹어 안달이었던 호적수 죠이마저도 머리를 조아리게 되니 이쯤 되면 가히 천의무봉. 명예도 회복하고 가르침도 얻고 사랑도 쟁취하고 아스피린 보다 더 다양한 약발을 자랑하는 천하무적의 발차기인 셈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다니엘을 갑작스레 쿨하고 멋진 소년으로 변신시키지 않고 어리버리한 눈빛을 날려대는 순둥이로 남겨 놓았다는 점이다. 어쨌든 궁극의 필살기 학다리차기의 완성과 함께 승리를 자축하는 다니엘의 얼굴이 클로즈업되는 엔딩씬을 바라보며 감동에 빠져들려는 찰나, 이와 비슷한 영화를 어디선가 본적이 있다는 생각에 기억을 더듬어보니 아뿔싸, [베스트 키드]의 감독은 바로 죤 G. 아빌드센. 실베스터 스탤론을 아메리칸 드림의 총아로 만들었던 [록키]의 바로 그 감독이다. 헐리우드 식 성공드라마의 약효야말로 아스피린보다, 랄프 마치오와 노리유끼 팻 모리따의 어설픈 뒤돌려차기보다 더 강하고 질기다.


P.S : 1. 여태껏 [베스트 키드]라는 제목이 작명가들이 대충 감으로 때려 만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가라데 대회에서 다니엘이 첫 번째 승리를 거둘 때 관중석에서 베스트 키드라는 환호가 터져 나온다.

2. 발차기도, 연기도 그저 그랬는데 거리의 도인과 같은 두리뭉실한 폼 때문이었는지 노리유키 팻 모리따는 이 영화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 되었다.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3. 다니엘의 여자친구 알리 역의 배우는 [라스베가스를 떠나며]의 엘리자베스 슈. 이때 살이 좀 쪘었나 보다. 실제 나이는 랄프 마치오보다 2살 아래던데 그 둘의 키스장면은 마치 이모와 조카가 키스하는 것 같은 어색함을 준다.

4. 1편의 성공으로 [가라데 키드]시리즈는 세편이 더 제작되었다. 3편까지는 랄프 마치오가 주연했고 국내엔 [가라데 키드]라는 제목으로 출시된 [넥스트 가라데 키드]의 주연은 [소년은 울지 않는다]의 힐러리 스웽크. 여기서도 노리유끼 팻 모리따의 발길질은 변함없이 어설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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