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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22


매번 10월이 되면 이상하게 설레인다. 마치 좋아하는 사람을 기다리기 위해서 몇 십분 전에 약속장소에 나와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부산'은 그렇게 나에게는 설레임의 장소이다. 그 곳에서 난 매번 새로운 '영화'라는 친구들을 만나는데 그것이 재미있건 그렇지 않건 상관없이 그냥 영화가 시작되기를 기다리는 시간들, 끝나고 나서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의 느낌들이 너무나 행복하다.

그런 10월, 그리고 부산국제영화제가 올해도 어김없이 왔다. 딱 2일, 그것도 토요일 저녁부터 일요일 저녁되기 전까지(한 24시간)의 시간이 주어졌기 때문에 4편의 영화보기로 난 만족했다. 물론 아쉬움이 매우 컸다. 이유인즉 꼭 보고 싶었던 안슬기 감독의 <나의 노래는>, 아이작 정의 <문유랑가보>, 마지막으로 김광호의 <궤도>를 놓쳤기 때문이다. 안슬기 감독의 영화는 개봉예정이기 때문에 그나마 위안이 되지만 나머지 작품은 탁월한 감각과 용기를 가지고 있지 않은 제작사가 아니면 쉽게 선택하지 못할 작품이기 때문에 씁슬하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기다리는 수 밖에.

가난에서 건진 지독한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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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본 영화는 캐다나에서 온 여성감독 Anais BARBEAU-LAVALETTE의 <링>이었다. 제목만 봐서는 일본 공포 영화 <링>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 궁금해지만 기대했던것처럼 아무 관련이 없다. 프로레슬링 선수가 되기를 꿈꾸는 도시빈민가 소년 제시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이번 영화제에서 봤던 작품들 중에서 가장 좋았던 영화이다. 내용자체로 봤을 때는 평범한 내용으로 보여지지만 실제 영화는 다큐멘터리를 찍었던 경험이 있는 감독답게 대단히 사실적이고 담담하다. 우리가 생각지도 못했던 캐나다 몬트리올 도심가의 붕괴되어 가는 한 가족의 모습과 소년의 성장의례를 매치시킴으로써 영화에 대한 감정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낸다. 특히 제시역을 맡은 소년의 연기가 백미인데 실제로 비전문배우이지 빈민가에 사는 소년이라는 말을 들었을때, 그래서 연기가 더 자연스러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부산국제 영화제에서 <뉴커런츠>만큼 의미있는 섹션은 이 영화같은 작품들이 소개되는 <플래시포워드>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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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처럼 '가난'에 대한 지독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작품을 그 다음으로 보았다. 필리핀 영화 <톤도사람들>. 필리핀 영화는 최근 아시아 영화중에서 말레이지아와 함께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나 브릴란테 멘도사(<마사지사><황혼의 댄서><새총><입양아>)는 그 중심이 서 있는데, 그는 데뷔한지 3년이 채 안되었지만 1년에 2편씩은 내놓을 정도로 정렬적인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그와 더불어서 여러 감독들의 저예산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톤도사람들>도 그와 같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마닐라 빈민가에서 살아가는 갱스터들의 이야기인데, 갱스터가 되고, 조직원의 죽음으로 찾아오는 조직간의 갈등, 그리고 그들의 가족들을 역시나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이 영화에서 주목할만한 것은 비전문배우들의 연기보다 영화에서 거의 내내 흘러나오는 랩이다. 랩의 가사들은 영화의 내용에 대해 은유와 상징으로 대변하는데, 그래서 자막을 정신없이 볼 수밖에 없었다. 영화는 많은 것을 함유하고 실제로도 괜찮았지만 뭔가가 조금 부족한 듯 보였다. 기대가 너무 커서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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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앞에 언급했던 놓친 3편의 작품말고 에드워드 양의 <고령가소년살인사건>과 더불어 전작품을 다 보고 싶었지만 그 놈의 시간이 뭔지, 일이 뭔지, 눈물을 삼키고 <독립시대> 한편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독립시대>는 깊은 생각에 빠지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와 사람들, 특히나 인간과 인간과의 관계에 대해서 그리고 외로움. 그 외로움의 한 복판에서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고 기대보지만 되돌아오는 것의 혼자라는 '허무함'. 그것을 지극히 뻔뻔하게 에드워드 양은 이야기한다. 도시의 권태로운 삶을 그처럼 진지하게 작품속에서 드러내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같은 대만 감독 차이밍량처럼 '고독'을 이야기하지만 에드워드 양은 또 다르다. 세련됨속에서 좀처럼 헤어나기 힘든 슬픔이 영화속에 짙게 베어 있다. 그래서 언젠가는 그의 전작품을 꼭 크나큰 스크린으로 보고 싶다. 그 기회가 다시 찾아올까?

나머지 한편은 내용도 가물가물한 세르비아 영화 <하더스필드>였다. 영화제를 갈때마다 이런 작품들이 꼭 한작품 있었던 것 같다. 계속 잠이와서 눈뜨기조차 힘든... 그렇게 내가 피곤했었나. 아님 영화가 그렇게 만들어졌나. 어찌되었건 이 영화는 언급할 수가 없다.

올해는 너무나 조용한 영화제였다. 마지막으로 예매한 러시아 영화 <집행자>를 시간관계상 놓쳐서 남포동은 가지를 못했다. 짠 바다냄새가 그리웠는데...하지만 부산자체가 나에겐 거대한 바다와 같다. 기분이 꿀꿀할때면 그리워지는. 특히나 10월이 되면 더더욱. 그래서 난 이번 해의 이틀도 내 스스로 잊지 말기로 했다. 2007년 부산 그리고 그 가을 가장 조용한 바다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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