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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태

한국 사회를 반영하는 상반기 한국 장르영화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와 <데어 윌비 블러드>의 공통점은?
 
올 아카데미를 휩쓴 영화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정답은 두 영화를 연출한 코엔 형제와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이 모두 한때 미국 독립 영화의 기수들이었다는 점이다. 작가적 고집과 안목을 갖춘 그들이 아카데미에 입성함으로써 예술적 상업 영화 감독의 이름을 공고히 한 것이다.

할리우드에서 이러한 예는 차고도 넘친다. 이건 상업적이거나 흥행에 성공한 영화들을 옹호하기 위한 수사가 아니다. 영국에서 미국으로 건너간 스릴러의 장인 알프레드 히치콕은 프랑스 누벨바그 감독들과 잡지 <카이에 뒤 시네마>에 의해 재발견됐고, <죠스>와 같은 재기발랄한 장르 영화로 시작한 스필버그는 지금 상업적으로나 비평적으로 무시하지 못할 거장의 자리에 올랐다.

우리 사회 최고의 순간을 추격해보자

영화 장인들이 만든 상업영화들이든 아니든, 영화는 결코 단순한 오락에서 머무르지 않는다. 영화학자 수잔 헤이워드는 "장르적 관습들도 '진화'하고 경제적·기술적·소비적 이유들로 변형을 겪는다, 그것들은 역설적이지만 보수적인 동시에 진보적인 위치에 놓이게 된다"고 기술한 바 있다.

장르는 제작·마케팅·소비 과정을 통과하면 세상, 그리고 관객과 조응한다. 다시 말해, 동시대의 분위기에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는 뜻이다. 

이건 우리 영화들도 마찬가지다.

1·2월 개봉해 한국 영화 흥행을 주도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과 <추격자>는 스포츠 드라마와 스릴러라는 장르적 외피를 쓰고 있지만 우리 사회를 비추는 거울로 충분히 기능한다. <바보><숙명>과 <GP 506> 또한 멜로와 느와르·공포라는 장르 안에서 의도였든 아니든 한국 사회의 무의식들을 품고 있다.

한국영화들이 점점 장르의 틀에 매달리고 있다. 관객들의 입맛에 맞추려는 산업적인 요구임을 감안하더라도 좀 더 총체적인 시각으로 읽을 필요성을 느낀다. 각기 다른 장르지만 어떤 영화는 장르성에 포획되고, 또 어떤 영화는 작가적 인장을 찍기도 한다. 무엇보다 한국 사회와 대중 사이에 흐르는 어떤 공기가 포착된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를 감안하고 올 해 개봉되어 관객들의 관심을 받은 우리 영화 5편을 거들떠보도록 하자.

<우생순> 감동의 외인구단, 지금 이 곳에 서있다

사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은 크랭크인 전부터 말들이 많았던 프로젝트다. 작가주의 를 표방했던 임순례 감독이 '아줌마'들을 주인공으로 핸드볼 영화를 만든다고 했을 때,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던 것이 사실이다.

대중성이 검증되지 않은 감독에, '제3의 성'이라 희화화되는 인물군으로, 비주류 종목을 영화화한다고 했으니, 촬영 종반까지 투자가 마무리되지 않아 그리스 로케이션을 짧게 끝내야 했다는 말은 이해가 되고도 남는다.

하지만 '실화' 프리미엄을 등에 업고 영화가 승승장구하자 이러한 약점들은 오히려 관객들의 심금을 울리는 요인으로 분석됐다. 사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거칠게 요약하자면 스포츠 드라마의 장르성을 바탕으로 '아줌마'라는 마이너리티를 보듬은 휴먼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임순례 감독은 '오합지졸들이 결국 자신만의 감동적인 승리를 일궈낸다'는 스포츠영화의 공식을 지켜내면서도 그녀들을 '건강하게' 긍정한다. 경기 신에서조차 카메라를 너무 들이대지 않고 폭넓게 조망하는 동시에, 올림픽이 끝나면 또다시 빚더미와 비정규직의 비루한 삶으로 돌아가는 미숙을 응원하는 것이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흥행이 한국 대중들의 실화 신드롬에 기댄 측면이 다분하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임순례 감독은 분명 장르 공식을 배반하지 않으면서도 현실에 발을 디디고 서서 기어이 작가적 인장을 찍어냈다.

물론 엔딩의 실제 인터뷰 화면이 '오버'라는 지적도 있지만 한국 사회 내에서 핸드볼의 위치를 감안한다면 눈물의 극대화나 현실의 환기, 두 측면 모두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으리라.

무엇보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가치는 소재와 캐릭터들의 생생한 묘사로 장르성을 넘어서며, 전복과 연대 그리고 생생한 현실감을 성취해냈다는 데 있다. 그것도 과거나 무국적의 공간이 아닌 지금, 이 곳을 딛고 서서 말이다.

<추격자> 전력을 다해 뛰는 당신, 그냥 버티시라

500만 관객 동원을 목전에 둔 <추격자>는 "<살인의 추억> 이후 최고의 스릴러"라는 상찬을 듣는 중이다. 비슷하게 <공공의 적>이 연쇄 살인범과 '좀 덜 나쁜 놈'의 대결이란 소재를 코미디로 풀었다면, <추격자>는 초반부터 범인 영민(하정우)의 정체를 드러낸 뒤, 이를 뒤쫓는 보도방 주인 중호(김윤석)의 피로감을 뒤쫓는다.

자기가 사지로 내몰았던 보도방 여자들 중 미진(서영희)만은 살려야 한다는 간절함. 전직 경찰이지만 지금은 이른 바 '포주'인 중호가 24시간 넘게 영민을 뒤쫓는 무의식에는 이러한 자괴감과 무력감·절망이 뒤섞여 있다.

그렇다고 영화는 그가 개과천선할 여지를 마지막까지 조금도 내비치지 않는다. 한국이란 시스템이 낳은 기형적인 산물은 '사이코패스' 영민이 아니라 폭력적이고 천민자본주의 시스템에 길들여진 중호일테니.

'범인이 누구일까'보다 '범인을 중호의 손으로 잡을 수 있을 것이냐'를 쫓아가는 <추격자>의 서스펜스는 바로 미진의 생사 여부에서 발생한다. 틈틈이 그녀의 탈출기를 관전시키던 나홍진 감독은 미진이 영민의 손으로 무참히 살해당하는 순간을 생생히 중계한다.

이전 희생자들이 죽음은 건너뛰었건만 미진만은 슬로우모션과 클로즈업 기법을 사용, 흩날리는 피를 친절하게 묘사하는 것이다. "관객 모두가 살기를 바랐던" 미진의 죽음은 관객들의 공분을 일으키려는 나홍진 감독의 철저한 계산인 셈이다.

현실에서 뒤이어 터진 안양 초등학생 살해범과의 비교는 너무나도 게으르고 우연적인 발상이다. 하지만 미진의 무참한 죽음을 재현하면서까지 리얼리티와 분노를 요구하는 <추격자>의 방식에서 강력범죄와 '사회적' 죽음에 부지불식간에 길들여진 우리 사회를 본다.

많은 관객들과 글쟁이들이 그 장면의 윤리성을 제기했지만 그럼에도 500만 가까운 관객들이 <추격자>를 찾는 이유는, 그러한 강력범죄를 대리 경험하고 살아남았다는 안도감을 느끼기 때문이리라. 마치 미국 관객들이 이러저러한 영화와 드라마로 9·11 테러를 소비하는 것과 비슷하게.

<추격자>가 품은 한국 사회의 공기는 오물 세례를 받는 서울시장이나 경찰의 무능함에 있지 않다. 우리가 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아무리 '중호'처럼 전력을 다해 뛰는 자가 있더라도 죽고 말 거라는 절망감이 그 요체다. 그리고 나홍진 감독은 관객들에게 사이코패스들은 어떤 심리적 원인도 없고 지켜줄 시스템도 낡았으니 그저 "버티시라"고 충고하려는 듯 하다. 그게 바로 미진이 죽어야했던 이유일 것이다. 

<바보> 구질구질한 뒷골목은 어디로 가고...

시작부터 <바보>는 젊은 독자들이 열광한 강풀의 동명 원작 만화와 경쟁해야 할 운명이었다. 원작 만화 <바보>는 20대 중후반 독자들이라면 동네에 한 명씩은 있었던 '바보' 형이나 친구를 아련한 추억의 시공간과 우리 동네로 불러낸 뒤, 지금은 사라져가는 가치인 그의 순수함을 본받자고 권유하는 내용이다.

그리하여 바보 승룡(차태현)이의 순수함에 감화된 첫사랑 지호(하지원)는 손을 놓았던 피아노를 치러 다시 외국으로 향하고, 뒷골목 인생이었던 친구 상수(박희순)과 애인 희영(박그리나)은 자영업자와 일자리(비정규직인지 정규직인지는 확실치 않지만)를 얻어 새출발을 도모하고, 고등학생인 동생 지인은 장애인 오빠의 진심을 알게 된다.

그러니까 <바보>는 희생의 멜로드라마다. 그러나 영화에서 바보 승룡이가 첫사랑을, 동생을, 친구를 위해 희생하고 떠나가는 궤적을 그리는 동안, 원작에 등장하는, 술파는 카페 여급 희영과 상수의 이야기는 대폭 줄였다.

구질구질한 인생사가 녹아든 상수와 희영의 어두운 이야기는 얼개만을 남겨둔 채, 차태현과 하지원, 두 선남선녀가 연기한 승룡이와 지호의 애틋한 감정에 치우쳤다. 원작 <바보>가 지닌 감동의 폭이 영화 <바보> 속에서는 오히려 반 토막이 나버렸다.

영화는 한국 사회에서 '가족'이 지닌 의미를 중시해 동생 지인의 감정선을 세부적으로 묘사한다. 그러나 어찌보면 '바보'의 희생과 죽음은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었던 '바보'들의 격리와도 같은 과정으로 보인다. 원작의 애잔함과 멜로드라마의 공식을 과감히 버리고, 또 급작스런 영화적인 결말을 대신해, 오빠를 이해하는 동생과 그를 아끼는 친구와 함께 살아가는 결말을 그렸다면 영화 <바보>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변모했을까?

<숙명> 너무 게으른 인생투정... 꽃미남이라도 안 괜찮아



<숙명>은 송승헌과 권상우가 없었다면 완성되지 못했을지 모른다. 두 한류 스타의 출연으로 투자를 보장받았을 이 영화는 <파이란>의 시나리오를 쓰고, <연애, 그 참을수 없을 가벼움>을 연출했던 김해곤 감독의 작품이라고 보기엔 너무나도 시대착오이다.

사실 느와르, 갱스터 장르는 사회에 기생하는 악과 그 안에서 바둥거리는 주인공들을 비장미로 버무려낸 장르다. 구조적으로 거의 신화화된 장르이면서 우리에게는 <스카페이스>보다 <영웅본색>류로 친숙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숙명>은 진짜 그러한 신화화되고 장르화된 길을 어설프게 밟으려고 한다.

심히 삐걱거리는 건 현실적인 대사들과 지극히 전형적인 타입의 캐릭터들이 부딪칠 때다. 김해곤 감독표 생생한 '대사빨'은 철중 역의 권상우가 욕을 입에 달고 나와도 체화되지 않은 상태이며, 오히려 돋보이는 건 무시무시한 '자학의 달인' 도완역의 조연 김인권이다.

한껏 멋을 낸 송승헌의 내레이션이 공허해 보이는 건 이 영화가 꼭 2008년이 아니어도 괜찮을 만큼 우정·배신·파멸이라는 장르의 공식을 '수박 겉핥기' 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폭' 회사의 네 친구가 끝내 막다른 제 갈 길을 간다는 수컷들의 인정투쟁기 <숙명>은 그 만큼 시대착오적이다. 아무리 ‘나쁜놈’ 철중이 막다른 골목에 처하는 상황이 아파트 건설 건이라고 치더라도, 이건 다 <우아한 세계> <짝패> <비열한 거리> 등이 써먹은 소재다. 미안하지만 '꽃미남이지만 괜찮아'라고 하기엔 <숙명>을 보는 우리의 감수성은 훨씬 더 성숙해 있다는 걸 염두에 두시길.

<GP 506> 장르의 미로에서 길을 잃은 분단 미스테리



공수창 감독의 <알 포인트>는 가장 뛰어난 한국산 호러 영화 중 한 편이다. '손에 피를 묻힌 자, 살아 돌아가지 못한다'는 경고는 베트남이란 한정된 공간과 우리 아버지들이 피를 묻혔던 공통의 원죄의식을 불러일으키며 공감대를 형성하기에 충분했다.

<알 포인트>와 함께 공수창 감독이 시나리오를 쓴 <하얀전쟁>까지 포함해 '밀리터리 3부작'이라 부를 수 있는 <GP 506>은 비무장지대의 최전방 경계초소 GP(Guard Post)를 배경으로, 공포의 동인을 귀신이 아닌 원인 모를 바이러스로 치환했다. 21명의 소대원이 죽어나간 그 자리에 당도한 또 다른 21명의 소대원들. 그들이 목도한 믿지 못할 상황이라는 점은 전작과 닮았지만 말이다.

폐쇄성과 원죄의식을 장르와 역사에 버무려냈던 전작과 달리 <GP 506>은 일단 중반까지 "도대체 여기서 무슨 일이 있었나"에 대한 미스터리 구조에 매달린다. 무리수를 둔 반전과 이중의 회상 장면은 수사 담당 노 원사(천호진)을 주인공으로 삼았다는 이유를 대더라도 두고두고 아쉬운 대목이다. 이러한 섬세한 장치들이 '분단이 낳은 정체모를 바이러스'가 빚은 참극이라는 주제의식과 조화를 이루었나 하는 대목은 쉽게 동의할 수 없다.

그건 우리를 불안하게 했던 '타자'와 그로 인한 심리적 동요가 선명했던 <알 포인트>와 달리 <GP 506>의 지향점이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비무장지대에서 발생한 '바이러스'가 은유하는 바가 분단이 빚어내는 피로감과 상처들이라는 건 짐작 가능하지만 <GP 506>은 그걸 친절히 설명해 주지 않을 뿐 더러 의도적인지 편집상 실수인지 모호하게 처리했다. 그리고 중립적인 노 원사를 통해 그걸 덮어두기 위해 모두 다 희생해야 한다고 강변한다.

그러니까 '남북군사'문제는 어디까지나 은폐되어야 하고, 그것으로 평화를 유지해야 된다는 기이한 서사 구조. <알 포인트>의 명백한 역사와 달리 공수창 감독이 고민했을 지점은 충분히 이해되지만 영화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지점들이 <GP 506>을 갸우뚱하게 만든다. 만약 예산이 적은 B급 영화였다면 분단의 상처로 발생한 좀비들이 비무장지대를 넘어오는 전복적인 결말을 기대할 수 있었을까? 같은 비극일지라도 오경필 중사만은 살려두었던 <공동경비구역 JSA>가 그리워지는 건 왜일까.

영화는 그렇게 현실은 반영한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 진정 행복한 순간은 궁지에 몰려 자살을 기도한 미숙의 남편이 살아남아 병상에서 눈물을 흘릴 때다. 그리고 최선을 다한 미숙은 승부던지기에 실패한다. '그럼에도 삶은 계속되리라'는 긍정과 부정의 변증법.

다소간의 판타지라고 추궁할 관객이 있을지 모르지만 그럼에도 한국영화들은 너무나도 '죽음'을 비장하게, 그리고 손쉬운 선택으로 그려낸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그걸 너무나도 익숙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건 장르 법칙과 상관없는 문제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제외하고 장르가 다른 네 편의 영화 모두 주요 인물들이 죽어나갔다.

어쩌면 한국 사회가 그만큼 절박하다는 반증일지 모른다. 비약하자면 생계형 혹은 사회적 죽음과 맞먹는 상황이 비일비재하다는 뜻일 수 있단 얘기다. 그걸 장르 영화들은 장르 법칙이란 허울에 숨어서 반영하고 있는지 모른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관객들은 현실을 비정하게 직시한 영화들도, 말랑말랑하기 만한 로맨틱 코미디도 외면하고 있는 중이다. 조폭코미디를 봐도 웃다가 꼭  번쯤은 울어줘야 하고, 비극적인 결말에도 적잖이 길들여져 있다.

상위 몇 퍼센트를 제외하곤 우리가 꼭 그렇게 불안정하게 혹은 감정의 진폭이 큰 삶을 살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영화는 그렇게 현실은 반영하는 중이다. '다이내믹 코리아'에서도 예외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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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hfql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생순..보면 특히 한국 여성의 삶이..잘..특히..문소리분.. 남편이 빚져서..그것 독촉 받고..빚갚으려..일하고..애 들쳐 업고 다니고..그런 분 은근히 많던데...
    추격자..는 요즘 범죄들..의 결정판..영화..

    2008.04.10 14:16
  2. 꼭 흥행이 돼야만 영화가 잘만들어 진건가?  수정/삭제  댓글쓰기

    바보 연기자들 연기도 좋았고 원작과 많이 비슷하게
    배경도 지었고 영상미도 보였다 우생순은 그냥 그 선수들 사생활 이야기가 아닌가 보고 재미있을지는 모르지만 관객들에게 얻게해주는것은 별로 없다

    2008.04.10 18:10
  3. 아 저기..  수정/삭제  댓글쓰기

    간간히 스포일러가 보이는데; 더 많은 분들이 보시기 전에 스포일러가 있다는 말씀을 앞에 명시해주셨으면 합니다

    2008.04.10 23:23


네티즌들의 기대를 모았던 <바보>가 개봉 첫 주 43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순항중이다. 기자들이나 평론가들의 평가와 달리 관객들에게 후한 점수를 받으며 롱런의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강풀의 원작 만화와의 숱한 비교에 시달렸지만 결국 이야기와 바보 승룡이(차태현)이란 캐릭터의 힘에 관객들은 점수를 준 것이다.

그래서 김정권 감독을 만나봤다. 인터뷰는 일찌감치 잡혔지만 뚜껑을 열어보고 관객들의 반응을 살펴 본 뒤, 속내를 들어보고 싶었다. 기대보다는 “약간은 아쉽다”는 김정권 감독은 2년 만의 개봉 뒤 빡빡한 무대인사 일정이 그리 힘들지 만은 않아 보였다. 그건 상업 영화  감독으로서 관객들의 사랑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리라.

바보 승룡이가 첫사랑 지호(하지원)과 동생 지인(박하선)이, 그리고 친구 상수(박희순)과 그의 애인 희영(박그리나)를 변화시키는 이야기 <바보>는 그의 전작 <동감>과 <화성으로 간 사나이>(이하 <화성>)의 아련한 정서를 공유하고 있었다. 멜로 전문 감독을 꿈꾸는 김정권 감독이 털어놓은 <바보>에 대한 애정과 아쉬움, 그리고 한국 영화판의 현주소에 대한 솔직한 심경은 이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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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인터뷰가 늦었는데 강풀 작가랑 배우들도 만났거든요. 또 개봉 결과도 궁금했고요.
김: 그럼 성적 나쁘면 인터뷰 안 하려고 그랬구나?(웃음).

하: 오늘 성적이 좋던데요. 40만 조금 넘었더라고요. 근데 <추격자>가 워낙 세서.
김: 집계 안 된 거까지 43만이에요. <추격자>는 워낙 1년에 한, 두 편 나오는 영화니까요.

하: 스코어 보니까 기분이 어떠세요?
김: 워낙 원작 자체가 사랑을 받았지만 우리 기대보다는 솔직히 못해요. 하지만 작년 한국영화 110편중에 그나마 본전 찾은 게 10편밖에 안되니까 우리는 (개봉 첫 주에) 무난하게 넘긴 거 같긴 하고 감사한 거죠.

하: 손익분기점은 150만 정도 인가요? 
김: 네. 그 정도 될 거 같아요. 사실 3월 달에 큰 작품이 없지만 <추격자>는 계속 잘 될 거 같고요. 사실 평론가들에게는 좋은 평을 못 들어서 아쉬워요. 리뷰를 보면 장애인에 대한 이야기 같이 작품의 본질적인 면을 건드리기보다 (원작과의) 퍼즐 맞추기, 숨은그림찾기처럼 왜곡이 되다 보니 조금 속상해요. 걱정도 많이 했어요. 관객들 또한 그렇게 본다면 자칫 잘못하면 10만도 안 드는 거 아니냐며. 그나마 다행입니다(웃음).

하: 하지원씨가 무대 인사를 열심히 돌았다는 기사도 봤어요. 또 차태현씨가 워낙 홍보는 열심히 하는 배우잖아요.
김: 자기가 열심히 할 수밖에 없어요. 왜냐하면 태현이 영화고 그리고 <엽기적인 그녀> 말고 <바보> 10번째 작품인데 그동안 많이 소진된 면이 있었죠. 저부터도 이미지상으로 나쁘지 않은데 비슷한 영화만 해온다는 식상함이 있었어요. 또 자기 스스로 위기라고 생각하고 이빨 꽉 깨물고 연기를 했어요. 기존과 다른 변신, 변화가 있어서 스스로도 만족하는 거 같아요. 또 관객들 만났을 때 영화 재미없으면 관객들은 그냥 나가버리거든요. 많이들 호응해 주니까 고무돼 있는 거 같긴 해요. 100명이 다 좋아할 수 없지만 10명 중에 8명 정도는 만족하는 거 같아요. 사실 <바보>라는 영화에 기대를 많이 안 한 거 같긴 해요. 개봉이 너무 늦어지고 <아파트>에 데인 관객들도 있고.

하: 10명 중에 8이면 포털 사이트에 관객 평점이랑 비슷하네요. 8.5 정도 나왔던데.
김: 그러게 좀 넘는데요(일동 웃음). (영화사 직원을 보며)우리 알바 쓴 거 아냐?

하: 요즘은 알바를 쓴다 하더라도 대세에 지장을 주지는 못하는 거 같아요. 재미있는 영화는 관객들이 먼저 알아보니까요. 그나저나 개봉이 늦어져서 속 많이 끓였죠? <바보>의 개봉 지연은 영화계의 미스터리였거든요.
김: 그렇죠, 뭐. 솔직하게 말하자면 돈이 없었던 거죠. 준비하던 영화가 있었는데 와이어투와이어란 제작사에서 ‘이런 만화가 있으니 한 번 봐 주십시오’라며 섭외가 왔어요. 처음엔 거절했는데 <바보>를 보면서 창피할 정도로 많이 울었어요. 또 전작인 <화성>이 전국 12만 정도에서 끝날 정도로 안 돼서 당시의 그 패닉 상태, 공허한 마음에서 보니까 배로 다가오더라고요. 그래서 감독이 내정되어 있느냐고 전화를 걸었어요. 유명한 감독을 포함해 몇몇 거론되고 있었는데 그 분들보다 제가 충분히 잘 하겠더라고요. 원작의 묘미나 맛도 잘 살릴 수 있겠다 싶어서 좀 매달렸죠. ‘나한테 달라, 잘 해 보겠다’

하: 그때 시나리오 초고는 완성된 상태였나요?
김: 다른 작가가 초고를 마무리한 상태였는데 결과가 그리 만족스럽진 않았어요.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였거든요. 그래서 솔직히 화가 많이 났죠. 원작은 남녀간의 멜로보다 가족이야기였는데…… 가장 큰 중심은 승룡이가 가장 소중한 동생한테 미움을 받으면서도 결국에는 끝까지 동생을 위하고 살았던 것인데 그런 느낌이 없는 거예요. 또 지호 경우도 승룡이와의 일을 겪고 힘을 얻어서 마지막에 피아노를 치는 거잖아요. 근데 초고에는 고모의 권유로 피아노 학원에 나가서 피아노를 치게 돼요. 그럼 이야기가 되겠냐 말이죠. 그래서 화가 나서 첫날 첫 미팅 자리에서 많이 싸웠어요. 술자리에서 작가와도 다투고 강풀은 옆에 취해있고. 강풀은 “형님이 알아서 하세요, 제 손은 떠났고 어차피 영화 만들 사람은 감독이니까”라고 했죠. 시간이 조금 흐른 뒤에 작가에게 제가 만화에서 느꼈던 걸 다 얘기 드린 뒤에 의기투합이 됐어요. 원작에 충실하자는 것이 기본 원칙이었어요.

하: 그래도 만화에서 지금까지의 시나리오가 나오기까지 우여곡절이 있었을 텐데요.
김: 반면 심지어 만화와 대사까지 똑같다는 말들이 있어요. 아니 강풀 그 분이 <괴물2> 시나리오까지 쓰는 분이잖아요(웃음). 다들 기대하는 상황인데다 단순히 만화가라고 할 수 없고. 또 만화 속 지인이나 반복되는 승룡이의 대사보다 더 좋은 게 있다면 누가 좀 제시해 줬으면 좋겠어요. 그것만 가지고 1년을 고민을 했어요. 저도 <동감>부터 남이 안 하는 것, 판타지 같은 거 좋아했거든요. 상투적인 거 누구보다 싫어하는 사람이고. <아파트> 안병기 감독 경우는 자기가 가지고 있는 욕심이 있었을 거예요. 사실 우리 회사도 원작을 산 게 있어요. <세 자매 탐정단>이라고 일본의 국민 작가가 쓴 작품인데 ‘고단샤’라는 출판사가 판권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일본 출판업계 1등 출판사인데 작가들 매니지먼트를 해요. 판권만 비싸게 파는 게 목적이 아니라 그 작가를 지키기 위해서 매니지먼트를 하는 거죠. 우리도 이제 소설이나 만화 원작을 토대로 한 영화나 드라마는 분명히 알고 그런 시스템부터 갖춰야 해요.

하: 간담회때 차태현씨가 DVD의 디렉터스 컷 얘기도 하던데 아쉬운 부분이 있을 법해요.
김: 분명 아쉬운 부분이 있죠. 상수와 희영이와의 관계들, 상수가 승룡이를 위해서 한 행돌을 찍어 놨는데 분명 감독 버전에는 넣어야죠. 원작에서 봤던 느낌들, 그러나 영화에서 보지 못했던 장면들을 넣으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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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얼마 전에 박희순 씨 인터뷰했었는데 큰 선물이 되겠는데요(웃음). 박희순씨 성격상 대 놓고 얘기도 못했을 거 같은데.
김: 불만이 많죠? 전화도 안 받던데요?(웃음) 그래도 이야기는 또 다 해요. 은근히 재미있는 사람이라.

하: 상수 부분이 분명 시나리오 상에 있었지만 편집에서 삭제했다면 나름 어떤 원칙이 있었을 텐데요.
김: 네, 그럼요. 일단 이 영화의 본질을 말씀드리면 어떻게 보면 장애인 이야기잖아요. <바보>도 강풀 작가도 얘기했다시피 리얼리티하고는 거리감이 있어요. 승룡이가 연탄가스를 마신 장애인이지만 그렇게 보지 않았고 강 작가도 그 얘기를 하더라고요. 다큐멘터리 같은 영화를 했으면 차태현이란 배우도 안 맞고 제가 연출 하지 않아도 됐을 거예요. 그런 시선은 일치했죠. 일단 팀 버튼의 <가위손>을 예로 들을 게요. 조니 뎁이 연기한 가위손 에드워드도 비정상적이고 외롭고 착한 사람인데 우연히 마을에 내려왔다 사람들의 오해 때문에 자기가 살던 외로운 성으로 다시 돌아가잖아요. 그래도 마을에서의 좋은 추억만 간직하고 미워하고 그러지 않고요. 또 눈을 내려주면서 세상에 빛과 따뜻함을 주잖아요. 우리 승룡이가 <가위손>의 에드워드처럼 보이면 어떨까. 격리시켜야 될 사람도 아니고 따뜻하고 순박해서 손해보고 살지만 승룡이의 진정성과 진실만큼은 영화를 보고 관객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하: 그래서 승룡이에게 더 집중을 했나요?
김: 참 좋은 이야기가 많아요. 희영이의 빨간 구두 이야기, 토성 할아버지도 없어서는 안 될 역할이고 상수도 크고요. 다 필요해서 찍어놨지만 재미가 없어서 편집한 건 아니에요. 부분 부분은 참 좋은데 이야기가 너무 분산되고 방대하다보니까 구심점이 없는 거예요. 편집 본을 다 보니 서너 편의 영화가 중구난방으로 엮인 것 같은 희한한 느낌이라 심각하게 회의를 했어요. “만화로는 재미있고 영화적인 모티브들이 좋아서 판권을 사 가는데 집으로 전화가 온다, 이걸 어떡하느냐면서”라는 말이 와 닿았죠. 원작에 충실해야 하는 건 맞지만 그렇다고 원작 그대로 갈 수는 없는 거니까요. 그래서 승룡이와 동생, 가족에 대한 사랑 쪽으로 결정을 한 거죠. 동생이 몰랐었던 오해들이 시간이 차츰 지나면서 와 닿는 걸로. 전 오빠, 동생 있는 사람들은 다 봤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절대 싸우지 않을 거예요(웃음). 

하: “아플 땐 바세린, 배고플 땐 토스트”란 대사는 <말아톤>의 초원이가 떠올랐어요. ‘바보’ 승룡이를 어떻게 그리느냐에 대한 수위 조절도 관건이었을 것 같은데요.
강: 캐릭터를 잡는데 있어서 차태현이란 배우가 갖는 이미지가 독이 될 수 있다고 느꼈고 고민을 많이 했어요. 영화의 성패는 이야기도 이야기지만 차태현에 달렸다 생각했죠. 다른 후보 분들도 물론 있었지만 역시 공격적인 배우들이 잘 해요. ‘내가 한 번 해봐야지’ 하는 배우들은 자세부터가 다르거든요. 크랭크인 전에 비슷한 모델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수도권에 있는 웬만한 요양원이나 복지시설을 다 찾아 다녔어요. 연탄가스 중독자도 많지 않고 더 격리를 시키길래 비슷한 사람들의 특징만 인터뷰를 찍어 왔죠. 차태현씨가 연기하는데 도움이 될까 싶어서. <말아톤>이나 <맨발의 기봉이>는 실제 모델이 있지만 우린 모델이 없으니까 연출자로서 가이드 해주기도 애매하잖아요. 그래서 차태현도 전적으로 원작에 의지했던 거 같아요. 전형적인 장애인을 연기하는 건 절대 아니라고 했으니까요. “감독님 저 영화 열 편하면서 제 대사만 외우고 상황에 대한 감을 잡고 했는데 이번 영화처럼 지문 하나하나를 읽어 보긴 처음이에요. 그 지문 안에 다 답이 있던데요?”라고 하더라고요. 외적인 부분은 더 리얼하게 갈 수 있었지만 너무 과해선 안 될 것 같았고요. 또 태현이가 가진 기본적인 베이스가 만화 속 승룡이처럼 귀여운 느낌이라 좋았죠.

하: 스크린으로 확인하니 만족스러운가요? 평자들도 차태현씨 연기에 대해서는 이견이 별로 없는 거 같던데.
김: 네, 변신한 모습에 대해 도와줘야 되고 응원도 해 주고요. 연출은 묻혀도 되요(웃음). 차태현이란 배우를 보면 굉장히 속상해요. 어찌 보면 여배우 서브만 해주는 것도 같고. 처음 만났을 때 진짜 영화배우 같지 않고 ‘무슨 사람이 이렇게 착하고 바보 같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기본적으로 배우는 ‘가오’도 좀 잡고 속 이야기도 잘 안 하고 그러는데 차태현은 안 그래요. 무슨 감독이 아니라 동네 형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 놀랬죠. 기본적으로 이런 배우들이 잘 됐으면 좋겠어요. 고만고만한 영화하다 잊혀져가고 일일드라마 하는 게 아니라. <바보>가 다들 차태현의 앞으로 10년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작품이 되어줬으면 좋겠어요.

하: 하지원씨 캐스팅은 아무래도 <동감>때의 인연이 작용하지 않았을까 궁금했어요.
김: 무시할 수 없죠. 지호 역을 맡겠다는 톱 배우들이 줄을 서 있었는데 사실 지원이는 (제가) 반신반의 했었어요. 분량도 적고 승룡이의 영화니까. 선뜻 하겠다고 해서 천군만마를 얻은 듯한 느낌이었죠. 지원이도 고맙지만 가장 고마운 건 박희순이란 배우에요. 승룡이가 살아야지 드라마가 사는데 비슷한 색깔의 배우가 상수 역할을 했다면 톤이 확 달라지고 봄나물 같이 화사한 영화가 나왔을 거예요. 우리는 힘을 주려 하지만 관객들이 보기에는 닭살 돋는. 박희순이 그 중심을 잘 잡아줘서 진짜 감사해요. 편집된 부분 때문에 서운한 부분도 있겠지만 소주 한잔 하면 풀릴 거라고 생각하고. 꼭 디렉티스 컷에서……(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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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고백을 하자면 안타까웠던 점이 상수 부분이었어요. 영화가 너무 착해진 것이 상수와 희영 부분이 조금 더 있었으면 공감대가 커졌을 거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김: 그냥 영화만 놓고 본다면 또 다를 거예요. 전 엔딩은 <빌리 엘리어트>가 최고라고 생각해요. 후반부 다 필요 없이 점핑하는 장면으로 끝나잖아요. 사실 저도 그러고 싶었어요. 사족 같은 부분 다 빼버리고 승룡이 신발 하나 딱 놓고 지인이가 한 번 미소 짓고 끝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하: 강풀 원작의 영화들이 앞으로도 줄을 섰는데 앞으로 메가폰을 잡을 감독들에게 이게 제일 어려웠다거나 하는 조언을 해 준다 면요.
김: 애매한 분량이요. 예를 들어 <식객>이나 <타짜> 같은 경우는 두 시간 안에 정리하면 되는 건데 <바보> 같은 경우는 네 시간짜리로 개봉을 해야 되요. 그런데 묘하게도 <아파트>나 <순정만화> 심지어 <26년>도 분량은 다 마찬가지더라고요. 다 잘 하겠죠. <26년>의 이해영 감독이나 <순정만화>의 류장하 감독 모두 기대하고 있어요. 강풀 얘기 들어봐도 시나리오가 잘 나왔다고 하더라고요. 결국 네티즌들이 강풀 작가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이야기’ 때문인 거 같아요. 그리고 강풀 작가가 묵직한 면이 있어요. 어디서 본 듯한 이야기 인거 같은데도 본질로 들어가면 심금을 울린다든가 나름 독특한 정서가. 제가 운 좋게도 장진 감독과 두 작품을 했는데 옆에서 지켜보며 대단한 이야기꾼이라고 생각 했었거든요. 장진 감독이 연출을 하거나 시나리오를 쓴 작품들이 사랑받는 이유가 독특한 이야기에 있다고 보고요. 강풀 원작 영화들이 인터넷에서 사랑받았던 것만큼 잘 됐으면 좋겠어요. 원작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요. 그 안에 분명히 정답이 있거든요.

하: 역시 본질적인 부분을 강조하시는 것 같네요. 좀 더 큰 얘기를 해 볼게요. <동감>으로 데뷔해 햇수로 9년차고 이제 세 편째인데 상당히 과작의 감독이에요.
김: 어떻게 보면 정말 게으른 거죠. 무슨 얘기인 줄 알겠고 게으른 걸로 보일 수 있어요. 그렇지만 상위 영화감독들 중에서도 몇 프로만 여유로워요. 입봉 당시만 해도저보다 월등히 뛰어난 분들도 많았는데 (지금은) 보이지 않는 분들이 태반이에요. 순제작비 평균이 30억에서 35억이고 100억대 영화가 만들어질 만큼 파이가 커졌어요. 감독이 그 상업적인 부분을 책임져야 돼요. 잘못되면 기회마저 박탈당하고 바로 그 다음날 실업자가 되는 거죠. 결국 시나리오의 문제인 거 같아요. 좋은 시나리오가 바탕이 되고 콘텐츠가 다양해 져야죠. 그리고 감독 지망생들도 내 시나리오로 입봉한다는 생각도 줄여야 돼요. 그러면 좋지만 기본적인 아이템은 감독이 만들되 상업영화들은 나름대로 체계화 시킬 필요가 있다고 봐요. 한해 만들어지는 110여 편이 다 시나리오 좋다고 시작하지만 결과를 보면 그 중에 본전은 열 편, 나머지는 다 손해. 그럼 투자자들은 다 멀어지죠. 결과적으로 그걸 감당하다 보면 헝그리해 지고 우리 주장을 당당하게 내세울 수도 없고요. 그런 상황에서 관람료 올려 달라고 하면 말이 안 되는 거죠. 관객들 만족도도 높아져 있으니 최소한 반타작은 해서 한국영화 재미있다는 얘기가 나오게 해야죠. 본의 아니게 저도 <동감> 끝나고 <화성>까지 3년, 또 <바보>까지 5년이 걸렸어요. 시장 상황 때문에 그런 거니 답답하긴 해요. 욕심 같아서는 임권택 감독님 1년에 네 편 찍었듯이 하고 싶긴 하지만 그렇다고 좋지 않은 시나리오가지고 찍을 순 없는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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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역시 시나리오의 힘이 중요한 거 같아요. 우리나라도 빨리 시나리오 작가들을 더 전문적으로 키우고 보수도 안정화시키고 해야 될 텐데요.
김: 그리고 좋은 시나리오를 볼 수 있는 눈을 키우는 것도 굉장히 중요해요. 팀 버튼이 요즘에 시나리오 안 쓰잖아요. 제임스 카메론, 스티븐 스필버그 보세요. 강제규 감독도 <태극기 휘날리며> 할 때 작가들 20명 불러다가 작업했는데 그 만큼 상업적 마인드를 갖춘 거죠. 장진 감독처럼 잘 하는 감독들은 또 잘 하면 되고요(웃음).

하: 세 편 연이어 멜로 장르를 연출했어요.
김: 감성의 문제인 거 같긴 한데 <바보>까지 해서 이제 조금 제 색깔이 보이는 거 같아요.  <동감>때 말도 안 되게 앞서간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탁월한 감각! 너무 부끄럽더라고요. 그래서 뛰어난가라는 반문도 많이 했고. 기자들은 너무 겸손하다고 하는데 어떻게 한 편 하고 감독의 색깔을 논할 수 있어요. 좀 창피하더라고요. 정서에 대해 얘기를 많이 해주는데 이제 좀 알겠어요. 그게 김정권만의 고유한 색깔이 될 수도 있을 거 같고 이제는 부끄럽지는 않은 거 같아요. 대한민국의 연출자로서 색깔 없는 감독이 제일 부끄러운 거잖아요. 사실 다른 장르 시나리오도 받아 봐요. 기본적으로 공포도 보고 액션 영화도 너무 좋아하고.  멜로가 눈에 들어오는 이유를 생각해 보면 올리비아 핫세가 나왔던 <로미오와 줄리엣>이 떠올라요.

하: 그래서 <동감> 때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는 장면을 넣으셨군요(웃음). 다음 작품도 멜로라고 들었어요.
김: 촬영은 다 마쳤고요. 제목이 <그 남자의 책, 198쪽>이에요. 소설가 윤성희씨의 단편이 원작이고 ‘이상문학상’ 추천작이죠. <화려한 휴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나현 작가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박은영 작가가 시나리오를 썼고요.

하: 나현 작가님은 요즘 너무 잘나가는데요.
김: 잘 나갈 줄 알고 같이 작업하자고 그랬어요(일동 웃음). 최고죠 뭐, 시나리오 작가 중에서. 작년에 600만, 올해 400만.

하: 주연을 맡은 이동욱 씨는 <아랑> <최강로맨스>도 잘 됐잖아요. 유진씨도 <못말리는 결혼>으로 안정적으로 데뷔했고.
김: 네. 영화 만드는 사람들이 말로는 배우 기근이다 하면서 결국에는 톱스타를 찾고 투자사들도 신인 발굴해야 된다고 한다면서도 신인들이면 투자를 안 해요. 환장하는 거죠. 제 PR 같지만 떳떳하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톱스타지만 <동감> 때 모두 신인급이었으니까. 톱스타라고 다 잘되는 것도 아니고. 특히 유진이란 배우는 가능성을 높게 봐요. 뮤지컬 <댄서의 순정>을 보러 간 적이 있는데 깜짝 놀랐어요. 가수 출신 배우들에 대한 안 좋은 선입견이 분명히 있잖아요. 유진이란 배우는 노력을 많이 하더라고요. 꾸준하게 자기 트레이닝 하고 연기자로서 노력을 하는 친구고. 그걸 제가 직접 봤고 그래서 캐스팅을 했죠.

하: 돌이켜 보면 <동감>은 시간, <화성>은 공간, <바보>는 캐릭터에 집중했어요. 이번엔 미스터리 멜로라고 했는데 어떤 변주가 있을지 궁금하네요.
김: 사랑 이야기로 시간에 대한 이야기도 했고요, <화성>은 공간에 대한 신비함이 있었죠. 그러다 보니 멜로가 뭐가 있을까 생각을 하다 미스터리 멜로에 끌렸어요. 전형적인 멜로는 많잖아요, 사랑하다 배신하고, 누가 죽고 불치병에 걸리고. 또 불치병 얘기는 저랑 안 맞는 거 같고(웃음). 이야기는 미스터리 멜로지만 굉장히 밝고 유쾌하게 시작해요. 두 주인공이 상처가 있어요. 유진이 맡은 도서관 사서 은수는 8년 동안 도서관 사서를 해서 무료함에 찌든 인물이에요. 이동욱씨가 맡은 준오는 자기가 잃고 싶은 기억만 잃어버리는 해리성 기억 상실증에 걸렸고요. 그런데 사고가 나기 전 손에 쥐고 있던, 사랑하던 여자가 쓴 ‘OOO책 198쪽을 봐, 그 속에 내가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라는 쪽지 하나를 들고 도서관에 찾아와요. 도서관에 한 번도 안 올 것 같은 남자를 은수가 지켜보면서 자기도 아프지만 자기보다 더 아픈 남자를 도와주고 치료하고 자기도 치유 받는 이야기죠.

하: 장진 감독과 처음 두 편을 함께 작업하다 이번엔 다른 작가와 작업했어요. 솔직히 어떤 차이가 있던가요. <동감> 때는 장진 감독의 시나리오에 대한 칭찬도 적지 않았는데요.
김: 저는 지금이 편해요. 주목 안받는 게 편해요. 솔직히 감독 김정권이 주목받지 않는 게 부담이 덜해요. <동감>도 아이템이나 구상도 제가 했는데 결국엔 장진 감독님이 주목을 많이 받아서 솔직히 기분이 좋진 않았죠. 근데 돌이켜 생각해 보면 별게 아니고 도리어 장진 감독님한테 고맙다고 했어요. 이제는 동지고 사석에서 만나면 친구고. 근데 이번에 또 강풀 작가한테 갈 수밖에 없어요. 상업적으로도 맞고요. <동감>의 김정권 해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요(웃음). 그러면서 우리는 2등하면서 언제한번 제대로 1등 한번 하는 거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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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참, 이 얘기는 제목으로 써야겠는데요?
김: 난 2등이 좋다?(웃음)

하: 개인적으로 <가위손> 얘기도 하셨지만 더 판타스틱한 작품을 만드셔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원래 ‘뽀샤시’한 화면도 잘 찍으시고.
김: 예쁘게 안 찍으면 가만 안 두니까(웃음). 참, 지원이 정말 예쁘게 나왔죠? 지원이가 무대인사 다니면서 굉장히 좋아해요. 자기가 봐도 예쁘니까요. 물론 자기가 보여줄 수 있는 게 많지 않은 역할이니까 지원이한테 해줄 수 있는 전부였죠. 예쁘게 만들어주자. 하지원 용 조명이 따로 있었죠(웃음). 그런 변화를 주고 싶어요. 단순히 장르의 크로스오버 차원이 아니라 ‘와, 우리나라도 이런 판타지도 가능 하구나’. 그런 시도들이 이곳저곳에서 보여서 솔직히 기분 좋아요. 나이를 한두 살 더 먹고 작품이 늘면서 어깨를 짓누르는 생각이 솔직히 나까지 사회적인 것들을 이야기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 심지어 광주, 사회의 슬픔, 아픔들은 이미 다 하고 있는데. 나 같이 2등하고 잘 안 보이는 놈이. 그렇다고 <미지왕> 같은 거 말고(일동 폭소). 그런 걸 구상하고 있고 기대를 한 번 해 주세요.

하: 네. 허진호 감독님이 멜로의 제왕이면서 슬픔과 아픔을 그린다면, 감독님은 밝은 면을 강조하는 멜로물에서 일가를 이루셨으면 좋겠네요.
김: 게임이 안 돼요, 너무 잘해. (허진호 감독은) 고향 전주 선배시고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감독님이에요. 개인적으로 만나도 친동생처럼 해주시고. <8월의 크리스마스>는 1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명작중의 명작이죠. 그런데 다른 거 없어요. 남이 하는 거 따라하는 거 보다 차라리 죽으려면 멋지게 죽는 게 나은 거 같아요(웃음). 제가 시나리오 잘 쓰는 감독도 아니니까 제 생각을 잘 옮겨줄 수 있는 작가님들하고 좋은 아이템 구상을 해 보고 싶어요. 또 의뢰가 들어오는 것들이 종전에 해왔던 것들이에요. 재미도 없고. 저도 이번에 <바보>를 통해 많이 느껴요. 요즘 관객들이 많이 바뀌고 있구나. <8월의 크리스마스> 컷이 조금 길고 나름의 여백, 정서, 여운을 주는데 그럼 요즘은 하품하고 중간에 나가버리니까. 이런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해야죠. 안일하게 ‘왜 내가 예술 하는데 관객들이 이해를 못 해줘’, ‘이 나라가 나랑 정서가 안 맞나?’ 이건 정말 바보 같은 생각인 거 같아요.

하: 다음 작품은 언제쯤 볼 수 있을까요?
김: 배급이 아직 안 정해졌어요(웃음). 아직 편집 중인데 이 정도면 되겠다 싶을 때  배급사 관계자 분들한테 보여드리고 배급 결정지어야죠. P&A 비용 때문에 걱정도 좀 되지만, 뭐 작품이 좋으면 개봉 못 하겠어요. 가을이나 겨울 정도에 개봉하면 좋을 거 같아요.

하: 그때까지 원작이랑 시나리오 다 읽어보고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김: 네. 언제 한번 소주 한잔 하죠?
하: 저야 언제라도 콜입니다. 다음엔 아예 취중토크로 인터뷰를 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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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하성태
사진 권영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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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태


<바보> 기자시사와 VIP시사가 있던 지난 15일, 용산 CGV 앞에서 잠시 만난 박희순은 특유의 너털웃음을 지어보였다. 개봉을 기다려마지 않던 작품이었건만 막상 편집이 된 영화를 보니 생각과는 달랐던 것. 하지만 영화배우의 운명이 ‘선택’과 ‘편집’에서 결정되지 않던가. 인터뷰를 다시 마주한 박희순은 “영화는 감독의 예술”임을 분명히 하며 미소를 잃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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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풀 원작의 <바보>는 사실 박희순의 얄궂은 운명의 한페이지를 장식하는 작품이다. <귀여궈><가족>의 깡패 이미지를 벗고, 아트영화 풍의 <러브토크> 다음으로 의욕적으로 참여한 작품이니 만큼 기대도 컸다. 하지만 2006년 <바보> 이후 출연한 <나의 친구, 그의 아내>마저 개봉이 연기되고 <세븐 데이즈>의 전신인 <목요일의 아이>마저 촬영이 지연되면서 한때 ‘대인피증’과 비슷한 증상을 겪어야만 했다.


하지만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하지 않던가. <세븐 데이즈>의 성열로 ‘완소배우’로 거듭나는 동시에 드라마 <얼렁뚱땅 흥신소>로는 마니아 팬까지 끌어모았다. 그리고 <바보> <나의 친구, 그의 아내>의 개봉 소식이 들려오는 동안, 차곡차곡 멋진 캐릭터가 살아 숨쉬는 시나리오를 받고 있는 상태다. 그럼에도 “이제 발견보다 활용을 해 달라”며 좋은 작품에 대한 열망을 숨기지 않는 박희순. 주연이든, 조연이든 가리지 않을 테지만 그럼에도 영화 인생에 있어 2008년은 분명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 만 같다. 이제 박희순은 아무도 가지 않았던 “미지의 세계”를 모험하고자 한다. 분명한 “나만의 색깔”을 가지고서.


하성태(이하 ‘하’) <헨젤과 그레텔>이후 2달 만이다. 인터뷰 너무 열심히 하는 거 아닌가. 영화는 잘 봤나?

박희순(이하 ‘박’) 하하하. 할 건 해야지. 뭐, 영화 얘기는 그날 VIP 시사회 날 만나서 하지 않았나(웃음).


하: 그럼 같이 토로를 해 볼까? 편집에 관한(웃음)? 원작이 워낙 인기였고 많이들 읽어서 그 질문이 안 나올 수가 없을 거다. 

박: 인터뷰 하면서 편집과 관련된 이야기는 안 하려고 했는데 기자들이 다들 물어봐서(웃음). <헨젤과 그레텔> 같이 했던 심은경 어머니랑 친한데 그날 보고 나서 조금 아쉽다더라. 그래서 뭐가요 물었더니 ‘그냥 그러고 말 사람이 아닌데’라고 하던데(웃음). 그래서 많이 잘렸어, 라고 얘기해줬다(웃음).


하: 시사회날 기자 간담회에서도 편집에 대해 당당히 밝혔는데.

박: 그날도 이야기 안 하려고 했는데 어떤 기자가 아쉬운 거 있냐고 물어 봐서 많이 잘렸다고 얘기한거다. 마지막 부분에 카페 사장(이기영)에게 칼 들고 뛰어가는 장면이 잘려서 아쉬웠다고 얘기한거지. 사실 말 해놓고 후회도 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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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원작은 상수의 분량이 상당하다. 촬영 횟수에 비해 신은 많이 살아 남은 건가? 자꾸 물어보면 안 될 거 같은 분위기다(웃음).

박: 많이 잘렸다는 것만 알아 달라(웃음). 카페 분량은 다 찍긴 찍었다. 찍을 때 보니 상수 분량은 느와르 분위기가 날 정도로 굉장히 어두웠다. 승룡이 부분은 너무 밝고. 그러니까 대비 효과가 있고 굉장히 독특한 영화가 나오겠다는 기대를 많이 했다. 하지만 만화가 원작이고 다양한 관객이 다 볼 수 있게끔 만들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그 당시 마음먹고 착한 영화를 찍은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픔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라 아픔 속에서 그 밝음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가 개인적인 화두였다.


하: 관객들 반응은 좋은 거 같더라. 기자 시사회에서 눈물도 많이 나왔고.

박: 평가도 좋고 흥행도 잘 되면 좋겠지만 보통 안 그렇더라고. 기자나 전문가들의 관점과 일반 대중의 관점이 다르니까. 세파에 찌들어서 위안받고 싶은 사람들도 많으니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거 같다.


하: 최근 쓴 리뷰도 사실 너무 착해서 조금 심심하다고 썼더니 ‘일반 시사 반응은 너무 좋던데요’라는 리플이 달렸더라.

박: 혹시 우리 홍보팀 아닐까(일동 웃음).


하: 아, 그럴 수도 있을까?(웃음) 원작은 언제 봤나.

박: 캐스팅 제의를 받고 시나리오를 읽기 전에 먼저 봤다. 다른 영화 시사회에서 어떤 분이 <바보>란 만화를 영화화하는데 그때 꼭 봤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우리 영화 프로듀서였다. ‘아, 이제 바보 역할도 나한테 들어오는구나(웃음). 드디어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구나.’ 극단 목화의 <백마강 달밤에>란 작품에서 바보 역할을 했었는데 그 소문을 들었구나 싶었지. ‘OK 왔구나.’ 그리고 만화를 봤는데 내가 할 역할이 아니더라. 상수 역할이었지. 센 연기를 많이 해서 따뜻한 영화를 하고 싶던 차에 이미지에서도 많이 벗어나지 않는 상업 영화를 접해본다는 생각이었다. 내용도 좋았고.


하: 원작을 읽어 본 관객들은 다 알 텐데, 상수 캐릭터 역할 자체는 너무 좋지 않나?

박: 너무 좋지. 상수 버전으로 다시 편집을……(웃음) 아쉬운 건 아쉬운 거지만 어차피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니까.


하: 원작자 강풀은 희순이 형이라고 부르던데.

박: 촬영장에서 몇 번 보고 그 다음에 못 봤는데 미니홈피로 쪽지가 왔다. 어떻게 지내냐고. 답장을 해주다 조금조금 친해졌는데(웃음), <세븐데이즈>를 보고 거품을 무는 쪽지가 왔다(웃음). ‘형, 그 동안 연기하고 싶어서 어떻게 참았어요?’ 그러면서. 그 전까지는 서로 존댓말을 했는데, 쪽지 보내다 보니까 말을 놓고 친해졌다. 또 차기작이 있는데 이름 끝 자가 ‘순’이고 내가 모델이래. 희순형 보고 쓴 거니까 만약 영화되면 같이 할 수도 있다고.


하: 혹시 <괴물2>인가?

박: <괴물2>는 캐릭터들이 다 20대 후반이라던데(웃음). 미리 못을 박더라(웃음).


하: 강풀씨랑 둘이서 쪽지 보내는 광경은 상상만 해도 웃긴다. 덩치도 크고 나이도 있는 두 분이(일동 웃음).

박: 그 사람 감수성은 작품에서 보듯 남다르지 않나. 현실에서도 굉장히 순수하고 착한 면이 있더라. 또 꼭 예쁜 와이프랑 같이 다니잖나. 자랑하려고 그러나?(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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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바보> 영화 속에서는 2년 전 모습이라 ‘샤방샤방’ 하던데? 카페 앞에서 지호(하지원)과 만나는 낮 장면도 그렇고.

박: 조명 기사님이 참 잘 찍어 준 거다(웃음). 개인적으로 하지원이 가장 예쁘게 나온 영화 중 한 편이 아닌가 싶다. 조명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썼다(웃음). 바보 태현이 마저도 살을 찌웠는데 예쁘게 보이잖나. 하물며 나까지 어려보이니까(웃음). 화면은 진짜 동화처럼 예쁘게 잘 나온 거 같다.


하: 김정권 감독의 전작 <동감><화성으로 간 사나이>도 예쁜 동화 같은 영화잖나. 하지원씨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출연작중 가장 예쁘게 나왔더라. 현장에서는 느낌은 어땠나?

박: 지원이는 방송에서 봤을 때 수수하면서도 밝고 당차지 않나. 평상시나 방송이나 비슷한 친구 같더라. 별로 붙는 신이 없음에도 친하게 대해주고 반갑게 맞아주니까 나도 편하고 웃게 되고. 카페 신에서는 금방 친해져 서로 웃겨 연기도 못하고 그랬다(웃음). 친해지면 웃음이 많아지는 스타일이다(웃음). 김윤진씨와도, 수애하고도 다들 끝날 때쯤 친해졌다.


하: <헨젤과 그래텔>의 아역배우들은 심지어 아무 말도 안 해서 겁을 먹였다는 말이 기억난다(일동 웃음). 승룡이 차태현과도 신이 꽤 됐는데.

박: 태현이는 오히려 반대다. 방송에서는 밝고 재미있잖나. 그래서 들이대겠구나 생각했다. 내가 못하니까 남이 들이대면 좋다. 후배도 깍듯한 친구보다 형 하면서 엉기는 친구가 더 좋고. 그래서 태현이하고 빨리 친해질 줄 알았는데 전혀 달랐다. 뚱하게 어슬렁어슬렁 거리고. 캐릭터에 젖어 있어서 씻지도 않고 땅바닥에 막 앉아 있고. ‘형 왔어요?’ 이러면서 멍하게 있어서 날 싫어하나 싶었다. 원래 성격이 그러더라고. 느리고 별로 말수도 없고. 근데 그게 좋더라. 배역에 빠져서 멍하게 있는 것이 진짜 바보 같더라(웃음).


하: 상수는 조폭은 아니지만 어둠의 세계에 속한 인물이다. 당시 <귀여워><가족> 등으로 각인된 터라 망설여기지도 했을 거 같은데.

박: 직접적으로 깡패는 아니고 불법 지배인 정도인데 몰려다니며 주먹질을 하지는 않는다. 자신의 어두운 모습에 힘들어하고 벗어나려 하지만 용기는 없고. 그런 내면을 가진 인물이라 깡패와 비슷하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


하: 원작에서는 심리적인 변화가 매력적으로 그려지지 않나. 영화에서는 그 심리과정이 많이 생략됐다.

박: 많이 아쉬웠지. 개봉 직전 편집본은 칼 들고 사장을 찾아가는 장면이 살아있었다. 마지막만 있으면 됐다 싶었다. 첫 상업영화고 그 분위기만 냈으면 아쉽지만 넘어간다고 생각했다. 캐릭터를 볼 때 잽이 빠지면 스트레이트가 너무 공허하잖나. 어두운 면에서 밝은 면으로 넘어가는 내면의 심리가 삭제가 되고, 바보의 절친한 친구라는 겉모습만 부각되니 속이 상할 수밖에. 그리고 희영(박그리나)와의 로맨스도 있고, 지호에게 첫 눈에 반하는 설정도 내가 한거다. 지호(하지원) 쪽으로 갈려다가 마지막에 이제 그리나를 챙겨주는, 나름대로 만화를 토대로 설정을 많이 했다. 촬영 때는 감독님이 ‘이런 걸 가져오다니’라면서 좋아했다. ‘뛰어나십니다’ 그러면서(웃음). 소소한 만화지만 인물의 풀어나가는 작업은 굉장히 재미있게 했다. 이게 12세도 있고 남녀노소가 다 즐겨야 되고 여러 가지 문제로 단순화 된 거지(웃음). 나 하나쯤 희생한다면야(웃음).


하: 강풀씨가 예전에는 동네에 바보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사회에서 수용을 하고 있는 게 올바른 건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그런 바보에 대한 경험이 있나?

하: 중학교 때 우리 반에 조금 그런 친구가 있었는데 별로 신경은 안 썼다. 그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집안이 어려울 때였는데 빚쟁이 들이 우리 반으로 쳐들어왔어요. 난리 치는 정도는 아니고 집이 어디냐고 묻는 수준이었는데 창피해서 다 이야기해버렸지. 근데 그 장면을 그 바보가 다 지켜본 거다. 바보가 바보가 아니더라고. 그걸 가르쳐 주면 어떡하느냐고, 큰일 났다고(일동 웃음). 그래서 연극 할 때 그 친구를 모티브로 해서 바보 역할을 한 적이 있다.


하: 그 <백마강 달밤에>?

박: 그 때도 오태석 선생님이 동네 바보 역할을 맡기며 대사도 안 주는 거다. 동선도 안 짜주고. 그걸 어떻게 하나, 처음엔 연기하기도 창피했다. 선생님이 바보들은 ‘어버버’ 하지만 한마디 하기위해 온 몸에 힘을 주고 정성스럽게 말한다더라. 그걸 연기하기 위해서 한 두 시간 연습하면 온 몸이 마비가 올 정도였다. 거의 (<오아시스>의) 문소리씨처럼. 나중 되니 하나씩 애드립이 생겼다. 동선을 파악하면서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우리 반의 그 친구처럼 명확한 얘기를 해 주는 거다. 그럼 관객들이 막 웃고(웃음). 그때 무당이 굿을 하면 사람들이 아무 말도 못하는 설정이었는데 바보인 내가 똑바로 한마디씩 한 거다. 반응이 굉장히 좋고 역할이 갈수록 커져서 마지막엔 무당을 따라 저승세계까지 갔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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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연극 얘기는 정말 무궁무진하겠다. 개인적으로 <바보> 같은 착한 영화 좋아하나?

박: <인생은 아름다워> 같은 작품은 좋아하지. 이번 영화 같은 경우 착함과 속에서 디테일을 찾으려고 노력했고 구체적이고 복합적인 인물을 만들고 싶었다. 다양한 작품이고 캐릭터라면, 그리고 당시 마음이 꽂히면 분명히 할 수 있다. 3류 코미디만 아니면(웃음).


하: <바보>도 우여곡절 끝에 빛을 보지 않나. 그러니까 잘되야지. 개봉을 준비 중인 <나의 친구, 그의 아내>도 그런 작품이니까. 그 영화 개봉 즈음에 또 기사가 쏟아지겠다.

박: 맞다. 베드신도 있고(웃음). 착하기도 하지만 세기도 세고, 독특한 작품이다. 상반기에는 개봉하지 않을까 싶다.


하: 베를린을 비롯해서 해외영화제에는 굉장히 많이 갔는데 상을 못 받아서 아쉽다. 그 작품에서 장현성과 함께 연기한 두 주인공은 성격도 다르고 출신 성분도 다르다. 그런데 박희순은 착하고 순수한 재문을 연기했다. 왜 하필 착하고 순수한 역할을 택했나. 신동일 감독은 반대편의 ‘386’ 외환 딜러 예준을 맡겨도 잘 할 거라 생각했다는데.

박: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지금 어떤 작품에서 어떤 걸 하고 있느냐가 토대가 되어주니까. 만약 바로 직전 굉장히 센 악역을 했으면 순화된 걸 하고 싶다는 차이? 일단 내가 질리지 않아야 되고 그때 심정에 맞아 떨어져야겠지.


하: <추격자>가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추격자>의 김윤석, <세븐 데이즈> 박희순을 비교하는 기사도 있더라. 앞으로 비교도 많이 될 텐데 김윤석이란 배우를 어떻게 생각하나?

박: 글쎄. 윤석이 형의 우직함 속의 날카로움이 굉장히 매력 있다. 다른 배우가 강호형과 최민식이 형님을 믹스한거 같다고 했는데 공감한다. 그 분의 카리스마와 달리 밝은 때는 또 굉장히 다르니까. 우리 영화계 연기파 배우들의 계보에 입성을 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아직 멀었다. 이제 발견이 됐는데, 뭐(웃음).


하: 나한테 하는 얘기 같다(웃음). 저번 인터뷰 헤드란인이 “쑥스럽지만 단연코 올해의 발견”이라 미안하다. 

박: <바보> 인터뷰하면서도 ‘발견’ 얘기가 또 나오더라고. 그래서 그랬다. 그만 발견하고 활용 좀 해 달라고. 그러니까 다른 노선을 겪고 싶은 게 있다. 독특한 노선을. 지금 작품을 선택하는 지점도 그렇고 기존에 안 해왔던 거, 나나 다른 배우나 모두 안 해왔던 미지의 세계를 모험하고 싶다. 그 분들의 탄탄한 연기는 본 받아야하지만 나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을 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한다.


하: 김윤석은 묵직함 속에 섬세함을 보일 때 좋은 연기라는 느낌이 든다. 반면 박희순은 섬세함이 떠오른다. 물론 <세븐 데이즈>는 남자다운 역할이었고. 그런 조절을 잘 한다는 생각이 드는데.

박: 그러니까 마음속으론 이번에 악역을 했으니까 안 해야지 하면서도 매력적인 악역을 보면 또 끌린다(웃음). 이번에 들어온 시나리오 중 한국 영화에서 보지 못한 악역 캐릭터도 있는데, 지금 생각은 서민적인 캐릭터가 하고 싶을 때거든. 아직 결정은 안 했는데 ‘아, 이거 아까운데?’, ‘나중에 하면 안 되나?’ 그런 생각이 있는 거지(웃음).


하: 한겨레의 소설가 정이현 칼럼을 보니 제목이 ‘박희순 같은 남자친구’ 더라.

박: ‘박희순 같은’이 아니라 ‘성열’ 같은 남자친구 일거다.


하: 왜 이야기를 꺼냈냐면 요즘 여성 팬들 많지 않나? 여성들에게 ‘호감’으로 급부상했다.

박: 실제로 그런 거 같다. 근데 가끔 등치가 산만한 남자들이 팬입니다, 이럴 때도 반갑다.


하: 같은 소속사 후배이자 박희순을 ‘사랑한다’고 자처하는 박그리나는 <연애의 목적>때 8kg을 찌웠다고 하소연하더라. 아직 몸을 크게 불려야 하는 연기를 해 본적은 없다.

박: 아니, <남극일기> 때 모든 배우가 다 살을 찌웠다. 왜냐하면 실제로도 탐험하기 전 살을 찌운다더라. 그래서 초반에는 살을 찌웠는데, 또 뉴질랜드 가서 산에 오르는 뒷부분에서는 살을 빼자고 하더라고. 다들 밥 안 먹고 뛰고 그랬는데 옷 두껍게 입고 고글 쓰니까 티가 하나도 안 나더라(웃음). 남들은 모르는데 나만 아는 거다. 


하: 가장 힘들었던 영화는 역시나 <남극일기>다?

박: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 하면 <남극 일기>다. 9개월 동안 주구장창……(웃음)


하: 어떻게 임필성 감독은 잘 지내나? <헨젤과 그레텔>이 (흥행이) 잘 안 됐다.

박: 내일 DVD 코멘터리 따러 간다. <세븐 데이즈>는 저번 주에 했고. 꼭 두 영화가 같이 간다. 촬영도 그랬는데. 아쉽다. 그것도 등급 낮추려고 내 장면을 많이 자른 거 아닌가(웃음). 칼 들고 아무것도 안 했는데(웃음).


하: (웃음) 요즘 너무 홍보만 해서 몸이 근질근질 하지 않나?

박: 근질근질하고 죽겠다. 11월 말에 <얼렁뚱땅 흥신소> 끝나고 쉬다가 올 초에는 연극을 한 편 하려 했는데 영화가 안 정해지니까. 어떤 좋은 감독이 갑자기 나올지 모르는데 항시 기다려야지(웃음). 영화판이 어려운 게 상반기에 크랭크인도 별로 없고 다 하반기고 5월이다. 촬영 들어가도 5월이 될 거 같다. 솔직히 기다리기 힘들다(웃음).


하: 들어오는 시나리오도 분명 스펙트럼이 넓어졌을 거 같다.

박: 과도기인 거다. 윤석 형님이 <타짜> 이후 <추격자>로 완전히 자리를 잡았듯 나도 비슷한 수순을 밟아야 할 거 같긴 한데 운이 따라줘야지. 그런 쪽으로 흘러가고 있긴 한거 같고 선택하는 작품들도 그렇고. 악역도 내가 하면 진짜 잘 할 수 있는 작품도 있다. 그런 수순을 밝기 위해 조금은 계획적으로 눈을 돌리게 되더라.


하: 작품을 책임지는 주연과 매력적인 악역사이에서 고민한다고?

박: 단순하게 얘기하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여자와 아이가 주인공인데 남자는 안 보여도 굉장히 존재감 있는 작품도 있다. 좋은 작품이면 다 눈이 가기는 한다. 그런데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앞으로의 진로에 큰 영향을 미칠 거 같으니 신중한 거다.


하: 이전에는 일방적으로 선택받아야 했다면 선택지의 폭은 넓어진 거 같다.

박: 그렇다고 할 수 있다. 근데 그게 즐거워서 ‘와, 왔어’ 그런 게 아니라 ‘휴, 걱정이야 걱정’ 이런 거다. 잘되든 못되든 항상 스트레스는 있고 걱정은 있는 거다. 개봉만 하더라도 언제개봉하나 했는데 막상 개봉하니까 짐을 하나 덜은 거 같고(웃음).


하: 요즘 영화는 좀 봤나, 뭐가 재미있었나. 배우는 누구 좋아하나.

박: 요즘에 <스위니 토드> 봤다. 팀 버튼, 조니 뎁을 참 좋아한다. 에드워드 노튼이랑 <아메리칸 사이코>에 나왔던 크리스찬 베일도 좋아하고.


하: 역시나 성격 좀 있는 배우들을 좋아한다(웃음). <아메리칸 사이코>도 그렇고.

박: 그럼. 악역이라면, 또 그 정도는 되어야지. 또 주연이 악역인 영화는 없지 않았나. 예를 들면 <케이프 피어> 같은 영화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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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돌발질문이다. 아까 얘기한 정이현은 <세븐 데이즈>에서 다정다감까지는 아니지만 남자다우면서 챙겨주는 면을 좋게 본 거 같다. <세븐 데이즈>에서 원래 로맨스는 없었지 않나?

박: 있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좋아했다 한마디. 그것만 뺐고 빼길 잘 한거 같다. 우정을 빙자한 사랑고백은 성공률이 낮다(웃음). 그때는 사랑 고백 보다 ‘나를 믿어 달라’, ‘네 딸 찾는데 도와줄게’였으니까. 성열은 또 유머가 있다. 무뚝뚝하면 재미없었겠지.


하: 그럼 평소 성격은 어떤가. 여자들이나 후배들은 잘 챙겨주는 성격인가?

박: 소속사 후배들이야 5년이나 있었으니 사적으로도 연락하고 친하게 지낸다. 평소에는 대놓고는 못하고 조용히 챙겨주는 스타일이지.


하: 아깐 말한 염두에 둔 시나리오는 코미디인 건가?

박: 코믹한 요소도 있고 삶의 애환도 있고. 내 이름 걸고 처음으로 하는 영화가 될지도 모르고(웃음). 아직 결정된 건 아무것도 없다.


하: 기왕이면 주연을 해라. 개인적인 바람이다(웃음). <나의 친구, 그의 아내> 개봉하면 꼭 다시 인터뷰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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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3.05 00:47



작가들이 뽑은 ‘올해의 발견’이라지만 사실 박희순은 준비된 배우다. 극단 ‘목화’에서 12년 간 잔뼈가 굵은 대표 선수였으며 <보스상륙작전>, <가족>, <귀여워>로 3연타 속 조폭을 연기하며 강한 인상을 남긴 것이 벌써 수년 전 일. 하지만 <세븐 데이즈>의 비리 형사 ‘성열’로 관객에게 각인되기 까지 인고의 시간을 거쳐야 했다.

어찌 보면 박희순은 불운의 배우다. 전혀 다른 연기를 야심차게 선보인 <남극일기>와 <러브토크>가 흥행에 실패하면서 관객들과의 접점을 잃는가 싶더니, 소통을 위해 대중성을 염두에 둔 <바보>, 신동일 감독의 두 번째 작품 <나의 친구, 그의 아내>가 연이어 개봉이 연기되면서 2006년과 2007년을 허공에 날려버리는 듯 했다. 하지만 인간사 새옹지마라 했던가. 시나리오와 감독, 주연배우가 모두 교체되면서도 살아남아 기다린 <세븐 데이즈>가 평단과 대중들의 호응을 얻으며 ‘월드스타’ 김윤진에 버금가는 인상적인 연기로 각인되기에 이르렀다.

무엇보다 우리가 박희순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그의 작품을 고르는 고집이다. 비슷한 역할을 마다하는 것이야 여느 배우들의 목표와 다를 것이 없지만 그가 연기하면 조폭과 같은 악역도 인간의 숨결을 부여받는다. 평범한 소시민에서부터 소름끼치는 유괴범까지 언제나 현실감을 바탕으로 선 굵은 연기를 선보이고 있는 박희순. 임필성 감독과의 두 번째 작업인 <헨젤과 그레텔>에서도 소름 돋는 연기력으로 ‘잔혹동화’의 ‘잔혹’ 파트를 책임지고 있다. 고집스럽게 진정성 어린 작업을 계속해나가고 있는 그는 분명 2007년이 배출해 낸, 숨겨놓은 패가 무궁무진한 영화판의 ‘타짜’다.


 



 


하성태(이하 “하”): <러브토크> 이후 2년 만에 다시 만나네요. 먼저 <세븐 데이즈> 200만 돌파 축하해요.. 요즘 여기저기 축하 전화 많이 받겠어요.


박희순(이하 “박”): 전화 오는 건 좋은데 술을 너무 마셔서요(웃음).



하: 요즘 이틀에 한 번 꼴로 술자리가 있다고 들었어요(웃음). 이제 개그맨 박휘순과 헷갈리는 사람들은 많이 줄었겠는데요. 인지도가 올라간 건 실감하나요?


박: 헷갈리는 사람 아직도 많은데요, 뭐(웃음). 인지도요?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하: 길거리 지나다니면 많이 알아봐주지 않나요? 하긴 <세븐 데이즈>에서의 성열과 일상적인 모습과는 또 다르니까요. 지금도 안경 쓰고 있으니 <러브토크> 때 지석같이 조용한 느낌인데요.


박: 아직은 많이 못 알아봐요. 모자 안 쓰고 안경만 써도 못 알아보는 걸요. 몇 일전에 극장에서 <세븐데이즈>를 마지막으로 봤는데 그때도 아무도 못 알아보더라고요(웃음).



하: 축하할 일이 또 하나 생겼어요. 시나리오 작가들이 뽑은 ‘올해의 발견’ 부문에 선정됐어요.


박: 그 작가들 중에 드라마 <얼렁뚱땅 흥신소> 작가도 있고 연극할 때 만났던 작가도 있어요. 다 측근들이 뽑아줘서 그럴 거예요(웃음).



하: 발견이란 단어는 좀 쑥스럽지 않나요? 전작들이 일찍 개봉만 됐다면 양상이 달라졌을 텐데요.


박: 좀 그렇긴 해요. 그래도 늦게나마 발견해 주셔서 감사하죠(웃음).



하: 시나리오는 많이 들어와요? 이제 깡패 역할은 안 들어올 것 같은데요.


박: 옛날보다는 좀 덜하긴 하죠. 웃긴 게 이제 형사 역할만 들어 오네요(일동 웃음).



하: 영화판이 어찌나 획일적인지요(웃음). 형사 영화도 많겠다, 대한민국 형사 캐릭터는 다 들어오겠어요.


박: 또 그렇진 않아요. <세븐 데이즈> 때 이미지가 있으니까요. 술 먹느라 시나리오도 아직 다 보지 못했어요(웃음).



하: <헨젤과 그레텔> 이야기부터 풀어보죠. 왜 또 이렇게 극악무도한 역할을 맡았나요.


박: 글쎄(웃음). 악역이라고 무조건 안 한다는 생각은 없고 (변집사가) 매력 있는 역할이에요.



하: 영화를 보니 왜 수락했는지는 이해가 가던데요. 그래도 <세븐데이즈>로 한참 호감 캐릭터가 됐는데 다시 악역 이미지로 되돌아가지 않을까 걱정이 되더라고요.


박: 하하, 글쎄. 근데 <세븐데이즈> 보다 먼저 개봉이 됐으면 작품 속 인물로 봤을 텐데 이제 좀 알려졌기 때문에 ‘어, 박희순이 연기하네’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장점일 수도 단점일 수도 있는 거 겠죠.



하: 어쨌건 <가족>의 조폭과는 다른 악역이라 다행이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무래도 <남극일기>때 인연으로 출연하게 된 건가요? 임 감독님은 어찌 그리 어려운 역할만 맡기는지 몰라요.


박: 임필성 감독은 꼭 막판에 절 캐스팅해요(웃음). 다른 역할 다 캐스팅하고 시나리오 다 돌린 후에. 그래도 친한 감독 중 제 다른 점을 발견해 주는 감독이라 참 고마워요.



하: <남극일기> 때랑 비교하면 육체적으로는 아무래도 좀 쉬웠겠어요.


박: 편하게 연기하다 클라이맥스 부분에 굉장히 힘들었죠. 에너지와 집중력을 요하는 신에서 아이들하고 붙다보니까 더 성심성의껏 하지 않으면 아이들의 집중력이 깨지니까요. 보통 때는 제 컷에 최선을 다하고 상대방 컷에는 에너지를 아끼는데 아역배우들은 다 백지 같은 친구들이라 그럴 수 없었어요.



하: 감독님이 아무래도 아역과의 연기를 더 신경 쓰라고 하던가요?


박: 노는 꼴을 못 보죠(웃음). 어린친구들이라고 해서 봐주는 거 전혀 없고 똑같았어요. 워낙 그 친구들이 잘 하니까요.



하: 라스트엔 눈물이 핑 돌 정도로 아역들 연기가 좋았어요. 그래도 악역인데 시나리오 처음 받아 들었을 때 망설여지지 않았나요?


박: 음... 그 당시가 <세븐 데이즈>가 다시 들어간다는 이야기가 나올 때였고 또 악역이 많이 들어 왔었을 때에요. <남극일기>나 <러브토크>가 흥행이 잘 안 돼서 여전히 악역이미지가 셌거든요. 근데 깡패든지 악역이든지 새롭게 도전할 수 있는 정도의 악역이라면 굳이 마다할 필요가 없는데 천편일률적이고 전형적인, 좋은 놈이 돋보이기 위한 나쁜 놈이 자꾸 보이니까 재미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안 한다고 했는데 <헨젤과 그래텔>은 1인 2역이기도 했고 나이보다 위의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장점도 있었어요. 대신 <세븐 데이즈>와 촬영이 겹치지 않게 해 달라는 단서를 달았죠. 근데 흔쾌히 조절할 수 있다고 해서 두 편을 동시에 찍었어요.



하: 외적인 부분도 많이 신경을 쓴 것 같아요. 머리도 희끗희끗하고 안경도 그렇고 나이가 더 들어 보여요.


박: 외형적인 부분에서 좀 더 이국적이고 기존에 볼 수 없었던 느낌을 갖자고 했어요. 세트나 미술도 그렇고요. 변희봉 선생처럼 나이든 배우를 쓸 수 있는데 굳이 절 쓴 이유가 조금 더 이국적이고 동화적인 느낌을 주기 위한 것 같더라고요.



하: 발성 자체도 초반엔 연극적이었다가 후반부에야 리얼리티를 살렸다는 느낌이 들던데요. ‘우리 천사들’ 이런 대사는 앙드레 김 선생이 떠오를 정도였어요(웃음).


박: 맞아요. 정체를 숨겨야 하는 설정이라 초반에는 좀 숨기는 듯한 느낌이 필요했죠. 초반에는 좀 더 여성적으로 갈까 생각도 하고 리딩 할 때도 여러 가지 생각들이 있었는데 결국 그 쪽으로 가닥을 잡은 거에요.



하: 인물 해석은 임필성 감독이 생각한 이미지와 차이가 좀 있었나요? 두 번째 작업한 임 감독과의 호흡은 어땠나 궁금해요.


박: 임필성 감독이 제시한 모델은 <달빛 사냥꾼>이란 외화에 나오는 멋있고 찬송가 흥얼거리는 목사였어요. 전 또 제 나름의 ‘가오’가 있으니까 그건 따라 할 수 없었죠. 그래서 전 더 꼬았고 감독은 노멀한 것이 더 무서울 수 있다고 해서 둘이 접점을 찾은 거에요. 그만큼 서로에 대한 장단점을 알고 있으니까 충돌이 거의 없었어요. 서로의 마음을 아니까 몇 마디로 정리가 다 되더라고요. 제가 장준환 감독과 친구인데 임필성 감독이 저 보고 형이라 불러요. 한 번은 ‘형! 준환이 형은 형 안 쓰잖아. 날 더 좋아해줘’ 그러더라고요(웃음).



하: 그러게 <타짜2>에 ‘아귀’ 버금가는 역할로 합류해야 될 텐데요(웃음). 처음 설정부터 1인 2역이었던 건가요? 후반부 플래쉬백 부분은 얼굴이 안 나온 것이 다행일 정도에요(웃음). 개인적으론 박희순이란 배우가 걱정돼서 몰입이 잘 안됐어요. 이 영화 대박 나도 박희순은 또 악역 이미지로 굳어지는 게 아닌가 싶어서요.


박: 하하. 다들 보고나오면서 ‘나쁜 어른이다’, ‘이 변태야’ 그러던데요. 오히려 입만 보이고 (얼굴이) 좀 덜 보인 것이 다행인 것 같아요(웃음). 김지용 촬영 감독이 실루엣만 잡아 준 게 큰 도움이 됐고요. 치아도 끼는 걸로 새로 해 넣은 거에요.



하: 기존 캐릭터는 리얼리티가 돋보였는데 이번 작품은 나름 판타스틱한 분위기임에도 잘 어울렸어요. 촬영장을 오가면서 인물이 섞였을 텐데 연기할 때 힘들지는 않았나요?


박: 오히려 그래서 더 편했어요. 비슷하면 어떻게 다르게 연기할까 고민을 했을 텐데 완전히 달랐으니까. <세븐 데이즈>는 촬영 자체가 엄청 빠른 열탕이었다면 <헨젤과 그레텔>은 차분하게 누르는 냉탕이었다고 할까요?



하: 개인적으론 어떤 스타일이 연기하기 편했나요?


박: <세븐 데이즈>는 템포가 TV드라마보다 빨랐어요. 카메라도 두, 세대였고. 반면 <헨젤과 그레텔>은 너무 세심하고 꼼꼼하고 하나에 목숨을 거는 쪽이었죠. 연이어 찍었다면 답답했을 수도 있었을 텐데 두 작품 같이 가니까 오히려 나를 다스리는 계기가 되어줬다고 할까요.




하: 아역배우와 제대로 호흡 맞춘 건 영화에서는 처음이었죠?


박: 이렇게 계속 붙어서 연기한 건 <가족> 때 박지빈 군 외에 처음이에요. 근데 세 친구가 다 달라요. (만복 역의) 원재 같은 경우 릴랙스하게 놀고 있다가 슛 들어가면 집중하는 스타일이에요. (영희 역의) 은경이는 진짜 백지 같은 친구죠. 진짜 주는 만큼만 받아서 세게 주면 반응만큼만 오고 약하면 약한 데로 오니까 그 재미가 있었어요. 그리고 (정순 역의) 진지희가 여우에요, 연기에 대해 서로 논의할 정도로. ‘지희야 여기서 난 이렇게 할 건데 넌 언제 대사 칠거야?’라고 하면 ‘전 두 호흡 이따 칠거니까요 세 호흡 있다 해 주세요’라고 받아 치고. 별명이 ‘진여사’ 일 정도였어요.



하: 스탭들에게는 귀여움을 넘어 무서운 존재였겠어요(웃음). 천정명과의 호흡은 어땠나요?


박: 정명이는 촬영하면서 ‘나른한 릴랙스’라고 불렸어요. 연기에 전혀 긴장이 없잖아요. 나른하지만 그 만의 매력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하: 천정명이란 배우는 확실히 자신만의 매력을 찾아가는 것 같아요.


박: 자기만의 연기가 이제 구축이 된 것 같더라고요. 아, 하나 덧붙이면 제가 아이들을 너무 좋아하고 예뻐해요. 근데 나쁜 놈 역할이니까 친해지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뻐하고 장난치면 막상 촬영 들어가서 웃음 나오고 집중을 못할 것 같아서. 그래서 처음 두 달은 말도 안했죠. 그랬더니 그 친구들도 절 무서워해요. 저만 혼자 꾹 참았는데 막판 가니까 그 친구들 집중력이 얼마나 좋던지(웃음). 그래서 까불어도 되겠다 싶었죠.



하: 혹시 자녀분이?


박: 저, 아직 결혼 못 했습니다. 여자 친구도 없어요.



하: (급 당황 모드) 아, 제가 왜 잘못 기억하고 있었는지 몰라요. 이런 큰 실수를. 왜 여자 친구가 없을까요? 이제 <세븐 데이즈>로 소위 떴는데 말이죠. 좋은 분 소개시켜 드려야겠어요.


박: 뜨긴 뭘 떠요(웃음).



하: 이제 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죠. <세븐 데이즈>는 배우 박희순 개인적으로 볼 때 관객 수가 아니더라도 어떤 분기점이 되어주는 ‘내 인생의 영화’가 될 것 같아요.


박: 맞아요. 알려지고 그런 의미보다는 지금까지 우울하고 무거운 캐릭터를 많이 했는데 박희순이 이런 면도 있다는 걸 보여준 계기가 된 점이 가장 크죠.



하: 필모그래피가 차곡차곡 쌓여가는 중인데 참 다양한 영화를 찍었어요. 감독과 시나리오도 그렇고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배우 박희순이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뭘까요?


박: 삼박자가 다 맞아야겠죠. 작품이나 감독이나 배역까지요. 솔직히 말하면 선택의 폭이 그렇게 넓지 않았기 때문에 그 안에서 선택한 것이 커요. 작품과 배우가 만나는 것 자체가 운이라고 생각해요. 다양한 장르는 접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고. 작품을 고르는데 고집이 있는 편이고 비슷한 역할은 배제하는 스타일이라 다양하게 한 것 같아요 앞으로도 그래야죠.



하: 박희순이 나온 영화를 모두 봤지만 고집이 조금 있는 것 같아 보이진 않던걸요?


박: (웃음) <바보>란 작품이 아직 개봉을 안 했지만 그때부터 너무 어두운 것 말고 상업적인 것도 가 보자는 생각을 했어요. 근데 이게 딱 멈추는 바람에(웃음).



하: 말이 나와서 그런데 <바보>는 영화계 미스터리에요. 차태현, 하지원에 <동감>의 김정권 감독이고 원작이 강풀인데 왜 개봉을 못하느냐는 거죠.


박: 제작사 차원의 문제가 있었긴 해요. 그래도 3월에 개봉한다는 것 같던데요.



하: 신동일 감독의 <나의 친구, 그의 아내>도 2006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봤어요. 어찌 보면 불운의 배우기도 해요. 연달아 두 작품이나 관객들과 만나지 못했으니까요.


박: 그 작품도 언젠가는 개봉하겠죠, 단관 개봉으로라도. 그 역할이 간만에 착한 역할이었는데(웃음). 처음에 상대 배우인 장현성씨 역할 두 가지 모두 제의가 왔는데 감독님이 술 한 잔 하면서 ‘굉장히 세게 봤는데 실제로 보니 아니다’라고 하더니 역할이 결정됐어요



하: 자, <세븐 데이즈>로 돌아가보죠. 성열은 시나리오와 본인이 직접 만든 것이 좀 차이가 있었나요?


박: 말이 조금 와전된 면이 있어요. 애드립은 그렇게 많이 없었고 거의 다 감독님이 쓴 거였어요. 대본에 없는 건 감독님이 현장에서 써 준 걸 제가 플러스하면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를 협의한거고요.



하: 와전된 건 뭔가요?


박: ‘박희순이 50%를 했다’, 이렇게요(웃음). 그럼 제가 나쁜 놈이죠(웃음). 한 장면 통으로 애드립을 한 건 열쇠수리공한테 ‘직업의식이 없어’라고 말 하는 그 한 장면이에요. 그게 첫 촬영이었는데 윤진 씨와 호흡도 안 맞춰보고, 인사한 후에 리딩 30분만 하고 촬영에 들어간 거라 서먹하고 어색한 상태였어요. 그래서 일부러 준비를 몇 개 해 갔죠. 원래 원신연 감독은 준비 많이 해 오는 것 보다 현장에서의 날 것 그대로를 좋아하는 분인데 그 날만 준비를 많이 했던 거죠.



하: 그런 거 보면 연극할 때 장기 공연하면서 대사니 행동이니 수정해 나갔던 경험들이 자양분이 되었을 것 같은데요.


박: 맞아요. ‘목화’는 매 공연마다 바뀌고 심지어 그대로 있으면 혼날 정도에요. 오태석 선생님이 원래 ‘배우는 레미콘 같아야 한다’, ‘피카소가 게르니카를 그리면서 데생을 몇 천 장 했다’는 얘기를 매 번 하거든요. 잘 나갈 때 조심해야 한다, 잘 나가는 부분, 관객한테 반응이 오는 부분은 고치고 또 바꿔야 한다면서요. 그래서 대사든 호흡이든 바꿔줘요. 그러면 관객한테 반응이 오기까지 또 만들면서 노력을 해야 되고요.



하: 배우들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겠어요. 속으로 ‘아, 짜증나’ 이러기도 했을 것 같은데.


박: 그러니까, 노는 꼴을 못 보는 거죠(웃음). 요게 딱 터지는데, 대박인데 바꾸라니까(웃음).



하: 연극판에서의 그런 훈련이 자기화 되서 지금까지 남아있는 것 아니겠어요? 근데 원신연 감독도 야박한 게 아무리 김윤진씨 스케줄이 빡빡해도 촬영 전에 밥도 먹고 그랬어야 하지 않나요?


박: 원신연 감독하고는 술도 마시고 했죠. 근데 진짜로 김윤진씨와는 시간이 안 됐어요. 윤진씨는 미국에 있었고 전 <헨젤과 그레텔> 준비 중이고. 촬영 이틀 전에 잠깐 30분 인사한 게 전부였어요(웃음). 윤진씨도 낯을 많이 가려요. ‘안녕하세요’ 한 번 인사하고 30분 동안 멍하니 있다가 ‘슛’ 사인 오면 촬영하고 그랬죠.



하: 그래도 나중에는 친해졌다면서요. 연배도 비슷하고.


박: 그렇죠. 나중에 친해지려면 들이대는 수밖에 없더라고요.



하: 수줍은 희순씨가요(웃음)?


박: 그래서 제 촬영 없을 때도 촬영장에 자주 놀러 갔어요. 뭐, 별 말은 안 했지만요(웃음). 앉아만 있었더니 윤진씨가 왜 이렇게 자주 오냐고, ‘내 촬영 분량 없을 때 나도 찾아가야 되는 것 아니냐, 작작 해라.’ 그러면서 친해졌어요.



하: <세븐 데이즈>는 드라마보다 빠른 현장이라고 소문이 자자했어요. 워낙 컷도 많고 스피디한 화면이니 완성된 영화만 봐도 그럴 거라 짐작이 가던데.


박 초반에 카메라 두 대를 돌리는데 조금 부담스러웠어요. 한 대도 부담스러운데 두 대를 들이대니(웃음). 근데 현장 편집을 봤을 때 관객들이 느낄 긴장감이 첫 촬영에서도 느껴지는 거에요. ‘와 이거 재미있네, 되겠는데’ 이러면서 신나게 연기 했죠.



하: 한 컷 찍고 카메라 바꾸는 기다림의 과정이 생략되니까 배우 입장에서는 편할 수도 있었겠단 생각이 들던데요.


박: 저나 윤진씨나 연극을 해 봐서 안 끊고 가는 걸 좋아해요. 근데 영화에서는 한 컷 끊고 가면 아무래도 긴장감이 떨어지기 마련인데 한 번에 쫙 찍고 뽑아 쓰니 편하고 재미있었죠.



하: <세븐 데이즈>가 우여곡절이 많았잖아요(처음 <목요일의 아이>로 시작된 프로젝트가 감독과 배우가 교체되는 난산 끝에 결국 200만을 돌파한 현재의 <세븐 데이즈>의 결과를 낳았다). 김윤진이란 배우가 캐스팅되고 다시 제작 소식이 들려왔을 때 기분이 어땠어요?


박: 일단 대본이 바뀌어서 왔을 때 너무 좋았죠. 원래도 좋았지만 거기에 곁가지가 생기고 캐릭터가 단단해지고 가장 중요한 건 제 역할이 많이 늘어났고요(웃음). 연출도 좋게 본 <구타유발자들>의 원신연 감독인데다 윤진씨까지 캐스팅돼서 천군만마를 얻은 느낌이랄까요.



하: 김윤진씨는 ‘월드스타’의 면모가 묻어나던가요?


박: 솔직히 그런 건 딱히 없었죠. 대신 배우로서, 여자로서 그 정도의 카리스마를 가진 배우가 드물잖아요. 카리스마를 가진데다 자연스럽고 편한 연기까지. 그리고 호흡도 잘 맞았어요.



하: 관객들 사이에선 ‘김윤진 보러 갔다 박희순 발견했다’는 말 들이 많던걸요.


박: 그건 윤진씨는 워낙 유명한 배우고 또 잘하는 배우인줄 알고 있었으니까요. 그에 비해 저는 홍보도 안 됐고 아무것도 없다 튀어나왔으니까 ‘얘는 누구야’ 하는 심정이었을 거에요. 또 성열이란 캐릭터 자체가 어떤 배우가 했더라도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역할이고요.



하: 연기력이 뒷받침 됐기에 호응을 얻었지만 그래도 배우들은 다 ‘운 때’가 있는 것 같아요.


박: 맞아요. 그런데 요즘 확실히 영화계가 불황인 것 같아요. 예전 같으면 이 정도 입소문에 호응이면 몇 백만은 거뜬했을 텐데. 그래도 200만이 어딘가 싶기도 하고요(웃음).



하: 원신연 감독 스타일과는 잘 맞는 편이었나요?


박: 그 분은 현장에서의 판단력이 정확해요. 얘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해도 조금도 주저함이 없죠. 빨리빨리 결정해서 상황을 바꿔버리니까. 또 제가 연기를 하던 정확하게 얘기를 해 줘요. 코믹한 상황을 저지르면 이걸 더 해야 되나 자제해야 되나 얘기해주니까 전 그냥 저지르면 됐죠. 갈수록 그런 믿음이 생기니 굉장히 편했어요.



하: 반대로 생각하면 엄격하게 연기를 통제하는 연출 스타일이기도 하잖아요.


박: 전 감독님들 스타일에 적응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기 때문에 아무리 날고 기어봤자 편집에서 잘리면 그만이니까요(웃음). 임필성 감독은 철두철미한 사람이라 자기 걸 정해 놓고 대입을 시키는 편이에요. 원신연 감독과는 반대 스타일인 거죠. 원신연 감독은 배우의 성향과 캐릭터를 자유자재로 연출하다면 임필성 감독은 자기가 정해놓은 캐릭터에 배우가 젖어들게끔 주문을 해요. 아까도 얘기했지만 자유롭고 고정되는 상반된 두 가지 매력이 있으니 열탕과 냉탕을 왔다 갔다 할 수 있었던 거였겠죠.



하: 요즘 들어오는 시나리오는 좀 다양해 졌나요?


박: 시나리오를 원래 많이 받는 편이 아니라 잘 모르겠지만 예전보다 선택의 폭이 넓어지긴 했어요.



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영화 데뷔작인 <보스상륙작전>을 제외하고 모든 감독들이 작가주의 성향이 묻어나요. 고집이란 단어도 그래서 잘 어울리고요.


박: 그렇죠. 아무래도 자란 놀이터가 ‘목화’니까요. 오태석 선생님도 직접 쓰고 연출하기 때문에 그쪽 성향에 대해서 제가 많이 이해하고 좋아하는 편인 것 같아요. 감독님들도 그런 쪽으로 봐줘서 서로 교감을 나눌 수 있었고요.



하: 근데 또 ‘목화’ 출신이라고 다 그런 건 아니잖아요. 그런 점에서 박희순이란 배우 개인의 성향이 많이 작용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박: 없지 않아 있었겠죠(웃음). 그러니까 상업적인 영화도 많이 하고 싶은데 폭이 너무 좁아요. 거의 악역만 들어오고요. 작품이 좋아도 제가 좋아하는 배역을 맡아야 하는데 그게 아니니까 손이 안가더라고요. 좀 어둡고 무거운 얘기라도 진정성이 있고 새로운 면을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라면 흥행과 상관없이 하고 싶으니까요. <세븐 데이즈>가 처음 중단됐을 때 돈도 다 받았고 계약기간 끝났으니 안 해도 되는 거였어요. 그런데도 굳이 기다린 이유는 한국영화에서 새로운 장르, 새로운 캐릭터였기 때문이에요. 지금껏 보여줬던 무거운 면을 탈피할 수 있는 기회라 1년을 기다리고도 할 수 있었던 거죠. 지금까지 모두 그런 식의 작품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깡패는 무조건 안 한다고 했었고 이후에 깡패 역할 수백 개가 들어왔어요. 하지만 아무리 작가주의고 멋있는 작품, 배역이라도 한 번 마음을 먹으면 죽어도 손이 안 가요. 그런 식이다 보니 고집 있는 놈으로 낙인이 찍혔지만요(웃음).



하: <바보>와 <세븐데이즈>는 솔직히 작가 색깔은 조금 옅잖아요. 그걸 계기로 ‘고집 많이 꺾였네?’란 소문이 돌지 않을까 싶은데(웃음).


박: 그럼 좋죠. 인지도란 얘기도 이제는 가끔 하게 되는데 제가 아무리 잘 하고 좋다고 감독들이 생각을 해도 제작 쪽에서 거부를 하면 못하는 거니까요. 필요악이라고 생각하고 작품을 넓게 보고 고르는 중이에요.



하: 인지도에 대한 인식도 그렇고 감독, 시나리오에 대한 욕심이 슬슬 발동 걸릴 때에요.


박: 그런 욕심은 인지도 없었을 때부터 있었죠(웃음). 운 때가 안 맞아서 못한 거지 그런 욕심은 (배우라면) 다 있어요.



하: 올 해 방영된 드라마시티 <저수지>에서는 선량한 소시민 역할도 맡았는데요.


박: 그 때가 <목요일의 아이> 중단되고 한 6개월 쉴 때에요. 연기를 너무 하고 싶은 거에요. 연극을 하고 싶은데 영화가 언제 들어올지 모르니까 아무것도 못하고 속병 앓을 때였죠. TV 드라마는 안 한다고 했었는데 ‘할래, 대본 좀 가져와봐’ 그랬을 정도였어요. 근데 딱 마침 <저수지>의 홍석구 PD가 이전에도 여러 번 시나리오를 줬다고 하더라고요. TV 안 한다고 했으니 체념하고 있다가 이번에도 시나리오만 넣어 보자 했는데 ‘아다리’가 딱 맞은 거죠. 읽어보니 너무 재미있는 거에요. 진짜 연기가 목마를 때 갈증을 해소해 준 작품이라 의미가 커요.



하: 그 때도 인터넷에 ‘박희순, TV 외도’ 이러고 기사는 다 떴어요. 소속사에서 보도 자료는 다 뿌렸으니까(웃음). 드라마 <얼렁뚱땅 흥신소>는 생각지도 못한 반향을 일으켜서 놀랐겠어요. 근데 또 깡패 역할이었는데요.


박: 그러니까 안 하려고 도망 다녔었어요. PD는 계속 전화오고. 제가 선균이랑 지원이랑 친하니까 이 친구들 동원해서 또 전화오고. 게다가 6회 첫 등장이라 처음엔 안 한다고 했어요. 그런데 7, 8회 대본이 죽인다며 한 번 봐 달라 길래 읽긴 읽고 재미있긴 했는데 깡패라서 싫다고 했어요(웃음). 그랬더니 예지원이 급파돼서 술 마시며 회유하고 선균이랑 원희까지 오고. 그 친구들은 ‘형이 <가족>, 깡패한 거 아무도 몰라, 다 까먹었어. 인지도 높여야 돼 형’ 이러고요.



하: 실제로 인지도는 올라가지 않았나요?


박: 공중파의 힘이 무섭더라고요. 근데 TV에 나오는 내 얼굴은 적응을 못하겠던데요. 연기고 얼굴이고 간에 제 얼굴 보는데 적응시간이 좀 필요해요. 스크린도 초반에는 창피해서 못 봤거든요. TV 보면서 식은땀이 절절 나고 어머니랑 동생은 거실에서 보고 전 방에서 문 잠궈 놓고 보고. 9회부터인가 모니터가 좀 되더라고요. ‘각도를 이렇게 하면 좀 더’ 이러면서(웃음).



하: 그래도 PD가 결정적으로 뭐라고 하던가요. 그래도 깡패 역할인데요.


박: 멜로도 있지만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지닌 인간적인 인물이고 아픈 추억을 가진 사내였어요. 무거운 거 안 한다고 해 놓고 또 그런 게 끌려요. 고독한 남자, 우울한 남자.



하: 깡패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개인적으론 <귀여워>의 전라도 깡패 ‘막내’ 연기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박: <귀여워>는 앞으로 영화 연기를 어떤 식으로 해야겠다는 지향점이 되어 준 작품이에요 정재영이란 친구한테도 많이 배웠고 김수현 감독도 그렇고요. <보스 상륙작전>이 영화 매커니즘과 현장을 느끼게 해줬다면, <귀여워>는 영화 작업과 영화 연기는 어떻게 해야겠구나하는 감을 잡을 수 있게 해 줬죠.



하: 2년 전에는 그 당시 만났던 전라도 조폭들한테 계속 연락이 온다고 했었는데요.


박: 전화는 지금도 가끔 와요(웃음). 영화 봤다고도 하고 공연도 보러오고. ‘식사 하셨습니까, 형님’ 이러면서. 그 친구들이 예전에 <가족>을 보고 그랬어요. (전라도 사투리로) ‘아, 이 사람 나쁜 사람이여. 우리도 그런 사람은 없어~’(일동 웃음)



하: 참 다양한 팬 층을 가졌네요(웃음). 원래 낯가림이 심한 성격이라고 알고 있는데 인터뷰도 그렇고 이제 좀 적응이 돼 보여요.


박: 인터뷰를 한 30, 40개 하다보니까요(웃음). 근데 사람을 만나는 일이니까 힘들기도 하지만 재미있기도 해요. 악의적이거나 사람을 씹기 위해서 만나는 사람은 없잖아요.



하: <남극일기>때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게 인터넷’이라고 했는데 요즘은 좀 어떤가요?(웃음)


박: 검색해야죠, 저 씹는 사람 있나 없나요(웃음). 그 때 인터넷에 흥미를 잃었다가 조금씩 찾고 있어요. 댓글 들도 찾아보고요.



하: 요즘은 다들 좋은 얘기만 있지 않나요?


박: 좋은 얘기들이 많은데 아직 ‘박휘순인 줄 알았다’, ‘문천식인 줄 알았다’도 있고요(웃음).



하: 연극 무대도 슬슬 설 때가 된 것 같아요.


박: 지금 당장이라도 하고 싶은데 언제 어느 때 좋은 영화가 들어올지 모르는 거니까요. 어느 정도 입지가 있다면 텀을 두고 연극을 할 수 있겠는데 지금은 딱 결정을 못 내리겠더라고요.



하: <클로저>로 기억하는 젊은 관객들도 굉장히 많던데요.


박: 네, <클로저>가 마지막 연극이에요. (연극하자는) 연락이 지금도 많이 와요. 생각은 하고는 있는데 이게 또 두, 세 달이 아니라 네 달, 다섯 달이 걸리니까요. 지금 이 시점에 주가도 조금 올라갔고 좋은 작품 하고 싶은 욕심도 있으니 좀 더 참았다가요.



하: 데뷔작이 장준환 감독의 단편 <2001 이매진>이에요. 장준환 감독과는 작업할 생각 없나요?


박: 해야 되는데 써 줘야죠(웃음).



하: 그 때와 지금과 몸무게는 얼마나 늘었나 궁금해요. 그 때가 10년이 더 지났는데 그땐 눈도 퀭하고 그래서 굉장히 독특한 배우구나 싶었어요.


박: 한 5kg쯤? 몸무게 차이는 거의 없어요. 연극할 때니까 무대에서 2시간씩 뛰고 연습하고 하루 종일 그러고 살았으니 살이 찔 수가 없었죠. 왜, 그로테스크하게 보이던가요?



하: 그때는 사실 좀(웃음). 그 이후부터 장준환 감독과 계속 친분을 쌓아온 건가요?


박: 그때부터 친구가 되서 연극할 때 매번 오고 술도 같이 마시고요. 근데 감독과 배우 이전에 굉장히 재미있는 친구라 그 친구랑 있으면 술 마실 때도 그렇고 늘 즐거워요. 엉뚱하고 목소리도 가늘고요. (성대모사를 하며) ‘희순아’ 이런다니까요. 어제도 문소리씨와 함께 술 마셨어요.



하: 요즘 한국 영화계에 장준환 감독 같은 젊고 재능있는 감독들이 많잖아요. 개인적으로 이런 감독과 작업하고 싶다, 이런 작품은 참 좋았다고 생각해 본 적 있나요?


박: 굉장히 많죠. 이창동 감독님 작품은 다 좋고, 박찬욱 감독님도 그렇고. 근데 누구를 좋아하기 이전에 많은 감독들하고 만나보고 싶어요.



하: 배우들은 좋은 시나리오를 받기 위해 스크린 속의 연기도 중요하지만 사석에서의 모습도 중요할 것 같은데요.


박: (손을 마주하고 비벼 보이며) 이런 거요?(웃음)



하: 아니, 그런 의미가 아니라요. 감독들이 봤을 때 사석에서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고 캐스팅할 때도 있지 않느냐는 거죠.


박: 제가 낯가림이 심한데다 어른들 앞에서는 말을 잘 못해요. 박찬욱 감독님 앞에서도 술자리에서 한 세 마디 했나? 4~5번을 만났는데 말이죠. 예전에 (박감독님이)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찍기 전에 일순이 역을 사석 본 박희순의 뚱한 이미지를 떠올리기도 했다더라고요. 저랑 작품 해 본 감독님들은 재미있다는 말을 많이 해요. ‘희순인 코미디 해야 돼’ 이러면서.



하: 앞으로는 밝은 이미지로 많이들 기억할 것 같아요. 그런 점이 재미있지 않나요? 처음에는 조폭, 깡패 이미지를 벗어나기 힘들었는데 영화 한편으로 반전을 이루는 다는 것 자체가.


박: 그러니까 말이에요. 최근에는 코미디도 몇 편 제안이 들어 왔었어요. 역할 자체에 코믹 요소가 있는 배역이요. 조금씩 다양해지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요. 그래도 심사숙고 하고 있는 중이에요.



하: 배역 기다리는 일은 참 잘 할 것 같아요. <바보>도 그렇고 출연작이 개봉이 늦어져 많이 속상 했겠어요. 2006년이나 올해 가을까지도. 속이 타진 않았나요?


박: 네, 버티는 거 하난 잘해요(웃음). 물론 속은 탔죠. 제가 일을 하면서 묶여있으면 하나도 문제 될 게 없었겠죠. 근데 영화가 중단된 상태에서 개봉이 안 되니까 미치는 줄 알았어요.



하: 그때 술 참 많이 마셨겠어요.


박: 그때는 대인기피증이 생겨서 사람을 못 만날 정도였어요. 왜냐하면 하도 주변에서 (영화 진행 상황에 대해) 물어보니까요. 근데 또 전 아는 것도 없으니까 사람 피해 다니느라 힘들었어요.



하: 어찌됐건 <세븐데이즈>가 성공해서 다행이에요. 평소에는 뭐하며 보내나요? 주량이 무척 셀 것 같은데요.


박: 저요?(웃음) 요즘은 많이 약해졌어요. 술 마시면 자요(웃음). 그렇게 여유 있게 사는 편이 아니라 여행도 못 다니고요. 무슨 고민이 그렇게 많은지, 불안하기도 하고(웃음).



하: 그럼 스트레스는 다 술로 풀겠어요.


박: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니까요. 커피마시면서 사람 만날 일은 없지 않나요?



하: 차기작은 결정했나요?


박: 아직이요. 대부분 3월에 크랭크인을 하는 것 같아서 급하게 결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더라고요.



하: 진짜인가요? 제가 인터뷰 다음날 바로 캐스팅 기사 나오는 걸 제일 싫어하거든요(웃음).


박: 그럼요. 진짜에요(웃음).



하: 다음 인터뷰는 꼭 1년 안에 다시 했으면 좋겠어요. 차기작이 무척 기다려져요.


박: 하하. 물론 그래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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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릴리슈  수정/삭제  댓글쓰기

    참 멋진 배우구나 싶네요..
    연기력은 당연 좋구요.. 성격도 멋지네요 ^^

    2008.01.03 18:45
  2. 서주연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 이분 팬인데~..
    너무 멋있으시다는,^^

    2008.01.03 22:57
  3. voy  수정/삭제  댓글쓰기

    더 자주 보고싶어요 ^^

    2008.01.04 00:10
  4. 촨촨촨  수정/삭제  댓글쓰기

    흐와ㅠ_ㅠ완전 귀여우시고 진솔하신거긔........제발 스크린이든 연극 무대든간에 자주 많이 볼 수 있기만을 바래요!
    그래도 1:1로 대화하실 때는 낯가림이 좀 덜하신가봐요*-_-*농담도 하시고!
    우리 한테도 그런 모습을 좀 보여주시긔ㅋㅋㅋ

    2008.01.04 00:19
  5. 조아라  수정/삭제  댓글쓰기

    세븐데이즈보고 팬됐어요.. 인상깊은연기였어요 ㅋㅋㅋㅋㅋ 저런면도있구나..라고..

    2008.01.04 00:20
  6. 등대지기  수정/삭제  댓글쓰기

    보면 볼수록 진짜 배우중에 배우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오퐈 이렇게 멋지셔도 됩니까아?

    2008.01.04 00:25
  7. 원래그런성격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음 작품 기대하겠습니다. 정말 좋은 배우세요^^
    소중히 다뤄줘야겠어요~

    2008.01.04 01:58
  8. 서주우유  수정/삭제  댓글쓰기

    간만에 너무 좋아하는 분이 나오셔서, 인터뷰도 너무 잘 보았습니다. ^^
    근데 위에 저랑 똑같은 이름 가진분이 팬이라고 적어놓으셨길래, 내가 언제 이글에 댓글을 달았지? 한참 생각했다는 ㅋㅋㅋ

    2008.01.04 02:23
  9. Favicon of http://www.cyworld.com/aoiroz BlogIcon 김민정  수정/삭제  댓글쓰기

    말투랄까 분위기 눈빛이 참 분위기 있어요. 개성있는 모습이
    멋져요 *^^*

    2008.01.04 02:35
  10. 이난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희순님 정말 좋아요
    드라마 흥신소도 시청률이 좀 더 나와주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래도 세븐데이즈 잘 되어 다행이에요~

    2008.01.04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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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이마주(neoimages)와 영화 깊게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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