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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1.28 열정과 냉정사이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냉정함을 강요받는 시대다. 우리들은 자기 보호에 시달리고 있으며, 어떻게든 정신을 차려서 내것을 지키거나 혹은 챙겨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열정이란 것이 의미롭기는 하지만, 자칫 열정의 소용돌이에 휘둘리다 보면 어느 순간 지금껏 쌓아온 인생의 무언가를 잃어버리게 될 수도 있다는것. 지금의 시대는 이렇게 냉정함을 우리들에게 강요하고 있다. 그러나, 인간이란 동물은 욕심이 너무 많은 존재다. 냉정함속에 자신을 가리고 살지만, 실은 한번쯤 내질러 보고 싶은 욕구, 즉 열정의 목마름 또한 안고 살아간다. 아, 한번쯤 기회가 된다면 끝까지 달려가보고 싶다는 생각들. 시대가 강요하는 냉정함은 결국 개인들의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는 열정에의 의지를 완벽하게 억누르지 못한다.

그러나, 열정에 빠져 삶을 송두리째 휘둘리든, 혹은 가까스로 이성의 힘을 빌어 냉정을 유지하던, 인생이란 것이 우리에게 해줄수 있는 것이 과연 있을까?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지는 것이다. 라는 말처럼 그 무엇을 향해 열정적으로 달려가더라도, 혹은 객관적 판단의 끈을 놓지 않고 냉정을 유지하든, 인생이란 것은 어떻게든 되어지는 것이다. 우리는 열정적으로 살아가든, 냉정하게 살아가든 삶의 주도권을 쥘 수 없다. 가장 강력한 승자는 '어떻게든 되어진다'는 인생의 느긋함일 뿐이므로.

영화 우리생애 최고의 순간에는 이 인생의 느긋함이 들어있다. 비주류스포츠에 열정을 다하는 선수들의 모습. 그들이 핸드볼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일상의 현실적인 문제들과 빚어지는 마찰을 스포츠 영화의 드라마틱한 전개를 빌어 보여준다. 영화속 인물들의 작은 사연들. 개개인이 모여 이뤄내는 스포츠맨쉽. 흔히보기 어려운 스포츠 장면의 재현. 영화는 열정을 다하고 있다. 핸드볼과 핸드볼을 하는 선수들의 사연에 대해서 우리생의 최고의 순간이었다는 신파의 경지까지 열정을 끌어올린다. 그리고 관객들은 이 영화의 열정에 현혹된다.

그러나, 우생순이 단순히 이런 열정만을 보여주었다면, 이 열정은 휴머니즘의 외피를 두른 신파에 머물렀을지 모른다. 그러나 다행히 우생순의 열정은 싸구려로 전락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이 영화속의 빛나는 열정들 사이로 보이는 냉정함때문이다.

우생순은 한 인물을 부각시키는 스포츠 영화가 아니다. 인물들의 사연을 쪼개고, 그것을 슬쩍슬쩍 들여다 보고, 그렇게 핸드볼이란 것으로 선수들을 엮어가며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승리 혹은 패배의 클라이막스로 몰아치는 대신, 그 몰아치는 열정의 순간에 호흡을 가다듬고 냉정하게 인물들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김정은과 문소리가 핸드볼 코트에서 서로 공을 던지며 대치되는 장면에서도, 그들에게 감정이입될 수 있는 클로즈업을 미룬채, 바스트 샷으로 인물들을 잡아낸다. 분명 클로즈업을 사용했더라면, 관객을 눈물바다로 만들수 있었을 장면을 그 순간의 열정을 잠시 접어둔채, 냉정을 찾고 있는 것이다.

과정이 중요하다? 혹은 결과가 중요하다? 글쎄, 실은 그 무엇이든 중요할 수 있고, 혹은 그 무엇이든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러닝타임 120분이 넘어가는 스포츠 영화를 한편 봤다. 비주류 스포츠를 하는 선수들의 희노애락에 관해 관객들은 조금씩 동화되어 가고, 영화의 마지막 클라이막스에서 그들이 안타깝게 놓친 승리. 즉 패배의 순간에 영화는 끝이난다. 아, 이렇게 선수들이 열심히 했구나. 라는 그들만의 과정에 박수를 칠 것인가? 혹은 그들이 남긴 결과에 안타까움을 보낼 것인가? 그들의 열정도 빛이 났고, 안타까운 패배가 남긴 드라마적 감동도 대단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열정과 냉정을 아우르는 느긋함이 있다. 굳이 결론을 내리지 않으려는 것. 다만 어떻게된 되어질뿐이지 않을까? 우리생애 최고의 순간이란 것은 말이다. 이토록 드라마틱한 이야기에서 느긋함을 끌어낼 수 있는 연출의 묘미에 놀라울 뿐이다. 매번이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일 수도 있고, 혹은 아무것도 없을 수 있다. 다만, 시간과 호흡하며 느긋하게 바라볼 수 밖에 없지 않을까? 그 인생의 무언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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