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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1.01 아메리칸 갱스터

아메리칸 갱스터

필진 리뷰 2008.01.01 23:00 Posted by woodyh98
민용준 (무비스트 취재기자)





시대적 진실을 겨냥한 중후한 품격!


Based on a true story.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 만약 극의 출발에서 걸쳐진 자막이 없었다면 <아메리칸 갱스터>는 스토리텔링의 노하우와 작가적 재능으로 집필된 할리우드 각본의 새로운 양자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앞선 문구처럼 <아메리칸 갱스터>는 실화에 기반한 진짜 있었던 이야기, 즉 실화라고 전한다. 물론 영화적 각색이 없었을 리 만무하지만 이 반사회적 성격의 스토리가 지니고 있는 깊은 함의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실화에서 비롯된 사실이란 점은 분명 놀라운 일이다. <아메리칸 갱스터>는 근래 뒷골목 갱들을 다룬, 번역하자면 조폭 영화들이 지참하지 못했던 어떤 품격을 드러내는 중후한 작품이며 동시에 상당히 흥미로운 이야기적 재미와 가치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아메리칸 갱스터>는 1970년대 할렘가를 중심으로 마약상권을 장악하며 뉴욕의 암흑가를 주름잡은 전설적인 인물, 프랭크 루카스(덴젤 워싱턴)와 치밀하게 그를 쫓은 청렴한 마약 수사관 리치 로버트(러셀 크로우)에 대한 서사다. <아메리칸 갱스터>는 도시를 기반으로 한 미국 사회의 과거를 들춘다는 점에서 샌프란시스코의 미해결 살인 사건를 소재로 한 <조디악>을 연상시키며 갱과 수사관의 이중 심리를 교차시키고 그것이 맞닿게 되는 클라이맥스를 절묘하게 연출한다는 점에서 <디파티드>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건 시대적 배경과 캐릭터적 대칭에 대한 사유일 뿐, 본질적으로 <아메리칸 갱스터>는 앞의 작품들과 달리 실제 서사를 이야기의 기본 원형으로 하는 만큼 좀 더 직설적이며 지극히 현실적이다.

<아메리칸 갱스터>는 대칭형의 인물의 평행적인 서사를 통해 시선을 분산시키며 감상의 묘미를 입체적으로 부여한다. 극을 끌어가는 캐릭터는 각자 자신의 영역에서 사연을 확보하고 사건을 형성하며 극적 재미를 더한다. 특히나 개별적인 인물에게 할애된 극적 영역의 묘사로부터 발견되는 캐릭터적 대비는 <아메리칸 갱스터>의 특별한 묘미가 발생하는 지점이다. 두 인물은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 구분이 가능한 극단적인 사회적 신분을 취득했다는 점에서 대비적이지만 각자의 환경 안에서 자신의 룰을 엄격하게 준수한다는 점에서 닮아있다. 그리고 신뢰를 기반으로 마약 상권을 장악하는 프랭크 루카스와 청렴을 근본으로 공직을 수행하는 리치 로버트는 그들이 성취하고자 하는 목적지가 다른 인물이란 점에서 다시 한번 대비적인 면모를 드러낸다.

무엇보다도 두 인물은 각기 다른 자신의 영역적 질서에 반기를 든다는 점에서 닮아있다. 생산자와의 직거래를 통해 중간 거래자를 거치지 않고 순도 100%의 마약, 블루 매직(blue magic)을 기존의 희석된 마약들보다 반값에 파는 프랭크 루카스는 상권을 독점하지만 동시에 상거래를 위반했다는 질서 위반의 비난을 산다. 하지만 이는 기존의 마약 상권의 담합에 반기를 들고 질 좋은 상품을 판매한다는 상권의 경쟁 논리의 원칙에서 합당하다. 이는 동시에 범죄 거래용으로 포착한 수십만 달러의 검은 돈을 고스란히 증거로 제출한 리치 로버트의 청렴함이 부패가 만연한 경찰 내부에서 손가락질의 대상으로 몰락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인상을 부여한다. 결국 <아메리칸 갱스터>는 담합과 유착의 질서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오히려 정의가 어떻게 몰락할 수 있는가를 대조적인 환경의 인물을 통해 드러낸다.




<아메리칸 갱스터>가 지칭하는 대상의 궁극적 함의는 결말부를 통해 드러나며 그 과정에서 제목의 의미는 시대와 제도에 대한 역설로 되새김질된다. 마약이 지배하던 미국의 어두운 이면은 그것이 어둠에 기생하는 갱들의 순도 100% 반사회적 생산성으로만 채워진 결과물이 아니라 그것을 숙주로 기생하는 공권력의 탈을 쓴 수혜자들이 존재했다는 점에서 불순하다. 그 현실에서 진정한 갱스터-영화적 캐릭터로서 호감을 주는 캐릭터의 의미가 아니라-, 즉 거리의 불온한 현실을 방관하고 이를 이용하는 배후 세력의 인상을 확인한다. 게다가 베트남전에 파병된 미공군 수송기를 통해, 그것도 그들의 불명예를 자극할만한 방식으로 마약이 운송됐음을 묘사하는 <아메리칸 갱스터>는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길 서슴지 않으며-5만 명의 죽음이 마약 밀수로 활용됐다는- 부패와 유착이 만연했던 시대에 대한 반성을 통해 종언을 독려하는 미국적 양심의 청사진을 제시한다. 이는 동시에 그들의 현실을 겨냥한 어떤 목소리이기도 하다.

단순히 범인을 쫓는 형사의 수사물로써 <아메리칸 갱스터>에 대한 기대감을 품었다면 그 끝에 걸리는 예상 밖의 수혜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단순한 수사물의 장르적 원형으로도, 혹은 인물 중심의 서사적 범죄물로써도 <아메리칸 갱스터>는 탄탄한 이야기적 완성도를 통해 장르적 즐거움을 만끽하게 한다. 동시에 탁월한 연기력으로 극의 양면을 제각각 지배하는 러셀 크로우와 덴젤 워싱턴의 원숙한 연기는 깊은 호감을 부른다. 중후한 매력을 적절히 유지하는 캐릭터와 함께 군살 없이 탄탄한 이야기의 근력을 과시하는 <아메리칸 갱스터>는 시대적 진실을 관통하는 세련된 목소리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현격한 영화적 가치를 품었다.

한편으로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라고 금배지 달아주니 국가대표 격투기 선발전에 출전한 것으로 착각한 양인지 국회 의사당을 쑥밭으로 누비는 대한민국의 꼴사나운 풍경 속에서 <아메리칸 갱스터>의 본질은 더더욱 간절해지는 것만 같다. 동시에 도덕성에 커다란 흠집을 안고도 유력한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있는 이 땅의 미래에 의문을 제기하고 싶게 만든다. 물론 갱스터든 도둑놈이든 어둠을 먹고 사는 존재는 어느 사회에나 존재한다. 하지만 그 존재가 백주대낮을 당당히 누비고 다닐 수 있는 사회는 그것을 박멸하고자 하는 의지가 남다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바퀴벌레도 먹이가 방치된 지저분한 곳을 누비고 다니는 법이다. 그것이 우리가 <아메리칸 갱스터>를 통해 전해 들어야 할 복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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