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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희


기관통합과 폐지 논의도 부상 “영진위 순기능 폐기 우려” 현실화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구조조정에 대한 논의가 수면위로 부상했다. 최근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최악의 평가를 받아 강한섭 위원장이 지난달 사퇴하는 등 내홍을 겪고 있는 영진위가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17일 강승규 한나라당 의원 주최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영진위의 미래를 논한다’ 토론회에선 ‘축소 개편론, 폐지론’ 등 영진위 구조조정에 대한 격앙된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먼저 김종국 홍익대영상대학원 겸임교수의 주제발표가 있은 후 영진위의 지난 10년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의 방향성 및 과제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다.


발제자로 나선 김종국 교수는 “영진위가 실효성 없는 방만한 사업을 벌이고 있으며 시장의 요구와 동떨어진 운영으로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고 했다. 또 “신인 육성, 영화인 복지, 해외시장 개척 등 핵심 사업만 남겨두고 예산과 조직을 축소해야 하며 다른 유관 기관과 연계 혹은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영상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영진위의 영화산업 지원은 한국콘텐츠진흥원에, 영화예술 지원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이관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정진우 한국영화인복지재단 이사장은 아예 “영진위는 정략적 단체”라며 “(영진위가 없던) 과거 군사독재 시절에도 영화는 잘 됐다. 정부가 영화에 개입하는 것 자체가 영화를 죽이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또 “상명하복 식으로 정부가 영화인 위에 군림하는 영진위란 기구 자체를 해체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정홍택 한국저작권단체연합회 이사장도 “지난 10년간 영진위가 영화제작지원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을 노출했다”며 향후 “순탄한 노사관계 정립” 등 조직개선이 당면 과제라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최진욱 영화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영진위가 정치적 전환기에 탄생한 것은 사실이나 그간 정부와 현장 사이의 소통 창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며 한국영화 발전에 기여한 부분이 있다”고 말하는 한편 스태프의 일원으로서 영진위가 현장과의 소통에 원활하지 못했던 점은 인정하지만 향후 영화인들의 고용창출과 복지에 힘써서 영진위의 존재 목적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임창재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은, 자본과 배급의 독과점으로 한쪽 진영이 피해를 입어서는 안된다며 “상업영화와 독립영화 진영의 균형을 맞추고 분배를 조정하는 것”이 영진위의 주요 역할이라고 지적했다.


김시무 영화평론가도 “지난 10년간 영화산업의 성장에 영진위가 기여한 바가 크다”고 반론을 제기했고, “다른 예술 분야에 비해 영화판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산업 진흥을 위해서라도 영진위의 역할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영진위가 중요한 역할을 못해왔다면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하다”고 말한 정재형 한국영화학회 이사장은, “그간 영진위의 운영이 매우 독단적이었다”며 “영화인들의 목소리를 경청하지 않고 정부의 정책 홍보와 집행에 초점을 맞춰온 결과 영화판의 분열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영진위가 실질적인 연구, 분석 작업을 게을리했다며 정치성을 탈피하고 영화판의 공동체정신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의 논의에서 알수 있듯이 영진위 축소, 무용론을 주장한 토론자들의 공통된 지적은 영진위가 영화인과 관객을 위한 기구가 아니라 정부의 정책을 집행하는 기관이었기 때문에 영화산업 발전에 기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현재의 9인 위원 합의제가 비효율적이고 정치적인 운영이라는 폐단을 가져왔다며 일인 독임제로의 전환을 요구했다. 또 발제자 김종국 교수가 작성한 보고서 내용중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영진위의 방만한 조직 운영에 대한 지적과 함께 조직과 예산의 축소를 주장했다. 그러나 위상과 역할이 다른 기관들 간의 예산 및 인건비의 단순비교를 영진위 비판의 근거로 삼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영진위의 문제점을 지적했던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지명혁 위원장도 “영등위의 예산은 심의의원들에게 주는 수고료와 기관 운영 예산 정도이며 사업을 따로 기획하고 수행하진 않는다. 하지만 영진위는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는 만큼 영등위와 대등하게 비교할수 없다”고 밝혔다.


합리적 비판 대신 비난 난무, 실질적 대안 모색해야


이날 토론회는, 주제발표에서 영진위의 예산과 규모가 비효율적으로 방대하며 현 노사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다는 내용을 지나치게 강조해 영진위 개혁을 위한 객관적인 비판보다는 이념에 근거한 사실 무근의 비난들이 난무하는 등 토론회의 주최 목적에 의구심을 갖게 할 정도였다. 특히 사회를 맡은 김창유 용인대예술대학원장은 합의제와 독임제에 관한 취사선택을 토론의 중심 의제로 몰고가며 현 합의제의 폐단을 부각시켜, 과거 영화진흥공사 시절로의 회귀를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또한 다수의 토론자들은 “영진위를 둘러싼 진보-보수 진영의 대립과 갈등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김종국 교수의 주장과, “파벌이 나눠져 끼리끼리 해쳐먹었다”는 정진우 이사장의 원색적인 비난에 동조하는 분위기였다.


토론회 이후 객석에서 조혜정 영진위 전 위원이 “영진위에 대한 합리적인 비판은 필요하지만 정확한 근거와 구체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야 설득력이 있다”고 지적한 것이나 또 다른 청중이 “정권교체에 따른 영진위의 전면적 개편은 소모적이다. 시간을 두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등, ‘개혁’이라는 명목 아래 영진위의 순기능마저 없애려는 게 아니냐는 영화계의 우려가 현실화되는 듯했다.


이런 상황에서 몇몇 소수 발언은 향후 영진위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이원화 보스톤창업투자 상무의 “영진위가 상업영화의 흥행수익으로 종자돈을 조성해 독립․예술영화를 지원해야 하며 공익적 지원 사업과 수익창출이 시너지 효과를 낼수 있도록 조율해야 한다”는 의견이나 김시무 평론가의 “다양한 의견수렴을 위한 위원 합의제의 긍정적인 취지를 잘 살려야 하며 과거 영진공 시절로의 회귀는 절대 안 된다”는 주장은 영진위가 염두에 두어야 할 내용이다. 또한 임창재 이사장은 “영진위내 소위원회의 활동 역량을 키워서 내,외부적 의사소통이 원활해져야 한다”고, 최진욱 위원장은 “조직이 전문화, 세분화되어 있어야 현장 스태프들이 접근하기 용이하다. 영진위가 현장과의 창구 역할을 잘 수행하도록 인적 자원에 투자해야 한다”며 실질적인 측면을 강조했다. 


토론회에서 많은 발언들이 나왔지만 영진위의 공과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지지 못한 것은 물론 영화의 산업적 기능만 강조해 논의의 균형감을 상실하는 등 아쉬움을 남겼다. 이에 “위원장 선출은 정책과 직결되는 사안이라 다양한 진영의 의견을 수렴해야하며, 한국 영화의 미래에 대한 장기적인 청사진과 비전을 갖고 영진위가 운영되어야 한다”는 임창재 이사장의 제언은 향후 새로운 영진위를 꾸려나갈 위원장과 정부가 꼭 새겨들어야 하는 지점일 것이다.




추신: 이번 토론회에 앞서 지난 2일 유인촌 문화부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영진위의 향후 개편에 관한 주요 방향을 발표했다. “위원장의 인사권과 경영권을 제한하는 단체협약 개정 등 노사관계의 선진화”, “인원감축, 조직개편, 대졸초임 인하로 경영효율화 달성” 등 경영평가에서 지적된 부분이다. 또한 영화발전기금 지원사업 개편과 민간과 중복되는 교육·기술지원부문의 기능전환 또는 폐지도 언급했다. 이미 정부의 영진위 개편에 관한 기본 방침이 정해진 마당에 이번 토론회는 면피용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지울수 없다. 갈 길이 너무 먼 영진위와 한국 영화계의 앞날을 지켜보는 심정이 편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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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우리가 칼을 갈 차례

필진 칼럼 2009.03.05 06:56 Posted by woodyh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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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미의 관심사였던 시네마테크 위탁사업의 공모제 전환이 1년 뒤로 연기되었다. 천만다행인 일이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불씨는 남아있다. 표면에 내세운 시행 연기의 이유가 ‘시기상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의도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러니까 여전히 영진위 임의로 시네마테크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생각에 변화가 없음을 의미하고, 공모제로의 전환을 기정사실화하겠다는 방침을 명문화시킨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어쩌면 애초부터 공포탄을 쏘겠다는 심산이었는지 모른다. 원래 첫발은 공포탄이고 실탄 사격은 두 번째부터 아니던가. 언제라도 지원을 끊을 수 있으니 딴 맘 품지 말고 알아서 기라는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

공모제라는 단어 하나만 던져놓았을 뿐인데, 서울아트시네마와 친구들 영화제를 뒤흔들어놓을 만큼 파급력이 컸다는 점만 놓고 보면 문화체육관광부나 영진위 입장에서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자평할 수 도 있겠다.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는 이 땅의 행정가들이 문화를 바라보는 태도와 소양의 천박함을 확인할 수 있었고, 문화예술마저 자본의 발아래 둘 수 있다는 놀라운 발상의 결과물을 목도했다. 또한 다수의 언론 매체가 보여준 무신경한 반응은 철저하게 네티즌의 기호에 의존하고 있는 영화 담론의 현주소를 확인시켜주기에 충분했다.(물론 애초부터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그럼에도 서울아트시네마와 관객들은 침착하게 그러나 열정적으로 대응하였다. 시네마테크를 지켜내는 힘은 관객으로부터 나올 수 있음을 입증하였고 서울아트시네마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결집된 힘을 저들에게 확인시켜 주었다. 한편 이번 사태는 서울아트시네마의 재정구조의 취약성을 드러내기도 하였다. 전체 예산의 30%에 불과하지만 영진위의 위탁사업지원금이 없으면 시네마테크를 유지하기 힘들다는 것. 재정자립의 문제가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현재의 서울아트시네마는 (약으로 말하자면) 비타민과 당위정이 골고루 들어있는 처방전을 필요로 한다. 예컨대 서울아트시네마를 사랑하는 관객의 힘이 비타민이라면 재정자립을 위한 안정적 재원확보는 당위정에 해당할 것이다. 제 아무리 애정 가득한 관객의 지원이 차고 넘친다 해도 그것만으로 버틸 수는 없는 법. 누구보다 극장 측이 더 많이 고민하고 지혜를 짜내고 있을 터이지만, 시네마테크 공모제전환 반대 서명운동과는 별개로 후원회원을 배가시키는 데 힘써야 할 것이고, 언론과의 유기적인 협력을 바탕으로 우호적 지원군을 확보하는 일에도 소홀해서는 안 될 것이며 선량한 후원자를 찾는 일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각계각층을 망라한 실질적인 도움과 지원이 절실한 때라는 얘기다.

어느 정치인의 말대로, 기나긴 싸움이 이제 막 시작되었을 따름이다. 지난 몇 주간이 목검으로 상대와 합을 맞춰보며 서로의 내공을 시험해본 시간이었다면 바야흐로 진검승부의 시간이 도래하였다. 진검승부를 앞둔 무사에게 녹슨 칼은 무용지물일 터. 칼은 무사만 가는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몇몇 언론과 매체만이 시네마테크문제를 공론화하며 칼끝을 세웠다면, 이제야말로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이 나서서 칼을 갈 차례다. 시네마테크를 사랑하는 많은 이들이 합심하여 갈아 놓은 칼을 든 장수가 무엇이 두려울 것인가. 그런 점에서 이번 주말 서울아트시네마의 프로그램인 ‘필름라이브러리 무료상영회’는 시네마테크를 사랑하는 마음을 실천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그러니 이번 주말, 서울아트시네마로 달려가 서명운동에 동참하고 관객회원에도 가입하자.
Now, Were going to Seoul Art Cine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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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 즈음하여 진행된 인터뷰에서 김성욱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는 시네마테크사업에 대한 중요한 이야기를 꺼낸 바 있다. 중차대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사안이 첨예하고 민감한데다가, 사실 확인이 모호한 상황에서 먼저 움직이는 것이 이롭지 않다는 판단이 섰기에 이 내용은 의도적으로 기사화하지 않았다. 그런데 불과 한 달도 되지 않아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다름 아닌 시네마테크 전용관 위탁사업을 공모제로 변경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쉽게 설명하면 시네마테크전용관 ‘서울아트시네마’는 독립영화 전용관 ‘인디스페이스’와 미디어 센터 ‘미디액트’와 더불어 영화진흥위원회의 위탁사업 수행기관 중 하나이다. 서울아트시네마의 공간 임대료를 비롯한 기자재 구입비와 운영비는 이처럼 정부지원금으로 조달되어왔고 이것이 서울아트시네마 전체 운영비의 30%를 차지한다. 그런데 이제부터는 위탁이 아닌 공모제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계약 갱신을 불과 한 달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말이다. 여기서 한 가지, 오해하지 말아야 할 중요한 사실이 있다.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는 영진위나 문화관광체육부가 출연한 기금으로 설립 운영되어온 기관이 아니다. 순수하게 민간이 주도하여 만들고 이어져온 민간 기관이라는 것. 다만 영진위는 시네마테크 전용관 위탁사업의 형식을 통해 운영자금의 일부를 지원해왔을 뿐이라는 점이다. 그러니까 민간이 시작해 힘들게 꾸려온 사업에 정부는 단지 위탁이라는 미명하에 운영비 일부를 지원해주었다는 것인데, 그것을 빌미로 이제 와서 그 사업의 주체를 자기들이 결정하겠다는 것이 논점이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뒤에 거듭 말하겠지만, 자칫 영진위가 시도하는 공모제가 시네마테크전용관의 주체를 선정하기 위한 꽤나 정당하고 투명한 절차로 오인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는 확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서울아트시네마가 공모에 참여할지, 어떤 주체가 추가로 공모에 참여할지 확연하게 드러나지 않은 상태이다. 하지만 손 놓고 안이하게 결과를 기다리기에는 돌아가는 정황이 석연치 않다. 황급히 글을 쓰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그래, 솔직히 고백한다. 이것은 선방이다. 상대를 넘어뜨리기 위한 피니시 블로우가 아닌 상대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잽을 날리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그러므로 지금부터 할 이야기가 전혀 쓸모없는 기우에 불과했기를 바랄 따름이다. 진심으로 내가 별것 아닌 일에 호들갑 떤 우스운 인물이 되어버렸으면 좋겠다.

정부사업에서의 수의계약은 잡음을 만들어내기 일쑤였다. 특혜 시비와 부적격자 선정에 따른 부실문제가 뒤따랐고 여기에는 검은 돈 또는 외압이 개입되기 마련이었다. 공모입찰제로 바꾸고 공개경쟁을 통해 사업의 내실을 기하는 풍토가 확산된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행태는 사업권자 선정 방법만 바뀌었을 뿐, 공모입찰제하에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순진한 입찰자들은 자신들이 결정과정의 합법성을 증거 하기 위한 들러리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아야만했다. 결국 문제는 (언제나 그랬듯이) 제도가 아닌 제도를 운영하는 주체와 사람에 있었다. 

영진위의 시네마테크 사업권자의 공모제 역시 같은 맥락에서 살펴봐야 할 것이다. 영진위는 “모든 위탁사업을 공모제로 전환하라”는 문광부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지만 문광부의 주장은 이와 사뭇 다르다. “문광부는 그런 세세한 부분까지 관여하고 지침을 내리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 어느 쪽의 말이 맞는 지는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이제까지 민간 주도하에 운영해 온 시네마테크를 공모에 붙이겠다는 발상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데 있다. 영진위는 시네마테크 사업의 주체가 아니라 그 알량한 정부지원금의 대리 집행기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와서 공모제로 전환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요컨대 민간사업에 정부가 관여하여 간섭하고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서울아트시네마 측이 항변하자 영진위는 “어차피 공모할 주체가 없으니 빨리 응모할 수 록 서울아트시네마에 유리하다”는 이유를 내세워 설득하려 했다. 이 말은 마치 서울아트시네마 이외에 시네마테크전용관 위탁사업을 수행할 만한 자질과 경험을 가진 단체가 없어 보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모제를 수행하는 것은 단순히 행정처리지침의 일환이요, 요식행위이니 서류만 제출하면 끝날 일이라는 것처럼 들린다.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는가? 영진위의 호언장담과는 달리 특정 단체가 공모하고 심사 결과 서울아트시네마가 공모에서 탈락한다면? 결과는 간단하다. 지금의 장소에 머물 명분이 없으니 현재의 형태는 사라지게 될 것이다. 서울아트시네마가 없어진다는 말이다.

만약 다른 단체가 공모한다면 어떤 곳일까? 현재로써는 정확하게 알 길이 없다. 표면상 드러난 주체가 없는 마당에 섣부른 추측은 위험하다. 하지만 가늠되는 것이 없지도 않다. 사실 2008년 이후 영화계 일각에서는 시네마테크전용관 사업에 대한 사업권자 교체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가 솔솔 흘러나오곤 했다. 세간에서는 현재의 서울아트시네마를 대체할 사업자로 특정 단체의 이름도 거론되고 있었다.

이쯤에서 혹자는 이렇게 말할 지도 모른다. 그간 서울아트시네마가 펼쳐온 사업을 그 화려한 고전의 향연을 지금 그 어떤 단체가 순조롭게 해낼 수 있겠느냐고. 물론 나 역시 서울아트시네마만이 유일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은 달리 보면 지극히 순진하고 위험한 질문이다. 왜냐하면 애초에 사업자 선정의 대상이 아닌 것을 가지고 논박하는 것은 상대의 술책에 말려드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분명이 알아야 할 것은, 시네마테크전용관은 영진위의 산하 기관도 아닐 뿐더러 공모를 통해 선정되기만 하면 운영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는 점이다.


서울아트시네마가 지난 7년간 해온 사업을 되살펴 볼 필요도 없이, 이제껏 우리들이 보아온 시네마테크는 비록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처럼 방대한 아카이브를 구성하지는 못했을지라도 그간의 프로그램과 상영실적에 있어 시네필의 욕구를 충족시키려 무던히 애써왔다. 또한 고전 걸작의 상영에 그치지 않고 젊고 역량 있는 작가들을 소개하고 지원해왔으며 교육기관과의 연대를 통한 고품격 영화문화의 창달에도 힘써왔다. 그렇게 7년의 세월을 통해서 뿌리내린 시네마테크의 친구들은 지금도 한국영화의 중심으로 활약하고 있다. 때문에 오직 서울아트시네마만이 시네마테크의 주체이고 이것이 이 논란의 부질없음을 증명하는 이유가 된다.

문화예술이란 것이 정권에 따라 부침을 겪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 10년의 진보정권 시절 보수ㆍ우익 예술인이 상대적으로 소외 받은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좌우 이념 논쟁을 부추기는 언론플레이로 ‘실리’를 챙기겠다는 ‘꼼수’를 부렸던 이들이 시네마테크전용관 사업까지 노린다면 그것은 시대착오적인 생각이다. 무엇보다 영화계에 발붙이고 있는 이들이 행할 도리가 아니다. 빛의 속도로 변화하는 관객의 욕구에 부합할 만한 영화를 찍을 자신이 없으니까, 뱃속 편하게 고전영화나 틀면서 추억에 젖겠다는 건가? 정권이 바뀌었다고 세월까지 되돌릴 수는 없는 노릇이고 문화헤게모니는 그런 경로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다. 정말로 한국영화가 걱정스럽고 한국영화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면, 빈약한 논리로 한 풀이를 도모하기 이전에 영화를 찍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모름지기 감독이란 영화로 말을 해야 하지 않나? 그럼에도 허황된 욕심이 피워내는 고약하고 불온한 냄새가 진동하니 그래서 노탐(老貪)이라고 하는 거다.


영화광이라면 저마다 자신의 영화적 고향 또는 모태로 삼은 공간이 있을 것이다. 70.80년대의 영화광들이 프랑스문화원과 독일문화원을 거점삼아 영화의 사회성을 고민했다면, 90년대의 영화광들은 문화학교서울(현재의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영화를 터득했고, 이후 세대들은 시네코아를 비롯한 다양한 예술영화전용관을 두루 섭렵하면서 자신의 영화적 소양을 쌓아왔다. 그래서 누군가는 “나는 시네마테크에서 영화를 배웠다”라고 말을 하기도 한다. 이처럼 서울아트시네마는 단순한 영화관이 아니다. 사당동에서 소격동을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숱한 영화지망생들이 꿈을 키워온 성소(聖所)에 다름 아닌 곳이다. 비록 당연하게 여겨졌던 것들이 손바닥 뒤집히듯 바뀌는 격변의 시기일지라도 시네마테크전용관사업의 주체만큼은 특정집단의 입김과 이념의 제물로 전락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따라서 영진위의 시네마테크전용관 사업자 공모 계획은 전면 백지화 되어야 한다.

시네마테크는 문화헤게모니의 거점이 아닌 문화유산이요 영화의 거처이고 기억의 장소이다. 이것이야말로 단순하지만 거대한 진실이다. 정녕, 문화관광체육부와 영화진흥위원회는 앙리 랑글루아를 시네마테크 프랑세즈 관장 직에서 해임했던 앙드레 말로의 전철을 밟겠다는 것인지, 지켜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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