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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판타스틱영화제'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9.07.17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와 영화 잡지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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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나는 여타 다른 매체처럼 이번 영화제의 추천영화리스트를 작성할 생각이 별로 없다. 언제부터인지 영화관련 매체에서 영화제가 시작하기 이전에 추천 영화리스트를 뽑는 일이 거의 관행처럼 굳어져 버렸는데, 그건 아주 나쁜 습관이다. 그거 하나 추천해주는 게 뭐 그리 힘든 일이라고 이렇게 옹알대느냐 타박할지 모르겠지만, 솔직히 말해서 남들을 위해 추천작을 뽑는 일은 생각보다 힘든 일이다. 내 선택이 타인의 영화 선택에 도움이 되기 위하여, 끊임없이 나를 객관화시키는 작업은 좀처럼 달갑지도 않고, 아주 번거로운 일이다.(그리고 그 객관화라는 게, 또 항상 실패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그래도 명색이 영화에 관련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영화제 추천작 리스트를 뽑는 작업은 결코 일을 내팽개칠 만 큼 어려운 작업도 아니다. 오히려 영화의 숨겨진 이야기나 각광받는 감독을 이 기회를 빌려 마음껏 얘기 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서기 때문에 선택의 고통만큼, 또 얻어내는 다른 즐거움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영화제 추천 리스트가 만들어내는 결과적인 지형은 원래의 의도를 무색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그리고 이것이 내가 이 작업을 멸시하는 이유이다.

보통 영화제 추천작 리스트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영화에 대하여 일반 이상의 어느 정도 높은 관심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이거나 영화에 그다지 관심이 없지만 지역 행사로서 영화제에 참여해보고 싶은 마음에 각종 정보를 찾아보는 일반인이 대개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추천작 리스트는 영화제를 편하게 즐길 수 있게 만드는 아주 유용한 수단이 될 것이다. 특히 일반적인 지역 시민들에게 이런 추천작 리스트는 영화제의 프로그래머가 선정한 리스트의 높은 장벽을 일차적으로 낮출 수 있는 아주 적절한 도구가 될 것이다. 문제는 영화에 높은 관심을 지니고 있는 속칭 이 씨네필들이다. 나는 도무지 그들이 영화 추천 리스트에 의지하는 현상을 이해 할 수 가 없다. 왜 그들은 스스로 자신들의 리스트를 작성하지 않는가. 나는 속칭 한국의 씨네필이라는 사람들 중에서는 영화를 어떤 고급의 취향으로 취사선택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니까, 자신이 어떤 영화를 보고 즐거웠는가의 문제보다는 자신이 지금까지 어떤 영화들을 보아왔느냐의 문제로 자신의 취향을 영화로 증명하려는 소비적인 작자들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그들에게 명성 있는 인사의 추천작 리스트는 어느 유수의 영화제 수상작 목록만큼이나 좋은 쇼핑 대상이다.

여하튼 이런 몇몇 씨네필이란 작자와 더불어 속칭 영화매니아란 사람들에게 영화제 추천작 리스트는 오히려 영화 선택의 폭을 줄이게 만드는 이상한 역효과가 있다. 영화제 추천작 리스트는 영화 선택의 도움을 주기 위한 보조 수단일 뿐이지 그것이 전부는 될 수 없다. 하지만 근래에 영화제를 둘러보면 이상하게 어떤 영화에만 관객이 몰리는 현상을 발견 할 수 있다. 이런 경우 대개 두 가지 이유에서이다. 첫째는 이미 유명해져 버린 영화들이거나(세계 3대 영화제 수상작이거나 이미 명작으로 수 없이 회자된 고전의 경우) 또는 유명 매체에서 소개해 준 추천작 리스트의 상단에 올라 있는 영화일 경우이다. 겨우 일개 필자가 많은 이들의 영화 선택 문제까지 왈가왈부 관여 할 수 없는 일이지만, 많은 이들의 경우 그들이 보고자 하는 영화 선택의 폭은 대체로 매체에서 추천해준 영화 리스트로 한정되며, 그 안에서 개인적인 상황에 맞게 스케줄을 짜는 게 일반적이다. 따라서 영화제 추천작 리스트에 일절 언급되지 않는 영화의 경우 거의 대부분이 영화관이 한산한 경우가 많다.

물론 영화제에서 프로그래머의 각고의 노력 끝에 선별해 놓은 영화들을 선택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이 말을 다시 뒤집어보면, 그 어떤 영화를 선택하더라도 각각의 영화들이 모두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영화제에서 까지 영화를 좋은 영화와 나쁜 영화로 나누는 일은 너무 잔인한 일이다. 아마도 평소 필자의 지론대로 영화는 이런 영화 혹은 저런 영화로 나뉘는 게 영화제의 성격과 더 부합 되는 관점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영화제에서 안전한 선택을 하고자 하는 이들도 때론 과감한 외도를 해 볼 필요가 있다. 평소에 경험하기 힘든 새로운 영화적 체험을 하기 위한 장소로 영화제 만 큼 어울리는 장소가 또 어디 있겠나? 너무 추천작 리스트에 의지하지 말고, 한 번 마음 가는대로 영화를 선택해보고, 관람하는 경험을 쌓아보자. 그 나름의 재미가 또 있을 것이다. 특히 이런 특색 있는 장르 영화제에서 그 재미는 한층 배가된다. 물론 그 재미를 필자가 절대적으로 보장하지는 못한다.

(사족) 아무래도 설득력이 부족하여 첨언하자면, 이번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의 라인업은 지금까지 영화제 중에서 가장 가벼운 수준에 속한다. 그렇게 하드하지도 않고, 그렇게 난해한 작품도 없다. 평이한 수준에서 장르와 특색을 골고루 갖춘 작품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다. 물론 [V소녀 대  F소녀] 같은 괴기한 작품도 존재하고, [왼편 마지막 집]처럼 잔인한 영화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 역시도 이전과 비교해보면 한층 소프트해진 수준이다. 더불어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의 한상준 집행위원장은 이번 영화제를 “어떤 영화를 선택해도 아주 재미나게 볼 수 있을 만한 영화만을 선별하고 기획했다.”는 얘기는 이번 영화제의 특색을 아주 잘 설명하고 있다. 그러니 그대들이여 망설이지 말고 겁 없이 영화를 선택하시라. 영화제를 기획한 사람도 저렇게 말하고 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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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captainhong.tistory.com BlogIcon @HYUNMU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가 많이 와서 집에서 맥주따고 영화보면 딱 좋은 밤입니다
    갑자기 부천에 가고 싶네요...ㅎ

    2009.07.17 18:4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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