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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0.12 배우 양익준, 감독 양익준의 영화들
2007.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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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익준 감독은 최근에는 감독으로 더 이름을 날리고 있으나 독립영화에서의 경력은 배우로 먼저 시작했다. 2002년 [서브웨이 키즈]로 활동을 시작해 [타임머신] [파출부 아니다] [노량진 토토로] [햇살이 머무는 식탁] 등의 영화를 거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배우 양익준은 2006년에 [철수야 철수야 뭐하니] [인간적으로 정이 안가는 인간] [팡팡 퀴즈 쇼 커플 예선전] 등의 영화가 각종 영화제에서 주목을 받았고, 그의 매력이 잘 살아나있는 작품 [인간적으로 정이 안가는 인간]으로 미장센 영화제에서 연기자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바람이 분다] [낙원] [드라이버] 등 수십 편의 독립영화에 출연했으며 독립영화가 아닌 상업영화 [강적]이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등에도 출연했다. 2006년에는 감독 데뷔작 [바라만 본다]가 서울독립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하면서 감독으로도 이름을 알렸다. 그 후로 [그냥 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등의 단편을 거쳐 최근에는 [똥파리]라는 장편 영화를 2008년 개봉 예정으로 감독 중이다.

배우 양익준을 대표할 만한 영화 몇 편을 소개해본다면, 워낙 많은 영화에서 고르게 좋은 연기를 펼쳤기 때문에 선뜻 몇 편을 뽑는다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일단 손원평 감독의 2006년 작 [인간적으로 정이 안가는 인간]을 거론할 수 있다. 영화는 인간적으로 정이 안가는 캐릭터인 피아노 조율사 용희와 정수기 외판원 영은의 이야기를 다룬다. 양익준이 맡은 캐릭터 용희는 순진하다면 순진하고 눈치가 없다면 눈치가 없는 남자다. 적당히 타협하고 적당히 착한 척 하면서 세상을 살아온 영은(정보훈)에게 용희는 불편한 사람이지만, 정수기를 많이 팔기 위해 영은은 어쩔 수없이 그와 친해진다. 단순히 친해진 것을 두고 서로 속마음을 다 아는 친구라도 된 양 가깝게 구는 용희가 견딜 수 없어진 영은은 ‘왜 그리 세상 물정을 모르냐’고 그를 다그친다. 그러자 용희는 대답한다. ‘영은씨는 정수기를 팔다 보니 사람이 물로 보이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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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는 사람이 기가 막혀 말이 안나올 만큼 순진한 말을 거침없이 해대는 캐릭터 용희를 과장된 듯 하면서도 섬세하게 통제된 연기로 설득력 있게 묘사한 양익준의 연기는 관객에게 단박에 그의 이름과 얼굴을 각인했다. 서글서글한 표정과 어딘가 어린아이 같기도 한 그의 외모는 과장이 심하거나 코믹한 캐릭터에 어울릴 것 같은 인상을 주는데 실제로 그런 역할을 자주 맡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연기는 오히려 무뚝뚝하거나 미니멀한 면에서 더 진가를 발휘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김종관 감독의 [낙원]이나 이진우 감독의 [바람이 분다]를 그 예로 들고 싶다. [낙원]에서의 그는 대사 한마디도 없이 굳은 표정과 절룩거리는 걸음걸이만으로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린 남자의 싸늘한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를 바라보는 그의 눈을 보고 있으면 영화 [낙원]을 관통하는 상실의 감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김종관 감독은 ‘겉으로는 하하 웃지만 조금 친해지면 쓸쓸한 모습이 보이는’ 친구 양익준의 모습에서 캐스팅을 결정했다고 한다. 이진우 감독의 [바람이 분다]에서 맡은 기석역에서도 그의 쓸쓸한 표정이 반복된다. 기석은 예쁜 여자 이주노동자인 레띠하(레띠하)에게 밥을 사주고 같이 바다를 보고 싶어 하지만 그녀의 약혼자에 의해 계획이 좌절된다. 생일에 홀로 바다로 향한 기석은 추운 바람과 호객꾼을 피하며 차 안에서 차가운 빵을 씹는다. 점퍼와 양말이 드러나는 짧은 작업복 바지를 입고 쓸쓸하게 걷는 기석의 막막한 표정은 영화의 건조한 분위기를 그대로 드러내면서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다. 얼마 전 인디스토리에서 그의 영화를 상영하며 그를 가리켜 ‘독립영화계의 브래드 피트’라고 표현했는데 나는 그가 브래드 피트보다도 훨씬 나은 배우라고 생각한다. 나 뿐 아니라 양익준 감독의 많은 팬들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배우로서의 양익준이 수십 편의 영화에 출연하는 동안 감독으로서의 양익준은 세편의 작품을 세상에 내놓았다. 데뷔작 [바라만 본다]와, 많이 상영되지는 않은 짧은 습작에 가까운 작품 [그냥 가], 그리고 최근에 발표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렇게 세편이다. 세편 모두 사랑 이야기라는 공통점은 사랑을 영화의 중심에 놓고 이야기를 만드는 양익준 감독의 감수성이 보이는 부분이다.


데뷔작 [바라만 본다]는 짝사랑의 이야기이다. 양익준 감독이 직접 연기한 주인공 준호는 성희(신윤주)를 몇년째 짝사랑하면서도 고백을 못하고 제목처럼 성희를 ‘바라만 본다’. 주인공 준호가 들고 다니는 카메라나 영화에 등장하는 영화 속의 영화라는 설정은 응시의 대상으로만 머물 뿐 고백을 하지 못해 성희와 소통은 하지 못하는 애타는 감정을 설명한다. 그리고 많은 짝사랑을 다룬 영화가 그렇듯, [바라만 본다]도 양익준 감독의 개인적 경험이 담겨있다. 개인적인 경험이 담긴 영화만큼이나 영화는 감정을 표현하는데 솔직하며 그런 솔직함이 매력으로 다가오는 영화이다. 이 영화가 서울독립영화제에서 관객상을 탄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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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만 본다]의 또 다른 장점은 영화에 잘 드러나지 않는 꼼꼼함이다. 영화는 감정이 거칠게 튀어나오다가, 주춤하다가, 다시 감정이 과잉되기를 반복한다. 예를 들어 영화는 준호와 친구(오정세)가 주고받는 대화 속의 음담패설이나 클라이막스에서 오가는 욕설처럼 관객을 감정적으로 강하게 자극한다. 그의 다음 영화 [그냥 가]도 남녀의 이별을 다룬 짧은 영화인데도 여주인공이 남자주인공의 뺨을 때리고 침을 뱉는 폭력이 나오는 걸 보면 이런 감정적이거나 육체적인 자극은 양익준 감독의 영화에서 사랑에 대한 감수성만큼이나 중요한 감정으로 보인다. 그리고 다시 상반된 태도의 감정을, 예를 들어 롱테이크나 긴 대화 장면을 통해 관객의 예상보다 훨씬 느리게 씬을 끌고 가기도 한다. 언뜻 들쑥날쑥해 보이는 이 흐름은 사실 감독이 꼼꼼하게 선택한 결과이다. 감독은 영리하게 컷을 나누고 이야기를 압축하는 것 보다는 느리더라도 진득한 태도로 뚝심 있게 밀고나가는 일관성을 영화 전체에 드러냈고, 그래서 영화의 여러 복잡하고 진한 감정을 영화 전체를 둘러싼 분위기인 ‘솔직함’ 안에 두려했다. 감정의 기복이 심하고 러닝타임이 40분이 넘는 이 영화가 결말에서 감정을 안착해 깔끔하게 마무리 지을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잘 드러나지 않는 꼼꼼한 선택 덕분이다.

그의 다음 영화에서 이런 경향이 어떻게 드러날지가 궁금해진다. 다음 영화 [똥파리]는 일단 길이부터 장편인데다가 이번에는 사랑 이야기 보다는 제목에서 느껴지는 거친 삶의 모습이 영화의 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영화에 대해 양익준 감독과 잠시 이야기를 주고받은 적 있는데, 그때의 아이디어가 얼마나 앞으로 반영될지는 모르겠지만 양익준 감독은 [똥파리]를 상당히 어둡고 폭력적인 영화로 예상하고 있었다. 과연 감독이 지치지 않고 영화를 완성할 수 있을지 듣는 내가 다 덜컥 겁이 날 정도로 어두운 영화였다. 영화의 어둡고 폭력적인 감성은 [바라만 본다]나 [그냥 가]에서 잠깐씩 등장했던 격한 감정이 더 직접적으로 반영된, 그리고 양익준 감독이 영화에서 아직 보여주지 못한 자전적인 요소도 새롭게 추가된 까닭으로 생각된다. 어떤 이야기가 되었던 그가 여전히 솔직한 태도로 우직하게 영화를 완성하길 바란다.

그는 장편 데뷔작을 준비하는 중에도 배우로 열심히 활동 했다. 최근에는 상업영화 [라디오 데이즈]와 [내 생애 최악의 남자]의 크레딧에 이름을 올렸고, 독립영화 [피크닉] [바라보다家]가 등에도 출연했다. [피크닉]과 [바라보다家]는 상상마당에서 온라인으로 볼 수 있으며, 상업영화는 개봉되면 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2008년에도 감독이자 배우로 열심히 뛰고 있을 양익준의 활약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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