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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5.07 [박쥐] 박찬욱 감독, 당신에게 영화란 무엇인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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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태희

도대체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해야 좋을까? 나는 박찬욱의 <박쥐>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어떻게든 이 영화에서 장점을 찾아내고 싶었다. 비록 나는 박찬욱을 좋아하지 않지만 그를 지지하는 그 많은 사람들은 분명 내가 보지 못한, 그의 영화에서 영화적으로 뛰어난 요소들을 보았다고 믿었고, 내 스스로 그것을 직접 찾아내고 싶었다. 이제 한국 영화를 말 할 때 박찬욱이라는 이름을 피할 수는 없다. 그건 인정한다. 그런데 그가 내놓은 새로운 영화 <박쥐>는 실망스러움을 넘어서 그 수준이 매우 처참 할 정도이다.

이전 박찬욱 영화도 그랬지만, <박쥐>는 현대를 배경으로 한 주인공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됨에도 불구하고 특정한 로컬리티와 시대성을 지워버린다. 이 영화의 배경은 2000년대에 갖다놔도 되고 60년대에 갖다놔도 이야기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 대신 온갖 한국적이라는 것의 희화화만 존재한다(한복가게의 저 우스꽝스러운 화장을 한 여자들, 트롯트 레코드판, 이층 한옥에 이르기까지). 또한 영화를 보기 전, 진지하게 다룰 것이라는 예상을 했던 카톨릭적 죄의식과 구원이라는 테마를 거의 유머 수준으로 남발하고 있으며, 강우의 가정을 부르주아로 설정했지만 특별히 계급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아니고(사실 박찬욱은 이것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이것을 생각했을 때 <복수는 나의 것>은 얼마나 낯간지러운 영화인가), 강우의 어머니를 통해서 혹은 강우를 좀더 나이를 든 인물로 설정해 외디푸스적인 이야기로 흐르는 것도 아닌, 단지 여기에는 온갖 테마가 뒤섞여서 수습을 하지 못한 채 자멸로 끝나버리는 인간상에 대한 오독의 캐리커처만 담겨져 있다.

좀 더 쉽게 얘기해서, 금기시되는 쾌락 때문에 괴로워하는 신부의 이야기에서 출발한 영화가 내놓은 결론이라는 것에서 무엇을 느껴야 하냐는 것이다. 결국 주인공들이 이 세상에 마지막 남은 커플이 된 마냥, 서로 껴안으며 서로를 확인한 채 죽어가는 연인들을 보여줄 때 결과적으로 이걸 코미디로 봐야하나, 마지막 장면에서 연민을 느껴야 하나.

박찬욱은 지금 너무나도 지나친 농담을 하고 있는 중이다. 본인이 에밀 졸라의 소설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말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저 잉마르 베리만의 <겨울빛>으로 시작해 캐서린 비글로우의 <니어 다크>로 끝나는 영화처럼 보인다(이런 비유도 박찬욱에겐 과한 것이다). 그리고 이 안에 온갖 주제들이 뒤죽박죽 뒤엉켜 있다. 박찬욱은 영화를 결코 어렵거나 난해하게 찍는 감독이 아니다. 그저 이야기의 논리를 무시 할 뿐이다. 언젠가부터 그는 이야기 안에서 해소하지 못하는 부분을 항상 남겨 놓았다. 뭐, 이걸 스타일이라고 부를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박찬욱은 정말 시나리오를 못 쓴다.

이상하게 박찬욱은 자꾸만 어떠한 테마나 소재주의에 집착한다. 같은 말의 다른 판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과 다르게) 홍상수는 테마나 주제에 매달리는 감독이 아니다. 그의 영화 속 인물들이 섹스 하는 장면이 점점 사라진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그는 영화에서 섹스 장면이 나오는 순간, 아무리 영화가 다른 얘기를 해도 관객에겐 영화 자체보다 섹스의 이미지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것을 자신의 영화에서 없애버렸다. 그런데 박찬욱은 홍상수와 반대다. 그는 오히려 영화 안에서 테마를 붙잡고 늘어지기 위해 자꾸만 상황을 폭력적으로 몰아가고, 격렬한 섹스를 해야 하고, 주인공이 곤경을 당하고, 그 때문에 괴로워하며 마지막엔 기어이 송강호의 자지를 보여준다(이 말은 아무리 포장해도 결국은 같은 말이다). 박찬욱의 영화가 (개인적으로) 계속 실패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박찬욱은 자기가 하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진지하게 하는 방법을 모르거나, 아니면 아예 세계관 자체가 없는 사람이다. 나는 <박쥐>에 대해 더 이상 생각하는 것을 멈추고 매우 진지하게 그에게 묻고 싶다.

"박찬욱 감독, 당신에게 영화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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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똘레랑스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어쩌면 내가 하고픈 지적 정확히도 하셨네요~~ 박찬욱감독영화중 최악이 아닐까 싶네요

    2009.05.07 14:31
  2. Favicon of https://donghun.kr BlogIcon 멀티라이프  수정/삭제  댓글쓰기

    기존의 박찬욱 감독의 영화들 보다도 현저히 떨어지는 영화라는 생각이 드네요.

    2009.05.08 01:25 신고
  3. 혀기  수정/삭제  댓글쓰기

    영화는 관점나름아닌가요? 재미없게 본사람이 있으면 재미있게 본 사람도 있습니다.
    그리고 사건의 시작 갈등의 해소 이런것 만으로 영화를 해석할수는 없습니다. 마치 당신의 글은 인수분해 공식을 외운 이제 갓 중3이 된 학생이 미,적분을 이해하려 하는것 같군요. (개인적으로) 당신의 글은 쓰레기로군요. ^^

    2009.05.08 06:25
  4. 탑쌓기  수정/삭제  댓글쓰기

    <"박찬욱"이 만든 영화>라는 타이틀이..정작 감독의 역량보다는 관객들의 상상력을 배양시키는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감독의 의도를 뛰어넘어버리는 관객들의 해석력..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라는 영화를 보고 많은 사람들은 "이게 뭐지?" "박찬욱이 말하고 싶은게 뭐지?" "뭔가 있을거야..박찬욱이 만든 영화인데...." 라며 한참을 고민하고 입씨름 하며 수많은 의견들을 쏟아내고, 혹자는 기껏 영화 하나 이해 못한 누군가를 보며 '무식하다'라는 발언까지 써대죠..
    박찬욱의 영화라면..무슨 공식이나 부가적인 해석이 필요하다는 듯한 풍조가 생겨버렸죠. 그가 대단한 학자나 천재도 아닌데..그의 영화를 떠받들어버리죠..
    결국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에 대해선 차후에 박찬욱 曰 "그건 아무 의도가 없었다."로 마무리 지었던.
    박쥐를 보면서 박찬욱은 "그저 특이한" 뭔가를 통해 "박찬욱스러움"을 만들어내려고 노력한 흔적은 보인듯 합니다.
    문제는 사용된 도구들이 명성(?)에 걸맞지 않게 엉켜 있어보였구요.
    그냥 정작 어떤 물고기를 잡을지 생각도 않은채, 여러개의 미끼를 던져놓고는 막상 걸려 올라오는 물고기를 보며 '내가 잡으려 했던게 이거다.'라는 식의 구성이 보였던거 같습니다. 물론 그 물고기는 관객이 걸어주는듯 하구요.
    이 영화에서 그나마 건질거라고는,
    정말..의외의 연기력으로 다가온 김옥빈이라는 배우를 보는것 하나였던것 같습니다.
    그를 캐스팅한게 박찬욱 감독이라면, 그의 섭외력에는 높은 점수를 주고는 싶더군요.

    2009.05.08 08:55
  5. ...  수정/삭제  댓글쓰기

    감독의 결론에 길들여진 관객들...
    감독이 던져주는 먹이의 내용이 분명해야 좋은 영화라고 생각하는 관객들...

    2009.05.09 09:14
  6.  수정/삭제  댓글쓰기

    시나리오를 못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10.06.28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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