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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둑'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7.10.10 어리버리 아줌마의 부산영화제 방문기(2)
  2. 2007.10.10 [말도둑]과 영화제용 영화
2007.10.09


우선 방문기(2)가 심히 늦어진 점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서울 오자마자 부산 가느라 밀렸던 잡지 일 하랴, 이도훈 편집장님의 『필름에 관한 짧은 사랑』 교열 도와드리랴 좀 바빴다면 조금의 변명은 되겠지요.

사실 이번에 부산 가게 된 건 문화관광부 독립예술영화관 개관기념 이벤트에 당첨되었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개막식 표랑 숙소가 공짜로 생겼고, 전 해야 될 일도 미루고 신나게 부산에 내려갔습니다. 그러면 영화제에 대한 좋은 추억으로 가득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번 제12회 부산영화제에 대해서 여러 쓴소리를 할 수밖에 없을 거 같습니다. 게다가 저 혼자 내려갔고 평일이라 아는 사람들도 없어, 영화제에서 재미나게 논(?) 얘기는 할 게 없네요.

4일 부산 내려가는 기차에서부터 슬슬 불안하게 했던 흐린 하늘은 급기야 굵은 빗방울을 쏟아냈고, 전 시간대가 별로 없는 KTX 30% 스페셜 할인의 대가로 5시 반에야 부산역에 도착하였습니다. 아시다시피 부산역에서 야외상영장이 있는 동백역까지는 거의 한 시간이 걸리므로 전 배우들이 입장하기 시작하는 6시 30분에야 겨우 상영장 앞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비까지 쏟아지는데다 배우들을 보러 온 사람들에 입장하려는 관객들까지 얽혀서 그곳은 이미 아수라장이었습니다. 무슨 전우회에서 지원 나왔는지 군인모자 쓴 아저씨들은 무조건 사람들을 밀쳐냈고, 상영관까지 삥 돌아 간신히 줄을 선 후에도 입장하기까지 한참이 걸렸습니다. 게다가 비는 그치기는커녕 점점 쏟아졌고, 영화제에서 나눠주는 우비는 다 떨어졌다더군요. 비 맞은 생쥐 꼴이 된 저는 제발 레드카펫 행사 빨리 끝나고 영화 시작하기만을 바랐습니다. 사람들의 호응이나 박수도 그다지 없었는데, 엔리오 모리꼬네가 등장하니 그나마 박수가 커졌습니다. 제일 황당했던 건 마지막에 느닷없이 등장한 정동영, 이명박, 권영길 등이었습니다. 다들 수근대더군요. “쟤들 여기 왜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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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도 영화광(?)이실까요? 다행히 <집결호>가 시작되자 비가 그치더군요. 축축이 젖은 옷을 걸치고도 몰입하여 볼 만큼 좋은 영화였습니다. 중국 최초의 블록버스터 영화니, <태극기 휘날리며>의 특수효과팀이 참여했느니 하고 영화의 스펙터클에만 초점을 맞추는 기사들이 많은데, 제가 보기엔 이 영화는 ‘정체성 찾기’와 ‘속죄의식’에 대한 영화인 것 같습니다. 영화를 보신 분들의 평이 기대됩니다. 제가 확실하게 느낀 것은 영화는 영화관에서 봐야 된다는 것! 야외상영장은, 특히 비가 내리는 야외상영장은 확실히 제 취향이 아닙니다.

부산 내려가기 전에 숙소가 어딜지 제일 궁금했는데―출발 하루 전에야 알려줘서―‘호텔’(그랜드호텔)이라는 말에 ‘역시 문화관광부야!’ 하며 흐뭇해했습니다. 신혼여행 때 이후로는 특급호텔에 머문 적이 결단코 없었거든요. 체크인할 때 조식권까지 줘서 더욱 흐뭇한 마음에 들어간 방은 11층의 넓은 창문이 바다로 향한, 그것도 더블침대에 싱글침대까지 딸린 널찍하고 럭셔리한 방이었습니다. 그러나 좋아하던 것도 잠시! 당연히 숙소에 치약이랑 샴푸는 있겠거니 하고 안 챙겨 왔는데 이게 웬일, ‘치약=1,000원’ ‘샴푸세트=2,500원’이라는 계산서가 눈에 잘 띄게 놓여 있더군요. 저, 치약 없이 이 닦고, 샤워젤―그나마 샤워젤은 욕실에 있더군요―로 머리 감았습니다ㅠㅠ 혹시 부산에서 호텔 이용하실 분들은(그럴 분이 거의 없겠지만) 꼭 참고하시길!!!

다음날 지난 밤 깜깜해서 아무것도 안 보이던 창문 밖 바다를 바라보니 너무나 멋있더군요. 그러나 전 10시 영화를, 그것도 대영시네마 것을 예약해놓았기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그 멋진 방에서 부랴부랴 나와야 했습니다. 최대한 서둘렀는데도 대영시네마에 도착한 것은 10시 5분 전쯤. 근데 이게 웬일입니까? 발권기는 작동이 안 되고, 예매 표 찾는 창구는 따로 없고, 매표소에는 줄이 길게 서 있었습니다. 급한 저는 양해를 구하고 줄 앞에 섰는데, 5일 표만 뽑아달라 했음에도 불구하고 미리 예매한 11일 표(원래 10, 11일 갈 예정이었기에)까지 발권이 된 겁니다. 늦을까봐 마음이 급한 저는 발권 취소해달란 말과 함께 표를 창구에 놔두고 부랴부랴 극장에 들어갔는데 줄이 또 길게 서 있더군요. 줄 서고 있다 혹시나 해서 “이 줄이 <머나먼 하늘로 사라진> 맞죠?” 물었더니 <크로우즈 제로>라는 겁니다ㅠㅠ 자원봉사자들이 안내를 한다는 게 영화 이름을 안 말하고 상영관 이름만 외쳐대니 헷갈린 거죠. 결국 2분 늦게 도착했는데, 다행히 들여보내 주더라구요. 원래 영화제에선 절대 안 늦는 주의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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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제 탁월한 선택에 자화자찬하게 했습니다. 일본 영화 특유의 아기자기한 캐릭터가 살아 있고, 성장영화와 판타지 영화의 요소들을 골고루 갖춘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였습니다. 전국 개봉하거나 ‘일본인디필름페스티벌’ 같은 데서 상영되어도 괜찮을 거 같습니다. 영화 끝나고 아까 창구에 팽개친 영화 표―<새총>이었습니다―생각에 창구로 가 물어보니, 아예 예매 취소를 시켜놨더라구요. 항의하자 자봉들이 처음이라 서툴렀다는 변명만… 결국 <새총>은 볼 팔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11일 아침 영화로 <먼지 속의 삶>을 다시 예매했습니다.

<머나먼 하늘로 사라진>이 144분짜리라 바로 1시에 시작하는 <소피아와 호나스>+<나쁜 버릇>을 이어서 봤습니다. 사실 <다이빙 벨 앤 더 버터플라이>나 <부정적으로 생각하기>를 보고 싶었으나 매진된 관계로… 하지만 <나쁜 버릇>도(<소피아와 호나스>는 단편이라) 독특한 형식이나 생각할 거리가 많은 내용의 수작이었습니다. 정신없이 보다 보니 영화에 대해 이렇게 짤막한 단평들만 늘어놓네요. 제대로 정리해보고 싶은데 시간도, 능력도 안 되니 안타깝습니다.

해야 되는 일과 집에서 기다리는 아저씨(정말 기다렸는지는 모르겠지만)가 있는 관계로 5일 영화 2편만 보고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그게 한이 맺혔는지, 내일 다시 부산 가는 저는 이틀 동안 무려 6편의 영화를 예매해놓았습니다. 같이 놀 동행도, 술친구가 되어줄 이도 없는 관계로(네오이마주 분들도 대부분 돌아가셨겠죠) 그럭저럭 목표는 달성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제 뇌 용량이 따라줄지 모르겠네요. 이 중 <말도둑>은 백 편집장님의 지대한 영향하에 예매했고―덕분에 기차 시간을 처음 계획했던 것보다 많이 당겨야 했습니다. 1시 <야간 버스>에도 필이 꽂히는 바람에―<삶의 조건>도 ‘PIFF에서 만나는 옴니버스 영화들’ 기사 보고 예매한 거니, 이번에 네오이마주 덕을 많이 보네요. 그럼 부산 또 다녀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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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둑]과 영화제용 영화

필진 리뷰 2007.10.10 02:44 Posted by woodyh98
2007.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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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 좋게도 매년 부산영화제 때마다 기억에 남을만한 영화 한두 편 정도는 꼭 만난 것 같다. 2006년의 경우 소재의 신선함과 유쾌함이 독창적으로 펼쳐진 [웨이터_ Ober]가 가장 좋았다면, 올해는 단연 미샤 왈드 Micha Wald 감독의 장편 데뷔작 [말도둑_ Horse Thieves]이다. 2007 칸 비평가주간에 선정된 작품이니만큼 영화의 완성도는 의심할 필요도 없었다.

영화는 용맹스럽고 잔인하지만 슬픈 역사를 가진 코사크의 삶을 보여주는 동시에 말로 인해 얽히고설킨 두 형제와 그들의 복수에 관하여 이야기한다. 전반적인 내러티브는 말과 칼이라는 코사크 민족의 특질에 의존한 듯 보인다. 이를테면 말은 삶의 목적이자 희망이고 칼은 말과 자신을 지키는 수단이 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생과 사가 순식간인 야만의 땅에서 두 형제가 택하는 삶의 양태는 말과 칼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그렇다고 단순히 복수극으로 치부할 수 없을 정도로 영화 면면에 배어있는 인간애와 자연의 조화로움은 말로 다하기 힘들 정도다. 이 영화는 몇 가지 점에서 흥미롭다. 우선, 말과 동생을 모두 잃어버린 남자와 그의 희망을 앗아간 가해자 형제 사이에서 피어나는 미묘한 기운이 자연스럽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또한 복수와 생존에 집착하는 인물들과는 달리 그들이 반복적으로 거쳐 가는 자연의 변함없음을 보여주는 탁월한 미장센도 빼놓을 수 없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이미 결투에서 부상당한 자쿱과 로만(두 형제의 형들)의 참호 속 사생결단 신이 보여주는 리얼리티다. 근래에 이토록 생생한 영상을 본 적이 없을 정도다. 오죽하면 관객들마저 그들의 통증에 가담하여 신음소리를 냈을까.

[말도둑]이 국내에서 개봉할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달리 말해 영화제용 영화의 전형이라는 것인데, 사실 이런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것이 많은 이들이 영화제를 찾는 이유 중 하나일 터다. 그런 점에서 부산영화제 뿐 아니라 대게의 영화제들이 개봉예정인 영화와 이미 상영과 평가를 마친 영화까지 라인업에 포함시키는 것은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영화제가 다른 관객보다 한발 앞서 영화를 볼 수 있다거나 놓친 영화를 뒤늦게나마 볼 수 있다는 식의 물리적 장소로써 각인되는 것은 그리 바람직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바닷가 횟집마다 눈에 익은 영화인들로 가득했고 그들은 술과 영화이야기로 밤을 새우고 있었다. 한국영화가 어렵다면서 흥청망청 노느냐는 식으로 비난할 이도 있을지 모르겠으나, 1년 내내 고생한 직원과 현장인력들의 노고를 감안한다면 회 몇 점과 소주 몇 병이 그렇게 과한 것일까? 그나마 작년과 비교해 영화사 주최 파티도 많이 줄었고, 술자리도 축소된 느낌은 있다. 이런 저런 얘깃거리가 계속 흘러나오고 있는 가운데, 나는 서둘러 서울로 돌아왔다.

(사족) [말도둑]을 관람한 해운대 프리머스 뒤편에는 ‘신창국밥’이라는 돼지국밥 집이 있다. 작년에는 바로 옆에 있는 밀면 집에서 점심을 해결한 적이 있었으나, 이른 저녁을 먹기 위해 올해 처음 찾았는데, 국물이 담백하고 비린내가 전혀 없으며 푸짐한 양과 맛이 썩 괜찮았다. 혹시 상영관이 프리머스이면서 전날 새벽까지 술을 마신 분이라면 속 풀기에는 그만인 메뉴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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