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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2.27 [친구들영화제] 사치와 역겨움이 공존하는 식탁, 그리고 한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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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뷔페>는 당대를 대표하는 신사들이자 유명배우들이었던 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와 미셸 피콜리, 필립 느와레, 그리고 우고 토그나지가 실명을 내걸고 서로 다른 직업의 부유한 남성들로 분한 작품이다. 부르주아 집단에 속한 이들 네 남성은 유복한 중년의 삶을 지내고 있지만, 알 수 없는 공허함이 자신들을 옥죄고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그들은 각자의 삶을 정리하고 은밀한 별장에서 쾌락과 소비로 인해 죽음을 기다리는 모임을 가진다. 오랜 시간을 들여 엄청난 양의 재료를 준비하고 신선한 고기들을 구입하는 별장 속의 네 남자, 자신의 생계와 계급이 존재했던 파리라는 도시를 떠나 그들이 택한 마지막 여행은 인간의 가장 본능적인 욕구들에 기댄 것이었다.

먹음직스럽게 보이는 음식들과 정성껏 요리를 준비하며 수다를 떠는 남자들의 모습은 말 그대로 '그랜드 뷔페'의 호화찬란한 만찬을 연상시킨다. 남성들은 최고급의 재료를 공수해 방대한 양의 음식으로 가득찬 식탁을 차려놓고 거나한 식사를 즐긴다. <그랜드 뷔페>의 초반, 네 남자가 별장으로 완전히 숨어들기 직전까지, 영화는 음식이라는 단어를 익히 알고 있는 기본적인 에너지의 수단으로만 설정한다. 때문에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먹을 것을 씹어 삼키는 필립이나, 그런 그가 배고프지 않도록 음식을 마련하는 필립의 유모의 행동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필립이 가방을 꾸려 집을 나서는 순간, 그는 지금까지 꽤나 규칙적이고 일반적이었던 자신의 삶을 완전하게 붕괴시켜버릴 계획을 실행하기 시작한다. 미셸을 비롯해 별장에 모인 네 남자는 정성을 다해 요리를 하고, 게걸스럽게 식탁 위를 청소한다.

자유분방한 성 생활을 즐겨온 파일럿 마르첼로에 의해, 별장의 '만찬'에는 여성들이 초대된다. 여성들은 푸짐하게 차려진 식탁에서 즐겁게 식사를 마치지만, 한 번의 모임으로 끝날 것이라 생각했던 풍족한 식탁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것을 보고 진저리친다. 끊임없이 음식을 위 속에 밀어 넣어 통증을 견디다 못해 몸 져 누운 미셸의 모습에 역겨움을 느낀 창녀를 비롯한 두 여성이 별장을 떠나버리지만, 학교 선생인 안드레아는 네 남자의 마지막 파티에 동참하기로 마음먹는다. 안드레아가 연일 이어지는 무절제의 축제에 함께 하면서부터 네 남성의 식탁에는 음식뿐만 아니라 동시다발적 섹스까지 추가된다. <그랜드 뷔페>는 안드레아라는 여성의 등장으로 인해 전환점을 맞게 된다.

<그랜드 뷔페>는 부르주아 계급층에 대한 노골적인 비판과 조롱의 탈을 쓴 블랙 코미디의 형식으로 전개된다. 쓸데없이 음식을 소비하며 임종을 맞기를 바라는 괴상망측한 게임을 하는 대상은 모두 번지르르한 계급을 소유한 대상들로, 그들은 시간이 갈수록 우스꽝스러운 모습과 역겨움을 남김없이 관객들에게 선사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비판’이라는 단어를 가지고 있는 <그랜드 뷔페>의 내면에는, 인간에 대한 생리학적 갈망이 녹아있다. 영화 속의 남성들은 풍만하고 살 진 몸매의 여성에게 욕망을 느끼며 거침없는 섹스를 즐긴다. 맵시 있는 옷을 입은 날렵한 여자, 혹은 마른 여자 따위는 그들의 관심 대상이 아니다. 남성들은 품에 안기 버거울 정도로 토실토실하게 살이 오른 안드레아에게 찬사와 아름다움의 미사여구를 보탠다.

네 남성들보다 체구가 거대한 안드레아는, 그들이 갈망하며 부러워하는 몸매, 즉 어머니의 이상형이다. 남성들은 안드레아를 통해 성적 욕구를 해소하는 동시에 자신을 돌봐주는, 그리고 걱정해주는 모성애와 같은 애정의 결핍을 충족시킬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남자들은 안드레아의 이름이 새겨진 거대한 파스타를 그녀의 앞에 밀어놓고, 축하의 박수를 보내며 자신들의 앞에서 모조리 먹어치우기를 바란다. 네 남자의 기대와 호응에, 안드레아는 단 한 번도 괴로운 내색을 띈 적이 없으며, 오히려 그녀는 남성들보다 훨씬 더 식욕의 쾌락을 즐기는 인물로 변해간다. 결국 안드레아는 남성들이 남긴 잉여 생산물을 남김없이 먹어치우며 그들을 돌보는 완전한 에너지의 여성으로 존재하게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우노의 몫이었던 음식을 만드는 일에 안드레아는 관여하기 시작하고, 안드레아의 엉덩이로 반죽해 만든 ‘안드레아 파이’를 게걸스레 먹어치우는 장면에 이르러 안드레아의 지위는 정상에 다다른다. 과식으로 인해, 혹은 기타의 사고로 인해 한두 명씩 죽어 나가는 광경을 마주하면서도 그녀는 평정심을 잃지 않는다. 별장에 처음 초대되었을 때 안드레아는 필립의 사랑이었지만, 그녀는 네 남자와 섹스를 나눈 기이한 관계를 유지한다. 외부와 차단된 별장 안의 삶은 결국 그들이 살던 파리의 삶에서 역행해 고대의 시기를 향해 달려 나간다. 모든 것을 어머니가 책임지고 보살피던 모계 사회 속 군주의 모습을 한 안드레아 앞에, 네 남성들은 하나 둘 씩 칭얼거리는 어린이로 변해간다.

마르첼로와 필립, 미셸, 그리고 우고 네 남자가 시작했던 게임의 승자는 결국 필립이 되고, 매우 건강이 악화된 필립을 위해 안드레아는 음식을 준비한다. 때마침 요리할 고기를 제공해주기 위해 정육점 차가 정원에 들어서고, 안드레아가 고기들을 받으러 간 사이 필립은 안드레아가 만들어준 요리를 먹는다. 안드레아의 가슴과 꼭 닮은 풍만한 두 덩이의 케익이 반쯤 없어졌을 때, 필립은 괴로운 표정으로 숨을 거둔다. 시간을 무시하고 인간의 도덕이라는 것을 무시한 채 벌어진 부르주아 계층의 엄청난 판타지는 필립의 죽음으로 인해 사라진다. 영화는 임종이 다가오는 것을 알면서도 배 속으로 음식을 밀어 넣어야 했던 광기 넘치는 부유층의 후회와, 허약해진 남성들을 마지막까지 돌보아 주었던 안드레아의 모습으로 결말을 맺는다. <그랜드 뷔페>는 스크린에서 눈을 떼고 싶을 정도로 참을 수 없는 역겨움을 묘사한 풍자 코미디를 보여주는 동시에, 마지막으로 별장에서 살아남은 인물은 결국 안드레아 혼자라는 것을 강조한다. 영화는 안드레아를 살려둠으로써 또 다른 희망, 혹은 타락한 인류의 미래에 대한 긍정적 기대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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