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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0.24 <색, 계> 양조위의 눈빛이 빛나는 이 안의 두번째 격정 멜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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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색, 계>에서 인상적인 장면 3가지. 먼저 왕치아즈(탕 위엔)을 바라보는 창녀의 시선. 민족을 위해 친일파를 처단하려는 아마추어 스파이 왕 치아즈를 멀찍이서 쳐다보는 창녀의 시선을 삽입한 이안의 의도는 명백해 보인다. 결국 몸을 조국을 위해 몸을 파는 것과 마찬가지의 행위를 하게 되는 왕 차이즈의 ‘색’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라는 예고.


그리고 물론 마케팅의 일환으로 쓰이고 있는 격정적 정사신. 여기서 전달되는 느낌은 ‘보일락말락’하는 체모나 노출 수위의 아슬아슬함 혹은 각종 체위의 전시가 아니다. 정말 이런 것이 사랑이구나, 하는 격정과 갈망의 영화적 재현. 계(戒) 혹은 규율 안에서도 생동하는 이 빌어먹을 색(色).


그리고 왕치아즈가 떠난 침실에서 어둠을 싫어해 극장도 찾지 않는 이(양조위)가 아주 잠깐 황망한 표정을 짓고 앉아 있다 일어서는 마지막 장면. 격정 그 자체였던 장소에서 덧없는 어둠과 전등 빛의 이중주만 남겨 놓은 이 안의 의도. 결국 1940년대 식민지 하의 중국이란 계(戒)에 포획되어 버린 두 남녀의 사랑 혹은 색(色).


이안은 성실한 이야기꾼이다. 게다가 변화무쌍한 장르 기술자다. 더욱이 어떤 장르를 만들어도 시대의 공기를 탁월하게 담아낸다. 장 아이링의 단편 소설을 영화화한 <색, 계>는 4년 간 두 사람이 만나고 사랑하는 이야기가 있고 스파이 멜로란 장르적 외피를 둘러썼으며 군국주의 일본의 식민지였던 중국과 홍콩의 역사가 녹아들어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소용돌이 속에서 대학생이던 왕치아즈 영국으로 떠난 아버지의 부름을 기다리는 중이다. 그 사이 연모하던 왕위민과 함께 연극을 통해 대중을 각성하는 희열을 느끼고 그의 제안에 따라 친일파 정보부 대장 이를 암살할 계획을 세운다. 부유층인 막부인으로 변신해 그를 유혹하는 계획에 가담하고 그 독립운동의 여정은 4년이 흘러서야 끝을 맺게 된다.


이 어쩌면 전통적인 전쟁멜로의 구조 안에서 이안은 인간의 욕망이란 화두를 꺼낸 뒤 그 밑바닥까지 파헤쳐 낸다. 150여 분을 훌쩍 넘긴 러닝타임이지만 거의 지루할 틈을 허용치 않고 완벽하게 통제된 드라마와 캐릭터는 숨이 막힐 지경이다.


민족과 식민지 사이에서 갈등하는 여인과 그녀를 사랑하는 친일파 장군의 이 멜로드라마는 <브로크백 마운틴>의 어두운 40년대 아시아 버전이면서 고전적 멜로드라마의 재현이기도 하다. 또 연극 무대를 거친 왕치아즈의 변신은 그 자체로도 드라마틱하지만 실재와 연기 사이, 그러니까 욕망과 사랑에 경계를 모호하게 그림으로써 역동성을 부여받는다. 


더불어 식민지 중국이란 계(戒)안에서 색(色) 을 갈망하고 또 그 때문에 고통 받는 주인공을 연기한 양조위의 눈빛과 탕 웨이의 풍부한 표정은 <색, 계>의 전부라고 해도 무방하다. 양조위는 일견 악당이지만 절대 전형적인 연기로 승부하지 않는다. 미세한 심리묘사의 달인답게 지친 늑대의 눈빛을 절제된 표정 연기로 승화시키고 있다. 장국영 과의 섹스신으로 화제를 모았던 <해피 투게더> 이후 가장 수위가 높은 정사신은 보너스다. <괴물>의 고아성과 흡사한 외모의 탕 웨이는 늦은 나이에 데뷔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스펙트럼 넓은 왕치아즈 캐릭터를 기대 이상으로, 그리고 관객들이 충분히 공감케 할 정도의 안정된 연기력을 뽐낸다.


하지만 이 보너스, 즉 중국에서 30분을 삭제당했다는 섹스신이 중요하고 또 탁월한 것은 각종 체위의 전시가 아니라 양조위와 탕웨이의 가슴 시린 눈빛과 표정의 클로즈업이 따라 붙었기 때문이다. 에로영화 촬영은 노동이겠지만 <색, 계>는 이 노동을 가심시린 감정으로, 그리고 예술로 승화시킨다.


다만 이 고색창연한 고전멜로가 베니스영화제가 고작 2년 만에 또 다시 그랑프리를 안길 영화인지는 의아심이 들지만 <색, 계>는 분명 깊어지고 원숙해진 이안의 현재형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장이며 <브로크백 마운틴>의 뒤를 잇는 격조 있는 멜로드라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11  수정/삭제  댓글쓰기

    눈빛은 그냥 하고싶다 누워라 하는 눈빛인데 뭐가 다른가요?

    2007.10.24 17:33
  2. Favicon of https://neoimages.tistory.com BlogIcon woodyh98  수정/삭제  댓글쓰기

    11님/ 영화를 보시면 알게 되실 거랍니다.

    2007.10.24 22:51 신고
  3. Favicon of http://blog.naver.com/demo0521 BlogIcon 여우별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늘, 아니 어제 유료 시사회에서 보고 왔답니다.
    정말 베드신에서의 두 배우의 표정이 기억에 남습니다..

    2007.10.29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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