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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5.24 '그래도 다시 영화!' [대학 영화동아리 탐방] ① 서강영화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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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의 영화, 그래도 다시 영화!

영화가 뭐 길래, 우리는 이런 이야기를 해야 될까? 동아리 탐방 첫 번째 취재를 위해서 ‘서강영화공동체’를 찾았다. 한 손에는 기대를 쥐고, 다른 한 손에는 불안을 쥐어 잡고 터덜터덜 서강대학교 캠퍼스를 올라 동아리방을 열었다. 스타산실의 서강영화공동체는 박찬욱 감독을 비롯하여 <범죄의 재구성>, <타짜>를 만든 최동훈 감독, <집으로...>의 이정향 감독, <꽃미남 연쇄테러 사건>을 만든 이권 감독, 한예종 영상원 교수이자 다큐멘터리 감독인 김소영, 부천영화제 프로그래머 박진형을 배출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 이름만으로 하나의 브랜드가 될 법하다. 하지만 선배는 선배일 뿐. 우리는 좀 더 현재성 있는 대화를 나눌 것을 약속했고, 열린 마음으로 속내를 털어 넣기로 했다. 이들의 고민의 골은 상당히 깊었으며 골이 깊은 만큼 그들이 도달하고자 하는 산은 높아 보였다. 예상했던 바지만 듣고 있자니 씁쓸한 맛도 나고 입안에 가시가 돋은 것처럼 불편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서강영화공동체는 영화학교가 아닌 영화 동아리. 동아리를 대하는 우리의 인식자체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이들에게 미래를 짊어지라고 채근하기 전에 우리가 영화를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되물어보아야 한다. 영화는 교육이 아니라 놀이이며, 영화가 있는 극장이나 동아리방은 놀이터가 되어야 한다. 서태지 식으로 말하면 우린 아직 젊기에, 괜찮은 미래가 있기에. 영화가 우리에게 주는 골치 아픈 것들을 제쳐버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대화하자.

한 친구는 영화가 뭐 별거냐는 식의 말을 했다. 검은 안경 너머로 말이 미끄러져 나온 듯했고, 안경 너머 그 친구의 눈동자는 묵묵부답이었다. 이것은 희망일까? 절망일까? 그러나 그 친구의 말을 주워 담다가 말속에 뼈가 있음을 직감한다. 문학은 쓸모없음 그 자체에 쓸모가 있다는 역설을 말했던 김현 문학평론가의 말을 되새김질 해본다. 서강대친구들의 말을 듣다보니 오늘날처럼 실용주의시대에 영화의 가치란 쓸모없음에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영화란 겨우 7000원의 기회비용에 다름 아닌 것이 아닐까. 하지만 이런 불순한 생각을 하는 사이에 영화가 또 다시 일상으로 소환될 된다. 결국 영화를 찾는 사람은 관객이다. 영화가 우리를 유혹한 적은 있어도 자기발로 관객을 찾아온 적은 없지 않은가.

영화는 잊혀 질 만하면 찾아가고 싶은 친구이자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뗄 수 없는 애증의 관계다. 영화가 미워 죽겠다가도 영화를 보기 위해서 극장을 찾고, 친구들을 불러 모으고 있는 서강영화공동체 사람들. 불안을 이야기해도, 희망은 아직 잠들지 않았다는 걸 명심하자는 친구들의 조곤조곤한 목소리가 이곳에 담겨있다.


(※ 애초 인터뷰는 이승은 씨와 이명진 씨, 두 사람이 참석한 상태로 진행되었다. 인터뷰가 1시간 30분을 넘겨가고 있을 즈음 승해건 씨와 나하나 씨가 뒤늦게 참석해 진행되었음을 밝힌다.)



이도훈 : 우선 두 분 모두에게 질문을 하고 싶다. 각자 서강영화공동체에 들어오게 된 계기가 있나?

이승은(서강대학교 국어국문학과 07학번 / 現 ‘서강영화공동체’ 회장): 연극동아리랑, 영화동아리 중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가 서강영화공동체에 들어왔다. 영화라면 이론에 대한 것은 잘 몰라도 보는 것만큼은 남부럽지 않게 좋아했다. 대학에 입학해서 예체능계와 관련된 공부를 하거나 교류를 해보고 싶었지만 학교 특성상 그런 과가 없어서 동아리를 선택하게 되었다. 예술 문화 쪽으로 교류할 수 있는 곳이 동아리라고 생각했다. 영화가 종합예술이라고 하지 않나. 허세 부린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예술을 피상적으로 접하기보다는 좀 더 심도 있게 파고들고 싶었다.

이명진(국어국문학과 04학번 이명진) : 나 역시 어렸을 때부터 영화 보는 걸 좋아했다. 영화 보는 게 좋아서 동아리에 들어왔지만 대학 와서 영화 보는 방법을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는 욕구도 있었다. 그리고 이곳의 학구적인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고, 나랑 맞았던 것 같다. 2004년도 학기 초반 동아리 모집을 했을 때는 사람이 굉장히 많이 모였다. 30명 넘게 들어왔는데, 동아리가 전통적으로 스터디와 세미나에 주력하다 보니 자체적으로 사람들을 걸러내게 되었다. 서강영화공동체에 들어온 과정을 좀 더 말하자면, 개별적으로 서류를 제출하고 면접을 보았다. 면접을 본 이유는 신입생들이 너무 많이 모였기 때문이다. 면접을 하고나면 단순히 영화가 좋아서 감상을 목적으로 온 사람들이 스스로 발길을 돌렸고, 후에 한두 번 세미나에 참석해보고 ‘이게 아니다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스스로 동아리를 나갔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04학번에서 영화를 제대로 보고자해서 남은 사람이 총 6명이었다. 사실, 우리 동아리가 적극적인 홍보나 자기 PR을 하지 않는다. 좀 자존심 강한 동아리라고 해야 되나(웃음). 신입생 가두 모집을 해도 홍보를 많이 하지는 않고 유명한 선배들 이름 조금 적어놓을 뿐이다. 그래서 오늘날 신입생 모집에 실패하지 않았을까(웃음). 물론 예전에는 선배들의 이름을 알리는 것만으로도 신입생들이 많이 들어왔다. “박찬욱!” 한마디면 애들이 우르르 모이곤 했으니.


이도훈 : 승은 씨가 07학번인데, 신입생 모집 때 몇 명 정도 제출서류를 냈고 최종으로 남은 사람은 몇 명인가?

이승은 : 1학기 신입생 모집 당시 지원자는 7명 정도였고, 끝까지 남아서 활동하는 사람은 3명 정도다. 그리고 2학기 때 들어온 친구들이 합류해서 지금 07학번은 6명이다. 현재 집행부가 따로 구성되어 있는 것은 아니고, 07학번 이론스터디를 주도하고 있다.


이도훈 : 최근에는 최동훈 감독을 거론 할 수도 있겠고, <꽃미남 연쇄 테러사건>을 만든?? 의 이름을 내걸어도 신입생이 좀 모이지 않을까?

이승은 : 내가 들어올 당시에도 동아리 홍보를 하는 걸 보지 못했다. 사실 그럴 필요가 없었던 게, 영화동아리가 한 개 밖에 없으니 영화에 갈증을 느끼는 사람은 알아서 들어온다고 생각했던 거다. 올해도 그렇게 생각해 거리제에 주력하지 않고, 홍보전단만 학교 곳곳에 붙였다. 그 결과 4명이 들어왔고, 지금 모두 나가버린 상태다.(웃음) 지금 신입생은 없지만 2학년 중에 한 사람이 새로 가입했다.


이도훈 : 하긴 요즘에는 세미나 중심으로 동아리고 돌아간다고 하면 살이 떨려서 들어오기 쉽지 않겠다. 자기 발로 찾아오는 사람도 드물 것 같고. 홍보를 많이 해야 되지 않을까?

이승은 : 신입생이 적게 들어와 동아리 내에서도 회의적인 분위기가 맴 돌았다. 몇 일전 스터디에 참석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보았다. 지금 신입생 없는 동아리가 우리뿐만 아니라, 취직이나 주식투자 동아리가 아니면 신입생이 없는 형편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한 분야에 서 이론적으로 접근하는 것을 되게 싫어하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리가 변화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솔직히 영화를 배우고자 한다면 학과를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도전해 볼 수 있다. 하고 싶은 마음만 있으면 아카데미에 진학해 볼 수도 있는 거다. 같은 동아리 선배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우리가 공부한 이야기들이 네이버 한 마디만 치면 나오는 지식들인데, 그렇게 손쉬운 지식들을 왜 굳이 힘들여가며 모여서 이야기할 필요가 있는 것인가. 그래서 동아리의 취지를 살리는 방향으로 가되, 감상 동아리로 분위기를 유화시키거나 제작을 하고 싶은 사람들도 찾아 올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자는 이야기들이 오고 갔다.


이도훈 : 좀 씁쓸한 이야기인 것 같다. 그럼 동아리에서 전통적으로 해오던 일들에는 어떤 것이 있나?

이명진 : 기본적으로 일주일에 두 번 스터디를 한다. 두 번 중에 한 번은 이론 스터디고, 다른 하나는 분석 스터디다. 분석 스터디는 영화 한 편을 놓고 샷 바이 샷 등을 통해서 말 그대로 영화를 분석한다. 이론 스터디라는 학기별로 나누어서 1학기는 영화문법, 2학기는 비평이론에 관해서 공부한다. 영화 문법은 ‘필름아트’를 교재로 스터디를 진행한다. 2학기 이론 스터디는 비평이론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예를 들어 정신분석학, 기호학, 심리학, 정치학, 페미니즘이론 등을 바탕으로 비평에 관해서 공부한다. 스터디는 주로 2학년이 주도를 하는데, 2학년이라고 기호학을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건 아니다. 예전에는 굉장히 잘 운영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선배들만 해도 배우고자 하는 열망이 강했었던 반면에 04학번 때부터 이런 스터디를 왜 하는지 하는 회의를 가졌던 것 같다. 그래서 04학번들이 2학년 2학기 때 스터디를 조금 바꾸었다. 2학기 비평스터디를 영화사 스터디로 바꾸었다. 그런데 영화사를 공부하는 것도 세미나를 준비하는 사람은 재미있어 하는데, 준비과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더라. 영화사 세미나도 진행이 잘 안 되서 그 후에 2학기 스터디를 다시 바꾸어서 장르 스터디를 했었다. 우리 나름대로 2학기 심화과정을 여러 가지로 변모하면서 시도를 해보았다.


이도훈 : 올해 동아리 사업계획을 듣고 싶다.

이승은 : 세미나는 기본적으로 진행하고, 원래 한 학기에 한 번씩 축제기간에 맞추어서 감상회를 연다. 작년 이맘때에는 ‘예술과 외설’이라는 주제로 공개 세미나를 열었다. 주제가 조금 선정적이라서 사람들이 많이 올 줄 알았는데, 결과는 좋지 않았다. 앞서 말한 감상회란, 영화 상영 후 관객을 대상으로 영화에 대해 분석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다. 외부 사람들과 함께 영화를 보면서 동아리의 정체성을 알리고 영화로 접근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보자는 취지로 형성되었다. 올해는 9월 달에 SUFF(SUFF-rise의 준말: SINCHON UNIVERSITY FILM FESTIVAL-rise로 2004년 연세대, 홍대, 이대, 서강대가 연합하여 개최했던 영화제)를 다시 해볼까 생각했었다. 연세대 영화동아리 ‘프로메테우스’ 회장이 고등학교 동창이고 친한 사람이라 함께 해보자고 이야기를 했었다. 그런데 거기도 신입생이 적게 들어온 건 마찬가지인 것 같다. 지금으로서는 어떻게 될지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다. 2학기 때는 작년처럼 공개스터디를 진행할 것 같다.


이도훈 : 한 주에 이론과 분석을 같이 하는데. 그럼 예를 들어서 한 주에 정신분석학 중에서 라캉의 이론을 소개한다고 치면 분석 세미나는 그 이론에 맞추어서 진행하는 건가?

이명진 : 예전에는 그렇게도 했었는데. 요즘에는 발제자의 자유에 맡기고 있다.


이도훈 : 세미나는 집행부라 할 수 있는 07학번 6명이 돌아가면서 담당하는 건가?

이승은 : 올해 같은 경우 분석스터디는 선배들이 하고, 이론스터디를 07학번들이 준비하고 있다.


이도훈 : 명진 씨는 어떤 세미나를 진행하셨나?

이명진 : 학기 초반에 이론스터디를 한 번 한 적 있는데 내가 할 때 다 나가더라.(웃음) 그게, 기호학이었다.


이도훈 : 예전에 강한섭, 정성일, 김동원, 김소영 씨가 모여서 구조주의 세미나를 했다고 하더라.

이명진 : 우리 때만해도 구조주의 비평을 가지고 영화를 분석했는데, 요즘에는 그게 좀 힘들다. 다들 무거워하니까. 그저 옛이야기라고 해야 되나.


이도훈 : 명진 씨는 선배의 입장에서 전통적인 세미나 방식을 고수해야 한다는 이야기인가?

이명진 : 선배의 입장이라서 전통을 고수자고 하는 것은 아니다. 내 기수부터 선배들과 자주 충돌했고, 무언가를 바꿔보려고 했었다. 전통을 지키자는 입장은 아니고 충분히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SUFF란 영화제를 만든 것도 선배들과 싸워가면서 이뤄낸 것이다.


이도훈 : 지금 07학번이 느끼기에 선배들과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회장 자리에 있는 승은 씨가 고민이 많을 거라는 생각한다.

승은 : 신입생들이 다들 취직 동아리로 가버리고 있다. 동아리가 침체하게 된 이유가 전적으로 그 탓이라는 건 아니지만,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 영화동아리라고 생각해서 들어왔는데 이론만 하더라, 이런 인식을 주기 쉬울 것 같다. 하지만 ‘영화 분석’이라는 게 각자 생각을 교류하는 건데, 개인적으로 이런 건 어디서도 얻지 못할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분석 스터디는 긍정적이지만 이론 스터디는 국문과 수업을 들어도 배울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이 바뀌어야 되지 않을까? 동아리 전통을 고수해서 이론을 깊게 배우기보다는 영화를 몸소 체험했으면 한다. 영화 이론이 생기기전에 이미 영화가 있었던 것처럼, 대학생 신분으로 순수하게 접근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이도훈 : 몸으로 영화를 느끼는 거라면 제작 워크샵을 의미하는 건가?

이승은 : 이론을 배우고 워크샵을 하기보다, 하고 싶은 사람들 있다면 시나리오 써가면서 서로 수정하가면서 방학 때 영화를 찍었으면 한다.


이도훈 : 예전에도 제작 활동이 있었나?

이명진 : 공식 활동은 아니었고, 자발적으로 하고 싶은 친구들이 모여서 만들고는 했었다.


이도훈 : 승은 씨는 공식적인 활동으로 제작을 넣고 싶은 건가?

이승은 : 지난겨울에 공식적인 활동으로 넣고 싶었는데, 원래 자기 구미가 당기지 않으면 하지 않는 법이지 않나. 굳이 공식적인 활동으로 넣어 두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할 사람은 할 거다. 창작활동에 관해서는 강요하지 않고도 기대해 볼만하다고 생각한다. 작년 같은 경우에는 직접 은박지로 반사판을 만들어가면서까지 모두 힘을 모아서 20분짜리 단편을 만들었다.


이도훈 : 영화 이야기로 넘어가보자. 최근 시네필들의 경향이 양분되고 있다. 물론 이는 시대 현상 중 하나로 보이는데,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사람들과 골방에서 다운로드를 받아서 보는 영화인들로 양분되고 있다.

이명진 : 최근 동아리 내부에서도 유사한 문제로 온라인상에서 논쟁이 벌어졌다.


이도훈 : 누가, 어떻게 도화선을 던진 건가?

이명진 : 영화 동아리가 극장에서 영화를 보지 않고, 다운받아서 영화를 보는 건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누군가 문제 제기를 했다. 익명게시판에 올라온 글인지라 누가 논쟁을 유발한 건지는 알 수 없다.

이승은 : 지적 재산권 이야기도 나왔고, 영화 동아리에서 활동하는 사람이면서 영화를 다운 받아서 보아도 되는가?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그와는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들은 이런 말을 했다. 지나간 영화는 어떻게 하나, 불법다운 로드로 영화를 본다고 해서 그 영화가 영화관에 걸린 것도 아니고, 이미 극장에서 내린 지나간 영화인데. 심하게는 영화 관람료를 대신 내줄 거냐는 식의 감정적인 말이 나오기도 했다.


이도훈 : 최근 P2P 사이트 업체들이 단합하여 영화 다운로드를 유료화하고, 불법 다운로드를 근절하자는 운동을 펴더라. 나는 극장을 선호하는 편이지만 디지털 시대에서 다운로드를 막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 문제를 단순히 자본의 논리로 이해할 생각도 없으며, 단지 개개인의 취향 차이라고 생각한다. 영화에 관한 인식과 보는 방법론이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처음부터 극장을 사랑한 사람이라면 극장에서 얻는 체험을 잊을 수가 없어, 계속 발품을 팔지 않을까?

이승은 : 개인적으로도 영화관에서 보는 것보다 다운받아서 보는 게 많지만, 그게 철지난 영화들을 다시 보고 싶어서 보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나 같은 경우는 소유욕이 많아서 좋아하는 영화는 DVD로 소유하고 싶어 하는 이유도 있다.

이명진 : 나는 다운로드를 해서 보더라도, 유료로 즐기는 편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보면 비록 적은 돈이지만 돈을 내고 본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 문제는 개인적인 취향도 결합 되는 것 같다. 옛날 영화를 좋아하고 이런 영화들을 서울에 있는 몇 예술영화관에서 상영 하긴 하지만 자주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한 번 찾아가기도 힘이 든다. 사실 그런 면에서 기회비용을 따지자면 다운로드를 받아서 보는 것이 편하긴 하다.


이도훈 : 요즘에 영화를 점유하려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컴퓨터에 영화를 잔뜩 채워두고도, 외장형 하드에도 영화로 가득하고, 그것도 모자라 시디로 구워놓기도 한다. DVD 콜렉팅을 하는 사람도 한 둘이 아니지 않나. 마치 책을 책장에 꽂아 두어야 안심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이승은 : 다시 보고 싶은 영화는 한정되어 있지만, 영화 한 편을 소유함으로써 만족감을 얻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이도훈 : 화제를 다시 극장으로 돌려보자. 집에서 볼 때랑 극장에서 볼 때의 차이에 대해서.

이명진 : 지극히 사적인 취향인데, 극장에서 다 같이 관람하는 하는 걸 약간 경계하는 편이다. 큰 스크린과 좋은 음향이 있는 극장은 관객의 감정이 분위기를 조장한다고 생각한다. 극장 내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분위기도 그렇고, 요즘 대형극장에서 사람들의 감각이나 심리를 자극할 수 있는 장치가 커지면서 개개인이 느끼는 감동마저 조작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는 영화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가 없다고 본다. 다시 생각하면 ‘그저 그런 영화’라고 생각하는 작품들 때문에 눈물 흘린 적이 많다. 집에서 혼자 영화를 볼 때는 좀 더 객관적으로 거리두기가 가능한 것 같다. 물론 극장에서 함께 웃고 떠들면서 영화를 보는 건 좋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 취향이 오락영화를 자주 보는 편은 아니다. 내가 이런 생각을 했던 결정적인 계기는 <태극기 휘날리며> 보았을 때다. 그 영화를 보고나서 영화를 대하는 주변의 분위기가 파시즘적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더 무서운 건 그 당시 나도 그 영화를 보면서 울었다는 거다.

이승은 : 영화관에 가면 화질과 사운드가 보장이 되니까. 그래서 극장에 가는 게 좋은 것 같다. 최근에 본 <스피드 레이서>같은 영화는 집에서 보면 영화관에서 느꼈던 것만큼의 감상 경험을 받지 못할 것 같다. <스피드 레이서>의 장점인 컬러풀한 화면과 소리를 컴퓨터나 조악한 환경에서 볼 경우에 원본의 장점을 온전히 구현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다. 돈이 조금 더 들더라도 감독의 의도를 받아들일 수 있는 건 극장이라고 본다.


이도훈 : 승은 씨는 극장에 걸리는 영화 중 어떤 영화를 주로 보는 편인가?

이승은 : 주로 블록버스터. 조금 특이한 경우로는 한 편의 영화를 극장에서 여러 번 보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브로크백 마운틴>은 극장에서 본 영화를 7번이나 봤다. 내러티브보다 장면 장면에 감동받았는데, 집에서 DVD로 본다면 절대 극장에서 느꼈던 감동을 못 받겠다 싶었다. <애프터 미드나잇>도 너무 좋아서 극장에서 6번을 봤다. 최근에는 <추격자>를 3번 보았다.


이도훈 : 영화를 많이 보고나면 글도 쓰는가? 요즘 네이버나 다음을 통해서 블로거들이 쓴 영화 이야기나, 누리꾼들이 영화를 가볍게 대하는 태도를 많이 볼 수 있다.

이승은 : 그런 사람들을 시답지 않게 생각하면서도(웃음) 사실은 나도 글을 쓴다. 그런데 어쩐지 부끄러운 생각이 들어서 글을 묵혀두는 편이다.


이도훈 : 동아리 들어와서 영화보기가 바뀐 점이 있다면?

이명진 : (머뭇거리다가) 이런 말 하면 안 되는 데, 영화 보기가 싫어졌다.(웃음) 여기서는 어떤 교육을 받는 것처럼 특정한 스타일로 영화 읽기를 강요한다. 그럴 때마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꼭 그렇게만 봐야 되는가, 라는 생각을 한다. 예를 들어서 구조주의 시각이나 정신분석학에 입각해서 영화를 쪼개 봤을 때, 내가 느낀 감동의 일부가 증발하는 것 같더라. 그래서 처음에 동아리 생활하면서 회의도 많이 느꼈다. 한 편의 영화를 봐도 그냥 못 보겠더라. 영화에 대해 무언가 분석 해야만 할 것 같고. 동아리에서 배운 감상법이 정도 인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도훈 : 지금은 동아리 생활을 거의 마무리하는 단계인데, 지금은 어떤가?

이명진 : 당시에는 이론에 입각해서 영화를 분석하고 감상하는 게 정도인 줄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공부도 하고, 동아리 외부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다 보니 분석에는 다양한 것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제야 감상에서 오는 강박관념이 사라지고 영화 보는 게 조금 자유로워졌다.


이도훈 : 반대로, 승은 씨는 지금 이론 공부를 하는 과정인데, 동아리 들어오기 전에 가졌던 환상과 실제로 동아리 생활하면서 느끼는 괴리감 같은 게 있나?

이승은 : 원래 고등학교 때 ‘일탈학생’이었다.(웃음) 지금보다 다 서울아트시네마에 자주 가 영화를 보았다. 거기서 영화 보고 즐기는 게 내 적성에 어울린다고 생각했고, 영화 속 화면이 어땠고, 이 화면이 무슨 의미가 있는 것 같다는 식으로 노트에 긁적거렸다. 동아리 들어와서야 내가 했던 방법이 심화된 게 영화 분석이라는 걸 알게 된 거다. 내게는 동아리 활동이 재미있게 다가왔다.

이명진 : 지금 남아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 이런 스타일이다.(웃음) 동아리에 남은 사람들은 여기에 들어와서 영화 분석하는 방법을 배운 걸 좋아한다. 자신이 영화를 보고 느꼈던 것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자신에게 전달되고 있는지, 영화가 어떤 구조로 되어 있는 건지 알게 되면서 희열을 느끼는 것 같다.






이도훈: 세미나를 하면 영화에 관한 글을 쓰는 거에도 도움이 되겠다.

이승은 : 이건 좀 악영향인가?(갸우뚱) 부정적인 것 같진 않은데, 뭔가를 보고 나면 글을 남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겼다. 예전에는 영화보기가 감상으로만 그쳤는데, 이제는 영화를 보고 나면 의미를 찾고 분석한 후에 기록하는 습관이 생겼다.


이도훈 : 개별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들도 많을 텐데, 학회에서 학회지를 내듯이 자료집이나 비평집을 내볼 생각은 없나?

이승은 : 지금은 스터디 자료만 쌓아두고 있다. 예전에는 그런 작업을 했었다고는 하는 데 지금은 그런 에너지가 남아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이명진 : 요즘 다 같이 모여서 뭔가를 해보자는 경향이 약한 것 같다. 다들 자기 세계가 강해서 공부도 따로 하는 스타일을 가진 사람이 대부분이다. 말 그대로 개인주의가 대세다. 그런데 우리 너무 암울한 이야기만 하는 건 아닌가?(일동 웃음)


이도훈 : 선배들의 업적이 많지 않나. 그 부분이 긍정적인인 측면도 있는 반면 부정적인 측면도 있을 거라고 본다. 서강대 영화동아리하면 ‘스타 감독의 산실’이라는 말이 떠오르는데.

이승은 : 장점은 ‘간지’가 난다는 거.(웃음) 단점이라면 영화계 나간 선배들이 ‘서강대 영화공동체’출신이라고 하면 꺼려한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어서, 그런 걸 생각할 때마다 쟁쟁한 선배들에게 연락하기도 좀 꺼려지더라. 학교도 개인주의가 심하고 유대감도 많지 않다. 사실 겉은 화려한데 속은 그렇지 않다는 거.

이명진 : 쟁쟁한 선배들이 많아서 우리가 전통에 집착하고 있는 것 같다. 훌륭한 선배들이 만들어 놓은 건데, 우리가 쉽게 바꾸어 놓아도 될까 하는 생각 때문에 우리 스스로 보수적인 경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 같다. 선배들에 대한 열등감도 조금 작용하는 것 같다. 반면 좋은 점은 선배들 중에서도 잊지 않고 찾아오는 경우는 사람이 있다는 거다. 내가 1학년 때만해도 최동훈 감독이 학교로 찾아와서 자장면 사주고 간 적이 있다. 박진형 선배도 계속 도와주고 있고, 선배들 바빠서 못 찾아주는 경우도 있지만 멀리서나마 응원해주고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다. 특히 영화계에 있는 선배들일 경우에는 현장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인 것 같다.


이도훈 : 조금 전에 나왔던 서프(SUFF)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2004년도에 신촌 일대에 있는 4개 대학이 모여서 만든 영화제라고만 알고 있다.

이명진 : 서강대 영화공동체에서 먼저 의견을 내고 추진했었다. 2004년도 당시 동아리 분위기도 딱딱하고 엄해서, 우리들끼리 뭔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중에 신촌 일대 영화동아리들이 모여서 영화제를 해보자고 일을 추진한 거다. 우리 스스로는 기념비적인 영화제라고 생각한다. 당시 여름방학 때부터 이야기하기 시작해서 한 학기 내내 준비를 했었다.


이도훈 : 어떤 영화를 상영했었나?

이명진 : 충무로에 있는 영화감독들이 대학생 때 만들었던 단편영화를 메인으로 상영하고 각 학교 동아리에서 자체 제작했던 영화들을 함께 상영했었다. 감독들을 초청해서 관객과 대화하는 시간을 마련하기도 했다. 당시 참석했던 감독으로는 봉준호, 장준환, 이권 감독 등이 있었다. 극장은 이화여대 포스코관 이었는데, 관객들도 제법 있었다. 특히 마지막 날 봉준호 감독 영화를 상영할 때는 사람들이 많이 왔었다.


이도훈 : 왜 일회성 이벤트로 그친 걸까?

이명진 : 다시 추진을 했었지만, 각 대학마다 서로 의견차이가 있어서 계속 엎어졌던 것 같다.


이도훈 : 다른 대학과 사업을 추진 할 기회가 있다면, 연대할 생각이 있나?

이승은 : 연락만 온다면 시도를 해보고 싶다. 다 같이 살아남아야 되는 시기니까.

이명진 : 서로 성향이 다른 게 문제 될 수도 있다. 서프가 끝난 후에도 당시 의견차이나 취향문제 때문에 거부감을 드러낸 사람이 있었다.


이도훈 : 세미나에서 선택하는 영화는 주로 어떤 영화들인가?

이명진 : 각자 취향에 따라 다르다. 최근에는 슬래셔 무비를 한 적도 있었다. 나 같은 경우에는 고다르의 <‘네 멋대로 해라>를 가지고 세미나를 진행한 적이 있다.


이도훈 : 세미나를 하기 전에 영화를 같이 보는가?

이명진 : 영화는 먼저 보고 온다. 스터디만 진행해도 2~3시간을 족히 넘기 때문이다.


이도훈 : 동아리유지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세미나만을 고수하는 건 힘들지 않은가?

이승은 : 세미나 전통이 오래 전부터 있던 거라서 유지가 되고 있지만, 그 때 만큼 깊이 있는 세미나라고 하긴 힘들다. 작년에 그냥 감상동아리로 전향하자고 했을 때 나는 찬성하는 쪽이었다. 분석이 아니라 이론스터디를 하면서 겉돌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이도훈 : 세미나를 하고 나면 묘한 성취감을 얻지 않나?

이승은 : 발제할 때는 그걸 느낀다. 내가 몰랐던 부분을 습득하고 다른 사람에게 전해주는 재미가 있는 반면에 그저 앉아서 듣기만 할 때는 별 다른 감흥이 없을 때도 있다. 스터디 할 때 앉아서 자리만 채우고 가도 다른 사람은 모르지 않나.

승해건: (불쑥) 그 부분이 ‘서강영화공동체’가 안고 있는 고민이다. 04학번들이 지금까지 주욱 해오고 있는 고민사항기도 하다. 스터디의 존립 이유를 고민하는 환경자체가, 04학번이 세미나를 주도할 때랑 지금이랑 차이가 있다. 우리 때는 전 세대로부터 영향을 받은 선배들이 있어서 후배들이 회의에 잠겨도 선배들이 앞에서 확실히 길을 잡아주고 끌어주었다. 하지만 지금은 선배들인 우리 학번부터 회의를 가지고 있어서 우리 스스로 후배들을 이끌어주어야 하는지 갈팡질팡한다. 지금의 스터디가 실은 명맥만 유지하고 있고, 발제자나 듣는 사람 모두 ‘이걸 왜하나?’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전체 구조를 확 바꾸자 하는 소리도 나왔었다. 확실한건 변화에 대한 목소리가 없는 건 아닌데, 고민은 한결 같으나 정답은 찾기 힘들다는 거다.


이도훈 : 동아리를 탈퇴하지 않는 걸 보면, 뭔가 애정이 남아 있는 것 같은데. 어떤 애정인가? 영화에 대한 애정인가, 동아리에 대한 애착인가?

승해건 : 뭔가를 얻고 싶어서 동아리에 들어온 거니까. 물론 단지 특정한 목적만 있는 게 아니고 동아리에서 얻을 수 있는 사람과의 관계, 소속감에 대한 기대도 있다. 나 같은 경우에 대학생활에서 내 정체성을 찾는 곳이 동아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여기서 얻을 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공간과, 이곳 사람들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는 건 확실하다. 부정적으로 바라보다가 도망가지 말고 다함께 문제의식을 가지고 함께 즐길 수 있는 방향으로 바꿔봤으면 좋겠다.

이승은 : 영화에 대한 열정도 있지만, 애초에 영화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사람이었다면 학교나 학과가 다르지 않았을까? 영화가 좋아서 들어온 사람도 지금은 사람에 메여있는 게 크다고 본다.

승해건 : 나도 영화보다는 사람이 좋아서 남은 경우다. 사실 나는 영화동아리에 들 때부터 영화에 대한 애착으로 출발지 않았다. 영화에 대한 관심이나 취향은 개인적으로 있을 수 있어도 동아리 가입 당시에는 여기서 다른 무언가를 얻어가고 싶었다. 지금은 그런 부분에서 한계를 절감한다. 여기서 하는 스터디내용은 다른 외부강좌를 통해서도 들을 수 있는 것이고, 동아리에서 영화를 보지 않아도 영화 보는 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으니까.


이도훈 : 대학을 졸업하고 나면 사회에서는 오프라인 영화모임을 가지기 힘들 거다. 사회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영화에 대한 교류를 하고 있다. 대학 동아리의 장점은 매주 약속하지 않아도 정해진 시간에 다함께 모여서 영화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건데.

승해건 : 지금까지 해온 스터디의 대부분이 어디에서 들은 이야기, 쉽게 구할 수 있는 자료를 빌려와서 진행되는 방식이었다. 그 과정에서 발제자가 이야기를 하고 나머지는 청강하는 수준이었는데, 다 같이 이야기한다기보다는 주입식 교육에 가까웠다. 그래서 현재에 이르러서는 그런 관행을 바꿔야 될 것 같다고 생각한다.


이도훈 : 현재로서는 주입식으로 영화이론이나 분석을 강제하기 보다는 영화에 대한 애정을 살려주는 게 우선이지 않을까?

이명진 : 과거에는 영화에 대한 고민을 충분히 한 상태에서 이 스터디가 만들어졌다고 들었다. 따로따로 영화 공부를 하던 사람들이 모였다고 하던데. 도서관에서 자신이 보던 책을 누가 빌려갔는지 책 뒤에 있는 도서카드를 보고 서로 찾았다고 한다. 지금은 과거처럼 내공을 쌓고, 고민을 많이 한 사람들이 모인 게 아니다.
나하나 : 오늘날 동아리가 자발적인 사람들의 모임이라기보다는 형식만 남은 상태인 것 같다.


이도훈 : 그래도 영화가 좋아서 다들 동아리에 들어온 것 아닌가?

나하나 : 초반에는 동아리가 제작 쪽에는 거리가 멀었고 스터디를 하는 분위기였다. 특히나 동아리를 꾸려 나가는 선배들이 가지고 있는 자부심 같은 것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 예전부터 다소 무게감 있는 영화스터디와 이론적 깊이를 자랑해왔다고 들었다. 처음에는 선배들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의미를 발견하고는 했다. 나 같은 경우는 전통을 고수하자는 편인데, 안타까운 건 시대가 시대인 만큼 변해야만 하는 길목에 서 있다는 거다. 지키면서 변화하는 게 힘든 것 같다.

승해건 : 군 전역 후 복학할 당시만 해도 괴리감을 많이 느꼈다. 동아리에 내부에서 동아리 자체에 대한 자부심도 없어진 것 같고, 때문에 전통을 지키자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생각을 바꾸었다. 오늘날 사람들 성격이 딱딱한 스터디보다는 재미를 더 추구하는 것 같더라.

이명진 : 그 말대로라면 동아리 정체성을 바꿔야하는데...
이승은 : 박진형 선배(현 부천영화제 프로그래머)를 예로 들자면, 동아리 활동하면서 오손 웰즈의 <시민 케인>을 틀기 위해서 직접 번역을 하고, 자막을 입혀가면서 상영회를 열었다고 하더라. 오늘 날에는 그 정도로 영화에 대한 열정을 가진 사람이 드물다. 한편으론 정체성을 찾아야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시대의 변화를 읽어야 한다. 선배들을 따를 경우 전통은 남아도 사람은 남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도훈 : 기나긴 인터뷰를 버티느라 힘드셨을 것 같다.(일동 웃음) 그럼 마지막으로 각자 하고 싶은 말을 해주었으면 한다.

이승은 : 동아리가 유지 될 수 있으려면 오늘날에는 영화에 집중하는 것만큼 여기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에게도 집중해애 한다고 생각한다. 동아리라는 곳이 사람이 모이는 곳이다. 사람이 있고 동아리가 있고, 또 영화가 있지 않겠나. 그리고 오늘날에는 어느 영화동아리든 영화에 대해서 원론적인 접근을 하기는 여러 가지 여건 상 힘든 것 같다. 전통에 얽매인 상태에서라면 예전과 같은 열정을 기대하기란 힘든 것 같다.

나하나 : 영화에 대해서 의미 부여하는 것에 별다른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영화를 싫어하다가도, 영화는 우리에게 하나의 꿈으로 다가올 때가 있지 않나. 종종 우리는 일상에 억눌려 있을 때 자연스레 영화를 찾는 것 같다. 서강 영화공동체에도 크게 의미를 부여할게 아니라고 본다. 영화는 저마다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상업적으로 영화를 보든, 여기서 배운 시각에 젖어서 영화를 보든 각자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명진 : 동아리에서 세미나로 얻는 것들이 다른 수업에서도 들을 수 있긴 하다. 하지만 여기서 자발적으로 배우고 동아리에서 얻는 것이 나의 인문학적 토대를 형성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 것 같다. 또, 영화에 대해서 말하자면 영화는 나에게 애증의 존재다. 어릴 적부터 영화를 좋아해왔는데, 여기 들어와 잠시 싫어진 적도 있었다. 그래도 영화는 내게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였다. 애증의 존재.

승해건 : '어떻게 하면 동아리가 발전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을 자주 한다. 모두가 재미있어 할 수 있는 곳으로 변했으면 한다. 오고 싶은 동아리방이 되고, 하고 싶은 일이 있는 곳이 되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하기 싫으면서도 의무적으로 일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동아리가 유지 발전되기 위해서는 인식의 패러다임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 이런 이야기가 오고 가는 것도 다들 동아리에 대한 애착이 있으니까 가능할거라고 본다. 아직 희망은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는 친해지고 싶은 친구 같은 거다. 쉽게 다가가지는 못해도, 마음속으로는 늘 친해지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멀리서 바라만 보는 대상. 그게 영화다. 내게 영화는 아직 친해지지 않은, 그러나 친해지고 싶은 존재다.



진행 : 이도훈
참석자 : 서강영화공동체 친구들-이승은, 이명진, 승해건, 나하나
정리 : 이도훈 강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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