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소고기'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8.07.01 철중이와 쇠고기 (1)

철중이와 쇠고기

필진 리뷰 2008.07.01 13:34 Posted by woodyh98

강민영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강철중: 공공의 적 1-1>에 대한 단상


“형이 돈이 없다고 해서 패고, 말 안 듣는다고 해서 패고, 어떤 새끼는 얼굴이 기분이 나뻐 그래서 패고, 그렇게 형한테 맞은 애들이 4열 종대 앉아번호로 연병장 두 바퀴다. 오늘 형이 피곤하거든? 좋은 기회잖냐, 그러니 얼른 죄송하다고 해라.”

참 오래도 간다. 참 질기기도 하다. 강우석의 <공공의 적> 시리즈는 허물을 훌훌 벗어가며 많은 세월을 내달렸다. 처음 나타난 강철중은 4열 종대 운운하며 의자에 묶인 발바리 산수를 쥐어 패기 바빴다. 그런 철중은 시간이 흘러 강력계 검사가 되고, ‘천벌 받아 마땅한 놈’을 빌미로 우렁찬 선전포고를 하던 등장과는 달리 양복 좀 빼입고 동창을 처단하기 위해 폭력과 대화를 반복 사용한다. 걸출한 입담이 온데 간데 없이 사라졌으면 조금 평범한 경찰 이야기로 돌변했을 <공공의 적> 시리즈는 그렇게 ‘인간 강철중’을 키워나가는, 일종의 성장 드라마였다.

설렁탕 국물 마시듯 호쾌하게 욕설을 일삼던 강철중의 얼굴에는 이제 주름이 깊게 잡혔다. 나온 배의 둘레만큼 지난 시간을 돌아보게 하는 딸아이 ‘미미’도 그의 곁을 지킨다. 철중이 오래 전에 소탕해 지금은 전혀 다른 삶을 사는 반가운 캐릭터 산수와 용만(의 꽃무늬 흰 수트)이도 더 이상 철중이 쫓아야 할 상대가 아니다. <공공의 적 1-1>로 다시 스크린에 복귀한 형사 강철중은 세월의 흐름을 탄다. 물론 그동안 수차례 사표에 4표를 거듭해 제출하고, 불같은 성질과 말보다 앞서는 주먹은 여전하다.

<공공의 적 1-1:강철중>은 지금까지 이어져 온 ‘꼴통 불도저 강형사’ 연작의 결정체이다. 다시 말해, <강철중>은 전작들에서 유별나게 독특한 위치를 고수했던 캐릭터들의 집대성이라는 것이다. 강철중은 얼굴 한가득 자글자글한 주름을 안고, 왕년에 머리를 수 백 대씩 때려가며 감방에 집어넣던 범죄자들과 머리를 맞대고 술잔을 기울인다. 자신보다 몇 십 배의 월급으로 고급차를 몰고 다니는 전과자에게 전세금을 어떻게 좀 빌려볼까 하는 생각으로 머리를 가득 채운다. 물론, 뜻대로 말이 나오진 않는다. 우리가 지금까지 보아왔던 강철중은 ‘조금’ 변했다. 그는 세월의 흐름을 타고 있었다.

<강철중>의 캐릭터, 그리고 그와 반대되는 악역을 맡은 ‘코뿔소’ 이원술의 캐릭터는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외면상으로는 절대선과 절대악을 방불케 한다. 하지만 두 사람의 대립은 지난 <공공의 적>에서 보지 못했던 권력과 중점의 이동을 만든다. 그리고 이것은, 자연스레 강철중이라는 캐릭터를 약하게 만든다. 지금까지 강철중이 맡았던 ‘작품들’의 인간성은 대개 부정사실을 은폐하거나 그것을 밝혀내려는 사람들을 죽였고, 또한 원론적인 범죄를 택했다. 하지만 좀 더 서글서글해진 강철중의 세 번째 맞수는 자신의 뿌리를 인정하고 태생을 숨기려 하지 않는, 악하지만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재밌는 것은 이원술을 벌하기 위해 강철중이 복선을 깔아 넣는 과정에서 일어난다. 남의 집에서 무전취식하는 철중의 모습은 지금까지 보아왔던 것이기에 별반 흥미를 유발할 것이 없다. 하지만 그의 가족이 알고 동료가 알았던 강철중의 뒤가 구린 형사생활은, 수사에 착수하는 동시에 간헐적으로 밝혀진다. 상황에 관계없이 밥을 쑤셔 넣으며 입가에 ‘썩소’를 띄는 비굴한 한 형사의 모습이, 자신의 모든 행실을 인정하는 이원술의 얼굴 위에 오버랩 된다.


<공공의 적> 시리즈에는 늘 어김없이 등장하는 음식이 있다. 그것은 전과자, 혹은 범죄자들의 최고 ‘로망’, 설렁탕. 설렁탕에 듬뿍 얹어진 고기와 깍두기는, 강철중도 먹었고 강철중이 노리는 범죄자의 심복들도 먹었으며, 사건과 상관없는 감초들도 몇 그릇씩 해치우셨던 아이템이다. 강철중의 캐릭터와 유난히도 맞아 떨어지는 설렁탕은 이번에도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조금 더 진득하게, 조금 더 푸짐하게 말이다. 하지만 철중은 설렁탕을 후룩거리는 철창 안의 죄수들을 한심한 눈빛으로 쳐다본다. 그는 경찰서에서 설렁탕을 먹는 대신 대궐 같은 고깃집에서 5만원을 넘는 ‘최고급 한우’를 통째로 숯불 위에 구워삶는다.

<공공의 적1-1>에서 강철중이 먹어 치우는 소고기의 양은, <공공의 적> 1편과 2편을 통틀어 최고인 셈이다. 그는 직접 저울까지 준비해 무게를 재가며 고기를 우적우적 씹는다. 그다지 질겨 보이지 않는, 그렇다고 다른 고기들과 다를 것도 없어 보이는 철중의 ‘한우’그릇. 까맣게 탄내가 올라오는 철판 사이로, 철중은 고기를 굽고 또 굽는다. 꽉꽉 눌러가며, 그 많은 양을 입 속에 털어 넣는다. 그것도 모자라 철중은 지속적으로 고깃집에 들린다. 그가 시키는 고기는 언제나 처럼 한우다. 물론, 이원술의 꼬리를 잡아내기 위한 과정이기도 하다. 그러나 어쨌든 간에 강철중은 고기에 고기를 더해 배를 채운다. 겉과 속이 바짝 익어가는 소고기의 연기 속에 그는 조용하게 중얼거린다. 철중이 내뱉는 단어를 확실하게 포착할 수는 없지만, 아마 그 시끄러운 소음 속에 적어도 이 단어 하나만은 온전하게 귀를 덮으리라. ‘광우병’.

<공공의 적> 시리즈와 설경구라는 배우의 이름은 이제 그만 열거되었으면 좋겠다. 사실, 이것은 <공공의 적> 두 번째 이야기가 시작될 때부터 생각했던 것이다. 장진과 강우석은 이원술이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통해 기존의 강철중을 어느 정도 깎아내리며 오락적으로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어냈다. 장진의 페르소나가 이원술로 대변되는 것은, 정말 반가운 일이다. <공공의 적 1-1>은 지금까지 줄곧 보아왔던 강철중 시리즈 중에 가장 유쾌하고 아이러니한 경찰청 이야기인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나는 이원술과 강철중, 그리고 기타 감초 역할을 맡은 캐릭터들의 이야기보다 철중이 먹는 쇠고기의 행적에 치중해 영화를 바라보고 싶다. 정확하게 무게를 재고도 못미더운 표정으로 소고기를 털어 넣는 철중의 모습에서 ‘대리만족’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것은 과연 반가운 일일까. 앞으로 10년, 20년 뒤에, ‘어느 날 갑자기’ 소고기가 미치도록 당긴다면 2008년 6월 개봉작 <공공의 적1-1: 강철중>을 찾아 돌려보면 답이 나올 지도 모르겠다. 물론, 각자의 사연, 각개전투식 결말이지만 말이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Favicon of http://strephonwook.tistory.com BlogIcon 평범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제가 '페르소나'라는 단어를 잘 모르겠어요. 인터넷을 둘러봐도 잘 이해가 안가고.. 혹시 쉽게 설명되어 있는 책이나 글 아시면 추천 좀...;;;

    2008.07.01 16:00 신고

BLOG main image
네오이마주(neoimages)와 영화 깊게 읽기
영화 비평 매거진 '네오이마주'의 공식블로그입니다. 더 많은 글은 http://neoimages.co.kr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by woodyh98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521)
필진 리뷰 (260)
필진 칼럼 (149)
사람과 사람들 (55)
문화와 세상 엿보기 (10)
그리고... (41)

달력

«   2019/1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 3,158,706
  • 116

네오이마주(neoimages)와 영화 깊게 읽기

woodyh98's Blog is powered by Tattertools.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