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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정의 변

어느 때 보다 ‘한국영화의 위기’라는 말을 지겹도록 듣고 지낸 한 해였습니다. 관객은 줄어들었고 한국영화 점유율이 떨어진다고 아우성치기도 했습니다. 어떤 이는 천만 영화가 더 이상 나오지 않는 것을 아쉬워하기도 했고 또 어떤 이는 ‘1000만 영화’가 한국영화계에 재앙을 불러왔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2008년에 개봉된 영화가 다른 해보다 못하다고 할 수 없을 겁니다. 초대형 흥행작은 없었을지라도, 비록 할리우드에 자리를 많이 내어주었을지라도, 한국영화는 끊임없이 관객과 만나면서 그 성가와 가치를 인정받았기 때문입니다. 더러는 놀라운 성취를 이루었고 또 더러는 새로운 영화문법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기도 했으며, 또 어떤 영화는 실망스러운 만듦새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이제 2008년을 보내면서 한국영화 베스트5를 선정합니다. 네오이마주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온 영화평론가와 영화기자 그리고 편집스태프와 독자 두 분까지 총 열 두 분이 질문에 참여해주셨습니다. 이 공간을 빌려 감사를 전합니다.





네오이마주가 선정한 2008년 최고의 한국영화는, 신동일 감독의 <나의 친구, 그의 아내>입니다. 2위인 <밤과 낮>과 박빙의 접전 끝에 1위를 차지했습니다. 1순위에서는 <밤과 낮>이 앞섰지만 <나의 친구, 그의 아내>는 전 참여자의 고른 지지를 끌어냄으로써 막판 역전에 성공했습니다. 이용철 평론가의 말처럼 “이 영화는 최고의 만듦새라고는 볼 수 없지만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영화”임에 분명합니다. 아쉽게도 2위에 머물렀지만 <밤과 낮>은 홍상수의 문법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영화인 동시에 연초에 개봉되었음에도 여전히 기억 속에 남겨질 정도의 빼어난 완성도를 자랑하는 작품입니다. 또한 데뷔작으로 베스트5에 이름을 올린 나홍진, 이경미 감독은 올해의 성취 또는 발견이라는 단어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예상하셨겠지만, <멋진 하루>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도 어김없이 순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비록 정식 순위에는 빠졌지만, 잊어서는 안 될 소중한 작품들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어느날 그 길에서> <경축! 우리사랑> <연인들> <마지막 밥상> <나의 노래는>이 그것들입니다. 실망스런 많은 영화들과 영화계를 둘러싼 많은 사건 속에서 건진 이처럼 보석 같은 한국영화들이 있었기에 한국영화는 내년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년에도 한국영화는 그리고 네오이마주의 한국영화사랑은 계속됩니다. (편집장)




- 참여한 분들(무순)
백건영(편집장) / 이영(편집스태프) / 하성태(편집스태프) / 강민영(편집스태프) / 서유경(편집스태프) / 신태균(스태프평론가) / 박부식(영화평론가) / 서대원(무비스트편집장) / 이용철(영화평론가) / 민용준(무비스트기자) / 정희승(독자) / 빈장원(독자)








1위 [나의 친구, 그의 아내] 신동일


(백건영) 세대론 위에 쌓아올린 계급과 자본의 바벨탑, 그래도 희망을 이야기한다.
(이영) 통속 드라마가 사회와 인간과 세상에 촘촘히 자리 잡을 때, 한낱 영화가 얼마만큼 다양한 시선을 가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영화.
(하성태) 올 한국 상업영화에서 이 만큼도 정치성을 띤 영화가 없다는 것이 개탄할 노릇.
(강민영) 2 년이나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한국에 들어맞는 건, 웃어야 할까 울어야 할까?
(서대원) 이런 영화가 이제 서야 나오다니 ㅜㅜ 오뉴월에 헛방귀 나오듯 허망하고 씁쓸하다
(이용철) 가장 잘 만들어진 영화보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영화를 선택했다.
(신태균) 인생사 GIVE & TAKE, 그 지리멸렬한 관계의 층위를 해부하다.
(민용준) 이 나라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비극인지, 이 영화는 정말 대한민국이라는 연옥을 실감하게 한다.
(빈장원) 계급성과 관계성 모두를 아우르는 뚝심 있는 연출의 힘이 넘치도록 느껴지는 소외작.



2위 [밤과 낮] 홍상수


(백건영) 일상성의 출발점으로 돌아온 욕망의 구체화, 홍상수 영화 중 단연, 최고!
(하성태) 목욕탕 창 한 켠에 똬리를 틀고 앉은 돼지의 얼굴만으로도! 그러니까 이제 홍상수의 남자들은 집에 돌아와도 불안을 면치 못하는 게다.
(강민영) 홍상수의 영화는 '2년'을 견디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이용철) 예술적 완성도로 보면 올해 작품 중 단연 최고다.
(민용준) 현실에서 곧잘 보지 못하는 지극히 현실적인 상들이 영화를 통해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3위 [멋진 하루] 이윤기


(백건영) 우리도 꽤나 근사하고 실감나는 도시영화를 가지게 되었구나.
(서유경) 멋질 수 없는 하루, 그 사이에서 바라본 윤기 있는 관계.
(이용철) 감독의 주제의식이 계속 확장되고 심도 깊어지는 데 주목했다.
(민용준) 두 배우의 연기만큼이나 깊고 투명한 울림이 인상적이다.
(빈장원) 메마른 도시를 가로지르는 여정에서 생의 향기의 그윽함을 깨닫게 되는 그녀의 하루.



4위 [추격자] 나홍진


(백건영) 장르영화에의 성취와 우려를 한 몸에 받고 우뚝 선 문제작
(서유경) 숨을 참았다. 그 시간도 아까워서. 몸이 오그라들게, 숨이 가쁘게, 그렇게 영화는 나를 추격해왔다.
(박부식) 이 영화 자체 그리고 이 영화를 둘러싼 모든 것이 '한국의 현실'을 드러내 준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영화.
(서대원) 관람 후 강장제 한 병 피로회복제 두알 복용할 만큼 심신이 고단한 영화! 그러기에 인상적인 작품!
(이용철) 그간 한국의 장르영화는 대중적 성취라는 측면에서 부족했다. 그런 점을 극본한 중요한 사례다.
(신태균) 언-해피엔딩일 수밖에 없는 세상에 대한 충격적 우화.
(민용준) 이 영화가 좋은 영화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이 영화는 분명 잘 만든 영화에 속한다.
(정희승) 지독한 감독 지독한 배우 지독한 마무리 그러나 빼어나다.



5위 [미쓰 홍당무] 이경미


(이영) 기괴하고 놀라운 캐릭터의 영화. 화해, 화합, 이해하는 척하는 마음 따위는 걸러낸 까칠한 일방통행. 특이하다.
(서유경) 삽질은 마음을 키우지 않고 팔 근육만 키웁니다. 삽질한 여자들만의 오덕스런 공유지점.
(박부식) 이런 영화가 많이 나올 때 한국영화의 미래가 있다.
(서대원) 여드름 땀시 불타는 미스터 고구마 불렸던 내 유년시절을 한방에 환기시킨 이경미 감독의 근사한 입봉작!
(민용준) 여성 감독이 빈곤한 한국영화계에서 여성 감독이 만든 여성스토리가 먹혔다는 사실도 고무적이다.



5위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임순례


(백건영) 소재보다 사람에 집중한 임순례의 힘, 신파는 감동이 되고 추억은 눈물을 부른다.
(이영) 많은 관객들을 만족시키는 무난함에 진심을 전달하는 핵심을 가진 영화
(하성태) 스포츠드라마의 전형적인 플롯과 내러티브에 여성과 핸드볼이란 타자성을 절묘하게 매치시킨 임순례 감독의 뚝심.
(강민영) 기대했던 그녀의 작품에 2% 부족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슴 한 켠이 뭉클해질 수밖에 없는 영화
(정희승) 빤한 이야기로 만들어낸 눈물의 도돌이표, 역시! 임순례



<6위 ~ 10위>










<순위권 밖 그러나 기억해야할 영화들>




- 참여자별 선정작 및 20자평

백건영(편집장/영화평론가)
[밤과 낮] 일상성의 출발점으로 돌아온 욕망의 구체화, 홍상수 영화 중 단연, 최고!
[멋진 하루] 우리도 꽤나 근사하고 실감나는 도시영화를 가지게 되었구나.
[나의 친구, 그의 아내] 세대론 위에 쌓아올린 계급과 자본의 바벨탑, 그래도 희망을 이야기한다.
[추격자] 장르영화의 성취와 우려를 한 몸에 받고 우뚝 선 문제작
[우리생애 최고의 순간] 소재보다 사람에 집중한 임순례의 힘, 신파는 감동이 되고 추억은 눈물을 부른다.


이 영(편집스태프)
[이리]와 [중경] 절망을 응시하게 하고, 희망을 귀담아 듣게 하는 이방인 감독의 메시지. 괴롭거나, 외롭거나, 그렇지 않거나...세상을 떠도는 절망과 희망의 기운에 대해 말하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많은 관객들을 만족시키는 무난함에 진심을 전달하는 핵심을 가진 영화
[고고70] 여전히 유효한 '닥치고 놀자!' 그들의 음악은 건물을 넘고, 그 때 그 시절의 억압된 열기는 시대를 넘는다.
[나의 친구, 그의 아내] 통속 드라마가 사회와 인간과 세상에 촘촘히 자리 잡을 때, 한낱 영화가 얼마만큼 다양한 시선을 가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영화
[미쓰 홍당무] 기괴하고 놀라운 캐릭터의 영화. 화해, 화합, 이해하는 척하는 마음 따위는 걸러낸 까칠한 일방통행. 특이하다.


하성태(편집스태프)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스포츠드라마의 전형적인 플롯과 내러티브에 여성과 핸드볼이란 타자성을 절묘하게 매치시킨 임순례 감독의 뚝심.
[밤과 낮] 목욕탕 창 한 켠에 똬리를 틀고 앉은 돼지의 얼굴만으로도! 그러니까 이제 홍상수의 남자들은 집에 돌아와도 불안을 면치 못하는 게다.
[나의 친구, 그의 아내] 올 한국 상업영화에서 이 만큼도 정치성을 띤 영화가 없다는 것이 개탄할 노릇.
[다찌마와리: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 한 영화 안에서 60-70년대 한국 액션영화들과 장철(서극)의 외팔이 시리즈와 성룡의 활극을 한 꺼 번에 만나는 흥겨움. 류승완이여, 한국의 드 팔마가 되어주시라.
[고고70] 부족한 구석이 차고 넘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만큼의 완성도를 지닌 음악영화가 드디어 나왔다는 점에 한 표!


강민영(편집스태프)
[밤과 낮] 홍상수의 영화는 '2년'을 견디게 만드는 힘이 있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기대했던 그녀의 작품에 2% 부족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슴 한 켠이 뭉클해질 수밖에 없는 영화
[나의 친구 그의 아내] 2 년이나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한국에 들어맞는 건, 웃어야 할까 울어야 할까.
[고고70] 누가 뭐라 하든, 여기서는 한 판 크게 벌리고 놀 자유가 있다!
[영화는 영화다] 저예산 상업영화의 재미. 제법 잘 짜여 진 연출의 재미. 이만하면 충분히 즐기고 놀 수 있는 영화의 '기능성' 풍족함.


서유경(편집스태프)
[비몽] 몸이 쓰라렸다. 정신도 욱신거렸다. 마음은 흐릿해졌다.
[미쓰 홍당무] 삽질은 마음을 키우지 않고 팔 근육만 키웁니다. 삽질한 여자들만의 오덕스런 공유지점.
[연인들] 알고도 손을 놓았고, 손을 놓고 나서야 깨달았다. 그렇게 [연인들]은 다가왔다.
[멋진 하루] 멋질 수 없는 하루, 그 사이에서 바라본 윤기 있는 관계.
[추격자] 숨을 참았다. 그 시간도 아까워서. 몸이 오그라들게, 숨이 가쁘게, 그렇게 영화는 나를 추격해왔다.


신태균(네오이마주 스태프평론가)
[고고 70] 놀이판의 신명으로 답답한 세상에 맞장 뜨다. 데블스는 최루탄 가스 속에서 연주하며 노래했을 뿐이고, 난 박수 치며 환호할 뿐이고.
[추격자] 언-해피엔딩일 수밖에 없는 세상에 대한 충격적 우화
[나의 친구, 그의 아내] 인생사 GIVE & TAKE, 그 지리멸렬한 관계의 층위를 해부하다
[사과] 농담 아니라 이 영화 보고 난 정말로 진지하게 고민했다. "결혼이란 걸 꼭 해야 되는 건가?"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평원을 달리는 사내들에 대한 집착으로 만들어낸 가장 비싼 마니아, 혹은 오마주 영화


박부식(영화평론가)
[미스 홍당무] 이런 영화가 많이 나올 때 한국영화의 미래가 있다.
[사과] 결혼은 연애의 죽음, 그러나 삶의 새로운 시작임을 말해주는 영화
[영화는 영화다] 올해 한국영화가 거둔 가장 값진 수확
[마지막 밥상] 영화적 실험이 서사를 거스르지 않는 매우 독창적인 영화
[추격자] 이 영화 자체 그리고 이 영화를 둘러싼 모든 것이 '한국의 현실'을 드러내 준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영화


서대원(무비스트편집장)
[영화는 영화다] 노회한 충무로에 일침을 가한 애송이 장훈 감독의 멋진 데뷔작!
[다찌마와 리] 이런저런 눈치 안 보고 지 꼴리는 대로 찍은 류승완의 대 첩보어드벤처액션로망
[나의 친구, 그의 아내] 이런 영화가 이제 서야 나오다니 ㅜㅜ 오뉴월에 헛방귀 나오듯 허망하고 씁쓸하다
[추격자] 관람 후 강장제 한 병 피로회복제 두알 복용할 만큼 심신이 고단한 영화! 그러기에 인상적인 작품!
[미쓰 홍당무] 여드름 땀시 불타는 미스터 고구마 불렸던 내 유년시절을 한방에 환기시킨 이경미 감독의 근사한 입봉작!


이용철(영화평론가)
[나의 친구, 그의 아내] 가장 잘 만들어진 영화보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영화를 선택했다.
[멋진 하루] 감독의 주제의식이 계속 확장되고 심도 깊어지는 데 주목했다.
[밤과 낮] 예술적 완성도로 보면 올해 작품 중 단연 최고다.
[사과] 한국 멜로드라마의 새로운 전범.
[추격자] 그간 한국의 장르영화는 대중적 성취라는 측면에서 부족했다. 그런 점을 극본한 중요한 사례다.


민용준(무비스트기자)
편집장인 백건영평론가의 부탁으로 리스트를 작성하긴 했으나 순위를 뽑는다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닌 것 같다. 여하간 올해 개봉했던 한국영화 리스트를 쫙 펼쳐놓고 작품을 걸러냈다. 인상적이라 생각했던 한국영화의 목록은 이렇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추격자> <밤과 낮> <님은 먼 곳에>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다찌마와 리: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 <멋진 하루> <비몽> <영화는 영화다> <미쓰 홍당무>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 <나의 친구 그의 아내> <과속 스캔들>까지, 순서는 대략 개봉 순이다. <우린 액션배우다>는 보지 못했고, 장률 감독의 <경계> <중경> <이리>도 못 본 관계로 리스트에서 누락됐다. 여하간 올해 내가 본 한국영화 중에 5편을 선정했다. 지극히 사적이고 순간적인 선택으로 좌우된 리스트일지도 모르니 지나친 간섭은 자제를 요망한다. 이런 개인적인 리스트에 의미를 부여할 이유도 없을 것 같다. 어차피 영화는 영화니까, 누가 최고라고 부추겨주지 않아도 고유의 가치는 보존되는 법이다. 순위는 그저 사족이다. 그렇게 생각한다. 여하간 내년에도 좋은 한국영화를 여러 편 만나길 고대한다.

[밤과 낮] 홍상수의 남자들은 언제나 비루하게 흔들리고 홍상수의 여자들은 그 흔들리는 남자에게 마음을 잘도 열었다 닫곤 한다. 밤과 낮이라는 차별적 서사 안에서 파리와 서울이라는 이질적 공간이 반대편에서 동시에 공존하고 있다는 것이, 그리고 그 동시간에 놓인 반대의 영역적 공간이 물리적 시간을 반대편으로 밀어내며 서로의 차이를 동일하게 보존하고 있음이 체감될 때 이 영화는 온전히 신비롭다. 무덤덤하면서도 일상적인 언어로 되풀이 되는 순간들이 경이롭게 발견된다. 여성의 음부를 세상의 기원이라 말하는 쿠르베의 그림처럼 일상이야말로 가장 탁월한 영화적 공간이 될 수 있음을 <밤과 낮>은 증명하고 있는 게 아닐까. 그리고 그것을 깨닫는 것이야말로 실로 경이로운 영화적 체험이 아닐까. 현실에서 곧잘 보지 못하는 지극히 현실적인 상들이 영화를 통해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미쓰 홍당무] <미쓰 홍당무>는 올해의 발견이다. 물론 <추격자>도 발견이라 말해야겠지만 <추격자>는 그보단 성과라고 말하고 싶다. <추격자>가 문법적 응용이라면 <미쓰 홍당무>는 문법의 창작에 가깝기 때문이다. 물론 제작자 박찬욱 감독의 영향력이 종종 엿보이긴 했지만 <미쓰 홍당무>는 분명 이경미감독의신선한재능이앙칼지게드러난수작이다. 전혀 가늠할 수 없는 태도로 보편적인 문제를 건드리는 동시에 생경한 드라마로 호응을 이끌어내고 종래엔 동감하게 만든다. 배우들의 열연도 돋보인다. 이경미감독만큼이나공효진과서우도발견이라할만한재능을드러냈다. 여성 감독이 빈곤한 한국영화계에서 여성 감독이 만든 여성스토리가 먹혔다는 사실도 고무적이다. 무엇보다도 가장 기이한 창의력으로 말이다.

[멋진 하루] 오래 전 헤어졌던 전처가 찾아왔다. 350만원을 받기 위해서. 이상한 만남에 이어 이상한 동행이 시작된다. <멋진 하루>는 일종의 로드무비이자 이상한 로맨스 영화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모든 동선과 감정의 궁극적 종착지는 낭만을 통한 치유에 있다. 서울 곳곳의 풍경이 생경하면서도 드넓다. 카메라의 탁월한 구도 감각 덕분이기도 하지만 동행하는 두 사람의 심리 변화가 풍경을 바라보는 시선에 적용되는 인상이다. 단 하루 동안 지속되는 동행엔 지난 로맨스의 낭만이 깃들기도 하고, 삭막한 현실의 암담함이 그늘지기도 한다. 그 만남은 결국 도피적 일탈이 아닌 치유적 여행이 된다. 350만원이라는 적지도 많지도 않은 액수의 금액은 희수의 태도를 애매모호하게 만들고, 지나치게 넘치는 병운의 낙관적 태도는 그 예측불가능한 동선을 그린다. 삭막해서 무료한 삶에 생기가 돈다. 지난 로맨스에서 비롯된 채무관계가 추억을 복원한다. 아이러니하지만 따뜻하다. 해프닝 같은 사연으로 깊은 드라마를 만들었다. 두 배우의 연기만큼이나 깊고 투명한 울림이 인상적이다. 지극히 사소한 방식으로 특별한 감수성을 선사한다.

[나의 친구 그의 아내] 골목을 빽빽하게 메운 차량들로 가득한 이 나라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비극인지, 퇴근하고 나서도 상사의 복귀 명령에 다시 회사로 달려가야 할지 모를 불안감에 떨어야 하는 이 나라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비극인지, 이 영화는 정말 대한민국이라는 연옥을 실감하게 한다. 물론 그런 비극 같은 상황을 엮어내는 타이밍이 절묘하다. 극적인 재미가 충분하다. 관계가 뒤엉키는 찰나가 파국으로 빚어지는 여정들이 흥미롭게 이어지고 펼쳐진다. 정치적인 메타포들이 하나같이 극을 위해 봉사하면서도 때때로 시치미 뚝 떼고 제 얘기를 한다. 가볍게 유희적이지만 한편으로 진지하게 엄숙하다. 소심한 척은 다하면서 극단적인 세기를 보여준다. 2년 만에 개봉했다는 게, 그리고 고작 4개관에서 개봉됐다는 게 아이러니할 정도의 수작이다.

[추격자] 이 영화를 이야기하는 건 지루한 일이 됐다. 하지만 <추격자>는 분명 중요한 영화다. 날것의 기운이 곳곳에 배어있다. 그 기운이 장르적으로 밀착해서 완전한 몰입을 발생시킨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는 단순히 영화적인 영역을 넘어 시사하는 바가 많다. 비범한 재능을 지닌 신인 감독의 성공이, 탄탄한 내공을 지닌 연기파 배우들의 성공이, 그리고 그런 영화를 지지한 관객들의 움직임이, <추격자>의 진면목이다. 정서적으로 암울하고 지독하게 잔인한 이 영화의 악랄함이 끌어낸 호응의 수치야말로 현재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솔직한 정서에 가깝다. 수많은 시상식이 이미 이 영화의 가치를 지겹게 설명하고 있지만 현재 한국영화에서 부족한 어떤 요소가 분명 <추격자>에 존재한다. 물론 이 영화가 좋은 영화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이 영화는 분명 잘 만든 영화에 속한다. 우린 그것을 구별해야 한다. 이 영화가 이토록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배경에 대해서 유념할 필요가 있다. <추격자>가 중요한 건 그 때문이다.


정희승(독자)
[영화는 영화다] 마지막 한 방을 위한 장훈의 김기덕식 간지 퍼레이드
[어느 날 그 길에서] 진정성이란 이런 것. 다큐멘터리의 처연한 매혹
[추격자] 지독한 감독 지독한 배우 지독한 마무리 그러나 빼어나다
[사과] 사랑에 관한 쓰디쓴 필름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빤한 이야기로 만들어낸 눈물의 도돌이표, 역시! 임순례


빈장원(독자)
[멋진 하루] 메마른 도시를 가로지르는 여정에서 생의 향기의 그윽함을 깨닫게 되는 그녀의 하루
[나의 친구, 그의 아내] 계급성과 관계성 모두를 아우르는 뚝심 있는 연출의 힘이 넘치도록 느껴지는 소외작
[경축, 우리사랑] 불륜과 욕망을 시원한 바람처럼 유쾌하게 가로지르는 대범성을 가진 작품
[이리] 낯선 이들의 낯선 공간과 시간을 천사 같은 소녀를 통해서 어루만지는 장률의 솜씨
[나의 노래는] 확실한건 그래도 희망은 존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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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네오이마주 선정 한국영화 베스트 5

다사다난했던 2007년도 불과 몇 일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돌이켜보면 한국영화가 어렵다는 소리가 어느 때보다 자주 들려온 한 해였습니다. 신규 투자와 제작이 급격하게 줄어들었고 점유율도 하락했으며 무엇보다 총 관객 수가 11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런 가운데서도 의미 있는 작품들은 어김없이 출현했습니다. 특히 소자본 영화의 약진이 눈에 띄었다는 점은 주목할 만 합니다. 또한 2007년은 독립영화 전용관 개관에 발맞춰 독립장편의 저변 가능성을 보인 한 해로 기억될 것입니다. 힘든 한해를 보낸 한국영화계가 새해에는 어떤 모습으로 시작할지 궁금합니다. 아무리 환경이 어렵다고 하더라도 좋은 영화를 만들어 관객과 교감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기필코 이전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우리에게는 아직도 좋은 작가들이 있고, 재능 있는 신인들이 즐비하며 좋은 영화를 알아보는 눈 밝은 관객이 있기 때문입니다. 네오이마주는 올해도 어김없이 한 해를 정리하는 한국영화 베스트를 뽑습니다. 이미 예상한 바와 같이 이창동 감독의 [밀양]이 2007년 한국영화로 선정되었습니다. 이제 그 결과를 공개합니다.

                       

- 백건영(편집장)






1위 [밀양] (이창동 감독)

- 올해 최고의 영화. 사람 사는 곳 다 똑같다니 참으로 절망적이로고. 한 줄기 빛을 나는 찾아낼 수 있을까. (김시광)
- 한줌 볕으로 마감한 자기복제, 서늘하고 아프지만 외면할 수 없는 수작. (백건영)
- 한줌의 빛으로 세상과 사랑을 이야기하는 눈부시게 찬란한 작품, 그리고 조금의 부족함도 없는 이창동과 전도연. (빈장원)
- 얼음송곳처럼 차갑고 날카롭게, 인간의 고독을 해부하다. (신태균)
- 신과 인간, 시련과 구원. 이 거창한 주제를 작은 도시 밀양에서 아우르는 감독의 솜씨는 전작에 비해 훨씬 업그레이드되었고 더욱 치밀해졌다. 거기에 나락까지 떨어진 한 사람의 삶에 한줄기 희망까지 던져주는 여유는 이창동 감독이 어떤 경지에 올라왔음을 증명해주는 것. 전도연, 송강호의 열연 또한 인상 깊다. (윤광식)
- 햇살의 종착지는 언제나 땅이기 마련. 하지만 그 빛조차 사치로 만드는, 절망의 무게. (이성인)
- 몸으로 반응하게 하는 영화, 내적 고통의 잔혹한 전시. (이영)
- 고통스럽더라도 그게 삶이라고 말하는 지독함 (이유진)
- 이창동이 한국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을 드러낸 매우 정치적인 멜로드라마. (장호준)
- ‘죄와 벌’에 관한 리드미컬한 리듬, 강 약 중간 약. (차상윤)




2위 [별빛 속으로] (황규덕 감독)

-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교묘한 거짓들로부터 탈피하여, 진실을 찾아내고 전할 것을 촉구하는 사회형 판타지. (김시광)
- 시간을 거슬러 온 이들에게 바치는 위로, 그것이 곧 예술의 본령 (신태균)
- 진실이 없는 시대를 차라리 거짓으로 돌파하기. 그 시큰한 경험의, 마법 같은 전이. (이성인)
- 순수한 시대의 기억과 환영을 깨우는 영화, 아릿하다. (이영)
- 사랑과 기억이 혼미하게 섞인 기묘한 그림 (이유진)
- ‘그리워라’의 감성으로 판타지와 현실 그리고 역사를 종횡무진. (장호준)





3위 [천년학] (임권택 감독)

- 설명이 필요 없는 대가의 영화. <천년학>은 영화란 매체를 이루고 있는 모든 요소가 총체성을 띄며 커다란 울림을 준다. (류태희)
- 일획이 만 획인 듯, 만 획이 일획인 듯, 거장의 발걸음은 여전히 현재진행형 (신태균)
- 恨에서 우려낸 소리와 그림.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거장의 예의. (이성인)
- 한국 영화의 지형에서 독보적인 임권택의 존재 의미를 다시 확인시켜 준다. (장호준)
- 사려 깊게 화면을 매만지는 담백한 스펙터클에 감동. (차상윤)





4위 [우아한 세계] (한재림 감독)

- 그들이 만들어낸 가상의 공간 우아한 세계. 노력하면 도달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착각에 한없이 허우적대는 이 시대의 평민들. (김시광)
- 가족이라는 집요한 숙명에 대한 놀랍도록 빛나는 통찰 (백건영)
- 투덜거림 하나하나를 시대의 표정으로 녹여내는, 송강호의 얼굴-몸. (이성인)
- 조폭 영화의 외피를 쓴 기러기 아빠의 슬픔. (장호준)





5위 [기담] (정가형제)

-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 보여줄 것은 보여주되 가릴 것은 가리는 비범한 재주. (김시광)
- 도열한 소복사이에서 낚아챈 올해 단하나의 공포영화 (백건영)
- 굳이 공포를 지향하지 않으면서도 물리적 공포의 지수가 상당히 높으며 무엇보다 서사와 비주얼 모두를 놓치지 않는 치밀한 연출력이 돋보인다. 이는 굳이 쇼크류의 효과를 찾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관객을 조여 줄 수 있다는 것에서 [기담]은 큰 의미를 갖는다. (윤광식)
- 유령을 만들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상실의 고통. 진짜 공포는 바로 이런 것. (이성인)



[6위 ~ 12위 작품] 이미지에 표기된 이름은 해당 영화를 지지한 필자들.





[순위 밖, 그러나 주목할 만한 작품들]



[필자별 베스트 및 간단평] (가나다 순, 제목 앞 숫자는 등위)

김시광
1. [밀양] 올해 최고의 영화. 사람 사는 곳 다 똑같다니 참으로 절망적이로고. 한 줄기 빛을 나는 찾아낼 수 있을까.

2. [우아한 세계] 그들이 만들어낸 가상의 공간 우아한 세계. 노력하면 도달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착각에 한없이 허우적대는 이 시대의 평민들.

3. [기담]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 보여줄 것은 보여주되 가릴 것은 가리는 비범한 재주.

4. [별빛속으로]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교묘한 거짓들로부터 탈피하여, 진실을 찾아내고 전할 것을 촉구하는 사회형 판타지.

5. [올드미스 다이어리] 빙 둘러 가지 않되 허황된 것을 바라지 말고 착실히 전진하라는, 삶의 정공법에 대한 이야기.


김이환
1. [192-399: 더불어 사는 집 이야기]

2. [우리들은 정의파다]

3. [친애하는 로제타]

4. [새끼여우]

5. [천년학]


류태희
1. [천년학] 설명이 필요 없는 대가의 영화. <천년학>은 영화란 매체를 이루고 있는 모든 요소가 총체성을 띄며 커다란 울림을 준다.

2. [상어] 희망을 포기해버린 채 오늘날 살아가는 갖가지 인간 군상을 바라보는 감독의 시선에 인간애가 느껴진다. 새로운 스토리텔러의 탄생

3. [숨] 이제껏 김기덕 영화 중 가장 죽음에 가까이 다가선 영화.

4. [오래된 정원] 동시대 감독들이 외면하는, 지나간 역사를 영화를 통해 끊임없이 환기시킨다는 점에서 임상수는 임권택 다음을 이어갈 감독이다.

5. [여름이 가기 전에] 연애의 본질을 다루면서도 그 안에 추상적이라 할만한 인물의 심리묘사의 섬세함과 과장되지 않은 영화적 호흡이 다른 비슷한 주제로 한 젊은 감독들의 영화들보다 인상적인 올해의 데뷔작 중 한편.


백건영
1. [우아한 세계] 가족이라는 집요한 숙명에 대한 놀랍도록 빛나는 통찰
2. [밀양] 한줌 볕으로 마감한 자기복제, 서늘하고 아프지만 외면할 수 없는 수작.
3. [기담] 도열한 소복사이에서 낚아챈 올해 단하나의 공포영화
4. [우리학교] 이토록 가슴 뜨거운 기록을 만나 본 게 언제였던가?
5. [오래된 정원] 이념과 대립을 넘어 올곧은 삶의 방향을 제시한다.


빈장원
1. [밀양] 한줌의 빛으로 세상과 사랑을 이야기하는 눈부시게 찬란한 작품, 그리고 조금의 부족함도 없는 이창동과 전도연
2.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 사회에서 뒤떨어져 있지만 전혀 주류로 편입하려 하지 않으려는 아이들의 이야기.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그동안 잘 볼 수 없었던 성장영화의 의미 있는 변주
3. [우리 학교] 카메라와 관객이 하나가 되는 감동적인 만남
4. [숨] 더욱더 단순해져가는 이야기, 하지만 깊어지는 내용과 넓어지는 세상을 보는 시야
5. [허스] 대부분의 사람들이 놓치고 말았지만, 2007년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작품


신태균
1. [M] 미치광이 몽상가, 드디어 필름 위에 자신만의 세상을 건설하다.
2. [스카우트] 개인의 성장과 시대의 성찰, 이 모두를 낚아낸 위력적인 유인구.
3. [천년학] 일획이 만 획인 듯, 만 획이 일획 인 듯, 거장의 발걸음은 여전히 현재진행형
4. [밀양] 얼음송곳처럼 차갑고 날카롭게, 인간의 고독을 해부하다.
5. [별빛 속으로] 시간을 거슬러 온 이들에게 바치는 위로, 그것이 곧 예술의 본령

순위와 관계없이 선정한 명예의 전당 [피아골] : 이것은 그냥 영화가 아니다. 역사 그 자체다.


윤광식
1. [엠(M)] 이 영화를 꼽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텍스트 자체로 여러 가지 논쟁거리와 혹은 해석의 여지를 낳을 수 있는 열린 텍스트이기 때문이다. 한 젊은 남자의 강박을 특유의 미장센과 화려한 이미지로 그려낸 [엠]은 한국 영화계에서 나오기 힘든 독특한 영화이자 올해의 수확이라 불러도 마땅하다.

2. [기담] 굳이 공포를 지향하지 않으면서도 물리적 공포의 지수가 상당히 높으며 무엇보다 서사와 비주얼 모두를 놓치지 않는 치밀한 연출력이 돋보인다. 이는 굳이 쇼크류의 효과를 찾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관객을 조여 줄 수 있다는 것에서 [기담]은 큰 의미를 갖는다.

3. [밀양] 신과 인간, 시련과 구원. 이 거창한 주제를 작은 도시 밀양에서 아우르는 감독의 솜씨는 전작에 비해 훨씬 업그레이드되었고 더욱 치밀해졌다. 거기에 나락까지 떨어진 한 사람의 삶에 한줄기 희망까지 던져주는 여유는 이창동 감독이 어떤 경지에 올라왔음을 증명해주는 것. 전도연, 송강호의 열연 또한 인상 깊다.

4. [할매꽃] 평범해 보이는 한 가족의 과거사를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평범했던 이 가족이 이데올로기의 태풍 속에서 어떻게 살아왔는지 차분하게 돌아보는 다큐멘터리. 한 청년 감독의 성장기로 읽을 수 도 또는 극심한 좌우 이데올로기를 헤쳐 왔던 평범하고 착한 사람들의 한 맺힌 이야기로도 읽을 수 있는 이 다큐멘터리는 험한 역사의 풍랑을 넘어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쳐 헌신했던 감독의 외할머니에게 바치는 연사이다. 다소 튀는 장면도 없진 않지만 기계적 중립이 아닌 이데올로기를 배제한 인간으로서의 중립을 끝까지 지킨 감독의 시선도 믿음직스럽다.

5. [올드 미스 다이어리] 서른두 살 노처녀의 푸념으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그리 큰 치장이나 태크닉 없이도 가족의 이야기를 진정성 있게 담아낸다. 티비 시트콤을 모태로 탄생한 [올드미스 다이어리]는 티비시리즈가 어떤 식으로 영화로 재탄생 되는가에 대한 모범적인 대답임과 동시에 로맨틱 코미디로 또는 진솔한 가족이야기로 나올 수 있는 가에 대한 하나의 표본이다. 특히 미자 역에 예지원은 더할 나위 없이 귀엽고 사랑스럽다.

5. [스카우트] 코미디로 출발해 멜로를 거쳐 진중한 역사적 사건까지 한숨에 담아낸 감독의 연출력이 놀랍다. 특히 5.18 민주 항쟁을 우회하여 다루면서도 시대적 공기와 어디로도 치우치지 않는 제법 냉철한 시선을 견지했다는 것이 [스카우트]의 장점.


이성인
1. [별빛 속으로] 진실이 없는 시대를 차라리 거짓으로 돌파하기. 그 시큰한 경험의, 마법 같은 전이.
2. [기담] 유령을 만들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상실의 고통. 진짜 공포는 바로 이런 것.
3. [천년학] 恨에서 우려낸 소리와 그림.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거장의 예의.
4. [우아한 세계] 투덜거림 하나하나를 시대의 표정으로 녹여내는, 송강호의 얼굴-몸.
5. [밀양] 햇살의 종착지는 언제나 땅이기 마련. 하지만 그 빛조차 사치로 만드는, 절망의 무게.


이영
1. [우리학교] 한반도의 비극을 치열하게 내면화 한 아이들의 뜨거운 외침, 마음을 울린다.
2. [밀양] 몸으로 반응하게 하는 영화, 내적 고통의 잔혹한 전시.
3. [별빛속으로] 순수한 시대의 기억과 환영을 깨우는 영화, 아릿하다.
4. [할매꽃] 우리가 찾아야 할 역사, 사적 기록의 진정한 가치
5. [숨] 여유로워진 김기덕의 템포, 관객의 호흡을 잠시 멈추게 한다.


이유진
1. [밀양] 고통스럽더라도 그게 삶이라고 말하는 지독함
2. [경의선] 상처와 기억이 마주한 공간, 섬세하게 흔들리는 감정
3.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靑春, 그 심드렁한 나이를 향한 낮은 고백
4. [별빛속으로] 사랑과 기억이 혼미하게 섞인 기묘한 그림
5. [M] 존재에 대한 끝없는 강박증, 결국은 모두의 자화상


장호준
1. [천년학] 한국 영화의 지형에서 독보적인 임권택의 존재 의미를 다시 확인시켜 준다.
2. [밀양] 이창동이 한국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을 드러낸 매우 정치적인 멜로 드라마.
3. [별빛 속으로] ‘그리워라’의 감성으로 판타지와 현실 그리고 역사를 종횡무진.
4. [방문자] 386 세대를 바라보며 한국 사회를 투영하는 묵직한 시선.
5.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 삐걱거리는 인생을 상찬하는 블랙 유머, 통쾌하다.
6. [1번가의 기적] 쌈마이 코미디의 작가주의, 윤제균의 이 영화에서는 진솔함이 느껴진다.
7. [삼거리극장] 과감하고 또 과감하다. 한국 영화판에 나타난 새로운 창조력.
8. [화려한 휴가] 누가 뭐래도 이 영화는 ‘광주의 그날’을 성의껏 담아냈다.
9. [미녀는 괴로워] 최근 가장 상큼하게 본 코미디.
10. [우아한 세계] 조폭 영화의 외피를 쓴 기러기 아빠의 슬픔.


차상윤
1. [경계] 장률의 잿빛 수채화는 여전하다. 화폭은 넓어지고 채색이 연해졌다.
2. [천년학] 사려 깊게 화면을 매만지는 담백한 스펙터클에 감동.
3. [행복] 허진호의 세계는 조금씩 꿈틀거리며 변화를 모색 중이다.
4. [밀양] ‘죄와 벌’에 관한 리드미컬한 리듬, 강 약 중간 약.


차현나
1. [극락도살인사건]
2. [밀양]
3. [세븐데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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