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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8.28 이 역할은 놓치면 안 되겠다 싶었다 [불신지옥] 심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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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인터뷰가 많이 잡혀 있는 것 같던데, 시트콤 촬영하랴 영화 홍보하랴 바쁘겠다.

그렇게 바쁜 편은 아니다. 오늘 인터뷰가 좀 몰려있는 편이지만, 시간이 지나니 괜찮은 것 같다. <태희혜교지현이>도 이번 달 23, 24, 25일이 마지막 녹화다. 영화는 상미언니(남상미)가 워낙 신경을 쓰고 있어서 많이 바쁘다. 나는 뭐 상미언니에 비하면 괜찮은 편이다.(웃음)

촬영은 어땠나? 맡은 역할이 그렇다보니 고생도 많았다고 들었다.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다 고생한 작품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어려웠던 점은 전 작품보다 연기력이 많이 요구되는 작품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더 많이 신경 쓰고, 고민도 많이 했다. 촬영 때 고생스러웠던 기억은 접신 장면에서였는데, 촬영에 몰입하다가 기절하면서 머리를 부딪쳐 의식을 잃기도 했다. 나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스탭들이 얘기해주면서 많이 걱정해줬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는 어떤 느낌이었나?

시나리오를 보고 나서, 이 작품은 내가 하기에는 연기적으로 어려운 작품이겠구나 싶었다. 근데 왠지 도전해보고 싶었다. 다른 사람이 이 역할을 하게 되면 후회가 될 것 같았다. 욕심이 났다.

쉽지 않은 캐릭터다. 부담스러운 부분도 많았을 텐데.

솔직히 부담이 많이 됐다. 캐릭터에 대한 이유는 아니고 인물의 중요도 때문이었다. 영화에서 소진은 중심이 되는 역할이고 핵심적인 인물인데, 여기서 내가 못하면 다른 사람들한테 죄송할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래서 부담이 됐고, 더 열심히 했다.

소진이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이해했나? 영화 외적으로 어떤 설정을 뒀나?

소진은 뭔가 알 수 없는 인물이지만 동시에 그냥 평범한 아이다. 특별할 것도 없고 유별난 것도 없는 그냥 아이 그 자체다. 하지만 어른들이 멋대로 판단하면서 소진을 괴롭힌다. 원래 어떤 대상을 특별한 시각으로 판단하면, 그 대상도 판단에 맞게 변하게 된다. 그래서 소진이도 그렇게 변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변한 것이 아니라 어른들의 잘못된 믿음과 판단 때문에 그렇게 변화되도록 강요당한 거다. 결국 어른들의 희생양이다.

이용주 감독이 특별히 요구한 부분이나 포인트를 집어준 부분이 있나?

촬영 전보다는 촬영을 하면서 많은 얘기를 나눴다. 감독님은 너무 강한 걸 원하지는 않았다.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는 강한 장면들이 많아서 임팩트를 살려서 연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접신 장면에서도 좀 강한 표정과 과감한 행동으로 연기해야겠다 싶었다. 근데 감독님은 그걸 원하지 않았고, 강렬함보다는 위엄 있는 모습을 요구했다. 접신 장면에서도 위엄 있는 모습을 통해 진짜 신처럼 보이길 원했다. 작두 위의 모습에서도 강하고 광적인 모습보다는 주위를 압도할 수 있는 그런 모습을 표현했다.

대사를 많이 쓰지 않고 캐릭터를 표현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데.

특히 접신 장면처럼 표정이나 행동으로 보여주는 촬영 때 고민을 많이 했다. 당시 조금 아쉬웠던 점은 작두 위에 올라가는 장면에서 얼굴 표정을 찍을 때였다. 처음에는 좀 센 표정으로 눈도 막 째려보고 이런 걸 예상했는데, 감독님은 좀 다른 스타일을 원해서 테이크도 여러 번 갔었다. 개인적으로는 좀 강하게 표현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근데 완성된 영화를 보니까 감독님 말도 맞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감독님이 생각하고 있던 부분이 잘 표현된 것 같다.



 

시나리오로만 읽었을 때랑 완성된 영화를 볼 때의 느낌은 어떻게 다르던가?

전체적으로 잘 구현된 것 같다. 아쉬운 점은, 창문에서 입을 크게 벌리는 장면이랑 끝에 슬프게 우는 장면으로 이어지는 부분이 있는데, 시나리오 때도 그렇고 찍을 당시에도 느낌이 너무 좋았다. 근데 아쉽게도 우는 장면이 편집됐다. 더 좋은 연기를 보여줄 수 있었는데 편집이 돼서 많이 아쉬웠다.

영화의 뒷부분이 설명이 부족하다는 느낌도 들더라. 편집이 많이 돼서 그런가?

그런 말을 많이 들었다. 인터넷에 올라온 글들도 그렇고 뒷부분이 많이 아쉽다는 얘기를 하더라. 개인적으로 속상한 건, 연기가 좋고 장면의 느낌도 좋았는데 끝에 가서 편집되는 경우들이 생긴다는 점이다. 어쩔 수 없는 연기자의 욕심이겠지만.(웃음)

촬영 내내 음산한 분위기를 위해 우울한 기분을 유지하느라 힘들었겠다.

반대다. 우리 촬영장은 분위기가 굉장히 좋았다. 우울하고 음산한 분위기의 영화지만, 촬영 당시에만 심각하지 그 외에는 너무 화기애애했다. 3월부터 5월까지 3개월간 촬영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불신지옥>이 기존의 공포영화와 비교해 어떤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나?

기존의 공포영화은 피나 귀신, 쿵쿵거리는 사운드 같은 것들로 공포를 만든다. 근데 우리 영화는 현실에서 있을 법한 공포를 다룬다. 예를 들면 9시 뉴스 같은데서 나오는 사건 같은 거다. 잘 알지 못하는 낯선 동네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이야기, 평범한 동네에서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사건들을 이야기로 담았다. 그런 사건들을 영화로 옮긴 느낌이다. 현실적이면서도 기괴한 이야기로, 여기에 심리적으로 자극을 줄 수 있는 요소를 담았다. 그래서 더 무서운 영화가 됐다.

공교롭게도 <헨젤과 그레텔> 이후 연속으로 공포영화 출연이다.

<헨젤과 그레텔> 이후 연속으로 출연해서 이미지가 굳어질까 살짝 걱정도 했지만, 역할에 욕심이 나서 다른 부분을 많이 생각하지 않았다. 캐릭터가 마음에 들어서 무조건 놓치고 싶지 않았다. 두 편 하고 나니 다음 영화에서는 밝고 희망찬 영화를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웃음)

지금 방영 중인 시트콤 <태희혜교지현이>에서처럼 밝은 역할?

근데 시트콤에서는 특별히 밝은 캐릭터라기보다 그냥 평범한 내 모습을 보여주는 정도다. 특별히 어떤 연기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보다는 좀 더 적극적인 캐릭터였으면 좋겠다.

근데 생각해보면 <헨젤과 그레텔>이나 <불신지옥>이나 캐릭터의 이미지가 비슷한 면이 있다. 연약한 이미지가 공포와 맞물려 묘한 매력을 발산한다.

촬영하고 생각해보니까 <헨젤과 그레텔>의 영희나 <불신지옥>의 소진에 공통점이 있더라. 둘 다 어른들에 의해서 희생당하는 캐릭터라는 점이다. 또 둘 다 아픔을 혼자 지니고 있다는 점도 그렇다. 공통점이 많은 캐릭터다.

시트콤 작업을 병행하느라 힘든 점은 없었고?

왔다 갔다 하면서 촬영했다. 근데 영화 스케줄은 드라마랑은 달라서 잠깐씩만 하는 편이라 시간적으로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또 시트콤도 고정된 스케줄이 있어서 크게 문제는 없었다. 일주일 분량을 3일에 다 찍으니까. 게다가 신도 많지 않아서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하루에 5,6개 신이 있을 때는 오후 2시에 시작해서 밤 11시 정도에 끝나곤 했다. 거의 대사만 맞으면 오케이가 나와서.(웃음) 그것보다는 두 작품을 같이 하느라 학교를 많이 빠진 게 안타깝다. 특히 시험 기간이랑 겹쳐서 많이 힘들었다.

요즘 시나리오가 많이 들어오지 않나?

요즘은 한국예술종합학교나 독립영화에서도 시나리오가 많이 들어온다. 좋은 시나리오도 많아서 욕심이 나는데, 시트콤도 마무리 해야 하고 학교도 가야하고 해서 시간이 잘 맞지 않아 안타깝다.

시나리오를 받고 출연을 결정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일단 엄마랑 얘기를 많이 한다. 엄마는 어떤 시나리오가 들어오면 우선 내 의견을 많이 물어본다. 이런 작품이 들어왔는데 너는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본다. 시나리오를 통해 하고 싶은 작품이나 캐릭터를 정해도 고민되는 부분이 있으면, 주변에 있는 영화 작업을 하는 사람들한테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성격을 바꾸려고 연기를 시작했다고 했는데, 연기를 너무 잘하는 배우가 됐다.

연기 덕분에 성격은 많이 바뀌었다. 예전 같으면 이렇게 말도 잘 못하고 사람들 앞에 서는 것도 두려워하고 그랬는데, 요새는 말을 너무 많이 해서 탈이다.(웃음) 또 연기는 계속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 학생인데도 연기를 하고 있으니까, 연기가 나에겐 전부라는 생각이 든다. 공부를 대신해서 지금 해야 되는 것이 연기이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 더 많이 배워서 더 잘하고 싶다.

드라마나 영화, 최근에 시트콤까지 활동 영역이 다양하다. 어떤 작업이 특히 마음에 드나?

다 재미있지만, 드라마하고 영화가 좀 더 맞는 것 같다. 시트콤을 찍으면서 느낀 건데, 시트콤은 나랑은 잘 안 맞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웃음) 내가 하던 연기 방식과 시트콤에서 해야 하는 연기 방식에 차이가 있다. 특히 초반에는 적응하는데 많이 힘들었다. 순발력도 필요하고 기존에 하던 연기 호흡하고도 많이 달랐다. 진행 속도도 빠르다. 시트콤 초기에는 해보고 싶은 연기가 있어도 주어진 역할이 크지 않다보니 많이 보여주지 못했다. 그런 점 때문에 혼자 힘들어하고 그랬다.

연기 좀 해볼까 싶어도 너무 빨리 지나가버리는?

그게 또 하다 보니 습관이 되기도 하더라.(웃음)




 

아직 학생 신분이라 연기를 하면서 학교도 다니는 게 쉽지 않을 텐데.

근데 작품 없을 때나 시간이 날 때는 친구들하고 보내는 시간이 많다. 학교에 있을 때만큼은 친구들하고 잘 지내고 학교생활도 충실하게 하는 편이다. 공부를 열심히 하지만, 공부를 해야 하는 시간에 연기를 하는 경우가 많이 생기니까 안타깝다. 공부 대신이라는 마음으로 더 열심히 하게 된다. 공부도 소홀하게 하고 싶지 않다.

쉴 때는 주로 뭐하면서 지내나?

평범하다. 책도 읽고, 컴퓨터도 하고, 친구들 만나서 놀러 다니고.(웃음) 뭐 특별한 것은 없다.

그래도 사람들이 알아보고 그러면 조금 불편하지 않나?

보통 사람들이 그렇게들 많이 생각하는데, 사실 그렇게 힘든 부분은 없다. 평범한 생활을 하고 있다. 할 건 다 하고 있다.(웃음) 놀러 다니고 그래도 많이 알아보지 않더라.(웃음) 그냥 알아봐도 자연스럽게 대하는 편이라 나도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 연기자라는 이유로 특별히 불편한 점은 없다.

아역으로 시작한 배우들은 나중에 그 이미지를 깨야 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어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아직까지는 크게 부담스럽지는 않다. 아역에서 성인배우로 잘 넘어가려면 학생 때 너무 많은 작품을 하지 않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너무 많은 작품에 비슷한 캐릭터로 출연하면 이미지가 굳어질 수도 있으니까. 어느 정도 휴식기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바심 내지 않고 여유를 갖고 연기하고 학교도 다니고 할 생각이다.

처음 나왔을 때, 제 2의 문근영이라는 소리도 있었다. 제 2의 누가 된다는 건 아무래도 별로겠지?

특별히 누구랑 비교되는 게 싫었다는 건 아니고, 그런 표현 자체가 별로 좋은 얘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제 2의 누구보다는 심은경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다면?

싸이코패스를 해보고 싶다. 굉장히 순해 보이고 그런 일을 저지를 것 같지 않은 사람이 이중적으로 변해서 악한 얼굴을 보이고 하는 그런 캐릭터도 매력 있을 것 같다. 내면의 악을 끌어내는 연기를 해보고 싶다.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 얼굴을 하고 상반된 모습을 보인다면,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더 강한 느낌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옛날에 영화감독이 꿈이라고 했는데, 아직도 그 꿈은 유효한가?

물론이다. 아직까지 꿈에 대한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 지금 나름대로 책도 많이 보고, 글도 많이 써보고 있다. 나중에 유학 가서 영화 연출 공부도 해보고 싶다.

연출하는 영화에 직접 연기도 할 생각인가?

연출하면서 연기를 같이 하는 건 생각해 보지 않았다. 만약 연출을 하게 된다면 연출에만 전념하고 싶다.

다음 작품으로 계획 중인 것이 있나?

아직까지는 없다. 올해 상반기에는 영화나 시트콤을 하느라 학교를 많이 빼먹어서 잠시 쉬면서 공부에 신경을 쓸 생각이다. 친구들하고 어울릴 시간도 필요한 것 같다. 당분간은 휴식을 겸해서 학교생활에 충실할 생각이다.

심은경에게 <불신지옥>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인간적인 부분이나 연기적인 부분에서 한 층 성숙하게 만든 작품이다. 특히 연기적으로는 여러 부분으로 자극을 줘 한 단계 올라가게 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또 그 전 작품들보다 더 열심히 한 작품이라 애착이 많이 간다.




 

글_ 김도형 기자(무비스트)
사진_ 박태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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