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브래드 피트'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9.04.19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세월은 인생에 새겨진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김지희


데이비드 핀처의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이하 <벤자민 버튼>)는 80세 노인으로 태어나 시간이 흐를수록 젊어지는 괴이한 운명을 타고난 한 남자의 인생을 다룬 다. 이 비현실적이고 요상한 이야기는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로 잘 알려진 미국 작가 F. 스콧 피츠제럴드의 단편소설 <벤저민 버튼의 기이한 사건>(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이 그 원작이다.

1922년에 발표된 이 초자연적인 단편은 그 당시 잡지사에 판매하기조차 어려운 글이었다고 한다. 작가 피츠제럴드는 ‘낭만적 상상력’이라는 발군의 재능을 통해 있을법하지 않은 사건에 설득력을 부여하고자 시도했다. 이처럼 현실적이면서도 판타지에 가까운 이야기, 그것도 단편소설을 3시간여에 이르는 장편영화로 옮기는 일은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의 감독이 <세븐> <파이터 클럽> <조디악>등의 센 영화를 만든 데이비드 핀처라는 점은 의외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그의 유명한 전작들이 스릴러, 선과 악의 대립, 복수라는 표피 이면에 인생에 대한 진지한 고찰과 존재의 외로움을 잘 포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양은 다르지만 영화 <벤자민 버튼>이 인생에 대한 성찰과 관계에 대한 정서적 울림을 품고 있다는 점에서 데이비드 핀처의 전작들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친 남자들의 땀과 핏방울의 이미지로 기억되는 감독의 작품치고는 너무도 결이 고운, 따뜻한 한 편의 동화같은 느낌을 주는 <벤자민 버튼>은 여전히 낯설다.


시간을 거꾸로 사는 남자

1918년 여름, 미국의 뉴올리언즈. 대를 이어 단추공장을 경영하는 토마스 버튼(제이슨 플레밍)은 아내의 출산 소식에 부랴부랴 집으로 뛰어 들어간다. 하지만 아들을 얻은 기쁨도 잠시, 아내는 출산직후 숨을 거두고 담요에 싸인 갓난아기의 얼굴엔 주름이 자글자글하다. 충격을 받은 아버지는 80세 노인의 얼굴을 갖고 태어난 아들 벤자민을 어느 양로원 앞에 버린다. 마침 아기를 발견한 양로원 직원 퀴니(타라지 헨슨)는 벤자민(브래드 피트)을 친자식처럼 키운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퀴니는 아이를 낳지 못하는 처지라 벤자민을 하늘이 내린 선물로 받아들인다.

벤자민이 버려진 '양로원'이라는 공간은 주인공의 외로운 삶을 지탱해주는 보금자리인 동시에 영화에 특정한 정서를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매일 늙고 병든 이들이 저 세상으로 떠나면 또 다른 노인들이 여생을 보내기 위해 찾아오는 곳. 양로원이란 곳은 그렇게 조금은 특별한, 비일상적인 장소이다. 늙고 병드는 것, 삶과 죽음을 동시다발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영화 속 양로원에 등장하는 무명의 노인들에겐 극적인 사건보다 오늘의 식사 메뉴와 날씨 같은 소소한 일상이 주요한 화제가 된다. 열정과 갈등으로 출렁이는 인생의 정점을 보내고 이제 황혼인 그들은 매일 해가 뜨고 지는 것에도 감사한다. 삶의 고비들을 넘기고 여전히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노인들이 인생에 관조적인 건 당연한 일일 것이다. 환희나 유난법석이 아닌 차분함과 포용이 머물고 있는 곳. 가장 극적인 사건인 죽음마저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어버린 곳이 바로 양로원이다. 그래서 남다른 병을 가진 벤자민을 기이한 괴물이 아니라 연민의 대상으로 바라볼수 있었을 것이다. 늙은이들로 가득했던 양로원에 갓 태어난 아기의 존재란 오히려 생기와 활력을 제공한다. 어린 벤자민을 옆에 앉혀놓고 피아노를 쳐주는 할머니와 일곱 번이나 번개를 맞고도 살아남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할아버지. 그렇게 새로운 가족들 사이에서 벤자민은 평화로운 일상을 영위해간다.

피츠제럴드의 원작 소설에서는 양로원 이야기가 없다. 단편의 뼈대에 살을 붙이는 과정에서 바뀐 설정이겠지만 벤자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각색이라는 생각이다. 양로원이란 공간만큼 노인의 외모를 한 아기가 자연스러운 존재로 받아들여질만 곳이 또 있을까. 하루하루 죽음을 기다리는 노인들 속에서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젊어지고 건강해지는 아이 벤자민은, 축복받은 존재로 사랑을 받으며 자라난다.




사랑과 상실에 대한 성찰

12살이 된 벤자민은 할머니를 만나러온 어린 소녀 데이지를 만나게 되고, 첫눈에 호감을 느낀다. 잔잔한 일상이 이어지고 어느덧 17살의 청년으로 성장한 벤자민은 독립하기로 마음먹고 우연히 배를 타게 된다. 그는 망망대해를 떠돌며 새로운 여자도 만나고 2차 대전에 참전하는 등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진정한 남자가 되어간다. 벤자민은 선원으로 세상을 떠돌면서도 데이지(케이트 블란쳇)에게 지속적으로 편지를 띄운다. 데이지는 무용을 배우면서 활달하고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숙녀로 성장해간다. 전쟁이 끝난 후 집으로 돌아온 50대 외모의 벤자민은 어느새 성숙한 처녀가 된 데이지와 재회한다.

그러나 특별한 운명을 타고난 벤자민의 콤플렉스가 데이지를 밀어낸다. 그러던 어느 날, 각각 사십대 후반과 사십대 초반이 되어 다시 만난 벤자민과 데이지. 건장한 육체를 가진 청년과 아름답고 성숙한 아가씨로 만난 그들은 열정적인 사랑을 나눈다. 하지만 자신의 운명이 사랑하는 이들에게 걸림돌이 될 것이라 판단한 벤자민은 데이지의 곁을 떠난다.

벤자민을 양로원에 버린 후 먼 발치서 아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토마스는 결국 자신의 죽음을 앞두고 아들을 찾아와 용서를 빈다. 그렇게 벤자민은 자신이 사랑했던 데이지와 어머니 퀴니, 친아버지와 양로원의 가족들을 차례차례 떠나보낸다. 나이를 거꾸로 먹으며 점점 젊어지는 그도 세월이 몰고오는 이별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영화 <벤자민 버튼>은 벤자민이라는 한 남자의 삶을 통해 사랑과 상실에 대한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떠나고 헤어지고 죽음을 맞는 인생. 때때로 가장 소중한 것을 잃기도 하지만, 그것이 인생의 공평한 본질이란 걸 깨닫는다면 조금은 더 담담하게 그 모든 것들과 조우하게 될까.




아이러니한 인생, 세월의 딜레마

벤자민과 데이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짧았지만 인생의 정점에 강렬한 기억 한 점 남기고 각자의 삶으로 돌아간 것처럼, 소중한 순간을 같이 보낼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한 인생도 있을 것이다. 그 때 그 곳에서 내 곁에 있는 이에게 진심을 보여준다면 누구보다도 벅찬, 황홀한 삶을 살았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설령 어쩔수없이 나의 진심을 보여주지 못했을 지라도, 너무 상심하지 말기를…. 그것 또한 당신의 본질이자 한계일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순간 딱 그 만큼만 성숙했을 뿐이고, 그 세월들을 겪고 난 우리는 이제 한 뼘 더 성장해서 다시 그 시절을 아름답게, 혹은 아프게 회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을 끌어안기에 인생은 참으로 짧으니 후회 없이 그 순간을 보냈노라고, 담담히 말할 수 있게 되길 바랄 뿐이다.

느리고 우아한 클래식같은 영화 <벤자민 버튼>은 그저 흘러간다고 생각한 인생에 대해 거꾸로 가는 시계처럼 질문을 던진다. 당신의 인생의 바늘은 몇 시에 머물러 있는지? 이 영화가 던지는 진지한 화두에 우리는 어떤 대답을 들려줘야 할까. 마음은 청춘인데 몸은 늙고, 마음은 늙었는데 몸은 젊은, 이 아이러니한 벤자민의 삶이 우리네 인생과 별반 다르지 않다면, 그 딜레마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지혜를 어디서 찾아야 할까.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릴 수 없는 것처럼 세월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지만, 내가 살고 있는 현재와 좀 더 당당하게 맞서고 지난 시간들과는 화해할 수 있기를. 그래서 좀 더 지혜롭게 어른이 되어 가고 멋지게 늙어간다면, 실수와 오해와 이별을 잠잠히 받아 안을수 있게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세월이 당신에게 주는 가장 귀한 선물일 것이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BLOG main image
네오이마주(neoimages)와 영화 깊게 읽기
영화 비평 매거진 '네오이마주'의 공식블로그입니다. 더 많은 글은 http://neoimages.co.kr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by woodyh98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521)
필진 리뷰 (260)
필진 칼럼 (149)
사람과 사람들 (55)
문화와 세상 엿보기 (10)
그리고... (41)

달력

«   2019/1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 3,158,644
  • 110

네오이마주(neoimages)와 영화 깊게 읽기

woodyh98's Blog is powered by Tattertools.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