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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1.23 <스카우트>가 증명한 것 (3)
  2. 2007.11.19 [스카우트] 엄지원이 돌아왔다!

<스카우트>가 증명한 것

필진 리뷰 2007.11.23 14:04 Posted by woodyh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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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석 감독의 신작 <스카우트>는 놀라운 영화다. <스카우트>가 2000년대 들어 만들어진 코미디 영화 가운데 가장 재밌는 작품이라고 단언하긴 어렵다. 하지만 최소한 가장 영리한 각본으로 만들어진 코미디 영화라고 손가락을 치켜들어 침 튀기며 흥분하고 멱살을 잡아 쥔 채 극장을 향해 엉덩이를 걷어차 주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가볍고, 재밌고, 흥미로우면서 웃음 그 자체만을 위해 구성된 불편한 서사와 상황은 찾아볼 수 없고, 종반에는 기어이 심정적 절정을 경험케 하는, 가장 이상향에 가까운 대중 상업 코미디영화다.

<스카우트>는 고교 괴물투수 선동렬을 스카우트하기 위해 광주까지 내려와 애간장을 태우는 Y대 야구부 직원의 소동극이다. 또한 과거 주인공과 사랑하는 사이였으나 도무지 알 수 없는 이유로 이별을 고했던 옛 애인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인지 추적해가는 환기의 여정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모든 일이 벌어지고 있는 80년 5월 광주의 맥락이 개인들에게 어떻게 작용했는지 반추해보는 역사의 재확인이다. 그 세 가지 서로 다른 맥류가 결국 영화의 종반에 이르러 한 지점으로 모여든다. 80년 5월 18일이다. 이 순간에 관객의 가슴팍을 움켜쥔 채 놓아주지 않는 절정의 공기, 해소의 타격감은 몇 마디 언어로 단정지을 수 없는 진폭으로 다가온다. 짜임의 묘가 영리하기 이를 데 없다. 곧잘 서사와 따로 놀던 임창정의 연기도 이 영화에서 만큼은 (비교적)제 자리를 찾은 느낌이다. 그가 잘해서라기보다 워낙에 이야기의 흐름이 탄탄하다. 임창정과는 또 다른 지점에서 극과 무관한 희극 연기를 자주 선보였던 박철민도 웃음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맥락을 거스르지 않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김현석 감독은 시대의 흐름을 거슬러 사적 욕망을 좇으려 했던 개인을 심판하려 들지 않는다. 단지 그 모든 개인들이 광주라는 파고 앞에서 결국 어떤 식으로든 선택의 단계에 다다를 수 밖에 없었다는 걸 탁월하게 투영해낼 뿐이다. 극 중 농담처럼 등장하는 비광의 노래(광이되 광 노릇도 못하고 쌍피만도 못한, 나는야 비광)에서 우리는 시대의 절망 앞에 선 수많은 비광들의 비애를 읽는다. 현실에 등을 돌리는 걸 패션인 척 에두르지 않고, 그렇다고 애써 관조하려 하지도 않는 감독의 시선은 광주를 다룬 여타 영화들 중에서도 결코 뒤지지 않는 심도를 보여준다.

<화려한 휴가>의 서사와 화법이 맘에 들지 않았어도 결국 지지할 수 밖에 없었던 건, 그간 단 한 번도 작심하고 광주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보여준 대중 상업영화가 없었다는 점과, (5.18과 8.15를 혼동하는 시대에) 어찌됐든 많은 관객들에게 광주를 알렸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먼지처럼 많은 먹물들의 글과 영화가 해내지 못한 걸, 얕고 얇은 상업영화 <화려한 휴가>는 성취해냈다. 문제는 이후였다. 두 번째 <화려한 휴가>가 아닌 <화려한 휴가> 그 다음이 필요했다.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은 몰랐다. <스카우트>는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동시에, 상업 대중영화로서의 자기 정체성도 탁월하게 쌓아올리고 있다. 궁극적으로 이 영화는 변해버린 모든 것들에 대한 애잔함, 비관, 한숨을 제외하고도 광주를 배경으로 투사한 대중 화법의 드라마가 가능하다는 걸 증명해냈다. 지금보다 좀 더 많은 관객들과 만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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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만큼 재미 없는! 영화 보기도 힘들듯...

    2007.11.24 13:53
  2. 까네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름대로 영화를 많이 봐 온 사람으로서 이정도면 볼만한 축에 속하드만-_-

    2007.11.24 14:04
  3. 슬영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뭐랄까... 이리저리 짜맞추다 마지막에 억지 감동을 유발시키려 했던 것 같습니다
    중간중간 즐겁게 웃을 수 있기도 했지만... 자꾸 무언가가 비어있고 얼기설기 짜맞추다
    마지막에 간신히 맞는듯 아닌듯 하는...그런 영화였던 것 같습니다.

    2007.11.25 11:24

[스카우트] 엄지원이 돌아왔다!

필진 리뷰 2007.11.19 09:18 Posted by woodyh98


엄지원과 리얼리즘은 어울리지 않았다. 그녀의 호흡이 가장 뜨거웠던 영화는 홍상수 감독의 [극장전]이리라. 엄지원은 스크린에서 튀어나온 여배우(최영실 역)로 극중 김상경(김동수 역)의 현실을 뒤흔들어 놓았다. 그녀는 초현실 그 자체였다. 동수는 영실을 쫓아 종로 극장가에서 남산을 배회한다. 동수는 시종일관 영실의 발자국을 따라 걷고 그녀에게 말을 걸지만, 그녀를 향한 그의 목소리는 메아리처럼 자신에게 되돌아올 뿐이었다. 영실은 잡히지 않는 여자였다. [극장전]은 스크린의 빛과 어둠을 빠져나온 한 인간이 현실세계를 영화와 혼동하는 구조를 띄고 있다. 영실은 현실이었으며 동시에 영화였다. 엄지원은 다른 영화에서도 몸에 맞지 않는 비현실적인 배역을 도맡아하면서 연기력으로 자신을 포장하였다. 그녀의 연기는 인위적이지 않았지만 그녀가 맡은 캐릭터들은 인위적일 수밖에 없었다. [주홍글씨]에서는 위장결혼을 통해서 사랑하는 여자 친구를 흠모하는 역이었고, [가을로]에서는 유지태의 전 여자 친구의 혼을 담은 연기를 해야만 했다. 엄지원의 얼굴은 일종의 가면이었다. 그녀의 얼굴이 캔버스라면 감독들은 그녀의 얼굴위에 짙은 유화 물감으로 거침없이 덧칠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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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엄지원이 가벼워졌다. 그녀는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두터운 층을 떨어냈다. 이제 엄지원은 눈물을 참아내지도 않았으며, 슬픔을 억눌러 자신을 다독이지도 않았다. [스카우트]의 세영은 엄지원이 출연한 전작의 캐릭터들처럼 상처와 비애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세영은 유치함을 알고 있으며, 눈물을 감출 때를 알고, 펑펑 울어야 할 때를 알고 있다. 영화를 빚대어 표현하면 감독의 지시가 없어도 도루할 타이밍을 적절히 간파하는 눈치가 빠른 주자가 되었다. 극중 엄지원은 치고 빠지기를 수차례 반복한다. YMAC에서 문학 수업을 진행하는 세영은 곤태(박철민)가 들려주는 사랑의 시를 심드렁하게 듣는다. 무심히 볼펜을 떨어뜨려 먼 산을 바라볼 타이밍을 확보하는 그녀. 세영은 호창(임창정)과 재회했을 때도 그의 정치적 태도가 심경에 거슬리는지 전두환을 ‘대머리 아저씨’라고 비아냥 거린다. 세영은 감정 표현에 있어서 혹은 자신을 드러냄에 있어 자신감이 넘치는 여자였다. 대학 신입생당시 자신을 소개하면서 약간의 비음이 섞인 하이톤으로 광주 사투리와 표준어를 반반 섞어 쓰던 그녀. 세영은 도서관학과에 오면 책을 마음껏 볼 줄 알았지만, 정작 대학와서 그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며 자신이 무공해 여인임을 널리 알린다. 세영은 자신의 지방색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이는 사회화가 덜 되었다기보다는 폭압의 시간을 애써 무시하던 소녀의 순결함을 넌지시 보여줌이리라. 하지만 소녀는 불의를 보고는 참지 못하는 투사였다. 게임에서 승자가 되기보다는 페어플레이를 통해 자신의 명예와 마음에 상처가 나지 않도록 노력한다. 그래, 이 영화는 분명 80년대를 배경으로 한 로맨스 영화였던 것이다.

헌데, 이상한 건 이 여자가 장타를 날리지 않는다는 거다. 세영과 호창은 7년 전 헤어져 다시 만난 사이다. 영화의 내러티브는 <제리 맥과이어>처럼 선동열을 스카우트하는 척 하지만 정작, 영화의 본심은 흐트러진 사랑의 퍼즐을 맞추는 것이었다. 하지만 과거를 기억하려는 호창과 달리 세영은 지난날을 기억하려 하지 않는다. 때로는 모르고 사는 게 약이란다. 세영은 애써 줄무늬와 민무늬의 차이를 말하지 않는다. 호창은 그 차이를 모르고 있으며, 영화는 툭툭 던지는 소품들을 통해서 둘 사이의 균열이 시작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영리한 기교를 뽐낸다. 세영은 모든 것에서 솔직한 여자였으며, 줄무늬 남방이 빛나는 여자였으며 땡땡이 원피스가 화사하게 어울리는 여자였고, 청바지가 착 달라붙는 80년대 여자였다. 유치한 사랑 놀음에 기뻐하는 그녀의 모습은 동화책에서 나온 소녀를 연상하게 하게 하다가도 빛을 받은 그녀의 모습은 베르메르의 화폭을 장식하는 진주 귀걸이 소녀보다도 더 우아한 자태를 선사한다. 그녀는 고딕스러운 멋을 아는 배우인데, 이는 그녀가 7년의 시간을 두고서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연기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세영은 사랑에 빠지면 누가봐도 유치한 여자로 돌변하지만, 80년 광주로 돌아왔을 때는 결연한 의지를 품고 있는 투사로 변한다. 이 때 그녀는 모든 것을 드러내지 않는다. 스스로 시대와 저항해오면서 말해야 할 것과 말해서는 안 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세영은 뼛속 깊숙이 시대를 품고 있었던 것이다.

[스카우트]의 가장 역동적인 장면은 호창이 전경들 틈을 뚫고 세영을 구하러가는 씬이다. 호창은 돈 키호테가 되어 모두가 무모하다고 생각했을 전경들과의 싸움을 단행한다. 그리고 세영을 구하는 데 이때 호창은 돈 키호테가 되고 세영은 돈 키호테가 흠모하던 둘 시네아 공주가 된다. 그녀를 위해서라면 화려한 남자가 되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 그녀를 위해서라면 풍차와 맞서서 무참히 뭉개지는 돈 키호테처럼 풍자속의 주인공이 되어도 좋겠다. 비록 우리가 사라져도 세영은 오랜 세월동안 천천히 자신을 사랑한 남자를 기억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스카우트]의 엄지원은 희미한 미소를 띄우면서 지나간 시간을 회고한다. 그 웃음의 파장이 스크린 위에 오랫동안 진동한다. 엄지원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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