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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6.23 서인영을 통해 바라본 한국인의 구별짓기 욕망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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⑴ 왜 서인영인가?
1-1. 이기적인 언니, 서인영


그녀는 이기적이다. 서인영의 작은 얼굴과 구릿빛 피부는 여성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남녀구분 없이 모두 서인영에 열광했다. 하이힐이 유난히 어울리는 그녀의 가느다란 다리와 S라인이 빛나는 몸매는 남성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었고, 여성들은 성형수술시 서인영을 염두에 두었을 것이다. 그녀는 모두가 부러워하고 선망하는 이기적인 몸과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서인영은 그룹 쥬얼리 4집 앨범을 내고 ‘Superstar’라는 노래로 활동 중 ‘털기춤’을 선보여 대중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그 후 2007년 발표한 솔로 1집 앨범에서는 과도한 노출과 자극적인 댄스로 선정적이라는 비난을 받았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2007 MBC 가요대제전’에서 물쇼를 통해 파워풀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머리위로 떨어진 물 때문에 축축하게 젖은 옷과 그녀가 신은 하이힐이 성적인 코드를 유감없이 발휘해주었다. 하지만 서인영의 매력은 단순히 섹시함만이 아니었다. 대중들은 비 같은 남자가수만이 물쇼를 하면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출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서인영은 편견을 깨고 당당히 여가수로 물쇼를 성공했고, 찬사를 받고야 말았다. 인식의 전환이었던 것이다. 당시 무대 위에서 수직으로 떨어지는 물의 위력은 서인영의 왜소한 몸이 버텨내기에는 너무 버거워보였다. 그녀는 어깨가 내려가고 다리가 휘청거리는 상황에서도 춤을 추었다. 섹시한 컨셉과 파워풀한 무대연출을 위해서 잠시 주춤했어도 서인영은 온 몸으로 중력의 법칙을 이행하며 수직 하강하는 물의 파워를 역전하려는 투혼을 보여주었다. 이 무대 위에서 서인영은 당당히 가수로서 홀로서기를 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사실 쥬얼리 4집 앨범 활동 전까지만 해도 서인영은 쥬얼리 멤버 중 한 명으로 기억되는 존재였으며 톱스타라는 호칭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서인영은 솔로 앨범을 낼 때까지 쥬얼리의 팀 멤버였던 박정아와 이지현이 쇼 프로그램을 전전하면서 인기가도를 달릴 때까지도 묵묵히 쥬얼리 멤버로 자기 자리를 지켰다. 그녀는 스스로 준비기간이 필요했다고 생각한 듯하다. 강한 자가 오래 버티는 게 아니라 오래 버티는 자가 강하다는 말은 7년의 연예계 생활 끝에 스타 대열에 오른 서인영을 가리키는 말이었을 게다. 서인영은 후자에 속하는 타입이다. 그녀는 가수로서의 자질을 갖추기 위해서 악바리 근성을 발휘한다. 노래 연습을 위해서 솔로 앨범 발표 전 서인영은 자신의 방에 스티로폼을 붙여서 방음처리를 한 후에 발성연습부터 차근히 했다고 하며, 쥬얼리 4집 앨범을 준비하면서는 부족한 춤을 보완하기 위해서 기초스텝부터 다시 익혔다고 한다. 그간의 오랜 침묵과 노고 끝에 나온 솔로 1집 앨범은 자칫 식상한 이미지로 굳어질 위험요소도 있었다. 1집 활동 당시 섹시 컨셉을 전면에 내세우던 서인영은 채연, 이효리 등과 비교 대상이었다. 골반 뼈가 드러나는 시원스런 의상으로 시청자들을 깜짝 놀라게 하던 때, 그녀는 골반 뼈를 깎은 것이 아니냐는 성형의혹을 듣기도 하였다. 서인영은 그저 황당하다면서 웃어넘길 뿐이었다.


서인영은 섹시 여가수의 컨셉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다른 여가수들과의 차별화를 위해서 고군분투한 듯하다. 블랙 앤 화이트 계열의 시크한 의상과 골반 뼈가 훤히 드러나는 시원한 의상과 앙증스럽게 튀어나온 입술을 더욱 도톰하게 보이도록 해주는 핑크 계열의 투명 루즈는 서인영과 함께 떠오르는 이미지들이다. 여기에 태양을 피하지 않을 것 같은 구리 빛 피부가 만들어낸 건강한 이미지는 그녀를 한국의 크리스티나 아길렐라로 만들어주었다. 서인영은 다방면으로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엄정화가 자신의 우상이라며 공공연하게 말하기도 하였다. 이 말은 서인영 자신이 섹시 가수나 쥬얼리의 멤버라는 통칭보다는 ‘서인영’이라는 고유명사나 독립된 존재로 인식되길 원했다는 뜻으로 통한다. 타 연예인과의 비교를 할 때마다 ‘나는 나일 뿐이예요’라고 당당히 말하는 그녀의 말이 이를 입증해준다.


서인영은 섹시한 컨셉을 전면에 내세우지만 여성스러운 우아함이나 단아함, 귀여움 보다는 보이시하고 중성적인 매력을 앞세웠다. 그녀는 무대 위에서 다른 여자 연예인들보다 조금 더 파워풀하고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보여주려 하였다. 서인영은 분명 차별화를 위해서, 또 개성을 살리기 위해서 무대에 서는 듯 했다. 어쩌면 이는 냉혹한 연예계에서 차별화를 통해서 장수를 누리고 싶은 모든 가수들의 욕심일지도 모른다. 서인영은 ‘섹시 가수’가 아니라 ‘서인영’이라는 고유명사를 원했던 것이다. 이처럼 가수로서의 기본 자질인 춤과 라이브가 가능한 역량을 갖추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오늘날 서인영은 데뷔 7년차 연예인으로 ‘소녀시대’와 ‘원더걸스’ 같은 아이돌 여가수들이 활약하는 대중가요 시장에서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오랜 시간이 걸려서 탑 스타의 대열에 합류했지만, 그녀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 글에서 서인영을 다루려는 이유는 그녀의 독특한 취향 때문이다. 평소 연예인들은 사치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연예인들은 타의 모범이 되는 모습을 보여주길 원했고, 시청자들도 검소하고 금욕적인 모습을 미덕으로 여겼다. 대중을 서민이라는 등식으로 놓고 봤을 때, 연예인이 일반인들과는 다른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하면 대중들과의 친화력이 떨어지고 대중과 연예인 사이에 거리감만 생기기 때문에 연예인들도 금욕과 절제를 미덕으로 여겼다. 적어도 방송에서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하였다. 하지만 서인영은 각종 방송에서 명품에 대한 선호와 구두에 대한 자신의 애정을 과감하게 드러내었다. 특히나 그녀는 사치를 넘어서 구두를 수집하는 것이 자신의 취향 중 하나임을 보여주었다. <서인영의 카이스트>에서 보여준 그녀의 사치스러운 취향은 최근 극장 개봉한 <섹스 앤드 더 시티>의 여주인공들과 닮았다. 뉴요커 4인방은 이 영화 속 여자들은 각자 전문직에 종사하는 여자들이었다. 사회적으로 프로페셔널한 그녀들의 일상은 자유분방 그 자체였다. 그녀들은 종종 패션쇼 전시회에서 한 해의 패션 경향을 살펴보는가 하면, 사교계에서 남자들과 자유로운 섹스를 즐기는 여자들이었다. 부엌에 신경 쓰는 보통의 여자들과는 달리 그녀들은 옷장을 더 신경 썼다. 큰 냉장고 보다는 옷장이 중요한 그녀들. <섹스 앤 더 시티>는 뉴요커로 살아가고 싶은 여성들을 보여주면서 자본주의 사회의 물신화를 보여주었다. 서인영은 부분적으로 이 여성들과 닮았다는 점에서 <섹스 앤 더 시티>의 한국판이라고 불릴 만하다.



1-2. 지금 TV는 서인영 전성시대


2008년 상반기는 서인영의 독주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쥬얼리 5집 앨범이 발매되자 ‘Baby one more time’은 각종 인기가요차트 1위를 차지하였고, 양손 가락을 아래위로 만나게 하는 ET춤은 인기몰이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그리고 쥬얼리 인기의 중심에는 서인영이 있었다. 서인영은 할로 컷이라는 일명 바가지 머리(혹은 쵸코송이머리, 버섯머리라고 불리는 스타일)를 유행시켰으며, 바지가 허리위로 올라가는 하이웨스트 의상으로 인기를 끌었다. 길거리에는 숏커트로 짧게 자른 머리를 한 여성들과 하이웨스트 스타일의 옷을 입은 여자들로 넘쳐났고, 그녀가 입고 나온 명품 옷과 구두는 인기검색어에 올랐다. 너도 나도 서인영을 모방하고 패러디하기에 바빴다. 심지어 <개그 콘서트>에서도 신봉선이 ET춤을 흉내 냈다. 한편 서인영은 M-net의 오락 프로그램인 <서인영의 카이스트>에 출연하여 처음으로 단독으로 쇼 프로그램을 이끌어갔다. <서인영의 카이스트>는 서인영의 대학생활을 담은 리얼리티 쇼 프로그램이다. 서인영은 대학에 입학한 적은 있으나 연예계 생활로 제대로 된 대학생활을 해보지 못했었다. 그런 서인영이 명문대 중 하나인 카이스트에 입학하여 수업을 듣고, 동아리 활동을 하며, 여느 대학생과 다름없이 시험을 보았다. 이 프로그램과 함께 서인영은 <일요일 일요일밤에>의 한 코너인 <우리 결혼했어요>라는 가상 결혼 프로그램에도 출연하였다. 이 프로그램역시 리얼리티를 강조한 것으로 서인영은 크라운 J와 가상결혼을 하여 신혼초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우리 결혼했어요>의 인기와 서인영의 주가상승으로 <개그야 놀자>에서는 서인영-크라운 J 커플을 모방해 <우리도 결혼했어요>라는 코너를 선보였다. 서인영의 인기가 방송가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미친다는 걸 실감하게 했다.


서인영은 ‘된장녀’ 인가. 서인영에 대한 비호감과 호감이 동시에 발생한 것은 그녀의 사치스러운 모습이 공개되면서 부터다. 하지만 이 논란이 곧 그녀의 인기를 증명해주는 것과 같다. <서인영의 카이스트>에도 공개된 것이지만, 그녀는 중간고사를 무사히 치르면 명품구두(서인영 식으로 말하면 ‘신상’)을 사준다는 M-net 팀장의 말에 솔깃해 선뜻 방송 출연을 승낙한다. 그런가하면 <우리 결혼했어요>에서도 그녀가 명품에 집착하는 모습과 명품을 소비하는 모습이 여과 없이 방송을 탔다. <우리 결혼했어요> 방송 분 중 크라운 J가 외국에 다녀왔을 때 선물을 사오지 않았다고 화를 내는 장면이나, 비오는 날 대구에 갔던 날 구두가 젖는다고 업어 달라고 떼를 쓰는 모습은 시청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다. <서인영의 카이스트>에서는 향수와 패션에 관한 프로젝트 발표 수업을 위해서 향수와 명품 옷을 한 가득 사기도 했다. 대중들은 그녀의 이런 모습을 ‘된장녀’에 비유하며 처음에는 비호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서인영의 카이스트>가 회를 거듭할수록 대중들은 언제 비호감이었냐는 듯 그녀에게 호감을 보였다.


서인영은 슈어홀릭(shoe-aholic)이었다. 마돈나는 “섹스보다 마놀로 블라닉이 좋다”고 말했고, 근래 대표적인 슈어홀릭 의 대명사인 <색스 앤 더 시티>의 캐리는 다이아몬드보다 구두를 더 좋아했다. 길거리에서 강도를 마주쳤을 때 캐리는 핸드백과 반지는 모두 가져가도 좋으니, 구두만은 가져가지 말라고 애걸복걸한다. 이들은 구두애호를 넘어서 구두에 중독된 사람들이다. <서인영의 카이스트>에서 서인영은 백화점 명품관에 신상품 구두가 들어오면 누구보다도 빨리 가서 보고, 마음에 들면 사는 버릇이 있다. 직원들에게 신상이 들어오면 연락해 달라고 당부하는 서인영은 분명 슈어홀릭이다. <서인영의 카이스트>에서 처음으로 공개된 그녀의 집에는 신발장을 가득 채우고도 자리가 모자라 현관에 나란히 나열된 구두가 있었다. 서인영이 소장한 명품 구두만 해도 100여 켤레에 이른다고 한다. 시청자를 놀라게 한 것은 그녀의 신발이 대부분 명품이며, 실제로 구두를 구입하는 장면에서 175만원이라는(이 구두는 크리스찬 루부탱 제품이다) 구두 가격이 공개되어, 그 높은 액수와 구두의 브랜드가 이슈가 되었다. 그녀는 압구정의 한 의류 매장에서도 명품 한정판이 들어왔다는 소리에 솜사탕을 본 아이마냥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철없는 모습을 미워해야 하지만, 그녀에게는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이 있는 것 같다. 물론 서인영의 순수함이란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력이 뒷받침 될 때 가능한 말이다. 돈 없으면 애호나 중독도 불가능한 세상이 자본주의이다. 그녀의 인기가 상승하자 각종 매체에서는 서인영에 대한 분석에 들어갔다. 한 케이블에 방송에서는 그녀가 자주 애용하는 압구정 의류매장, 서인영이 손톱 정릴 받고 발 마사지를 받는 네일숍, 구릿 빛 피부를 유지하기 위해서 선탠을 하는 피부 관리소를 탐방 취재하였다. 가히 서인영이 대세인 세상이다.


오늘날 여성들을 사회에서 일정한 위치를 원하며 프로페셔널을 추구한다. 사회로 진출한 여성들은 사회적 지위에 만족하지 않고 남들과 다름을 추구한다. 그녀들은 남들보다 특별해 보기이기 위해서 외모를 가꾸는 일에 충실했다. 가히 외모지상주의다. 성형외과가 때 아닌 성황을 이루고, 백화점 명품관의 상품들은 불티나게 팔린다. 덩달아 명품을 카피한 ‘짝퉁’들도 동대문이나 남대문을 중심으로 불티나게 팔려나간다. 이는 중산층에 대한 한국인이 욕망과 함께 남들과 달라 보이고 싶은 대중심리를 보여준다.


서인영이 TV에서 보여주는 모습 중 하나는 그녀의 사치취향이다. 필자는 이 글에서 서인영의 취향을 통해서 한국인의 중산층, 혹은 상류층의 욕망과 컴플렉스에 접근해 보고자 한다. 물론 이 글에서 서인영의 취향인 구두. 구두를 통해서 계급 분포에 따른 취향을 분석할 여지는 없다. 계급분포에 따라서 선호하는 브랜드가 다를 수 있다. 부르디외에 따르면 하층민들일수록 소비행위는 필요기능을 따른다. 하지만 부르주아 층으로 갈수록 소비는 필요기능에 가까운 필요 취향 보다는 사치 취향을 고려한다. 서인영이 구두에 집착하는 것은 신고 다닐 신발이 없어서가 아니라, 자신을 돋보이기 위한 사치 취향에 가깝다. 부르디외에 따르면 사치 취향은 일종의 구별짓기다. 구별짓기는 타자와 나를 다르게 하고 싶은 욕구로, 서인영은 패션을 통해서 타자와 자신을 구별한다. 한편 <서인영의 카이스트>는 카이스트 학생들의 생활공간과 생활패턴을 서인영의 주거 공간 및 생활방식과 대조하여 보여준다. 연예인과 평범한 대학생들의 삶을 비교 대조하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리얼리티의 핵심이듯이 이를 분석하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⑵ <서인영의 카이스트>의 낯선 매력.
2-1. 학생 서인영 되기


서인영도 면접을 봐야했다. M-net에서는 서인영의 대학생활을 찍기 위해서 여러 대학을 돌아다닌다. 서인영은 순천향대 의대와 한양대 같은 여러 대학에 면접을 보지만, 고된 학업을 병행해야한다는 교수들의 지적과 기초 실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입학을 거부당한다. 서인영은 눈물을 삼켜야 했고, 사회에서 성공했지만 대학은 무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천신만고 끝에 그녀는 카이스트 면접에 합격하여 명예학생으로 입학한다. 카이스트에서는 서인영의 창의성과 열정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고 한다. 카이스트에 들어가기 위해서 입학본부장과 간단한 면접을 치러야 했다. 입학본부장은 중간고사에서 2개 과목 이상 낙제를 하면 학교를 계속 다닐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그리고 입학본부장은 카이스트 입학 조건으로 학교 홍보를 부탁한다. KAIST는 일종의 구두 계약을 통해서 서인영의 입학을 허락한다. 학교는 서인영의 이미지를 빌려오고, 서인영은 학교생활을 통해서 그간 얻지 못했던 학력자본(그녀에게는 대학졸업 증서가 없었는데, 사회에서는 각종 자격증이나 학력증서를 통해서 그 사람의 능력을 가늠하곤 한다)을 얻을 수 있었다. 이 프로그램은 학교와 서인영이 각자 주고받는 윈-윈 게임으로 학교와 서인영은 결과적으로 대중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얻었게 된다.


명문대 중 하나인, 그리고 공과대학 중 최고의 명성을 자랑하는 카이스트에서 서인영은 연예인이 아닌 학생으로 수업을 들어야 했다. 그녀가 수강한 수업은 신소재 과학, 디자인 프로젝트, 영어 회화, 화학 실험 총 4개의 과목이다. 신소재 과학 수업에서 서인영은 매번 지각을 해서 교수에게 핀잔을 듣는가하면, 원어민 교수가 진행하는 영어 회화 시간에는 교수와 눈이 마주 치지 않기 위해서 고개를 숙이곤 하였다. 새벽 늦게까지 진행되는 빡빡한 스케줄로 지칠 대로 지친 서인영에게 오전 9시 수업은 늘 무리한 강행군이었으며, 기초가 잡히지 않은 영어 실력으로 카이스트 학생들과 함께 영화 회화 수업을 듣는 일은 그녀에게는 고역이었다. 방송 초반 노골적인 학벌에 대한 권위가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연예인 서인영의 위치와 카이스트 학생과 교수들과의 거리감은 확실히 드러났다. 또한 서인영은 동아리 활동을 위해 응원 동아리에 가입할 때도 까다로운 면접을 거쳐야만 했다. 서인영은 새로운 구성원들을 만나고 소속감을 얻는 절차가 필요했다. 이는 연예인이라는 사회적 신분에서 학생이라는 사회적 신분의 전환을 의미한다. 서인영은 교수와 학생의 관계, 학생들과의 친분 관계, 동아리 생활에서 선후배 관계를 익혀야만 했다. 그 과정에서 서인영은 7년이 넘는 사회생활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종종 약자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교수의 권위 앞에서 기가 죽는가 하면 동아리 선배가 군기를 잡는 순간에는 적응하지 못하는 듯 했다. 가수로서 서인영은 무대 위에서 관중들을 바라보는 위치였고, 관중이나 시청자들의 시선은 서인영에게 집중되었지만 교실에서는 그 위치가 역전되었다. 서인영은 늘 교수를 바라보아야했고, 교수들은 강단에 서서 서인영을 바라보았다. 교수라는 위치가 가지고 있는 권위와 힘은 서인영을 늘 압도했다. 하지만 서인영은 특유의 당돌함으로 이를 대처해 나간다. 신소재 공학과 교수와 일대일 면접에서 서인영은 재기발랄한 말투로 교수의 영어 발음이 조금 엉터리라며 비아냥거리는가 하면 면접 시간에 지각하고서도 특유의 애교를 발휘해 위기를 모면하기도 한다. 학교의 수직적인 위계구조를 서인영은 당돌함으로 대처해 나가는데, 대중들은 서인영이 두 개의 장(연예계와 학교)에서 겪게 되는 아노미 현상을 관람한다. 서인영은 역할갈등으로 혼란을 겪기도 한다. 영어 시험이 있던 날, 서인영은 전날 새벽 4시까지 뮤직비디오를 촬영하느라 아침 시험에 지각을 하게 된다. 이 일을 계기로 그녀는 그간에 쌓였던 감정을 폭발한다. 무리한 스케줄을 강요했던 매니저에 대한 원망과 무작정 학교에 입학을 하고 무작정 시험을 치라고 강요하는 제작진에게 속상한 감정을 드러낸다. 하지만 학생이라면 누구나 시험을 봐야했다. 서인영은 이런 장면에서 연예인과 학생사이에서 발생하는 역할갈등을 겪는다. 역할 갈등의 모습은 일상 곳곳에서 나타난다. 서인영은 시험을 보기 위해서 방송대기 시간에 동료 연예인들과 함께 공부를 하는가 하면 뮤직 비디오 촬영 현장에 친구들을 초대해 함께 출연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녀는 점점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방송이 횟수를 거듭할수록 서인영은 학교를 낯선 장소로 생각하기 보다는 스스로 ‘우리 학교’라는 호명을 통해서 학교생활에 적응했음을 보여준다. 그녀는 카이스트 학생으로서의 자부심과 함께 소속감을 얻게 된다.


<서인영의 카이스트>는 서인영이 연예계에서는 7년차이고 사회적으로 성공했지만 학교에서는 약자일수 있다는 걸 보여줌으로써 위치를 역전시킨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연예인에 대한 환생이 깨어지는 순간이 발생했다. 서인영이 약한 모습은 시청자에게는 연예인이 평범한 학생의 위치로 전락하는 볼거리를 제공했다. 교수들은 수업시간에 시험과 출석을 통해서 자신의 권위를 행사하고, 반면 학생인 서인영은 교수들의 요구에 수긍하면서도 자신의 주장과 개성을 정면으로 내세우기 때문에 교수와 서인영간에는 보이지 않는 권력 투쟁이 발생한다. 작은 교실 안을 보여주는 카메라는 학생과 교수간의 권력 투쟁의 공간이다. 방송은 일상에서 다분히 일어나는 알력 관계를 재미나게 풀어나간다.


한편 이 방송의 핵심은 연예계 생활을 통해서 일반인 친구들을 사귀지 못했던 서인영의 대인관계를 확장시켜주는 데 중점을 둔다. 서인영은 자칭 ‘서인영 크루’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에서 다양한 친구들을 사귄다. 친구들은 서인영의 과제를 도와주는가 하면, 서인영의 부진한 학업을 위해서 과외 선생이 되어주기도 한다. 한편 동아리 활동이나 방과 후에 삼삼오오 모여서 여가 활동을 함께 즐기면서 연예인과 학생들이 어우러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서로 다른 두 영역에서 활동하는 서인영과 학생들이 공동체 생활을 한다는 설정이 곧 이 방송의 기본 설정이었다. 서인영에 대한 경외와 동경의 사그라질 때, 대중들이 연예인에게 품고 있던 환상은 깨어진다. 그녀의 신분이 방송인에서 학생으로 바뀌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그 간에 연예인에 대해서 품고 있던 환상이 깨어지고, 깨어진 환상의 빈틈으로 ‘학생 서인영’, ‘일반인 서인영’이라는 이미지가 대신 자리 잡는다. <서인영의 카이스트>의 인기의 일등공신은 가깝고 친근한 서인영이라는 이미지가 일등 공신이었다.



2-2. 서인영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


연예인도 보통 사람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분명 톱스타라면 보통 사람들과는 남다른 귀족적인 생활 방식을 할 거라는 환상이 지배적이다. <서인영의 카이스트>는 그런 대중들의 환상을 충족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방송 초반에는 서인영과 학생들의 생활방식을 비교 대조함으로서 거리감과 이질감을 형성했다. 방송 초기에 서인영은 학생들과 친해지기 위해서 카이스트 기숙사를 방문한다. 서인영은 기숙사라는 공동체 생활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여학생들이 수다를 떨다가 한 침대에서 잠을 잔다는 말에 놀라고, 방 마다 욕실이 없고 공동으로 샤워장이나 화장실을 써야 한다는 말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5평 남짓한 2인 실에서 공동으로 생활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신기하면서도 서인영은 공동체 생활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동아리 활동 중에도 서인영은 작은 일에서 학생들과 갈등을 겪는다. 응원단 연습시간마다 서인영은 굽이 높은 구두를 신고 나타난다. 10cm를 넘나드는 굽의 높이는 볼 때마다 아찔한 기분이 들게 한다. 응원단 연습은 격렬한 동작이 많기 때문에 단원들은 늘 운동화를 신고 연습을 해왔으며, 심지어 땀이 많이 나기 때문에 여자들의 경우에는 화장도 금기시 되어 있었다. 하지만 서인영은 평소 무대를 고려하여 굽이 높은 구두를 신고 연습을 해왔으며, 화장도 연예인으로서는 필수였다. 생활 방식의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이들에게는 이해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서인영은 학교에서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한다. 그녀의 집은 강남의 한 빌라로 입구에서부터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야 하는 곳이다. 건물 앞에는 경비원이 있고, 집 근처에는 감시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을 법한 전형적인 강남 상류층의 주거공간이다. 서인영의 집은 앞서 보여주었던 학생들의 주거공간과는 사뭇 다르다. 현관에는 서인영이 모아두었던 구두가 100여 켤레 진열되어 있고, 집안에는 그녀만의 의상실이 따로 있다. 기숙사와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욕실이었다. 집안에서 가장 신경 쓰는 곳이 욕실이라고 말하는 서인영의 욕실은 문이 따로 없이 오픈된 공간으로 리모델링하였다. 먼지 하나 없어 보이는 백색의 욕실은 일반 가정의 욕실과는 달리 넓은 것이 특징이었으며, 그녀는 청결을 위해서 3벌의 목욕 가운을 준비해 두고 있었다.


주거공간은 사회적 신분과 직결된다. 카이스트 기숙사가 곧 ‘카이스트’를 상징 할 수 있듯이 서인영의 개인 생활공간도 ‘서인영’이라는 이미지 혹은 사회적 신분과 직결된다. 기숙사는 감시의 공간인 동시에 훈육의 장소이다. 카이스트 학생들만 출입할 수 있는 이 공간은 감옥과 흡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공동체 생활을 위한 규칙과 질서가 갖추어진 공간이다. 이 공간은 외부와 폐쇄성을 가지고 있다. 이는 카이스트를 외부와 구별함으로서 학생들에게 소속감과 공동체 의식을 부여하고, 동시에 외부와 차별화 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한편 서인영의 집 역시 폐쇄적이지만 이 폐쇄성은 철저히 서인영 개인을 위한 기능을 한다. 늘 대중들에게 노출되어 살아가는 연예인이기 때문에 서인영에게는 자신의 집이 유일한 안식처로 작용한다. 그녀는 휴식을 위해 욕실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하고, 침대는 킹사이즈를 선호한다. 하지만 유독 눈길이 가는 것은 그녀의 패션 감각이다. 한 방을 가득 채우고도 남는 수많은 옷들과 신발장을 채우고도 남는 화려한 구두들. 방송 당시 서인영의 집을 방문한 남자들은 서인영의 의상실과 구두를 보고 기겁을 한다. 성性차에 의한 놀라움일수도 있지만, 일반인들이 가정에 의상실을 따로 가지는 경우는 드물 수가 있다. 이런 장면의 비교 대조를 통해서 이 방송은 일종의 계급을 구분 짓고 있으며, 그 차이를 통해서 호기심과 관음증을 유발한다.



⑶ 사치취향의 파급력
3-1. 구두애호에서 구두 중독으로


기독교 의식이 강한 서구사회에서는 금욕이 미덕이지만, 부르주아들은 사치를 통해서 자신의 경제력이나 문화력을 과시한다. 이런 풍조는 뉴요커들에 대한 동경에서 시작된 <섹스 앤더 시티>에서 볼 수 있으며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한편 한국 소설 중에서도 <달콤한 나의 도시>를 쓴 정이현은 명품을 즐기고 남성을 경제력으로 판단하는 여성의 심리를 묘사했다. 이 소설은 性 이나 연애마저도 상품이 되어가는 현대 사회를 묘사한다. 동시에 여자들은 핸드백이나 명품으로 자신의 신분 가치를 상승시킨다. 사치가 미덕은 아니지만 사치는, 한 사람의 경제력과 문화적 자본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지표로 작용한다. <섹스 앤 더 시티>의 여자들은 프라다 가방을 가지고 싶어 하고 마놀로 블라닉의 구두를 신고 싶어 한다. 서인영 역시 명품 옷과 구두에 대한 애호를 보이는데, 서인영의 구두에 대한 중독을 통해서 경제적 자본과 문화적 자본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서인영의 사회적 위치인 연예인이라는 지위와 그녀의 생활 방식은 대중들로 하여금 그녀가 상층계급에 가깝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여기에 그녀가 주로 활동하는 지역이 압구정과 강남이라고 했을 때 그녀가 상류층 혹은 부르주아라는 이미지로 굳어진다. 평소 연예인들은 각종 시상식에서 해외 유명 디자이너들의 드레스로 자신의 미를 뽐냄으로써 과시욕을 드러낸다. 대중들은 연예인들이 입고 나온 브랜드와 그 브랜드와의 조화로 연예인들을 평가한다. 오늘날 외모지상주의에서는 한 사람의 외모나 몸매뿐만 아니라 옷이나 장신구가 한 사람의 기호나 지표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슈어홀릭은 공연이나 예술관람 보다도 구두에 더 열광하는 구두애호가, 구두수집가, 구두광을 일컫는 말이다. 전설적인 슈어홀릭이라면, 3000여 켤레의 구두를 모았다고 알려진 마르코스 필리핀 전(前) 대통령의 부인 이멜다 여사가 있다. 대통령이 권좌에서 물러난 후 이멜다는 발의 쾌락을 민생(民生)보다 더 중요시한 죄로 기소되기도 했다. “구두를 모으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라고 외쳐온 그녀는 2001년 자신의 구두를 모아 구두박물관을 개관했다. 머라이어 캐리도 구두 한 켤레로 버텨야 했던 어린 시절 기억 때문에 보이는 대로 구두를 구입, 1000여켤레 정도 소장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슈어홀릭은 여성의 욕망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 평설이다. 영화평론가이자 임상심리학자인 심영섭은 성적인 욕망, 허영심 등을 만족시키기 위해 구두가 페르소나(가면)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그녀는 구두를 신는 것 자체에 신데렐라에 대한 여성심리가 작용 한 것으로 분석한다. 한편 이규혜 교수(한양대 의류학과)는 “사회적·성적 정체성을 표현하는 것이 옷이지만 사회적 상황 때문에 원하는 대로 입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런 억압을 신발로 표출시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는 높은 하이힐이 여성의 성적 욕망의 분출이라는 심리학적인 분석도 분분하다. 하지만 슈어홀릭이나 쇼핑을 즐기는 쇼퍼홀릭(Shopaholic)을 단순히 심리적인 요인의 작용으로 해석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다. 여성들이 쇼퍼홀릭이나 슈어홀릭의 성향이 있다면, 남성들도 자동차나 오토바이, 지퍼 라이터, 조립식 완구 등에 강한 집착을 보이기 때문이다. 슈어홀릭을 여성에게만 나타나는 이상심리로 분석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 슈어홀릭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점유욕과 소유욕을 통한 자기 과시의 한 현상에 가깝다. 예술이나 문화 분야에서 애호의 수준을 넘어서 중독의 단계에 이르면 물적인 욕구가 강해지고 점유욕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서 명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고흐와 모네의 그림의 원본을 살 수는 없어 화집을 소하는 걸로 욕구 충족한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읽지도 않을 양장본 문학 전집을 소장하려고 하고, 영화 애호가들 중 일부는 한정판 디브이디를 책장 한 가득 채워 넣기도 한다. 사진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각종 필름 카메라나 단종 된 카메라를 고물상을 뒤져 구입하거나, DSLR 카메라를 구비하고 다량의 렌즈를 갖추어 놓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슈어홀릭도 일종의 중독이나 소유욕의 심리적 현상으로 분석할 수 있지만, 오히려 이런 소유욕은 사회적 현상, 사회구조와 관련이 있다. 소유욕은 취향에서 비롯된다. 취향은 필요기능이 아닌 사치기능으로 작용하여 타자와 나를 구분하는 기호가 된다.


서인영은 자신의 구두를 “애기들”이라고 부른다. 비 오는 날에는 비에 젖을 까봐 걱정하고, 혹시나 구두에 흙이 들어갈지도 모른 곳에서는 까치발로 걷기 일쑤다. 그녀에게 구두는 자신의 얼굴과도 같다. 서인영의 사회적인 위치는 연예인으로 그녀는 남들보다 다름을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에, 그 다름은 곧장 그녀를 화려하게 빛내주는 의상과 장신구, 헤어스타일과 같은 패션에 대한 관심으로 전환된다. 그녀가 옷을 입는 것의 의미는 단순한 의복의 기능만있는 것이 아니다. 그녀의 의상은 유행과 트렌드와 관계를 맺고 있다. 곧 그녀가 옷을 입고 신발을 신는 것은 무대 위에 서야하는 연예인으로서의 사회적 의식이자 행위이다. 또한 그녀가 특별히 유행에 민감한 이유는 타 연예인들과 차별화를 위해서다. 남들보다 예쁜 옷을 입고, 아름답게 보이려고 하는 것은 여자라면 누구나 원하는 것이다. 여기에 식상하면 대중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냉혹한 연예계의 생존 법칙상 남들보다 더 특별하게 보여야 하는 부담감도 작용한다. 대중의 관심이 서인영을 거듭나게 하고, 서인영은 대중의 관심을 명품과 맞교환하는 행위를 한다. 사회는 엄연히 관계를 형성하는 것으로, 서인영은 대중과의 관계의 매개물로 패션을 선택한 것이다.



3-2. 희소성의 은밀한 매력과 대중 사회의 유행.

상품의 희소성에는 일종의 특권이 내포되어 있다. 모두가 원하고 갈망하지만 소유할 수 있는 사람은 한정되어 있을 경우 상품에는 희소가치 생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경제적 능력, 혹은 문화적 능력에 따라서 희소 자원을 소유할 수 있는 능력이 결정된다. 예를 들어서 경매장에서 예술 작품을 고르고 소유할 수 있는 능력은 문화적인 취향과 안목을 소유하고 있어야함은 물론 예술 작품을 살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하다. 서민들이나 민중계급일 경우에는 생활에 필수적인 상품만을 구매할 수 있지만, 중류층에서는 필수적인 것뿐만 아니라 아늑하며, 편안한 또한 말끔한 인테리어나 또는 유행하고 있는 독창적인 옷을 찾는다. 상류층의 경우에는 박물관에 전시될 법한 회화를 소유할 능력도 있다. 이런 희소자원의 소유는 결국 상류층의 특권이다.


‘서인영의 구두’는 모든 사람이 신을 수 있는 신발이 아니라, 서인영이 신는 구두라는 칭호가 따라 붙는다. 서민들이 서인영이 방송에 신고 출연하는 마놀로 블라닉이나 크리스찬 루부탱의 구두를 신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와인을 좋아한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로마네 콩티를 마실 수 없는 것과 같다. 이처럼 서인영의 구두는 기성 구두처럼 대량 복제되는 제품이 아니라 특정 디자이너의 작품으로 한정판으로 판매되어 소수의 사람만이 전유할 수 있다. 희소가치가 있는 한정 문화 상품에는 계급의식이 내재화되기 마련이다. 예술작품이나 특정 문화 상품의 소유는 단순히 소유자의 사유재산의 풍부함 뿐만 아니라 훌륭한 취향을 증언해주기도 하기 때문에, 그러한 물건을 소유할 만한 장점을 지니고 있다는 생각과 함께 소유 자체가 정통성을 보증해주는 경향이 있다는 생각이 나타나게 된다. 부르디외는 이런 경제적 또는 문화적 상품을 획득하기 위한 구별짓기가 곧 투쟁으로 이어진다고 말하는데, 이는 한정된 자본이나 상품을 획득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부르디외는 “문화적 상품을 획득하기 위한 투쟁은 동시에 구별된 또는 구별하는 상품이나 실천의 형태로 적절한 구별기호를 획득하고, 이러한 변별적 속성들의 구별원리를 보전 또는 전복하기 위한 상징적 투쟁과 분리할 수 없다.”고 한다. 상류층의 희소자원과 문화 상품의 획득은 곧 상류층이라는 ‘기호’를 얻는 행위이다.


상류층의 사치에 가까운 소비를 통해서 중류층과 서민층은 상대적 박탈감을 경험한다. 중류층이나 서민층의 상대적 박탈감은 상류층의 아비투스가 작용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상류층의 아비투스는 동일 계급 간 비슷한 소비패턴과 생활양식을 습득하도록 하고, 이는 실천행동으로 옮겨진다. 상류층은 자신들이 가정이나 학교 혹은 각자가 소속한 그룹에서 획득한 생활방식 때문에 사치취향을 획득하고, 이는 사치스런 생활로 연결된다. 중류층이나 서민들이 백화점이나 기성복을 소비한다면, 상류층은 백화점 명품관이나 압구정 옷가게에서 옷을 구비할 능력이 있고, 그들은 이런 소비성향을 실천으로 옮긴다. 상류층과 중류층 그리고 서민층의 생활방식과 문화향유의 차이가 곧 구별짓기로 이어져 상대적 박탈감과 위화감을 조성한다.


하지만 상류층의 취향이나 문화자원의 획득은 서민층의 문화적 동경과 추종을 이끌어 내기도 한다. 예를 들어서 서인영의 명품 구두나 패션 감각은 유행을 이끌어내고, 이는 대중들의 ‘서인영 따라하기’ 혹은 연예인을 모방하는 현상들을 조장한다. 민중계급은 값비싼 제품을 소비할 수 없을 경우에 상대적으로 값싼 대체품을 소비하려고 한다. 이는 박탈감이 상류층의 생활 방식을 승인하고 모방하는 과정에서 나타난다. 부르디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민중계급의 생활양식은 위스키나 회화작품, 샴페인이나 음악회, 항해여행이나 미술전람회, 철갑상어요리나 골동품 같은 사치재가 없는 만큼이나 이러한 재화에 대한 수많은 값싼 대체재가 존재하는 것이 특징이다.”고 말하였다. 그는 구체적인 예를 들어가면서 서민층이나 중류층의 상대적 박탈감과 이 박탈감을 해소하기 위한 서민층의 행동을 설명한다. “샴페인 대신 ‘발포성 와인’, 진짜가죽 대신 ‘모조가죽’, 회화 대신 조잡한 착색 석판화가 그것인데, 이런 것은 소유할 만한 가치가 있는 재화에 대한 정의를 받아들이는 제2단계에서의 박탈을 나타내주는 지표이다. 다시 말해서 그들 자신의 목적을 설정하려는 바로 그 의도의 박탈은 대량으로 보급되는 문화상품(간단하고 반복적인 구조로 인해 수동적이고 공허한 참여를 일으키는 음악, 문화를 대량생산하는 기술자들이 TV시청자를 위해 고안하는 오락프로, 그리고 특히 필적할 수 없는 능력을 지닌 비전적이거나 ‘초인적’ 기술의 달인의 프로와 아마추어 사이에 승인된 단절을 수립하는 스포츠 흥행 등)에 의해서 보다 은근한 형태로 이루어지는 박탈에 대한 승인과 결합된다.”


‘서인영의 구두’에 열광 속에는 대중들이 박탈감과 승인이 동시에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서인영의 카이스트>에서 나타난 초반의 시청자들의 비호감은 일종의 박탈감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중들은 서인영을 ‘된장녀’로 분류하여 그녀를 비난하였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비난은 호감으로 전환한다. 이는 서인영의 구두를 곧 유행으로 인식하고 이 유행을 쫓는 것이 상류층과 비슷해질 수 있다는 대중들의 사고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방송에서 서인영의 주거공간과 생활스타일, 패션을 보게 됨으로써 대중들은 상류층의 생활 스타일과 취향을 모방할 기회와 방법을 획득한다. 대중매체는 서민들에게 상류층의 생활양식을 익히는 학습의 역할을 한다. 학습의 결과로 대중들은 서인영을 모방함으로써 연예인이라는 중류층 이상, 혹은 상류층과 같은 계급에 속할지도 모른다는 정서적 위안을 얻는다. 이런 대중들의 모방심리는 곧 패션 업계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파급효과를 낳는다.


앞에서 말한 특정 문화자본의 희소성이 대중들 사이에서 유행을 만들어낸다. 유행은 상류층에서 하위층에서 이동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나 패션업계에서는 이런 이동이 보다 명확하게 드러난다. 퍠션 업계의 내부상황을 보여 준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한 장면을 복기해 보자. 이 영화는 패션업계에서 일을 한 여성의 실화를 다루어서 화제가 된 작품이었다. 주인공 앤드리아 삭스는 명문대를 졸업하고, 저널리스트를 꿈꾸었지만 정작 원하는 곳에는 낙방하고 패션 잡지사에서 일하게 된다. 그녀는 패션에 관해서는 상식적인 지식밖에 없는 상태에서 세계 최고의 패션 잡지인 ‘런 어웨이’에서 편집장의 비서로 일하게 된다. 일이 손에 익기도 전에, 그녀는 바쁘게 돌아가는 회사 일에 여러 번 당황한다. 한 번은 편집장인 미란다가 리허설을 위해서 무대 의상을 점검하던 중이었다. 안드리아는 수십 벌의 의상과 액세서리를 점검하던 편집장 미란다와 동료들의 모습을 보고 피식 웃는 실수를 저지른다. 미란다가 발레복 비슷한 드레스에 어울릴 벨트를 찾자 부하 직원 중 한 명이 같은 색이지만 버클 모양이 다른 두 벨트를 권했을 때의 일이다. 미란다는 앤드리아에게 왜 웃었는지 묻는다. 앤드리아는 자신이 보기에는 여기 두 버클이 별 차이가 없으며, “여기 있는 ‘물건’들이 모두 비슷하게 보인다”고 말한다. 그러자 미란다는 약간 심기에 거슬렸다는 듯 앤드리아가 입고 있는 블루 스웨터를 예로 들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넌 네 옷장으로 가서 그 울퉁불퉁한 블루 스웨터를 골랐나본데, (중략) 하지만 넌 그 스웨터는 단순한 블루색이 아니라는 건 모르나 보구나. 그건 터쿼즈색이 아니라, 정확히는 셀룰리언색이라는 거야. 2002년에 오스카 드렌타가 셀룰리언색 가운을 발표했지, 그 후 이브생 로랑이 군용 셀룰리언색 자켓을 선보였고, 그 후에 8명의 디자이너들의 발표회에서 셀룰리언색이 속속 등장하게 되었지. 그런 후엔 백화점으로 내려갔고, 끔찍한 캐주얼 코너로 넘어간 거지.”


이 장면을 통해서 우리가 평소 입고 있는 기성복이나 캐주얼 의상이 디자이너들의 패션쇼에서 명품관, 백화점, 캐주얼 매장으로 내려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상품을 소비하는 계층이 구분되어져 있으며, 문화의 전파과정은 계급의 구조를 따라서 위에서 아래로 이동하는 것을 볼 수 있다. 19세기에 나타난 키치현상도 이와 같다. 귀족들이 회화를 대저택에 걸어두었지만, 하층민들은 원본이 아닌 복제품을 거실에 걸어두는 걸로 만족했다. 이와 같이 상류층의 문화가 아래로 전파되는 가운데 나타나는 현상이 키치현상이다. 키치는 복제와 모방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원본을 모방하고 복제한 상품들은 싼 값에 대중들에게 소비되고, 대중들은 귀족들이 누렸던 문화를 향유할 수 있음에 대리만족을 느낀다. 대중소비사회에서 대량 복제되는 상품들은 유행과 대중들의 소비심리가 상호작용하여 만들어진다. 대중들은 특별한 것을 선호하며, 누구보다 유행에 민감한데. 특정 스타일의 옷의 유행은 상류계층, 정확히 말하면 디자이너들의 작품이나 그것을 입는 상류층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서인영이 디자이너들이 만든 구두나 의상을 입어 유행을 선도하자, 서인영이 입고 나왔던 옷은 동대문이나 남대문 쇼핑몰에서 ‘서인영 옷’이라는 이름으로 대량복제 되어 유통되었다. 평소 구찌나 프라다와 같은 명품 브랜드의 모조품들이 시장에 유통되는 것만을 보아도 상류층을 모방하려는 대중들의 심리를 엿 볼 수 있다. 오늘날 서인영의 슈어홀릭과 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대중들의 심리 속에는 상류층에 대한 동경과 함께, 모방심리가 작용하고 있다.



⑷ 한국의 중산층 콤플렉스- 한국인의 구별짓기 욕망

지금까지 우리는 <서인영의 카이스트>를 통해서 서인영이 연예인으로서 타자와 구별되려는 욕망과 그 욕망이 실천행동으로 옮겨지는 과정을 살펴보았다. 서인영의 차별화 전략은 주로 패션과 주거공간에서 드러났다. 서인영의 구두는 계급의 구분을 의미하고, 희소성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서인영의 구두구매는 사치취향으로 필요취향을 고려하는 하층계급의 구매행위와는 다르다. 또한 서인영이 살고 있는 주택과 그 주택이 위치한 강남이라는 땅은 상류층의 상징적 기호이다. 서인영의 구두를 구매하고 값비싼 명품 옷을 사는 것과 같은 사치취향은 중산층 이상의 상류층에서 나타난다. 하층계급이 중산층으로 진입하고, 중산층이 상류층으로 진입할 때 그들이 신흥 계급으로 인식될 수 있도록 해주는 외적인 증거는 소비 상품이나 물질적인 소유 여부이다. 한국인에게는 물적인 소유를 통한, 혹은 문화적인 향유를 통한 구별짓기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아래 글에서는 근래 드러나고 있는 다양한 구별짓기를 볼 것이다.



4-1. 한국인의 구별짓기 욕망


한국에 때 아닌 계몽주의가 도래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는 영어 몰입교육, 친기업 정책, 공기업의 민영화, 공교육 자율화와 같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사교육 열풍, 조기유학, 해외명품, 와인, 고급예술, 성형 등 거의 히스테리 수준으로 나타나는 열풍 속에는 한국인의 냄비근성과 속물근성, 중산층에 대한 집단적 히스테리가 나타난다.


인물과 사상 2008년 6월호에서 전세화 씨는 <유별난 한국인의 중산층 콤플렉스>라는 글을 통해서 한국인의 중산층을 향한 욕구가 히스테리컬하고 ‘열병’에 가깝다고 비유했다. 전세화 씨는 고급 레스토랑 가를 중심으로 브런치 레스토랑이 붐을 이루고 있다고 쓴다. 이는 <섹스 앤 더 시티>의 4명의 여자들이 매주 한 번씩 브런치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는 장면을 보고 많은 여성들이 브런치 레스토랑(브런치Brunch는 breakfast와 lunch의 합성어로 우리말로는 아침과 점심을 합친 ‘아점’이라는 뜻이다)을 애용하면서 유행이 되었다. <섹스 앤 더 시티>의 여성들은 주말아침이면 브런치 레스토랑에 모여서 수다를 떨며 여유롭게 식사를 한다. 한편 외국인들이 이용하는 특급호텔의 매출액의 61%가 내국인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시사 하는 바가 크다. 전세화 씨는 도를 넘어선 조기유학 열풍, 사교육, 미술계에 불고 있는 ‘블록버스터 전시회’를 비롯해서, 와인 열풍도 꼬집고 있다. ‘블록버스터 전시회’는 전시효과와 관객몰이가 유용한 이름난 예술가들의 전시회를 비꼬는 말이다. 오늘날 한국 예술업계는 광풍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지나친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국내 미술품 경매는 거품이 많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고, 늘 거액이 돈이 오가고 있다. 올해 초 삼성 그룹의 비자금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홍라희 씨가 고가의 미술품을 기업의 공금으로 산 것인지, 개인 돈으로 산 것인지를 놓고 이슈가 되었다. 특히나 삼성 비자금 사건을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의 주장에 따르면 홍라희 씨가 소장한 작품 중에는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도 포함되었다고 해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작품의 입찰 당시 환율을 고려하면 86억 원을 호가하는 작품이었다고 한다. 이처럼 미술품을 통한 재테크 열풍이 일고, 이와 동시에 한국 화랑을 중심으로 경매자들 사이에서는 위작여부를 두고도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국인의 중산층 열풍은 서구 지향적이라고 할 수 있다. 서구문화를 도입하여 흉내 내기에 바쁘고 주변의 눈을 고려해서 유행에 뒤처지지 않으려고 한다. 90년대 재즈가 유행을 일으키면서 재즈 바가 늘어나고, 재즈 음반의 소비량이 증가했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과 함께 시작된 재즈는 도시인의 이미지를 뒷받침해주었다. 요즘에는 와인 열풍이 재즈 열풍의 뒤를 잇고 있다. 국내 최대 할인 매장인 이마트에서 와인 판매량이 소주를 처음으로 앞질렀다고 한다. 한국인들의 와인 소비량만 보아도 와인 열풍을 가늠해 볼 수 있다. 그 중 ‘보졸레 누보’의 유행은 한국인의 그릇된 와인에 대한 관심이 빚어낸 한 편의 코미디라고도 할 수 있다. 매해 11월 달만 되면 각종 레스토랑과 호텔에서는 ‘보졸레 누보’의 시음회가 열리고, 보졸레 누보는 날개 달린 듯이 팔린다. 보졸레 누보란 매해 11월 셋째 목요일을 기해서 판매되기 시작하는 프랑스 보졸레 지방의 햇포도주다. 이 포도주는 생산량이 한정적이고, 출시되는 날이 지정되어 있기 때문에 희소성과 브랜드의 가치로 맛과 가치에 비해서 과대 평가되는 포도주 중의 하나다. 특히나 한국에서는 매해 11월이 되면 ‘보졸레 누보’를 유행처럼 마신다. <와인 스캔들>의 저자 박찬일 씨는 파리 생활 당시 중국 음식을 먹고는 어김없이 보졸레 누보를 들이켰다고 회상한다. 박찬일 씨에게 보졸레 누보는 특별한 와인이기보다는 슈퍼마켓가면 고작 2~3천원에 살 수 있는 와인이었다고 한다. 그가 한국에 돌아와 강남에 한 레스토랑에 본 보졸레 누보의 가격은 무려 5만원이었다고 한다. 박찬일 씨는 보졸레 누보 열풍이 일본에서 건너온 유행이라고 지적하면서 한국인의 흉내 내기열풍이 만들어낸 현상이라고 지적한다. 이처럼 한국의 와인 스캔들에는 흉내 내기가 있다. 잘못된 와인 상식과 흉내 내기에 급급한 한국의 와인 문화는 교조주의적인 와인 풍속도를 만들어내었다. 와인을 마실 때, 잔은 꼭 다리를 잡아야 한다는 잘못된 상식과 테스팅을 할 때는 입을 오므리고 와인을 입 속에 머금고 굴린 후 음미하듯 목구멍으로 넘겨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와인을 식사할 때 물처럼 마시는 서양과는 달리 한국인은 술을 마시듯, 술을 마셔도 음미하고 와인의 질을 평가하면서 마신다. <와인 스캔들>의 저자 박찬일은 “테이스팅 법은 와인 종주국의 일반인들은 거의 모르는, 또는 알고도 하지 않는 방법이다. 소믈리에나 품평가들이 해야 할 방법을 일반인이 쓰고 있으니 뭔가 어색하고 과잉인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런 과잉의 경우가 흔하다. 청담동 레스토랑에 몰려드는 아주머니들이 뉴욕 직장여성의 수트와 명품 가방을 들고 오질 않나, 종주국 사람들은 평생 한 번도 제대로 마시기 힘든 와인을 수시로 마시는 사람도 많다.” 고하여 지나친 와인 열풍을 꼬집는다. 한국인의 와인에 대한 지나친 애호는 서구지향적인 또는 중산층의 교양으로 인식한 사람들의 그릇된 사고에서 비롯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와인은 하나의 구별짓기다. 와인을 마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유럽의 귀족층의 분위기를 풍긴다. 앞서 말한 서인영의 구두, 홍라희의 미술품 구입, 여성들의 브런치 레스토랑의 애용, 또는 상류층의 외제차 구입모두 구별짓기이다.


하지만 구별짓기의 지존은 바로 아파트다. 한국만큼 아파트가 많이 지어지는 곳은 드물 것이다. <아파트 공화국>을 쓴 발레리 줄레조는 한국에서 무수히 지어지고 있는 아파트 단지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프랑스에서는 아파트를 씨테(Cite')라고 하여 오늘날에는 도시문제를 해결하는 방편으로는 진부한 해결책이라하여 홀대받는 정책이다. 프랑스에서는 씨테라고 부르는 아파트 단지는 곧 도시문제 발생 지역이라는 단순도식이 성립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는 매일 같이 아파트 공사가 진행 중이다. 그리고 아파트 생활은 중산층의 전리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아파트를 비롯한 부동산 열풍을 보여주는 가장 최근의 예로는 한나라당 후보들이 총선 공약으로 내건 강북지역 뉴타운 개발이다. 하지만 이 사건은 오세훈 시장이 총선이 끝난 후 뉴타운 공략은 없다고 하여 사회적으로 논란과 이슈가 되었다. 한국인에게 아파트는 경제적 풍요로움의 상징이다. 1960년대 주택보급 정책의 일환으로 시작된 아파트 건설은 하층민을 대상으로 한 사업이었다. 하지만 강남 개발과 복부인과 같은 땅 투기꾼들의 성행으로 지금은 아파트를 구입하고 되파는 과정이 하나의 재테크로 자리매김했다. 발레리 줄레조는 “결국 아파트는 상품이 되고, 재테크의 수단이 되었다. 권위주의 국가는 인구 성장을 관리하고 봉급생활자들이 경제 발전에 헌신하도록 가격이 통제된 아파트를 대량 공급하려고 했다. 그리하여 중간계급을 대단지 아파트로 결집시키고, 이들에게 주택 소유와 자산 소득 증가라는 혜택을 주었으며 그들의 정치적 지지를 획득할 수 있었다. 결국 이러한 상호 혜택의 구조 때문에 한국의 도시 중산층과 중간계급 일반이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하층의 사회계층으로부터 공간적으로 분리될 수 있었다.”고 하여 아파트 문화의 구별짓기를 설명하고 있다. 대부분의 아파트가 중산층과 하층을 구분한다면, 상류층의 상징이 된 아파트도 있다. 구별짓기의 최고봉은 2002년 강남 도곡동에 세워진 69층 초고층 주거복합 단지 타워 팰리스다. <강남, 낯선 대한민국의 자화상>의 저자 강준만 씨는 타워 팰리스가 부의 상징이자 아예 보통명사가 되었다고 한다. 타워 팰리스는 상류층들의 주거공간이면서 동시에 외부와의 철저한 단절을 통해서 구별짓기를 완성하였다. 타워 팰리스 내에서도 아파트 평수를 두고, 서로를 차별하고 구별하는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60평대에 사는 부모들이 20~30평대에 사는 애들과는 어울리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이는 타워 팰리스의 느슨한 결속력이 외부와의 구별짓기를 하고 있지만, 동시에 내부적으로도 서로 간에 구별짓기의 아픔을 겪고 있다는 웃지 못 할 비극이다.



⑸ 결론- 잠재적 소유가 낳은 빈곤과 결핍

연예인은 대중들의 인기를 먹고 산다. 연예인과 대중들은 브라운관을 사이에 두고 서로 거울보기를 하고 있다. 연예인은 대중의 시선을 고려해서 자기의 외모를 가꾸고, 옷을 입고 화장을 한다. 한편 대중들은 연예인을 모방함으로써 보편적인 미의 기준에 도달하려고 하거나, 연예인이 보여주는 화려한 이미지들을 상품으로 소유함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자 하며, 자신을 돋보이게 만들려고 한다. 연예인과 대중들이 서로 바라보고 각자의 시선을 의식하는 가운데, 두 층은 상호영향을 주고받는다. 서인영의 구두는 오늘날 사치취향을 통해서 자신의 사회적 위치와 계급을 알리려는 구별짓기이다. 과거 사치는 악덕이라고 하여 자랑거리가 아니었다. 하지만 오늘날 사치취향과 문화적 교양은 한 사람의 존재 가치를 상승시켜주는 기호가 되었다. 우리는 상품과 문화의 소유를 통해서 사회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한다. 하지만 이런 소유욕 속에는 부정적인 면도 있다. 상품과 물질이 우리의 가치를 판단하는 사이, 우리는 상품과 물질의 노예로 전락하고 만다. 부르디외는 소유자들이 무소유자들로부터 거리를 벌리는 과정에서 소유자가 물질의 노예로 전락한다고 지적한다.

“소탈함과 온갖 형태로 자아로부터 거리를 두려는 태도에 높은 가치가 부여되는 이유는 끊임없이 타인뿐만 아니라 자신에 대한 의구심에 사로잡히게 되는 신참들의 근심어린 긴장감과 정반대로 그러한 형태들이 거대 자본(언어자본 이건 그 밖의 다른 자본이건 상관이 없다)의 소유에 대한 거만한 태도와 함께, 그 자본과 관련해 자유(필요에 대한 권력의 이차적인 긍정)를 누리고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예술작품을 물질적 또는 상징적으로 획득하려면 반드시 갖추어야 되는 언어사용상의 기교나 시간과 돈의 무상지출 또는 고차원적인 차원에서는, (마르크스가 세네키를 두고 이야기하듯이) ‘특권계급들의 금욕주의’를 구성하고 있는 자기 부과적인 제약요소와 규제조치들, 그리고 모든 ‘순수’ 미학의 토대를 이루는 용이함에 대한 거부 등은 모두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 즉 소유자가 자신의 소유물들에 대한 소유를 재확인하도록 해주는 이 변증법의 변형태들을 계속 그래도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삐에르 부르디외

인간은 만족을 모르는 동물이다. 어떤 상태에 있어도 인간은 더 새롭고 더 나은 것을 소유하려고 하는 욕망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잠재적으로 막상 소유하고 있어도, 아직 소유하지 않은 소유물에 의해서 소유당하는 모순에 처하게 된다. 상품의 소유는 한시적인 효과만을 줄 뿐, 인간은 소유에 의해서 점점 소외되고 만다. 서인영의 선풍적인 인기를 보면서 즐거운 것도 있었지만, 동시에 가슴 한 구석에는 씁쓸한 마음이 남는다. 서인영은 인기를 얻기 위해서 물질에 종속된 것인지도 모른다. 오늘날 그것이 악덕은 아니지만, 인간은 끊임없는 소유욕에 종속된 노예일지도 모른다. 소유욕에는 그만큼 소유하지 않은 것에 대한 끊임없는 미련과 집착이 남기 때문이다. 소유욕은 자본주의의 미덕이자 악덕인 것이다.


참고자료

1. <구별짓기 : 문화와 취향의 사회학 上> / 삐에르 부르디외, 최종철 옮김 / 새물결 / 2005
2. <구별짓기 : 문화와 취향의 사회학 下> / 삐에르 부르디외, 최종철 옮김 / 새물결 / 2005
3. <실천이성 : 행동이론에 대하여> / 피에르 부르디외, 김용권 옮김 / 동문서 / 1994
4. <아파트 공화국> / 발레리 줄레조 지음 / 후마나티스 / 2007
5. <당신이 알고 있는 와인상식을 뒤집는; 와인 스캔들> / 박친일 지음 / 넥서스 / 2007
6. 보졸레 누보와 사이드 웨이 : http://www.neoimages.co.kr/news/view/1505 / 백건영
7. <인물과 사상 2008년 6월호> 中 <유별난 한국인의 중산층 콤플렉스> / 전세화
8. <강남, 낯선 대한민국의 자화상> / 강준만 지음 / 인물과 사상사 /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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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저기요  수정/삭제  댓글쓰기

    서인영은 정말 c급 연예인 아님?
    아마 그 거품 빠지는 속도가 타의추종을 불허할 것임.

    2008.06.24 00:55
  3. Favicon of http://exceed.egloos.com BlogIcon 염군  수정/삭제  댓글쓰기

    긴글 잘 읽었습니다..왠지 슬퍼 지네요..

    2008.06.24 01:16
  4.  수정/삭제  댓글쓰기

    서론에 쓰신 미사여구가 서인영을 말하는게 맞나요?
    다른분과 착각하신듯...

    2008.06.24 01:16
  5. 민아  수정/삭제  댓글쓰기

    서인영의 작은 얼굴과 구릿빛 피부는 여성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남녀구분 없이 모두 서인영에 열광했다. 하이힐이 유난히 어울리는 그녀의 가느다란 다리와 S라인이 빛나는 몸매는 남성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었고, 여성들은 성형수술시 서인영을 염두에 두었을 것이다. 그녀는 모두가 부러워하고 선망하는 이기적인 몸과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이부분 정말 대박입니다ㅎㅎㅎㅎㅎㅎㅎㅎㅎ또봐두 웃기네요 ㅎㅎㅎㅎ

    2008.06.24 01:20
  6. sukif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을 거의 끝까지 다 읽어내려 갔습니다. 저도 카이스트 우연히 2~3편 봤는데,, 그부분 리뷰가 저와 공감되는 부문이 많이 있네요~ 그걸 보면서 자신에게 주어진 틀은 자신의것으로 새롭게 만들어내는 것 보고 정말 신선했습니다. 이런 능력을 연예계에서 발휘하지 않았더라도 크게 성공했을 사람 같더라구요,, 서인영의 사치스러움에 가려진 달란트를 좀 더 창조적으로 쓰이면 정말 좋을텐데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2008.06.24 01:42
  7. 한마디만 하고 싶어.....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 좋은데.... 잘 쓰셨는데........


    읽다가...... 지친다............ ㄱ-

    2008.06.24 04:32
  8. 남녀 모두가 열광했나요?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자만 열광한게 아니고?

    2008.06.24 07:01
  9. 쌈장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쓴이는 이글 지워라. 안그러면 매일 들어와서 악플 쓰겠다.

    경고한다 영화에 대해서만 비평해라.

    이딴 쓰레기글 쓰지말고.

    2008.06.24 12:42
    • 쌈짱  수정/삭제

      쌈장/ 한 번 더 이런 식의 악플 달면 바로 사이버수사대에 신고해서 대가를 치루게 해주겠다.

      2008.06.24 13:52
  10. 쌈장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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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쌈장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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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쌈장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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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쌈장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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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 주주몰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려서 부터 항상 통통했었고, 살때문에 고민이었죠..연 ㅇ ㅖ 인 이 많이한다길래 우연찮게 시작했는데 사 ㅇ ㅣ 즈가 제일 많이 줄었구요..이제는 하체가 없어졌다 라고 할정도로 날씬해졌습니다 그래서 옷입는데에도 자신감이 생겼구요..정말 신기해요..

    2009.03.05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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