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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태


<바보> 기자시사와 VIP시사가 있던 지난 15일, 용산 CGV 앞에서 잠시 만난 박희순은 특유의 너털웃음을 지어보였다. 개봉을 기다려마지 않던 작품이었건만 막상 편집이 된 영화를 보니 생각과는 달랐던 것. 하지만 영화배우의 운명이 ‘선택’과 ‘편집’에서 결정되지 않던가. 인터뷰를 다시 마주한 박희순은 “영화는 감독의 예술”임을 분명히 하며 미소를 잃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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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풀 원작의 <바보>는 사실 박희순의 얄궂은 운명의 한페이지를 장식하는 작품이다. <귀여궈><가족>의 깡패 이미지를 벗고, 아트영화 풍의 <러브토크> 다음으로 의욕적으로 참여한 작품이니 만큼 기대도 컸다. 하지만 2006년 <바보> 이후 출연한 <나의 친구, 그의 아내>마저 개봉이 연기되고 <세븐 데이즈>의 전신인 <목요일의 아이>마저 촬영이 지연되면서 한때 ‘대인피증’과 비슷한 증상을 겪어야만 했다.


하지만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하지 않던가. <세븐 데이즈>의 성열로 ‘완소배우’로 거듭나는 동시에 드라마 <얼렁뚱땅 흥신소>로는 마니아 팬까지 끌어모았다. 그리고 <바보> <나의 친구, 그의 아내>의 개봉 소식이 들려오는 동안, 차곡차곡 멋진 캐릭터가 살아 숨쉬는 시나리오를 받고 있는 상태다. 그럼에도 “이제 발견보다 활용을 해 달라”며 좋은 작품에 대한 열망을 숨기지 않는 박희순. 주연이든, 조연이든 가리지 않을 테지만 그럼에도 영화 인생에 있어 2008년은 분명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 만 같다. 이제 박희순은 아무도 가지 않았던 “미지의 세계”를 모험하고자 한다. 분명한 “나만의 색깔”을 가지고서.


하성태(이하 ‘하’) <헨젤과 그레텔>이후 2달 만이다. 인터뷰 너무 열심히 하는 거 아닌가. 영화는 잘 봤나?

박희순(이하 ‘박’) 하하하. 할 건 해야지. 뭐, 영화 얘기는 그날 VIP 시사회 날 만나서 하지 않았나(웃음).


하: 그럼 같이 토로를 해 볼까? 편집에 관한(웃음)? 원작이 워낙 인기였고 많이들 읽어서 그 질문이 안 나올 수가 없을 거다. 

박: 인터뷰 하면서 편집과 관련된 이야기는 안 하려고 했는데 기자들이 다들 물어봐서(웃음). <헨젤과 그레텔> 같이 했던 심은경 어머니랑 친한데 그날 보고 나서 조금 아쉽다더라. 그래서 뭐가요 물었더니 ‘그냥 그러고 말 사람이 아닌데’라고 하던데(웃음). 그래서 많이 잘렸어, 라고 얘기해줬다(웃음).


하: 시사회날 기자 간담회에서도 편집에 대해 당당히 밝혔는데.

박: 그날도 이야기 안 하려고 했는데 어떤 기자가 아쉬운 거 있냐고 물어 봐서 많이 잘렸다고 얘기한거다. 마지막 부분에 카페 사장(이기영)에게 칼 들고 뛰어가는 장면이 잘려서 아쉬웠다고 얘기한거지. 사실 말 해놓고 후회도 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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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원작은 상수의 분량이 상당하다. 촬영 횟수에 비해 신은 많이 살아 남은 건가? 자꾸 물어보면 안 될 거 같은 분위기다(웃음).

박: 많이 잘렸다는 것만 알아 달라(웃음). 카페 분량은 다 찍긴 찍었다. 찍을 때 보니 상수 분량은 느와르 분위기가 날 정도로 굉장히 어두웠다. 승룡이 부분은 너무 밝고. 그러니까 대비 효과가 있고 굉장히 독특한 영화가 나오겠다는 기대를 많이 했다. 하지만 만화가 원작이고 다양한 관객이 다 볼 수 있게끔 만들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그 당시 마음먹고 착한 영화를 찍은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픔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라 아픔 속에서 그 밝음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가 개인적인 화두였다.


하: 관객들 반응은 좋은 거 같더라. 기자 시사회에서 눈물도 많이 나왔고.

박: 평가도 좋고 흥행도 잘 되면 좋겠지만 보통 안 그렇더라고. 기자나 전문가들의 관점과 일반 대중의 관점이 다르니까. 세파에 찌들어서 위안받고 싶은 사람들도 많으니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거 같다.


하: 최근 쓴 리뷰도 사실 너무 착해서 조금 심심하다고 썼더니 ‘일반 시사 반응은 너무 좋던데요’라는 리플이 달렸더라.

박: 혹시 우리 홍보팀 아닐까(일동 웃음).


하: 아, 그럴 수도 있을까?(웃음) 원작은 언제 봤나.

박: 캐스팅 제의를 받고 시나리오를 읽기 전에 먼저 봤다. 다른 영화 시사회에서 어떤 분이 <바보>란 만화를 영화화하는데 그때 꼭 봤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우리 영화 프로듀서였다. ‘아, 이제 바보 역할도 나한테 들어오는구나(웃음). 드디어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구나.’ 극단 목화의 <백마강 달밤에>란 작품에서 바보 역할을 했었는데 그 소문을 들었구나 싶었지. ‘OK 왔구나.’ 그리고 만화를 봤는데 내가 할 역할이 아니더라. 상수 역할이었지. 센 연기를 많이 해서 따뜻한 영화를 하고 싶던 차에 이미지에서도 많이 벗어나지 않는 상업 영화를 접해본다는 생각이었다. 내용도 좋았고.


하: 원작을 읽어 본 관객들은 다 알 텐데, 상수 캐릭터 역할 자체는 너무 좋지 않나?

박: 너무 좋지. 상수 버전으로 다시 편집을……(웃음) 아쉬운 건 아쉬운 거지만 어차피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니까.


하: 원작자 강풀은 희순이 형이라고 부르던데.

박: 촬영장에서 몇 번 보고 그 다음에 못 봤는데 미니홈피로 쪽지가 왔다. 어떻게 지내냐고. 답장을 해주다 조금조금 친해졌는데(웃음), <세븐데이즈>를 보고 거품을 무는 쪽지가 왔다(웃음). ‘형, 그 동안 연기하고 싶어서 어떻게 참았어요?’ 그러면서. 그 전까지는 서로 존댓말을 했는데, 쪽지 보내다 보니까 말을 놓고 친해졌다. 또 차기작이 있는데 이름 끝 자가 ‘순’이고 내가 모델이래. 희순형 보고 쓴 거니까 만약 영화되면 같이 할 수도 있다고.


하: 혹시 <괴물2>인가?

박: <괴물2>는 캐릭터들이 다 20대 후반이라던데(웃음). 미리 못을 박더라(웃음).


하: 강풀씨랑 둘이서 쪽지 보내는 광경은 상상만 해도 웃긴다. 덩치도 크고 나이도 있는 두 분이(일동 웃음).

박: 그 사람 감수성은 작품에서 보듯 남다르지 않나. 현실에서도 굉장히 순수하고 착한 면이 있더라. 또 꼭 예쁜 와이프랑 같이 다니잖나. 자랑하려고 그러나?(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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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바보> 영화 속에서는 2년 전 모습이라 ‘샤방샤방’ 하던데? 카페 앞에서 지호(하지원)과 만나는 낮 장면도 그렇고.

박: 조명 기사님이 참 잘 찍어 준 거다(웃음). 개인적으로 하지원이 가장 예쁘게 나온 영화 중 한 편이 아닌가 싶다. 조명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썼다(웃음). 바보 태현이 마저도 살을 찌웠는데 예쁘게 보이잖나. 하물며 나까지 어려보이니까(웃음). 화면은 진짜 동화처럼 예쁘게 잘 나온 거 같다.


하: 김정권 감독의 전작 <동감><화성으로 간 사나이>도 예쁜 동화 같은 영화잖나. 하지원씨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출연작중 가장 예쁘게 나왔더라. 현장에서는 느낌은 어땠나?

박: 지원이는 방송에서 봤을 때 수수하면서도 밝고 당차지 않나. 평상시나 방송이나 비슷한 친구 같더라. 별로 붙는 신이 없음에도 친하게 대해주고 반갑게 맞아주니까 나도 편하고 웃게 되고. 카페 신에서는 금방 친해져 서로 웃겨 연기도 못하고 그랬다(웃음). 친해지면 웃음이 많아지는 스타일이다(웃음). 김윤진씨와도, 수애하고도 다들 끝날 때쯤 친해졌다.


하: <헨젤과 그래텔>의 아역배우들은 심지어 아무 말도 안 해서 겁을 먹였다는 말이 기억난다(일동 웃음). 승룡이 차태현과도 신이 꽤 됐는데.

박: 태현이는 오히려 반대다. 방송에서는 밝고 재미있잖나. 그래서 들이대겠구나 생각했다. 내가 못하니까 남이 들이대면 좋다. 후배도 깍듯한 친구보다 형 하면서 엉기는 친구가 더 좋고. 그래서 태현이하고 빨리 친해질 줄 알았는데 전혀 달랐다. 뚱하게 어슬렁어슬렁 거리고. 캐릭터에 젖어 있어서 씻지도 않고 땅바닥에 막 앉아 있고. ‘형 왔어요?’ 이러면서 멍하게 있어서 날 싫어하나 싶었다. 원래 성격이 그러더라고. 느리고 별로 말수도 없고. 근데 그게 좋더라. 배역에 빠져서 멍하게 있는 것이 진짜 바보 같더라(웃음).


하: 상수는 조폭은 아니지만 어둠의 세계에 속한 인물이다. 당시 <귀여워><가족> 등으로 각인된 터라 망설여기지도 했을 거 같은데.

박: 직접적으로 깡패는 아니고 불법 지배인 정도인데 몰려다니며 주먹질을 하지는 않는다. 자신의 어두운 모습에 힘들어하고 벗어나려 하지만 용기는 없고. 그런 내면을 가진 인물이라 깡패와 비슷하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


하: 원작에서는 심리적인 변화가 매력적으로 그려지지 않나. 영화에서는 그 심리과정이 많이 생략됐다.

박: 많이 아쉬웠지. 개봉 직전 편집본은 칼 들고 사장을 찾아가는 장면이 살아있었다. 마지막만 있으면 됐다 싶었다. 첫 상업영화고 그 분위기만 냈으면 아쉽지만 넘어간다고 생각했다. 캐릭터를 볼 때 잽이 빠지면 스트레이트가 너무 공허하잖나. 어두운 면에서 밝은 면으로 넘어가는 내면의 심리가 삭제가 되고, 바보의 절친한 친구라는 겉모습만 부각되니 속이 상할 수밖에. 그리고 희영(박그리나)와의 로맨스도 있고, 지호에게 첫 눈에 반하는 설정도 내가 한거다. 지호(하지원) 쪽으로 갈려다가 마지막에 이제 그리나를 챙겨주는, 나름대로 만화를 토대로 설정을 많이 했다. 촬영 때는 감독님이 ‘이런 걸 가져오다니’라면서 좋아했다. ‘뛰어나십니다’ 그러면서(웃음). 소소한 만화지만 인물의 풀어나가는 작업은 굉장히 재미있게 했다. 이게 12세도 있고 남녀노소가 다 즐겨야 되고 여러 가지 문제로 단순화 된 거지(웃음). 나 하나쯤 희생한다면야(웃음).


하: 강풀씨가 예전에는 동네에 바보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사회에서 수용을 하고 있는 게 올바른 건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그런 바보에 대한 경험이 있나?

하: 중학교 때 우리 반에 조금 그런 친구가 있었는데 별로 신경은 안 썼다. 그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집안이 어려울 때였는데 빚쟁이 들이 우리 반으로 쳐들어왔어요. 난리 치는 정도는 아니고 집이 어디냐고 묻는 수준이었는데 창피해서 다 이야기해버렸지. 근데 그 장면을 그 바보가 다 지켜본 거다. 바보가 바보가 아니더라고. 그걸 가르쳐 주면 어떡하느냐고, 큰일 났다고(일동 웃음). 그래서 연극 할 때 그 친구를 모티브로 해서 바보 역할을 한 적이 있다.


하: 그 <백마강 달밤에>?

박: 그 때도 오태석 선생님이 동네 바보 역할을 맡기며 대사도 안 주는 거다. 동선도 안 짜주고. 그걸 어떻게 하나, 처음엔 연기하기도 창피했다. 선생님이 바보들은 ‘어버버’ 하지만 한마디 하기위해 온 몸에 힘을 주고 정성스럽게 말한다더라. 그걸 연기하기 위해서 한 두 시간 연습하면 온 몸이 마비가 올 정도였다. 거의 (<오아시스>의) 문소리씨처럼. 나중 되니 하나씩 애드립이 생겼다. 동선을 파악하면서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우리 반의 그 친구처럼 명확한 얘기를 해 주는 거다. 그럼 관객들이 막 웃고(웃음). 그때 무당이 굿을 하면 사람들이 아무 말도 못하는 설정이었는데 바보인 내가 똑바로 한마디씩 한 거다. 반응이 굉장히 좋고 역할이 갈수록 커져서 마지막엔 무당을 따라 저승세계까지 갔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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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연극 얘기는 정말 무궁무진하겠다. 개인적으로 <바보> 같은 착한 영화 좋아하나?

박: <인생은 아름다워> 같은 작품은 좋아하지. 이번 영화 같은 경우 착함과 속에서 디테일을 찾으려고 노력했고 구체적이고 복합적인 인물을 만들고 싶었다. 다양한 작품이고 캐릭터라면, 그리고 당시 마음이 꽂히면 분명히 할 수 있다. 3류 코미디만 아니면(웃음).


하: <바보>도 우여곡절 끝에 빛을 보지 않나. 그러니까 잘되야지. 개봉을 준비 중인 <나의 친구, 그의 아내>도 그런 작품이니까. 그 영화 개봉 즈음에 또 기사가 쏟아지겠다.

박: 맞다. 베드신도 있고(웃음). 착하기도 하지만 세기도 세고, 독특한 작품이다. 상반기에는 개봉하지 않을까 싶다.


하: 베를린을 비롯해서 해외영화제에는 굉장히 많이 갔는데 상을 못 받아서 아쉽다. 그 작품에서 장현성과 함께 연기한 두 주인공은 성격도 다르고 출신 성분도 다르다. 그런데 박희순은 착하고 순수한 재문을 연기했다. 왜 하필 착하고 순수한 역할을 택했나. 신동일 감독은 반대편의 ‘386’ 외환 딜러 예준을 맡겨도 잘 할 거라 생각했다는데.

박: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지금 어떤 작품에서 어떤 걸 하고 있느냐가 토대가 되어주니까. 만약 바로 직전 굉장히 센 악역을 했으면 순화된 걸 하고 싶다는 차이? 일단 내가 질리지 않아야 되고 그때 심정에 맞아 떨어져야겠지.


하: <추격자>가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추격자>의 김윤석, <세븐 데이즈> 박희순을 비교하는 기사도 있더라. 앞으로 비교도 많이 될 텐데 김윤석이란 배우를 어떻게 생각하나?

박: 글쎄. 윤석이 형의 우직함 속의 날카로움이 굉장히 매력 있다. 다른 배우가 강호형과 최민식이 형님을 믹스한거 같다고 했는데 공감한다. 그 분의 카리스마와 달리 밝은 때는 또 굉장히 다르니까. 우리 영화계 연기파 배우들의 계보에 입성을 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아직 멀었다. 이제 발견이 됐는데, 뭐(웃음).


하: 나한테 하는 얘기 같다(웃음). 저번 인터뷰 헤드란인이 “쑥스럽지만 단연코 올해의 발견”이라 미안하다. 

박: <바보> 인터뷰하면서도 ‘발견’ 얘기가 또 나오더라고. 그래서 그랬다. 그만 발견하고 활용 좀 해 달라고. 그러니까 다른 노선을 겪고 싶은 게 있다. 독특한 노선을. 지금 작품을 선택하는 지점도 그렇고 기존에 안 해왔던 거, 나나 다른 배우나 모두 안 해왔던 미지의 세계를 모험하고 싶다. 그 분들의 탄탄한 연기는 본 받아야하지만 나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을 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한다.


하: 김윤석은 묵직함 속에 섬세함을 보일 때 좋은 연기라는 느낌이 든다. 반면 박희순은 섬세함이 떠오른다. 물론 <세븐 데이즈>는 남자다운 역할이었고. 그런 조절을 잘 한다는 생각이 드는데.

박: 그러니까 마음속으론 이번에 악역을 했으니까 안 해야지 하면서도 매력적인 악역을 보면 또 끌린다(웃음). 이번에 들어온 시나리오 중 한국 영화에서 보지 못한 악역 캐릭터도 있는데, 지금 생각은 서민적인 캐릭터가 하고 싶을 때거든. 아직 결정은 안 했는데 ‘아, 이거 아까운데?’, ‘나중에 하면 안 되나?’ 그런 생각이 있는 거지(웃음).


하: 한겨레의 소설가 정이현 칼럼을 보니 제목이 ‘박희순 같은 남자친구’ 더라.

박: ‘박희순 같은’이 아니라 ‘성열’ 같은 남자친구 일거다.


하: 왜 이야기를 꺼냈냐면 요즘 여성 팬들 많지 않나? 여성들에게 ‘호감’으로 급부상했다.

박: 실제로 그런 거 같다. 근데 가끔 등치가 산만한 남자들이 팬입니다, 이럴 때도 반갑다.


하: 같은 소속사 후배이자 박희순을 ‘사랑한다’고 자처하는 박그리나는 <연애의 목적>때 8kg을 찌웠다고 하소연하더라. 아직 몸을 크게 불려야 하는 연기를 해 본적은 없다.

박: 아니, <남극일기> 때 모든 배우가 다 살을 찌웠다. 왜냐하면 실제로도 탐험하기 전 살을 찌운다더라. 그래서 초반에는 살을 찌웠는데, 또 뉴질랜드 가서 산에 오르는 뒷부분에서는 살을 빼자고 하더라고. 다들 밥 안 먹고 뛰고 그랬는데 옷 두껍게 입고 고글 쓰니까 티가 하나도 안 나더라(웃음). 남들은 모르는데 나만 아는 거다. 


하: 가장 힘들었던 영화는 역시나 <남극일기>다?

박: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 하면 <남극 일기>다. 9개월 동안 주구장창……(웃음)


하: 어떻게 임필성 감독은 잘 지내나? <헨젤과 그레텔>이 (흥행이) 잘 안 됐다.

박: 내일 DVD 코멘터리 따러 간다. <세븐 데이즈>는 저번 주에 했고. 꼭 두 영화가 같이 간다. 촬영도 그랬는데. 아쉽다. 그것도 등급 낮추려고 내 장면을 많이 자른 거 아닌가(웃음). 칼 들고 아무것도 안 했는데(웃음).


하: (웃음) 요즘 너무 홍보만 해서 몸이 근질근질 하지 않나?

박: 근질근질하고 죽겠다. 11월 말에 <얼렁뚱땅 흥신소> 끝나고 쉬다가 올 초에는 연극을 한 편 하려 했는데 영화가 안 정해지니까. 어떤 좋은 감독이 갑자기 나올지 모르는데 항시 기다려야지(웃음). 영화판이 어려운 게 상반기에 크랭크인도 별로 없고 다 하반기고 5월이다. 촬영 들어가도 5월이 될 거 같다. 솔직히 기다리기 힘들다(웃음).


하: 들어오는 시나리오도 분명 스펙트럼이 넓어졌을 거 같다.

박: 과도기인 거다. 윤석 형님이 <타짜> 이후 <추격자>로 완전히 자리를 잡았듯 나도 비슷한 수순을 밟아야 할 거 같긴 한데 운이 따라줘야지. 그런 쪽으로 흘러가고 있긴 한거 같고 선택하는 작품들도 그렇고. 악역도 내가 하면 진짜 잘 할 수 있는 작품도 있다. 그런 수순을 밝기 위해 조금은 계획적으로 눈을 돌리게 되더라.


하: 작품을 책임지는 주연과 매력적인 악역사이에서 고민한다고?

박: 단순하게 얘기하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여자와 아이가 주인공인데 남자는 안 보여도 굉장히 존재감 있는 작품도 있다. 좋은 작품이면 다 눈이 가기는 한다. 그런데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앞으로의 진로에 큰 영향을 미칠 거 같으니 신중한 거다.


하: 이전에는 일방적으로 선택받아야 했다면 선택지의 폭은 넓어진 거 같다.

박: 그렇다고 할 수 있다. 근데 그게 즐거워서 ‘와, 왔어’ 그런 게 아니라 ‘휴, 걱정이야 걱정’ 이런 거다. 잘되든 못되든 항상 스트레스는 있고 걱정은 있는 거다. 개봉만 하더라도 언제개봉하나 했는데 막상 개봉하니까 짐을 하나 덜은 거 같고(웃음).


하: 요즘 영화는 좀 봤나, 뭐가 재미있었나. 배우는 누구 좋아하나.

박: 요즘에 <스위니 토드> 봤다. 팀 버튼, 조니 뎁을 참 좋아한다. 에드워드 노튼이랑 <아메리칸 사이코>에 나왔던 크리스찬 베일도 좋아하고.


하: 역시나 성격 좀 있는 배우들을 좋아한다(웃음). <아메리칸 사이코>도 그렇고.

박: 그럼. 악역이라면, 또 그 정도는 되어야지. 또 주연이 악역인 영화는 없지 않았나. 예를 들면 <케이프 피어> 같은 영화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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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돌발질문이다. 아까 얘기한 정이현은 <세븐 데이즈>에서 다정다감까지는 아니지만 남자다우면서 챙겨주는 면을 좋게 본 거 같다. <세븐 데이즈>에서 원래 로맨스는 없었지 않나?

박: 있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좋아했다 한마디. 그것만 뺐고 빼길 잘 한거 같다. 우정을 빙자한 사랑고백은 성공률이 낮다(웃음). 그때는 사랑 고백 보다 ‘나를 믿어 달라’, ‘네 딸 찾는데 도와줄게’였으니까. 성열은 또 유머가 있다. 무뚝뚝하면 재미없었겠지.


하: 그럼 평소 성격은 어떤가. 여자들이나 후배들은 잘 챙겨주는 성격인가?

박: 소속사 후배들이야 5년이나 있었으니 사적으로도 연락하고 친하게 지낸다. 평소에는 대놓고는 못하고 조용히 챙겨주는 스타일이지.


하: 아깐 말한 염두에 둔 시나리오는 코미디인 건가?

박: 코믹한 요소도 있고 삶의 애환도 있고. 내 이름 걸고 처음으로 하는 영화가 될지도 모르고(웃음). 아직 결정된 건 아무것도 없다.


하: 기왕이면 주연을 해라. 개인적인 바람이다(웃음). <나의 친구, 그의 아내> 개봉하면 꼭 다시 인터뷰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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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3.05 00:47

[추격자] 살기위해, 내리쳐라

필진 리뷰 2008.02.22 14:42 Posted by woodyh98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살고 싶으면 상대를 내리꽂아야 한다. 태생적으로 수직상승하기 글러먹은 놈이 하나 있고, 후천적으로 땅으로 떨어진 녀석이 하나있다. 중호(김윤석)는 전직 형사였지만 지금은 보도방 사장이다. 경찰로 국가의 녹을 받아먹을 당시, 중호는 검은 돈을 챙기면서 자기 배를 채웠고, 그 결과 경찰직에서 쫓겨났다. 중호는 후천적으로 땅에 떨어진 녀석이다. 더 이상 갈 곳도 없고, 하루 벌어먹고 살기 위해서는 여자들을 등쳐먹으며 밤에 쾌락을 찾는 남정네들의 지갑을 열어야만 한다. 태생적으로 땅에 떨어진 남자는 연쇄 살인범 영민(하정우)이다. 그는 발기가 되지 않아 성적 쾌감을 느껴보지 못한 남자다. 성기가 일어설 수 없듯이, 그의 원초적 쾌감은 수직상승 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악의를 품고 여자들을 살해하기 시작한다. 망치로 정을 내려쳐서 여자를 살해할 때 쾌감을 느끼는 영민. 얼추, 두 사람은 비슷하게 생겨먹었다. 골목을 기어다니며 돈을 긁어모으는 중호나, 여자들을 정으로 내리치며 성적 쾌감을 얻는 영민이나 하류인생이긴 마찬가지. 두 녀석이 이글거리는 눈으로 상대를 흘겨보며 붙었을 때는 유도나 레슬링이 연상된다. 애초에 둘 사이에는 물리적 거리가 제로에 가깝기에 <추격자>를 보면서 상대를 견제하면서 잽을 날리는 아웃복싱은 상상이 가지 않는다. 중호와 영민은 상대의 호흡을 느껴가며 적을 죽이기 위해서 칼을 갈고 있다. 땀이 쏟아지며, 그 사이사이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레슬링에서 심판의 지시로 빠떼루 자세를 취한 것과 모양새가 비슷하다. 살기 위해서는 최대한 땅에 밀착해야 하며, 승점을 따기 위해서는 적을 뒤집어 매트에 내리 꽂아야 한다. <추격자>는 인간이 극복하지 못한 중력의 법칙을 최대한 이용하고 있는 영화다.

이 영화의 인물들을 보고 있으면 중력의 법칙을 온 몸으로 체험할 수 있다. 지구가 인간을 끌어당긴다면 인간은 하늘로 수직상승 할 수 없다. 영민의 발기부전, 중호의 타락한 모습. 여기에 이 영화가 보여주는 사건들 역시 추락하는 이미지 일색이다. 한 시민은 정치인의 얼굴에 배설물을 던져 경찰서를 발칵 뒤집어 놓는다. 위신이 떨어진 정치인의 모양새. 경찰들은 배설물 투기 사건으로 향할 여론의 시선을 살인 사건으로 돌리기 위해서 고군분투한다. 권력 앞에 쪼그라든 경찰들의 정치적 행태는 추락한 관료사회의 모습이다. <추격자> 안에는 앞에서 열거한 인물들이 만들어 놓은 풍경이 있다. 그리고 그 속에는 현실 정치의 권력 구조가 있으며, 권력 앞에서 꼬리치는 인간들이 있다. 이런 몇 가지 풍경을 먼 배경으로 하여 연쇄살인이 벌어진다. 카메라는 하늘을 바라보지 않고, 땅과 수평을 유지하며 중호와 연민의 숨 가쁜 질주를 따라가기에 바쁘다. 달리다가 지친 영민과 중호의 육체를 대변하듯, 카메라의 포커스가 어그러지기도 한다. 즉 굳이 이 영화의 리얼리즘을 인물과 사건으로 논하기 이전에 카메라는 현장성을 보여준다.

2시간짜리 영화는 대략 24시간의 도망과 추격을 밀도 높게 보여준다. 미로처럼 엮인 골목길을 야심한 밤에 질주하는 두 남자의 모습은, 한국 영화에서 (필자 스스로 칭하길) ‘골목길 느와르(혹은 스릴러)’로 정면 승부하지 못했던 한국영화에 숨통을 틔어주고 있다. 특이한 것은 추격이 벌어지는 골목길과 반 지하 건물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이 언덕진 곳에 위치해 있다는 점이다. 영화에서 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되어 맥거핀처럼 등장하는 교회의 십자가 역시 마을에서 가장 높은 곳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롱샷으로 찍힌 마을의 모습은 서울에서 부유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득히 멀고도 높다. 교회의 십자가는 어두운 밤 외롭게 그리고 밝게 빛난다. 마지막으로 살인에 쓰이는 망치와 골프채는 우아한 자태를 뽐낸다. 영민의 손에서 수직상승한 망치는 포물선을 그리며 아래로 떨어진다. 영민의 손에 살해당한 자는 바닥에 피를 흘리며 쓰러진다. <추격자>안에서 살아가는 자나 죽은 자 모두 땅으로 내려가 있으며, 존재하지 않는 (일종의 형이상학적인 것들은) 하늘에 떠 있다.

중호도 어쩔 수 없는 인간이다. 그에게도 인간의 악한 본성이 있다. 하지만 중호는 남의 간을 빼먹으며 지갑을 채울지언정, 남의 피와 살을 갉아먹는 일은 하지 못한다. 감기로 앓고 있는 미진에게 매정하게 전화를 걸어 여름에도 감기가 걸리냐며 핀잔을 주는 그는 인간미라곤 찾아 볼 수 없는 인간이다. 영화 속 미진과 미진의 딸의 입을 빌리면 쓰레기다. 그렇게 살아온 인생이다. 공직의 힘을 빌려 깡패들에게 기생했던 사람이며, 지금은 변태들을 이용하고, 몸 밖에 가진 게 없는 여자들을 매매하며 살아간다. 중호가 하류인생으로 살아오면서 배운 건, 자기 밥그릇을 지키는 법이다. 중호에게 미진은 재산의 일부였으며, 영민은 중호의 재산을 앗아간 (중호에겐) 더 극악한 녀석이다. 중호가 영민을 찾아다니게 된 첫 번째 이유는 사유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영민은 보도방 아가씨들을 불러서 살인을 저질렀으며, 이를 계기로 중호와 영민의 동선이 만나게 되고 충돌하게 된다. 좁은 골목길에서 우연히 중호의 차와 영민의 차가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는 것도, 어찌보면 단순한 우연일 뿐이지만 사건으로 보자면 영화의 전개과정이다. 이 장면은 중호의 사유재산이 훼손되는 의미에서 사건 속으로 더욱 깊숙이 들어가는 계기가 되어준다. 교통사고 현장에서 직감적으로 영민이 범죄자임을 알게 된 중호. 이제 중호와 영민은 지리멸렬한 추격전을 벌이게 된다. 영민의 범죄는 성적 트라우마와 연관되어 있으며, 영민은 자기폐쇄적인 정신분열증 환자의 모습이다.

<추격자>는 중호와 영민을 통해서 선-악을 이분법하지 않는다. 중호에게도 악한 모습이 존재한다. 다만, 중호와 영민에게 다른 점이 있다면 지켜야할 재산과 대상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다. 사유재산을 잃은 중호의 분노는 영화 후반부가 되면 사라지게 된다. 영민은 자신이 미진을 살해했다고 경찰서에서 밝히지만, 중호는 영민이 여자들을 팔아먹은 인간이지 살인을 저지를 위인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경찰에 넘겨진 영민을 뒤로하고, 중호는 자신의 재산인 미진을 찾으러 다니게 된다. 이 과정에서 중호는 미진의 숨겨놓은 딸을 만나게 된다. 미진의 딸은 중호의 인간미를 자극하기 시작한다. 사건에 집착하는 중호를 향해 한 경찰 동료는 “언제 인간될래?”라고 말을 한다. 중호가 사건에 집착하게 되는 것은 살아있을지도 모르는 미진을 찾아야만 하기 때문이다. 중호의 뇌리 속에서 미진의 딸이 스쳐지나가고, 딸아이의 모습위로 살아서 숨 쉬고 있을지도 모를 미진의 모습이 오버랩 된다. 김윤석이 연기한 중호라는 캐릭터는 후반부로 갈수록 지쳐간다. 세탁기에서 탈수해낸 인간마냥 그의 몸은 수분이 모두 빠진 것 마냥 맥없이 늘어진다. 하지만, 지칠대로 지친 중호가 자신의 목을 누르는 영민의 손아귀를 뿌리칠 수 있었던 불가사의한 힘은, 가시화되지 않은 그의 선한 본성 때문이다. 김윤석은 이빨을 깨물며 자신의 육체를 땅 바닥에 수차례 내리꽂는다. 넘어지고 쓰러지는 사이에 그의 육신은 흔들리고 뒤섞이면서 일종의 중화과정을 거친다. 거짓으로 살아온 인생. 거짓과 위선적인 삶을 통해 가시적으로 악해 보였던 중호의 내면과 외면이 마지막 남은 연민과 동정이라는 감정과 만났을 때, 한 인간이 가지고 있는 분노가 폭발한다. 영화 후반부에서 어금니 깨무는 소리가 들리는 중호의 처절한 모습은 생과사의 갈림길에서 지푸라기를 잡는 것 같다.



사건은 골목에서 벌어졌고, 도심에서 외진 곳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이 영화는 종로의 고층건물을 보여주면서 끝이 난다. 모든 것이 끝나고 병실의 잠든 미진의 딸의 손에 중호의 손이 포개어질 때 카메라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린다. 메트로폴리스는 많은 것을 감추고 은폐한다. 결국, 이 영화가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것은 매스미디어에서 감추고 싶을 혹은 정치권력이 개입하고 싶지 않은 또는 소시민조차도 보고 싶지 않은 일이었음을 말해준다. 드러나지 않고, 드러나더라도 감추고 싶은 삶의 모습과 잔혹함. 도시는 늘 현대적인 미적 감각을 뽐낸다. 병실 창 밖으로 보이는 건 고층 빌딩아래의 모습이 아니다. 높은 곳에서는 아래쪽을 보지 못한다. 결국 많은 일들이 은폐되어왔고, 암묵적으로 은폐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이 영화는 서울의 도심 속 외진 곳에서 일어난 일을 땅과 가장 가깝게 찍은 영화이다. 기쁜 마음으로 말하자면, 이 영화에는 <추격자>가 아니라면 보지 못할 도시의 공기와 도시의 이야기가 끈질기게 살아있다. 감추려고 해도, 숨으려고 해도 살아있는 이야기를 감출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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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최병준  수정/삭제  댓글쓰기

    도훈님 글 정말 정말 잘 쓰십니다.
    땅을 향해 있다는 영화분석도 날카롭고요.
    영화 내공 정말 대단대단....

    인천에서 준이 드림.

    2008.02.23 01:36
  2. Grace  수정/삭제  댓글쓰기

    색다르고 명쾌한 해설..
    웬만하면 읽지 않는 영화 리뷰인데 잘 읽고 갑니다^^

    2008.02.23 03:18

[추격자]와 단편영화의 힘

필진 칼럼 2008.02.18 17:14 Posted by woodyh98


오랜 만에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영화, 나홍진 감독의 상업 장편 데뷔작 [추격자]를 보았다. “물건이 등장했다”는 기자시사회에서 흘러나온 입소문이 헛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영화는 관객의 바람을 온몸에 안고 쫓는 자와 이러한 기대감을 하나씩 깨뜨리며 쫓기는 자 사이의 추격전을 그리고 있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미진이 사투하는 모습과 엄중호 곁에 붙여놓은 그녀의 딸을 수시로 보여줌으로써 소외되기 쉬운 인물을 끊임없이 환기시키고 있다는 점이었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없지 않았으나, 데뷔작에서 이만한 성과를 거둔 전례가 그리 많던가.

돌아보면 홍상수의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이나 장준환의 [지구를 지켜라] 최동훈의 [범죄의 재구성] 정도가 만장일치에 가까운 평단의 극찬을 받으면서 데뷔했지만, 관객까지 사로잡은 작품은 [범죄의 재구성] 정도에 불과했다. 그런 점에서 하드고어에 가까운 스릴러 [추격자]가 보여주는 행보는 주목할 만 하다. 관람등급의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예매율 1위를 달리고 있으며 관람 후 만족도 또한 최고치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성급한 언론은 “한국영화의 희망” 이라고 치켜세우기까지 한다. 의미를 모르는 바 아니나 전형적인 뒷북이다. 알려진 대로 나홍진 감독은 단편영화를 통해 기량을 인정받았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그는 단편영화를 찍는 가능성 높은 신인일 뿐이었다. [완벽한 도미요리]와 [한]을 통해 갈고 닦은 실력의 결과는 그의 말대로 “후회 없이 쏟아 부운” [추격자]로 나타났다. 가히 단편영화의 힘이 상업 장편영화에서 고스란히 발휘되는 순간이라 하겠다. 그런 의미에서 나홍진의 등장은 딜레마에 빠진 한국영화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 사건임에 틀림없다.

특별한 케이스를 제외하고는 누구나 단편영화를 찍음으로써 영화감독에의 꿈을 시작한다. 그런데, 단편영화라는 것이 그리 만만하게 볼 대상이 아니다. 길어야 30분 미만인 시간 동안 감독 자신의 메시지를 드러내는 가운데 압축과 터뜨림을 두루 도모해야 하기 때문이다. 제작비랄 것도 없는 소자본으로 한편에 영화를 찍는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오로지 필모그래피가 쌓일 뿐이니, 밤새 이어지는 술자리와 재능에 대한 상호부조성 칭찬만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스탭과 배우들에 대한 유일한 보상일 따름이다. 비록 어설프고 허술한 촬영현장이지만 미래의 대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이렇게 찍은 영화가 자신들의 미래에 대한 담보물이 되어 줄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김삼력 감독의 [아스라이]에서 주인공 상호는 자신의 후배가 “영화 좆도 못 만들면서 영화제 돌리지나 말지 쪽팔리게...상금 타먹으려고 영화 찍느냐”고 대들자, “그래도 찍었으면 돌려봐야지, 돈을 구해야 영화를 찍지, 그러려면 작품이라도 부지런히 돌려야지” 않겠냐고 말한다. 재능 없이 열정만 품고 살아온 영화지망생의 서글픈 탄식이지만 그나마 영화제라도 초청 받는 것이 얼마나 운 좋은 일인가. 김삼력 감독만 해도 10년 세월을 단편영화를 통해 내공을 닦으며 때를 기다린 끝에 비로소 상업 장편 [아스라이]를 찍을 수 있었다. 눈을 돌려 보면 주위에 이런 젊은이들이 꽤 많이 있다. 영화제마다 응모해도 몇 년 동안 한 번도 초청되지 않는 감독들이 부지기수다. 그래도 이들에게 (단편)영화는 삶의 의미이자 존재증명에 다름 아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단편영화에서 나름의 지명도와 재능을 보여주었던 감독들의 대다수가 상업영화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단편영화와 절연한다는 사실이다. 물론 제 앞가림에 여유가 없는 탓이기도 하고, 더러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옴니버스 작업에 참여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나 이마저도 유명세를 탄 이들에 한정된다. 상업 장편으로 데뷔한 감독이 단편영화 찍으면 안 된다는 법이 있는 것도 아닌데, 아쉬운 대목이다. 차기작을 기다리는 동안 공부하던 시절로 돌아가 단편영화를 통해 초심을 다잡고 재충전하는 기회로 삼아 보는 것은 어떨까? 그런 점에서 학생시절 인상 깊은 단편 [지리멸렬][백색인]과 [2001 이매진]을 연출했던 봉준호와 장준환이 상업영화 감독으로 데뷔한 이후에도 틈나는 대로 단편영화를 찍어온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3년 묵은 쑥을 찾는 사내가 있었다. 모친의 병구완을 위해서는 반드시 3년 된 쑥이라야 했다. 대체 누가 쑥을 3년씩이나 묵힌다는 말인가. 세상천지 어디에도 3년 된 쑥은 없었다. 그러는 사이 3년이 흘렀고 모친은 임종했다. 이 어리석은 남자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단순하다. 3년 전에 쑥을 심었더라면 그는 모친을 살릴 수 도 있었을 것이다. 그는 3년 묵은 쑥을 찾을 생각만 했지 쑥을 심어 3년을 기다릴 생각은 안 했던 것이다.

어느 때보다 한국영화가 어렵다는 소리가 넘쳐나는 시절이다. 당장 살아남아야하니 자본의 선 순환구조를 위해 자금회수가 빠른 아이템을 찾아야 하는 고충을 모르는 바 아니다. 참신한 창작물보다 검증된 원본 있는 이야기가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도 당연할 테다. 하지만 한국영화계가 대작에 한 눈 팔고 흥행의 단맛에 취해있는 동안, 매체들이 스타에 넋이 빠져 여배우의 쇄골 따위를 친절하게 전달하는 동안, 현장비평가들이 구색 맞추기로 독립영화를 언급하는 동안에도 단편영화 감독들은 (너무나 익숙한)경제적 어려움을 당연시 여기며 영화를 만들어 왔다. 나홍진은 이렇듯 척박한 토양이 배출해낸 단편영화의 힘을 상징하는 다른 이름일 따름이다. 충무로 제작자들이 독립영화제를 찾고 졸업영화제에 관심 갖는 것은 될성부른 나무를 찾기 위해서일 터이다. 이왕이면 더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고 제작까지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그렇게 찾아낸 신인 중에 제 2, 제 3의 나홍진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단언컨대 한국영화의 미래는 단편영화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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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blog.divershigh.com BlogIcon SUPERCOOL.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느 문화든 기초가 탄탄해야 강해지는 것 같습니다. 단편영화로 상업영화가 추구할수 없는 새로운 시도등으로 점점 문화는 탄탄해지고 다양해지며 강해질수 있는것 같습니다. 좋은글 잘 봤습니다.

    2008.02.18 17:29 신고

 “어?”, “어?” <예의없는 것들>이후 1년 반 만에 만난 기자와 마주한 신하균은 이 한마디와 친숙한 눈웃음으로 반가움을 대신했다. 신하균은 그런 사람이다. 틀에 박힌 질문, 그에 대한 구구절절한 설명을 반기지 않는다. 연기도 마찬가지다. “특별히 독특한 거 하려 한 적도 없고 하다 보니 이렇게 된 거다”라고 손 사레를 치지만 신하균의 캐릭터들이 범상치 않다는 건 숨길 수 없는 진실이다.


말 그대로 ‘전형적’이란 수사와 거리가 멀단 말이다. <지구의 지켜라>의 병구를 떠올려 보라. 어떤 상황에 떨어뜨려 놔도 납득이 가는, 자기 자신이 먼저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관객들과 소통하려는 연기자가 바로 신하균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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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게임>의 화가 민희도(신하균)는 신체를 강탈당한 남자다. 여자친구 은아(이은성)의 빚을 갚기 위해 금융계의 큰손 강노식(변희봉)이 제안한 단 한 번의 게임에 응한 민희도는 어처구니없이 소중한 육체를 빼앗긴다. 한순간 젊음을 하찮게 여긴 대가(代價)치고는 너무나 가혹하다. 그리하여 <더 게임>은 뇌가 뒤바뀐 두 남자의 운명을 조망한다. 두 인물의 분량이 균등하진 않지만, 어쨌건 신하균은 1인 2역에 도전했다.


장진 감독의 데뷔작 <기막힌 사내들>로 데뷔 한지 햇수로 11년, 장편만 14편이다. 적으면 적고 많으면 많다 싶은 딱 적당한 필모그래피. 동반자 장진을 거쳐, 박찬욱, 장준환, 박광현 감독과의 작업을 통해 연기 잘하고, 개성 있는 이미지로 각인 돼 왔다.


그리하여 <더 게임>은 그에게 또 다른 도전이다. 내적 상황에 맞는 리얼리티를 선택해 목소리 톤을 바꾸었다. 또 신체가 뒤바뀐다는 흥미로운 상황 안에 그대로 내맡겼다. 어차피 배우의 몫은 한계가 있는 법.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 신하균은 그래서인지 트레이드마크인 환한 미소를 잃지 않았다.


스릴러란 장르를 너무 의식하지 말라고 주문하는 신하균. 그와의 두 번째 만남은 너무나도 유쾌한 수다처럼 편안했다.


- 얼굴이 조금 부었어요. 어제 술이라도 한 잔? 그러고 보니 요즘 인터뷰 기사마다 막걸리 얘기에요(웃음).

“네. 어제 영화하는 분이 결혼해가지고 끝나고 뒷풀이를 좀 했죠. 하하. 술이요? 할 이야기가 없으니까요. 항상 사적인거 물어 보는데 하는 일이 술 마시는 거 밖에 없으니까. 또 요즘에 막걸리가 좋아져서요.”


-근데 막걸리 드실 때 막걸리‘만’ 마셔요? 나중에 섞어 마시면 머리 아프잖아요.

“어제는 막걸리 먹다가 딴 것도 먹었어요. 아, 그래서 아까 아침에 머리가 좀 아팠어요. 근데 이게 또 적응이 되는 거 같아요. 막걸리를 먹어 버릇 하니까 조금 (술이) 받아요. 가끔  꽂히는 술들이 있는데 그게 요즘 막걸리에요.”


- <예의없는 것들> 이후 1년 반이에요. 왜 이렇게 얼굴 보기가 힘들었나요?

“하하. 1년 반? 제가 어떻게 알아요. 저도 하고 싶었는데(힐난하며). 어떻게 있다 보니 그렇게 되네요. 원래 준비하던 게 있었는데 상황이 조금 안 좋아져서 그런 것도 있고. <더 게임>도 작년 일찍 찍었는데 개봉이 계속 늦어진 거예요.”


-원래 자기 영화 안 본다고 했는데 <더 게임>은 몇 번이나 봤어요? 

“딱 한 번 봤죠.”


-98년으로 <기막힌 사내들>로 데뷔하고 장편만 14편이더라고요. 이제 좀 여유가 생겨서 그런가 봐요.

“(정색하며) 아니에요, 여유 그런 게 아니고 창피하고 민망해 가지고요. 영화로서 보이지가 않는 거예요. 제가 나와서 그런지 창피한 것도 많고 일단 알잖아요. 제가 연기한 거니까 뭐가 잘못된 건지, 부족한지 알고.”


-다른 분들도 그럴 것 같긴 한데 그 중에서도 심히 안 보는 편인 것 같아요.

“그러게, 그런 얘기는 안 해 봤네요. 진짜. 근데 재영 형이나 다들 잘 안 볼걸요. ‘동막골’도 같이 했으니까. 그때도 시사회 때 말고는 안 봤어요. 집에서 DVD로 볼지 안 볼지는 모르겠는데(웃음). 비슷하지 않을까요, 저랑. 그런데 기자님도 기사 또 보고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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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보죠(일동 웃음). 오타나, 허점만 보이고.

“푸하하하. 다 마찬가지잖아요.”


-캐스팅 소식 보고 의외였어요. 신하균, 변희봉 조합도. 시나리오 받았을 때 느낌은 어땠나요?

“소재가 현실적이지도 않고 허무맹랑하기도 한데 조금 있으면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혹시나 돈 많은 사람들이 그런 식으로 계속 의학을 발달시키면 끔찍한 일이 일어날 수도 있고, 살면서 우리가 이렇게 편리해지고 발전하고 하지만 모르는 부분에서 피해 받는 사람들도 있을 거고요. 인간의 욕심이나 욕망에 관해서 연기할 수 있어서 배우 입장에서는 그게 제일 컸어요. 사실 몸이 바뀌는 영화는 많았잖아요.” 


- 후반부에 몸이 바뀐 강노식과 민희도가 맞붙는 대사들에 윤인호 감독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다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왜 젊음을 함부로 낭비하느냐, 이런 윤리적인 부분. 그런데 홍보는 스릴러로 어필하더라고요.

“사실 스릴러는 아니라고 할 수 있어요. 연기할 때도 스릴러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그저 인간의 드라마인거고 스릴러로만 생각하면 재미없을 수도 있어요. 사실 긴장감도 떨어지고.


-질문의 의도는 홍보도 그렇고 관객들이 받아들일 때는 스릴러로 인식할 수 있지만 정작 연기할 때는 전혀 연기하지 않았을 거 같다는 거였어요(웃음).

“아, 예(웃음). 장르 영화를 많이 안 해봐서 잘 모르겠어요.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장르 영화라고 연기가 달라지진 않거든요. 장르야 만드는 분들이 어떻게 만드느냐에 달려있으니까요.”


-그런 질문 진짜 많이 받지 않나요? ‘어떤 장르를 좋아하나요.’ 제 기억엔 <화성으로 간 사나이>의 멜로나 <서프라이즈>의 로맨틱 코미디 정도인데요.

"(쑥스러운 듯) 네, 하하."


이 때 까지 털털하고 편안한 복장을 하고 있던 신하균이 사진 촬영을 위해 세미 정장으로 바꿔 입었다. 게다가 안경까지. 한층 더 깔끔한 모습에 사진 기자가 ‘확, 젊어 보인다’고 덕담 아닌 덕담을 건네자, 신하균, 살짝 놀란다.


"(떨떠름한 표정과 웃음을 지으며)하하. 젊어요, 저도."


-제가 보기엔 똑 같아 보이는데요, 뭐. 나이 얘기가 나와서 그런데 상대역인 이은성씨가 참 어리지 않나요?

“(웃음)영화를 보면 성장을 해요. 밤만 되면 성장을 하고 있더라니까요.”


-(웃음) 이은성이란 배우를 처음 본 관객들은 몰라도 고등학생 때인 <다세포 소녀>부터 쭉 봐온 입장에서는 나이 차이가 의식 되더라. 일반 시사로 봤는데 관객들은 별 상관없는 거 같았지만. 은성씨가 호칭은 뭐라고 하던가요.

“하하. 연기 할 때 별 차이 없었어요. 은성이하고는 대단하게 맞붙는 신도 별로 없거든요. 호칭은 그냥 오빠라고 했고요. 요즘 젊은 친구들이 다 그렇듯이 그 친구도 편하게 대하더라고요. 우리 때는 나이 차이나는 선배를 보면 어려워하고 그랬는데 오히려 그러니까 편하던데요. 저도 성격이 그래서 상대방이 어렵게 대하면 어려웠을 텐데 말이죠.”


-<더 게임> 은성씨도 그렇고 상상이 쉽지 않은 배우들의 조합이라 독특했어요. 변희봉, 이혜영이란 대선배도 그렇고 손현주씨 까지 더해져서 사실 그림이 잘 안 그려졌어요.

“재미있는 게 한 영화인데 같이 만나는 신은 적어요. 손현주 선배와도 한 신도 없고, 이혜영 선배님도 초반에 잠깐 만나고. 총 네 장면? 변 선생님도 장면 수로 따지면 얼마 안 되거든요. 초반에 만나고 후반에야 되어야 다들 만나니까요.


-아무래도 두 남자의 드라마가 따로 진행되는 영화라 그런가요? 사실 드라마 안에서 두 남자가 바뀌고 인물들이 큰 사건을 겪지는 않으니까요. 연기할 때도 비슷했을 것 같고요. 시나리오 초고랑 완성된 영화와는 많이 달라졌나도 궁금해요. 

“이상하다고 해야 하나, 재미있다고 해야 하나(웃음). 큰 틀은 그대로인데 약간씩은 바뀌었죠. (골몰히 생각하다)뭐가 있을까. 시나리오 볼 때는 더 재미있게 갈까, 밝게 갈까를 가지고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그때는 스릴러라고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상황은 끔찍하지만 재미있을 수 있고요. 그게 나중에 영화를 본 다음에는 더 끔찍할 수 있으니까 좀 더 재미있게 갔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어요. 특히 내가 연기한 강노식 부분에서.


-기자들 중 코미디로 풀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반응들이 있었어요. 개인적으로는 아무래도 반전이 있으니까 코미디로 못 풀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고요. 관객 시사에서 민희도의 삼촌으로 나온 손현주씨 부분이 빵빵 터지니까 강노식 부분에서도 재미있는 인물을 하나 배치해서 균형추를 맞췄으면 좋았겠다 싶어요. 

“맞아요. 할 수 있는 꺼리는 굉장히 많잖아요, 솔직히 말해서(웃음).”


사용자 삽입 이미지


-<더 게임> 중 신하균의 연기 포인트는 아무래도 목소리 같아요. <예의없는 것들>과 <복수는 나의 것>은 목소리 없이 연기했는데 이번에 노인 톤에 도전했어요. 

“맞아요. 두 남자가 바뀐 다음에 강노식을 어떻게 표현해야 되느냐가 연기하면서 가장 큰 고민거리였어요. 어차피 사람이 바뀌는 건 아무도 못 해봤잖아요, 또 그럴 수도 있는 거고. 뇌만 바뀐 거고 젊은 사람 성대인데 말투만 바꾸면 되지 않을까도 생각했어요. 그러면 또 ‘어떤 리얼리티가 중요한가?’ 인거죠. 아무런 변화 없이 연기하는 게 더 크게 다가 올수 있지만 <더 게임>에서는 그런 연기보다 어느 정도 보여주는, 중간 지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아무것도 표현하지 않고 그냥 강노식을 연기 하느냐, 어느 정도 강노식이 가지고 있는 외적인 톤을 보여주느냐.”


-후자가 더 재미있었다?

“네. 어색하게 볼 수 있고, 연기 잘했다고 볼 수도 있는데 어색하게 보이는 걸 의도한 거죠.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지만 그런 보는 재미가 좀 있어야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일부러 본인이 그런 발성을 선택한 거라고요? 

“그럼요, 일부러 선택을 한 거죠(웃음). 모르겠어요. 장점이 뭐냐면, ‘아무도 뇌를 안 바꿔 봤는데 어떻게 알아”’였어요(웃음). 어색해 보이는 것이 당연할 수 있는 거고(웃음).


-그 선택 때문에 분명히 두 인물 간의 차이가 확실해 지니까 보는 재미가 있는 것 같아요. 리얼리티를 강조한 영화도 아니고 일정정도 장르 영화에다 대중 영화니까 그런 재미를 찾는 것도 재밌겠단 생각이 들어요.

“그 지점이 이 영화만의 리얼리티니까요. 일상의 리얼리티를 찾는 영화도 아니고 그렇다면 더 희화화시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죠. 바뀌기 전에 어느 정도 리얼하게 가다가 바뀐 후에 다른 영화, 영화 두 편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길 원했어요. (인물을)많이 희화화하고  재미를 추구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죠. 근데 어떤 영화마다 다 아쉬움은 드니까. 만약 그랬다면 스릴러로 포장되지는 않았겠네요.”


-그럼 홍보팀은 무척 힘들었겠어요(웃음). 마지막 반전부분은 단서를 주는 숏도 없으니까 의식하고 연기할 필요는 전혀 없었겠네요.

“반전은 원래 시나리오보다 편집에서 약간 바뀌었어요(자세히 설명해준 하균씨의 노고는 감사하지만, 영화를 온전히 즐겨야 할 관객들의 보호 차원에서 패스!). 하지만 그건 제 소관도 아니고. 감독님도 편집하면서 여러 방향으로 고민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알몸보고 놀랐어요. ‘뒷태’가 전라인데다 롱 숏으로 찍을 줄 몰랐거든요. 부담 되지는 않았나요? 운동을 따로 했을 거 같은데.

“아니, 뭘 부담을 느껴요. 전에도 많이 했는데(웃음). 아유, 운동 안 했어요. 그런 운동해야 할 역할도 아니고. <예의없는 것들> 때는 그런 직업을 가진 사람이니까 운동을 좀 했죠. 원래 전형적이고 유형적인 캐릭터는 별로 안 좋아하는데 <예의없는 것들>은 바보 같은 놈이니까 킬러가 되기 위해서 운동을 했을 거 같았거든요. 킬러들은, 제가 봤을 때 그런 사람들은 그렇게 안 다니거든요. 영화에서 보듯 멋지게 다니지를 않아요. 아저씨 같은 사람이 아무렇지도 않게 푹 찌르고. 그런 게 훨씬 무섭잖아요. 그런 리얼리티를 좋아하고요. 물론 이번엔 제 몸이고요(일동 웃음).”


-그럼 몸 좋다는 얘기잖아요(웃음). 듣고 나니 민망하네요.

“말하고 나니 민망하네요(웃음).”


-캐릭터 전체를 소화해내야 한다는 강박이 엿보인다. <더 게임>의 목소리 연기나, <예의없는 것들>도 그렇고 캐릭터 자체가 몸에 배어 있어야한다, 랄까요. 

“맞아요. 인물에 해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특히 몸 같은 경우는. 예를 들어 연기를 위해서 몸을 만든다고들 하는데, 왜 만드느냐는 거죠. 살을 빼서 왜소해 보인다거나 이런 거면 모르겠는데 근육을 키우고 이런 건…… 운동선수가 아닌 이상 내가 보면 좀 이상 하더라고요(웃음). 보통 학생이고 운동 좋아하는 캐릭터도 아닌데 샤워할 때 보면(웃음). 이상하지 않나요?”


-<300>도 그렇고 여자 관객들이 클로즈업 팍 들어가면 좋아라 하잖아요.

“그러니까, 이상하다는 거죠(웃음). 저 같은 경우는, 굳이 몸뿐만이 아니라 옷도 그렇고 머리 모양도 마찬가지고 그게 먼저 보이면 안돼요. 패션모델 이라거나 운동선수가 몸이 좋은 건 당연하지만 그게 아닌 이상 인물의 느낌이 먼저인 거죠. 


-몸 하나 대사 하나도 중요하지만 역시 전체적으로 인물을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

“그렇죠. 영화를 보고 난 뒤 느낌이 중요하니까요. 중요한 게 처음 시나리오를 가지고는 영화가 어떻게 나올지 저도 몰라요. 그건 어차피 감독님과 모든 만드는 분들의 결과물이니까. 일단 배우 입장에서는 보고 나가면서 재미있다는 사람도 있을 거고, ‘어, 영화 재미없네’ 라면서 화를 내는 사람도 있겠죠. 그래도 최소한 (극장을)나가면서 그 인물을 생각하면 잔상이나 어떤 생각들은 분명 있을 거예요. 그럼 그 느낌이 어떤 걸까, 그걸 생각하며 연기하는 거죠.”


-그런 점에서 행복한 배우인거 같아요. 개인적으로 보기에 흥행이나 영화적인 완성도를 떠나서 신하균의 연기는 만족했다고 하는 관객들이 많으니까요. 

“아유, 뭐 화내는 분들도 많아요(일동 웃음). 농담이고, 좋게 봐주시니 감사해요.”


-흥행 결과야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더 게임>도 목소리나 연기 톤이 과장되어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영화적인 리얼리티는 훼손되지 않았다고 보여요. 그런 점에서 신하균의 연기는 좋았다는 반응이 우세한 것 같고요.

“그건 너무 과찬이고. 항상 영화에 맞춰서 연기를 생각해요. 그 영화의 틀 안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고, 또 영화마다 다 다르기 때문에 맞춰서 하는 거죠. 아직도 모르겠어요. 앞으로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웃음).


-원체 범상치 않은 영화, 독특한 캐릭터로 각인되어 있어요. 좀 더 전형적이고 관객들이 더 많이 볼 영화를 선택할 때도 되지 않았나 싶은데. 

“아, 가리고 이런 건 전혀 없어요. 특별히 독특한 거 하려고 한 적도 없고. 하다 보니 이렇게 된 거죠. 전 가리고 말고 없고, 다 해 보고 싶어요.”


-꼭 관객 수가 아니더라도 이제는 상업 영화 안에서 꽃미남이나 영웅 캐릭터도 하고 그래야 되는 거 아닌가요? <웰컴 투 동막골>도 이제 꽤 시간이 흘렀잖아요.

“하고 싶다고 되나요, 시켜줘야 하지(웃음). 관객 분 들이 좋아하고 흥행이 되고 나면 전보다 섭외가 많이 들어오는 건 사실이에요. 근데 흥행이 될지 안 될지는 아무도 모르죠. ‘동막골’도 마찬가지였고. 그런 생각을 가지고 해서 잘 됐던 적도 한 번도 없어요. 음, 제일 안 됐던 영화는 <지구를 지켜라>인데.”


-(웃음)‘한국영화의 새로운 발견이야’ 이러면서 눈물 흘렸는데. 솔직히 대박날 줄 알았어요.

“맞아. 그렇게 안 될 줄 알았나요? 근데 너무 외면을 받아서(웃음). 정말 재미있게 찍고 그랬는데. 어쨌든 흥행은 아무도 몰라요.”


-드라마도 한 편 할 때 되지 않았나?

“그러니까 아직까지도 전 드라마라고 영화라고 연극이라고 거부하거나 꼭 해야 한다거나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어떤 이야기인가, 뭘 해야 되는가, 뭘 할 수 있느냐가 먼저고 중요하니까요. 아직까지 그런 차원에서의 접근을 잘 못하겠어요. 뭔가 조금이라도 교감해야 할 부분이 있어야 되고, 그걸 먼저 보니까요.”


-개인적인 바람으로 알아주세요(웃음). 한국영화가 어려워졌다고 하는데, 주연 배우로서 피부로 실감되나요?

“영화계 전체가 어렵다는 얘기도 많이 듣지만, 개인적으론 몇 년 전에 많이 만들어지고 할 때나 지금이나 똑같아요(웃음). 개인적으로. 그때 작품 하나도 못했거든요(웃음). 그때나 지금이나 들어오는 작품수도 비슷하고 개인적으로 변한 게 하나도 없어요.


-차기작은 결정했나요? 

“독특한 작품을 연출했던 감독님 시나리오를 기다리는 중이에요. 사연이 조금 많은 작품이라 구체적으로 말할 단계는 아직 아니에요(웃음). 지금까지와 다른 작품과 캐릭터가 나올 거예요. 뭐라, 한 마디로 표현은 못하겠는데 영화에서 한 번도 안 보여준 모습을 보여줄 것 같고요.


-마치 홍상수 영화의 남자들처럼? 너무 궁금하게 만드는 거 아닌가요?(일동 웃음).

“아직 말씀드리기 힘든 부분인데, 여러 가지 도전이 될 수 있으니 기대해 주세요.”


-구체적으로 말은 안 해주고 기대치만 너무 높이는 거 같은데요(웃음). 진~짜 기대하고 있을게요. 빨리 작품 들어가서 조만간 또 봬요.

“걱정 말고 꼭 기다려 주세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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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행인  수정/삭제  댓글쓰기

    신하균 너무 좋아 ㅠㅠ 신하균씨가 찍은 작품...복수는 나의것, 우리형, 예의없는것들, 박수칠때떠나라 등 보고나서 정말 느낌이 좋은 배우다 라는걸 느끼고 이번 영화도 기대감을 갖고 보게됬는데 역시더라구요....정말 소름끼치는 연기랄까? 민희도일때와 강노식일때의 미소가 똑같은거 같으면서도 미묘하게 다른...순수함의 민희도와 계산적인 강노식을 표정만으로도 구사할수있는분...아무튼 여러면으로 많은걸 느꼈어요 이 글도 보고 참 생각,연구를 많이하고 연기를 하는 배우구나 싶네요.. 차기작 기대하겠습니다~ 매력있는 배우 신하균!

    2008.02.02 15:27
  2. 누구일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빨간 색은 독자들을 위해 안 써주셨으면 합니다. 읽으려고 해도 눈이 아파서 도저히 못 읽겠습니다. 읽고 싶은 글이었는데..ㅜㅜ 번거롭더라도 다른 색으로 바꿔주세요.^^

    2008.02.02 15:44
  3. 어이쿠  수정/삭제  댓글쓰기

    윗분말에 동감이요,,, 눈아파서 못보겠습니당^^;

    2008.02.02 16:22
  4. Favicon of http://www.mgoon.com/view.htm?id=1361956 BlogIcon 연세대 미녀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글 잘읽고가요

    2008.02.02 18:11
  5. 아이런  수정/삭제  댓글쓰기

    눈아파서 못 읽었네여

    2008.02.02 18:44
  6. 으히  수정/삭제  댓글쓰기

    항상보면 신하균이라는 배우는 참 무섭도록 그 캐릭터를 베어내는거있죠
    이번에 더게임도 포스터에서 그냥 웃었을뿐인데 참........ 밤에 보니까 무섭더라구요!
    웃는거만으로도 그 역의 느낌을 주는 배우같아요
    그 포스터상에서 웃음이랑 기사에서 웃음이랑 너무다른거있죠 ㅋㅋ
    안그래두 월요일날 친구랑 같이 더게임보러가요~!!!
    완전기대되네요~

    2008.02.02 19:11
  7. 눈아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진짜 내용은 좋은데 .

    빨간색 읽다가 눈아파서 안읽었다 아 짜증나 .

    2008.02.02 20:40
  8. 눈아프신 분들  수정/삭제  댓글쓰기

    드래그 해서 보세요.. 한결 낫네요.

    2008.02.02 21:19
  9. 멀미나  수정/삭제  댓글쓰기

    읽고싶은데 도저히 멀미나서 읽을수가 없네요 빨간글씨 ..

    2008.02.03 11:10
  10. Favicon of http://kil.planchasghdxz.com/ BlogIcon plancha ghd  수정/삭제  댓글쓰기

    옛부터 채소류가

    2013.04.26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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