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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6.16 감독이 여배우를 다루는 방법 (6)

감독이 여배우를 다루는 방법

필진 칼럼 2008.06.16 12:22 Posted by woodyh98


영화를 보는 것만으로 열광했던 얼치기 영화광시절, 뻔질나게 같이 영화를 보러 다니던 선배가 있었다. 그는 영화계 안팎을 속속들이 꽤 뚫고 있어 선망의 대상이기도 했는데, 영화를 기다리는 동안의 지루함을 없애주려고 그랬는지 몰라도 너만 알고 있으라는 듯이 “어느 어느 감독과 여배우가 보통사이가 아니더라.”는 유의 출처 없는 소문을 무용담처럼 떠들어대곤 했다. 그가 말하는 스캔들의 배경이라는 것이 사실은 감독이 특정배우를 지속적으로 자신의 작품에 기용하는 것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안 것은 한참 뒤의 일이다. 대체로 감독의 페르소나로 여배우가 선택될 때 이런 오해가 종종 벌어지곤 하는데, 실제로 이것은 상호부조를 통한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킬 때가 더 많은 법이다. 어떤 감독을 만나느냐에 따라 배우의 연기가 결정되고 영화의 완성도가 판가름 나며 종국에는 그들의 인생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공리가 장이모의 눈에 띄지 않았다면, 로버트 드니로가 스콜세지를 만나지 못했다면, 프랜시스 맥도먼드가 코엔 형제와 함께 작업하지 않았다면 그들의 오늘이 가능했을까? 물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감독마다 선호하는 배우가 있고 배우 또한 자신의 재능을 십분 발휘하도록 숨겨진 면면을 찾아내주는 감독을 원하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배우, 특히 톱스타들이 감독과 영화를 신중하게 선택하는 것은 다 이런 까닭이고, 출중한 외모만으로도 승부할 수 있는 몇몇 배우를 지칭해 “감독 운이 없다. 영화 고르는 눈부터 길러야한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오랜 만에 한국영화 <걸스카우트>를 보았다. 내용이랄 것도 없이 곗돈을 떼먹고 달아난 미용실 원장을 찾아 나선 네 명의 여성이 우왕좌왕 좌충우돌하며 슬랩스틱을 보여주는 것이 영화의 전부다. 이쯤 되면 “별 볼일 없는 영화인가보다”라고 눈치 챌 이도 있을 터. 고생한 배우(분명 나문희를 필두로 배우들의 연기는 충분히 현실감 넘치고 밀도 있게 펼쳐지고 있다)와 스태프들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사실이 그렇다. 때문에 이 영화에서 ‘곗돈에 담긴 남루한 일상과 경제범죄와 공범 사이에서 발생하는 불신을 통해 경제만능시대의 부작용을 보여주려는 감독의 의도’ 따위를 찾아내려 한다면 그야말로 억지스런 일일 것이다. 다시 말해 그런 거 전혀 없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걸스카우트>의 역할, 즉 관람자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고 잠시 동안이나마 카타르시스를 안겨줌으로써 장르영화 공식을 이행하려는 시도 자체를 문제 삼으려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관람자에 따라서 충분한 재미있다고 여길 수 도 있는 이 영화에 대하여 필요 이상의 논점을 들이대며 비판할 마음도 없거니와 난도질하며 영화지식을 뽐내고 싶은 생각은 더더욱 없다. 그러나 중반까지 장르공식에 충실하던 영화가, 이름 모를 동네에서 시작된 추격전이 후반으로 가면서 가족로망스를 뒤집어쓰고는 미사리 일대를 뺑뺑 돌다 원점으로 돌아오는 일대 촌극으로 마무리된 것에는 참아낼 방도가 없었다.

물론 <걸스카우트>에도 몇 개의 인상적인 장면들은 존재한다. 이를테면 줌인-아웃을 번갈아 사용하며 몇 차례 트래킹쇼트를 이용해 긴장감을 고조시키려는 장면들과 영화 종반 슬로모션으로 처리된 비눗방울 위의 가방쟁탈전이 자아내는 판타지효과가 그것인데, 이는 꽤나 인상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 부정적 시선을 거둘 수 없는 근본적인 까닭은 여배우를 바라보는 카메라의 시선에 기인하며 이는 전적으로 감독의 연출력 부재 때문이라 하겠다.

여배우를 바라보는 감독의 시선? 이에 대한 대답으로 나는 언제나 프랑수아 트뤼포의 <줄 앤 짐>과 잔느 모로를 이야기해왔다. 트뤼포만큼 여배우의 아름다움을 극대화시킨 감독이 있었을까? 그의 영화 속에서 여배우를 바라보는 트뤼포의 애정 어린 시선이 담겨 있음을, 형식주의를 무력화시킨 그녀들의 당당한 여성성이 트뤼포의 애정 어린 카메라 속에서 자유와 죽음을 향해 무한질주 할 수 있었음 우리가 발견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에 버금가는 인물로는 왕가위와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정도를 꼽을 수 있을 것인데, 그러니까 잔느 모로가 트뤼포의 영화 속에서 女神으로 존재하듯, 장만옥은 왕가위의 시선을 빌어 또 모니카 비티는 안토니오니의 눈을 통해 절정의 미를 뽐내왔다는 말이다. 같은 맥락으로 장 자크 베넥스는 그로테스크한 외모의 신인 베아트리체 달을 가리켜 “카메라가 가장 사랑하는 배우, 거기에 있는 것만으로 카메라를 움직이게 만드는 배우”라며 극찬한 바 있으니, <베티블루>의 ‘베티’ 또한 배우를 향한 감독의 애정 어린 시선에서 탄생한 것임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이는 여배우에 대한 감독의 태도에서 비롯된 결과물들이다. 진심어린 애정을 담은 시선이 피사체를 향할 때 대상은 천상의 미를 품어내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반면 <걸스카우트>의 여배우들은 장르영화에 걸 맞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철저하게 오락성과 상업성을 위해 연출된 모습으로 치장되고 있다는 점에서 확연하게 구분된다. 주요인물을 연기하는 네 명의 여배우 중 신인이며 젊디젊은 고준희를 제외하고는 모두 30대 중반을 넘긴 배우들이다. 즉 젊음과 미모와 몸매보다는 연륜과 연기력으로 승부할 나이가 되었다는 것이며 여배우에 대한 관객의 판타지도 시효를 다해가는 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얘기이다. 때문인지 카메라는 고준희와 나머지 세 명을 의도적으로 구분 짓고는 의도적인 쇼트를 감행하고 있는데, 그러니까 나문희는 물론이고 이경실과 김선아를 잡는 카메라의 위치가 상체와 얼굴에 집중되는 반면 고준희의 경우 하체를 위주로 그것도 앙각쇼트를 빈번하게 사용하면서 그녀의 핫팬츠를 전시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카메라의 시선이 대상을 객체화시킬 때 캐릭터는 존재의 의미마저 퇴색되기 마련인 법이거늘, 시종 몸빼와 바지만으로 버티며 억센 여성상을 연기한 세 명과는 달리, 하늘하늘한 원피스와 아슬아슬한 팬츠를 수시로 바꿔 입고는 늘씬한 각선미를 과시한 고준희의 역할을 볼거리 차원으로 전락시키는(그러나 한국오락영화에서 너무도 쉽게 포착되는)무책임한 연출이라니!

이렇다보니 <걸스카우트>라는 제목이 무색할 정도로 영화에는 여성이 존재하지 않는다. 아줌마와 젊은 여자로 구분된 역할 분담이 전부일 따름이라는 말이다. 그러므로 미사리 하늘 위에 울려 퍼지는 아줌마의 악다구니가 듣기 싫다면 간간이 등장하는 젊은 여자의 늘씬한 몸매를 감상하면 그만이고 그러다 다시 현실이 궁금해지면 아줌마의 억센 생명력에 고개를 끄덕이면 될 일이다. 다수가 공감할만한 소재를 가지고 뚝심 있게 밀어붙인 영화에서 감독의 연출이 퇴색된 것도 이렇듯 특정 캐릭터를 대상화시켜버린 설정과 무관치 않다. 어찌하여 이토록 쉽사리 여배우를 소비시켜 버린단 말인가.

어차피 영화도 산업의 한 부분이고 수익이 생겨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 흥행을 위한 적당한 눈요깃거리를 무조건 나무랄 일만은 아니다. 그러나 정도가 지나치면 영화에 해가되고 감독에겐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올 수 도 있다. 하물며 신인배우임에랴! 거칠게 말해 (배우에 대한 애정 없이 완성된)영화에 돈이 투자되고 와이드릴리즈 방식으로 개봉되는 것을 보면 한국영화의 위기론이 무색할 지경이다. 볼만한 한국영화가 없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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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른미르  수정/삭제  댓글쓰기

    맞습니다. 보는 내내 똑같은 것을 느꼈습니다.
    시원한 글 감사합니다.

    2008.06.16 13:14
  2. 비올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어떻게 이런 제목을 쓸 수가 있나요...'다루는 방법'이라니..그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참으로 고압적인 시선으로 영화를 보시는군요. 영화평론가인 님께서 제목으로 단 '감독이 여배우를 다루는 방법'이라는 타이틀보다 오히려 감독의 시선은 몇 백배 친여성적으로 보이는데요. 영화평론가라도 고생해서 영화 만든 백명 넘는 스텝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있어야 되는게 아닐까요. 걸스카우트를 보았지만, 남성의 지나치게 극대화되고 강화된 폭력에 고군분투하며 들이대는 여성은 보였어도, 김선아가 서른이 넘었기 때문에 애정없이 촬영되었다는 무책임한 말에 경악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여배우들이 소진된다는 느낌이 들지만, 연출력이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은 들지만 기본적으로 여성연대에 관한 이야기이도 한데, 주제의식은 보이지 않고 쇼트만 보이시나보네요. 앙각으로 촬영된 각선미만요. 왜 이경실과 나문희가 앙각으로 촬영된 것은 언급하지 않으시나요. 보고싶은 대로 보인다는 느낌이 강하네요.

    2008.06.16 14:39
  3. 피아노의숲  수정/삭제  댓글쓰기

    흥행을 위해 눈요깃거리를 넣는 감독이나..
    조회수를 위해 자극적인 제목을 다는 블로거나..
    똑같아 보이네요
    하지만 말씀하시는 바는 공감합니다.

    2008.06.16 14:44
  4. 댓글수가 돈이던가요?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런 블로그 광고 올려놓고 댓글 수로 돈 벌지요.
    제목 참 그렇네요.
    굳이 저런 제목 달고 주목 받고 싶으세요?
    하긴 다 님 수중에 떨어지는 돈이니까...
    내용은 동감하는데 제목 참 거슬리네요.

    2008.06.16 16:22
  5. 씨부리는 만큼 답은 난무한데이~!!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차피 영화나 현실이나 보여주기 위함으로 산다면 똑같은 이치이다~!!
    니도 영화 찍고 평받고 그래 살다보면 산다는건 똑같은 기다~!!
    답은 절대 없다 알것나~~~~~!!

    2008.06.16 20:38
  6. 제목과 내용이 매치가 안되는군요..  수정/삭제  댓글쓰기

    머 영화라는게 상업적인 것이기 때문에 몸매 좋은 여자를 눈요깃거리로 잡은 것에 대해
    선 머라고 할 것이 아닌거 같군요.. 그게 스토리 자체를 잡아 먹는 아무의미없는 컷들이 라면 망할 것이구요.. 이젠 대스타의 낮짝 하나에 영화가 흥행되던 시대는 저 멀리 가버렸기
    때문에 글쓴이의 말대로 내용없이 각선미만 내세운 영화라면 망할 것이고 그래로 두뇌 회전을 멈추고 보기엔 나쁘지 않다면..그럭저럭 본전은 뽑겠죠..

    2008.06.16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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