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무한도전'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7.08.26 산만한 아이들이 무한도전

산만한 아이들이 무한도전

필진 칼럼 2007.08.26 21:03 Posted by woodyh98
2007.08.25


영화가 좋으냐는 말에 아무 이유도 없이 동의하던 친구들이 있습니다. 저와 제 친구들의 영화이야기로 이 글을 채워볼까 하는데, 이것은 글이 아니라 말 일지도 모릅니다. 웅얼거리는 모놀로그일지도 모르죠. 어찌되었든 이 독백은 영화를 좋아하는 친구들의 이야기입니다.

채팅창을 켜놓고 한 친구와 영화이야기를 합니다. 존 포드는 이렇구, 차이밍량은 저렇더라, 안토니오니는 그랬다지, 지아장커는 정말 좋아. 데이비드 핀처는 죽이더라, 하워드 혹스는 봤니? 사실 난 히치콕을 너무 좋아해. 타르코프스키나 테오앙겔로폴로스의 롱 테이크는 뭘까? 거기다가 소쿠로프의 영상은 예술이지! 레니르펜슈탈이랑 지가베르토프 중에 어느 쪽을 지지해? 박찬욱은 조금 그렇지만 봉준호는 봐줄만해, 김태용은 완소고 김곡 김선은 천재인가봐. 윤성호는 우리 세대를 대변할 수다쟁이야. 막스브라더스랑 우디 앨런, 주성치 아저씨는 너무 웃겨 ㅋㅋ 이런 소리를 하고 있는 저에게 이쁘장한 친구가 질문을 던집니다. 너 산.만.해, 너 중.심.이.없.어

맞습니다. 이처럼 산만하게 영화 100년사를 종횡무진 하고 장르를 뒤죽박죽 오가는 우리 세대의 영화광들은 잘 못된 영화보기를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영퀴방이 사라지고, 씨네마테크에 만족 못하는 영화광들은 자신만의 멀티플렉스겸 씨네마테크를 컴퓨터 모니터를 이용해 자체 프로그램 및 기획 상영을 합니다. 박자도 없고, 리듬도 없지만 이런 전위적인 영화보기를 통해서 얻는 건 즐거움 그 자체입니다. 그리고 그 즐거움이 난장까는 영화 음담패설의 원천이 됩니다. 이런 세대를 뭐라고 표현할까 고민하던 중 적절한 단언가 떠올랐습니다. ‘무한도전 영화보기’

K군은 명문대를 재학 중이며 웃기는 것 빼고는 다 잘하는 친구입니다. 이 녀석의 이데올로기는 휴머니즘입니다. 가끔 그 녀석 집에 찾아가서 친구야 노올자~!라고 말하면 얼굴보다 배를 먼저 내미는 친구죠. 어울리지 않게 운동권에서 으쌰으쌰하던 그는 스스로 체 게바라를 롤 모델로 삼아 휴머니스트가 되겠다고 하네요. 하지만 이 친구의 이데올로기는 무르익지 않았기에 그의 행동과 정치경제학적 태도에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가아끔 [8mile]같은 영화를 보면서 같이 흥겨워할 친구입니다. 심형래가 [디 워]로 한 방 먹이자, 덩달아 좋아하던 친구들 중에 한 녀석이기도 합니다. 맨땅에 헤딩한 형래형의 부지런함과 오기와 열정이 그의 심금을 울렸나 봅니다. 여하튼 휴머니스트군요. 감동도 잘 받아.

H군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올드보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1주일동안 자장면과 군만두만 시켜먹으면서 광합성도 하지 않고 골방에서 환상의 나래를 펼치던 이력을 가지고 있죠. 한 날은 침대에서 이불 덮고 여러편의 영화를 보던 중 “내가 이불인지 이불이 나인지..”라는 명언을 남기고 비슷한 말로 “TV가 날 보고 있는지, 내가 TV를 보는지..”라고 중얼거리며 또래 친구들 중에서 가장 먼저 장자의 호접몽을 이해하게 됩니다. 이 녀석은 영화를 보지 않고, 리뷰만 읽고 영화 리뷰를 쓸 정도의 허풍과 구라가 심한 친구입니다. 말하자면 먹을 걸 앞에 두고 뻥 잘 치는 정준하와 비슷합니다. 그래도 그를 무시할 수 없는 건 영화를 소비하는 그의 태도입니다. 그는 말합니다. “영화 보는 건 로또 같은 거다. 인생대역전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단지 보고 좋으면 대박, 아니면 꽝이다.” 전 그의 말에 동의하고, 그와 재개봉관에서 박장대소하면서 영화 보는 걸 좋아합니다.

A군은 영원한 2인자 거성과 닮았군요. 누구도 그를 경계하지 않는데, 혼자서 2인자의 자리를 노리고 그 자리에서 편안해 한답니다. 혹자의 말로는 그 친구는 저를 경계한다는 데, 전 그 친구를 좋아했지 경계한 적이 없습니다. 가끔 버럭하긴 하지만, 뒤로는 엄청 소심한 이 친구는 저와 중학교 동창입니다. 그러나 중학교 고등학교를 같은 반에서 수업을 들었으면서도 대학와서 친해진 친구입니다. 사실 서먹서먹하다는 말과 더 솔직히 별로 안친하다는 말이 어울리네요. 하지만 그가 영화를 보는 시선은 날카롭습니다. 저희들 중 가장 먼저 히치콕의 [이창]을 윤리적 태도로 분석한 녀석이니까요. 거기서 더 나아가, “히치콕의 기술은 배우고 따라 할 수 있지만, 테오앙겔로폴로스의 마음씨는 베낄 수 없다”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말합니다. “영화는 허무주의에 대한 대응”이라고... 무슨 말일까요? 해석은 자유입니다. 덧붙여 수잔 손택은 ‘해석에 반대한다’고 말했습니다.(그러니까 헛소리일 수도 있다는 거죠)

S군은 돌+I입니다. 그는 스스로 멋있어 보이려 자뻑 태도를 취하는 나르시스트입니다. 하지만 그의 치부를 다 알고 평소 행태를 알고 있는 저희들이 보기에는 가당치도 않습니다. 결국 소녀~!소녀~!를 외치면서 떠나간 여자아이들에게 내 이미지의 본색을 알아달라고 호소하는 찌질한 청년입니다. 웃을 준비하셔도 됩니다. 저희들 중 특이하게도 [고질라]를 자기 인생의 최고 영화로 꼽은 녀석입니다. 왜? 라고 했더니, 그 영화의 모성애는 인류역사상 길이 남을 거라고 하네요. 타인의 취향을 존중해야만 합니다. 그러니까 문화의 상대성이론을 들먹여가면서요... 전 이 친구의 4차원적 정신세계를 이해하려고 합니다. 근데 그 많던 소녀들은 다 어디로???

J군은 할 게 없으니 ‘꼬마’라고 해두는 게 좋을 듯 합니다. 니노막시무스 카이저쏘제~! 이 때 ‘꼬마’라는 말은 정신연령과 수준이 덜 성숙했다는 뜻 입니다. 어느 정도냐 하면 한 때 정치를 꿈꾸던 이 친구를 두고 뒷담화를 한 적 있습니다. 만약 J가 대통령에 나오면 친구로서 뽑아 줄거냐? 는 말에 전원만장일치로 그의 유아기적 사고와 미소년적 행동에 동의할 수 없다는 말로 끝맺었습니다. [댄스 댄스], [여친소]와 [엽기적인 그녀], [첫 사랑 사수궐기대회]에 눈물 펑펑, 콧물 질질하는 순정파 친구에게 이 나라의 미래를 맡길 수는 없지 않습니까?

거의 다 언급하고 이제 저만 남았네요. 저는 보사노바가 되고 싶습니다. 혹시나 카사노바를 쓸 걸 오타로 보사노바로 썼나? 싶으실 분들에게 추가설명을 하자면. 저의 영웅 재석형이 무한도전 모내기 편에서 설운도 씨의 “쌈바의 여인”을 부른 걸 기억하시는 지요. 저는 그 분처럼 운도형의 보사노바를 이해하는 수다쟁이가 되고 싶습니다. 정신없는 손동작으로 무대를 휘어잡으면서 한국적인 보사노바를 부를 수 있는 건 설운도형님 이후 또 누가 있겠습니까? 영화 이야기만 나오면 수다스러워지고 싶은 저는 사실, 친구들 중에서 가장 말이 적습니다. 늘 친구들의 말을 차분히 듣는 타입인데, 그런 저의 모습이 싫어서 무한도전의 정신적 지주 재석형을 벤치마킹하고 싶네요.

영화를 분석하는 많은 글들을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현실에서는 영화를 놓고 심각한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는 듯합니다. 왜냐하면 영화는 일차적으로 즐거운 행위의 동반자기 때문입니다. 영화가 예술이 되기 이전에 삶의 즐거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친구들의 난잡한 영화보기를 적어보았습니다. 저와 친구들은 영화를 절대화하지 않으려하며, 영화를 가볍게 봅니다. 그리고 그 사랑이 길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한 친구가 말하더군요 필름에 관한 짧은 사랑은 짧을수록 좋다. 왜냐구요? 그 친구의 말을 다시 빌려와 제 생각을 보태면, 예술이란 이름을 기억하는 건 역사 책 속에서만 가능지만. 우리의 인생은 기록된 역사보다 짧습니다. 무겁고 진지하게 사유하다가 지칠바에야 산만하게 영화이야기로 수다를 떠는 게 더 좋지 않을까요? 늦더위가 마지막 기승을 부리는 여름철입니다. 늦었더라도 열대야를 벗 삼아 오래 두고 가까이 사귄 벗과 함께 무한도전식 영화보기를 하면 어떨까요? 밤은 길고 할 이야기는 수없이 많을 겁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BLOG main image
네오이마주(neoimages)와 영화 깊게 읽기
영화 비평 매거진 '네오이마주'의 공식블로그입니다. 더 많은 글은 http://neoimages.co.kr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by woodyh98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521)
필진 리뷰 (260)
필진 칼럼 (149)
사람과 사람들 (55)
문화와 세상 엿보기 (10)
그리고... (41)

달력

«   2019/1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 3,158,706
  • 116

네오이마주(neoimages)와 영화 깊게 읽기

woodyh98's Blog is powered by Tattertools.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