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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영화제에 관한 사적 기록

필진 칼럼 2008.10.06 15:06 Posted by woodyh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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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건영


공항리무진 버스가 해운대에 도착한 것은 토요일 오전 9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영화제마다 그랬듯이 아이디카드 수령과 표를 예매하는 것이 먼저 해야 할 일이었다. 꼭 1년 만에 다시 찾은 해운대 파빌리온은 하나도 변한 게 없었다. 예상했던 대로 대부분의 화제작은 매진이었다. 이런 와중에 <사랑의 4중주>와 <잃어버린 노래>를 발권할 수 있었던 것은 그나마 행운이었다. (그럼에도 팡호청의 <경박한 일상>과 양익준의 <똥파리>를 못 본 것은 못내 아쉽다.) 시간이 남아 한참을 서성이는 동안 발견한 사실은, 예년에 비해 해운대 거리를 활보하는 매체기자 수가 현저하게 줄었다는 것이다. 작년만 해도 도로와 모래사장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의 다수는 프레스카드를 목에 건 기자들이었다. 그러나 한국영화 불황 탓일까, 아니면 최진실의 죽음 여파 때문일까. 드문드문 눈에 띠는 기자들의 표정은 무거웠고, 그들에게서 전날 밤의 치열한 술자리를 떠올릴 만한 피로감은 발견되지 않았다. 무슨 까닭인지 몰라도 부산국제영화제에서만 느낄 수 있는 달뜬 분위기와는 거리가 먼 느낌이었으니, 개인적으로도 예년 같은 설렘은 없었다. 어느 해 보다 체류 일정이 짧았음에도 영화보기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짬짬이 틈을 내어 기자와 평론가들, 영화인까지 적지 않은 사람을 만났으나 작년처럼 거창한 술자리는 없었다. 이유인즉 상대방들이 금요일 밤부터 ‘신나게 달린’터라 토요일마저 통음으로 지샐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깔끔하게 단장된 해운대시장의 곰장어집에서 별로 시원하지도 않은 C1소주를 연신 들이켰다. 내년 부산을 기약하면서. 다음은 이번 영화제에서 본 두 편의 영화에 대한 즉흥 리뷰이다.


[사랑의 4중주](Four Ages Of Love, 2008/러시아)


세르게이 모크리츠키 감독의 <사랑의 4중주>는 제목처럼 말랑말랑한 멜로드라마가 아니다. 오히려 사랑에 관하여 새로운 표현방법 혹은 영화언어를 모색하는 꽤나 묵직한 영화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4계절로 나뉜 에피소드로 펼쳐지는 이 영화에서 감독은 사랑이라는 보편적이고 통속적인 규정 자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충동적이고 우발적인 10대들의 이야기로 시작한 영화는, 노년의 인물들이 보여주는 이기적이지만 속 정 깊은 이야기를 거쳐, 고독에 지치고 사랑에 목마른 두 여인의 묘한 연대감을 통과한 후 마지막 에피소드에 이르는 동안 '사랑'이 아름답고 순결한 그 이름만으로 빛나는 단어가 아닐 수 도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사계절에 맞춰 그려진 에피소드마다 각 계절에 부합하는 멋진 장면들이 하나씩 들어있다는 점은 다소 지루할 수 있는 영화에 활력소가 된다. 이를테면, 처음만난 남자 아이를 위해 방아쇠를 당기는 시퀀스와 장례식을 마치고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고개를 맞댄 노년부부의 모습, 묘령의 여인을 쫓아가는 빨간 하이힐의 긴박감이 그것이다. 특히 마지막 에피소드가 보여주는 풍경들은 인물들의 내적 상태와 궤를 맞춰 영화의 품질을 격상시키는 데 공헌하고 있으니, 대문 형상의 기둥 아래 앉은 두 수사의 모습을 당겼다 놓기를 반복하는 트래킹 쇼트는 러시아 영화가 이뤄낸 미적 성취와 닮으려는 촬영감독 출신의 모크리츠키의 욕망을 드러낸 명장면이라 하겠다. 한편 <사랑의 4중주>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각각의 에피소드를 넘나들며 등장하고 있는데, 이는 마치 키에슬롭스키의 삼색 시리즈 속 인물들의 재등장과도 유사하다. 요컨대 <사랑의 4중주>는 러시아 영화 특유의 묵직함과 음울한 정조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확인시켜준 영화가 아닌가 싶다.


[잃어버린 노래](Lost Song, 2008/캐나다)


로드리크 장 감독의 <잃어버린 노래>를 보고 난 후, 밖으로 나와 한참 동안 쉼 호흡을 해야 했다. 그만큼 영화는 극한의 지점까지 밀어붙이면서 관객을 힘들게 만들었다. 최소한 관객의 절반은 심적 압박과 지루함을 견디지 못해하는 듯 보였다. 그것은 미카엘 하네케의 영화들, 혹은 다르덴 형제의 영화를 보았을 때의 강렬한 인상에 비견될 정도였다. 그러니 영화 속에서 현실로 돌아오기 위해 들숨날숨을 연신 반복하는 것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었을까? 영화는 엄마이자 아내인 여성의 역할이라고 당연시 여겨왔던 것들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한다. 모성애와 육아의 어려움 사이에서 고립된 엘리자베스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까지 감독은, 시종일관 아슬아슬한 시각을 견지하면서 산후 우울증에 대한 치밀한 심리묘사를 보여주고 있다. 사실 나는 영화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부터 저 아이에게 언제 변고가 생길까? 라는 걱정을 해야 했다. 갓난아이와 부모를 둘러싼 숲 속 세상은 더 없이 푸르렀으되, 카메라는 쉼 없이 흔들렸고 엘리자베스의 마음은 카메라의 속도보다 더 빠르게 요동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극적으로 끝난 한 여인과 아이의 삶을 통해 감독은, 불변하는 가치관이 사라진 이 세계를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엄마는 마땅히 그래야 한다는, 그럴 것이라는 믿음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느낌. 그래서 인지 카메라는 상당 수 컷을 엘리자베스의 뒷모습에 할애하고 있다. 극장에 있던 50~60대 한국주부들은 엘리자베스의 내적변화를 어떻게 보았을까. 천만 다행인 것은 이것이 영화! 라는 점이다. 여성들 사이에서도 격론이 벌어질 만큼의 문제적 영화를 만든 감독 로드리크 장은 현재 새 영화의 후반작업 중이라고 한다. 그의 새로운 영화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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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영


제 13회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 발표 기자회견

아시아 영화 발전의 메카였던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로 열세 번째 생일을 맞는다. 열 두 번의 축제와 시행착오를 마치고 열세 번째 도약을 기다리는 부산국제영화제는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영화제로, 해마다 가을이 오면 부산시를 떠들썩하게 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영화제 기간 동안 부산은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손님들을 맞기에 정신이 없고, 영화제를 통해 부산을 처음 찾은 사람들은 부산의 관광과 영화 목록을 동시에 추려내느라 머리를 이리저리 굴린다. 올해도 어김없이 부산의 바람은 불어오고, 가을이 익어가는 길목에서 시네필들과 이제 막 영화에 뛰어들려는 예비 영화애호가들의 촉각은 곤두선다. 해운대 시장 골목의 상인들이 벌써부터 열흘 치 판매분을 준비하기 위해 분주하다는 소문은 그만큼 부산국제영화제의 위력이 한국에서 얼마나 확고한 위치에 서있는 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지난 9월 10일 더위가 아직 가시지 않은 오후 다섯 시, 부산국제영화제 기자회견이 있던 서울 프레스 센터는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였다. 이번 영화제에 상영될 프로그램을 궁금해 하다못해 이른 시간부터 행사장을 기웃거리며 도록을 읽는 기자들과, 한 시간 동안의 행사 개요를 취재하기 위해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들 모두 분주하지만 조용히 자리를 잡아갔다. 수차례의 마이크 리허설과 자리를 빼곡하게 채운 기자들의 뒤로 문이 닫히고, 김동호 집행위원장과 전양준 부 집행위원장, 그리고 김지석 프로그래머, 이상용 프로그래머, 홍효숙 프로그래머가 각각 자리에 앉음으로 제 13회 부산국제영화제 기자회견이 시작되었다.

예년보다 예산을 줄이고 조금 더 앞당긴 13회 부산국제영화제는 ‘한국 영화 위기’를 극복할 만한 가능성을 담고 있다는 포부를 내비췄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는 크게 세 가지의 슬로건으로 운영되는데, ‘힘내라, 한국영화’, ‘발견과 발굴’, 그리고 ‘비평과 담론의 장’이라는 제목으로 각각 설정되었다. 이중에서 규모나 투자를 포괄적으로 확대시킨 섹션이 바로 ‘힘내라, 한국영화’로, 최근 한국영화에 대한 투자나 제작의 고충을 활발하게 해소할 만한 시장을 확대했다는데 의의를 두었다. 또한 이것은 아시아 영화펀드(ACF)를 통해 독립영화의 제작환경에 대한 대대적 지원을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전역에 확대한다는 기획으로 연결되었다. 13회 부산국제영화제의 또 다른 슬로건인 ‘발견과 발굴’은, 지금까지 이어져 오던 부산 월드 프리미어의 계보를 고스란히 이어올 것으로 기대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는 총 60개국 315편의 작품이 초청되었으며, 역대 최다초청수와 더불어 역대 최다 월드+인터내셔널 프리미어로 선정된 영화들이 소개되는 자리이기도 하다. 최대한 많은 월드 프리미어를 건져내기 위해 프로그래머들이 지난 수개월 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며 이번에 선정된 영화들 중에는 다큐멘터리의 수도 예년보다 늘어난 만큼 영화 자체가 기대되는 부분이다.

또한 부산국제영화제는 작년에 비해 대대적인 관객 서비스 확충에 총력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휴대폰으로 영화를 예매하고 상영 일정 등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모바일 PIFF’ 서비스를 신설했고, 해마다 골머리를 앓던 현장 판매 배정을 30%로 할당했다. 지금까지 관객 숙소로 저렴하게 운영되던 함지골 청소년 수련관은 단체 숙박객에게 자리를 내주는 대신 남포동과 부산역 쪽에 관객 숙소를 확대 제휴했다. 이에 따라 전회 매진의 흥행을 이어오고 있는 ‘미드나잇패션(심야상영)’부문도 남포동에서 상영 확정되었으며, 이것을 통해 타지 관객들의 상영 환경이 보다 편리하게 조성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작년에 시행했지만 괄목할 만한 성과를 얻지 못한 채 흘려버렸던 ‘피프 리뷰 공모전’도 올해 씨네21과 제휴를 통해 10월 3일부터 12일 동안 관객 참여 프로그램의 명목으로 개최한다고 밝혔다. 2007년에 ‘피프 리뷰 공모전’을 통해 많은 글들이 선상에 올랐지만, 그것을 추려내는 방식은 다소 미흡했다. 하지만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여름 기간 동안 특별 비평 수업을 운영해 관객심사단을 따로 설립한 만큼, ‘피프 리뷰 공모전’을 이용한 관객 비평층 확대를 예년과 다른 방식으로 기대해본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작과 폐막작은 각각 카자흐스탄에서 제작된 루스템 압드라쉐프의 <스탈린의 선물>과 <소름>, <청연>의 경력을 가지고 있는 윤종찬 감독의 <나는 행복합니다>로 선정되었다. 주목할 것은 카자흐스탄 영화가 개막작으로 선정되었다는 것인데, 김지석 프로그래머는 ‘새로운 지역, 소외된 지역의 영화들에 초점을 두고 싶었고, 타 지역 영화들 중에서 지나쳐가는 수작들을 건져내고 싶었다’라고 밝히며 개막작 선정에 대한 이유를 밝혔다. 폐막작으로 선정된 <나는 행복합니다>는 故 이청준의 단편소설 <조만득씨>를 토대로 제작된 영화로, 인기 배우 현빈과 이보영이 캐스팅되어 제작 전부터 주목을 받던 작품이다.

모든 영화제의 꽃이자, 부산국제영화제의 자랑이던 특별 기획 프로그램도 알차게 준비되었다. 특히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기획 프로그램은 <아시아의 슈퍼히어로>부문이다. <아시아의 슈퍼히어로>는 프로그램 기획 단계부터 주목을 받기 시작했던 섹션이다. <아시아의 슈퍼히어로>는 할리우드의 슈퍼히어로에 필적하는 아시아 영웅들에 초점을 맞추었으며, 한국을 비롯해 필리핀, 말레이시아, 일본, 인도, 태국, 인도네시아, 그리고 중국/홍콩 등지에서 초청되었다. 일본에서 1958년 제작된 슈퍼 히어로의 시발점 <월광가면>을 중심으로 유치하고 촌스럽지만 정의심 투철한 다양한 히어로의 모습이 소개될 전망이며, 발리우드의 흥행 돌풍을 이루었던 <끄리쉬>, 태국 유일의 정치적 슈퍼 히어로인 <머큐리맨>, 그리고 국가의 토종색을 볼 수 있는 <치착맨2>와 한국으로는 40년 만에 복원된 최초 컬러 장편 애니메이션 <홍길동전>등 개성 넘치는 히어로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회고전으로는 타비아니 형제의 영화들이 준비되었다. 13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이탈리아 영화들의 발굴과 재확립에 힘을 쏟아 넣은 만큼, 파올로/비토리오 타비아니의 영화들도 대거 부산이라는 도시를 방문할 계획이다. 타비아니 형제의 회고전은 주한이탈리아문화원과 이탈리아 최대 국영방송 ‘라이 트레이드’의 후원으로 이루어졌으며, 1977년부터 가장 최근인 2007년까지, <피오릴레>와 <로렌조의 밤>을 비롯한 여덟 편의 영화들이 상영된다. 이외에도 <루미나이 뉴웨이브>, <애니아시아>, <2008 아시아의 옴니버스 영화>, <아시아 감독들의 뮤직비디오> 총 네 가지 섹션을 특별 프로그램으로 준비해놓고 있으며, 특히 <옴니버스 영화> 섹션에서는 태국의 <사색 공포>, 일본의 와 인도의 <뭄바이 커팅>등이 주목받는 기대작이다.

이상용 프로그래머가 엄선한 한국영화의 섹션은, ‘한국영화의 오늘’이라는 이름으로 파노라마/비전으로 부문을 나누어 상영한다. 파노라마 부문은 총 12편의 극영화가, 비전 부문은 총 8편의 독립장편영화들이 소개된다. 파노라마 부문에서는 2008년 상반기 한국 영화 중 최고 흥행작이었던 <놈, 놈, 놈>의 해외버젼이 포함, 전수일의 <바람이 머무는 곳, 히말라야>와 김정중의 <오이시맨>, 이경미의 <미쓰 홍당무>등 신작도 다수 상영된다. 비전 부문에서는 최근 완성된 작품들이 주를 이뤘다. ‘비타협 창작집단 곡사’로 유명한 김곡의 단독 장편 <고갈>을 비롯해서 양익준의 <똥파리>, 안슬기의 <지구에서 사는 법> 등이 소개된다. 흥미로운 점은 ‘한국영화의 오늘’ 섹션에서 상영되는 작품들 중 다수가 여성 감독의 손에서 창조된 것이라는 점이다. 다양한 장르를 토대로 단편 영화 등에서 괄목할 성과를 이룬 여성 감독들의 첫 장편의 상영에 초점을 맞추었고, 이를 통해 한국 영화 제작현장에 대한 신선한 바람을 일으켜 낼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한국영화의 회고전’과 ‘한국영화의 고고학’에서는 각각 한형모와 김기영 감독의 영화들이 준비되어있다. 이상용 프로그래머는 ‘한형모 감독의 회고전을 통해 다재다능했던 그의 열정과 더불어 50년대 한국 영화를 회고할 수 있는 경험을 가져가 보았으면 한다’며 상기된 얼굴로 간단한 설명을 붙였다. 한형모 감독의 전성기는 1950년부터 1960년대로, 그는 이 기간을 통해 <자유부인>이라는 멜로의 고전을 창출해냈다. ‘한형모 감독 회고전’에서는 위의 영화를 비롯하여 <순애보>, <운명의 손>, <언니는 말괄량이> 등 그의 작품 중 7편의 작품을 상영한다. 또한 ‘한국영화의 회고전’에서는 2008년 다수의 영화제에서 초청받고 있는 김기영 감독의 <하녀: 디지털 복원판>과, 김기영 감독의 페르소나였던 이화시가 주연한 <반금련>을 최초로 상영한다.

‘월드 시네마’, ‘뉴 커런츠’, ‘와이드 앵글’ 등의 부문에서도 반가운 얼굴, 새로운 얼굴들이 눈에 띈다. ‘뉴 커런츠’ 부문의 작품들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모두 월드/인터내셔널 프리미어들이며, 아시아의 9개국 중 14편의 수작들을 선보인다. ‘뉴 커런츠’ 속 한국 영화는 모두 세 작품으로, 노경태의 <허수아비들의 땅>, 김태곤의 <독>, 그리고 백승빈의 <장례식의 멤버>가 상영된다. 많은 관객층이 발길을 멈추는 ‘월드 시네마’는 4명의 프로그래머가 37개국에서 67편의 영화를 상영한다. 이 중에는 아톰 에고햔, 다르덴 형제, 라울 루이즈, 피터 그리너웨이 등과 같은 감독들의 신작도 포함되어 있으며, 규모가 큰 만큼 전년과 같이 영화 목록을 추려내기 또한 ‘즐거운 고통’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진다. ‘와이드 앵글’ 부문은 소폭의 변화를 가졌는데, 이전까지 섹션 별로 나누던 것을 아시아/비아시아를 통합 후 다시 단편과 다큐멘터리로 나눴다. 다큐멘터리를 대폭 강화한 ‘와이드 앵글’ 부문에서는 부산HD와 코닥 지원작을 비롯해 아시아다큐멘터리펀드(AND)를 통해 제작 완료된 영화들을 추렸으며, 특히 한국 영화들은 농촌을 토대로 한 작품이 다수 상영되는 만큼 새로운 시선을 읽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밖에 13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작년의 불상사를 덜어내기 위해 각 게스트, 프레스 관련 아이디카드를 뱃지로 바꾸고, 발급에서도 엄격한 절차를 거치는 등 심혈을 기울였다. 기자와 제작자, 그리고 배급사들의 원활한 관람을 위해 HD포멧을 제외한 35mm 작품들을 대상으로 부산 스크리닝(이전의 프레스 스크리닝)을 하루에 4회 상영으로 늘렸다. 또한 김동호 집행 위원장은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현재 설립 추진/공사 중인 해운대 전용 상영관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수 년 후 이를 통해 한국 최고의 영화제와 다복합 문화 공간으로 거듭나길 바란다는 취지도 짧게 밝혔다.

천고마비가 아닌 ‘천고인비’를 부르는 서늘한 가을, 제 13회 부산국제영화제는 10월 2일 목요일부터 10월 10일 금요일까지 모든 관객들의 기대를 힘입어 행사를 시작한다. 2007년의 부산국제영화제가 크고 작지만 결코 지나칠 수 없는 운영 미숙의 결례를 낳았다면, 2008년의 부산국제영화제는 작년의 실수를 토대로 더욱 성장하는 영화제가 되리라 기대한다. 물론 영화제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내는 것은 철저히 관객의 몫이다. 그러니 일찌감치 고개 빼꼼 내밀고 영화 목록을 추려내어 인터넷 예매가 풀리기에 대비해보는 것은 어떨까. 올해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매우’ 치열한 싸움이 될 것이 분명하니 말이다. 당신과 나, 우리가 영화가 넘실대는 부산에서 ‘영화’를 안주삼아 소주 한 잔 기울이며 마주할 것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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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in1986.tistory.com BlogIcon 여름날  수정/삭제  댓글쓰기

    ;ㅁ; 부산국제영화제의 계절이 돌아오는군요..
    ㅠㅠ 가고 싶다......

    2008.09.11 11:19

2007.10.11
윤광식



영화제에서 영화제용 영화를 본다는 것은 일종의 당연한 명제다. 왜냐. 수많은 영화들이 국내에 개봉되고 또 살고 있는 도시 근처에서 각종 영화제라는 타이틀을 걸고 다시 수많은 영화들이 공개 되지만 그 '수 많은' 영화들이라 함도 결국은 세상의 모든 영화들에 비해 극히 미미한 수일터. 중요한 것은 이것이다. 영화제가 시작하기 전 프로그램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이것이 과연 개봉(혹은 공개)될 만한 영화인지 아니면 영화제에서 한 번 틀고 말 영화라는 것을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당연히 개봉할 것이라는 것을 뻔히 알고서도 거리낌없이 표를 사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것은 거장이나 혹은 자신이 지극히 좋아하는 종류의 영화나 좋아하는 감독의 영화일 경우. 것도 아니면 시간이 비어서 보는 경우, 이 정도 일 것이다.

올해 부산 영화제에서 본 영화 중에 몇몇개의 개봉 예정작 혹은 개봉 될 지도 모르는 영화들, 그러니까 구스 반 상트의 [파라노이드 파크]가 전자라면 허샤오시엔의 [빨간 풍선]이 그 후자가 될 것이다. 그러나 서울에서 부산까지 먼길을 와서 어차피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서울에서 볼 수 있는 영화들에 대해 굳이 이야기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것은 그 때 가서 이야기 하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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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앙원 감독의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같은 경우는 사실 개봉이 될지 아니면 그냥 묻힐지는 솔직히 확신이 안선다. 그러나 이 영화가 수입되었다는 이야기가 없는 것으로 미루어보아 '영화제용' 영화가 될 운명임엔 틀림 없다. 장예모의 [붉은 수수밭]에서 배우로 처음 이름을 알린 그는 배우로써 또는 감독으로써 확고한 위치를 가지고 있는 감독이다. 그가 지금까지 만들었던 두편의 영화는 모두 개봉했고([햇빛 찬란한 날들], [귀신이 온다]) 출시도 되었으며 마음만 먹는 다면 그리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그의 영화들은 장예모의 초기작들, 그러니까 [붉은 수수밭]과 [국두] 그리고 [귀주 이야기]까지 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간(들)과 그들을 둘러싼 시대의 공기들에 대해 어떤 부분에선 굉장히 민감하게, 어떤 부분에서는 상당히 유머러스하게 다루고 있는데 이러한 일련의 작업들로 인해 그는 중국에서 혹은 아시아에서 상당히 인정받는 감독이 되었던 것이다.

그가 3년간 걸쳐서 만들었다는 신작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는 그의 감독 필모그래피를 통해 가장 이질적이고(그래봤자 3편이 고작이지만) 가장 화려하며 또한 가장 불가해하다. 이 영화의 특징은 장예모의 색감을 느낄 정도의 화면들과 에피소드를 분절하여 시간과 상관없이 섞어 놓은 것,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그가 그동안 보여주었던 시대의 공기가 빠져있다는 점이다. 그는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를 통해 판타지에 가까운 새로운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영화를 보면서 당혹했던 점은 바로 이 것, 시대의 공기가 들어가 있지 않다는 점(혹은 시대를 보여주더라도 이것이 인물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였다. 발전일까? 아니면 그의 영화적 스승(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인 장예모의 전철을 밟아 가는 것일까? 어찌됐든 지앙원은 신작을 통해 어쩌면 그의 영화 인생에서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 하게 된 것일 지도 모른다. 다만, 한 작가의 터닝 포인트를 영화제에서만 발견 할 수 있다는 것은 다소 안타까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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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상드로 뷔스티요와 쥴리앙 모리가 감독한 프랑스 영화 [인사이드]는 우리 나라만의 특수한 환경, 즉 좀 잔인하다 싶으면 개봉이 요원한 이 특수한 환경 속에서는 절대 개봉 될 수 없는 극악의 난도질을 보여주는 영화다. 굳이 따지자면 슬래셔 장르의 영화라고 볼 수 있지만 고어에 가까울 정도의 표현 수위는 보는 사람을 다 얼어 붙게 만들 정도. 심지어 11일 상영때는 상당수의 관객이 비명과 신음 소리를 내다가 영화가 끝나기도 전에 나가버렸던 것이다. 85분의 런닝 타임에서 초반 10분을 제외하면 시종일관 베고 찌르고 쑤시고 자르는 이 영화는 너무나도 카리스마 넘치게 등장한 베아트리체 달의 섬뜩한 연기가 일품. 마치 저승 사자같은, 검정색 정장 원피스를 입고 가위를 들어 사방을 내려치는 그녀의 연기는 [베티 블루]에서 보여주었던 그 광기 서린 연기를 다시금 눈으로 확인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반전도 없이 극히 심플한 이야기만 만들어 놓고 나머지는 극악의 표현 수위로 영화를 끌어 간다는 점에서 이 두 감독의 배짱과 패기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하지만 그 극악의 표현 수위, 심지어 완전판 [엑스텐션]을 가볍게 넘어서는 표현 수위로 인해 앞으로 대한 민국 극장가에서 볼 수 있는 기회는 없을 것이다.(다만 이번에 열리는 유럽 영화제는 빼고. [인사이드]의 잔혹함을 직접 확인하고 싶다면 유럽 영화제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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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neomoon2007.tistory.com BlogIcon 가슴뛰는삶  수정/삭제  댓글쓰기

    부산에 가려다 못갔는데 종은 포스팅 보고 갑니다. 트랙백할려다 그냥 그 남겨요. 몇년전에 엑스텐션 봤는데 컴으로 봤는데도 섬찟했는데 그것을 가볍게 넘어선다니 놀랍군요. 한 번 보고싶은 유혹이...

    2007.10.13 01:48 신고

제12회 PIFF 5박 6일 간의 리포트

필진 칼럼 2007.10.12 07:59 Posted by woodyh98
2007.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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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모든 문제는 그 놈의 술 때문이다. 걱정했던 인사이동 건도 문제 없이 넘어가고 휴가도 제때 냈기에 기차표 끊어서 내려 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는데 술 때문에 가방을 분실하는 최악의 참사(?)를 겪게 되었고 그 바람에 부산을 내려가려던 일정에도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게 되었더란 말이지. 이래저래 기분 좋은 일들이 연속으로 터지는가 싶었는데 꼭 이런 식으로 태클을 걸어주신다. 이 무슨 장난의 운명, 아니 운명의 장난이란 말이냐. 어쨌든 난 해철 형님의 샤우팅이 귓전을 울리는 듯한 환청현상에도 불구하고 부산행 열차에 오를 수 밖에 없었다. 잃어버린 건 잃어버린거고 하기로 했던 일은 해야 되는 것 아니겠는가. 한산했던 KTX 광명역의 풍경을 떠올리며 무리 없이 티켓을 구할 수 있을거라 생각하고 여유 있게 매표구를 향했는데 이게 왠걸? 일반석이 모두 매진이라고 한다. 아니나 다를까 노란색 유니폼을 맞춰 입은 어르신들께서 줄을 쫘악 서계시는거다. 어디 여행이라도 가시는건가? 그래. 기왕에 이리 된 거 태어나서 처음으로 특실이란걸 한번 타볼까 하다 7천원 더 비싼 영화관람석 티켓을 끊었다. 영화제 관람하기 전에 몸 한번 풀어주는 의미에서 김상진 감독의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을 보았다. 덕분에 내가 기차만 타면 해주셨던 열차 맥주 시음행사는 다음으로 미뤄졌다. 하긴, 내가 또 술타령한다는 것도 말이 안되는 일이지. 영화 다 보고 나니 도착시간까지 한 30분 정도가 남아있다. 대략 2년만이다. 그 땐 주말에 잠깐 와서 간만 보고 가는 것이었지만 이번엔 꽤 오랫동안 부산에 체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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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긴 긴 여름. 남들 피서 다녀올 때 열심히 땜빵 해주고 참아왔던 보람이 이제야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뭐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애초부터 나란 녀석에게서 이번 영화제를 냉정하게 검토해보겠다는 생각 따윈 자리 잡을 틈이 없었다고 할 수 있겠다. 이런 저런 문제점들을 지적하는 기사들을 못본 것도 아니나 굳이 나까지 거기에 동참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이번 부산행은 내 휴가를 겸하고 있다. 그렇다. 난 일 하러 온게 아니라 만사 제쳐놓고 휴가를 즐기러 왔단 말이다. 그리고 기대하고 고대하던 잔치집을 향해 바삐 발걸음을 옮기는 방문객의 입장에서 본다면야 눈 앞에 놓인 음식들 챙겨 먹는 게 급하지 문제점 찾는 건 관심 밖의 일이다 이 말씀. 어차피 영화제 일정의 후반부에 속하는 시점에 부산에 내려 왔으니 연예인들 구경하는 것도 물건너 간 셈. 그런데 꼭 연예인 봐야 제맛인가? "영화제"의 메인 메뉴는 누가 뭐라 해도 영화이다. 잔치상 위에 놓인 음식들을 포식하듯 영화를 보고 함께 자리한 사람들과 그 떠들썩한 분위기를 즐기기 위해 난 영화제를 찾은 것이다. 아쉬운 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쿵 저러쿵 불평 늘어놓는다고 당장에 바뀌는 것도 아닐테니 본전 생각 안하려면 일단은 즐기고 볼 일 아니겠나. 영화제를 많이 안다녀 봐서 이번 상영 프로그램들이 전과 비교해서 어느 정도 수준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개인적으론 지금까지 본 영화들이 대체적으로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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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의 풍경도 나름대로 운치 있다. 가을에 찾아도 바다는 바다였단 말이지. 철썩이는 파도 소리가 무료했던 지난 여름을 보상해주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다만 한가지 의문점이 있다면 해운대 바닷가에는 왜 갈매기 보다 비둘기가 더 많은 것인가 하는 것이다. 참 알 수가 없다. 서울에서 줄창 보아 온 비둘기, 부산에도 참 많구나. 아무거나 잘 먹으며 아무데서나 잘 사는 비둘기. 아마 핵전쟁이 터져도 바퀴벌레와 비둘기는 살아남지 않을까? 머나먼 미래, 지구의 지배자는 비둘기와 바퀴벌레가 될지도 모른다는 말도 안되는 상상을 아주 잠시동안 해보았다. 파빌리온 게스트 라운지에서 공짜 커피도 마시고 여기 저기 기웃거리는데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설치한 DVD 판매부스가 눈에 띈다. 한국고전걸작들을 할인가로 판매하고 있다길래 김기영 감독의 [양산도]를 잽싸게 구입했다. 그리고 핑계김에 영상원 측의 담당자 분과 인터뷰 아닌 인터뷰를 시도. 사진 촬영에도 친절하게 응해주시고 부연설명도 잘 해주시고 글 잘 써달라는 당부의 한마디도 잊지 않으신 한국영상자료원 디지털정보화팀 연구원 이승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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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걸작 100선의 일환으로 다양한 작품이 출시예정이며 이 중에는 내가 좋아하는 이명세 감독의 [첫사랑]도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일제시대에 만들어진 영화들인 [집 없는 천사] (1941), [지원병] (1941), [반도의 봄] (1941), [조선해협] (1943) 이 네 편이 박스세트로 발매되어 있다. 그 역사적 가치만으로도 충분히 소장할만한 작품들이라 할 수 있는데 이승재씨의 설명에 의하면 주요 구매층이 한국영화에 관심을 갖고 있는 외국인들이라고 한다. 한편으론 참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의 문화이며 우리의 역사인데 정작 우리들 본인은 무심하다는 것. 반성해야 될 일 아닐까? 물론 이런 나도 가격이 제일 싼 [양산도] DVD만 구입했다. 일단 나부터 반성하자. 반.성. 어쨌든 중요한 건 한국영화의 힘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강하고 충분히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는 사실이다. 11월부터는 저렴한 가격으로 VOD 서비스도 실시될 예정이라 하니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이 지면을 빌어 한국영상자료원의 이승재씨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올리는 바이다. 이런 분들이야말로 한국영화의 든든한 뿌리라고 할만하지 않을까? 다시금 하염 없이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이번엔 게스트 라운지에서 티켓 예매 업무를 맞고 있는 자원 봉사자들과 접촉을 시도해 보았다. 요즘 초상권과 사생활 침해가 하도 문제가 되어서 사진촬영을 허락해줄까 걱정했었는데 그 분들은 너무도 쾌활하게 사진촬영에 응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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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촬영에 젬병인 날 위해 조명까지 고려하며 포즈를 잡아주신 총무부 티켓팀의 박예순씨, 박경희씨, 장영은씨. 내가 사진 좀 찍어도 되겠느냐는 말 안했으면 되려 서운해 하셨으려나? 나도 직장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 상대하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 알고 있는데 그 분들은 지칠 법한 상황에서도 밝은 표정을 잃지 않고 계셨다. 영화제와 관련하여 애정어린 비판을 부탁하는 저들 3인방에게서는 그야말로 한점 그늘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영화제를 빛내는 것은 유명 연예인도 아니고 기자들의 플래쉬 세례도 아니다. 저들 3인방과 같은 이들의 열정이 있기에 부산국제영화제가 더더욱 즐거울 수 있었던 것일터. 그들도 조금도 시간이 흐르면 젊은 날의 한 때를 부산국제영화제와 함께 했다는 사실을 자랑스러워 하게 되겠지. 혼자서 줄창 영화만 보고 다니다 모처럼 기분 좋은 수다를 듣게 되니 나 역시도 그들의 활력을 수혈 받게 된 것 같다. 부산엔 영화 보는 재미 뿐 아니라 사람과 함께 하는 재미도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 박예순씨, 박경희씨, 장영은씨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올리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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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한편의 영화를 더 볼 예정이고 내일은 부산국제영화제의 폐막일이다. 축제의 끝자락엔 늘 약간의 쓸쓸함과 허전함이 느껴지기 마련이지만 이번만큼은 맛 난 음식을 양껏 먹은 듯한 포만감과 함께이기를 바라며 남은 일정을 마무리지어야 될 것 같다. 실은 지금도 충분히 배가 부르다. 소화제가 필요할 정도로. 뭔가 냉정한 평가를 바란 분이 계시다면 죄송하지만 사적인 소감 외엔 내가 달리 하고 싶은 말이 없다. 난 즐기기 위해 이 곳에 온 것이고 즐거움이란 내가 영화를 보고 영화제를 찾는 가장 큰 이유이다. 즐겁지 않다면 모를까 즐거운데 굳이 트집을 잡을 이유는 없지 않은가. 이제 난 또 발걸음을 옮겨보도록 해야겠다. 이곳의 풍경을 좀 더 깊숙히 새겨놓도록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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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최고의 인기캐릭터 꿀벌씨(꿀벌군? 꿀벌양?)와 함께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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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09

부산국제영화제가 중반부를 넘어가면서 소위 ‘중간점검’ 류의 기사가 올라오고 있다. 제목을 보면 ‘부산영화제 이대로 좋은가?’ ‘별(스타) 볼일 없는 영화제, 관객 화났다’ 등 영화제에 대한 불만 섞인 목소리가 대종을 이루고 있다. 준비부족, 진행미숙, 파행 속출 이라는 간편한 단어를 사용하면서 강도 높게 비판하는 매체들은 대게 인터넷 언론과 스포츠신문이다. 물론 인터넷 매체와 스포츠신문을 싸잡아 비난할 마음은 없다. 다만, 실시간으로 전송되는 기사의 출처가 엄연한 것을. 사정이 이렇다보니 인터넷 게시판에는 ‘영화제를 없애라’ ‘한국영화 보고 싶은 마음이 없다’ ‘부산영화제가 왜 필요한가?’등등의 원색적인 댓글로 가득하다. 이렇게 보면 정말로 부산국제영화제가 무용한 행사이며 큰 실책을 거듭하고 있는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개막 5일 째를 맞아 올라오는 이러한 기사들은 몇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우선, 영화제가 끝나지 않았는데도 결산평가의 형식을 빌렸으므로 영화제의 성과 자체를 호도할 수 있다는 것이고, 특정사안에 대하여 지나치게 예민한 시선을 유지했다는 점과 기자들이 내세운 문제점의 최종수혜자에 기자들 자신도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정말로 부산국제영화제가 파행 운영되고 있는 것일까? 영화제에서 기자들은 무엇을 하는가.

앞선 글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영화제 때마다 언론이 보여준 취재행태는 올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영화제 운영방식에 문제가 있고 영화제의 주체가 실종되었다는 식의 기사가 넘쳐나지만, 사실 새로울 것이 없는 얘기다. 매년 반복하여 써먹는 소재라는 것을 작성자 스스로 알고 있을 것이다.(만약 모른다면 그는 신참임에 틀림없다) 매년 같은 문제로 몸살을 앓는 영화제만큼이나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언론의 그것 역시 하나도 변한 것이 없으니, 개막식이 끝나면 여배우의 노출수위를 논했고, 식 끝나기가 무섭게 썰물처럼 빠져나간 스타들의 무관심을 베껴 쓰듯이 일제히 보도하곤 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면 원활하지 못했던 행사를 집어내고는 관객 몇 명의 불만을 일반화시켜 준비부족과 진행미숙이라는 간단어로 마무리해왔다는 것이다.

각 언론사의 기자들은 영화제 측에서 제공한 프레스 ID카드를 발급받게 되며 (회사경비나 또는 자비로) 현장에 도착한 후에 취재일정을 체크하고 나름의 계획을 잡을 터인데, 대체로 기자들이 몰리는 곳은, 유명스타가 출몰하는 장소나 유명감독의 GV가 예정된 상영관에 한정된다. 10년 넘는 기간동안 무수한 영화제를 다녀보았지만, 영화전문매체 기자를 제외하고는 이름 없는 감독, 생소한 영화에 기자들이 자리를 채운 예를 알지 못한다. 결국 대다수의 매체가 동일한 행사장에 집결하다 보니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 터다. 심지어 어떤 이는 “스타를 보기 위해 영화제를 찾은 관람객의 목적”에 반한다는 주장을 내세워 배우들의 체류기간을 문제 삼기도 한다.

물론 지근거리에서 스타를 보는 관객의 즐거움은 크다. 설사 그렇다고 해도 경향각지에서 부산을 방문한 이들의 목적이 스타를 보기 위함이라는 논리는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되묻고 싶다. 오히려 스타가 부재함으로써 곤란을 겪는 이들은 저널 종사자들이다. 그들은 어떻게 해서든 기사를 만들어내야 하고 그것이 스타에게서 나오기를 바란다. 그래야 장사가 되기 때문이다. (그들의 표현대로라면)굴욕을 당한 허이재가 해운대 밤 바닷가에서 어느 남자 팬의 위로를 안주삼아 캔 맥주라도 들이켜 주기를 바라는 것도 그들이다. 정말로 영화를 좋아하는 방문객들에게 스타를 만나는 것은 일종의 보너스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관객들은 터득한지 오래다) 그럼에도 기자들은 영화제에 참석한 배우에 대하여 왈가왈부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오로지 스타 위주의 취재관행에서 한 치의 벗어남도 없다는 얘기다.

좀 더 예민하게 들춰보자면, 이러한 기자의 시각이란 노골적으로 말해 자신의 취재에 불편함을 느꼈거나 걸 맞는 대접을 받지 못한 것에 대한, 그러니까 동종의 영역확보의 일환으로 의도된 것이라는 생각을 감출 수 가 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전송되는 기사마다 약속이라도 한 듯 비슷한 사례와 유사한 내용을 담을 수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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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하다시피 어느 영화제치고 영화만 상영하는 곳은 드물다. 세미나도 열리고 마스터 클래스도 진행된다. 또한 영화제 성격에 따라 각종 부대행사도 마련된다. 이렇게 볼 때 스타가 얼굴을 드밀고 관객과 마주하는 시간은 전체에서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화제작의 제작발표나 해외 유명스타와의 만남도 제한적이고 한시적일 수밖에 없다. 결국 매체의 기자들이 (독자들의 최대관심사일 것이란 믿음 하에)취재할 수 있는 대상은 이동이 편리하고 기사를 전송할 수 있는 편의시설이 갖춰진, 게다가 취재에 우호적인 인물로 한정된다. 작금의 부산국제영화제 관련 기사들 대부분이 해운대 일원을 배경으로 작성되거나 특정 인물에 대한 동어반복으로 가득한 이유가 여기 있다. 엄연히 초청되어 프로그램 북에 등재된 독립영화 감독과 독립장편영화를 다루는 이도 없고, 뉴 커런츠 부문이나 한국영화의 오늘 ‘비전’ 섹션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예도 드물다.

물론 초창기와 비교할 때 부산국제영화제의 규모가 비대해지고 다소 권위적으로 변질된 면도 없지 않다. 프로그램이 늘어나는 만큼 초청자가 많아지다 보니 골고루 예우하지 못하는 일도 벌어지곤 한다. 게다가 남포동 시절에 비해 낭만은 찾아보기 힘든 대신 상업성으로 얼룩진 모습은 어디서나 쉽게 눈에 띈다. 그렇다고 해서 영화제자체가 파행운영이 된다던가, 가치 없는 행사로 전락해버린 양 이야기하는 것은 곤란하다. 어떤 행사이건 불만은 터져 나올 수 있고 반감을 가진 집단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러니 진심으로 부산국제영화제의 미래를 걱정한다면, 이른 새벽 극장 앞에서 진을 치고 영화 표를 구하는, 거의 매년 부산영화제를 찾는 관객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마스터 클래스에 참석한 관객도 만나고 영화를 보고 나온 이들의 소회도 새겨야 한다. 그들이야말로 영화제와 함께 해온 산증인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듣다 보면, 예기치 수확도 얻을 수 있을 것이고, 적어도 여배우의 등짝과 쇄골과 파인 가슴에 목매는 기사 따위와는 이별하는 법을 알게 될 것이다.

인터넷의 등장이후 웹을 기반으로 하는 매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그들의 주 수입원이 포털에 뉴스를 제공하고 클릭 수와 트래픽에 따른 과금에 한정되다 보니, 제목장사를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웹 포털에는 선정적 제목의 기사로 넘쳐난다. 영화제에서 벌어진 (그러나 의미 없는)뉴스를 다른 매체보다 먼저 제공하는 것이 그곳에 파견된 기자의 의무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또 다른 매체의 기자는 (다른 매체가 이미 제공했을지라도)어쨌든 제공해야한다. 왜냐고? 다른 매체가 했기 때문이다. 중요한 내용이라서가 아니다. 나도 그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을 데스크에 확인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자신과 같은 색깔과 디자인의 옷을 입은 사람을 만났을 때의 당황스러움을 한번쯤은 경험했을 것이다. 특별히 자의식 강한 사람이라면 당장이라도 화장실을 찾아 옷을 내팽개치고 싶을 것이다. 이것이 인지상정 아닌가. 그럼에도 누구보다 자의식 강하고 직업윤리 투철하다는 집단의 일원들은 경쟁심을 잃어버린 지 오랜 듯하다. 오히려 남이 입은 옷을 경쟁적으로 따라 입기를 자처하고 있다. 자존심을 버린 것이다. 이렇듯 남과 같은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재탕하는 이들이 프레스 표찰을 목에 걸고 부산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희희낙락거리며 아무렇지 않은 듯 베껴 쓰기를 거듭한다. 부끄러운 이야기다.

언론시사회 때마다 무대인사가 끝난 후 불이 꺼졌음에도 플래시를 터뜨리고 카메라를 들이대면서 영화상영을 방해해온 이들이 누구던가. 영화자체에는 관심 없고 오로지 스타와 그들이 흘린 냄새만 쫓는 함량 미달의 기자들이여, 이제 그만 다른 일을 찾아보는 것은 어떠한가! 정말로 부산국제영화제를 걱정하고 한국영화를 위하는 마음이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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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기인숙  수정/삭제  댓글쓰기

    얼마전 정치인과 영화인의 등장에 관한 두가지 관객의 다른 반응을 다룬 보도를 보고 웃었는데...과연 무엇이 바람직할 것인가는 의문이다...정치인도 충분히 대중의 관심을 받아야 할 직업인인데...물론 권위적인 정치인만이 아닌, 문화계 인물이 주목받는 세상도 좋은 일이다...아무튼 모든 분야가 고루 대중의 관심을 받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싶었다...정치적 무관심은 정치인들 스스로 만든 측면도 있다...국민의 사랑을 받는 정치인들이 많이 나왔으면...

    2007.10.10 13:26
  2. ㅇㅇ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그렇네요. 부산영화제도 물론 문제가 있지만, M시사회 이후로 기자들이 신경질적이고 감정적으로 비판 기사가 대부분이네요. 감히 자기들 대접을 소홀히 했다고 삐진거 같습니다. 우리를 무시했으니 한번 당해봐라 식으로 기사를 쓰는 듯 ㅋㅋ

    2007.10.10 13:35
  3. Favicon of http://www.hurstvillerepaircentre.com.au BlogIcon repair iphone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이글 퍼가도 될까요?

    2011.06.13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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