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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6.16 [위 오운 더 나잇] 와킨 피닉스, 그 탈진의 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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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킨 피닉스는 한때 리버 피닉스의 형제로 먼저 알려졌지만 이미 그 이야기는 더이상 유효하지 않은 것 같다. 수많은 배우들이 영화제목 앞에 '누구누구의-' 라는 형용사를 붙일 정도로 하나의 보증상표가 되었지만 내게는 와킨 피닉스가 그렇다. 배우로서의 얼굴이 만약 있다면 그는 정말 그런 얼굴이다. 에드워드 노튼이 마치 백지같은 얼굴 속에 수많은 다층적 인물을 숨기고 있어서 하나씩 카드를 뒤집어 보여준다면, 와킨 피닉스는 강한 얼굴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창백한' 표정을 보여주기에 오히려 어떤 캐릭터도 그 안에서 가능하다. 특히 [글래디에이터]에서의 코모두스와 [퀼스]의 신부 역할을 맡았을 때의 와킨 피닉스의 창백한 에너지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의 얇은 입술은 강인하면서도 불안하고 예민한 심리상태를 드러내는 역할에 걸맞았다.

[위 오운 더 나잇]의 바비 그린 역할도 그런 역할들과 궤를 같이 한다. 아버지와 형이 모두 뉴욕 경찰의 수뇌부임에도 바비는 인기 나이트클럽의 지배인으로 자신의 길을 간다. 문제는 바비의 고용주이자 유사 아버지와도 같은 러시아 마피아 출신 사장이 마약유통에 손을 대고 있다는 것이며, 이 때문에 바비의 아버지와 형은 바비를 가운데 두고 마약소통 작전을 펼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그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바비는 러시아 마피아 일당이 생각보다 크고 강한 조직임을 알게 되고 형이 공격을 당하게 되면서 아버지와 형 편에 서서 경찰의 작전에 가담하게 된다.

마약을 사이에 둔 경찰과 조직의 대치는 새롭지 않은 구도지만 그 사이에서 창백한 얼굴로 식은땀을 흘리며 악몽을 꾸어대는 바비의 심리상태는 영화의 긴장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특히 경찰쪽에 정보를 주기로 마음먹으면서 바비는 여자친구의 보호를 위해 둘은 경찰관의 보호아래 비밀리에 모텔을 전전하는데, 이 역시 마피아들이 곧 알아내고 따라붙어 생명의 위협을 받는다. 어느 나라나 범죄조직 앞에서 공권력은 무기력하다손 치더라도, 아버지와 형이 경찰 수뇌인 바비의 입장에서는 화 조차 낼 수 없는 상태다. 여자친구는 서서히 지쳐가고, 바비는 다시 짐가방을 싼다. 억수같이 쏟아지는 폭우속에 그들은 또다른 모텔로 장소를 옮기느라 매우 지쳐버린 상태에서 출발하지만 이 때 마피아들의 차가 따라붙고 만다.

비 속에서 보여주는 이 자동차 추격씬은 매우 인상적이다. 왜냐하면, 이것은 에너지로 가득 찬 여느 헐리웃 범죄영화들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범죄를 소탕해야 한다는 의지로 가득찬 경찰/형사와 악질적인 에너지(악당 역시 에너지로 가득차 있다)로 폭발할 듯한 상대편이 서로를 밟아죽이지 못해서 총을 쏘아대고 차를 따라붙고 도로의 사방이 자동차 폭발과 전복으로 가득 차 버리는 그런 헐리웃식 에너지가 여기에는 없다.

다만 끊을래도 끊을 수 없고, 마치 그림자 밟기처럼 끝이 없이 맴맴 도는 범죄와의 악순환에 지쳐버린 탈진의 에너지가 여기에 있다. 한순간 [살인의 추억]에서 비를 맞고 망연자실하던 송강호의 얼굴이 떠오른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피폐해져버린 바비와 그의 애인, 더이상 도망칠 곳이 없도록 막다른 데로 몰린 그들이 뿜어내는 지친 탈진의 에너지가 80년대의 혼란스럽고 붕 떠 있는 뉴욕의 분위기와 중첩된다. 이 자동차 추격신 전까지 영화는 액티브 하다고는 볼 수 없다. 그러나 이 추격신이 나오기전까지 쌓아온 인물들의 심리적인 피곤과 갈등때문에, 이 추격신은 정점에서 폭발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헐리웃 영화들 속에서 자동차 추격신은 웬만한 폭발과 충돌을 동반하지 않으면 시각적인 충격조차 주기 힘든 요즘이다. 그러나 이 추격신은 그렇게 물량공세를 퍼붓지는 않는다. 다만 폭우 속에서 직접 핸들을 잡은 듯 인물들의 흔들리는 시야가 충분히 느껴지며, 급박한 상황 속에서 이성과 판단력마저 흔들리는 상황이 감각적으로 만져진다.

영화의 결론은 바비가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다. 보는 사람에 따라 매우 교훈적일 수 있는 선택이지만, 아무튼 모두가 '범인은 독 안에 든 쥐' 라고 하며 손을 털고 나왔을 때 바비가 끝내 자신의 손으로 상대편을 처단하는 모습은 인간의 '피폐한 밑바닥'을 보여준다.

와킨 피닉스는 매우 안정적이고 꾸준하게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지만, [위 오운 더 나잇]은 [앙코르]에 못지 않게, 그의 고유한 얼굴이 매우 가까이 드러난 영화중 하나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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