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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보험공사'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8.03.18 수출보험공사는 판단근거를 밝혀라 (3)
백건영


아시는 분도 있겠으나, 모 라디오에서 매주 토요일 생방송을 하고 있다. 뭐 대단한 건 아니고 그 주의 주요한 이슈를 나름 자세하게 다루는 것을 포함해 한주의 영화계 소식을 묶어 소개하는 시간인데, 첫 방송을 시작한 작년 7월 이후 어떤 경우에서도 심형래와 관련한 소식을 방송에서 말한 적이 없었다. 그럴 가치도 못 느끼거니와 뭘 하던 나와 무관한 인물이라 생각해서이기도 하고, 별 시덥지않은 성과를 마치 조국광복이라도 이뤄낸 양 호들갑 떠는 언론의 죽 장단에 나까지 끼어들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토요일 방송에서 심형래 이야기를 하고야 말았다. 어쩔 수 없이 나도 떡밥에 걸리고 만 것인가. 발단은 이렇다.




3월 11일 한국수출보험공사는 문화수출보험의 1호 수혜자로 심형래 감독의 차기작 [라스트 갓파더]를 선정하고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문화수출보험이란 수출계약이 체결된 영화의 투자와 대출거래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수출보험공사가 보전해주는 제도이다. 요컨대 수출된 영화가 국내흥행과 부가판권시장까지 포함해 손실을 입었을 경우 계약범위 내에서 이를 보상해준다는 것이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일각에서는 [라스트 갓파더]의 흥행과 수출가능성은 물론이고 완성 자체를 의심하는 얘기도 들린다. 그러나 필자는 심형래가 감독과 주연을 맡게 될 차기작의 스토리와 흥행가능성 따위에는 관심조차 없다. 투자와 제작은커녕 초상권 합의도 얻지 못한 단계의 영화에 대한 논점으로 적절치 않기 때문이다. 다만 문제 삼고자 하는 것은 이번 협약이 보편타당한 절차에 의해 적법하게 이루어졌느냐는 것이다.

작년 12월 6일 영화진흥위원회와 한국수출보험공사 사이에 체결된 문화수출보험의 내부규정을 살펴보자. 문화수출보험에는 영화-투자형, 대출형과 영화펀드형의 2가지 구분이 있다. [라스트 갓파더]의 경우는 영화-투자형에 해당되며 투자형 보험의 지원대상은 ‘총 제작비 예산액 80억 원 이내 3년 이내 극장상영용 영화로 수출이 계획된 영화를 대상’으로 한다고 명기되어 있다. 또 펀드형의 경우도 출자금 총액이 100억원 이내의 펀드에 한하여 지원대상이 될 수 있다. 이때 손실보전 한도는 투자형은 제작비의 70%이고 대출형은 90% 이내이다. 그런데, 심형래 측이 밝힌 대로라면 [라스트 갓파더]의 총제작비 예정액인 200억 원은 자격요건을 초과하는 금액이다. 때문에 80억원 이내의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로 한정시킨 보험의 수혜자로 200억원(물론 제작이 완료되지도 않았으므로 얼마가 들어갈지 알 수 없다)짜리 영화를 선정했다는 것은 아무래도 납득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번 수출보험 수혜자 선정과 협약은 영화계 역시 실용주의, 실적주의의 자장 안에 편입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는 이 영화가 시나리오조차 만들어지지 않았음에도 “어쨌든 그런 사람(대부를) 컨택해서 한국 코미디를 접목 한다는 건 상당한 의미가 있고, 한국 코미디가 먹힐 수 있다고 확인이 됐고, 그런 것 자체가 한국수출보험공사가 하기엔 상당히 타당하지 않나 했다”며 수출보험공사 직원이 밝힌 선정사유가 반증해주고 있다. 추상적인데다가 설득력이 없는 선정근거가 아닌가? 대부와 한국코미디의 결합이 가지는 의미가 대체 무얼 말하는지, 한국코미디가 먹힐 수 있다고 확인이 됐다니, 무엇에 근거했다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시나리오 없이 투자를 받는 다는 게 얼마나 무모한 일인지는 한 번이라도 제작자나 투자자를 만나본 적이 있는 영화인이라면 너무나 잘 알 것이다. 게다가 투자위축으로 인해 시나리오뿐 아니라 배우캐스팅 단계까지 가도 투자가 쉽지 않은 게 요즘 한국영화계 현실이다. 설사 투자가 성사되더라도 필요시점에 맞춰 자금수혈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예컨대 [우리 생의 최고의 순간]은 언론시사회 전날에야 제작비 투자가 끝났고 이런 자금부족으로 인해 해외로케이션의 대부분을 포기하거나 축소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문화수출보험은 이처럼 얼어붙은 투자환경에 활력을 주고자 만들어진 상품이다. 일부 언론에서 “영화업계는 이 같은 문화수출보험이 침체의 늪에 빠진 한국 영화에 활력을 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앞으로는 괜찮은 시나리오가 있더라도 자금을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일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에서다.”라고 언급하는 것도 문화수출보험의 설립 취지와 목적을 말해주고 있다. 그런데도, 수출보험공사는 시나리오조차 없는 영화와 손을 잡을 태세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가. 결과적으로 이번 계약은 한국영화발전과 수출촉진을 위한 공공재의 성격보다는 투자 받기 어려운 특정영화에 물꼬를 터주는 보증서의 역할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

한 가지 분명히 짚고 넘어가자. 필자가 앞서간다고 난리칠 집단이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이번 협약은 말 그대로 MOU(Memorandum Of Understanding 양해각서)이다. 본 계약 이전단계의 절차일 뿐 아직 확정은 아니라는 얘기이다. 앞서 이번 협약과 관련해 [라스트 갓파더]의 완성도나 흥행여부는 관심이 없다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아직은 시작단계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그러니까 이번 협약의 경우 부실한 시나리오가 나오거나 여타의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는 한 계약으로 이어질 것이다. 왜냐하면 1호 수혜자와 관련한 선정시비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보험공사의 공신력 실추를 막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본 계약으로 이어지도록 누구보다 수출보험공사가 팔 걷어붙이고 나설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문화수출보험의 첫 수혜자라는 1호 계약이 가지는 상징성에 밀려 설립취지가 훼손되고 왜곡될까 걱정스럽다.

모름지기 제도란 합목적성으로 운용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오로지 미국시장이 갖는 의미와 수출가능성이라는 불확정성에 의존하여 통상적인 영화제작관행에 배치되고 내부규정에도 어긋나는 대상을 1호로 선정했다는 것은, 그 시작부터 파행을 예감케 한다. 한국영화 발전과 수출촉진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공공상품이 투자자를 불러 모으는 미끼에 그친다면 없느니만 못한 결과를 낳을 것이다. 말 그대로 좋은 시나리오로도 자금을 구하기 힘든 영화, 국제경쟁력이 충분한 80억~100억 내외 영화의 지원책으로 만들어진 공적 보험 상품을 시나리오도 없는 영화와 덥석 손잡았다는 것에 대해 수출보험공사는 납득할 만한 심사과정과 기준을 공개해야 할 것이다. 그것도 빠른 시간 내에 말이다.

(덧붙임)  영화-투자형  보험약관에 기재된 바에 의하면 문화수출보험 지원대상 영화의 "총제작비"라 함은, 영화의 기획, 제작, 상영, 배급, 유통, 판매 등을 위해 소요되는 자금의 총합계로, 본 예고편, 광고홍보물 제작비용, 매체광고비용, 홍보비 등과 프린트비, 입회비, 배급진행비, 발송비, 번역료, 자막비 등의 국내외 배급비용이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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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moonworx.egloos.com/ BlogIcon moonworx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이 기사를 접하고 걱정이 되었습니다. 좋은 취지로, 좋은 모습으로 나아갈 수 있는 제도가 운용자의 잘못으로 망치질 않길 바랍니다.

    2008.03.26 16:03
  2.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008.03.26 23:23
  3. Favicon of https://neoimages.tistory.com BlogIcon woodyh98  수정/삭제  댓글쓰기

    바하문트님/ 제가 알기론 물론 수출을 전제조건으로 양해각서를 교환한 것이랍니다. 물론 디워때문입지요.

    2008.04.01 13:3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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