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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6.09 [처음 만난 사람들] 길 잃은 그들은 정착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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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태


피부색이 다른 두 남자가 모텔 방에서 소주를 마신다. 그리고는 이내 부둥켜 않은 채 눈물을 터트린다. 하나는 비행기만 타면 집에 갈수 있는 불법 체류자, 또 하나는 통일 전엔 북에 있는 아버지를 볼 수 없는 탈북자. 둘 중 팅윤은 한국으로 시집와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가진 옛 여자 친구를 지척에 뒀고, 진욱은 이미 중국에서 몸을 팔고 있는 여동생을 잃어버린 상태다. 둘은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넋두리를 꺼내 놓을 수밖에 없다. 둘의 대화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은 단연히 관객들뿐이다. 그럼에도 둘은 교감을 나눈다. 왜, 이 사회가 적극적으로 수용하지 않는 이방인들이기 때문에.

김동현 감독은 전작 <상어>에서 계급적 타자인 네 명의 청년이 대구라는 한 공간에서 비껴가고, 스쳐 지나면서도 종국엔 서로를 보듬어 안는 순간을 판타지로 승화시킨 바 있다. 그의 두 번째 작품 <처음 만난 사람들>은 그 타자의 외연을 탈북자와 이주노동자로 확장해 시켰다. 이번에도 주인공은 넷이다. 이제 막 서울에 발을 디딘 진욱, 부안에 있는 여자 친구를 찾기 위해 불법 체류한 베트남 청년 팅윤, 27년을 형사로 재직하며 피로감에 찌든 홀아비 최 형사, 대한민국에 정착한지 10년째로 이제 갓 택시 운전을 시작한 혜정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모두 하나같이 부표에 떠 부유하는 운명들이다. 진욱은 정착한 첫날 어처구니없이 이불을 사려다 아파트 이름을 잃어 버려 길을 잃고 만다. 유난히 시점 숏을 많이 사용한 진욱의 길 찾기 시퀀스는 우리에게 이방인의 시선이 어떤 것인지를 온 몸으로 체험케 한다. 택시 기사 혜정 또한 다르지 않다.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무시하기 일쑤인 마초 승객들에게 시달려야 하는 혜정이 마음을 의지할 곳이란 없어 보인다(영화의 엔딩 숏 또한 혜정이 바라 본 도심 거리다). 진욱을 우연히 태운 혜정이 집을 찾아주기 위해 아파트 단지를 빙빙 도는 시퀀스는 과연 그들이 집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암담함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완벽한 타자 팅윤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상습적으로 임금을 체불하면서 폭력까지 휘두르는 사장 아래서 그가 배운 말이라고는 "때리지 마세요. 나도 인간입니다" 뿐. 그가 그토록 갈망하다 결국 진욱의 도움으로 찾은 옛 애인의 가족들에게 또 다시 폭행당한 팅윤은 자살을 시도하기에 이른다. 사실 이들보다 더 심난해 보이는 건 바로 최 형사다. 유일한 남한 사람인 그는 이제 무엇을 헤야할지, 어디로 가야할지 무력감에 시달리는 존재다. 그가 유일무이하게 일말의 안식을 얻는 순간은 변두리 단란주점 마담과의 포옹뿐이다. 서울 거리부터 고속도로, 그리고 논두렁까지 유달리 길이 많이 등장하는 이 영화에서 제가 가야 할 길을 알고 있는 이는 아무도 없어 보인다.

판타지의 기운을 빌리기도 하고 적극적으로 인물들의 심리를 관장했던 전작과 달리 <처음 만난 사람들>은 조용히 그들의 자취를 따라 갈 뿐이다. 특히나 처음 만나 우연히 1박 2일의 여행길에 오르게 된 팅윤과 진욱의 여정은 이방인의 존재란 어떤 것이란 걸 효과적으로 드러내준다. 더욱이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팅윤을 보듬는 것은 탈북자 진욱이다. 단 한마디도 한국말을 하지 못하는 팅윤과 진욱이 나눌 수 있는 언어란 고작 You, Me, Go와 같은 짧은 영어 단어뿐이다. 그러나 두 이방인은 그렇게 미약하나마 소통을 이뤄낸다. 카메라는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투 숏을 너른 호흡과 정지된 앵글로 넉넉하게 잡아낸다. 그건 마치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이들의 목소리와 맨 얼굴, 그리고 대화의 호흡에 눈과 귀를 온전히 가져가 보라는 권유로 보인다.

따스해진 남쪽과 달리 이들이 거주했던 서울은 아직 봄이 오지 않았다. 그 와중에 팅윤을 체포했던 최형사는 아무런 이유 없이 그를 놓아준다. 그리고 팅윤은 어딘가를 향해 달린다. 그는 과연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친구들을 찾아 따뜻한 부산으로 향했던 진욱은 탈북자 선배인 혜정에게 늦게나마 전화를 건다. 과연 이들은 서울에서 다시 재회할 수 있을까. 곳곳에 이들에게 우연한 마주침을 제공한 <처음 만난 사람들>은 그렇게 한국사회의 냉랭한 현실을 조용히, 그리고 묵직하게 응시한다. 누구는 가슴이 저릴 것이고 누구는 미온하지만 온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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