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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진위 순기능 폐기 우려'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9.08.28 도마위에 오른 영진위의 미래는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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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희


기관통합과 폐지 논의도 부상 “영진위 순기능 폐기 우려” 현실화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구조조정에 대한 논의가 수면위로 부상했다. 최근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최악의 평가를 받아 강한섭 위원장이 지난달 사퇴하는 등 내홍을 겪고 있는 영진위가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17일 강승규 한나라당 의원 주최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영진위의 미래를 논한다’ 토론회에선 ‘축소 개편론, 폐지론’ 등 영진위 구조조정에 대한 격앙된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먼저 김종국 홍익대영상대학원 겸임교수의 주제발표가 있은 후 영진위의 지난 10년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의 방향성 및 과제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다.


발제자로 나선 김종국 교수는 “영진위가 실효성 없는 방만한 사업을 벌이고 있으며 시장의 요구와 동떨어진 운영으로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고 했다. 또 “신인 육성, 영화인 복지, 해외시장 개척 등 핵심 사업만 남겨두고 예산과 조직을 축소해야 하며 다른 유관 기관과 연계 혹은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영상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영진위의 영화산업 지원은 한국콘텐츠진흥원에, 영화예술 지원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이관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정진우 한국영화인복지재단 이사장은 아예 “영진위는 정략적 단체”라며 “(영진위가 없던) 과거 군사독재 시절에도 영화는 잘 됐다. 정부가 영화에 개입하는 것 자체가 영화를 죽이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또 “상명하복 식으로 정부가 영화인 위에 군림하는 영진위란 기구 자체를 해체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정홍택 한국저작권단체연합회 이사장도 “지난 10년간 영진위가 영화제작지원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을 노출했다”며 향후 “순탄한 노사관계 정립” 등 조직개선이 당면 과제라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최진욱 영화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영진위가 정치적 전환기에 탄생한 것은 사실이나 그간 정부와 현장 사이의 소통 창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며 한국영화 발전에 기여한 부분이 있다”고 말하는 한편 스태프의 일원으로서 영진위가 현장과의 소통에 원활하지 못했던 점은 인정하지만 향후 영화인들의 고용창출과 복지에 힘써서 영진위의 존재 목적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임창재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은, 자본과 배급의 독과점으로 한쪽 진영이 피해를 입어서는 안된다며 “상업영화와 독립영화 진영의 균형을 맞추고 분배를 조정하는 것”이 영진위의 주요 역할이라고 지적했다.


김시무 영화평론가도 “지난 10년간 영화산업의 성장에 영진위가 기여한 바가 크다”고 반론을 제기했고, “다른 예술 분야에 비해 영화판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산업 진흥을 위해서라도 영진위의 역할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영진위가 중요한 역할을 못해왔다면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하다”고 말한 정재형 한국영화학회 이사장은, “그간 영진위의 운영이 매우 독단적이었다”며 “영화인들의 목소리를 경청하지 않고 정부의 정책 홍보와 집행에 초점을 맞춰온 결과 영화판의 분열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영진위가 실질적인 연구, 분석 작업을 게을리했다며 정치성을 탈피하고 영화판의 공동체정신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의 논의에서 알수 있듯이 영진위 축소, 무용론을 주장한 토론자들의 공통된 지적은 영진위가 영화인과 관객을 위한 기구가 아니라 정부의 정책을 집행하는 기관이었기 때문에 영화산업 발전에 기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현재의 9인 위원 합의제가 비효율적이고 정치적인 운영이라는 폐단을 가져왔다며 일인 독임제로의 전환을 요구했다. 또 발제자 김종국 교수가 작성한 보고서 내용중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영진위의 방만한 조직 운영에 대한 지적과 함께 조직과 예산의 축소를 주장했다. 그러나 위상과 역할이 다른 기관들 간의 예산 및 인건비의 단순비교를 영진위 비판의 근거로 삼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영진위의 문제점을 지적했던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지명혁 위원장도 “영등위의 예산은 심의의원들에게 주는 수고료와 기관 운영 예산 정도이며 사업을 따로 기획하고 수행하진 않는다. 하지만 영진위는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는 만큼 영등위와 대등하게 비교할수 없다”고 밝혔다.


합리적 비판 대신 비난 난무, 실질적 대안 모색해야


이날 토론회는, 주제발표에서 영진위의 예산과 규모가 비효율적으로 방대하며 현 노사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다는 내용을 지나치게 강조해 영진위 개혁을 위한 객관적인 비판보다는 이념에 근거한 사실 무근의 비난들이 난무하는 등 토론회의 주최 목적에 의구심을 갖게 할 정도였다. 특히 사회를 맡은 김창유 용인대예술대학원장은 합의제와 독임제에 관한 취사선택을 토론의 중심 의제로 몰고가며 현 합의제의 폐단을 부각시켜, 과거 영화진흥공사 시절로의 회귀를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또한 다수의 토론자들은 “영진위를 둘러싼 진보-보수 진영의 대립과 갈등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김종국 교수의 주장과, “파벌이 나눠져 끼리끼리 해쳐먹었다”는 정진우 이사장의 원색적인 비난에 동조하는 분위기였다.


토론회 이후 객석에서 조혜정 영진위 전 위원이 “영진위에 대한 합리적인 비판은 필요하지만 정확한 근거와 구체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야 설득력이 있다”고 지적한 것이나 또 다른 청중이 “정권교체에 따른 영진위의 전면적 개편은 소모적이다. 시간을 두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등, ‘개혁’이라는 명목 아래 영진위의 순기능마저 없애려는 게 아니냐는 영화계의 우려가 현실화되는 듯했다.


이런 상황에서 몇몇 소수 발언은 향후 영진위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이원화 보스톤창업투자 상무의 “영진위가 상업영화의 흥행수익으로 종자돈을 조성해 독립․예술영화를 지원해야 하며 공익적 지원 사업과 수익창출이 시너지 효과를 낼수 있도록 조율해야 한다”는 의견이나 김시무 평론가의 “다양한 의견수렴을 위한 위원 합의제의 긍정적인 취지를 잘 살려야 하며 과거 영진공 시절로의 회귀는 절대 안 된다”는 주장은 영진위가 염두에 두어야 할 내용이다. 또한 임창재 이사장은 “영진위내 소위원회의 활동 역량을 키워서 내,외부적 의사소통이 원활해져야 한다”고, 최진욱 위원장은 “조직이 전문화, 세분화되어 있어야 현장 스태프들이 접근하기 용이하다. 영진위가 현장과의 창구 역할을 잘 수행하도록 인적 자원에 투자해야 한다”며 실질적인 측면을 강조했다. 


토론회에서 많은 발언들이 나왔지만 영진위의 공과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지지 못한 것은 물론 영화의 산업적 기능만 강조해 논의의 균형감을 상실하는 등 아쉬움을 남겼다. 이에 “위원장 선출은 정책과 직결되는 사안이라 다양한 진영의 의견을 수렴해야하며, 한국 영화의 미래에 대한 장기적인 청사진과 비전을 갖고 영진위가 운영되어야 한다”는 임창재 이사장의 제언은 향후 새로운 영진위를 꾸려나갈 위원장과 정부가 꼭 새겨들어야 하는 지점일 것이다.




추신: 이번 토론회에 앞서 지난 2일 유인촌 문화부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영진위의 향후 개편에 관한 주요 방향을 발표했다. “위원장의 인사권과 경영권을 제한하는 단체협약 개정 등 노사관계의 선진화”, “인원감축, 조직개편, 대졸초임 인하로 경영효율화 달성” 등 경영평가에서 지적된 부분이다. 또한 영화발전기금 지원사업 개편과 민간과 중복되는 교육·기술지원부문의 기능전환 또는 폐지도 언급했다. 이미 정부의 영진위 개편에 관한 기본 방침이 정해진 마당에 이번 토론회는 면피용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지울수 없다. 갈 길이 너무 먼 영진위와 한국 영화계의 앞날을 지켜보는 심정이 편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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